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속 문예출판사 세계문학 (문예 세계문학선) 115
프리드리히 뒤렌마트 지음, 차경아 옮김 / 문예출판사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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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리소설계의 유명한 작가들이 많이 있다. 당연히 아가사 크리스티부터 코난 도일, 레이먼드 챈들러, 대실 해밋부터 일본에서도 오래전부터 추리소설계의 거장들이 많이 있었다. 이 작품 프리드리히 뒤렌마트와 작품 '약속' '사고'등도 당대 가장 유명한 추리소설작가와 작품이다. 잘 알려진 작품은 아니었지만 추리소설 매니아라면 전설처럼 내려오는 작품들이다. 요즘 양상되는 추리소설들은 섬뜩한 사건현장이나 살해방법등을 묘사하고 욕설이 난무하는 한국영화스런 작품들이 많이 나오고 있다면 예전의 이런 유명한 작품들은 마치 감정이입을 배제한 우의극의 달인인 브레히트같은 희곡같은 느낌을 가지고 있고 독특한 문학세계를 가지고 있었다. 현대의 작품들이 아쉬운 점이 바로 이런점들이다. 가벼운 킬링타임용의 소설들이 있다면 반대로 묵직하고 인간세계를 다시 한번 깊이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작품들도 양립해야 추리소설이라는 장르도 오래 남을 것이다.

 

약속이라는 작품은 당시에도 이런 작품이 쓰일 수 있었구나 할 정도로 범죄에 있어서는 파격적이고 범인을 특정짓는 장면에서는 마치 FBI 수사관들이 연쇄살인범의 특성을 오래 연구하여 그 흔적을 따라가는 것처럼 너무나 비슷해서 놀랐다. 이 범인은 5년 2년 이런 식으로 점점 범죄를 저지르는 타이밍이 짧아지고 점점 스트레스를 받고 있으며 곧 또 비슷한 범죄를 저지르리라는 그런 장면들이 말이다. 어린 소녀를 상대로 저질렀던 범죄도 분노성이 강하고 약간 지능이 모자란 사람이 저질렀다는 그러한 사건양태도 그렇고 정말이지 놀라웠다. 어떻게 1950년전의 작품인데 이런 것을 다 알고 있었을까.

 

그리고 소녀의 어머니가 목숨을 걸고 범인을 잡을 수 있겠느냐는 질문에 얼결에 대답한 마태라는 경감이자 수사관인 사내는 요르단으로 휴식을 떠날 수 있었음에도 자살한 범인이 범인이 아님을 깨닫고 공항에 나온 많은 어린이들을 보고 다시 마음을 돌려 사건을 해결하러 돌아오는 장면도 인상깊은 부분들이다. 아마도 현대의 많은 미스터리 추리소설 작가들이 프리드리히 뒤렌마트의 경감 마태에 많은 영향을 받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과거에 해결하지 못한 사건에 거의 폐인이 되다시피 몰두하고 죄책감을 가지며 끝까지 해결하고자 노력했으나 잘 되지 않았을때의 좌절감 등 말이다. 이 작품을 다 읽자마자 왜 꼭 거론되는 작품인지 매니아라면 꼭 읽어야 할 작품인지 알 수 있었다. 약속과 더불어 '사고' 라는 짧은 작품도 뒤에 실려있는데 뒤렌마트의 걸작으로 꼽히는 작품들이다. 많이 양산되는 현대의 추리물 속에서 오히려 신선한 충격을 주었던 약속. 꼭 기억해둘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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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밥 - 제133회 나오키상 수상작
슈카와 미나토 지음, 김난주 옮김 / 예문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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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카와 미나토의 단편집 <꽃밥>은 일본 미스터리 소설계에서는 유명한 작품이어서 꼭 읽어보고 싶었는데 절판이었다가 이번에 개정판이 나와서 읽게 되었는데 기대한만큼 좋은 작품집이었다. 133회 나오키 수상작에 빛나는 작품이기도 하다. 표제작은 '꽃밥'이 가장 먼저 등장하는 단편인데 역시 나도 이 작품이 가장 좋았다. 읽고 있으면 분명 따뜻하고 먹먹한 감동까지 느껴지는데 전반적으로 흐르는 호러같은 느낌도 살짝 있으니 그래서 슈카와 미나토의 작품이 독특한 한 지평을 이루고 있는 것이다.

