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삶을 결정하는 것들 - 하버드대 최고 인류학자 아서 클라인만의 위대한 수업
아서 클라인만 지음, 이정민 옮김 / 북로그컴퍼니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인류학자이자 저명한 정신의학자인 아서 클라인만이 수십년동안 알고 지냈던 사람들의 내밀한 이야기와 함께 인간의 삶이란 어떤 것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조금이나마 알려주는 길잡이가 되는 책이라고 볼 수 있다. 동물이 아닌 인간의 삶이란, 도덕적이고 윤리적인 삶을 가진 인간이 동물과 다른점을 깨달을 수 있다. 우리는 살면서 숱한 선택을 하며 산다. 그 결과 여러가지 삶의 형태가 나타나며 노년에 드리운 겉으로 드러나는 여러가지 모습들에서 과연 누가 제대로 살았는가 라고는 말할 수 없음을 이 책을 통해서 역설적으로 깨닫게 된다.

 

제2차 세계대전, 베트남 전쟁, 9.11테러, 오일가격 하락, 세계 대공황의 조짐 불황.. 인간은 누구나 불안하다. 때론 공포를 느끼며 산다. 평범한 사람도 이럴진대 직접 어떤 전쟁에서, 난민으로서, 전쟁포로나 혹은 가해자로서 일련의 사건을 직접 겪은 당사자들은 그 뒤로는 평범한 삶을 살 수가 없다. 지금같으면 외상후스트레스 장애라는 말로 불리우겠지만 과거에는 그런 병명도 없었다. 중산층으로서 사회구성원으로서 가장으로서 존경을 받고 살았던 60대 노신사는 갑자기 우울증에 시달리고 불면의 밤에 시달리며 가족들에게 입을 닫아버린다. 윈스럽 코헨은 1942년 2차 세계대전에 태평양 지역에서 일본인 군의관을 쏘아 죽인 이후로 자기에게 아무 해를 가하지 않았던 그 사람들에게 죄책감을 느끼고 나이가 든 지금 더욱 과거의 기억을 곱씹고 곱씹으며 힘들어 하고 있다. 저자인 아서와 오랜 시간 이야기를 하며 나눈 이야기를 읽고 있다보면 인간은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지 환경에 의해 얼마나 폭력성을 드러낼 수 있는지 인간으로서의 존엄함을 지킨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 수 있다.

 

아프리카에서 학대나 피해의 대상이 되는 여자들의 권익을 위해서 일하는 이디는 아서가 처음 보았을때보다 몇년후의 모습은 절망적이고 우울한 사람 그 자체의 모습이어서 휴식을 권하는데도 그 어려운 곳으로 다시 들어가곤 했다. 결국 그녀는 자동차 사고로 목숨을 잃었는데 그녀를 아는 사람들은 모두 그녀를 그리워하고 그녀가 도움을 주었던 아프리카나 다른 나라의 여성들은 그녀를 추모한다. 그녀의 이름이 슈바이처처럼 알려지진 않았어도 그녀가 남긴 발자취와 그녀가 일으킨 여러가지 운동들이 비록 결과가 미약할 지언정 그녀에게서 영향을 받은 현지인들은 분명 조금씩 변하고 조국의 여인들을 위해 움직이려는 나비의 날개짓같은 일들은 분명 일어나고 있을 것이라는 것에서 이디라는 여인의 행적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깨달을 수 있다.

 

