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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문명교류사
정수일 지음 / 사계절 / 2001년 11월
평점 :
절판
역시나 고이 모셔둔 다른 책과 마찬가지로 마침내 이제서야 이 책을 늦게나마 다 보았다. 나는 이 책을 중심으로, 쓴이-정수일선생께서 당신 책에 쓴이라고 표현하셨다-의 박사학위 논문을 1992년도에 책으로 펴낸 <신라서역교류사>-무함마드 깐수가 정수일선생이시다-와 1990년도에 나온 <실크로드의 역사와 문화>를 같이 읽었다.
먼저 <실크로드의 역사와 문화>란 책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자면 일인 학자의 저술인데 번역도 꽤 괜찮고 두껍지도 않은 책에 알맹이만 간추려서 잘 정리해 놓았다. 더군다나 1980년에 나온 증보판인데도 내가 과문한 탓인지 처음 본 내용도 있는 좋은 책이다. 그리고 이 책은 <신라서역교류사>를 보완한 책으로 처용설화와 입축승 부분 등이 빠지기는 했지만 대체적으로 대동소이하다. 따라서 전거원문이 있고 한자를 많이 표기한 <신라서역교류사>와 이 책을 대조하면서 읽어나갔다.
제목에서 말한 것처럼 교류사의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 이 분야 학문을 정립시키는 데 크게 공헌하고 계신 정수일선생의 노고에 깊은 감명을 받았다. 내용도 뛰어나고 글월도 훌륭해서 인문학에 관심있는 분이라면 한번 즈음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나는 10여년 전에 우연히 중공 신강성에 가서 비단길 답사를 하였는데 느닷없이 간 것이라 예습을 많이 하지 못한 탓에 주마간산으로 보고 왔더니 세월이 흘러 이제 이 책들을 읽고 나니 교류사의 흐름 속에서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요즈음 역사 분야의 번역서를 보면 우리나라 선학들의 책들을 참고하지 않는지 문장도 문장이거니와 역사 용어를 틀리게 사용한 경우가 많다. 흔한 예로 서평에 두어번 거론했던 흉노어로 수령을 뜻하는 선우를 다른 한자음으로 단우라고 한다던지 국명 대월지를 대월씨라고 하는 것들이다. 이 책엔 수 많은 지명이 나오는데 그 가운데에 흔히 우전국이라고 하는 타림분지의 나라를 여기서는 우기국이라고 하였다. 왜 그런 것인지 설명이 되어 있지 않아 궁금하고 車馬는 아무래도 차마보다는 거마라고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다.
끝으로 정선생님께서 오래오래 건강하셔서 앞으로도 좋은 책을 많이 내시기를 바라마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