4장 산문 속에서 입 다물기.
오스틴 소설 속에서 오스틴의 형식이 무엇을 내포하고 있는지 차근차근 설명하고 있다.
더 많은 부분을 인용하고 싶었으나, 일단 몇 개로 추스려 놓아도 이만큼이다. 그래서 놀라는 부분들이 제법 많을 수밖에 없다.

‘기회만 있다면 미치는 것도 좋아. 그렇지만 기절하진 마- 소피아가 로라에게, [제인 오스틴의] <사랑과 우정>에서

그들은 나를 산문 속에 가두었다—
꼬마 시절 그들이 나를
벽장 속에 가두었을 때처럼 ㅡ
‘내가 ‘조용히 있기를 바라면서
- 에밀리 디킨슨

웃으면 더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그렇다고 대답하라.
우리는 특별하다. 우리에게는 여자의 합리성이 있으며, 우리는 방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우리가 결혼했다면 좋았을걸.
- 거트루드 스타인 - P233

오스틴이 패러디를 반복해서 사용하는 이유는 여성을 직접적으로는 깎아내리지 않는상속된 문학적 구조들이 명백히도 부적절하다는 믿음 때문이다. - P254

오스틴은 자신이 부적절하다고 폭로한 바로 그 인습을 이용해 가부장제의 권력뿐만 아니라 여성작가의 한계와 양면성을 보여준다. 또한 오스틴은 자신의 문화를 가혹하게 비판할 효과적인 속임수를 찾아낸다. 피할 수도 넘어설 수도 없는 사회에서 자신의 소외 문제를 극화시킬 때조차 대중소설의 인습을 전복시킨 것이다. 그것은 소녀들이 그토록 강박적으로 읽었던 소설 속 인생과 마찬가지로, 훨씬 더 세속적일 그들의 삶도 좌절과 외로움으로 상처받기 쉽다는 것을 묘사하기 위해서였다.  - P256

오스틴의 소설에 나오는 딸들에게는 실제로는 비유적으로든 어머니가 없기 때문에 그들은 자신의 안위를 위해 남자에게 의존해야 한다는 사실을 쉽게 납득한다. 그들의 어머니는 결혼이 얼마나 사람을 쇠락하게 하는지 증명하는 본보기지만, 딸들은 집에서 도망치기 위해 남편을 구한다.  - P263

 ‘불편하고 피곤하지 않은 이야기는 하나도 없어요. 교황과 왕이 싸우거나 감염병이 도는 이야기뿐이잖아요. 남자는 전부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고 여자는 아예 나오지도 않죠.
너무 지루해요.‘ [강조는 인용자, 1부 14장]라고 말했다. 캐서린은 이 견해 때문에 심하게 비판받는다. 그러나 캐서린이 결국은 옳다. 왜냐하면 역사가들이 제공하는 지식이란 여성들의 사적인 생활과는 대부분 상관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오스틴은 역사에 대한 한 번의 글쓰기를 통해 이미 이 사실을 확인했다. 그 작품은 그녀가 젊었을 때 골드스미스의 영국사를 패러디해 쓴 것으로, ‘불완전하고 편견에 사로잡힌, 무지한 역사가의 작품이라고 작가의 말을 남겼다. 이 초기의 농담은 캐서린이 인식하고 있듯이 역사는 비합리적이고 잔인하고 부적절할 뿐만 아니라 이른바 가장 객관적이라는 역사가들조차도 당파적 악의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가리킨다. - P2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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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15 11:2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15 13:1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사람들이 진실을 느끼는 데 그렇게 시간이 걸리다니 정말 이상하죠! 보는 것 말고, 느끼는 것 말이에요!......(46 쪽)

우와!
내가 바로
느끼는 것에 시간이 오래 걸리는 사람이었어.
라*님...@.@ 할많하않.
오호~ 관계 설정이 머릿 속에 그려지는 느낌적 그 느낌이
이제 느껴진다.
나의 둔함을 또 느꼈다.

