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수련
미셸 뷔시 지음, 최성웅 옮김 / 달콤한책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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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미셸 뷔시의 작품은 스릴러 장르중에서도 참 특별한 것 같다. <그림자 소녀> 를 읽고 이 책을 읽은 이상 이제 이 작가를 믿고 보는 작가로 내 맘대로 생각해 버렸다. 피 튀기고 무서운 고어물의 스릴러는 이제는 나이가 들어가니 그닥 읽고 싶지 않고 무섭다. 스토리가 좋고 문학적인 냄새가 나는 그러면서도 나름 반전이 확실히 있는 그런 작품이 좋다. 이 작품은 딱 내 입맛에 맞는 그런 책이어서 정말 읽는 내내 미소를 지으며 와 참..그 참..이러면서 감탄하면서 읽었던 것 같다. 요란하게 홍보하지 않아도 독자들은 멋진 책들을 정말 잘 알아본다. 비교적 늦게 스릴러계에 등단한 작가인데 2011년 이후로 점점 더 알려지고 인기가 많아지는 소위 입소문이 난 작가였다. 유럽 추리, 스릴러계에서는 독일이나 노르웨이 같은 북유럽 소설들이 인기를 끌었는데 프랑스에서도 이제 어깨를 나란히 하는 작가가 나온 것 같다.

 

소설로 들어가 보자면, 우선 프랑스의 유명한 화가 끌로드 모네가 실제로 살았고 너무나 사랑했던 지베르니 마을이 배경이 된다. 이 곳은 우리가 잘 아는 노르망디 상륙작전의 노르망디 지역으로 작가도 실제로 노르망디 출신이라고 한다. 끌로드 모네는 수련을 너무나 사랑해서 그 유명한 정원을 만들었는데 이제는 관광객들로 붐비는 곳이 되었다. 1926년에 타계한 끌로드 모네 사후에 버려졌다가 다시 엄청나게 유명해진 것이다. 소설은 이 유명한 모네의 정원과 근처 마을을 근사하게 묘사하고 있고 방앗간에서 살고 있는 노파의 시점에서 시작된다. 여든 네살의 여자는.. 나 역시 나이들어가는 여자로서 슬프지만 아무리 볕을 쬐고 있던 지팡이를 짚고 지나가던 그저 배경속에 묻히는 존재가 된다. 거리에서 일정 시간을 관찰해 보면 나이든 노인들이 많이 지나가지만 아무도 그들이 그렇게 많은지 모른다. 아예 쳐다보지를 않게 된다. 살아있어도 남들을 관찰해도 나 자신은 눈에 띄지 않는 나이..하 서글프다. 노파도 그런 관점에서 이 마을에 일어나는 모든 사건들을 관찰하고 있다.

 

