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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는 사람만이 손에 넣는 것 - 인생을 살아가는 데 필요한 독서의 힘
후지하라 가즈히로 지음, 고정아 옮김 / 비즈니스북스 / 2016년 4월
평점 :
도서관 근처에 집이 있는터라 주말에 별일 없으면 가족끼리 늘 도서관을 가곤 한다.도서관에 들어서면 아이들은 1층 어린이 열람실로 줄행랑을 치고 청소년이 된 아들과 우리 부부는 3층 다산 자료실(인문학실)로 올라가 각자 빌려 온 책을 읽는다.
남편은 그닥 책을 많이 읽는 사람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책을 멀리하는 사람도 아니다.그래서 도서관을 가족끼리 찾아가는 것에 크게 부딪치는 편은 아니다.(요즘 청소년이 된 큰아들이 도서관을 가자고 하면 난색을 표하여 세 번에 한 번꼴로 데리고 가는 편이긴 하다.)
그런데 요즘 한 번씩 부부끼리 부딪치는 부분들이 생기곤 하는데 책을 빌려 와 열람실 책상에 앉아 책을 올려 놓으면 서로 가재미 눈을 하고서 책 제목을 훔쳐 보곤 하는 것이다.그 뭐랄까? 공공장소에서 책을 열심히 읽는 사람들 또는 책을 들고 다니는 사람들을 보면 책 제목을 몰래 훔쳐보는 그런 심리라고 해야하나? 그런 묘한 경쟁의식?에 사로잡혀 가재미 눈을 하기가 바빴는데 가족에게도 발동할줄 몰랐다.그리고 나만 그런가보다.여겼는데 남편도 나와 똑같이 가재미 눈처럼 갸름하게 찢어져 있었다.
딱 거기까지.....가재미 눈을 만드는 것까진 좋았는데 이젠 서로 책을 읽는 것에 간섭을 시작했다.처음엔 조심스럽게!! 은밀하게!! 나중에는 조금씩 자존심에 흠집을 내기까지 되는 단계에 이르러 우리 각자 책 읽는 것에 간섭말고 따로 읽자고 어떤 순간에는 나는 저쪽 끝에서 읽고, 남편은 이쪽 끝에 앉아 읽고,청소년 아들은 또 부모의 눈을 벗어난 공간에 머물고 싶어 아예 열람실을 옮겨 책을 검색하는 컴퓨터가 있는 옆자리에 앉아서 책을 읽거나 숙제를 한다.사람들이 드나들어 매우 산만한 검색 컴퓨터가 옆에 있는 것이 엄마,아빠보다 훨씬 좋은가보다. 쌍둥이들은 층이 다른 아동 열람실에 갔다가 3층 엄마 아빠가 있는 열람실에 왔다,갔다를 반복하여 어찌나 어수선한지 옆자리에 앉았는 사람들에게 민망할때도 간혹 있다.그러니까 가족끼리 도서관을 가긴 하되,겉으로 보기에 화합되어 보이겠지만 실상 평온한 가족이 결코 아니더란 말씀이다.
남편과 독서에 대한 이야기를 간혹 나누다 보면 한 번씩 내가 책을 읽는 이유가 무엇인가? 의문이 새삼 들때가 있다.의문을 제기하여 답을 구하다보면 사실 별다른 이유가 없다.무엇을 얻기 위하여 읽는 것도 아니고,무엇을 배우기 위하여 읽는 것도 아니고,절박한 심정으로 읽는 것도 아니고,그렇다고 시간이 남아 돌아 시간을 때우기 위하여 흥미위주로 읽는 것은 더더욱 아니다.
어떤 이유와 목적이 있어 읽는 것도 아닌데 책을 읽지 않는 지인들은 내가 이유와 목적이 있어 책을 읽고 도서관을 찾아가는 것처럼 말하곤 한다.
반면, 책을 좀 읽는 지인들은 날더러 부지런하다고 도서관을 찾아가는 여유로움이 있어 좋겠다고 말한다.나는 결코 여유가 있어 도서관을 찾아가는 것은 아니다.물론 직장생활을 하는 사람들에 비하면야 무직인 나로선 시간적 여유가 훨씬 많긴 하지만 버스를 타고 오르막을 걸어 올라 무거운 책을 반납하고 다시 빌려오면서 어깨를 짓누르는 행위를 버텨내기엔 심적 여유로움으로 감당키 버거울때가 많다.도서관을 찾는 이유에는 나름 나만의 여려가지 가치관을 대입시켜 놓았기에 의무적으로 이행하는 행위일뿐이다.(물론 읽은 책을 반납하고 읽고 싶었던 책을 데려오는 행위의 만족감은 이루 말할 수 없는 기쁨이긴 하다만....)
