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스를 부르는 그림 Culture & Art 1
안현신 지음 / 눈과마음(스쿨타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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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양 미술속에 숨겨진 코드, 이번엔 키스다!? 안현신씨는 미학전공답게 미학적인 관점에서 서양미술속의 여러 키스에 관련된 그림만 모아서 책을 만들었는데 미학을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들도 미술을 가깝고 재미있게 느낄 수 있도록 편안한 즐거움을 주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유명한 화가들의 그림들 위주라 더욱 반갑고 그들의 숨겨진 사생활도 살짝 엿볼 수 있어서 책을 읽는 내내 특별한 느낌을 받았다. 마치 내가 좋아하던 음악가 베토벤이나 모짜르트, 브람스의 사생활과 사랑을 처음 엿보았을 때의 생소하면서도 가슴 두근거리는 기분이랄까.. 마르크 샤갈,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 물랑 루즈의 툴루즈 로트렉, 앙리 마티스, 뭉크, 르네 마그리트, 오귀스트 로댕과 그의 제자이자 연인이었던 카미유 클로델, 에곤 실레, 파블로 피카소, 우리나라 뉴스를 보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로이 리히텐슈타인 들이 바로 그들이다.

 

저자는 마치 이 작가들이 직접 쓴 글처럼 가상의 편지나 일기를 써 놓기도 하고 작가들의 개인사적인 배경이나 시대적인 배경들을 추적하거나 추측하여 써 놓은 글과 함께 그림이 더욱 잘 감상되게끔 만들었다. 작가들이 하나같이 여러번 그렸던 포옹신이나 키스신들은 그들의 실제 연인들을 반복해서 그려놓기도 하고 사랑했던 여인을 그려놓기도 하고 신화속 인물들의 사랑을 재현해 놓기도 하였다. 장미설화라든가 성 조지가 사람들을 괴롭히는 못된 용을 처단하고 사브라 공주와 결혼을 하는 성 조지의 설화등 중세의 설화들에 관심을 가졌던 라파엘 전파의 단테 가브리엘 로세티를 알게 된 계기가 되기도 하였다. 중세 설화의 그림들은 실제로는 1857년에 그려진 그림들이었으며 라파엘 전파의 한 사람 존 에버렛 밀레이의 섬세한 사진을 보는 듯한 그림과 어딘지 비슷하기도 했다. 그림체는 다르나 어딘지 다른 듯 닮은 그림은 라파엘 전파의 특성이리라. 오귀스트 로댕과 카미유 클로델의 키스하는 조각상들은 에로틱한 분위기를 많이 풍긴다. 실제 우리가 에로틱한 영화를 살짝 훔쳐보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아마 당시의 사람들은 외설적이라고 하면서도 속으로는 소장하고 싶어하지 않았을까 하는 짓궂은 생각이 든다. 개인적으로는 두 사람의 얼굴을 천으로 감싼 채 키스를 하고 있는 르네 마그리트의 <연인들> 이라는 그림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어쩐지 숨이 막힌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 실제로 르네 마그리트는 열 두살때 잠자다가 엄마를 찾았는데 엄마는 행방불명이었고 다음날 강에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고 한다. 잠옷으로 얼굴을 뒤집어 쓴 채 자살을 했다고 하는데 너무나 비극적이고 슬픈 가족사를 가지고 있던 르네 마그리트의 아픈 기억이 그림으로 표현된 것 같아서 가슴이 먹먹해졌다. 안현신씨는 이렇듯 객관적이면서도 주관적인 생각들로 이 책을 꾸려나가고 있는데 바로 그 점이 상당히 이 책을 재미있고 흥미롭게 만드는 것 같다. 미학전공을 했다면 나 역시도 이런 책을 써보고 싶었으리라. 다만 어떤 주제를 정했을지 생각만 해도 즐거운 상상이다. 그만큼 미학전공자로서는 꼭 한번 도전해 볼 책을 썼다는 생각이 드는 멋진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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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 클루스 제2권 - 모차르트의 악보 39 클루스 2
고든 코먼 지음, 김양미 옮김 / 서울교육(와이즈아이북스)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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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9가지의 단서를 가지고 카힐 가문의 비밀을 풀어가는 스펙터클 액션 어드벤처 소설 39클루스의 두번째 권이 드디어 나왔다. 첫번째 이야기에 이어 이번엔 유럽의 도시들을 넘나드는데 프랑스 파리에서 시작하여 오스트리아 빈, 독일의 잘츠부르크, 베네딕트 수도회의 동굴, 비밀요새까지..정말 숨쉴 틈 없이 공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잡힐 듯 말 듯한 모험을 하는 소설을 읽다보면 다빈치 코드 영화를 보는 것처럼 긴박감이 넘친다.
 
