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정호승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
강렬한 제목에 끌리어 집어들고 읽었으나,
읽는 순간도,읽은 순간도
제목의 시를 읽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했다.
글샘님의 페이퍼를 읽고 제목의 시는 원 시가 따로 있다는 것을 뒤늦게 알아챘다.
<사랑하다가 죽어버려라>는 하정완의 시였다는 것!

내 메모지에는 이런 시를 옮겨 놓고 있었다.

추억이 없다.

나무에게는 무덤이 없다.
바람에게는 무덤이 없다.
깨꽃이 지고 메밀꽃이 져도
꽃들에게는 무덤이 없다.


나에게는 추억이 없다.
추억으로 걸어가던 들판이 없다.
첫 눈 오던 날 첫키스를 나누던
그 집 앞 골목길도 사라지고 없다.

추억이 없으면 무덤도 없다.
추억이 없으면 사랑도 없다.

꽃샘바람 부는 이 봄날에

꽃으로 피어나던 사람도 없다.   


 

 

 

 

 

 

 

 

 

 

 

 

 

 

34.<꽃이 그냥 꽃인 날에> 장종권

문득,
나는 시를 읽는다는 것이 내겐 참 어렵다는 생각을 많이 했었다.
함축된 글 속에 도대체 무슨 말을 하려는 것인지,
도대체 왜 그렇게 짧디 짧은 글 속에 격한 감정들을 억지로 쑤셔 넣는지,
어렵고 또 어지러웠다.

항간에 20대에 시를 읽어야 한다고들 했다.
하지만 어렸던 나에겐 도무지 이해가 가질 않았고,이해하려 하지 않았다.
그래서 시를 부러 멀리 하였고,
멀리 하였으므로 알고 있는 시집도,시인도 그리고 싯구도 많지 않다.
그래서 지금 나는 조금,
아니 많이 부끄럽다.
내가 알고 있고,좋아했었던 시들은
반짝이는 보석수집하듯 예쁜 싯구로 된 시들이었던 것같다.
지금은 담담하게 삶을 읖조린 시들이 더 와 닿는다.
시인들의 격한 감정들도 때론 이해가 되는 순간들도 있다.
시는 어쩌면 30,40대가 읽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다.

갑자기 생각난 건데,시집이라고 하면 항상 어릴때(어릴때가 맞는겐지 그것도 기억이 가물가물~
10대였는지? 20대였는지? 내머릿속의 지우개.ㅠ) 본 드라마의 한 장면이 꼭 떠오르곤 한다.
언제쯤 본 건지 기억이 나질 않으나 김수현작가 작품인 <목욕탕집 남자들>이란
드라마였던 것같다.목욕탕 주인의 아들 중 둘째아들네 부부가 나온다.
남성훈과 윤여정이란 배우가 부부역할을 했었을 것이다.(내기억이 맞다면!)
무뚝뚝하고 차가운 남편에게 살가운 정을 받지 못하여 쓸쓸한 마음을 항상 시집을 읽으면서 마음을 달래는 윤여정의 연기가 인상적이었다.(항상 레이스가 달린 하얀 잠옷을 입고 침대에 누워 잠들기전 시집을 읽었던 것같다.^^)
그시절엔 나도 어렸으므로 윤여정의 연기가 어찌나 실감나던지 둘째 며느리인 윤여정을 얄밉게 봤던지라 정말 윤여정 자체를 싫어했었던 것같다.^^
하지만 지금은 개인적으로 윤여정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
침대에 누워 항상 시집을 읽고 있던 윤여정의 모습은 나름 롤모델이었나보다.
저정도의 나이대에 읽어야 하는 책이 바로 시집인가보다~ 그냥 고개를 끄덕였는데,
내가 지금 따라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하얀 잠자리 잠옷을 입지 않고,침대가 없어 침대에서 읽지 않는다.^^) 

각설하고,
이시집을 읽을때 순간 구미가 땡겨 메모지에 옮겨 둔 시는 이것이었다.

<꽃이 꽃이기 위해서는 죽어야 한다>

꽃이 꽃이기 위해서는 반드시 죽어야 한다.
죽지 않는 꽃은 꽃이 아니고 피지도 않는다.
간밤 꿈속에 몇 번이고 죽은 꽃들이 일시에 일어나

죽어도 죽지 않고 강 건너 해뜨는 마을로 떠났다.
딸이고 아내이고 어머니이신 꽃이여
의미는 아무리 퍼 올려도 비어있을 뿐이다.
없는 의미로 빈 두레박 가득 채워 퍼 올리는새벽

그래도 짙은 어둠 속에서 하늘을 찰랑거리고

일도 없는 바람은 쉼 없이 사뿐사뿐 거린다.
살아있다는 것을 증명할 수 있을때에

우리는 비로소 죽지 않았음을 알 수 있다.
그래서 분명 죽을 수만 있다면 우리 언제든

살아있는 세상의 아름다운 존재들을

볼 수 있을 것이다.
아이야 나 죽을래나 보다.
목숨으로 아들의 발목을 붙잡는 어머니가 그래도 어머니이다.


아직도 시를 읽으면,올곧게 모든 것을 이해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시에 대한 나의 난독증은 아마도 어린 시절부터 동시를 많이 읽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애써 이유를 대 본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자주 동시집을 들려주는 편이다.
나와 같이 너무 나이 먹어 시를 접하지 마라고....
어린시절부터 시의 맛을 알고 느낀다면 아이들의 일상속에서 운율을 발견할 수 있지 않을까,
약은 기대(?)도 해본다.


그래서 며칠 아이들에게 읽혀준 동시집을 간추려 보았다.