중국에서 문화혁명이라는 미명아래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서로를 고발하고 고문하고 고문당하고 정신병자가 되고 쥐도새도 모르게 죽어나갔는지 중국에서 이 모든 일을 겪었던 중국인 의사였던 현재는 은퇴후에 미국에 있는 딸에게로 온 얀 종슈 씨의 이야기를 통해서 중국이라는 과거의 공산국가에서 일어났던 일들을 너무나 안타깝게 읽을 수 밖에 없었다. 자신을 고발하고 어느 정도 선에서 그칠 수도 있었던 것을 더 악랄하게 비판하고 심지어 죽이려고 했던 동료이자 친구였던 웨이칭이라는 사람과 그에게 복수할 수 있었던 기회를 여러번 날려버렸던 천성이 남을 고발하고 괴롭힐 수 없었던 얀 종슈의 이야기를 통해서 과연 나는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했을까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나도 내 이기심과 내 가족을 위해서라면 누군가를 고발하고 그에게 역으로 당하지 않기 위해서 죽이려고까지 했을까. 그 상황에서 혼자만 고고하게 살아간다는 것은 오히려 이기적인 것은 아니었을까..인간으로서의 도덕심이란 윤리란 어디까지일까. 이 밖에도 이 책에서 나온 서너가지의 또 다른 여러가지 이야기를 읽으면서 아주 혼란스러웠다. 저자는 어떤 해답도 주지 않는다. 웨이칭이 무조건 못됐고 얀이 잘했다는 말도 없다. 그저 이 이야기들을 읽고 인간에 대해서 배울 수 있고 그럼에도 가치있는 삶을 위해 산다는 것, 인간에게 주어진 희망이라는 불씨라는 것 이같은 아주 작은 진실만을 깨닫을 수 있다. 읽을 때에는 어려웠지만 다 읽고 난 지금은 이 책이 말하는 것이 무언지 조금은 알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킬미 힐미 1 - 진수완 대본집
진수완 극본 / MBC C&I(MBC프로덕션) / 2016년 1월
평점 :
품절


영화 시나리오 작가보다 드라마 작가들은 더 유명해 지는 것 같다. 영화는 영화감독을 기억하지 각본가를 거의 기억하지 않는다. 그런데 드라마는 보다보면 역시 이 작가 하면서 골라보게 되는 일이 생긴다. 내가 어렸을 적에 어른들은 김수현 작가의 드라마를 그렇게 잘봤다. 덕분에 나도 목욕탕집 아들들 같은 드라마를 너무나 재미있게 봤었고 요즘같으면 별에서 온 그대로 이젠 한국을 넘어 중국에까지 유명해진 박지은 작가나 해를 품은 달로 크게 유명해진 진수완 작가 -바로 이 책 킬미 힐미의 원작자- 도 정말 이젠 믿고 보는 작가이다. 응답하라 시리즈의 이우정 작가나 지금 방영중인 시그널의 작가인 김은희 작가도 손꼽고 싶다.

 

그래서 그들의 대본집이 나온다면 꼭 보고 싶었다. 이렇게 <킬미 힐미>가 대본집으로 나와주어서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른다. 지성과 황정음의 합이 잘 맞는 연기와 지성의 세밀하고 정말 다 다른 인격들의 연기와 원래의 주인공인 차도현이란 인물이 너무나 선해보여 좋았고 오리진인 황정음의 발랄한 연기와 상대를 감싸주는 따뜻함 그리고 누나이자 여자로서 좋아하는 오메가 작가로 나오는 오리온(박서준)도 그리고 그들의 부모들의 연기들도 다 좋았는데 이렇게 대본집으로 읽다보니 바로 눈앞에 그려지듯 그들의 연기들이 눈에 선해서 너무나 신기한 경험을 했다. 모든 글들이 다 음성지원이 되는 것이다. 황정음의 엄마 역할을 맡은 김희정씨의 이것아~ 하는 연기, 오대오 아빠 역할을 맡은 박준규씨의 느글거리면서 귀여운 아빠연기도 해를 품은 달의 할머니처럼 이번에도 할머니를 맡은 김영애씨의 근엄한 연기도 모두 음성지원이 되었다. 정말 푹 빠져서 순식간에 1권과 2권을 독파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연기 대본이란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새삼 깨닫게 된다. 토씨하나 안 틀리고 말하고 연기를 해도 화면에서는 그렇게나 재미있었으니 말이다.

