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는 시다>
대구시인협회에서 대구 시인들의 시를 묶어놓은 시집을 선물 받았었다.
오래전에 받아 놓고 이제사 읽는다.
미안한 일이다.

읽으면서 마음에 드는 시편 귀퉁이를 접어 놓다 보니 얄팍한 시집이 어느새 불룩해진다.


돌탑
박상옥

돌탑은
손끝의 떨림에서 시작되고
손끝의 안도에서
또 다른 떨림이 시작된다.
멍울진 가슴 보듬어주는 자상함이다.
소망 하나 얹어줄 길손
기다림이며 보냄이다.
비는 자의 간절함이며
침묵의 합장이다.
돌탑은
하늘을 이고 살며
먼 길 돌아서 가는
꽃의 이름이다.



인연
박태진

봄인가 싶더니
꽃잎 하나 바람에 흩날리다
어깨를 툭 치고 춘설처럼 사라진다.

스쳐 비친 생각, 잠시 멈춘 마음에
바람 한 점 일렁인다.

하늘에 떠다니는 티끌 하나가
땅에 있는 티끌 하나를 만나는
우주에서 일어난 티끌보다 작은 일이다.

사람만 알 수 없는
참 기이한 일이다.


올봄이었을까?
기억이 벌써 가물해 지는데 아이들과 함께 대구를 다녀온적 있었다.신랑의 근무지가 그시절 대구였었기에 주말을 이용해 동네 기차역에서 무궁화 기차를 타고 들뜬 마음으로 대구를 향했었다.
20대 초반 친구가 대구에 있는 학교를 다닌다고 자취를 했었던지라 우리는 방학만 하면 모여 대구를 올라갔었는데 너무 춥고,너무 더웠던 기억이 앞선다.그리고 시장에서 주전부리로 순대를 샀는데 찍어 먹으라고 쌈장이 아닌 소금을 챙겨주시는 아주머니를 보고 우린 깜짝 놀랐었는데 나는 대구라고 하면 그 순대에 딸려온 허연 소금과 대구역과 동대구역이 헛갈려 우왕좌왕 전화박스에서 길찾기를 하는데 곁에서 귀엽게 멍 때리고 있는 다른 친구를 보며 깔깔거렸던(지금 생각해 보면 하나 우습지도 않은 일인데 지금도 그친구들을 만나면 ‘대구역 사건‘이야기를 하면서 우린 그때 왜 그리 웃었지?묻곤 한다.) 친구 자취방이 늘 떠오르곤 한다.
그리고 그후,
시간이 훌쩍 지나 찾아간 대구였었다.
그 시절의 대구 모습은 하나 없고,대구에 있었던 그 친구는 지금 분당에 살고 있어 현재 친구도 없다.
대구는 내게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곳이지만,
대구는 내게 애틋한 곳이다.
그래서인지 받아 든 시집의 제목이 눈에 들어찬다.
˝대구는 시다.˝
대구는 이제 애틋함 위에 ‘시‘같은 의미를 포개어도 되겠다.



방천학교
엄원태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아프게 노래했던 이는
여기 방천시장 골목에서
카랑카랑한 사랑으로 되살아나 젊음을 산다.

광목천 길게 널어 말리던
신천 자갈밭
동네 큰 개와 어울려 멱 감던 아이 시절을 기억한다.
생선 난전 나물 난전 생생하던
방천시장은
우리 모두의 학교였다.

다시 여기서
나이 든 학생이 되어
젊음을 살아내는 노래한테 배운다.
방천은
살아있는 학교다.

대구를 여행한 장소는 근대사골목거리(마침 계산성당을 들어가볼 참이었는데 주말연속극 ‘부탁해요.엄마‘ 촬영을 한다고 막아섰다.집에서 드라마를 챙겨 봤었는데 성당안에서의 장면은 편집된건지? 보이진 않고, 우리가 거닐었던 골목과 김광석 거리가 잠깐 나왔었다.)와 서문시장,수성연못,그리고 김광석거리를 거닐었었다.
늘 수성연못과 김광석거리가 생각나곤 했었다.
대구를 다녀와서 한동안 김광석의 노래를 찾아 듣고,
올봄을 지내왔었다.
대구는 내게 늘 김광석의 노래가 흐르는 곳이다.