  

 

 


 

 

 

 

 


문학동네 동시집 시리즈중 1권으로 김은영 작가의 <선생님을 이긴 날>이다.
<ㄹ받침 한 글자>와 <아니,방귀 뽕나무>란 동시집으로 사계절 저학년 문고에서도 접할 수 있는 작가다.
김은영 작가의 동시집은 재미나기도 하고,조금 저릿저릿하기도 하다.
아이들의 입장에서 감정을 잘 살려낸 시들이 많다.
후반부 엄마를 잃은 아이의 독백같은 시에선 아이를 가만히 안아주고픈 생각이 절로 들게한다.
동시는 따듯한 마음을 절로 품게 해주니 아이들은 정말 마구 마구 읽어야 할 책인 듯!^^
아이들아! 어서 어서 읽으렴!^^

중에서 가장 웃음이 나온 시는 

<선생님을 이긴 날>

내가 무얼 잘못하면
선생님은 내 이름 대신 별명을 부른다.
선생님이 부르니까 아이들도 내 별명을 부른다.
오늘은 아침 자습 안 했다고 또 내 별명을 불렀다. 
순간 내 머릿속에서 시한폭탄이 터져 버렸다.
선생님 내 별명 부르지 마세요. 차라리 종아리를 때려 주세요.
깜짝 놀라 벌게진 얼굴로 나를 노려보기만 하는 선생님
떨렸지만 속이 후련했다.

 

 

 

 

 

 

 

 

 

 

 

 

푸른책들에선 나온 신형건님의 <엉덩이가 들썩들썩> 동시집.
<거인들이 사는 나라>책으로 유명한 신형건작가의 동시집은 처음 접한다.
제목처럼 동시엔 의성어,의태어가 좀 많이 나오는 듯!^^

푸른책들에서 나온 동시집 시리즈도 눈여겨 볼만하다.
시리즈 제목 또한 <시 읽는 가족>이다.

가족 모두 시를 읽는 풍경....생각만으로도 흐뭇한 풍경들이다.
아마도 신형건 작가는 그것을 꿈 꾸었기에 동시집도 만들고,출판사도 만들고 하지 않았을까?^^


중에 눈길을 끄는 시를 하나 뽑자면,

<손톱에 끼인 때>

텃밭에서 일하고 들어온
엄마 손톱에 까만 때가 끼었어요.

마당가에서 흙장난을 하다

엄마 뒤를 쫓아 들어온

내 손톱에도 새까만 때가 끼었어요.

이제 곧 점심 먹어야 한다고
엄마는 
내 손을 말끔히 씻어 주어요.

엄마,
나는 일도 하지 않았는데
엄마처럼 손톱에 때가 끼었어요!

아무렴,
너도 일을 했지!
넌 노는 게 일이잖니?
신나게 흙장난하는 게 바로
네 일이잖니?



 

 

 

 

 

 

 

 

 

 

 

 

 

초등생만 읽는 동시집만 있는 것이 아니다.
아기들도,유치원생들도 신나게 읽을 수 있는 동시집 그림책도 많다.
창비에서 나오는 우리시 그림책 시리즈와 문학동네에서 나오는 아기시 그림책 시리즈를 
즐겨 읽히는데...창비에서 나온 동시집은 초등 저학년들까지도 읽을 수 있는 수준이고,
문학동네 동시집은 주로 어린 아가들에서 유치원생까지 읽혀주면 좋을 책들이다.
문학동네 동시집은 주로 시가 동요가 된 것들이 많아 유치원생은 주로 그림을 보면서 절로 동요를 익히게 될 것이고,아기들에겐 두꺼운 하드보드지로 된 양장본이기 때문에 처음 그림책을 접하는 아가들에게 이왕이면 이런 동시집을 보여준다면 더 좋을 듯하다.

집에는 <구슬비>와 <누가 누가 잠자나> 두 권이 있는데 큰아들은 구슬비 책을 꽤 오랫동안 들여다보면서 노래를 불렀었는데 밑에 둥이들도 이 두 권을 끼고 살았던 것같다.
며칠전 <설날>책을 도서관에서 우연히 발견하여 빌려와 읽어주면서 노래를 불러주었는데,
음~~ 
음이 제대로 맞는 것인지 기억이 가물가물~
동요가 8절까지 있었던가? 생각보다 길었다.

까치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
곱고 고운 댕기도 내가 드리고, 새로 사 온 신발도 내가 신어요.
우리 언니 저고리 노랑 저고리,우리 동생 저고리 색동 저고리.
아버지와 어머니 호사하시고,우리들의 절 받기 좋아하셔요.
우리 집 뒤뜰에는 널을 놓고서,상 들이고 잣 까고 호두 까면서
언니하고 정답게 널을 뛰고, 나는 나는 좋아요 참말 좋아요.
무서웠던 아버지 순해지시고, 우지 우지 내 동생 울지 않아요.
이 집 저 집 윷놀이 널뛰는 소리, 나는 나는 설날이 참말 좋아요.
 
예전에 큰아이 유치원 시절 알림장에 적어 가는 엄마숙제(?)가 있었는데
6살무렵엔 유치원 선생님이 항상 동요를 불러주고 그것을 엄마앞에서 부르면 엄마는 잽싸게
노래 가사를 알림장에 적어줘야했다.가사를 완벽하게 적으면 참 잘했어요~ 도장을 찍어 주셨는데
나는 그게 참 힘들었다.
쌍둥이들은 너무나도 어렸고(두 살 이었으니~ㅠ)
내가 잘 아는 동요는 모르겠으나,생전 처음 듣는 동요일적엔
음치인 아들을 바라보며 알림장에 받아적기가 무척 곤혹스러웠다는~~
헌데 알고 있는 동요라 자신만만했었던 <설날>이란 동요에서도 조금 좌절했었던 부분이
4절에서 '호사하시고~~' 그부분이 너무 애매하여 고민했었던 시간들이 갑자기 떠올라 
갑자기 웃음이 풉~
유일하게 알고 지내던 아이 친구 엄마한테 전화를 걸어 물어보니 이엄마도 '호사하시고'에서 고민고민하던차 호사란 부분으로 둘이서 낙점시키고 적어보냈더니 호사가 맞다하여 
꼭 시험에서 틀렸던 문제를 맞다고 해주신 것처럼 엄청 기뻐했었던 기억이 떠오른다.
그시절 이그림책이 있었다면 자신있게 적어줬을 것이고,
어쩌면 8절까지 좔좔좔 적어 줘서 아들 어깨를 으쓱하게 해줬을텐데....싶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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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바람 2012-06-24 10: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들에게 시를 읽어주시는 멋진 엄마 나무님.
한때 시인지망생인척 하고 다닌척 있는 저는 전혀~
늘 아이하나도 방치하고 내비두는데~
저도 반성해야겠어요

