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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비결 꼬리물기에 있다 - 문장과 문장을 잇고 나누는 기술
박찬영 지음 / 리베르 / 2017년 9월
평점 :
리베르의 세계사를 보다 세계지리를 보다 같은 '보다' 시리즈를 좋아한다. 이 책들은 모두 박찬영씨의 책인데 리베르의 대표이사이기도 하다. 중앙일보 기자를 거쳐 편집부장을 거쳐 비문을 쓰지 않으려는 노력으로 책을 만들어 내는데 그래서인지 보다 시리즈 책들은 술술 읽힌다. 이 책 '글쓰기 비결 꼬리물기에 있다' 는 너무 문장을 신경써서 읽게 되니 오히려 약간의 불편함이 있었지만 비문을 쓰지 말자는 취지에는 아주 부합하는 책이다. 나도 글을 급하게 쓰다 보면 말하듯이 써버리거나 비비 꼬아서 쓴다거나 아예 멋을 부리려는 글로 쓰는 경우가 허다한데 반성하는 계기가 되었다.
특히 책을 좀 읽는다는 사람들이 자기멋대로 글을 쓰곤 하는데 이것이 굳어지면 남의 말은 들리지 않고 자신만의 스타일대로 써버리게 된다. 이런 책을 적시에 읽어주면 한번씩 다시금 스스로 검열을 하고 교정을 해보기도 해서 좋은 것 같다. 쓸데없이 길어지던 문장도 적당히 끊어주게 되고 중언부언하던 문장도 고치고 무엇보다 비문을 고칠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책보다 먼저 나온 책인 '잘못된 문장부터 고쳐라' 라는 책에서는 글을 잘 쓴다는 유시민씨의 비문도 고쳤기 때문에 비난도 받았던 것으로 안다. 그러나 유명한 사람이라고 해서 고칠 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이 책은 바로 실전으로 들어가서 본론으로 들어가 버린다. 첫번째 파트에서는 응답하라, 문장요소로 호응하는 법칙에 대해서 알려주고 있다. 그 전에 글쓰기의 3원칙부터 알려주고 글 고치기 3원칙을 알려주는데 글이 입에 붙어서 흘러나와야 하며 글을 고치는 것은 바로 버리는 것이라는 점에서 정말 공감했다. 버리고 덜어내지 않은 문장들은 불필요한 요소들을 너무 많이 가지게 된다. 문장 성분과 안긴 문장이란 무엇인지 알려주고 내 문장력은 어느 수준인지 간단한 테스트를 해보게 한다. 톰 링컨은 되는대로 떠돌아다니며 사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떠돌이 부랑자로 배가 고플 때만 일거리를 찾는 사람이었다. 이 문장은 어떻게 고쳐야 할까. 떠돌아다니며 부랑자 떠돌이 모두 의미가 중첩된다. 그러므로 톰 링컨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부랑자였다. 되는대로 떠돌아다니며 배가 고플 때만 일거리를 찾았다. 이렇게 고쳐야 한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같이 유명한 책에서도 발견되는 문장은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등재된 사찰이 13곳, 신사가 3곳, 성이 1곳으로 모두 17곳이나 된다." 이 문장에는 주어가 없고 격조사 '으로'가 부자연스럽게 사용되었단다. 그래서 교토에서 유네스코 세계 유산에 등재된 곳은 사찰 13곳, 신사 3곳, 성 1곳 등 모두 17곳이다. 라고 고친다.
테스트 문장들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비문을 올바른 문장으로 고친 내용들이 등장하는데 놀라울 정도로 많은 양이었다. 재미있게 읽으며 나라면 어떻게 고칠까 예상을 해보는 것도 좋았고 우리가 알고 있는 많은 책들에서 잘못 사용되는 문장들이 아주 많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대통령의 글쓰기, 태백산맥 등 책을 가리지 않는다. 이 책의 대부분이 이런식으로 잘몬된 문장을 알려주고 고쳐주고 있다. 분명 읽어나가면서 도움이 되는 부분이 아주 많았다. 단 한가지, 그럼에도 고쳐버리면 그 작가 특유의 맛이 사라지는 것은 있는 것 같다. 아주 심한 것만 아니면 그 스타일마저 바꾸는 것은 아닌것 같다. 하지만 우리같은 아마추어들에겐 아주 아주 교정하기에 좋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