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명한 그림과 간단한 문장 무엇보다 고미 타로의 작품이라 관심이 가더군요. 표지에서 단순한 모습의 사자가 오히려 귀엽게 느껴지던데 '벌거숭이 사자?'하며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작가는 전혀 의외의 장치를 해두었네요. 사자 옷, 곰 옷이었다니.. 옷을 벗으리라 생각할 수 없는 사자와 곰을 가면놀이나 인형극처럼 하나씩 벗어던지고 짜잔~하며 아이가 나타나니 너무 좋아합니다.아이가 두돌 무렵이었는데 호기심으로 다음 내용을 궁금해하며 너무나 좋아했던 책입니다. 문장이 리듬감이 있어 술술 넘어갑니다. 대화를 나누듯 아이도 한 번씩 대답도 하고 따라도 합니다.목욕할 때마다 비누거품을 잡았다, 불었다하며 재미있어 하는데 거품을 뒤집어 쓴 용이가 부러운 눈치입니다. 신나게 목욕을 다 끝내고 물방울 뚝뚝 떨어지며 깨끗해진 용이가 사랑스러운지 뽀뽀를 쪽~쪽 합니다. 항상 침이 묻어났었지요. 혹 아이가 보면 기분나쁠가봐 그렇지만 책이 망가질까 눈치 채지 않도록 침을 닦아내는 게 꼭 필요했었답니다.
가끔 그림책을 보다보면 작가가 너무 준비를 잔뜩 하거나 자기의 생각 속으로 독자를 잡아 끌어들이는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있는데 존 버닝햄의 책에서도 보게 되는군요.주인공 스티븐은 너무 똑똑하지만 자기 생각 속에 갇혀있는 아이일지도 모른다는 추측이 들 정도로 표정이 없고 표현도 직접적이지 않고 일어날 지도 모른다는 상상의 말을 하는 것 같군요. 골탕을 먹이고 말겠다는 듯이... 다음의 동물들 표정에서 더욱 그런 느낌을 받게 됩니다.그래서 일부러 수개념을 더 강조해서 읽어주었지요. 옆의 역삼각형으로 물건들이 하나씩 줄어들게 되어있어 아이는 그 부분이 재미있나 봅니다. 그래도 한가지 생각케 하는 것이 있다면 아이가 점점 자라게 되면 아이들의 일상을 함께 하지 못하게 되겠지요.. 그럴 때가 오더라도 아이를 이해하고 믿어주는 엄마가 돼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됩니다.
특징이 우선 엄마가 아이한테 얘기를 해주듯이 그대로 읽으면 됩니다. 다른 책을 읽을 땐 그대로 '~습니다.'로 읽기도 하고 얘기해주는 것처럼 '~했대. ~거든. ~했어.' 로 읽어주기도 했었지요.책 속에서 호랑이를 신기한 듯 마냥 바라보고 있는 소피와 이 책을 보며 신기해하는 아이가 닮았습니다. 처음에 목소리를 굵게 힘을 주고 호랑이 대사를 시작하는데 너무 부드럽고 상냥한 말투의 호랑이라 잔뜩 힘준 목소리가 무색하더군요. 그러더니 마지막 작별인사를 또 상냥하게 하고 돌아갈 때까지 한 마디 말이 없이 먹기만 합니다. 요즘 숲 속에 동물들 먹이가 부족하다더니 먹을 게 없나 봅니다.^^ 간식을 먹으러 온 호랑이는 큰 덩치에 맞게 집안에 있던 걸 몽땅 먹어 버렸네요. 먹을 거란 먹을 건 몽땅 다 먹어 버렸고, 마실 거란 마실 건 몽땅 다 마셔 버렸는데도 아무도 화나고 짜증난 얼굴이 아닙니다. 수돗물까지 다 마셔 버려서 목욕도 못하게 됐는데도 말입니다...다음날 장을 보러 가서 호랑이 먹이까지 사오는 따뜻한 마음이네요. 소피는 호랑이 먹이를 들고 흐믓한 표정입니다. 아이들은 누군가 오는 걸 좋아하는데 뜻밖의 호랑이 손님이 반가운가 봅니다.
악어도 깜짝! 치과 의사도 깜짝! 제목부터 깜짝 놀라게 관심을 끄는군요. 악어가 이가 아파 치과의사를 찾아가자 둘은 서로를 보고 무서워 벌벌 떨었답니다. 동상이몽처럼 서로 다른 처지에서 똑같은 말을 하게 되는 악어와 치과의사의 표정이 겁에 질려있습니다. 두꺼운 검은 선에 색체도 무게감이 느껴져 으스스한 긴장을 더해 줍니다. 아주 간단한 말이지만 악어와 치과의사가 어떤 기분일지 읽어주는 목소리에 힘이 들어 갑니다.둘 다 똑같이 겁먹고 두려운 비장한 목소리를 구분해서 읽느라 힘이 들더군요..상황은 그림만 봐도 웃음이 나오는데 아이는 약간 긴장하며 다음장면을 궁금해 합니다.아기 때 잘 닦던 이도 점점 자라면서 싫다고 도망다니고 힘들게 할 때라 이 책으로 효과 좀 봤었지요. 언젠가 치과의사가 아이들에게 치과가야 한다는 걸 무기로 겁주지 말라고 하던데 그러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치과에 대한 두려움을 갖게 된다고.. 어디 그게 마음대로 되야죠... 어른도 치과가기 겁나는데요... 이를 잘 닦아야 한다가 아니라 잘 닦고 싶게 만드는 책입니다.
저도 갯벌에 가보지 못했었고 TV에서 본 시커멓게 푹푹 빠지는 갯벌이 가보고 싶은 곳은 아니었지요. 언젠가 들은 바다에도 밭이 있는데 그게 바로 갯벌이라는 말을 듣고 관심이 달라졌답니다. 다행히 아이는 푹푹 빠지기 때문에 더 재미있는 갯벌로 인식하는 것같고.. 꽤나 밟아보고 싶은 눈친데 아이랑 갯벌여행을 한 번 생각해 봐야겠네요.'갯지렁이는 뒤에도 이렇게 앞에처럼 눈이 있어?'하는데 뒤에도 더듬이가 있는지 그림에 너무 더듬이처럼 그려져있군요. 아이랑 '보리 어린이 동물도감'에서 찾아보니 뒤에도 더듬이처럼 생긴 부분은 없는데...펼쳐지는 페이지와 더불어 푸른 바다 속이 신비스럽습니다. 아이랑 가봤던 아쿠아리움이 생각납니다. 갯벌과 바다 속에도 우리들처럼 살아가는 이야기가 있다는 걸 깨닫게 해주는 책입니다. 책 뒷부분에 `엄마랑 아빠랑`에서 갯벌의 숨겨진 이야기는 동물도감역할도 해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