책읽는나무 2012-06-24 21:30   좋아요 0 | URL
자주 읽어주진 않아요.내기분 내킬때만..쿨럭~
시인지망생이셨어요? 멋져라~~
시를 읽는 젊은이들은 왠지 멋져 보입니다.
제겐 시가 너무 어려웠거든요.^^;;

저도 아이들 방치 많이 합니다.되도록 부지런을 떨려고 노력은 하는데..
체력도 안되고,그때그때 기분도 안따라주고...ㅋㅋ
그래서 서재마실 다니면서 선배엄마들 뵈면서 저도 도움 많이 받고,
반성도 하고 그래요.^^
우리 같이 반성의 기도를 올릴까요?ㅋㅋ
아마도 반디가 우릴 용서해줄 것같으네요.^^
반디 안녕?

책을사랑하는현맘 2012-06-24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제 서재 방문해 주셔서 저도 놀러왔어요.
아이들에게 시를 읽어주시는 엄마시군요. 정말 존경스럽습니다.
전 제가 시를 그리 즐겨 읽지 않아서인지, 책은 많이 읽어줬어도 시를 읽어 준 기억은 없는 것 같아요...
앞으로 배우러, 그리고 놀러, 자주 올께요.^^

책읽는나무 2012-06-24 21:27   좋아요 0 | URL
책 주문할때 한 번씩 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언젠가 아이 수학관련책 검색하다 우연히 님의 페이퍼를 보고,
도움 많이 받았더랬습니다.
어젠 꽃사진이 어찌나 황홀하던지~~
저런빛깔의 꽃을 제가 좋아하는 것같네요.정신을 못차리겠더라구요.ㅋㅋ

저도 시를 즐겨 읽지 않았고,지금도 좀 그러하네요.
그래서인지 아이들은 나처럼 안되었음 하는 바람에 한 번씩 읽어주곤해요.
그래도 역시 시는 좀 힘든지 큰녀석은 그닥 좋아하지 않는 것같기도 하고??
별 느낌 없이 듣는 것같은데...잘 모르겠네요.^^
되려 제가 더 동시를 열심히 읽고 있는 것같아요.
시는 안읽고 동시를 읽고 있는..
그래서 내가 맨날 똑똑해지는 것같아요.ㅎㅎ
아이들 책 읽어주는 엄마들은 날로 똑똑해지고 있어요.그렇지 않나요?ㅋ

저도 님께 도움 많이 받고,많은 가르침 받고 싶어요.
저도 자주 들르겠습니다.^^

2012-06-24 2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6-24 22: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숲노래 2012-06-25 05: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머니가 아이한테 들려주는 말이 시요,
아이가 어머니한테 들려주는 말이 시예요.

'문학'이라는 이름이 붙을 때에는 그냥 '문학'이 되겠지요.
시는 누구나 언제나 쓴답니다..

책읽는나무 2012-06-26 07:08   좋아요 0 | URL
어머니인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아이가 내뱉는 말들은 시로 와닿는 경우가 참 많았어요.
특히 어린 아가들이 더 그러한 것같았어요.^^

자기전 아이눈을 들여다보면 저도 내눈을 들여다보더라구요.
자세히 보면 아이 눈동자속에 내모습이 보여요.
아이도 그러했을 법했는지..
"엄마 눈 속에 내가 있고,
내 눈 속에 엄마가 있어요."
지극히 당연한 이말이 순간 시로 들리던 순간이 있었네요.^^;;

헌데 이런 입말도 아이가 정말 사랑스러울때만 들리니
그것이 큰 문제더라구요.
요즘은 시로 된 입말이 잘 들리지 않으니~~ㅠ

기억의집 2012-06-25 19: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호승 시인이 어린이 말꼬리 동시집도 냈지요. 아닌가요? 검색해야 하는데, 손가락 하나 움직이기가 귀찮아서~

저는 끝말잇기도 귀찮아 하는 사람이라 시를 잘 안 읽어주었는데, 그림책은 많이 읽어줘도 시는 정말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읽어주었던 것 같아요. 지금은 아예 안 읽어주고 있어요. 나무님, 대단하심~

책읽는나무 2012-06-26 07:03   좋아요 0 | URL
비룡소에서 나온 말놀이 동시집 말씀하시는 것 맞죠?
정호승이 아니고 최승호 시인이네요.
순간 저도 맞다~ 아닌가? 헷갈려 검색해봤더니 최승호님이시네요.
적고 보니 이름이 비슷하여 헷갈릴만해요.ㅋㅋ

끝말잇기는 저도 좀 지겨워해요.항상 그밥에 그나물인 식으로 매번 같은 단어만 불러대니~~ㅠ 둥이들 유치원 숙제가 매일 한 장씩 적어가야 하는 단어장이 있어요.월요일이 바로 끝말잇기거든요.대부분 비슷한 단어에요.
두 명이니 숙제도 두 개씩이죠.ㅠ
동시집은 부담없이 읽어주기 괜찮아서 한 번씩(자주는 아닙니다.ㅡ.ㅡ;;)
읽어주는편이에요.읽어주다보면 분명 글밥 많은 그림책보다 훨씬 읽어주기가 재미가 납니다.둘째 따님에게 한 번 시도해보심이??쿨럭~

2012-06-26 09: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6-27 12:0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6-26 09: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2-06-27 07: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31,32권

 

 

 

 

 

 

 

 

 

 

 

 

책 읽은 것을 기록하지 않으니 그동안 읽었던 책 제목이 하나 기억나지 않으니~~끙!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책이 있다면 이 두 권!

