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엄마
남인숙 지음 / 호메로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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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은 다행히 친정부모님께서 건강히 살아계신다. 일흔이 넘으신 아버지, 일흔이 가까워가는 엄마. 쿨하기도 하시고 여러모로보나 시댁어르신보다는 덜 보수적이고 깨어있으신 분들이라 서로 한달에 한번 전화해도 어제 전화한 것처럼 그렇게 받으시는 멋진 엄마다. 사춘기를 뒤늦게 심하게 앓고 있는 딸아이로 인해 집안이 오히려 더욱 뭉칠 수 있었다. 서로 눈물 흘리고 위로하고 기다려주면 아이가 다시 돌아올 것이라고. 학습장애처럼 난독증까지 와버린 아이때문에 올해는 정말 현실성이 없고 그냥저냥 잘 살아지다가도 아이로 인해 쌓인 스트레스와 불안으로인해 공황발작같은 것이 오기도 하고 정말 힘든 반해였다. 엄마와 여동생이 없었으면 정말 버텨내기 힘들었을 것 같다. 그런데 엄마가 만약에 돌아가신다면.. 나는 어떻게 살아가야하나..어떻게 살 수 있을까?

 

이 책 '안녕, 엄마'를 손에 든 순간부터 눈물이 그렇게 나왔다. 아직 돌아가신 것도 아닌데 엄마 아빠를 생각하면 그렇게 눈물이 나는 것이다. 자녀를 어느 정도 키운 엄마라면.. 자전적인 글 같지만 소설이기도 한데 아무래도 작가인 남인숙씨의 가족이야기도 섞여 있을것만 같다. 소설의 주인공은 아직 노처녀 작가인데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다. 어느 날 다른이의 환갑연에 가신다고 나간 부모님이 교통사고로 그만 둘 다 돌아가시고 만다. 주인공은 부모를 잃은 슬픔과 상실감에 우울증이 극에 달하고 당장 죽을 것만 생각하고 산다. 막내동생이 혼자 쓸쓸하게 집에만 있는 것을 본 위의 오빠들과 언니는 그 동생을 끄집어 내어 일주년을 지내고..너무나 우울할 것 같았던 가족모임에서 엄마 아빠에 대한 추억담을 하나씩 꺼내다보니 어느새 웃기도 하고 눈물도 흘리고 형제애를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각자가 추억하고 있는 부모님에 대한 이야기들을 편지형식으로 써서 보내주면 주인공이 편집해 보겠다고 그러면 우울이 없어질 것 같다고 제안한다. 글을 잘 쓰던 못쓰던 그렇게 자녀들은 부모를 기억하고 좋았던 일들을 써보는데..

 

그렇게 쌓인 에피소드들을 읽으며 그 엄마 아빠의 모습에 내 부모님의 장점이 오버랩되면서 그렇게 눈물이 났다. 그리고 맞아 그랬지 하면서 나의 어린시절도 돌연 떠올려 볼 수 있었다. 엄마 아빠와의 행복한 추억들이 생각나기 시작했다. 아이의 사춘기를 겪으면서 엄마한테 혼났던 기억만 떠오르곤 했는데 이 책으로 인해 올바른 나의 유년시절들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그래서 참 감사하는 책이다. 자녀를 키우고 있는 엄마라면 이 책을 읽으며 행복해 하기도 하고 눈물도 흘리고 또 나의 어린 자녀들에게 참 좋은 부모로 남아야 겠다는 사명감도 느끼게 될 것이다. 이 소설의 자녀들은 정말로 좋은 엄마를 가졌다. 비록 요리는 잘 못하지만 언제나 웃고 아이들과 함께 했던 엄마 그런 엄마였으니 말이다. 그래서 자녀들은 엄마를 떠올리면 항상 친절했던 엄마를 기억해내는 것이다. 나도 그런 엄마로 기억되고 싶다. 늦은건 없다. 지금부터도 늦지 않다. 각박한 세상에서 엄마인 나만이라도 아이에게 정말 환한 피난처가 되어야 할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엄마의 모습을 정말로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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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가림이 무기다 - 소리 없이 강한 사람들
다카시마 미사토 지음, 정혜지 옮김 / 흐름출판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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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가림이 무기다. 요즘엔 두껍고 잘 안 읽히는 책은 달갑지가 않다. 얇아도 알찬책. 이 책이 바로 그런 책. 쉽고 재미있게 술술 잘 읽혔고 나도 나이들어 가면서 자꾸 낯을 가리는데 낯가리는 사람의 특성을 잘 알 수 있었다. 가짜 낯가림쟁이와 진짜 낯가림쟁이가 있다는 사실도. 물론 저자가 만들어낸 이론이지만. 그래도 정말 공감이 갔다. 나는 과연 어느 쪽의 낯가림쟁이일까?

