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38권
1.4월 27일
2.알라딘
3.이책은 잠깐 부산에 외출할일이 생겨 준비하면서 집어 든 책이었다.
가방이 어찌나 작은지 웬만한 책이 들어가지질 않았다.
그래서 가방 크기에 맞춰 책을 고르다보니 이책이 눈에 띄었었다.
작년에 사다 놓고 아직 읽지 않았던 책이라 책꽂이에서 잠자고 있는 책들에게 많이 미안하기도 했었다.
이젠 이것들을 다 읽어주고 쓰다듬어 주어야 할터인데....이생각만 하고 얼른 집을 나섰다.
집근처 버스 정류장에서 부산으로 바로 가는 시내버스가 있었던지라 거기서 버스를 기다렸건만 아~~
나의 인내심 한계를 테스트하는지....버스가 빨리 오질 않는다.
거의 삼십분에 한 대씩 오는 것 같다...=3=3
버스를 기다리면서 책을 읽을 수 있었으나 그쪽은 아파트와 대학 건물 공사중인지라 트럭이랑 레미콘 차가 쌩쌩 달리고 바람도 많이 불어 먼지가 엄청 날렸다.
그래서 나는 건물쪽에 숨어 있기 바빠 책을 읽을 엄두를 내질 못했었다.
(먼지가 어찌나 날리는지 이건 뭐 중국에서 불어오는 황사를 방불케 한다...ㅡ.ㅡ;;)
목적지에 내려 한참을 걷는데 나는 순간 아뜩해지면서 현기증이 일었었다.
줄곧 소도시에서 그것도 우리집은 시내에서 좀 떨어져 있는 곳이라 한산하고 조용한 곳에서 거의 일 년을 살다가 갑자기 복잡한 도시 한 중간에 서 있으니 시끄럽고..어지럽고..좀 바보가 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도시에 살적엔 잘 몰랐던 건물들이 엄청 높아 보이고..
우리동네 마트보다 부산에 있는 마트는 더 대형같아 보이고..사람들도 많고..사람들도 바빠 보이고...
ㅡ.ㅡ;;
나는 그동안 우리집 이곳의 동네 분위기에 아주 익숙해졌나보다.
내가 간 부산의 그동네는 또 그리 유명한 번화가도 아니었다.
그런데도 적응을 못하는 내자신이 좀 초라해 보이기도 했고...
이곳에 살면 답답하고 어지러워서 어찌 살까? 싶어...나는 좀 혼란스러웠다.
암튼....볼일을 보고 신랑 퇴근시간에 맞춰 같이 집으로 돌아오고 싶어 부러 시간을 때울 만한 곳을 찾아 두리번 거렸더니 햄버거 가게가 눈에 띈다.
마침 백도 많이 고팠던지라 그곳에 들어가 이층 한 구석에 자리를 잡고 책이나 읽어야겠다고 여겨 이층에 올라갔더니 여학생들이 떼지어 앉아 어찌나 시끄럽게 떠들어대던지.....ㅡ.ㅡ;;
도로 일층으로 내려왔다.
헌데 이번엔 옆에 있는 사십대 아줌마 두 명이 또 떠들어대는군!..ㅡ.ㅡ;;
그래도 꿋꿋하게 버티고 앉아 펴들어 읽었던 책이 바로 이책이었다.
그렇게 떠들어 대던 아줌마들은 어느새 핸드폰을 받고서 나갔고..내옆자리와 내 뒷자리에는 사람들이 여러 명 바뀌었더랬다...나는 그렇게 두 시간 가량을 앉아서 책을 읽었었는데...내가 앉았던 자리가 많이 외지고 구석진 자리였던지라 참 편하고 좋았었다.
내가 작년에 시아일합운빈현님께 한 번 빌려드렸던적이 있었는데..그님의 리뷰가 좀 인상적이었었다.
이책은 버스안에서 가볍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고...
그래서 나도 그래봤으면 좋겠다라고 생각을 품었으나 정말 바깥에서 그리고 신랑을 만나러 가는 지하철 안에서(나는 버스안에서는 차가 흔들리는 진동에 눈이 너무 아파서 책을 제대로 읽질 못하겠다..)..읽었었다.
그리고 내내 생각했다.
그님의 말이 맞다고!..^^
헌데..또 이책이 아멜리 노톰브의 처녀작이라고 생각하고 읽는다면 또 색다른 느낌이 들기도 한다.
나는 곱상하고 가련해 보이는 외모에서 제법 거친 내용의 소설 같아 보여 남자 소설가가 썼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품고 신랑에게 물어보았다.(신랑은 작년에 이책을 앞부분만 살짝 읽었었기 때문!)
"이거 여자 작가가 쓴 것 같지 않지?"
신랑왈.."여자 작가가 쓴 것 같더라...스릴이 없고 늘어지는게...그래서 바로 책 덮었잖아~~"
............ㅡ.ㅡ;;
(자기 책 안읽는다는 소리는 죽어도 안하지!..ㅡ.ㅡ;;)
또한 사족으로 나는 책의 결말 부분을 어제 졸면서 읽었더랬는데.....깨고 보니 생각이 잘 안나..
다시 한 번 더 훑어보았더니...헉~~ 내가 예상하지 못한 결말이 나 있었다.
역시 졸면서 책을 읽는 건 아닌가보다.
잠이 올땐 그냥 책을 덮고 그대로 자자!
안그러면 엉뚱한 결말이 난걸로 알고 살아갈테니...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