오늘은 이렇게 추운 날인 줄도 모르고,
집에서 백수처럼 낮밤 뒤바뀐 아들 녀석 끌고
도서관으로 행차하다가,
얼어죽는 줄 알았네.ㅜㅜ
이사하기 전의 집 옆에 있던 도서관으로
장장 40 여분을 귀 빨개, 코 빨개져 걸어서 도착한 후,
금방 점심 시간 때라 또 밥 먹으러 귀 빨개, 코 빨개져 걸어가,
식당에서 점심을 같이 먹으며 ˝우리 지금 뭐하는 거니?˝
˝그러게~~ 이제 도서관 그만 옵시다! 힘들어ㅜㅜ˝
아들의 투정 듣다가 시끄러!! 빨리 먹어!!!
밥 먹고, 커피 마시다 고개 드니까
창문에 메리 크리스마스???!!!!!
응? 곧 크리스마스 다가온다고 이리 추웠던 거니?
커피 대충 마시고 빨리 일어나자, 이러다 두 시간도 책 못 읽겠다.
나무늘보 아들 일으켜 도서관으로 또 귀 뻘개, 코 뻘개져 걸어서,
도서관에 앉아 빌레뜨 투 를 읽었다.
읽다가 고개 드니 하늘이 넘 파랗다.
춥다보니 덕분에 겨울 하늘은 넘 파란 하늘이네.
빨간머리 앤은 빨간색,
패브릭 독서대는 알록달록,
빌레뜨 표지도 어여뻐,
이건 크리스마스를 암시하는 색깔인 것인가?
넘 끼워맞췄나? 날이 갑자기 춥다보니...
이젠 이런 생각조차도 사치!
마음이 넘 조급하다.
빨강 다미여 언제 다 읽을 것인가?
관련 도서만 읽다가 이대로 이번 생의 이번 해를 마감하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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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2-12-14 16: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힘내요 책나무님! 저야말로 이제 빌레트 1권 붙잡은터라 참 어째야 할지 모르겠네요. 다락방의 미친 여자를 저는 과연...

책읽는나무 2022-12-14 17:24   좋아요 0 | URL
저도 참~~ 어째야 할까?? 난감합니다.
거의 보름이 다되어가니??
갑자기 남은 쪽수를 보고 한숨이...ㅜ
지금 집에서 가장 마음 급한 사람은 저!!!!ㅋㅋㅋ

거리의화가 2022-12-14 17: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날씨가 급 추워졌죠^^ 이제 한겨울이구나를 느끼고 있습니다~ㅎㅎㅎ 다미여 끝날듯 끝날듯 끝이 나지 않네요ㅠㅠ 마지막에 조지엘리엇 있어서 벽을 느낍니다. 한 작품도 읽은 게 없는데 그냥 바로 들어가면 하나도 이해가 안될 것 같아서 말이죠;;;
카페, 빌레뜨, 빨간 텀블러도 이쁩니다*^^*

다락방 2022-12-14 17:19   좋아요 1 | URL
거리의 화가 님, 다락방의 미친 여자 1등 노리십니까?!

거리의화가 2022-12-14 17:22   좋아요 1 | URL
설마요. 저보다 앞서서 읽고 계신 분들 많을걸요. 그리고 조지엘리엇 때문에 안될 것 같아요ㅋㅋㅋ 아무래도 플로스강이라도 읽고 다미여 읽어야할 것 같습니다^^;;;

책읽는나무 2022-12-14 17:38   좋아요 1 | URL
화가님....갑자기 추워져 정말 깜놀했습니다ㅜㅜ
지난 주 까지는 포근하다? 싶더니...
다미여 마지막 장 들어가시나요??
와....👍
현재까지 1 등이신 것 같은데요?
조지 엘리엇은 <미들마치>가 나오나요? 그 책은 정말 넘사벽!ㅜㅜ
<플로스강의 물방앗간>은 읽을만 합니다. 근데 그 책도 두 권짜리에요.

책읽는나무 2022-12-14 17:39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1 등 맞으신 것 같죠??ㅋㅋㅋ
그럼 현재 꼴찌는 아~~저인 것 같네요ㅋㅋㅋ 좀 웃프네요ㅋㅋ

거리의화가 2022-12-14 17:52   좋아요 1 | URL
관련 도서 재확인해보니 플로스강은 읽어도 소용없겠네요ㅠㅠ 번역되어 나온 것으로는 미들마치랑 벗겨진 베일만 포함되어 있습니다. 미들마치는 못 읽을 것 같은데ㅋㅋㅋㅋㅋ

