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을 걷는 게 좋아, 버지니아 울프는 말했다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승민 옮김 / 정은문고 / 201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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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지니아 울프의 시선에 담긴 1930년대 런던 거리는, 직접 내 눈에 런던 거리가 펼쳐지는 듯 묘사되어 있다.세련되고 정감있어 보이지만 섬세하게 날카로운 그녀의 눈처럼, 6편의 에세이에 담긴 분위기는 그렇게 다가온다.
작은 책이지만, 곧바로 울프처럼 어디든 걷고 싶어지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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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책으로 - 순간접속의 시대에 책을 읽는다는 것
매리언 울프 지음, 전병근 옮김 / 어크로스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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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읽는 이유는 읽는 사람의 수만큼이나 많을 겁니다. 하지만 왜 읽는가, 그 이유를 묻는 질문을 의식적으로 제기함으로써 세계에서 가장 사랑받는 몇몇 작가들은 우리의 생각을 더없이 크게 자극하는 답들을 제시할 수 있었지요. 저는 시간이 더 지나기 전에 여러분 스스로 그 질문을 해보았으면 합니다. 제가 예전의 읽는 자아를 재발견한 후에 돌아온 답은 이것입니다. 저는 이 세상을 사랑할 새로운 이유를 발견하기 위해 읽습니다. 또한 이 세상을 뒤로한 채 저의 상상 너머, 저의 지식과 인생 경험 밖에 있는 것을 엿볼 수 있는 공간으로 들어가기 위해 읽습니다. 그 공간에서는 가끔 시인 페데리코 가르시아 로르카가 그랬던 것처럼 ˝어린 시절의 영혼을 내게 되돌려 주기 위해, 아주 멀리˝떠나갈 수 있지요.(160쪽)

책을 읽고 돌아서면 늘 책의 내용을 깡그리 잊어 버리는 사람으로서 ‘나는 왜 책을 읽는 것인가?‘라는 의문이 일곤 한다.
이런 순간, 이 세상을 사랑할 새로운 이유를 발견하기 위해 책을 읽는다는 저자의 글은 꽤나 가슴 뭉클하게 위로가 된다.
보잘 것 없던 작은 이유가 어쩌면 보람된 이유일지도 모를 일이라고 변명의 구실을 찾게 된다.


앞에서 이야기한 대로, 아리스토텔레스는 <니코마코스 윤리학>에서 좋은 사회에는 세 가지 삶이 있다고 했지요. 하나는 지식과 생산의 삶,다른 하나는 여가에 관한 그리스인 특유의 이해 속에서 나오는 즐기는 삶, 마지막은 관조의 삶입니다. ‘좋은 독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좋은 독자의 첫 번째 삶으로 정보를 모으고 지식을 얻는 것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런 삶에 묻혀 살지요.
두 번째 삶인 즐거움을 위한 독서는 곳곳에서 다양한 형태로 넘쳐 나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가령, 단순한 심심풀이를 위해서든 몰입에서 오는 강렬한 즐거움을 위해서든, 다른 삶에 관한 이야기와 새로 발견된 신비한 외계 행성에 관한 글, 숨 막힐 듯이 아름다운 시를 읽지요. 육감적인 로맨스 소설 속으로 도피하든, 가즈오 이시구로나 에이브러햄 버기즈 또는 엘레나 페란테 같은 작가들의 소설 속에 공들여 재창조 된 세계로 들어가든, 존 어빙의 미스터리물이나 G.K. 체스터튼의 성인들 전기, 혹은 도리스 컨스 굿윈의 대통령들 전기 속에서 우리의 기지를 훈련해보든, 싯다르타 무케르지나 유발 노아 하라리와 더불어 우리 종의 유전학적 서사를 따라가든, 우리는 정신없던 일상에서 벗어나기 위한 가장 경제적인 방편으로 책을 읽습니다.
좋은 독자의 세 번째 삶은 읽기의 절정이자 앞서 말한 두 삶의 종착지입니다. 바로 관조적 삶이지요. 그런 삶 속에서 우리는 알고 있는 장르가 무엇이든 완전히 보이지 않는 개인적인 영역, 즉 우리의 사적인 ‘해저‘로 진입합니다. 거기서 우리는 모든 종류의 인간 존재를 관조하고 우주를 숙고합니다. 우주의 진정한 신비는 우리의 어떤 상상도 압도하지요.(282~283쪽)