그레이스 할머니의 유언을 받들어 카힐 가문의 네 분파인 야누스, 토머스, 예카테리나, 루시안에 포함된 세계속 역사상의 중요 인물들을 하나둘씩 알게 되고 그들이 카힐 가문의 친척이라는 사실이 놀랍게만 느껴지는데 이번에는 모짜르트다. 모짜르트가 남긴 마지막 레퀴엠의 악보 한 구절은 과연 어떤 정보를 담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그의 누이 난네를(마리아 안나의 애칭)이 남겼다는 친필 일기속의 비밀의 코드가 담겨 있는 것일까..
 
천애 고아인 에이미와 댄이 보모 넬리의 도움을 받아 아직 미성년자이지만 넬리의 이름으로 숙박하고 기차표를 끊고 같이 다닐 수 있었던 것은 정말 다행이었다. 다른 경쟁관계에 있는 사촌들은 부모들이 같이 다니기 때문에 넬리마저 없었다면 어땠을까...댄이 누나에게 틱틱대며 대화하는 장면들도 재미 있다. 버릇없긴 하지만 그 말버릇속에 은근히 재치가 넘치니 말이다. 그것을 다 받아주는 에이미는 누나답고 열다섯살 아이들 중에서 가장 이상적인 아이같았다.
 
다른 친척들, 군대식의 우락부락한 가족인 홀트가가 기차에서 에이미 일행을 쫓아와서 단서를 강탈해 가려고 할때는 정말 이들은 친척사이에서도 피도 눈물도 없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이 소설은 그저 재미로 비밀을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생존의 길에 들어선 것이다. 이안, 나탈리 남매는 천사같은 외모와 엄청난 두뇌로 남들을 따돌리듯이 앞서가고 아이돌 스타인 조나 역시 2등이 되는 것을 죽기 보다 싫어한다. 이 모든 성품들이 에이미 일행을 함정속에 빠뜨리고 수없이 어려운 난관에 봉착하게 되는데...
 
이들의 모험을 지켜보며 아마도 독자들은 대리만족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어떻게 해서도 가까스로 빠져나가는 그들 남매에 박수를 보내면서 말이다. 주인공들이 열셋에서 열다섯이 가장 많으니 초등학생들도 읽으면 좋겠는데 많은 등장인물과 세계적인 도시, 그리고 역사속의 인물들, 그리고 비밀스런 코드...같은 것으로 좀 어렵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든다. 아직 4학년인 내 아이에게는 어려운 듯 보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중학교 이상 성인까지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소설이 아닌가 싶다. 굳이 아동용이라고 보지 않아도 될 듯 하다. 미국에서 원서로 나왔을때에는 챕터북 수준으로 알았는데 그것보다 훨씬 수준이 있는 것 같다. 아주 재미있는 모험소설이었다. 퍼시잭슨과 올림포스의 열두신들을 지었던 릭 라이어던의 1권에 이어 총 열권으로 기획되고 여섯명의 작가로 이루어진 39클루스의 두번째 권은 고든 코먼이 담당했는데 첫번째 권보다 더 흥미진진했던 것 같다. 갈수록 숨가쁘게 진행되는 39클루스...3권의 작가는 누구일지 어떤 내용일지도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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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이름보다는 너의 꿈을 남겨라 - 삼성그룹 창업자 이병철 회장이 다음 세대에게 남긴 창조와 도전의 메시지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 (명진출판사) 7
박은몽 지음 / 명진출판사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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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가 삼성그룹의 창업자 이병철 회장이 태어난지 꼭 백년이 되는 해란다. 그래서인지 내가 좋아하는 청소년 롤모델 시리즈의 일곱번째 주인공은 이병철 회장이었다. 지금의 삼성그룹을 꼭 생각하지 않더라도 그는 그 자체로 훌륭한 인물이었다. 후대를 사는 우리들이 잘 몰랐던 그의 인생역정과 과거 삼성의 에피소드들과 그의 꿈이 그룹에 국한되지 않았고 한국의 발전을 위해 많이 노력했던 인물이라는 사실만큼은 존경할 만하다는걸...많은 사람들이 편견을 가지고 그를 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현재의 후계자나 그들이 어쨌는지는 몰라도 말이다.
 