마을의 안과의사인 제롬 모르발이 무언가에 찔리고 머리를 가격당해 모네의 정원의 연못으로 흘러들어가는 시냇물에 죽어있는 모습이 발견되고 이내 지역의 형사인 실비오와 타지역에서 전근 온 상사인 로랑스가 담당 경찰이 되어 수사는 활발하게 진행된다. 다소 수줍고 섬세한 실비오와 상남자인 로랑스의 소위 케미가 돋보이는 장면들이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만삭의 아름다운 아내가 있는 실비오는 요리가 취미이고 로랑스는 죽은 안과의사가 바람을 피웠다는 여인들 중 한명으로 의심되는 인상파 화풍의 아름다운 그림처럼 아름다운 마을의 교사 스테파니 뒤팽에게 찾아가 이것저것 물어보다 한눈에 반하고 만다. 스테파니는 남편이 있는 여인인데 묘한 데가 있다. 남편은 그녀를 구속하는 것 같고 소설은 로랑스의 수사와 스테파니의 이야기 그리고 또 한명의 열한살의 아이 파네트의 천재적인 그림과 그 아이의 친구들의 이야기로 그리고 미국에서 온 화가인 제임스의 이야기까지 굽이굽이 펼져져 가는데 복잡해서 머리가 아픈 소설이 절대 아니고 그저 이야기만 따라가다 보면 너무나 재미있게 흥미롭게 펼쳐지는 이야기들에 푹 빠지게 되는 매력이 있는 소설이다. 끝까지 읽고 나서 헛..이런 반전이..하며 책을 처음부터 다시 들여다 볼 독자들이 많을 것이다. 더불어 끌로드 모네의 그림을 다시 보고싶은 예술적인 감성까지 키워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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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성의 눈으로 명화와 마주하다 - 명화 속 철학 읽기
쑤잉 지음, 윤정로 옮김 / 시그마북스 / 201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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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명화를 보았던 때가 몇년전 예술의 전당에서 있었던 오르세 미술관전이 처음이었던 것 같다. 당시 고흐의 노란방이나 빨간 조끼를 입고 피리를 부는 소년같은 그림을 보았고 18세기 프랑스 등 유럽귀족들의 드레스 한올한올의 레이스까지 보이는 그림들이 정말 눈앞에서 보면서도 신기했고 아름다워서 입을 못 다물었었다. 현대 작가들의 그림을 보면서는 그리 못 느꼈던 것 같다. 그리고 얼마전 스페인 프라도 미술관과 피렌체 우피치 미술관 바티칸 미술관을 실제로 가게 되었고 그 많은 작품앞에서 압도되다 못해 눈물을 흘렸고 그 감동이 지금까지도 밀려온다. 이렇듯 시대를 초월한 명화는 인간의 유한함을 느끼게 하면서 동시에 불멸의 존재같다는 생각에 인류의 문화적인 위대함을 느끼게 해서 더욱 우리에게 많은 감동과 느낌을 주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래서 명화를 분석한 책들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 그 중에는 그림속에서 경제학을 보는 책들도 있고 어떤 알고리즘을 캐는 책들도 있고 청소년을 위한 안내서같은 책도 있다. 이번에 읽은 책은 인문학적인 이성을 통해서 명화를 감상하는 책이었는데 처음에는 집중해서 읽기 어려웠으나 두번째 챕터부터는 이내 푹 빠져서 읽게 된 책이었다. 쑤잉이라는 중국작가가 쓴 책이라서 서양의 고대철학,수학과 중국에서의 음양사상,철학등을 비교할 수 있어서 더욱 재미있게 읽었다. 첫번째 챕터에서는 중세시대나 근대에 대천사 미카엘이 나체의 인간의 영혼의 무게를 재는 그림들을 보여주면서 점성술과 영혼의 무게와 윤회와 죽음 그리고 고대 그리스나 서양의 사상들을 이성의 눈으로 접근해서 보여줌으로서 명화를 한번 보고 다시 글을 읽으며 즐거운 인문학적인 독서를 할 수 있었다. 마지막에 실제 현대에서 맥두걸이라는 의사가 죽어가던 사람들 6명이 죽은 후 몸무게 변화를 보니 딱 21그램 차이가 나서 영혼의 무게가 21그램이라는 설명과 개는 죽은 전후의 몸무게의 변화가 없었다는 사실이 인간에게 있어서 영혼이 정말 있고 사후의 세계가 존재함을 느끼게 해주었다.

 

두번째 챕터에서는 이상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데 이 책에서 보게 된 이상 도시의 그림들이 1300년대 그림이라는 사실이 놀라울 뿐이었다. 현대그림이라고 해도 손색이 없을 정도에 무언가 황량하면서도 정말 이상의 도시를 그려냈음을 알 수 있는데 저자는 이 그림 중 하나를 너무나 좋아해서 복각해서 집안에 걸어둘 정도라고 했다. 나 역시 이 그림 중 하나가 너무나 맘에 들었다. 로마에서 보았던 콜로세움이 떠오르는 중앙바로 왼쪽의 원형경기장과 중앙의 개선문과 오른쪽의 팔각의 성당 그리고 앞쪽의 광장과 양옆의 도시민들이 이용할만한 구청같은 건물에 광장에는 그리스 신들의 조각이 높은 기둥위에 올라가 있다. 로마를 보면서 놀라웠던 점도 그 많은 성당들과 그리스로마신화적인 즉 고대와 중세의 분위기가 함께 있다는 사실이었는데 이 그림에서도 마찬가지의 느낌을 받았다. 바로 이 그림들은 수학자이면서 철학자이고 동시에 화가였던 당시의 화가의 생각들을 들여다 볼 수 있는데 그들은 마치 창조자들처럼 이 그림에서만큼은 조물주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빛이 있으라 한 것처럼 말이다.