<지하철>출판 된지 오래 되어 지금은 거의 절판될지도 모르겠다 싶을 정도로 오래전에 나온책이다.이렇게 예쁜책을 이제 읽어 어쩌면 다행이라고 여겨야할지도 모를일이다.
예쁘다라고 표현하기에 미안할 정도로 큰울림이 있는 그림책(?)이다.
아이가 아닌 어른이 읽는 그림책이다.
작가가 암투병을 겪은후에 쓴책이라 그런지 더욱더 사소한 것들에도 의미가 담겨진다.
지하철을 탈때 이책을 떠올린다면 이제 칠흑같은 지하 어둠의 공간들이
조금은 지겹거나 갑갑하지 않겠다 싶다.

<길 위에서 꿈을 쏘다>
제목에 혹하여 무작정 책을 빼들고 왔다.
왜? 난 쌍둥이 엄마니까 쌍둥이들 얘긴 기본적으로 읽어줘야 않겠어?^^
들고 와서 보니 쌍둥이들을 키운 육아서적이 아닐까? 약간 부분들은 약간 오해(?)가 되었고,
쌍둥이들이 어린시절부터 여행을 다닌 기행문 형식으로 자신들이 성장해온 과정을 아이다운 문체로 순수하게 읊어놓았다.
아~ 하면서 책을 덮으려 했지만,읽을수록 아이들보다도 쌍둥이를 키운 이 어머니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에 계속 읽게 되더라는~~
아버지가 공부를 하시는 학자이신지? 아버지 때문에 한국과 미국을 오가면서 자라와 쌍둥이들은 좀 이곳 아이들과는 다르게 자유분방하게 자라온 스팩(?)이 절로 쌓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기도 하지만,아이들의 엄마가 참 남다르다는 생각을 받게 된다.
철저하게 자연속에서 아이들을 키우려 노력했고,그래서 아이들은 자연을 사랑하는 아이로 잘 자라주고 있다.지금쯤 대학을 갔을 나이가 되었을텐데...대학을 가고 안가고를 떠나 분명 이쌍둥이들은 자연을 보호하고 사랑하는 일에 앞장서 공부하고 종사하고 있지 싶다.

다른 것보다도 부러운 것은 엄마의 뜻대로 올곧게 잘 자라주고 있는 아이들이 기특했다.
내아이들 셋도 내가 바라고 있는 원하는 방향대로 잘 자라주길 바라마지 않지만,
한 번씩 어긋나는 행동을 볼땐 참지 못한다.
그런 것 또한 너그럽게 보아줘야 하는데 인격수양이 덜 되어 참지 못하는 듯!ㅠ
아마도 저 아들 쌍둥이들이 나의 그늘에서 자랐다면 저리 기특하게 자라지 못했을 것이란 생각도 해본다.(너희들은 나를 만나지 않고 너희 엄마를 만난 것에 정말 감사해야해!ㅋㅋ) 

이책은 나에게 육아서적 이상의 느낌을 남겨준 책이기에 기록해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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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2-06-25 20: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하철 읽었어요. 이 작가가 혈액암에 걸렸는데,,, 이 작가는 운이 좋은지 혈액암이 사라졌다고 책날개에 써 있던 게 기억이 나요. 제가 좀 암에 관심이 많아서 ...기억해요. 이 작품도 색이 인상적이라 기억나고요.

아니여요. 님은 그렇게 말씀하셔도 아이들은 자기 엄마가 젤 좋다고 할걸요. 갑자기 생각났는데 울 언니가 들려 준 이야기예요. 예전 언니가 다녔던 회사에서 유부남 유부녀가 눈이 맞아 자식 둘씩 데리고 결혼을 했대요. 막상 결혼하니 눈 맞았던 그 때가 좋았지, 아이들하고 생활 하려니 자기 새끼 니 새끼 막 따지게 되나 봐요. 그러던 차에 회사에서 여직원을 그만두게 하려고 여직원들을 지방을 발령이 내서 주말 부부로 생활하는데, 여자가 금요일 저녁에 집에 오면 자기새끼들은 정말 오래동안 껴 안아주고 싶다 하더이다. 부산으로 발령이 나서 애들을 데리고 가려고 했더니 남자가 왜, 니 새끼라서 데려가냐! 라고 따져서 그러지도 못하고 아이들은 새아빠와 있다는. 참 그렇죠.

기억의집 2012-06-25 2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고 보면 대부분 아이들은 자기를 난 엄마를 젤 좋아하고 엄마도 자기 자식을 젤 이뻐하는 거 아니겠어요. 아무리 남들 눈에 좋아 보이는 엄마도 내 엄마가 아니면 꽝, 인 것 같아요.

후일담으로 서로 바람나서 결혼한 저 커플도 현실적으로 살아보니 지지고 볶고 사나봐요. 울 언니랑 가장 친한 친구한테 그렇게 하소연을 한데요. 씁쓸하죠.