저 아직 10장까지 밖에 안 읽었어요. 다만 조지 엘리엇은 읽은 게 없어서 걱정하고 있었을뿐!ㅎㅎㅎ

책읽는나무 2022-12-14 18:19   좋아요 1 | URL
네??????
플로스강은 관련이 없다구요??????
이런....ㅜㅜ
어쩐지...앞부분에서 자꾸 미들마치랑 벗겨진 베일 어쩌고 해서 설마? 했었는데...헐!!!!
할 수 없네요. 전 지금 이판사판!!
플로스강 읽은 책이라도 조지 엘리엇의 느낌을 끌어다가~~아!!!! 가능할까요??ㅜㅜ
지금 오스틴 부분도 안 읽은 소설 자꾸 얘기할 때는 계속 ? 수십 개를 달고 읽고 있거든요ㅋㅋㅋ
읽은 소설 설명할 때는 바로 알아듣겠던데...^^;;;
아....그동안 책 많이 읽은 사람들 막 부러워하고 있어요.
그러면서 이게 그거랑 똑같은 건가? 싶기도 하구요.
공부 많이 해 온 애들 시험 쉽게 치는 그거랑 똑같은 건가? 말이죠. 지금 딸들이 시험기간이라 나처럼 힘들어 하는 걔들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을 하고 있네요ㅋㅋㅋ

다락방 2022-12-14 18:24   좋아요 1 | URL
나무님 진도가 제일 앞선 것 같은데요!! ㅎㅎ

책읽는나무 2022-12-14 18:52   좋아요 1 | URL
전 이제 326 쪽 읽고 있어요^^;;;
오늘 계산을 마쳤습니다.
하루에 두 개의 장씩 읽으면 되겠다는...🙄과연??🙄
무튼 하는데까지 해봐야겠죠?
파이팅입니다!!!^^

라로 2022-12-14 17: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라*님...@.@ 할말하않.˝
설마 절 부르시는 건 아니죠?? ^^;;;
화이팅 하시길요!!^^

2022-12-14 18: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14 19: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14 20: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미미 2022-12-14 21: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무님! 저도 빌레뜨 펼쳤다가 나무님 마지막 문장 읽고 다미여부터 읽으려구요.
이번생의 이번해에 다미여 완독하려면!
빌레뜨 표지 넘 이쁘죠!! 저는 당연히 양장인줄 알았다는 ㅎㅎ
양장으로 나와도 좋지 않을까요? 이미 다들 구입하셨는데 망언일지^^;;
좌우지간 꼴찌는 저입니다.헤헤

책읽는나무 2022-12-14 22:31   좋아요 1 | URL
미미님도ㅋㅋㅋ
지금 전 늑장 부리다가 이것도 아니요, 저것도 아닌 상황에 닥쳐서 어떡해야 할지? 무척 대략난감이 되었네요^^;;;
제가 오스틴 부분을 읽어 보니까요~
확실히 소설을 읽어야 더 와 닿고, 이해도 잘 되고, 소설 주인공들의 성격 파악이나 비판이 놀랍게 다가오네요. 근데 읽지 않은 소설 이야기엔 계속 🙄🤔😮‍💨
뭔말인고? 이런 표정이 되어설라무네~ㅜㅜ
뒤에 나오는 브론테 자매들의 소설만큼은 <교수> <빌레뜨> <폭풍의 언덕> <아그네스 그레이>는 읽고 다미여 읽어야지!! 계획이었는데....아!! 어찌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시간의 압박이 올수록 소설이 또 재미가 있는 건 또 무슨 심리일까요?
빌레뜨 1 권은 중간부분은 분명히 좀 지겨웠거든요? 근데 2 권은 재밌어질 것 같은 예감이 들었어요.
빌레뜨는 책 표지가 이뻐서 일단 완독해야지 않을까? 생각 중입니다.^^
시집도 마구 빌려다 놓아서...지금 이 순간 읽지 않으면 다시 읽어지지 않을 것 같아 빌린 책들은 다 읽고 반납해야할 것 같은데? 아무래도 다미여는 내년까지??^^
암튼 그냥 맘 편히 먹고 하는데까지 해보려구요. 꼴찌라도 뭐~~ㅋㅋㅋ
완독이 중요한 게 아니겠습니까?
우리 꼴찌 대열들의 반란이 곧 일어나겠습니다ㅋㅋㅋ
 

읽으면서 혼자 또 빵 터진 빵 이야기.
전광석화의 의미는 이렇게 쓰이는구나.
아서는 누나들 눈치 보다가 빵에 버터를 발라 얼른 꿀꺽!!
ㅋㅋㅋㅋ
그리고 진한 녹차를 저녁에 마시면 5 분도 안되어
오른쪽 사지가 마비되는 현상?
병자놀음 맞네, 맞어!

