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엉뚱한 임금님 이야기라면 신하들을 괴롭히는 게 정석(?)인데 여기서는 아무도 괴롭히지 않고 혼자서 늘어나는 코로 재미있게 놀이를 합니다. 내용도 재미있지만 유난히 꽃과 나비가 많이 나와서인지 그림이 화사하고 따뜻합니다.도대체 코가 어떻게 늘어날까 궁금했는데 '이건 지그재그고, 이건 꾸불꾸불 곡선이네~. 이건 또 뭐지~?' 옆에서 아이가 하는 말입니다. 그렇게 코가 늘어납니다. 한가닥 줄처럼 길게 길게...임금님은 어릴때부터 코를 만지작거리는 버릇이 있었는데 아무리 못하게 해도 끝내 버릇을 고치지 못했답니다. 코가 점점 부드러워져 늘어나는 코로 둥글게 말아 공놀이도 했을 정도라니까요...창밖을 내다보다 바깥세상으로 나가보고 싶은 임금님은 몰래 성을 빠져나갑니다.. 코를 밧줄처럼 이용합니다. 쿵! 땅으로 엉덩방아를 찧은 임금님은 그만 코가 엉커버렸습니다. 게다가 뜨거워져서 빨리 식히지 않으면 안되었답니다. 겨우 코끝을 찾아 소방차의 호스처럼 둘둘 말아 어깨에 짊어지고 강물을 찾아 뛰어갑니다. 여기선 웃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너무 피곤하여 길바닥에서 잠이 들었는데 그 곳이 꽃밭입니다. 나비들은 날아와 임금님 코 위에 앉아있고 하늘에는 해님이 떠있는데 해님의 코도 늘어났는지 꼬불꼬불 말려 있습니다. 화사한 꽃밭에서 색색의 나비와 하나가 되어 천진난만한 어린아이 마냥 뛰어 놉니다.붉은 저녁놀을 바라보며 서있는 임금님 주변이 온통 붉게 물들어 장관을 이루고 있습니다. 한 폭의 그림이란 말이 이럴 때 어울리는 말 같습니다. 어느새 하늘에는 별, 달님이 웃고 있습니다. 잊고 있던 궁궐이 생각난 임금님은 궁궐을 향해 뛰어 갑니다. 이번에도 성벽을 내려 올 때처럼 코를 밧줄처럼 이용해서 올라갑니다. 너무 피곤한 임금님은 침대에서 잠이 들고 다시 날이 밝아오며 하루가 시작됩니다.
아직은 어려울 거라 생각하고 읽어 주는데 점점 다가와 손으로 책을 붙잡고 듣습니다. 확실히 네 돌이 지나니까 스토리가 조금 길어져도 이해를 잘하고 집중도 하는군요. 물론 어휘력이 폭발적으로 늘어남을 느끼겠더니 이젠 점점 길어진 책 읽어주느라 목이 아픕니다.예전엔 열 권이상은 보통으로 읽고 잤는데 지금은 다섯권 정도로 줄어들었네요... 사실은 아이는 잠자기 싫어서 끝이 없게 자꾸 읽어 달라고 하는걸 강제로(?) 그 쯤에서 줄이는 거지요... 어쨓든 요즘은 책읽기가 폭이 더 넓어진 것으로 아이가 그만큼 자란 것을 느낍니다.이 책에 나온 못을 보고 공구 놀이하는걸 너무 좋아해서 보여줬는데 스토리에도 흥미를 느끼는군요. 윌리엄 스타이그는 그림만으로도 이해할 수 있게 하면서도 쉽게 그린 그림과 아이들이라면 한번쯤 해봄직한 공상같은 이야기를 흥미진진하게 이끌어 간다는 것입니다. 엄마가 못으로 변한 솔로몬을 쓰레기통에 주워 버리자 아이는 낄낄 거립니다. 못으로 변하는 재주를 가진 솔로몬이 그 재주 때문에 곤경에 처했다가 다시 가족의 품으로 돌아온다는 이야기가 순간순간 이어지는 긴장감으로 끝까지 단숨에 읽게 만듭니다.근데 아이는 고양이가 호랑이처럼 보인다네요...^^ 그러고 보니 저도 좀 그렇게 보입니다. 호랑이처럼 사납게 생긴 고양이쯤이라고 할까요...
