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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동, 사랑으로 죽다 ㅣ 김별아 조선 여인 3부작
김별아 지음 / 해냄 / 2014년 9월
평점 :
어우동, 조선 성종대에 사대부 출신으로 여러 남자와 정을 통해 나라를 어지럽힌 죄로 죽임을 당한 여인. 고등학생때인가 대학생때였나.. 칼럼을 읽다가 처음 어우동이란 이름을 접했던 것 같다. 한창 열정적일 나이이니 조선 시대에도 이런 여인이 있었다니 하면서 이름을 기억하게 되었던 것 같다. 이 책을 그 시절에 읽었다면 얼굴 벌게지면서 열심히 읽었을 것 같다. 감흥도 있었을 것 같다. 하지만 지금 내 나이에 읽고 있자니 계속 반복되는 정사에 지겨움이 생긴다. 어우동의 일생을 잘 파헤치고 고서도 많이 뒤져봤을 작가 김별아. 그런데 작가의 상상이 너무 발휘되지 않았나 싶다. 어우동의 아버지 어머니 그리고 오빠의 이야기가 그렇다. 과연 그렇게 막 나가는 집안이었을까. 어우동의 일생을 파헤치면서 이면에 뭔가 더한 일들이 있지 않았을까. 그녀만의 사정들이 있었을텐데.. 그걸 남녀의 교합에서 쾌감을 얻는 일에 눈을 뜨는 어우동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뭔가 좀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소설적인 재미로는 책장이 쭉쭉 나가고 조선시대의 왕가의 이야기를 즉 조선의 초기 역사를 읽게 되는 즐거움도 있다. 조선시대의 여성으로서 남성에 굴복당하고 남자보다 못한 존재로 살아야 했던 시절에 당당한 여성의 모습을 보여주는 대목에서는 통쾌함도 느꼈다. 어우동이 당차게 말하는 대목들이 그렇다. 작가가 말하고 싶었던 것은 이런 것이었을 것이다. 어우동이란 여성이 여성도 성을 즐길 수 있고 스스로 삶을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을. 그런데 정상적인 부부였던 외간남자들까지 죄다 어우동에 반해 강제로 범하다시피 집안으로 들어오는데도 어우동은 한낱 즐거움에 취한 것처럼 받아들이는 부분들은 좀 이상하다. 왜 죄다 부인을 배신하고 어우동에게 반해야만 하는 것인가. 물론 소설이니 소설적인 즐거움을 위해서 그랬을 것이지만. 어우동의 지적인 부분들 고민들 그럴 수 밖에 없었던 사건들이 있었더라면 더욱 긴장되고 이해가 되었을 것 같은데 조금 아쉽다. 미실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든 것도 사실이다. 이난은 그녀를 위해서 눈물을 흘릴 줄 알았지만 그녀를 지켜주진 못했고 이승언은 아들의 생일임에도 집에 들어가지 않고 어우동과 쾌락을 나누었다. 그녀를 거친 수많은 남자들은 결국 그녀를 진정으로 사랑할 줄은 몰랐다. 어우동도 그것을 알았을 것이다. 점차 지쳐갔을 것이다. 그러던 차에 삶을 비극적으로 마감하게 된다. 미실에서 어우동까지 또 어떤 여인의 이야기를 들고 올 것인지 궁금해진다. 실존인물을 그린 작품 말고 다른 작품도 기대해 본다. 69년생 그녀의 나이에 원숙한 멋진 소설이 나올 것 같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