오스틴 작가가 <샌디턴> 이 중편은 병마와 싸우느라
결국 완성하지 못한 미완성 소설이라는데,
처음 읽을 때는 건강 관련 이야기들이 많아서 소재가 독특하다고 여겼었는데, 병마와 싸우는 중에 쓴 소설이라고 하니, 왜 이런 소재가 자주 등장했는지 알 듯 하다.
그래서 마냥 웃을 대목이 아녔다는 것을 뒤늦게 깨닫는다.


하지만 따를 때 보니 그 옅은 코코아라는 것이 실제로는 매우 짙은 색 진짜 코코아였다. 그 순간 누나들이 동시에 소리쳤다. "아! 아서, 코코아가 점점 더 진해지는구나!" 그러자 아서가 겸연쩍은 듯이 대답했다. "오늘 밤에는 생각보다 짙어졌네." 이 광경을 보고 샬럿은 확신했다. 아시는 누나들이 원하는것과는 달리, 혹은 그 자신이 생각하는 것과는 달리 배곯는 것을 좋아하지 않음에 틀림없었다. 그는 누나들의 얘기를 더 이상 듣지 않으려고 말머리를 돌려 토스트 얘기를 했다.
"이 토스트 좀 드세요. 저는 토스트 전문가입니다. 절대로 태우지 않죠. 무엇보다 너무 바싹 불에 대지 않습니다. 그래도 보시다시피 한 군데도 제대로 안 구워진 곳이 없어요. 아가씨께서 아무것도 바르지 않은 맨 빵 토스트를 좋아하시면 좋겠는데요."
"버터를 적당히 바른 건 좋아해요. 하지만 다른 건 별로………."
"저도 그렇습니다." 그가 무척 기뻐하며 말했다. "이 점에서 우린 생각이 같네요. 맨 빵 토스트는 건강에 좋기는 커녕 오히려 위장에 나빠요. 버터를 발라 말랑하게 해주지 않으면 위벽을 긁죠. 확실해요. 먼저 아가씨 빵에 발라드리고, 제 것에도바르겠습니다. 위벽에 매우 안 좋으니까요.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도 있어요. 후추 빻는 기계처럼 위벽을 자극하는데 말이죠."
그가 버터를 바르려고 하자 누나들은 너무 많이 먹는다는둥, 믿을 수가 없다는 둥 잔소리를 해댔다. 그러자 그는 자기는 - P263

보통 때도 순전히 위벽보호용으로 소량만 먹으며, 게다가 지금은 헤이우드 양의 빵에 발라드리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핑계에는 누나들도 어쩔 수가 없었기 때문에 그는 버터를 손에 넣을 수 있었다. 먼저 그는 헤이우드 양의 빵 위에 소량의 버터를 바르면서 자신의 자제력에 기꺼워했다. 그녀의 토스트가 완성된 다음, 그가 자기 토스트를 만드는 것을 지켜보던 샬럿은 놀랍고 어이가 없었다. 누나들을 의식한 그는 빵에 버터를 발랐다가 거의 전부 싹싹 벗겨냈다. 그런 다음, 잠시 눈치를 보다가 갑자기 버터를 듬뿍 찍어 전광석화처럼 빵에 바른후, 꿀꺽 삼켜버렸다. 아서 파커씨의 병자놀음은 누나들과는 매우 다른 것이 분명했다. 승화되지 못한 육체적 불순물이 많이 섞여 있었던 것이다. 샬럿은 그가 병자 놀음을 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게으름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따뜻한 방과 좋은 음식을 정당화할 수 있을 정도의 육체적 장애 이상의 어떠한 병도 않을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샬럿은 곧 적어도 한 가지는 누나들이 그에게 전염시켰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니!" 그가 말했다. "하루 저녁에 진한 녹차를 두 잔이나 마셔요? 강철같이 튼튼한 신경을 갖고 계신가 봐요. 정말 부럽습니다. 저는 한 잔만 마셔도.………………혹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짐작하시겠습니까?"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시겠죠." 샬럿이 대답했다. 통 크게선수를 침으로써 그를 깜짝 놀라게 하려는 생각이었다.
"아!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에요!" 그가 부르짖듯 말했다. - P264