이 책을 보고 배빗 콜을 알게 되고 그의 다른 작품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배빗 콜의 그림은 신선함을 주어 좋더군요. 글이 그리 간단하지 않은데도 아이가 그림에서 상황을 이해하기 충분합니다.비교적 대가족이라 검보일씨네는 일이 끊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주치의까지 있나 봅니다. 그것도 집에서 키우는 개가 주치의라는 설정이 아이의 흥미를 더해 주는군요. 각 연령대의 가족들이 그의 맞는(?) 병에 걸려 멍멍 의사의 명쾌한 치료로 도움을 받게 됩니다.아빠가 담배 피우면 냄새를 싫어했었는데 폐속에 타르라는 검은 찌꺼기가 쌓이게 된다는 걸 알게 되었지요. 그림으로 설명이 잘 되어 있습니다. 그 이후로 '아빠 담배 많이 피우지 마~. 몸에 나쁘대요.' 하더니, 큰집에 갔을 때는 큰 아빠께도 그 말을 해서 할머니께서 아주 대견해 하셨지요.아이들은 옷을 껴입는걸 싫어하는데 비 오는데도 외투를 입지 않고 나갔다가 감기에 걸리는 걸 보니 아이도 뭔가 느끼는 것 같더군요. 목이 부어 편도선에 병균이 들어왔기 때문이라며 멍멍 의사선생님이 편도선을 떼어내는 수술을 하는걸 보고 눈이 동그래집니다.요즘도 한 번씩 장난감이나 손을 입에다 넣을 때가 있는데...ㅠ.ㅠ 손도 깨끗이 씻지 않고, 또 빨기 까지 하면 어떻게 되는지 잘 나와있어 더 이상 긴 설명이 필요 없답니다. 자연관찰에 관심이 많아 그에 관한 책을 잘 보는데 이 책도 자연스럽게 과학지식을 알려줍니다. 더군다나 웃음까지 주는 재미있는 책입니다. 가끔 생각이 나는지 할아버지 배속에 가스가 가득 차서 방귀를 뀌다가 지붕과 함께 날아가는 장면을 얘기하며 굴러갑니다.^^
그림책에 대해 정보도 없고 안목도 부족할 때라 글쎄~...하며 한번 읽어줘봐야지 정도로 생각했는데 아이의 반응은 전혀 예상 밖이더군요. 일단 좋아하는 장난감, 로봇이 나오는 데다 페이지가 배경이 겹치는 부분은 조금씩 커트가 되어 있어 마치 플랩 북처럼 호기심으로 들쳐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사람이 붐비는 백화점인데도 당황하거나 허둥대지도 않고 의젓하고 차분한 아이가 대견합니다. 읽어 주면서 은연중에 강조(?)했던 부분입니다.아이는 첫장에서 아빠를 잘 봐두었는지 잘도 구분해서 아빠가 아니라고 다시 찾아 나서고 하더군요. 맨 끝에서는 마치 아빠를 자기가 찾은 듯 의기양양합니다. 점점 호기심이 많아질테니 혹시라도 걱정이 되는 일이고 아이의 반응도 너무 좋아 저도 덩달아 책이 좋아지더군요.나중에 알았지만 고미타로의 책들은 베스트셀러이고 이젠 그의 펜이 되었답니다. 그의 책은 쉽기도 하고 아이들의 심리를 꿰뚫고 있는 것 같더군요. 책이 쌓이다 보면 한 작가의 책이 몇 권씩 모아지기도 하는데 그런 작가 중 한사람입니다.
글이 많지 않고 페이지 가득 찬 그림으로도 짐작할 수 있는 아이가 폭 빠져들게 하는 내용입니다. 돌 전부터 잘 보더군요. 사실 그림은 그리 아름답다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도 하나하나의 그림은 말이 필요 없을 만큼 이해를 도와 줍니다.동물들의 특성도 보여주네요.. 입구를 막아버린 사과를 땅속에서부터 파고들어가는 두더지, 줄지어 다니는 개미떼와 벌떼들... 다른 큰 동물들까지 다 먹고 나왔는데도 끝까지 남아 창문(?)으로 내다보는 두더지를 손으로 가리키며 웃긴답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며 따라하는 의성어, 의태어도 많이 나오고, 읽어주며 몸으로 소리로 표현해주느라 빠빴지요. 모든 동물들이 배부르게 먹고 난 다음 우산처럼 되어버린 사과, 갑자기 비가 와서 걱정인데 사과 우산 안으로 다들어가 비를 피하게 되는 것 ... 모두가 아이의 흥미를 끄나 봅니다.또 많은 동물들이 모여들면서도 참 질서정연하고 표정이 행복합니다. 아이가 어릴 때 끼고 살던 책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