이렇게 적고 보니 내가 엄청 책을 많이 읽는 사람처럼 보이는데 실상 그리 많이 읽는 편도 아니면서 이글을 적는 이유는 이책을 읽으면서 분명 정해져 있는 답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또 나는 왜 책을 읽고 있는 것인지? 가던 길을 멈추고 또 나 자신에게 묻고 있었기 때문이다.
남편은 나에게 왜 300번대의 책을 읽지 않고 늘 800번대의 책을 읽느냐고 묻는다.그리고 특히나 육아관련책들을 읽고 있으면 책과 판이하게 다른 육아를 하고 있는 나를 핀잔을 주기도 한다.또 질 수 없는 나는 오기가 발동하여 남편에게 자기 계발서를 열심히 읽는 당신도 자기 계발은 그리 잘 되지 않아 보인다고 한 마디 퉁박을 줬더니 자존심이 무척 상한 듯한 표정이었다.^^
지금은 조금씩 서로 양보하여 본인이 읽고 상대방의 취향에 맞을 것같다 싶으면 한 두 권씩 권하긴 한다만 역시나 아무리 부부지간이라도 독서취향을 공유하긴 쉽진 않은 것같다.우리집 아이들이나 부부는 워낙 개성이 강하여 다른집들처럼 독서취향이 잘 융합되어 어떤 화목을 기대하긴 힘들지 싶다.그냥 도서과 입구까지 같이 걸어들어가는 것에만 만족하는 추세다.
남편의 말을 듣고서 나를 돌아보니 정말 나는 사회,과학 분야쪽에는 별 관심을 두지 않고 그저 내가 읽기 편한쪽의 책들만 줄구장창 읽고 있었다.늘 반성하지만 잘 고쳐지지 않는 습관이 되어버렸다.
나름 내가 생각하는 나의 자기 계발서는 주로 책을 위한 책분야(000번대)와 육아서 관련 분야(300번대)가 나를 계발하는 쪽이었던 듯하다.
책이 잘 읽히지 않을때 이 두 분야의 책을 읽으면 갑자기 내겐 책을 읽고자 하는 동기부여가 된다.
돌고 돌아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자면,
당시는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무아지경으로 잇달아 책을 들었는데 이제는 알 것 같다.나는 그 작품들을 통해 현대사회의 공기와도 같은 미묘한 흐름을 느끼고 있었다. 아니, 그보다 실제로 그런 공기를 느꼈다고 해도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초조감이 있었다.그리고 내가 그렇게 책에 열중했던 이유는 누구나 느끼는 공기를 말로 표현해 내는 작가와 작품에 대한 존경심의 발로였던 것 같다.그 어떤 작품도 모두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개인이 껴안고 있는 고민과 부조리를 잘 담아내고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107쪽)
이책의 저자는 순수문학을 읽지 않으면 인간으로서 성장하지 못한다고 편집 프로덕션 사장님과의 술자리에서 충고를 듣고 자존심을 상하였던지 그길로 내처 문학작품집을 섭렵해가면서 느낀 감정들을 담담하게 고백하고 있었다.
현대사회와의 공기와도 같은 미묘한 흐름을 느낀다는 표현이 무척 정확하다는 생각을 했고, 공기를 말로 표현해 내는 작가와 작품에 대한 존경심의 발로가 그책에 대하여 열중할 수 있었다는 말 또한 내가 느끼며 책을 읽는 이유와 비슷한 감정들이 아닌가! 대입시켜 보게 된다.
오늘만큼은 내가 책을 읽는 이유는 바로 이런 것일테다.
내일은 또 이유가 바뀔지도 모르겠지만!
이 책의 내용면에선 늘 다른 독서가들의 독서내력과 독서를 권장하는 비슷 비슷한 내용들이 많아 크게 깨우쳐 지는 대목들은 없었지만 개인적으로 인용한 저 부분의 몇 단락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이책을 읽게 된 계기는 사실 icaru님의 리뷰에서 인용된 부분에 흥미를 느껴 책을 빌려 와 읽었는데 개인적으로도 이런 대목도 강하게 뇌리에 꽂혔다.