 

외동아들이었던 도시키는 어느날 여동생 후미코가 생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서른 남짓의 아버지는 사고로 돌아가시고 어머니와 셋이서 살아가게 된다. 후미코는 어린 아이인데도 뭔가 어른스럽고 초등학교 1학년때부터는 시게타 기요미라는 사람의 이름을 계속 쓰지를 않나 그녀는 엘리베이터에서 괴한에게 칼에 찔려 살해당했음을 알고 있다. 후미코에게는 시게타 기요미가 있는 것이다. 시게타 기요미의 아버지는 지금은 할아버지가 되었지만 아직도 그 가족들은 아픈 마음을 간직하며 막내딸을 기리며 살고 있다. 후미코가 오빠에게 대신 전달해 달라고 했던 도시락에 그 할아버지와 가족들은 시게타 기요미가 전하는 선물이라 생각하고 눈물을 흘리며 마음의 위안을 받는다. 그 도시락의 정체는 무엇일까? 꽃밥을 읽으며 먹먹함에 눈물을 줄줄 흘리며 읽었던 기억이 난다.

 

그 다음 작품 '도까비의 밤'도 가슴 아련하고 먹먹해지지만 따뜻함을 느낄 수 있는 역시 그런 작품이다. 게다가 한국 아이가 등장하는 작품이라 더욱 애정이 갔다. 원한을 가지고 죽었을 것이라 생각했던 아이의 영혼이 나타나자 동네는 한바탕 소동이 벌어지고 그 아이를 더욱 두려워하는데 오직 그 아이랑 같이 놀아주었던 주인공 아이만이 그 재일동포 아이를 이해해 주고 한국형 유령인 도까비가 등장하는 것이 이 작품의 특징이다. 아마도 작가의 친구나 친척중에 재일동포가 있는 모양이다.

 

다음 작품인 '요정 생물'은 모두들 지나는 사춘기 이전의 감성과 혼란한 성장과정 어머니의 바람과 가출을 겪으며 요정 생물이 묘한 긴장감을 일으키는 매개체로 쓰이고 있다. '참 묘한 세상'은 한편의 블랙코메디 같은 작품이다. 한 남자가 죽고 장례식을 치르는데 움직여야 할 영구차가 꼼짝을 하지 않는다. 조카가 죽은 삼촌이 꼭 찾을 것 같은 그 부분을 찾아내자 움직이는 듯하다 또 움직이지 않고 다른 조카가 또 한명을 데려오자 비로소 움직이며 결국 모두가 친해져 술 한잔 기울일 수 있는 블랙코메디는 세상사가 또한 그렇지 않던가 하는 생각도 들게 하는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하는 작품이다. '오쿠린바' '얼음 나비' 모두 좋은 작품들이었다. 죽음과 삶의 경계가 뚜렷하지 않은 이 작품들은 그래서 더욱 따스하고 으스스한 작품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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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맞이언덕의 안개
김성종 지음 / 새움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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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의 눈동자, 일곱 개의 장미송이의 저자 우리나라 추리소설계의 대부라고 할 수 있는 김성종씨의 신작 달맞이언덕의 안개가 나와서 읽어볼 수 밖에 없었다. 어려서 우연히 도서관에서 읽었던 위의 책들은 내게 나름 큰 충격이었다. 그 후로 일본소설들을 읽곤 했지만 역시나 김성종씨의 소식은 가끔 궁금했다. 부산 해운대 달맞이언덕에 세운 '추리문학관' 의 소식은 한국 추리계의 큰 발전을 위해 아주 좋은 일을 하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이번 연작소설집의 제목도 달맞이언덕의 안개라니.. 읽어나가니 주인공도 나이든 추리소설가이다. 읽을수록 김성종씨 본인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많은 부분 투영된 것도 사실인 것 같다. 하지만 여자를 많이 밝히는 카사노바적인 기질은 김성종작가를 개인적으로 알지 못하니 창작된 부분이라 생각된다.