 

세번째 챕터에서는 바벨탑에 대한 이야기로 플랑드르파 브뤼헐의 그림들을 소개해 주고 구약을 소개하면서 화가들의 이야기도 함께 곁들이고 있다. 그 이후의 많은 챕터를 통해서 14세기의 이야기에서부터 로베스 피에르같은 프랑스 혁명때의 이야기까지 저자는 붓다의 이야기부터 중국 철학자 이야기까지 곁들이며 서양의 역사깊은 명화들을 파헤치고 있다. 인문학 그리고 이성의 눈으로 바라본 명화이야기는 저자의 개인적인 견해가 많이 담겨있으면서도 색다른 접근을 한 구성이어서 무척 새롭고 재미있게 읽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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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즈번드 시크릿
리안 모리아티 지음, 김소정 옮김 / 마시멜로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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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기억을 잃어버린 앨리스를 부탁해'의 작가 리안 모리아티의 2013년작 허즈번드 시크릿. 베스트셀러였던 그녀의 작품을 드디어 한국에서도 만나게 되었다.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 1위,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러 1위에 올랐다면 대단한 것인데 천만부가 팔렸고 아마존 독자 리뷰는 1만 3천건이나 실렸다니 이런 책을 안 읽을 수가 없다. 전작인 '기억을 잃어버린 앨리스를 부탁해'를 재미있게 읽었던지라 이 작품도 몹시 기대가 되었다. 그녀 특유의 여주인공들의 세세한 상태, 직업이나 주부로서의 일상이나 그들의 친구들의 모습까지 이 작품에서도 그러한 묘사가 두드러져 그녀의 작품임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호주 시드니에서 똑똑하고 예쁜 세딸과 멋진 남편과 행복하게 살아가는 세실리아의 일상은 타파웨어를 세일즈하는 커리어우먼이면서 매우 바쁘게 살면서도 주부로서 엄마로서 아내로서 지역주민으로서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고 멋지게 살아가고 있다. 그녀의 남편인 존 폴의 편지를 발견하기 전까지는. 뜬금없지만 소설가로서의 그녀의 장점을 적자면 이 두꺼운 책의 글 하나하나가 허투로 써진 것이 없어보인다는 점이다. 가령 존 폴의 편지를 발견했을때가 그렇다. 다락방에서 실수로 팔로 쳐 쏟아진 신발상자에 보관하던 영수증 더미에서 자신의 이름이 적힌 하얀 봉투를 발견하고 남편인 존 폴의 글씨체라는 것을 알고 그 편지를 들어 올렸을때 본문을 잠시 인용해 본다면,

 

나의 아내 세실리아 피츠패트릭에게 반드시 내가 죽은 뒤에 열어볼 것. 세실리아는 큰 소리로 웃기 시작했지만, 곧 멈추었다. 마치 파티에 가서 다른 사람이 한 말을 듣고 신나게 웃다가, 불현듯 그 말이 농담이 아니라 심각한 말이라는 걸 깨달은 사람처럼.

'나의 아내 세실리아 피츠패트릭에게' 그 순간 이상하게도 뺨이 발갛게 달아오르는 것 같았다. 왠지 당혹스러웠다. 어째서? 존 폴 때문에? 아니면 자기 때문에? 부끄러운 장면을 목격한 것 같았다.