그는 천석꾼의 아들로 태어났다. 하지만 워낙 외진 곳이라 현대식 교육을 받지는 못했고 서당에 다녔다고 한다. 보통 사람들보다는 좋은 환경이었지만 당시 서울보다 훨씬 낙후된 곳이라 그다지 많은 혜택을 받지는 못했을 것 같다. 그래서인지 바깥의 넓은 물을 꿈꾸던 그는 서울로 올라가 학업을 이루고 일본에 유학까지 가게 된다. 하지만 각기병이라는 무서운 병을 얻어서 돌아온다. 충분한 휴식과 잘 먹는 것만이 낫는 길이었기에 다행히 잘 회복할 수 있었고 서울에서 사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아버지가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당시엔 일찍 결혼을 했다.) 자립심을 키워주려 했기에 300석지기 땅을 팔아서 사업밑천을 대주었던 것이다. 하지만 망한다 한들 아버지의 도움을 받을 생각은 꿈도 꾸지 말라고 했다 한다. 첫 사업은 정미소를 차리는 것이었다. 그가 정미소를 어디에 세웠는지 읽어보면 무릎을 치게된다. 당시 대도시들은 일본인들이 이미 정미소를 차려서 한 몫씩 챙기고 있을 때였다. 그래서 마산까지 내려오게 되었는데 곡창지대인 마산이 쌀을 쌓아놓고 있는데도 정미소가 부족하여 줄을 서서 기다린다는 사실을 깨닫고 마산에 정미소를 세운 것이었다. 당시 아버지의 밑천으로 부족했던 것을 동업자를 알아보아서 부족한 돈을 메꾸어 일을 시작했는데 처음 일년은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후에 주식을 사고 팔듯이 시장의 원리를 깨우쳤던 병철은 서서히 사고파는 시점을 읽을 수 있게 되었고 쌀값이 내릴때는 샀고 오를 때는 내다 팔았다. 이어 화물운송업까지 성공을 거두게 되고 일년만에 큰 부자가 되었다. 하지만 은행이 대출을 몽땅 갚으라는 청천벽력같은 일이 터졌고 모든 것을 팔아 대출을 갚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다 1938년 드디어 삼성이 들어간 삼성상회을 열며 재기에 성공했다. 이후에 또 망하고 흥하기를 반복하는데 그 와중에 6.25전쟁도 있었고 여러가지 일들이 일어났다. 양조장도 하고 전쟁후에는 지금은 너무나 유명한 제일모직을, 그리고 제일제당까지 지금 우리가 아는 재벌의 초석이 깔리게 된 것이다. 그러는 와중에 비료공장을 국가에 헌납하게 되는 일이 있었고 삼성전자, 반도체사업까지 일으키게 되었는데 이병철 회장의 뚝심어린 힘이 이 모든 일을 하게끔 만든 것이었다. 십년 뒤를 내다 본 반도체 사업은 하드웨어를 잘 만드는 삼성과 우리나라의 전자, IT산업까지 세계속에서 우뚝 서게 한 근간이 되었는데...
 