 

진짜 낯가림쟁이는 나보다 남에게 너무나 집중하는 나머지 남들을 곤란하게 할까 남들에게 폐를 끼칠까 그것을 걱정해서 말을 쉽게 못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음..나는 그건 아닌것 같다. 내가 실수해서 창피할까봐..내가 정신적으로 힘들고 그러니까..그런 축이니 가짜 낯가림쟁이인가 보다. 그래서 낯가림을 하는 사람들은 그림자처럼 사람들을 관찰하고 사람들 눈에 띄이지 않게 행동하며 세심하게 관찰하는 사람이기도 하다는데 바로 그것이 낯가리는 사람들의 장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성격은 정말 개조하기 힘든 것이라고 한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이런책을 읽고도 쉽게 바꿀 수도 없고 또다른 좌절을 하게 되는데 이 책은 있는 그대로의 그 모습으로 사회에 잘 적응할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니 정말 괜찮은 책이었다. 획기적이었고 말이다.

 

낯가리는 사람들의 그 조용하고 세심한 그 능력은 무궁무진한 것 같다. 잘만 활용하면 말이다. 이 책을 읽어보면 배우중에서 의외로 낯을 가리는 사람이 많단다. 또 강연자도 많단다. 그런데 어떻게 무대에서 그렇게 잘 할 수 있을까. 물론 배우는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하는 것이니까 오히려 평소에 자신말고 남을 연기하는 것에서 180도 바뀌는 모습을 보일 수 있다고 한다. 강연자도 무대에서 청중앞에서 강연을 연기한다고 생각하면 된다고 한다. 오히려 가짜 낯가림쟁이들은 이 상황에서 창피함을 당할까 두려워 떨다 못해 강연이나 연기를 못할 것 같다. 그럼으로 진짜 낯가림쟁이들이 하는 것처럼 생각한다면 강연에서 떨림을 좀 가라앉히지 않을까. 본인보다 상대에게 집중해서 하면 되는 것이니까 말이다.

 

이 책에선 또한 낯가리는 사람으로서 성공할 수 있는 방법들을 구체적으로 알려준다. 이 리뷰에서 다 알려줄수는 없고 이 책을 읽으면서 그 방법들을 캐치하면 좋을 것 같다. 진짜 따라하기 쉬운 방법들이 많이 있으니까 말이다. 반경 1미터의 법칙이라든지 상대를 파악하는 방법이라든지 화술이라든지 2인자를 알아채는 방법이라든지 그 밖에 세심하게 사람들과의 관계를 알아채서 그것을 이용하는.. 다만 사람을 이용하려는 목적이 아니라 낯가림쟁이 특유의 진심과 정성을 담아 이야기를 한다면 통하는 것들 말이다. 정말 쉽게 술술 읽히면서 나름 나는 어떤 사람인가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는 재미있는 독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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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CEO 가정을 경영하라 - 대한민국 1호 아내 CEO 최미영의 우리 집 경영법
최미영 지음 / 라온북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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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후반의 오십이 다되어 간다는 나이가 안 믿길 정도로 시원하고 아름답게 미소짓고 있는 지은이가 눈에 들어온다. 최미영씨. 부자집에서 곱게 자란 고운 마나님일 것 같았는데 지은이 소개를 읽는 순간 뒤통수를 맞았다. 어머니는 알콜중독에 아버지는 실의에 빠진 그래서 어린 시절부터 맏딸로서 동생들을 책임지고 땔감으로 써야할 나무를 해오고 밥을 지어야 했던 소녀로 컸었다는 사실이 쓰여 있었으니 말이다. 그래서 결혼은 생각도 안했건만 비슷한 처지의 남편을 만나(친구의 오빠였던) 결혼을 하고 세 아이를 낳게 되었는데 그 어린 아이들을 데리고 병에 걸린 엄마 병수발을 하고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빠졌던 시댁의 일까지 해결하고 나서야 자신을 건사했다는 사실에 내 자신이 부끄러워졌다.