책읽는나무 2012-06-26 07:37   좋아요 0 | URL
ㅋㅋㅋ
그렇군요.
연애는 확실히 연애고,결혼생활은 현실이 될 수밖에 없군요.ㅠ
재혼해서 진정한 자신의 삶을 찾는다는 얘기들은 그저 드라마일 수밖에 없나봐요.ㅋ 전 얼마전 '아내의 자격' 드라마에 흠뻑 빠져 봤었는데요.
끝나고 나선 재혼해서 과연 두 남녀의 삶이 행복할까? 좀 의문이었어요.
헌데 님께서 확실한 현실을 말씀해 주시니 정말 그랬군요.
두 분은 또 힘든 여정을 겪고 계시겠군요.현실은 정말 현실이라서 슬프군요.

그리고 님의 글을 읽다가 문득 그림책 제목이었나? 동화책 제목이었나?
'못나도 울엄마'란 제목이 갑자기 떠오르네요.^^
자신감을 가져야겠어요.
요것들~~^^

저도 몇 년전 검진 받다가 암일 수도 있다라는 의사말에 다시 재검을 받은 적이 있었어요.정말 그때 주변이 새까매지면서 순간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은 아이들의 모습밖에 안떠오르더라구요.특히 어린 막내들이 가장 마음 아프게 두둥~ 했었던 기억이 나네요.ㅠ
그래서 저도 암이라고 하면 덜컥 겁이 나면서 예사로 넘기지 못하고 있어요.
작가가 어떻게 암을 이겨 냈는지 저도 참 신기했었다는~~
아마도 작품활동을 하면서 가진 긍정적 마인드가 크게 작용하지 않았을까?
억측을 해보았습니다만....
암튼..우리 모두 건강해지자구요.^^
 

28권

 지난달 우리집 세 여자들의 생일기념겸...가족들의 단합기념을 목적으로 경주에 다녀왔었다.비바람이 몰아치던 바로 그날!ㅠ
평소 안압지의 야경을 무척 보고 싶다라고 바랐지만 여건이 되지 않았는데 그날밤 우리는 우산을 쓰고 안압지의 야경을 보았고,다음날 세찬 바람을 맞아가며 몇 년을 벼뤄왔었던 양동마을도 내처 둘러보고 왔었다.평소 애아빠가 주말마다 쉬질 못해 우린 날씨상황을 봐가면서 나들이를 하지 않는편이다.비가 와도 그냥 시간되면 우산들고 휴가를 떠나는편이긴 한데...이번엔 정말 후유증을 톡톡히 체감했다.

애들은 그런대로 괜찮았는데(하긴,미리 감기몸살을 했으니까!) 어른들이 완전 감기몸살에 넉다운되어 몇 주를 고생했다.
우린 5년만에 생일기념으로 경주에서 1박 2일을 했었는데 그대가는 혹독했다.ㅠ

 

하지만 하나 건진 것이 있다면 경주에서 이책을 읽고 왔다는 것!

경주에서  새벽에 이책을 딱 읽어보니 정말 느낌이 친근하고 새롭게 다가왔었다.
신라 그시절 최치원이 바로 곁에 있는 듯했다.

이해하기 어려운 구문도 많았으나 책의 초반에 씌어져 있는 싯구들은 감탄이 절로 나온다.

어쩌면 내가 더 특별하게 느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지만....^^

그래서 이책에 그날 비바람이 몰아치던 경주행 1박 2일의 추억을 묻어둔다.

 

 

29,30권

 

 

 

 

 

 

 

 

 

 

 

 

 

미야베 미유키!

몇 년 전부터 알라딘에서 이름이 오르내렸건만 일본의 추리소설물은 좀 무섭다라고 느껴버려 언제부턴가 멀리했었던 것같다.
나이 들어갈수록 공포심이 증대하는 것같다.
그래도 이십 대때는 무섭다고 하면서도 호기심에 여름엔 꼭 공포영화도 직접 찾아보고 했었는데 애를 낳고 신랑이랑 주말부부를 하면서부터 공포영화는 '절대 사절'되어버렸고,심지어 비슷한 분위기의 책도 못읽게 되어버렸다.
아마도 예전에 온다리쿠의 책을 읽으면서 일본작가들의 추리소설물을 끊어버렸던 것같다.
한밤중에 온다리쿠의 책을 읽노라면 바로 내 목덜미 뒤로 그주인공의 숨소리가 느껴지는 듯한 느낌에 뒷목이 뻣뻣해지는 순간이 많았다.
그래서 미야베 미유키..미미여사님이라고 모두들 극찬을 하는데도 애써 눈을 돌려버렸었다.
헌데 화차 영화예고편을 보고서 정말 읽고 싶다라는 생각이 간절해졌다.
(영화를 보려고 벼뤘건만..한 달만에 이미 막을 내려버렸다.인기가 없었나? 영화는 괜찮아 보이던데..)

그래서 도전!
기억의 님집과 이카루님께 선물 받은 미야베 미유키의 두 권의 책 '흑백'과 '화차'를 읽기 전에 도서관에서 먼저 빌린 낙원책으로 시작했다.
난 도서관에도 미미여사책을 보질 못해 왜 없을까? 의아했더니 책꽂이 맨 아랫쪽에 있어 찾질 못했었다.그러면 그렇지~ 여기면서도 왜 이리 유명한 작가의 책들을 하필 눈에 띄지 않는 아랫쪽에 진열해놓았을까? 그것이 더 의아했다.

이책을 읽기전에 '모방범'이란 책을 먼저 읽었어야한다는 걸 책을 읽으면서 알게 되었다.
책의 두께가 꽤 두꺼운 편인지라 잠깐 잠깐 짬을 내어 읽어나가다보니 내용의 흐름이 자꾸 끊어져 중간 중간 지루한 감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역시 여성작가가 추리해내고 있다라는 느낌을 강하게 받을수 있게 글 전체적인면에선 기억의 님집이 지적한 '따스한 눈길'을 느낄 수 있었다.
친딸을 살해하여 마루밑에 16년동안 묻어두고 살았다라는 문구는 분명 잔인하고 살벌해보이나 책을 다 읽고 나니 그런 비인륜적인 살인사건은 절대 일어나지않게 가족을 돌아보는 행동으로 자연스레 유도하는 듯하다.그냥 끔찍한 사건이 일어나고 사건을 원만하게 해결하여 디엔딩~ 이런부류의 책과는 질적으로 차이가 나기에 모두들 미미여사! 미미여사! 라고 했나보다 싶었다.
이제 첫책을 읽고 모든 것을 평가하기엔 이르지만 나의 첫느낌은 그랬다.