 

달맞이언덕위에 있는 여러 커피숍중에 '죄와 벌'은 어느 부녀가 운영하는 특별한 장소이다. 늘 달맞이안개가 자욱하게 깔리는 이곳은 여행객들이 자주 이용하는 곳이다. 추리소설작가인 주인공은 '포'라는 여인이 운영하는 '죄와 벌'이 단골 커피숍이 되었고 이 곳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곰형사와 함께 풀어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책의 전반적인 부분은 추리소설이 아니라 추리소설 작가의 이야기에 촛점이 맞추어져있다. 그의 과거를 함께 했던 여인들 현재 그를 이용하려는 사람들 그 중 압권은 한 국회의원의 출판기념회에서 큰 실수를 하고만 주인공의 이야기에 있다. 그 날 이후로 사람들은 치매에 걸린 추리작가로 치부해 버리기도 했지만. 일흔이 넘은 노작가의 이야기를 왜 썼을까. 김성종작가도 아마 일흔이 넘었을 것이다.

 

추리소설에서도 늘 젊은 탐정들만 나온다. 하지만 진짜 백미는 아가사 크리스티의 작품처럼 미스 마플이 나오는 그런 작품이 아니었을까. 바로 거기에서 이 작품이 살짝 아쉬운 점이 생긴다. 미스 마플처럼 계속해서 추리가 나오는 소설이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는 것이다. 짧은 단편소설들은 아마도 어딘가에 연재를 한 것인데 정통 추리소설은 몇편에 지나지 않고 늙은 작가의 환타지 과거를 회상하는 추억같은 짧은 소설들이 많다. 물론 김성종씨 팬들은 이 작품도 노작가의 노년의 작품으로 여러가지 인간사가 등장하고 풍자하고 시크한 매력을 풍기고 있어서 좋아할 수도 있다. 앞으로는 이 노작가의 미스마플같은 활약이 나오는 작품도 나왔으면 더욱 좋겠다. 달맞이언덕의 안개의 2편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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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의 그림책 - 인생은 단거리도 장거리도 마라톤도 아닌 산책입니다 위로의 책
박재규 지음, 조성민 그림 / 지콜론북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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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로의 그림책. 아이들이 보는 유아그림책은 아니다. 어른들을 위한 그림책이랄까. 처음 몇개만 읽어보아도 감각적이고 세련된 문구들이 눈에 들어와 작가소개를 다시 들여다 보니 역시나 카피라이터였다. 개인적으로 카피라이터분들을 좋아하는지라 더욱 애정이 갔던 책이랄까. 박재규님은 다음 스토리볼 '내 삶의 힌트'라는 연재로도 유명한 분이었다니 왜 몰랐을까. 예쁘고 아름다운 일러스트는 조성민씨의 그림으로 광고계에서도 빛을 발했다니 이 두 분은 아마도 광고를 통해서 알게 되지 않았을까 하는 엉뚱한 추측까지 해본다.

 

실제 생활에서의 주부들은 잔소리의 여왕들이 된다. 하고 싶지 않아도 빨리 해결하고 나도 쉬고 싶은 마음에 자꾸 부드러운 소리보다는 단답형의 명령문이 주가 된달까. 이 책을 읽으며 잔소리 그런 것이 무슨 소용이 있을까 하는 한숨부터 나온다. 이 책을 읽으니 반성이 되는 것이다. 앞으로는 잔소리는 줄이고 머리속에 쏙 들어갈 수 있는 감각적이고 적합한 언어를 써보고자 한다. 나는 왜 태어났을까 라고 반문하는 청소년들이 너무 많다. 아니 20대도 너무 많을 것이다. "당신은/ 당신이 태어나고 싶어/ 태어난 것이다/ 그것도 필사적으로" 라는 문구를 보여주고 싶다. 또한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좋았을 걸/ 인생은/ 단거리도/ 장거리도/ 마라톤도 아닌/ 산책이란 걸"  역시 마흔을 넘게 살다보니 정말 그렇다는 걸 보장해 줄 수 있다. 젊은이들이 희망과 너무 먼 미래를 보지 말고 가까운 것부터 보았으면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 라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처음부터 대기업이나 큰 것만이 아닌 작은 곳 작은 것에서부터 출발하는 것임을..