 

진수완 작가의 대본집을 보면 요즘 십대부터 이십대의 언어도 통달한 듯 보이고 무엇보다 오리진이라는 정신과의사의 연기에 걸맞는 의학지식이 아주 정확해 보였고 그에 맞는 약 이름이나 증상이름들도 아주 제대로 였던 것 같다. 2권에서 예를 들면 인터넷댓글을 보여주는 대사밑에는 깨알같이 진짜 인터넷에서 네티즌들이 쓰는 표현 그대로 써준 '예' 가 4가지나 주석처럼 써있을 정도로 아주 정교했다. 대본이란 이런 것이구나. 사전 조사도 공부도 엄청 해야하겠구나 그리고 등장인물의 성격을 미리 작가가 다 머리속에 그리고 있구나 하지만 또 연기자도 중요한 것이 아무리 좋은 대본도 대사를 해석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어색한, 소위 발연기자들이 한다면 이 맛이 안 날 것이다. 지성이란 배우가 정말 너무나 잘 연기했다는 것을 대본집을 보면서 그 멋진 성우같던 신세기의 발음과 반듯한 차도현의 음성이 그대로 기억나고 당찬 요나의 애교섞인 살벌한 말투와 걸죽한 페리박의 말투가 모두 떠오르니 새삼 알 수 있었다. 정말 연기대상을 받을 만한 연기였다고 생각한다.

 

대본에서 마지막 중요장면에서 끝나고 다음회에서 마지막의 그 긴장되던 부분이 반복되며 시작되는에 대본집을 보니 그런것까지 다 써있고 회상장면에 쓰이는 장면 번호까지 일일이 지문에 적혀 있으며 거울이 깨졌으니 다음회에서도 연결되서 거울이 깨진 상태입니다 라는 디테일한 지문에선 작가가 정말 대단하다는, 스크립터의 역할까지 다 하고 있어서 정말 놀라웠다. 또 이러한 것들과는 별개로 작품 자체가 너무나 밝으면서도 아픈 과거를 드러내고 있고 그것을 다 감싸안고 괜찮아 괜찮아 해주는 놀라운 힐링의 장면들이 있어서 더욱 뭉클한 작품이었다. 또한 기준과 약혼녀의 대사나 호시탐탐 승진그룹을 노리는 차영표나 윤자경 그리고 차도현의 철딱서니없는 엄마 그 모두들의 말투가 다 다르고 특성을 다 보여준다. 유혹을 하고 무시하고 까불고 하는 모든 등장인물의 대사가 펄펄 살아있다. 작가는 관찰을 정말 잘하는 관찰의 천재인 것 같다. 나같은 사람은 써보라고 해도 한장도 제대로 못 쓸 것이다. 떠오르는 말투도 말도 성격도 상황도 없어서 말이다. 작가 역시 타고나야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아무튼 정말 재미있게 보았던 가슴 아팠던 그리고 힐링이 되었던 작품을 다시 대본집으로 읽은 기분은 최고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3개의 소원 100일의 기적 - 잠들기 전, 쓰기만 하면 이루어진다!
이시다 히사쓰구 지음, 이수경 옮김 / 김영사 / 2016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자기계발서는 역시 일본책이 다가오는 것이 큰 것 같다. 요즘 버리기 열풍인 저자의 책들도 일본책이 다수다. 이 책은 시크릿처럼 강력하게 원하면 이루어진다는 류의 책이긴 하지만 뭐랄까 더 실천하기 쉬운 책이랄까. 3개의 소원을 100일간 간절하게 쓴다는 간략한 내용으로 책 한권을 어찌 다 쓸까 싶었는데 당연하게도 그 내용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저자가 이렇게 성공하게 되기전에 겪었던 어려운 일들은 우리들보다 어쩌면 더 혹독했을 것 같은데 그 후에 생각을 고쳐먹고 자신의 블로그에 철저히 기록을 하며 이렇게 정말 월 천만원 이상을 버는 베스트셀러 작가이자 강연가 자기계발가가 된 것이다. 그 과정을 읽는 재미도 쏠쏠하고 작가 특유의 낙천적인 삶의 태도가 무척이나 좋았다. 그리고 진심으로 썼다는 이 책에 대한 열정이 고스란히 읽다보면 정말 느껴진다.