율하에 들다
황명자

시집을 커피로 바꿔주는
카페가 있다.
주인의 얼굴을 지금껏 본 적 없지만
시집을 주면 왜 커피를 주는지 알 수 없지만
전망 좋은 그 카페에서
종종 시집으로 커피를 바꿔 마신다.
참 특이한 카페의 여직원은 물물교환으로
언제나 시집부터 건네받고서 안심한 듯 커피를 내린다.
사장님의 지시라고만 대답하는
예쁘지도 친절하지도 않은 여직원이 있는 카페에서
오늘 난 그의 시집을 커피와 바꿔 마셨다.
그의 시에는 연민과 애연과 갈등,상처가 가득했는데
난 오늘 아메리카노 한 잔에 다 때려넣고서
뜨거운 커피에 녹아 쓴물단물 다 빠진 맹탕이 되어갈즈음
짙은 커피향을 음미하듯,조금은 아쉬운
그의 시를, 아주 천천히
한 모금 한 모금 나눠 마셨다.


대구는 매력적인 도시다.
매력적인 도시 속에서 살아
대구를 표현한,
그들의 삶을 표현한,
그들의 언어가 말랑말랑하다.


저녁이 깊어지는 계절
정하해

어둠은 산자의 눈을 밟아야 올 수 있다.
서로의 환영과 수많은 약속을 이 저녁
밀어낼 수밖에 없는 저 말할 수 없는
무언을,우리는 얼마나 떠안아왔던가
누런 시간이 자동으로 꺼지는 말미에서
홀로 차리는 한 끼의 외로움. 성찬이다.
문지르면 쏟아질 것 같은 그리운 이들
마치 열처럼 오늘 밤 몰려다니는 것은
내 어딘가 타박상 들었기 때문이리라.


얼마전,시인의 성추행 사건의 이야기를 접한후 시를 읽기가 두려웠었다.
작가가 어떤 사람인지 정확히 알고 시집을, 소설을 읽어야 할지도 모른단 강박증이 일다가도 그러기엔 에너지 소모의 피곤함이 쉬이 밀려오게 된다.
시집을 읽는다는 행위가 불신속에서 글자만 읽는 모습이 아닌,행간을 헤아려 작가에게 믿음을 줄 수 있는 시인들이 많이 생겨났음 한다.
대구시인들은 그럴 것이라고 본다.
마음이 편안해지는 시들이 많아 대구 시인들에게 많은 믿음이 간다.

ps.그러고보니 대구에 아는 사람들이 몇 명 있구나!
유00님,후0님,북0000님,붉000님.^^
그래서 대구는 더 매력적인 곳인가보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2016-12-08 11: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16-12-08 11:23   좋아요 2 | URL
요즘 여류시인들의 시가 참 따뜻하게 다가옵니다.
엄마같은 마음!!
무엇인지 알 것 같네요^^
남자시인들은 아빠마음 맞네요.아빠들은 대개 무뚝뚝하잖아요?ㅋㅋ
근데 시들이 참 좋더군요!읽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양철나무꾼 2016-12-08 19: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엄원태 시인의 시들 완전 애정하는데, 여기서 이렇게 만나니 반갑네요~^^

책읽는나무 2016-12-09 13:51   좋아요 0 | URL
그래요??^^
저도 저 시를 읽고 아~좋다!!
했어요.
대구 시인들의 시들이 참 따뜻하게 다가와 좋았습니다^^
 
빈자의 미학 - 20주년 개정판
승효상 지음 / 느린걸음 / 2016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992년 ‘공간학생건축상‘의 주제는 ‘우리의 시대정신을 조명한 소규모 도시건축‘이었다. 그 출제와 심사를 담당한 나는 많은 출품작 가운데서 한 학생의 작품을 발견하고 나의 오래된 질문에 빠졌다.
침묵의 메타포로 가득 차 있던 그 학생의 작품을 읽으며,나는 막스 피카르트의 말을 기억해냈다.
˝살아있는 침묵을 가지지 못한 도시는 몰락을 통해 침묵을 찾는다.˝
자폐적일 정도의 무표정으로 거리의 아우성에 대항한 침묵의 벽,그 벽이 침묵으로 서 있는 한 그 거리는 몰락하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47쪽)