 

게다가 각종 김치 담그는 것은 일도 아니고 남편이 집에서 편히 쉴 수 있도록 내조를 하고 또한 무조건 저축 또 저축을 하고 또 과감하게 부동산 계약을 해야 할 때에는 남편을 설득해 하고마는 똑순이 같은 그녀는 과연 남편을 50억 자산을 가진 사업가로 만드는데 일등공신이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연이은 휴일에 남편의 사소한 일 하나에도 곤두서서 타박을 하곤 했던 내 자신이 진정 부끄러워 지는데 이 책을 읽자마자 또 그랬던 것을 생각하면 사람의 성격은 참 고치기 힘들다는 책 내용이 공감이 간다. 그럼에도 그녀는 진정 가정을 일으키기 위해서 힘들었던 과거는 잊어버리고 항상 희망을 하지고 집안을 일으켰던 모든 것을 혁신했던 그녀의 모습에서 나도 내일부터는 달라지리라 결심을 해본다.

 

23년간 매일 쓴 일기와 가계부 덕분에 이 책이 첫 책임에도 정말 단숨에 술술 읽을 수 있었다. 이 모두가 일기 덕분이라고 한다. 나도 오늘부터 일기를 써볼까..그녀는 글을 참 잘 썼는데 오타에는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너무나 오타가 많다. 과연 교정을 한 것인지. 단숨에 읽으면서도 수없이 발견한 오타와 작은 따옴표와 함께 줄이 그냥 넘어간 편집실수까지 왜 교정팀에서는 못 발견했을까. 고것만 다시 깔끔하게 된다면 이 책을 널리 추천하고 싶다. 자신의 삶보다 그저 아이들의 공부 공부에만 집착하고 갈 곳을 몰라 헤매는 이 땅의 엄마들에게 말이다. 산만한 아이들을 믿고 기다려 준 결과 지금은 미국에서 하고싶은 공부를 하고 있다는 저자의 자녀들의 이야기까지 참 부러웠다. 자녀가 필요로 할때 총알장전을 하고 있다가 그때 돈을 써야 한다는 사실도 공감한다. 남들이 하고 있다고 너도나도 비싼 학원과 과외를 과목마다 붙여 주고 있는데 과연 그 노후는 안전할지.. 돈 한푼 없이 자신들만 바라보고 살 부모가 있다면 그 자녀들은 얼마나 답답할지.. 그리고 남들 다 한다고 명품백과 시계를 자꾸만 사는 진짜 부자도 아닌 그녀들..살짝 걱정이 된다. 이 책을 읽어보라고 하고 싶다.

 

일관성 있는 대화를 하기. 마음과는 달리 말로 상처를 주는 엄마이자 아내인 우리들에게 꼭 필요한 부분이다. 대화법은 자꾸 공부하고 익혀야 한다고 한다. 잡동사니를 줄이고 충동구매를 하지 않기. 그리고 우리 가족만의 버킷리스트 만들기. 그리고 엄마인 우리 자신의 버킷리스트 만들기. 그리고 여행을 상비약으로 한다는 이야기, 늘 철마다 야채와 쌀을 보내주고 찾아가면 늘 맛있는 밥상을 차려주는 시어머니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참 아름다웠다. 또한 나누는 삶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와닿았다. 그녀의 나눌 줄 아는 그릇이 이렇게 성공한 가정을 이루게 한 원동력이 되었을 것이다. 나도 그릇이 큰 여자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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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만 모르는 것들 - 우리 아이 잘되게 하는 23가지 엄마 이야기
노경실 지음 / 아름다운사람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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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만 모르는 것들이란 제목만 보고 엄마만 모르는 아이들의 이야기 뭐 그런 책인 줄 알았다. 열네살이 어때서? 라는 청소년 소설로 유명한 노경실씨가 그간 도서관이나 강연에서 만났던 엄마들과 아이들의 이야기를 작정하고 쓴 책이다. 엄마만 모르는 것들이란 챕터가 있는데 이 챕터의 소제목을 이 책의 제목으로 그대로 입혔나보다. 그런데 또 전체적인 이 책의 주제와도 일맥상통한다. 엄마만 모르는 아이들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엄마만 모르는 엄마 자신들의 이야기라고 할까. 잃어버린 어린시절과 학창시절 언제나 웃고 떠들었던 친구들에게 인기 많았던 소녀는 어디로 갔을까. 하는 그런 이야기들.. 그러면서 아이의 사춘기를 겪으며 혹독하게 신고식을 치르는 이 땅의 엄마들. 그녀들의 바람은 오로지 한가지이다. 내 자식이 잘 되는 것..