디지털화 되고 있는 현실에 서서히 적응되어 가고 있는, 아니 아주 몰입되어가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서 이 책의 중반부 ‘위기에 처한 깊이 읽기‘와 ‘디지털로 양육된 아이들‘ 그리고 ‘첫 5년 사이, 무릎에서 컴퓨터로:너무 빨리 옮겨가지 마세요‘를 읽으면 마음이 좀 답답해진다.물론 깊이 읽기와 관조적 삶속의 책 읽기가 잘 되지 않는 나 자신도 양심의 가책이 좀 느껴지기도 한다만...
그래도 이 책을 읽고 나면, 왠지 위로 받고, 독려받는 기분이다.
책 읽는 행위는 뇌를 유연하게 잘 관리해주기 때문에 먼 훗날까지도 민주적인 판단을 올바르게 내릴 수 있게 해준다니...계속 읽어야할 것 같은 의무감이 든다.
읽긴 읽되, 좀 더 깊이 있게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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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7-19 12: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9-07-19 17: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단발머리 2019-07-19 12: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저자마저도 깊이 읽기의 방식을 잃어버렸다고 느꼈을 때의 상황에 좀 놀랐어요.
책을 잘 읽는 사람, 심지어 이 책의 저자마저도, <깊이 읽기>를 잊어버릴 수 있다는 점이요.
아이들도 아이들이지만 저는 제가 제일 걱정입니다.
인터넷의 간단한 기사 읽기, 북리뷰, 북카드 이런데 익숙해져서 말이지요 ㅠㅠ

책읽는나무 2019-07-19 16:59   좋아요 0 | URL
저도 <유리알 유희>책을 시험삼아 깊이 읽기를 시도하다 실패했다는 대목에 응???했어요.
나만 그런 게 아닌??다 그런 것이었던가??살짝 위로 아닌 위로가 되었달까요???ㅋㅋ
그래도 역시 대가는 대가!!!
세 번만에 책의 문장에 빠졌다니 역시~~했습니다.그래서 저도 헤세 책을 한 번 읽어보려구요.나는 도대체 몇 번만에??실험해 보면서....그랬다가 10번을 읽어도 똑같아 버리면??ㅋㅋ
그리고 아닌게 아니라 저도 제가 걱정인게 간단한 문장을 더 선호하게 되어 글도 간단하게 초등학생 마냥 글쓰기가 되어가는 듯해 리뷰 쓰기가 참 부끄러울 때도 있습니다..에혀~
그런거 였네요~아이들을 걱정할 때가 아녔단 거죠~ㅜㅜ
여튼,이 책은 좀 독특하게 자기 반성용 책으로 기억되겠어요^^
 
츠바키 문구점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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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할 것 없는 이렇게나 소박하고 잔잔한 일상들이 소설이 된다는 게 읽는 내내 신기했다.일본소설들을 읽다 보면 참 순하고 착하다,라는 이미지가 절로 드는데, 실생활에서 대비되는 소식을 접하면 좀 의아스럽다.
여튼,한 번쯤 가보고 싶은 가마쿠라의 동백과 수국이 아른거려 별 하나를 보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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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공부하는 슬픔
신형철 지음 / 한겨레출판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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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묶은 글들은 내 8년 동안의 생명 중 일부를 주고 바꾼 것들이다.그러니까 이것들을 쓰면서 나는 죽어왔다(6쪽)
책머리의 글에서 벌써 작가의 단호함이 전해져, 긴장감이 감돈다.처음엔 읽으면서 슬픔의 깊이가 먹먹한 것이 아득하나 곧, 명료한 문장속에 작가의 진심이 전해져, 가슴 깊게 박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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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19-07-18 16: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저 이 책 곧 읽어얄 거 같슴다 ㅎㅎ;;;;;;;

책읽는나무 2019-07-19 17:13   좋아요 0 | URL
책 너무 좋았어요.
문학 평론가답게 문장들이 문장들이!!!!
황현산 작가님의 <사소한 부탁>도 간간이 읽고 있는 중인데 비슷한 듯 다른 듯,참 좋더라구요.
신형철 작가의 또다른 책도 찾아 읽어볼까,싶네요.
책에서 소개된 소설이나 시집도 어찌나 읽어 보고 싶은 마음이 들게 하던지(제가 좀 귀가 많이 얇거든요ㅋㅋ) 도서관에서 몇 권 빌려와 읽었네요^^

 
소설가의 일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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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할 수 있는 문장을 쓰는 사람이 소설가가 하는 일이라면,김연수 소설가는 열심히, 일 잘하는 소설가가 아니겠는가.
아직도 읽어야 할, 그의 소설이 남아 있다는 것이 즐거운 뻔뻔한 독자다.황희 정승 스타일 소설가에 맞춤하려니 나도 좀 뻔뻔해질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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