그 학생이 인용한 사무엘 베케트의 대사--˝말하기를 원치 않는다는 것, 네가 무엇을 말하기를 원하는지 알지 못한다는 것, 네가 무언가 말하려 생각함을 말할 수 없다는 것, 그러고도 말하기를 그칠 수 없다는 것....˝([Molloy],1955)--를 읽으며 자코메티가 디자인한 베케트의 희곡 <고도를 기다리며>의 무대 장치를 떠올렸다.
앙상한 한 그루의 나무와 어스름한 달빛...1961년 파리 오데옹 극장에서 막을 올린 이 연극무대는 비록 그 내용이 베케트의 희곡을 압축하여 시사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자코메티와 동일선상에 있는 정신세계였을 것이고 바로 그의 삶에 대한 긴장임에 틀림없을 것이다.(49쪽)

쓸모없는 공간, 예를 들어 우리네 ‘마당‘은 참 좋은 예가 된다. 생활의 중심이나 관상의 상대일 뿐인 이방의 마당과는 달리, 우리의 마당은 생활뿐만 아니라 우리 사고의 중심이며, 우리로 하여금 공동체를 발견케 하는 의식의 공간이다.
이를 ‘무용의 공간‘이라고 하자.

침묵
벽체들은 이러한 공간들을 한정할 뿐이다. 이들 자체로는 존재하지 않으나, 세워져 있다면 그것은 형태 이전의 목적을 가진다.
벽체를 과장하는 것은 그 속에 만들어진 공간을 일그러뜨리는 것이다. 혹은 잘못된 삶의 형태를 이끌기도 하기에 이는 위험하지 않을 수 없을뿐더러, 그 자체만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85쪽)


나는 이를 ‘빈자의 미학‘이라 부르기로 한다.
빈자의 미학. 여기에선 가짐보다 쓰임이 중요하고,더함보다는 나눔이 중요하며, 채움보다는 비움이 더욱 중요하다.
(59쪽)

20년만에 재출간된 건축가 승효상의 사유로 응집된 작은 책이다. 읽게 된다면 승효상의 침묵과 여백의 미가 강조된 건축철학에 깊이 매료되어 절로 평온해짐을 느끼게 될 것이다.
여백이 많을수록 생각은 들어찬다.

댓글(6) 먼댓글(0) 좋아요(1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2016-12-03 21: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16-12-03 22:58   좋아요 1 | URL
님의 사진은 늘 동양화를 보는 듯 합니다
비움의 미학! 맞아요^^

2016-12-04 07: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16-12-04 07:25   좋아요 0 | URL
일찍 일어나셨네요?
저도 갑자기 일찍 눈이 떠져 밀린 글들을 읽고 있었어요^^
인문학적 소양을 가진 건축가들이 설계한 건축들은 설명을 들어보면 나름의 철학이 엿보여 감탄스럽고 재밌더라구요^^
저는 승효상 하면 제일 생각나는 것이 유홍준교수의 한옥자택 수졸당과 고노무현 대통령 묘역이 제일 인상 깊었습니다
이 책은 글은 많지 않은데 읽고 나면 마음이 좀 정돈되는 느낌이 들더군요^^

유부만두 2016-12-04 0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목감기로 고생중이에요 ㅠ ㅠ
약먹고 일찍 잤더니 눈이 떠져서...뉴스 보고 ...북플 중이죠;;; 책읽기엔 컨디션 핑계를 댑니다~