지금 '모방범'의 세 권의 책을 빌려올 것인가? 흑백과 화차를 읽을 것인가?
심히 고심중이다.흑백과 화차도 빨리 읽고 싶은데 도대체 두 권중 어느 것부터 읽어야할지,
아까워서 두 권 모두에게 손을 대지 못하고 있다.
잘 보이는 곳에 놔둬 아이들이 책제목을 다 외우고 있는데도 책이 아까워 쉽게 손이 가지 않은 이유는 뭐지?....한 번씩 이럴때가 있다.빨리 읽고 싶은 책일수록 후닥닥 빨리 읽혀질 것같아 좀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부러 책을 아끼게 되는...암튼 한 번씩 묘한 감정이 일게 만드는 책들이 있다.
그래서 때론 아끼고 아껴놨다가 일 년이 지나서 읽게 되는 책들이 종종 있다.
미야베 미유키책이 요즘 내게 그런 것같다.

갈등하느라 요즘 독서가 되질 않는다.(꽃피는 봄은 항상 책에 살짝 손을 놓을 수밖에 없는 계절이라 여름까지는 탱자탱자 놀면서 책 읽는 것을 게을리 하는 내겐 좋은 핑계구실이 되고 있다.ㅋ)     

이 세권의 독서일지도 읽은지 한참 되었건만 이제사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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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2-04-16 15: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늘 시모에게서 전화왔었어요. 감기 조심하라고, 저의 집도 다 앓고 난 후라 그러겠다고 했지요. 몇마디 짧게 하고 끝었내요^^

저의 중랑도서관에는 게이고하고 미미여사 그리고 온다리쿠 책은 다 구비했더라구요. 문제는 신책은 거의 몇달을 기다려야한다는. 그래서 미미여사꺼만 사요.어제 작은 애가 영화 보고 싶다고 해서 나갔다고 온라리쿠 책도 샀네요. 애아빠회사에서 도서상품권 8만원 주었는데, 살 책이 없어서 아직까지 가지고 있다고 할인 안 된 가격으로 샀어요.
낙원은 모방범 후속인데...그 책도 오싹하지요. 모방범은 밤에 읽으면 완전 킬~입니당. 무섭다는 말^^

어휴 저는 꽃피는 봄이라기 보다는 정말 바빠서 책도 못 읽고 있는데,,,,오늘도 청소하고 오전중에 볼일보고 좀 전에 들어와 책 좀 읽다가 잠깐 잤어요. ㅠㅠ.
날씨가 좋아 집에 있기엔 억울하죠~


책읽는나무 2012-04-16 20:02   좋아요 0 | URL
이번감기는 뒤끝작렬인 것같아요.완전히 나은 것같다가도 날씨가 흐리고 안좋으면 살짜기 몸살기가 오는 것같으네요.주말에 친정 다녀옴서 밖에 바람 쐬었더니 목도 아프고,두통도 오고 겁나서 어젯잠 집에 있는 약중 아무꺼나 먹고 잤네요.(증상이랑 상관없는 몸살약을 먹고 자서인지 목은 그대로 아프네요.ㅋㅋ)

도서관책은 신간은 정말 대기자도 엄청 많아 읽기 힘들어요.전 도서관에 유명한책들을 왜 안들여놓는건가? 궁시렁댔더니 그게 모두 끝도 없이 대출중이라 구경못했던 것이었어요.ㅋㅋ(이런 것보면 책 안읽는 나라는 절대 아닌 것같아요.^^)
모방범...그런책이었나요? 낙원에서 대충 전체적인 윤곽은 설명되어 있어 어떤 사건인가는 알겠던데...음~~

헌데 좋은 회사네요? 상품권을 8만원어치나 주는 회사가 있나요?
2만원 더 채워 10만원이었음 정말 기분좋았겠어요.ㅋㅋ
 

27권

 

아침부터 줄곧 비가 세차게 퍼붓는다.
지금은 빗줄기가 조금 잦아들었다.
저리 퍼붓는 비를 보노라면 과연 봄비 맞나? 싶다.
아이들은 어제 원복(목요일은 항상 유치원 체육복을 입는날이다.)을 입었으니 오늘은 꼭 치마를 입혀달라고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성화를 부린다.
비가 와서 안된다고 했지만 결국 둥이들의 요구에 항복했다.
(왜 항상 아들에겐 안돼! 완강하게 물리칠 수 있는데, 둘째딸들에겐 마음이 약해질까?^^)

치마를 입혀 우산을 쓰고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오니 문득 비가 오는 날엔 시를 한 편 읽고 싶어졌다.

그래서 꺼내든 시집 한 권,김기택의 <껌>이다.
중에서 기억에 남는 시를 옮겨본다.


그와 눈이 마추쳤다.

 

잠깐 그와 눈이 마주쳤다.
낯이 많이 익은 얼굴이었지만

누구인지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너무나도 낯선 낯익음에 당황하여

나는 한동안 그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그도 내가 누구인지 잠시 생각하는 눈치였다.

그는 쓰레기봉투를 뒤지고 있었다.

그는 고양이 가죽 안에 들어가 있었다.

오랫동안 직립이 몸에 배었는지

네발로 걷는 것이 좀 어색해 보였다.

