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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서의 역사 - 역사 속 억압된 책을 둘러싼 모든 이야기
베르너 풀트 지음, 송소민 옮김 / 시공사 / 2013년 10월
평점 :
품절
금서의 역사. 책을 좋아하는 다독가라면 누구나 좋아할 만한 책이다. 중세의 전설적인 책의 목록은 아니더라도 근현대에 언젠가 읽어본 혹은 들어본 적이 있는 책과 작가들이 대거 등장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사춘기 시절에 읽었던 만화 즉 베르사이유의 장미에서 보았음직한 장면들도 이 책을 읽으며 기억이 났기 때문이다. 로앙추기경이 루이 16세의 왕비인 마리 앙트와네트의 환심을 사기 위해 엄청나게 비싼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선물했는데 중간에 사기꾼 여자가 가로채서 왕비가 받은것처럼 꾸몄던 사건으로 우리가 정확하지 못한 언론으로 인해 오해하고 있던 일들이 있듯이 대중은 꾸며지고 소문으로 퍼진 왕비의 이미지를 그대로 받아들였던 탓에 이 사건이 더욱 그녀를 미워하도록 만드는 도화선 역할을 했던 것이다. 이는 왕비를 폴리냐크 부인과의 동성애나 왕의 동생과의 불륜등을 포르노적인 삽화와 함께 소책자로 돌려보곤 했던 군인들의 장면을 그대로 기억나게 했다. 물론 이 소책자들도 이 책 금서의 역사의 목록에 끼여 있다. 이처럼 여러가지 잡스러운 독서에도 얻을 수 있었던 여러가지 일들을 다시 이 책에서 목도하게 되면서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누구에게는 엄청나게 지루할 수 있는 내용들이 누구에게는 호기심을 충족하고 눈을 반짝이게 만드는 책일 수 있다.
이 책의 처음 부분은 스스로의 자기검열로 죽기전에 자신이 썼던 글들을 모두 없애기를 원했던 작가들의 모음으로 시작된다. 그 중에서도 라파엘 전파의 세밀하고 아름다운 그림으로 유명한 로세티의 이야기는 놀라웠다. 그의 그림의 아름다운 모델이자 부인이 되었던 엘리자베스의 시신을 7년만에 다시 꺼내어 그녀의 품에 품어주었던 자신의 시를 다시 꺼냈다는 로세티. 다만 시공사의 이 책에서 아쉬운 점은 책의 첫부분임에도 라파엘 전파를 파라엘이라고 오타를 썼던 것이다. 그 점이 못내 아쉽다. 만약 출판사에서 이 글을 읽게 된다면 꼭 그 부분은 다시 보완해서 출판해야 할 것이다.
자신의 미숙함이나 음란했던 글들을 죽기전에 부끄러워하며 다 없애기를 원했던 작가들이 의외로 많았다. 프란츠 카프카 역시 미완성작들을 대거 없애주기를 유언했는데 그 유언을 따르지 않아 '성' 같은 작품이 남게 되었다니 놀라운 사실이었다. 서부전선 이상없다의 레마르크나 로마의 유명한 시인인 베르길리우스 그리고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마가렛 미첼이 자신의 작품들을 초기작품이든 후기이든 없애려 했다는 사실을 새삼 알게 되었다. 그런가 하면 사회의 질서를 위해 황제나 정부에서 금지한 책들이 두번째 파트를 이룬다. 황제 아우구스투스가 '변신이야기'로 유명한 작가인 오비디우스를 추방했었다는 유명한 사실을 처음으로 알 수 있었으며 의외로 베르길리우스의 '아이네이스'는 없애지 않았다는 모순은 그 당시의 역사를 통해서 다시 밝혀낸 것이다. 역사를 통해서 진시황의 분서갱유 등 분서에 대한 역사는 기원전부터 몇년전까지 아주 다양하게 자주 일어났던 일이다. 해리포터가 마법을 옹호한다고 하여 기독교 측에서 불태운 일들도 몇 년전에도 있었고 아직도 신약성경을 불태우는 종교간 혹은 민족간 갈등도 있다고 하니 말이다.
2차 세계대전 당시나 그 이전의 독일에서도 공산주의하에서도 금서의 역사는 다양하게 이루어졌다. 저자가 독일인이므로 독일에서의 일들도 생생하게 기록하고 있다. 그리고 근대 유럽에서의 일들도. 미라보 백작에서부터 사드 후작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제임스 조이스의 율리시즈가 음란하다는 이유로 금서가 되기까지 또한 미국에서도 매카시 선풍으로 인한 역사속에서 좌익이라는 이유만으로 엄청나게 금지당한 책들이 많았다는 것 또한 사실이다. 매카시의 편집증적일 정도로 유명한 금서에 대한 논란등도 잘 다루고 있다. 다양성과 호기심으로 인해 혹은 음란함으로 인해 금지가 된 책들의 목록이 가장 흥미롭다. 그 중에는 우리가 아는 작품과 작가들 혹은 전설처럼 영화에서나 흘려듣기로 알게 된 책들도 있으니 말이다. 사드의 '신 쥐스틴' 같은 책은 보고싶지도 않다. 그는 거의 정신병자였기에 그의 작품을 알고 싶지도 않고 그 잔혹성과 음란성을 알고 싶지도 않지만 의외로 금서로 지정됨으로서 호기심을 더 일으키는 일들도 있을 것 같다. 금서의 역사를 읽어나가면서 마치 나의 독서의 역사를 알게 되는 것 같은 느낌도 들었다. 즐거운 독서의 경험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