책을 통해 다양한 인물의 관점을 손에 넣을 수 있다.다시 말해 거대한 롤플레이를 할 수 있다는 얘기다.그런 시뮬레이션을 반복함으로써 인생을 조감할 수 있게 된다.인생을 평평한 곳에서 바라보면 현재 나아가고 있는 하나의 길밖에 안 보인다.하지만 높은 곳에서 전체 인생을 바라보면 그 옆에 나 있는 다른 길도 보인다.
이에 대해서는 나의 베스트셀러 <마흔, 버려야 할 것과 붙잡아야 할 것들>이라는 책에서 자세히 기술했듯이 인생의 산은 하나가 아니다.인생의 후반을 향해 하나의 큰 산을 넘어가는 이미지가 아니라,쭉 이어진 여려 개이 산을 올랐다 내려갔다 하면서 마지막까지 산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하지만 인생 후반에 여러 개의 산을 오르락내리락 할 생각이라면 일을 토해 오른 가장 중점이 되는 산과는 다른 산을 인생의 전반이나 중반부터 만들어 둬야 한다. 그 산을 구축하기 위해 25세에서 55세까지의 30년간 조직에서 일하는 주축과 달리 왼쪽에 두 개,오른쪽에 두 개 정도 각기 다른 커뮤니티에 자신이 설 자리를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116쪽)
산이 형태를 갖춘다는 말은 커뮤니티 안에서 자신이 설 자리가 확보된다는 것을 의미한다.1만 시간이라고 하면 대략 5~10년쯤이다.그리고 주축이 되는 일을 하면서 그 옆을 달리는 커뮤니티에서 교류와 소통을 계속해 나가는 것이 주요하다.인생이 후반전을 위해 각 커뮤니티의 산을 더욱 크게 키워 나가고 싶다면,교류와 소통의 양을 늘릴 필요가 있다.만약 산의 환경을 좋게 하려면, 교류와 소통의 질을 높일 필요가 있다.
또한 자신이 속한 커뮤니티에서의 교류와 소통을 충실하게 하기 위해서라도 독서의 축적이 효과적이다.자신이 일하는 조직 사회에서만 단선적으로 살기보다 몇몇 커뮤니티에 참여하여 복선적으로 사는 관점을 가져야 한다.인생에서 이런 조감도적 시점을 갖지 못하면 조직에서 조그마한 일로도 궁지에 몰려 시야 협착에 빠지게 되는 위혐에서 빠져나갈 수 없다.
단선적인 시야에서 보였던 구조선이 갑자기 사라지는 순간,때로는 세상에서 모든 구원이 없어져 버리기라도 한 듯한 착각을 느끼기도 한다.그럴 경우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도 있을 수 있다.한편 조감도가 보이게 되면 전략을 바꿀 수도 있고 빠져나가 길도 찾을 수 있다.
(118쪽)
작년께부터 문득 50대를 조금씩 준비해야 하지 않을까?란 생각을 종종 해보곤 한다.
체력적인 면에서도, 경제적인 면에서도 좀 안정적인 노후준비를 이제는 서서히 준비해야할 시점이란 생각이 들던 차,노년의 심적 여유로움에 생각이 미치곤 한다.
경제적인 면이 기초가 되고 자식들도 무탈하게 잘 자라서 자기들 인생을 잘 개척해 나간다면 우리 부부는 어디 도서관이 근처에 있는 산골에 들어가 함께 책을 읽으면서 노년을 티격태격 보내면 좋겠다라고 그림을 그리고 있었는데 요즘 그 그림에 약간의 수정이 있어야할 듯하여 최근 두 달 전부터 배움을 몇 개 시작하고 있었다.
그러다 이책에서 인생의 큰 산 하나만 지을 것이 아니라 작은 산 몇 개를 좌우에 쌓아가야 한다는 대목을 발견하고 보니 조금 마음이 놓이면서 또 한 편으론 좀 더 구체적으로 쌓아야겠단 생각마저 들기도 했다.구체적으로 파고 들려니 많은 심적 압박감이 밀려들어 중간에 다시 허물고 다시 쌓게 되는 일이 발생하겠다만 그때마다 어느 책에서든 나를 위로해주는 문구들을 늘 발견할 수 있을테니 걱정은 덜하다.
책의 제목은 딱 그럴싸한 자기 계발서 못지 않다.
책을 읽는 사람만이 손에 넣는 것?
나는 지금 내손에 무엇이 담겨 있든 중요치 않다.
그저 내손에 책만 담겨 있으면 그것으로 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