그는 쓰레기 뒤지는 일을 방해한 나에게 항의라도 하듯

야오옹,하고 감정을 실어 울더니

뜻밖에 아기 울음소리가 터지는 제목소리가

이상해서 견딜 수 없다는 듯

얼른 입을 다물었다.

그는 다른 고양이들처럼 서둘러 달아나지 않았다.

슬픈 동작을 들킨 제모습에 화가 난 듯

고개를 숙이더니

굽은 등으로 천천히 돌아서서 한참 동안 멀어져갔다.

 

 

고양이 죽이기

 

그림자처럼 검고 발걸음 소리 없는 물체 하나가

갑자기 도로로 뛰어들었다.

급히 차를 잡아당겼지만

속도는 강제로 브레이크를 밀고 나아갔다.

차는 작은 돌멩이 하나 밟는 것만큼도 덜컹거리지 않았으나

무언가 부드러운 것이 타이어에 스며든 것 같았다.
얼른 싸이드미러를 보니 도로 한가운데에

털목도리 같은 것이 떨어져 있었다.

야생동물들을 잡아먹는 것은,이미 오래전부터,

호랑이나 사자의 이빨과 발톱이 아니라

잇몸처럼 부드러운 타이어라는 걸 알 리 없는 어린 고양이였다.
승차감 좋은 승용차 타이어의 완충장치는

물컹거리는 뭉개짐을 표나지 않게 삼켜버린 것이다.

씹지 않아도 혀에서 살살 녹는다는

어느 소문난 고깃집의 생갈비처럼 부드러운 육질의 느낌이

잠깐 타이어를 통해 내몸으로 올라왔다.

부드럽게 터진 죽음을 뚫고

그 느낌은 내 몸 구석구석을 핥으며

쫄깃쫄깃한 맛을 오랫동안 음미하고 있었다.

음각무늬 속에 낀 핏자국으로 입맛을 다시며

타이어는 식욕을 마저 채우려는 듯 속도를 더 내었다.

 

 

갑자기 아는 지인이 밤에 운전하다 고속도로에서 고양이를 친적이 있었다고 했다.
지인은 너무나도 놀라고,죄책감에 시달리다 다음날 가까이 있는 통도사절에 올라가 고양이의 명복(?)을 빌고 왔다는 말이 갑자기 생각났다.
그러면서 지인의 교통사고 현장에서의 타이어의 느낌이,
시인의 너무도 친절한 묘사에 의해 나에게도 전해지는 것같아 내내 소름이 돋는다. 
고양이에 대한 시인데도
고양이들이 처한 상황은 너무나도 상반적이다.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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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2-03-30 20: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비와 시, 어울리는데요. 그곳은 비가 내렸나봐요. 서울은 날씨가 찌뿌둥한데.
저의 딸애는 치마 안 입을려고 해요. 절대로. 치마 좀 입히고 싶어요. 날씬해서 레깅스입고 치마 입으면 이쁠텐데 초2학년때부터 안 입을려고 해요.

차 몰고 가다나 뭔가 덜컹하면 기분 나빠요. 저는 예전에 스트로폴을 밟았는데, 무생물인데도 기분은 안 좋더라구요. 더군다나 살아있는 생물은 더 할 것 같아요.

책읽는나무 2012-04-04 14:09   좋아요 0 | URL
초등학교 들어가면 치마 안입나요? 제발 그랬으면~~^^
오늘도 치마 입혀달래서 이틀동안 바지 잘 입고 간 상으로 치마 입혀서 보냈네요.ㅋㅋ

전 있잖습니까!
어릴때 차 타이어에 발등이 깔린적이 있었거든요.내발등을 타이어가 지나갔었죠.묵직하면서도 탄력있는 무언가가 발등을 누르고 있는데 나는 발을 옴짝달짝 할 수 없는 힘 있는 압박감!
(다행히 발은 하나도 안다치고 안전했어요.ㅋㅋ)
그느낌도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는데 그느낌도 그리 가히 좋진 않더라구요.
순간 순간 묘한 공포감이 일정도에요.
지금도 발등에 전해오는 그때의 압박감에 신경세포들이 눌리는 기분이네요.ㅋ

기억의집 2012-04-07 23: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천운이네요. 천운~ 발등에 타이어가 밟고 갔는데 아무 일 없다니... 말입니다. 천만다행이에요. 그 느낌 나이가 들어도 안 잊혀질 것 같아요. 그 때 정신적 충격 말도 못했을 것 같은데... 저는 신호대기를 기다릴 때 인도 밖을 내려서 차도에서 기다리시는 분들을 볼 때마다 타이어가 발등을 찍고 가면 어떻하실려고 저러나 하는 걱정을 해요. 그런 걱정을 하면서 저도 모르게 그런 느낌을 받는 것 같아 움찔하기도 하구요. 너무 끔찍한 일을 당하셔서..제가 더 오들오들거려요. 차주한테 항의는 하셨나요? 너무 어려서 아무런 조치도 못 취했을 것 같은데.
 

26권

 

책표지나 글씨체나 딱 그시절 조선시대 선비들을 생각하며 펴낸 듯한 냄새가 물씬 풍긴다.

읽는내내 손에서 놓기 힘들정도로 강명관 작가의 글에 깊이 매료된다.책은 분명 조선시대 선비와 학자들의 독서행태와 펴낸 책에 관한 내용이건만 간간이 곁든 작가의 냉철한 비판의식이 가슴에 와닿고,줄곧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참 매력적인 작가다.

조선을 만들고 이끌었다는 조선지식인들도 대단하지만 내겐 줄곧 작가의 목소리가 더 큰 울림이었다.