 

그림 동화의 꼬마 요정과 구둣방 할아버지라는 이야기에서 가난하지만 아낌없이 베풀줄 아는 할아버지에겐 이제 한켤레만을 제작할 수 있는 가죽만이 남아있었고 할머니는 마지막까지 멋진 구두를 만들면 된다고 위로를 한다. 다음날 정말 멋진 구두가 완성이 되어 있었고 가게에 진열하자마자 금새 팔리고 그 돈으로 새 가죽을 사게 되고 또 그 다음날 그 가죽으로 만들 수 있는 구두가 가득하지고 또 가죽을 많이 사고 많이 팔리고..그렇게 큰 부자가 되었다는 이야기이다. 이 이야기에서 매력적인 부분을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어려운 상황에서 일단 잠을 자고 다음날 눈을 떠보니.. 라는 대목을 주목한 것이다. 우리들도 어려운 현실에 있을때 더 이상 고민하지 말고 일단은 마음을 비우고 잠을 자고 다음날 직면하자는 것인데 이 것은 정말 중요한 것인 것 같다. 불면증이 생기면 생활이 안 될 정도로 심각해지기 때문이다. 생각에 꼬리를 물고 우울해지면 잠이 절대 안오는데 이 상태로 몇주가 지나면 미쳐버릴 것 같고 정신적으로 심각한 데미지를 입을 수도 있다.

 

그리고 그 꼬마요정의 실체는 바로 잠재의식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러한 바람직한 긍정적인 잠재의식을 지니고 있어야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에는 차이를 없애다. 자아가 사라지다 그리하여 뭐야 이거였어? 라는 단계를 거치는데 그 부분은 책을 읽어보면 알 수 있다. 보통 외모를 걱정하는데 대머리나 흰머리나 외모가 못생겼거나 이럴때에 온통 그것만 신경쓰이고 자신이 없어진다. 하지만 바로 그 부분을 극복할 수 있다면 오히려 낙천적이고 재치넘치는 사람이 될 수도 있는 것이라는 저자의 의도에 공감이 간다. 저자는 직장생활로 돈도 못벌고 무시당하고 잠도 못자게 혹사당할때에 인도로 일단 떠났다. 그런데 또 거기에 도착한 첫날 강도를 만나 돈을 다 뺏기고 맞기도 한다. 그것도 두번이나.. 대체 내 인생은 왜 이렇지 절망하고 울던 저자는 알지도 못한 곳에서 갑자기 깨달음을 얻는다. 그래도 감사하다..라는. 바로 이 날 이후 저자는 180도 삶이 바뀌었을 것 같다.

 

우리도 바뀔 수 있는데 당장 놓지 못하는 어떤 것들을 쥐고 살아가고 있다. 잠자리에 들기전에 어제와 똑같은 하루를 보며 한숨을 누구나 쉰다. 그런데 왜? 이런 고리를 끊으면 될 것 아닌가? 쉽지가 않다. 이 책은 바로 그 생각의 고리를 끊고 새 출발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소원를 쓸 때에는 부정어를 절대로 넣지 말라고 한다. 가령 왕따를 당하지 않기를.. 평생 독신으로 살지 않기를..하면 앞서 쓴 그 내용이 더 부각되어 고대로 그렇게 된단다. 그러므로 가난해지지 않기를은 부자가 되기를, 평생 독신으로 살지 않기를은 결혼하기를로, 살찌지 않기를은 날씬해지기를, 미움받지 않기를은 사랑받기를, 실패하지 않기를은 일이 잘 풀리기를, 긴장하지 않기를은 마음 편히 먹기를...하는 식으로 하다보면 맨날 쓰는 어휘에서 벗어나 긍정적인 어휘를 익히게 될 것이고 실제로 행동에도 변화가 일어날 것 같다. 또한 행복한, 즐거운 같은 형용사는 명확하지가 않다. 구체적으로 소원을 써야한다. 저자의 의도대로 한번 심호흡을 하면서 소원을 써보는 연습을 해보자. 100일을 꾸준히 하기는 정말 힘들다. 그래도 해보면 지금과는 다른 삶이 펼쳐지지 않을까?