 

이 책의 다른 축을 이루는 서로 사촌간이면서 같은 회사를 설립하고 남편을 뺏기게 된 테스와 펠리시티와 윌의 이야기는 그들이 호주 시드니로 가게 되면서 테스가 만나게 되는 남자인 코너 휘트비가 세실리아의 딸의 학교 선생님인 부분에서 묘한 접점을 이루고 레이첼이란 노부인이 젊은 시절 잃은 딸인 자니의 이야기가 섞여들어가면서 미스테리해진다. 그러면서도 여전히 일상적인 이야기들이 지배한다. 어린 시절 딸을 잃었다면 그것도 살인자의 손에 잃게 되었다면 누구인지 심정적으로 의심이 가지만 증거도 없고 동기도 없다면 그래서 결국 범인이 잡히지도 않았다면 그 부모의 심정은 어떠할까? 개인적으로 복수하고 싶을 정도일 것이다. 평범한 일상과 과거의 비밀이 공존한다는 것은 무언가 확실히 불안한 것이다. 그래서 종반으로 치달을수록 안타까움을 더하게 되고 결국에는 누군가가 다치는 일이 생긴다. 그것도 죄와는 무관한 사람이. 책의 말미에 모든 것을 밝히는 반전이 숨어있어서 더욱 놀라게 되었다. 잃어버린 이십년전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그일과 무관했던 사람들이 얽히게 되면 평범했던 사람들의 일상이 어떻게 변할까? 리안 모리아티의 짜임새 있는 구성과 스토리텔링과 하나하나 정성스런 문체들이 어우러져 대박을 낸 것이리라. 베스트셀러다운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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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구나무
백지연 지음 / 북폴리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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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지연이 소설을 내다. 내 세대 사람들은 모두 알 백지연 아나운서는 MBC 뉴스의 간판앵커였다. 똑소리나는 발음과 야무진 모습으로 어르신들도 많이 좋아했던 기억이 난다. 내가 성장해 보니 내가 학생이었을적 훨씬 어른이었던 그녀는 같이 늙어가는 그런 친구같은 모습이 되었다. 오십이 넘은 그녀의 현재 모습은 40대 초반들과 견주어 보아도 몸매며 얼굴이며 젊어보인다. 늘 열심히 누군가를 인터뷰하고 아홉권이나 되는 책을 내오고 했던 부지런한 결과가 아닐까.

 

그런데 이번에는 소설이란다. 사실 소설까지는 아니다 싶었다. 그런데 어떤 호기심에 읽기 시작한 그녀의 소설 <물구나무>는 오호 같은 여자들의 이야기라서 그런지 하루만에 다 읽어버렸다. 그것도 틈틈이 읽었는데도. 그만큼 흡인력이 강했고 처음에 다소 어색했던 것들은 읽어나가면서 전혀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냥 어떤 소설가의 소설인가보다 싶었다. 요즘 드라마에도 배우로서 출연중인 그녀는 의외의 자연스러운 연기에 많은 사람들이 놀라워 하고 있다. 워낙 발음이 좋은 아나운서다 보니 발성이 좋고 그녀 특유의 말투가 그대로 느껴져서 그런 캐릭터가 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표정은? 표정연기마저도 능청스러우니 그대는 도대체 안 갖춘 것이 무엇인가? 하지만 그녀의 소설을 읽어보니 아무리 팩트가 아닌 픽션이라도 그녀의 인생이야기가 녹아있을 것이어서 그런지 그녀의 인생 저편에도 무언가 편하지만은 않았을 마음 고생이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책 곳곳에는 그동안 일을 통해서 누려왔을 어떤 럭셔리함이나 우아함이 배어 있는 것만은 사실이다. 그래 소설이라도 지지리 궁상맞을 필요는 없지 않은가? 재벌가의 아내가 된 수경의 삶이나 인터뷰이로서 성공한 주인공인 백민수나(백지연씨처럼 백씨이다) 좋은 아빠를 가진 문희의 삶이 제법 물질로서도 평안한 삶이라면 나머지 친구들의 삶도 대한민국 평균을 웃돈다.

 