 

중학생 딸이 요즘 심하게 사춘기를 앓고 있다. 우울증이 온 것 같이. 공부도 하나도 들어오지 않고 뭐라고 해도 답답하기만 하고 자괴감만 늘어가는 상태. 온 집안이 몸살을 앓고 있는 것 같다. 가족구성원 하나하나가 건강해야 가족 전체가 밝고 건강하다는 것을 요즘 정말 크게 깨닫는다. 하지만 아픈만큼 성숙해 진다고 이 역시 지나가리라 라고 굳게 믿는다. "저 춥고/ 저 광활한 우주를/ 광속으로 달려온 빛이/ 어찌 허투루 달려왔을까/ 그대의 어둠/ 그대의 슬픔/ 밝히러 왔겠지" "당신은/ 당신이 아는 것보다/ 훨씬 장점이 많은 사람입니다.""어둠을 밝히는 것은/ 전등이 아닌/ 사람입니다" "당신은 이미/ 충분히 많다" 와 같은 구절들이 아름답고 예쁜 삽화와 함께 우리 머리속에 콕콕 들어박힌다. 사람의 인생은 누구나 아무리 완벽한 사람이라도 평탄하지만은 않을 것이다. 저 부자들 중에서도 자살을 하는 사람들을 보면 그렇지 않은가. 내 옆에 진실된 사람이 있고 가족이 있고 친구가 있고 아름다운 꽃과 바다가 있고 싱그러운 바람이 있다면 그 작은 것을 보면서 만족하고 행복해 할 줄 알면 좋겠다. 매일 아침마다 알람을 끄면서 투덜대는 사람이 될 것인가 새로운 시간이 열렸다 라고 생각하고 벌떡 일어나는 사람이 될 것인가는 내가 하기에 달렸다. 이 그림책을 통해서 다시금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특히 감사하는 마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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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진짜 범인인가 - 대한민국 1호 프로파일러 배상훈, 범죄사회를 말하다
배상훈 지음 / 앨피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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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도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는 한국에서 점점 각박해져가는 세상에서 미국처럼 프로파일러라는 직업군은 이제 꼭 필요한 직업인 것 같다. 서울 서남부 연쇄살인사건의 정남규나 사이코패스인 강호순 부녀자 연쇄살인사건같은 사건에서 배상훈이란 프로파일러의 이름을 들어보게 되었고 그의 활약은 미국에서의 유명한 프로파일러만큼이나 화제가 됐었다. 물론 나처럼 범죄심리학이나 왜 범죄가 일어나게 되는 것인가 하는 기본적인 범죄학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그의 이름을 기억하게 되었을 것이다. 표창원교수처럼 말이다.

 

누가 진짜 범인인가 라는 책은 배상훈씨가 지은 책이라서 읽기전부터 무척 흥미와 기대가 되었던 책이었다. 물론 책을 다 읽은 지금에도 비교적 만족스러운 책이었지만 진짜 궁금했던 점은 아직 해소가 되지 않는 것 같다. 그래도 과거 경찰의 처우라든가 현재의 경찰의 입지 같은 민감한 사항들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고 프로파일러라는 직업을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충분히 이런 세계라는 것을 보여준 것 같다. 사건에 있어서 범인과의 심도깊은 인터뷰 즉 괴물의 심연을 들여다 본 것 같은 그런 류의 책을 기대했는데 그런 것과는 조금 다른 방향의 책이었던 것 같다. 박춘봉이나 오원춘같은 조선족의 무시무시한 토막살인같은 사건과 용인 모텔 토막살인같은 사건들은 우리에게 알려진 이상의 자세한 내막은 잔인해서인지 너무 자세히는 알려주고 있지 않지만 그래도 수사를 진행했던 입장에서의 사건기록은 충분했던 것 같다. 폭력적이고 무시무시한 영화나 게임이 살인사건과 관계가 없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아무래도 청소년기를 막 거친 젊은이들이 이런 영상물을 자주 본다면 뭔가 영향을 미칠 것은 자명한 사실인 것 같다.

 

또 존속살인사건같은 경우에 대해서도 물질만능시대의 폐해라든지 아동학대를 당하는 무수히 많은 아이들의 안타까운 현실들이 정말 걱정이 되었다. 이러한 괴물들은 어디서 어떻게 나오는 것인가. 분명 과거에도 있었지만은 그 수는 현저히 적었을 것이었고 인간으로 보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중세시대같은 때에는 늑대인간류가 그런 짓을 저지른다고 믿었었다. 그런데 지금은 언제 어디서 이런 괴물이 튀어나올지.. 평범해 보이는 가정에서도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이 무섭기만 하다. 여러가지 사건을 알려주고 있지만 자극적으로 보여주기만 하는 책은 절대 아니다. 오히려 그런 것들을 감추려고 노력한 책이다. 막연하게 프로파일러의 세계를 꿈꾸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단비와 같은 책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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