댓글(1)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vhflvn 2019-01-28 18: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 1000일 해밧는데 달라진거 없음
 
서울특별시 vs. 서울보통시 - 서울은 왜 서울인가 서울 택리지 2
노주석 지음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6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서울 특별시 서울보통시는 정말 특별한 서울에 관한 방대한 책이다. 기록으로 남은 서울의 옛모습과 현재 모습을 확인해 볼 수 있고 서울의 유래와 여러가지 문화재의 역사와 향방을 알 수 있었다. 잘못 알려진 지명이나 일제 잔재의 안타까운 모습들도 뒤늦게 알 수 있었다. 서울시민으로서 이러한 사실들을 대부분은 모르고 있을 것이다. 꼭 이 책이 많이 알려져서 널리 읽히면 좋겠다는 바람이 들었다.

 

서울에 대한 유래에 앞서 서울의 남과 북이 조선시대에도 있었음을 그 당시에도 계층간에 사는 곳이 달랐음을 알 수 있었다. 인왕산 아래 서촌에 살던 양반들을 서인이라 하고 남산 아래 진고개에 사는 일파가 남인이 되었고 경복궁과 창덕궁 사이에 거주하는 이들을 북인이라 했고 서인중에 노론과 소론으로 나뉘고 노론이 영조와 정조를 거쳐 고종에 이르기까지 150년 이상 득세하였고 노론의 거주지가 바로 북촌이라 한다는 것을 보았을때 우리가 어린시절 배웠던 한국사가 그제야 이해가 되었다. 교과서에서도 이런 식으로 가르쳐 주었다면 더 쏙쏙 들어왔을 것을..요즘 '서촌'이라 하는 경복궁 서쪽 지역이 바로 윗대인데 일제강점기에 옛 옥류동과 인왕산동을 강제로 합쳐 만든 옥인동 쪽으로 흐르는 옥계촌의 상류라는 의미에서 붙여진 의미인데 경복궁의 서쪽이라 하여 서촌이라고 부르는 논리라면 지금의 북촌은 동촌이 되야 할 판이라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윗대 혹은 상촌인 옛 지명으로 불러야 함이 옳다고 말이다.

 

조선조의 청계천을 경계로 북촌과 남촌을 양분하였는데 당시 강북이 양반들의 중심지였다면 이제는 한강 이남인 강남이 새로운 대한민국의 서울이라는 개념이 있다. 대한민국의 마지막 황궁이었던 경운궁 즉 덕수궁 주변은 이른바 외국공관들이 즐비하였는데 영국1884년, 러시아1885년, 프랑스1889년, 독일1891년, 벨기에1901년 등이 열강으로서 우리나라에 들어왔던 것을 새삼 알게 되었다. 지금의 정동이 바로 이 곳인데 고종은 먼나라와 친교를 맺을 셈으로 그러했던 것이었다. 일제의 방해로 모든것이 무너진 것 같다. 1896년 명성황후의 참변을 겪은 고종은 경복궁에 더 이상 머물고 싶어하지 않았고 미국 공사관 안쪽 문을 통해 러시아 공사관으로 몸을 피했고 1919년 승하할때까지 23년간 경운궁과 정동을 떠나지 않았다 바로 이것이 '아관 파천' 이니 한국사에서 배웠는데 또 새롭다.

 

서울을 노래한 시라, 소설이라.. 이 책을 통해서 또 하나씩 작품을 알게 된다. 솔직히 딱딱할 줄 알았던 이 책이 이리 재미가 있을 줄이야. 서울의 유래와 잘못된 지명들만 읽어도 놀라웠고 흥미가 점점 생겨난다. 우리가 알고 있는 북한산이 사실은 삼각산이었고 북악스카이웨이의 그 북악이 사실은 백악이었다는 사실을 누가 알까. 그리고 북한산 비봉 정상에 1400년간 홀로 서 있던 비석이 진흥왕순수비였음을 추사 김정희가 밝혀냈음을 그것이 국보 3호임을 처음 알게 되었다. 한강의 옛이름중에 고구려시대의 이름이 바로 아리수였음을 그래서 우리가 수돗물에 아리수란 이름이 붙었음을 새롭게 알게 되었고 반포에 있는 서래마을이 이름이 이쁘다 생각했었는데 반포의 옛 이름이 바로 서래라는 사실을, 그리고 종로 1가 2가 3가 같은 지명이 일제시대의 잔재임을 처음으로 알게되었다. 우리의 옛 지명이 이렇게 엉망이 되어버렸다는 사실에 역시나 일제청산이 어설프게 되었다는 사실을 방증한다.