"제게 그것은 독약과 같아요. 복용 후 5분이 채 안 되어서 오른쪽 사지가 완전히 마비되거든요. 안 믿기시겠지만 정말입니다.
벌써 여러 번 그랬기 때문에 의심의 여지가 없어요. 몇 시간 동안 몸 오른쪽을 전혀 쓸 수 없게 됩니다."
"정말로 이상하네요." 샬럿이 냉정하게 말했다. "하지만 신체의 오른쪽 부분과 녹차에 대해 과학적으로 연구한 사람들은 그걸 매우 쉽게 증명할 수 있겠지요. 그 둘의 상호작용을 완벽하게 이해한다면 말이죠." - P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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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수전 외 시공 제인 오스틴 전집
제인 오스틴 지음, 한애경.이봉지 옮김 / 시공사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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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디 수전>은 서간체 형식으로 오스틴 작가 초기 작품답게 캐릭터들이 기존의 여주인공들과 달라 신선하다. 그래서 오스틴 작가가 달리 보인다. <왓슨 가족>과 <샌디턴>은 본격 풍자소설인가? 싶게 재미난 요소들이 곳곳에 있는데 미완성 작품이라니 아쉽다. 제2의 <맨스필드 파크> 이야기가 탄생했을지도 몰랐을텐데...여러 인간군상들의 모습을 다양하고, 도드라지게 표현하였기에 영화가 많이 만들어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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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00 여 편의 시를 쓴 에밀리 디킨슨.
정작 살아있을 때는 출판되지 않았지만,
사후에 파시클에 보관된 그녀의 시는 실로 어마어마했다.
기존에 쓰여지지 않은, 일반적인 문법을 따르지 않고 압축된 시어로 풀어 낸 그녀의 시는 사랑, 자연, 죽음, 불멸이 주된 주제이다. 집에서 오랜시간 바깥 출입을 제한하고, 흰옷을 입고 머물러 있었다 하여, 은둔자, 우울증 환자 취급한 비평가들이 많았지만 그녀는 결코 그렇게 폄하될 시인이 아니었다.

정원을 가꾸는 것에 있어 거의 전문가적 손길을 가지고 있어, 정원을 손질하며 자연을 노래한 시들이 제법 보인다.
연애도 못하고 죽은 노처녀 취급하지만 디킨슨은 남자와도 썸을 두 번이나 탔으며, 아픔과 시련도 시로 승화시킨 참 시인이다.
시를 읽어보면 디킨슨 시인은 의지가 강하고, 통통 튀는 듯한 느낌이다. 내겐 통통 튀는 디킨슨 시인이라 더없이 참 좋다.

디킨슨의 시는 쉬우면 쉬운대로,
어려우면 어려운대로 그냥 읽는다.
그러라고 시로 존재하는 게 아닌가 싶다.





시 288 난 무명인이오! 당신은 누구시오?


난 무명인이오! 당신은 누구시오?
당신도-무명인-이오?
그렇다면 우리는 한 쌍이군요?
말하지 마시오! 사람들이 떠들어댈 테니-잘 아시잖소!

유명인이 되는 게 - 얼마나 처량한지! - P44

시 318. 해가 어떻게 떠오르는지를 내가 말해주지

해가 어떻게 떠오르는지를 내가 말해주지 -
"처음엔 리본 모양이었어 -
첨탑은 자수정 속에서 헤엄쳤고ㅡ
소식은 다람쥐처럼 -
보닛 모자를 풀어놓은 산을 달렸고-쌀먹이 새들은 하루를 시작했지
그래서 나는 혼자 속삭였어-
"저건 일출임에 틀림없어!"
하지만 해가 어떻게 지는지 - 난 알 수가 없어-노란 옷을 입은 꼬마 소년 소녀들이
- P49

보랏빛으로 된 울타리의 밟고 넘어가는 계단을
내내 기어 올라왔고ㅡ
이윽고 울타리 반대편 계단에 이르자
회색 옷을 입은 목자가-
저녁 빗장을 살그머니 건 뒤-
양 떼를 몰고 가는 것 같았으니까. - P50

시 510. 그것은 죽음은 아니었네

그것은 죽음은 아니었네, 왜냐하면 죽은 자들은
모두 누워 있는데, 나는 서 있었으니까-그것은 밤은 아니었네, 왜냐하면 모든 종들이
정오를 알리느라 혀를 내두르고 있었으니까-

그것은 서리는 아니었네, 왜냐하면 내 살에
시로코 열풍이 - 기어가는 것을 느꼈으니까-불도 아니었네ㅡ왜냐하면 대리석 같은 내 발이
교회의 성단소라도 냉각시켰을 테니까-