책읽는나무 2016-12-04 07:43   좋아요 0 | URL
아~~어떡해요?ㅜㅜ
전 지난주말 목,콧물,몸살까지 겹쳐 월요일까지 몸져 누워 있었어요ㅜㅜ
이제 좀 살만해졌어요
에휴~~~
집에선 엄마가 아프니 애들도 먹는게 부실해져 내가 먹을 죽 만들면서 반찬없어 같이 먹여 학교 보냈더니 애들이 죽 먹기 싫다고!!!^^
요즘 감기는 너무 독해서 만나는게 무섭단 생각이 들더군요
빨리 나으시길 바랍니다
생강차 있음 따뜻하게 달여 드세요^^
 
안녕 주정뱅이
권여선 지음 / 창비 / 2016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내가 위로 받고 싶어하 듯,세상에는 위로받고 싶은 사람들이 늘 함께 한다는 것을 소설집을 통해 매번 확인하게 된다.수환을 보내고 그동안 붙들어 온 정신을 놓아버린 영경의 위로는 내내 잊혀지지 않는다.작가의 문체가 나이 든 느낌이 그닥 들지 않아 단편집임에도 불구하고 호흡이 끊기지 않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죽음의 수용소에서 (양장) - 빅터 프랭클의
빅터 프랭클 지음, 이시형 옮김 / 청아출판사 / 2005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왜' 살아야 하는지 아는 사람은 그 '어떤' 상황도 견딜 수 있다."
니체,스피노자,도스토예프스키등의 문구를 아무리 많이 알고 있다손쳐도 극한 상황을 고매한 정신력으로 이겨낸다는 것은 감히 상상하기 어렵다.'의미를 찾고자 하는 의지'는 누구나 다 가질 수 있는 항목이던가!! 그저 놀랍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슬픔과 감동에도 근육이 있다면 이 책을 읽고 며칠 째 잔근육들이 뭉친 뻐근한 하루,하루를 보냈었다.이제 좀 담이 서서히 풀려 가고 있는 중이다.

생각할수록 작가가 대단하단 생각이 들었다가 급기야 그 도를 지나쳐 '나만의 작가'가 되어 주었으면 하는~~살짝 정신 나간 스토커 독자가 될 지경에 이르렀으니....이 모두가 최은영 작가가 자초한 일이다.

 

 시간이 지날수록,나이가 들수록 식성과 취향,성격(심지어 외모까지도?) 모두가 변해간다.

서서히 변해가는 것들이 있는가 하면,극과 극으로 극단적으로 변해가는 것들도 많다.

예를 들면 나의 식성은 극단적으로 변해버린 예인데 예전엔 달디 단 단팥빵은 입에 대지도 못했는데 요즘은 부러 찾아서 먹는다.단팥빵을 입에 물고서 변해 버린 나의 식성에 혀를 내두르지만 반면 나는 아주 맛나게 먹는다.이상도 하지?

그리고 취향도 극단적으로 바뀐 경우인데 독서취향 특히 소설을 대하는 자세가 극단적으로 바뀐 경우를 확인하고 참 이상도 하지? 몇 번을 되뇌인다.

이십 대 초반만 해도 여성작가들의 소설을 좀 멀리 했었다.왜냐하면 일기장을 훔쳐 보는 듯한 감성이 부담스러웠었다.그래서 부러 남성 작가들의 책을 읽었던 것 같다.중간 중간 여성작가들의 책을 아주 안읽었던 것은 아니지만 남성 작가들의 문체가 마음에 더 와닿았던 듯하다.

하지만, 언제 부터였는지는 알 수 없으나 지금은 그 일기장 같은 형식의 문체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는 느낌을 받음과 동시에 이젠 여성작가들의 책을 부러 찾게 되었다.

(알고 보면 사실 소설은 모두 일기장 같은 고백형식인데 왜 선을 그었을까? 참 별나기도 하지!)

윤대녕,김영하,김연수,박민규등 남자작가들의 이름을 우선 순위에 두었다면 이젠 박완서,은희경,김애란,김이설,김숨,정이현,한강등 여성작가들의 이름이 자꾸 늘어나게 됨에 따라 우선 순위에 누구를 선택할 것인가? 혼자만의 월드컵 대진표를 짜곤 한다.이젠 그 대열에 최은영 작가도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되었는데 대진표는 그야말로 치열하다.