 

언제부턴가 아이들의 사춘기가 더욱 독해진 것 같다. 우리 아이는 착하고 마음이 여린 아이라서 그런 심한 말이나 욕설을 담은 적은 없지만 자신을 한없이 낮추고 자존감이 없는 말로서 엄마의 마음을 흔들고 한없이 다른 곳으로 가서 울고싶게끔 만든다. 무기력한 아이의 모습을 옆에서 보는 것도 지옥이나 다름없다. 어떻게 하면 아이의 흥을 돋우고 다시 정신을 차리고 공부를 하고 자신의 꿈을 좇아 살 수 있게 만들까.. 자녀의 사춘기를 혹독하게 겪는 이 땅의 엄마들은 다 나름의 다른 얼굴들로 만나는 아이들의 모습에 너무나 힘들어 하고 있다. 이러려고 그렇게 정성스럽게 키웠던가. 먹였던가. 안 좋은 것은 보지도 듣지도 말라고 키웠던가. 이 책에서는 당연시하게 알고 있었던 어떤 단어들을 한자로 풀이함으로서 무릎을 탁 치게 만든다. 엄마의 마음을 알리고 보듬는다. 친부모의 친이라는 한자는 친하다 아끼다 사랑하다 친숙하다로 표현되는 글자인데 親 높은 나무에 올라서서 바라본다로 해석한 노경실씨의 글을 읽고 있자니 아이가 순간 없어져서 심장이 내려앉은 기억, 무사히 학원에서 잘 올까 하는 그런 모든 순간들이 엄마는 너희들을 위해서 이렇게 높은 곳에서 노심초사 너희들을 바라보고 있는데..하는 마음에 와락 눈물이 쏟아졌다. 용서의 용자는 얼굴 용자를 쓰는데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용서를 하는 모습에서 나온 말이 아닐까 하는 해석도 와닿았다.

 

아이들은 모른다. 남편도 모른다. 조금만 더 잘 하면 뭔가 손에 잡힐 것 같아서 희망을 품는 이땅의 엄마들을..자신을 희생하고 자녀들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공부를 강요하는 것을.. 그런데 엄마들도 이제는 알아야 한다. 나 자신도 하나의 사랑받던 인간이었음을.. 아이의 꿈이 직업이 되어버리지 않기를..공부만 해서는 이제 살아남기 힘들다는 사실을..아이들이 집에 오는 것을 지겨워하고 지옥같이 여기지 말아야 함을..가정은 삶의 보물 상자가 되어야 한다.-코르뷔지에, 자식에게 물고기를 잡아 먹이지 말고 물고기를 잡는 방법을 가르쳐 주어야 함을..내 아이는 절대 안 그래라는 말로 아이를 모르지 말기를.. 아 정말이지 엄마란 너무나 힘든 노릇이다. 빛나고 예뻤던 여자로서의 삶은 짧지만 위대한 어머니로서의 삶은 길다는 것을 다시 한번 되새기면서 이 힘든 시기를 버텨내 보련다. 이 책을 읽으며 많은 공감을 했고 위로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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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 온 더 트레인
폴라 호킨스 지음, 이영아 옮김 / 북폴리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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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 온 더 트레인. 온라인 서점에서도 연일 눈에 띄는 소설이었고 아마존 종합 베스트셀러 1위에 14주 연속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아마존 리뷰 25000건이라는 엄청난 흥행을 한 소설이어서 꼭 한번 읽어보고 싶었다. 폴라 호킨스. 처음 들어보는 작가라 작가의 소개글도 자세히 읽어보았다. 기자 출신이면서 다른 필명으로 로맨스 소설을 여러편 썼던 소설가였다. 스릴러나 미스터리 추리같은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폴라 호킨스가 이내 로맨스 소설보다 이런 소설을 쓰는 것을 좋아한다는 것을 알아차렸을때 고개를 끄덕끄덕 하면서 공감을 했을 것이다. 나 역시 소설을 쓴다면 이런 장르의 소설을 쓸 것 같다. 워낙 좋아하는 소설 종류이니까. 마침내 자신의 장기를 맘껏 뽐낼 수 있게 된 폴라 호킨스 자신의 이름으로 나온 이 작품은 크게 히트를 치게 된다.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인 것 같다. 드디어 책을 읽어본다. 책날개에 쓰여진 수많은 찬사답게 정말 술술 끊임없이 읽힌다. 중간에 일어나기 싫을 정도로. 그 자체만으로도 이 소설이 히트치게 된 것은 자명한 사실이었다.