지금의 한국은 하드웨어의 독식에 눈이 멀어 소프트웨어적인 개발이 많이 늦춰지게 되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미국의 아이폰의 국내등장으로 우리의 닫혔던 눈이 드디어 뜨이게 된 것이다. 삼성의 후계자들이나 다른 통신사, 핸드폰을 만드는 큰 기업이 이병철 회장처럼 나라에 도움이 되는 사업에도 눈을 돌렸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우리의 IT 강국 이미지마저 많이 추락하고 흔들리고 있다니 큰일이 아닐 수 없다. 이병철 회장의 앞을 내다보는 눈과 나라를 사랑하는 마음들을 지금의 재벌들이 가져야 할 필수적인 마인드가 아닐까 한다. 노블레스 오블리쥬...그것을 아는 진정한 기업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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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괴짜를 넘어서 - 실력은 있지만 실전은 부족한 직장인들에게
밥 실러트 지음, 이한이 옮김 / 오늘의책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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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고의 크리에이티브 그룹 사치앤사치의 회장 밥 실러트, 그가 비즈니스계에서 일했던 수십년간의 세월 중에서 여러 그룹의 CEO로서 발군의 능력을 발휘했던 그의 인생이야기와 현재 우리들에게 들려주는 여러가지 경험과 교훈의 이야기들은 이 책 <창조적 괴짜를 넘어서>라는 책으로 멋지게 창조되었다. 1960년대에 하버드 대학을 거쳐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하자마자 제너럴 푸드사에 입사하여 여러 직종을 다 돌면서 다방면의 경험을 쌓았다. 인사, 재무, 홍보 등등 그의 능력은 주로 인사나 여러가지 회사 전체의 방향을 정하는 데에 쓰였고 이사로 승진하고 금방 제너럴 푸드의 커피와 푸드 국제 사업 부문의 CEO가 되었다. 그가 거쳐갔던 부서들, 회사들 그리고 그의 직업적인 능력으로 CEO란 자리를 꿰차고 지켜나갔던 사실들만 보면 회장이란 자리가 너무나 쉬워 보인다. 하버드 MBA만 따면 이렇게 쉽게 일이 풀리나 하는 생각이 잠깐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그건 아니다. 그의 능력이 아니었다면, 그의 평소의 신념과 남을 도와주는 조력자 성향의 '멘토'적인 성격이 아니었다면 가능하지 않은 일이었으리라.
 
그가 수십년간의 혹독한 비즈니스계에서 살아남으면서 변치 않았던 가치관은 바로 <정답을 가지고 시작하라> 였다. 직감을 가지고 그 직감을 따를 줄 아는 능력도 포함한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 그의 아버지가 갑작스럽게 돌아가셨다. 당시로서는 그다지 명성을 얻지 못했던 지금은 너무나 유명한 '버드와이저' 맥주를 서너개 주에 납품하는 소상인이었던 아버지의 뒤를 이어 1960년대 초반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남편의 일을 이어받아 밥의 어머니가 사장이 되었다. 어머니의 회사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경험을 쌓았고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가 하는 사업을 보고 자랐을 터이니 그의 사업적인 수완이나 능력은 어느 정도 타고난 환경에도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는 그곳에 안주하지 않았다. 어머니가 일에서 은퇴하면서 아들인 그에게 회사를 이어갈 것이냐고 물었을 때 한참 고민을 하다가 하버드 대학원에 입학을 하며 포기했던 것이다. 이후 그는 그때의 결정이 직감적으로 옳은 결정이었다고 회상한다.
 
이후에 제널럴 푸드사에 입사하고 현재 사치앤 사치의 회장으로 재직하면서 얻은 경영의 노하우를 이 책에서 남김없이 풀어나가고 있다. 세일즈의 법칙, 옷 입는 법, 좋은 비서의 중요성, 고객의 3분의 1이 판매의 3분의 2를 차지한다는 경험, 승리의 95%는 예측에서 온다는 예측의 중요성(경쟁자를 잘 알아야 하며 경쟁자의 공격에서 방어를 할 줄 알아야 한다), 힘든 결정과 함께 사후처리의 중요성, 연간계획을 세우는 것, 클라이언트의 예산에 맞추는 법까지 읽다 보면 그가 성공할 수 밖에 없는 사실에 공감하게 된다. 경영을 전공하고 배우려는 사람들도 꼭 읽어야 겠지만 가정의 경영을 꿈꾸는 나같은 주부에게도 아주 유용하고 본받을 만한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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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의 7분 드라마 - 스무 살 김연아, 그 열정과 도전의 기록
김연아 지음 / 중앙출판사(중앙미디어)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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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가 직접 쓴 에세이 <김연아의 7분 드라마> 를 드디어 읽어 보았다. 그녀가 직접 썼다는 이 책은 과연 어떤 책일까...밴쿠버 올림픽이 현재 열리고 있는 시점에서 최고의 화두는 바로 '김연아'가 아닐까. 모두들 궁금해 해서인지 벌써 각종 인터넷 서점에서는 이 책이 베스트셀러로 올라와 있었다. 김연아가 훈련을 마치고 늦은 밤 틈틈이 썼다는 이 책은 굳이 세간의 사람들이 훈련은 안하고 이런 글을 쓸 시간이 있었냐는 쑥덕거림을 할 필요가 없을 것 같다. 그렇게 편한 마음으로 훌훌 읽어내려간 김연아의 글은 젊은이답게 시원시원하고 재미있었다.