그렇지만, 그것은 그 모든 것들처럼 느껴졌다네.
언젠가 본 적이 있는,
매장을 위해 잘 손질된 유해에 대한 기억이
나의 매장을 상기시켰네-

마치 내 생명이 대패질되어
관에 맞추어 들어감으로써, - P65

열쇠 없이는 숨도 쉬지 못할 것 같았네.
그것은 여느, 자정 같았네-

째깍거리던 모든 것이 - 멈추고 -
공간이 사방을 응시하거나-아니면, 초가을 아침에 소름 끼치는 서리가,
고동치는 대지를 고동치지 못하게 하는 그런 때 같았다네ㅡ

아니, 차라리, 어떤 가망성도 없고, 구원의 돛배도 없는ㅡ
육지가 보인다는 소식도 없는-
단지, 절망을 정당화하는--
춥고-망망한-혼돈의 바다 같았다네. - P66

시 528. 하얀 선택의 권리에 따른 내 사랑!


하얀 선택의 권리에 따른- 내 사랑!
왕의 옥새로 증명된- 내 사랑!
법의 창살로도-막을 수 없는
주홍빛 감옥의 옥새로 인증받은- 내 사랑!


이 세상에서는 금지된 - 환상인-내 사랑!
무덤 폐지령을 받은-
작위를 부여받은- 승인을 받은-
황홀한 특허장인 - 내 사랑!
흐르는 세월만큼 오래갈- 내 사랑! - P71

시 633. 종소리가 멈추고 교회가 시작될 때

종소리가 멈추고-교회가 시작될 때-
그건 바로, 종소리의 궁극.
톱니바퀴가 멈추고-원이 될 때 -
그건 바로, 바퀴의 궁극. - P80

시 754. 장전된 한 자루의 총인 나의 생명이

장전된 한 자루의 총인-나의 생명이
모퉁이에 서 있었네 - 주인이 지나가다
내 존재를 알아보고-나를 데리고 나가는 그날까지-

이제 우리는 장엄한 숲 속을 헤매고 다닌다네 -이제 우리는 암사슴을 사냥한다네-
내가 그를 대변할 때마다-
산이 곧장 맞받아 대답을 한다네-

아주 따스한 햇살이 계곡에 반짝일 정도로
나는 미소 짓는다네-
그 미소는 베수비오 화산이
만면에 기쁨을 분출했을 때와 같다네-

우리의 멋진 낮이 끝나고-밤이 되면
나는 내 주인의 머리맡에서 경비를 선다네- - P96

함께했던 낮 시절이
푹신한 오리털 베개보다 더 좋다네 -

주인의 적에게 나는 치명적인 적이라네-
내 노란 눈알을-
아니, 내 힘찬 엄지 낙점을 받으면ㅡ
다시 꿈틀거릴 자가 없기에ㅡ - P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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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2-12-13 02:0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사람이 다 똑같이 살지 않아도 괜찮겠지요 다르게 살면 어떤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 사람 마음을 다 알기는 어렵기도 하잖아요 그 사람 나름대로 즐겁게 살기도 하겠지요 에밀리 디킨슨도 밖에 나오지 않았을 뿐이고 자연과 함께 사랑도 잊지 않고 살았을 것 같습니다


희선

책읽는나무 2022-12-13 07:56   좋아요 1 | URL
디킨슨은 은둔자였다곤 하지만 부러 은둔한 것이 아니고, 그저 집순이 스타일이었지 싶어요.
집순이들은 집에 있어도 할 일이 너무 많잖아요?^^
정원도 가꾸고, 베이커리도 하고, 시도 쓰고...넘 바빴을 것 같아요.
아직 디킨슨의 책을 다 읽진 못했는데 디킨슨 관련 책을 읽으니 재밌네요.

stella.K 2022-12-13 12:4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1800편...?! 대단하네요.
살아있을 땐 빛을 보지 못하고. 왜 그랬을까요?
디킨슨이 요즘에 살았더라면 SNS에 시 막 올리고
얼굴없는 시인이 됐을지도 모르는데 시대를 잘못 태어난 탓도 있을 것 같네요.
역시 책나무님을 비롯한 몇몇 알라디더 덕분으로 디킨슨의 시가
다시 주목을 받는 건 좋은 일이네요.^^

책읽는나무 2022-12-13 17:52   좋아요 2 | URL
대단하죠?
1800편이면 거의 매일 시를 썼다고 봐야겠죠??^^
시가 제법 당차고, 절대 기 죽지 않는 당당함이 느껴지던데 제 느낌적 느낌인 건지?
한 번 페이퍼로 정리해본다는 게 계속 미루다 보니 읽은 시들은 다 까먹고~ㅜㅜ
그렇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