 

레이첼, 메건, 애나 세 여자의 관점으로 쓰여진 이 소설은 그 각각의 이야기를 읽는 것만으로도 정말 흥미진진하다.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레이첼 메건 애나 각각의 여성들의 삶을 몰래 엿보는 듯한 느낌을 독자들에게도 그대로 전해준다. 물론 주인공은 레이첼인 것 같다. 알코올 중독자가 되어버린 아직 마흔도 되지 않은 서른중반의 여자가 외모도 몸매도 자신감도 망가진채 해고된 직장을 매일 나가는 것처럼 매일 완행열차를 타고 자신이 살았던 동네를 관찰하게 되는데..자신을 쳐다보는 사람들이 다 자신을 보고 한심해 하고 역겨워하는 것처럼 피해의식까지 느끼고 있는 레이첼.. 열차를 타고 매일 지나가며 그녀가 관찰하게 되는 제이슨과 제스 부부(물론 레이첼이 붙인 이름들이다)는 자신의 지난날 행복했던 시절의 레이첼과 톰 부부의 모습 같았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의심쩍은 장면을 보게 되고 자신은 술에 취해 구타를 당한채로 정신을 차리게 되는데.. 도무지 전날 만취해서 벌어진 일을 기억할 수가 없다. 도대체 그날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 소설은 그날의 기억을 되찾아 가는 레이첼의 이야기임과 동시에 그녀가 제스라고 이름지어준 메건이 사라진 날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실종된 메건의 이야기와 레이첼의 남편인 톰과의 불륜으로 이혼을 시키고 레이첼의 자리를 차지하게 된 애나의 이야기도 흥미롭다. 그 중 가장 좋은 것은 역시 레이첼이라는 인물이다. 정말 너무나 지저분하고 무기력 환자같은 레이첼이지만 가장 흥미롭고 안타깝고 그러면서도 미워할 수 없는, 계속 읽고 싶어지는 인물이다. 그녀가 벌이는 지저분한 짓, 자꾸 잊어버리는 기억, 이 사회의 루저같은 그 모든 것들이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한 것 같으니까. 그리고 그녀가 매일 관찰하는 것들은 히치콕 감독의 <이창>을 떠올리게 한다. 내가 가지지 못한 것을 가진 사람들을 부러워하고 살짝 시샘도 하면서 관찰을 하는 모습들은 현대인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우리 모두는 어느 정도의 관음증은 가지고 있지 않을까. 그런데 후반으로 갈수록 로맨스 소설을 썼던 그녀의 버릇처럼 로맨스 소설을 읽는 듯한 기분이 드는 페이지들은 살짜쿵 실망스럽기도 했다. 그러다 갑자기 소설은 다시 활기를 띄고 결말을 향해 달려간다 쉴새없이.. 마지막 장면들은 마치 영화를 보는 것처럼 긴박하고 스릴러적인 장면들이었다. 이 여름에 더위를 잊게 할 가장 적합한 소설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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