 

 

 

먼저 금속활자에 대한 작가의 의견을 들어보자면

"쿠텐베르크 활자는 발명되자 곧 유럽전역으로 퍼졌다.카톨릭에 저항하는 마르틴 루터의 팸플릿과 독일어 <성경>이 그 활자로 만들어졌고,이는 종교개혁으로 이어져 마침내 서구의 근대를 여는 결정적인 도구가 도었다.그렇다면 한국의 금속활자는 무엇을 했던가. 고려때 발명되었던 금속활자가 상용화된 것은 조선 세종때였다.이후 금속활자는 과연 어떤 역사적 역할을 했던가.우리는 금속활자가 세계 최초라고 떠들기만 했지.정작 그 금속활자로 만들어낸 책이 어떤 역사적 역할을 했던가 하는 문제는 진지하게 고려한 적이 없었다.
사실 고려가,조선이 어떤 책을 찍었던가,어떤 사람들이 어떤 의도에서 책의 콘텐츠를 쓰고,책을 만들고,책을 보급하고,책을 소유했던가? 이런 당연한 질문은 정식으로 제기된 적이 없었다...."


우리네 금속활자는 분명 최초로 만들어진 최고의 발명품이긴 했지만 그것을 활용할줄 몰라 우리네는 시대를 앞서나갈 수 있는 그기회를 놓쳐버린셈이다.
양반과 그양반을 위해 죽도록 일하면서 살아가야 하는 노비라는 사회계급 때문에 우리네 백성들은 저들이 만들어놓은 '글을 읽고 쓰는 행위'의 그특권을 누릴 수가 없어 발전이 없었던 것이다.
외국에서는 활자가 만들어지고 곧이어 모든 계층들이 읽을 수 있는 책이란 것을 발간하면서 사람들의 의식을 깨울 수가 있었다.

하지만 우리네는 글을 읽는 다는 것은 양반들만의 특권으로 내세웠으며,과거시험제도 또한 양반, 그것도 정통(?)이 있는 양반들만이 치를 수 있었던지라 천재적인 비상함을 가지고 있는 서자들은 출세할 수 없고,일반백성들은 더더군다나 신분상승을 꿈꿀 수 없는 사회구조가 더욱더 나라를 몰락하게 한 원인이 되었다.
(만약,모든 백성들도 글을 깨우쳐 책을 읽었더라면 조선은 또 어떻게 변했을까?)

개혁의 군주라는 아이콘을 가지고 있는 정조임금조차도 문체반정을 일으켰으니 조선은 희망이 없었다고 본다.(나와 사상이 다르다고 남을 함부로 배척하는 것은 정말 무서운 일이다.더군다나 그상대가 막강한 힘이 있는 자여서 무조건 배척하면서 탄압을 한다면 어디 제대로 숨을 쉴수나 있겠는가! 개인적으로 정조임금을 조금은 측은하게 봐왔었는데 문체반정을 일삼은 면에서 그에게도 어쩔 수 없이 흐르는 잔인한 피(?)를 감출수는 없다는 것을 느꼈다.)   

그나마 역사적으로 볼때 조선에 대한 자료가 많아서일지도 모르겠지만 개인적으로 조선에 대한 호기심이 많은 편이다.그것은 아마도 조선의 그러한 분위기에도 굴하지 않고 떳떳하게 자신의 학문의 길로 나아간 조선 선비들에 대한 선망 때문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책을 읽다보니 나의 그러한 선망이 얼마나 무지한 것이었나를 일깨워주기도 했다.

이황과 이이가 이룩한 그들의 학문에 대한 한계점을 낱낱이 기록해놓아 정말 읽으면서 멍~ 했다.
여적 이황이나 이이 또는 정약용,박지원등 모든 학자들에 대한 찬사만 들어봤지,이렇게 명쾌하게 소신을 밝혀놓은 책은 못본 것같다.(물론 많은 역사책을 읽진 않았지만..) 

조선을 만들고 이끈 것은 책에 미친 책벌레들이었다고 하는데,강명관작가 또한 분명 책에 미쳐 있는 독서가이자 책벌레일 것이다.이책은 분명 북리뷰집에 속하는 책이지만,다른 책들과는 분명 큰차별이 있는 책이다.아마도 교과서에서나 들어봄직한 책제목의 고전을 다 찾아서 읽은 자들은 흔치 않을터,그런 고전을 찾아 읽기 전 가이드북으로 이책을 무조건 읽어보고 고전을 읽는 것이 큰도움이 될 것이다.
어려운 책 잘 못읽는 내가 읽어도 너무 쉽게,그리고 재미나게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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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의집 2012-03-30 20: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어보진 않았지만, 울 선조에 대한 문제점은 많았던 것 같아요. 일단 기록문화가 전무후무 하다는 것. 과학기술이 전혀 발전발달되지 못했다는 것, 오로지 중국문화에만 매달려 독자적인 문화를 가지지 못했다는 점에 아쉬워요. 오백년이나 나라를 지배했는데. 책벌레라고 하지만 우리 글도 아니고 한문이였을 것라는 점에서 종속 그 이상은 아니라고 봐요. 예전에 김정호에 대해 찾아보았다가 그에 대한 기록이 거의 없다는 사실에 놀랬어요. 그래도 대동여지도를 제작했는데 말이에요.

책읽는나무 2012-04-04 14:03   좋아요 0 | URL
종속적인 학문에 대한 연구가 주를 이루고 있는 것은 맞는말씀이에요.
그래도 중에서 그것에 대한 비판적인 학문을 연구한 사람도 몇몇 눈에 띄는 사람이 있긴 합니다.물론 사대주의에 빠진 학문도 학문이라 할 만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ㅠ
충분히 우리 것에 대한 학문 연구도 더 폭넓게 이루어질 수 있었음에도 왜 우리 것을 폄하하기 바빴는지...
우리 것으로 잘 만든 작품들은 정말 남아 있는 것이 하나 없는 것같아요.그것을 관리할 힘도 하나 없었던 사람들이 바로 우리네 선조였으니~~
이모든 것들이 반성하기 딱 좋은 표본들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