 

또한 서울성곽의 위용을 그 역사를 처음으로 알게 되었다. 서울성곽과 한양도성은 구분되어져야 한다는 것을 이 책에서 알게 되었다. 옳은 지명은 서울한양도성성곽인데 처음에 서울성곽이라고 한 것이 되레 지금도 헷갈리게 되어 차라리 서울성곽이라고 그냥 놔두는 것이 나을뻔 했다는 저자의 한탄이 느껴진다. '한양도성'이란 조선시대 한성부, 한성, 한양, 서울을 나타내는 표상으로 서울을 나타내는 용어중 가장 대표적이고 귄위있는 명칭이었다고 한다. 한양은 17세기 그 어떤 나라의 수도보다 인구가 많았고 규모로 보아도 현존하는 세계 수도의 성곽 중 서울을 둘러싼 성곽이 가장 크다고 한다. 조선 500년 역사를 아우르는 한성부 전체를 지칭하는 것에서 단순히 '서울을 에워싼 18,627킬로미터의 성곽' 이라고 범위를 좁혀 해석하는 것의 우를 지적하고 있다. 한양도성박물관이 있다는 사실을, 이 책의 많은 부분에서 인용되는 사진자료가 서울역사박물관임을 이 두 곳을 꼭 찾아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한양도성을 다 돌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또한 일제가 여의도 면적의 2배에 가까운 남산의 수목을 베어내고 성곽을 훼철한 뒤 조선신궁을 세운 것이 1925년임을 잊지 말아야 겠다.

 

서울의 어원은 신라의 수도 서라벌을 어원으로 하며 일국의 수도의 명칭이 그 후에 모두 서라벌(새벌)에서 나왔다는 것으로 수도가 서라벌이고 서라벌이 서울인 것이다. 하마트면 이승만의 아호를 딴 우남시가 될 뻔 하기도 했다는 가슴 서늘한 내용도 있었다. 어쨌거나 외국이 발음하기 좋다는 이유로 서울이라 하자 했다는데 우리의 의지로 서울이라고 했으면 더 좋을뻔 했다는 아쉬움이 묻어난다. 어쨌거나 우리의 서울은 서울인 것이다. 서울특별시 서울보통시에서 마지막에 아파트 천국이 되어버린, 미래엔 아파트의 무덤이 될 수 있는 디스토피아를 상상해 보니 아찔해진다. 서울의 올바른 방향에 대해서 서울시민들이 모두 힘을 합쳐 생각을 해보아야 할 일인데 시장이나 높은분들의 발상으로만 자꾸 바뀌는 것이 걱정이 된다. 어쨌든 서울에 대한 모든 것을 제대로 알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여기에 소개한 내용들은 극히 일부분이다. 서울에 대해서 제대로 알고 싶은 독자들은 꼭 이 책으로 제대로 읽기를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감정의 재발견 - 내 속에 감춰진 진짜 감정을 발견하는 시간
조반니 프라체토 지음, 이현주 옮김 / 프런티어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과학을 전공하고 분자생물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계속 뇌에 대한 연구를 하면서도 여러가지 저술활동을 하는 저자의 글은 처음으로 읽어보았는데 어렵기는 해도 글줄기를 붙잡고 읽다보면 그 어떤 책보다 책을 읽는 시간이 행복했던 도서였다. 알랭 드 보통의 글처럼 철학적이고 과학적이면서도 재미도 있고 독서의 즐거움을 제대로 주는 작가라 이후의 작품들에도 관심을 가져보아야 겠다.