 

 순결한 꿈은 오로지 이 일을 즐기며 할 수 있는 재능 있는 이들의 것이었다.그리고 영광도 그들의 것이 되어야 마땅했다.영화는,예술은 범인의 노력이 아니라 타고난 자들의 노력 속에서만 그 진짜 얼굴을 드러냈다.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눈물을 흘렸다.그 사실을 인정하기가 어려웠기 때문이다.재능이 없는 이들이 꿈이라는 허울을 잡기 시작하는 순간, 그 허울은 천천히 삶을 좀먹어간다.

<쇼코의 미소 중에서> 

 

 작가는 어떻게 이런 섬뜩한 말들을 덤덤하게 조곤조곤 이야기할 수 있을까!

예전에는 늘 이러한 문제에 부딪치게 되면 괜한 열등감에 노여워했던 옛 시절이 떠올라 순간 얼굴이 붉어졌다.지금은 체념하고 받아들인 상태다.타고난 재능을 가진 자들에게 이젠 박수를 쳐 줄 수 있다.예전엔 그것이 안되었지만 지금은 그것이 된다.그러니까 나이 먹어 가면서 나의 성격 또한 극단적으로 바뀐 경우일 것이다.

 작가의 말대로 재능이 없는 꿈이라는 허울을 붙들고 있어본들 내 삶을 좀먹어 간다는 것을 일찍 깨닫기 시작한다면 기꺼이 나와 다른 부류의 사람들을 인정하게 된다.하지만 그 인정이 청년 시절엔 절대 용납할 수 없을 것이다.허울을 붙들어 찢어버렸다면 타고난 재능있는 자들의 경지에 합류할 수 있었겠지만 약삭빠른 나는 그 허울을 자주 벗어던졌던 듯하다.허울을 붙들고 있는 것도,허울을 벗어 던지는 것도 모두가 가능한 시대는 바로 청춘 그 시절이었기에 가능했을 것이다.

지금은 그냥 무념무상의 시대! 그러다 작가의 저 문구를 대하는 순간 심한 감정이입이 됐었다.

 

 여자는 노인을 볼 때마다 그런 존경심을 느꼈다.오래 살아가는 일이란,사랑하는 사람들을 먼저 보내고 오래도록 남겨지는 일이니까. 그런 일들을 겪고도 다시 일어나 밥을 먹고 홀로 길을 걸어나가야 하는 일이니까...

<미카엘라>

 

 사별하고 혼자 남게 된 노인들을 바라보며 저들을 지탱해주는 힘이 무엇얼까? 생각해보곤 한다.내겐 시아버님이 그러셨고,지금은 친정아버지가 혼자 되셨다.그래서 그런 생각들을 자주 하게 되는데 어떤 힘이 삶의 버팀목이 되는 것인지 나는 실로 까마득하여 감히 추정하기 힘들다.

하지만 나보다 훨씬 어린 작가는 그런 깊은 생각들을 툭툭 무덤덤하게 적어 놓았다.

 

 <미카엘라>에서 아~ 먹먹하다! 생각이 들곤 했는데 순간 <비밀>의 단편집을 다 읽고 평론가의 해설부분을 읽는데 갑자기 툭! 터져서 눈물이 자꾸 흘렀다.

'이 책 전체를 통해 가장 두드러져 보이는 것은 서사를 감싸고 있는 순하고 맑은 힘이다.#$^$%%^$%$^' 결코 눈물이 나올 부분이 없는 문장들을 눈으로 읽는데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정말 누군가 곁에서 지켜 보았다면 해설 부분이 그렇게 슬프냐고 물어볼 장면이라고, 눈물을 멈추자! 스스로에게 외쳐도 눈물이 제어가 되지 않았다.

 

 <비밀>의 어떤 한 장면이 나를 건드렸던 것같다.