그녀들의 취향이나 고등학교때부터의 우정이야기 그리고 현재 남편이나 자신의 위치에 대한 고민들은 같은 40대 여성으로서 술술 읽혀졌다. 그리고 아버지와의 못다한 이야기들도. 우리들 아버지 세대들은 그저 묵묵히 돈을 벌어다 주시지만 아이들과는 거의 대화가 없는 세대였으니까. 백지연의 소설이 놀라웠던 것은 중반부를 지나 하정의 죽음을 논하고 약간은 파헤치게 되는 미스터리적인 구성과 백민수의 화해하지 못한 아버지와의 화해장면이었다. 소설의 마지막을 이렇게 제대로 장식할 줄 아는 백지연이라니. 이건 그냥 소설가아냐..다음 작품도 기대가 된다. 다만 작가로서의 말들이 너무 많이 개입하지 말고 여백의 미가 있는 그런 소설도 썼으면 좋겠다. 읽고 있다보면 여자들의 수다가 도를 넘어 자기계발서같은 에세이를 써왔던 그녀의 습관들이 소설에도 미친 듯한 느낌이 들어서 말이다. 암튼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소설가로서의 첫발을 내디딘 백지연씨의 작품은 성공적이라고 부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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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 용접공 미메시스 그래픽노블
제프 르미어 지음, 박중서 옮김 / 미메시스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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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중용접공. 무슨 말일까? 말 그대로 물 속에서 시추선 근처에서 용접을 하는 용접공을 말한다. 그래픽 노블은 처음으로 읽어보는데 읽자마자 그 매력에 푹 빠져버렸다. 노블이라니 소설아닌가. 그만큼 문학적인 완성도도 높은 만화를 말한다. 주인공 잭은 애칭 재키로 불리운다. 아침에 면도를 하다가 살짝 베이고 묘한 기시감에 사로잡힌다. 2주 정도 걸리는 시추선의 수중용접공 일을 자처한 것이다. 늘 10월 31일이 되기전이면 할로윈을 건너뛰기 위해 자청했던 일이다. 그런데 이번에는 다르다. 여자친구인 수지가 자신의 아이를 임신하고 한달도 안 남은 막달산모이기 때문이다. 무슨 일이 있으면 조산사를 부르기로 하고 일을 찾아 떠나는 잭이 못내 서운했을 수지. 그래도 보내준다. 그런데 가자마자 물 속에서 이상한 소리와 이상한 것을 목격하고 정신을 잃는 잭. 무사히 구조되어 수지곁으로 돌아왔지만 이상하게도 무언가를 하다 만 느낌이 들고 다음날인 할로윈이 오는 것이 불안하기만 하다.

 

어짜피 돌아온 잭에게 수지는 당연히 막달인 산모로서 이것저것 해달라고 할 수도 있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다. 아기침대를 조립해달라고도 하고 조산사에게 가는 날 같이 가달라고 하고 그 전에 시어머니인 잭의 어머니에게 다녀가라고 할 정도로 속이 깊은 여자이다. 마지못해 어머니에게 찾아가지만 2층 자신의 방에서 무언가를 찾겠다고 하고 어머니는 순수하게 자신을 보러 온 아들이 아님을 깨닫고 서운해한다. 2층에서 할로윈에 사고로 죽은 아버지의 기사를 다시 읽은 잭. 무언가에 이끌리는 물가로 가서 시간이 지난지도 모른채 시간은 흘러만 가고 정신을 차리고 집에 오니 수지는 혼자서 조산사를 만나고 와서 잭에 대한 서운함과 화로 더 이상 잭에게 무언가를 기대하기조차 힘들다. 이 장면은 열살이었던 자신의 어린 시절 술에 취하곤 해서 약속을 잊어버리던 아버지의 모습이 겹쳐지고 그런 자신에게 너무나 화가난다.

 

이 작품은 아버지를 닮을 수 밖에 없는 아들의 이야기와 할로윈을 맞이하는 마을 전체의 모습 그리고 묘한 기시감이 어우러져 환상특급을 보는 듯한 느낌을 준다. 혹은 뒤로 갈수록 이것이 만화가 아닌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으로 바뀌는데 마치 시간과 공간의 흐름이 마구 섞이는 영화 인셉션을 보는 느낌조차 든다. 이것이 품격있는 그래픽 노블의 힘이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누구나 한 생명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그 부모로서는 가장 큰 환경의 변화를 느끼게 된다. 아직 부모가 될 준비가 안되어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런 불안감과 실제 아버지와의 어린 시절의 비밀 등이 어우러져 엄청난 작품을 만들어 냈다. 이 작품을 시작으로 그래픽 노블의 세계에 빠져들 것만 같은 느낌이 든다. 캐나다 최고의 만화가인 제프 르미어의 다른 작품들도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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