 

김연아 자신이 이 책에서 쓴 것처럼 어린 시절의 기억부터 점차 사라지기 전에 이 책을 쓰리라고 마음 먹고 일부 기억이 나지 않는 부분은 자신의 엄마의 증언을 토대로 구성해 나갔다는데 나이대별로 세세한 상황들이 아주 재미있고 생생했다. 정말 서른이 다 되어서 이런 책을 썼다면 많은 부분 기억을 잊어버렸으리라...어린 꼬꼬마 시절부터의 김연아의 스케이트 사랑은 정말 남달랐던 것 같다. 마스터반을 거쳐 언니들만 있는 반에서도 언니들을 금방 따라잡을 정도로 재능도 노력도 많았던 아이.. 코치의 눈에 뜨인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이 아니었을까.

 

피겨는 우리나라에서는 돈이 많이 들어가는 운동이다. 코치가 연아를 선수로 대성할 재목이라며 키워보자고 했을때 김연아의 어머니에게 했던 소리는 바로 이거다. 돈이 많이 들어간다는 것...아이스 링크도 부족하고 인식도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피겨의 불모지에서 어쩌면 당연한 것이리라. 그래도 연아가 그토록 좋아하는 피겨를 계속 하기 위해서 부모님은 기꺼이 희생을 각오하고 뒷바라지를 시작한다. 어린 아이에게 추운 링크장에서의 매일 반복되는 훈련은 재미를 떠나서 이젠 고된 족쇄가 되었으리라. 얼마나 힘든 나날들이었는지 책을 읽으면서 너무나 안타까웠다. 그래도 어린 연아는 꿋꿋하게 잘 해 나간다. 초등학교 6학년때 이미 트리플 점프들을 완성하기 시작했으니 그때부터 주니어 대회를 휩쓸기 시작했다. 이렇게 어린 시절에도 버텨냈지만 사춘기 만큼은 연아도 힘들어 했다. 괜히 엄마에게 투정도 못 부리고 말도 안하게 되고 피겨가 지긋지긋해지고 결국 더 이상은 못 하겠다는 연아의 말에 엄마는 심각함을 눈치채고 엄마 역시 오랜 뒷바라지에 지쳐 바닥만 남은 상태여서 우리 연아가 힘들어하니 안하겠다고 한다. 만약 그때 포기했으면 오늘날의 김연아는 없었을 것이다. 이왕 여기까지 한 것 다음 대회까지만 해보고 미련없이 그만두자는 코치에 말에 그러마 하고는 우승을 하자 결국 계속해 나가게 되었으니 다행이라고나 할까..

 

모두들 김연아의 우승을 염원하고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녀에게 부담을 지우지는 말자. 그녀의 책을 읽자면 피겨를 너무나 사랑하고 연습벌레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모든 것을 견디지만 세간의 시선만큼은 부담스러운 갓 사춘기를 벗어난 소녀같은 김연아이다. 아직 어린 나이가 아닌가. 그냥 네 기량을 맘껏 펼쳐 보이라고 대신, 실수해도 괜찮다고 우리 방송이나 언론부터가 호들갑을 떨지 않았으면 좋겠다. 못하면 못한다고 뭐라고 하지 말자는 말이다. 그냥 슬쩍 모른 척 넘어가 주자. 3~4년전이었던가...잠실 아이스링크 옆에 있는 마르셰라는 식당에서 그녀를 발견하고 사인을 받고 사진을 찍었던 나와 친구들이 조금은 부끄럽다. 그냥 모른 척 해 줄 걸... 그 후에 어디선가 했던 자기를 알아보지 않는 곳에서 살고 싶다는 인터뷰가 기억난다. 그래도 이런 관심 역시 그녀가 넘어야 할 산이란 걸 그녀도 알 것이다.

연아야, 힘내고 네 맘껏 해봐. 날개를 펴길 바래!!!!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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