한 날 버스를 타고 가는데 맨 뒷좌석에서 '숙아!'라고 은근하게 부르는 엄마의 목소리가 환청으로 들려 정말 깜짝놀라 뒤를 돌아본 기억이 있었다.속으로 더운 여름을 보내고 내가 너무 기가 빠졌던게야!! 환청이 들리다니 밥을 좀 많이 먹어야겠어! 속으로 꾹꾹 누르고 있었던 감정들이었는데 <비밀>에서 손녀가 부르는 할머니 소리를 환청으로 듣는 그 장면이,불현듯 지난 달 나의 경험담을 환기 시켰다.책을 읽으면서 다른 단편들의 여운도 꾹꾹 잘 눌렀고,지난 달의 환청도 잘 다스리고 지내 왔었는데 불시에 갑자기 감정들이 와르르 무너지고 뒤엉켜 눈물이 흐르는데 도저히 멈출 길이 없어 울면서도 나 스스로가 대략난감!이란 단어를 떠올렸었다.

 

 '요즘은 눈물이 나오는 책들이 많지 않아!'라는 생각을 많이 해왔었다.하지만 올 해는 세 권의 책들이 눈물샘을 건드렸고,그것들은 제어가 안되어 혼이 날 지경이어서 어안이 벙벙하다.

그 중 최은영 작가가 제일 나이가 어린 듯한데....

도대체 작가는 어디 숨어 있다가 이제 나타난 것인가! 

뒷편 작가의 말에 쓰여진 여러 공모전에서 낙방을 하여 의기소침했었던 이야기는 재능을 타고 난 사람도 괴로울 수 있다는 것이 놀랍다. 그래서인지 왠지 작가가 더 친근하게 여겨지는 듯하다.

 

작가의 다음 편 소설을 기대한다.


댓글(18) 먼댓글(0) 좋아요(2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yureka01 2016-11-17 1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가슴이 뻐근하셨겠어요..ㄷㄷㄷㄷ
화들짝 감동의 놀람으로 뭉쳐진 감성의 근육이 뭉쳐진다는 표현..그러게요~

책읽는나무 2016-11-17 11:39   좋아요 1 | URL
워낙 운동신경이 둔해서 조금만 움직이면 매번 근육이 뭉치는데 반면 감성신경은 좀 둔한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아녔다는걸 깨닫게 해준 소설이었어요
조곤조곤~~~작가가 넘 좋아진 소설이었어요^^

낭만인생 2016-11-17 11:4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갑자기 먹먹해 집니다..... 남의 일이 아니라.


오래 살아가는 일이란,사랑하는 사람들을 먼저 보내고 오래도록 남겨지는 일이니까. 그런 일들을 겪고도 다시 일어나 밥을 먹고 홀로 길을 걸어나가야 하는 일이니까...

책읽는나무 2016-11-17 12:01   좋아요 0 | URL
저는 바로 곁에 있다라고 생각한다면 삶의 지탱이 된다고 여겨 그런 조언을 신랑한테 해줬습니다만 막상 내가 사랑하는 가족을 잃게 되니 곁에 있다라고 여기는 것조차 버겁단 생각을 하여 이젠 그런말을 함부로 내뱉지 않게 되었어요
어떤위로의 말을 해주는 것보다 그냥 들어주는 것이 큰 위로가 되겠고 본인이 감정을 추스르는 여러가지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슬픔을 이겨내는 것이고 삶의 지탱이 되는 것이 아닌가!생각했었습니다

그냥 평범하게 일어 나서 밥을 찾아 먹는 행위가 슬픔을 이겨내는 방법이 되는건지는 모르겠으나 작가의 문구는 조금 따뜻한 위로가 되어 다가오기도 하였습니다.
저희집 아버지는 열심히 뒷산에 오르시고,일거리를 만들어 찾으시고,요리 레시피를 수첩에 적으시고 몇 가지 반찬을 만드시고,요즘은 반찬가게에서 입맛에 맞는 반찬을 구하셨고~~~
그냥 그렇게 남은 가족끼리 살아가고 있습니다

낭만인생님도 건강 잘 챙기시구요
혹여 감정이 종일 갈까봐 우려됩니다
꾹꾹 누르시고 점심 맛나게 드시길 바랍니다^^

한수철 2016-11-17 14: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쇼코의 미소. 이 작가의 데뷔작이었다고 기억합니다.