 

감정이란 무엇일까. 마인드 = 마음은 오로지 뇌에서 발생되는 영역일까 사회적인 환경적인 문제일까. mind는 마음이라는 뜻과 동시에 무엇을 꺼려한다는 뜻인만큼 우리는 두려움과 불안처럼 무언가는 꺼리는 일을 본능적으로 한다고 한다. 이 책은 그러한 감정의 문제들 우리가 잘못 오해하고 있는 마음의 문제들에 대해서 뇌과학적이며 한편 인간적인 면에서 배우는 즐거움이나 사회환경적인 면에서도 잘 살펴보고 있어서 매우 흥미롭게 읽은 책이었다. 자기계발서는 읽고 나면 그래 이렇게 해야겠다 고개를 끄덕끄덕하고는 이내 이틀만에 원래대로 돌아가 버리지만 이러한 인문학적인 책들은 다소 어렵지만 읽고 이해하는 동안 뇌가 활성화 되어서 더 큰 기쁨과 만족을 주어 내 행동을 변화시킬수도 있다는 점에서 요즘에는 이러한 책들을 더 좋아하고 있다.

 

보통 전전두엽이 손상이 되면 충동적이 되고 범죄를 일으키는 일이 생긴다고 한다. 실제로 잔인한 범죄자들의 뇌를 살펴보았더니 공격성이나 충동을 억제하는 전전두엽 피질의 다양한 영역에서 기능이 떨어져 있었다고 한다. 전전두엽 피질이 없다면 일을 완수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사물의 좋거나 나쁜 가치에도 무관심해지고 이유 없이 화를 낼 것이라고 한다. 그런 성질이 유전이 되어 어떤 가문에서 살인자들이 많이 배출되기도 했는데 그 가문을 조사해보니 특정 효소를 생산하는 유전자에 이상이 있었다고 한다. 모노아민 산화효소(MAOA)라 불리는 효소는 도파민이나 노르에피네프린, 세로토닌같은 신경전달물질들을 분해하는데 이 물질들은 뇌세포끼리 소통하게 해주어 인간의 기분과 성격에 관여한다고 하는데 그 집안의 남자들은 이 MAOA가 아예 없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이러한 효소가 없는 또 다른 가문들에서는 전혀 그런 일이 없었다고 한다. 어떤 과학자 역시 자신은 이러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어서 불안해 했지만 평생 온화하게 살았다고 한다. 어린 시절 학대를 당한 경험이 없고 평탄한 가정에서 사랑을 받고 자란 사람들에게서는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는 연구 결과로 환경적인 문제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니 양육자들 특히 엄마들이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풀거나 가혹하게 양육을 하면 이 유전자를 가지고 있던 사람이라면 더 안 좋게 발현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런 대목을 읽으니 더욱 아이를 키우는 엄마로서 정신이 번쩍 든다. 늘 온화하게 다정하게만 대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자는 또 하나 인간은 늘 편하게 살고자 해서 어떤 불안과 두려움을 느낄 새도 없이 매일 운동을 하고 장을 보고 수다를 떨고 하는 일련의 행복하다고 느끼는 행위들을 하는데 그러다 보면 인간의 본질적인 고민, 갈등을 감춰두고만 있어서 언젠가는 그 일상이 바닥이 날 수도 있음을 일깨워준다. 그렇게 되면 어떤 큰 사건이 인생에 터지면 인간은 맥없이 무너지고 말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상속에서 덧없음을 깨닫고 나 자신에 대해 생각해보고 고민해보고 불안과 두려움의 실체를 맞아 이를 극복해 보인 사람들이라면 더욱 단단해 질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 우울하다고 감정이 바닥이라고 좌절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오히려 이 시점이 전화위복이 되는 시점일 것이다. 특히나 자신은 대충 행복하다고 해도 자녀들에게는 독이 되었던 일상들이 나중에 사춘기가 되어 엄청나게 안좋은 방향으로 자녀들이 표출 할 때가 올 지도 모른다. 아무것도 모르는 자녀들은 당신들의 스트레스를 묵묵히 받고 견디다가 언젠가 뻥 터질지도 모른다. 그러므로 나 자신의 문제를 미리 깨닫고 내가 행복하면 자녀들도 역시 그것을 목도하고 행복해 질 수 있음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감정의 재발견. 각박한 현실속의 현대인이라면 꼭 한번 읽어볼 책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