여력이 있으시다면- 이 작가와 더불어 최정화, 김엄지 님도 기대해 주세요. 왜냐하면 제가 좋아하거든요.ㅎ^^;


잘 읽고 갑니다.

책읽는나무 2016-11-17 17:48   좋아요 0 | URL
최정화와 김엄지 작가 이름을 꼭 기억하겠습니다!!!
올 해가 가기 전에 꼭 찾아봐야겠어요
수철님이 좋아하신다니깐요^^

곧 저녁시간이로군요!!
즐저녁 하시길 바랍니다^^

유부만두 2016-11-17 15: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글로 표현하기 힘든데 멋진 리뷰 써주셨네요~

2016-11-17 17:5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6-11-17 15: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읽는나무 2016-11-17 17:55   좋아요 0 | URL
음~~~이제 한 달여의 시간이 남게 되니 조금씩 올해의 책이 올라오는군요!
아까 오전에 알라딘 올해의 책 투표하는 코너가 눈에 보여 열심히 투표 했습니다^^

추천해주신 권여선 작가의 소설집도 올해가 가기전에 꼭 찾아 읽어봐야겠어요
벌써 기대가 됩니다^^

책읽는나무 2016-11-17 18:06   좋아요 0 | URL
권여선의 <분홍리본의 시절>이란 제목이었던가요??
갑자기 옛날 도서관에서 기분좋게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책표지가 예뻐서 읽었는데 내가 완독을 했었는지 기억이 가물하여 그 책도 다시 읽어보고 싶어 졌어요^^

북프리쿠키 2016-11-17 17: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쇼코의 미소가 계속 절 꼬시는데
나무님이 결정타를 날리시네욤~
흐흐흥~어제7권 오늘2권 지르고 선물1권
받았는데 이러실껍니까ㅎㅎㅎ

책읽는나무 2016-11-17 18:02   좋아요 1 | URL
아니~~~북프리쿠키님께선 아직도 쇼코의 미소책을 안읽으셨다구요??
안됩니다 안돼요~~^^
올해 아직 시간이 남았으니 꼭 읽어보세요!!

지름신이 지금 완전 부채질을 하고 계신가보군요??
저도 아까 오전에 불현듯 지름신이 속삭여 몇 권 질렀네요
참기로 목표 세우고 잘 참아왔었는데ㅜㅜ
이젠 도서관을 찾아야죠!!
도서관을 가서라도 이 책을???^^
저녁 맛있게 드십시오!!!

2016-11-17 18: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그렇군요 쇼코의 미소를 한 단어로 표현하라고 한다면 ‘맑음‘이겠군요! 공기맑음이 아니라 햇살이 아롱져 비치는 물맑음.
저도 이 책 좋았어요^^ 취향 변한 것도 공감~~
조해진.윤이형 작가님도 기억해주셔요. 한국소설 화이팅:)

책읽는나무 2016-11-17 20:39   좋아요 0 | URL
물맑음!! 작가랑 어울리는 단어같아요
가을계곡에서 조용히 흐르는 맑은 물이 상상되어 지네요^^
조해진,윤이형 작가님까지!!!
헉헉~~오늘 추천받은 작가님들 명단에 적고 기억하느라 바쁩니다^^
제발 올해가 가기전에 죄다 읽었음 좋겠어요
2016년 올해 좋은 한국소설이 많이 나왔지만 다가오는 2017년에도 더 좋은 작품들이 쏟아져 나와 즐거운 비명을 질렀음 좋겠네요!^^

즐거운 가을 밤 되시옵소서!!^^

icaru 2016-11-30 13: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아니 모야모야요!!! 당장 찜이어요! 이책!!! 책나무님의 마음을 훔쳐간책!!!

책읽는나무 2016-11-30 20:35   좋아요 0 | URL
네네~~~^^
님도 언능 읽어보셔요
작가가 이뻐 죽겠더라구요!!
요즘 알라디너들 읽고 나서 넘나 좋은 책들 마구 전도하는 추세라죠??

이카루 자매님!!
한 번 읽어 보셔요ㅋㅋ

icaru 2016-11-30 13:2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읽고 나서, 다시 댓글 달겠사와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