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후 삼국지 - 세 황후는 어떻게 근대 동아시아를 호령했는가
신명호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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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책은 읽을 때는 재미있지만 읽고 나면 두 번 읽을 생각이 들지 않는 책이 있고 어떤 책은 아..정말 대단한 책이다. 소장하면서 더 읽어봐야 겠구나 하는 책이 있습니다. 황후 삼국지는 후자에 속하는 책이네요. 신명호 님의 <조선 공주 실록>을 예전에 도서관에서 읽어 본 적이 있습니다. 우리가 알고 있는 공주들에서부터 옹주들과 잘 알려지지 않은 공주, 옹주이야기들도 있음에도 흡인력있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요즘 흔히들 알고 있는 팩션도 아니라서 흥미가 떨어질수도 있는데 오히려 사실이 주는 매력이, 약간의 허구도 가미되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신기하고 재미가 있었습니다. 이름이 기억이 안 나는데 영조의 따님이었던 공주님은 사도세자가 죽고 왕실의 폭풍속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아버지의 환심을 쓰려고 애썼던 장면이 생생하게 묘사되었습니다. 다 조선왕조실록과 승정원일기같은 우리의 자랑스런 역사의 기록들이 있었기 때문이겠지요. 정말 많은 어린 공주나 옹주들이 일찌기 병으로 죽는 것도 목격하게 됩니다. 거의 다섯중 셋은 어려서 죽는 다던지 하는데 왕실에서도 이런데 하물며 백성들 사이에서는 얼마나 많은 아이들이 어려서 죽었을지 지금과 비교해 보면 놀랍고 안타까운 사실입니다.
 
암튼 그런 책의 저자인 신명호님이 <황후 삼국지> 를 지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믿음이 가는 책이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책날개를 읽어보면 이 책을 위해서 정말 수많은 사료를 들추고 그것도 모자라 개인의 기록들까지 다 뒤지고 출판사에는 기다려 달라 하면서 몇년이나 걸려서 완성을 했다는 글이 써있습니다. 그렇게 완성된 책이기에 두껍지만 전혀 두껍지만은 않은 책이었습니다.
 
삼국(청나라, 일본, 대한민국)의 왕조의 말기에 근현대기의 삼국의 관계와 황후들과 어린 왕들의 왕정의 관계도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습니다. 역시 많은 것을 아는 사람이 쉽게 풀이를 하는 것처럼 이 책도 마찬가지입니다. 쓸데없이 어렵지 않고 황후들과 우리 조선의 마지막왕들인 고종, 순종과 같은 왕의 육성을 세세하게 들어볼 수 있습니다. 대원군과 명성황후의 이야기는 말할 것도 없구요.
 
청나라의 유명한 서태후, 일본의 하루코 황후, 우리의 명성황후의 관한 사료들을 토대로 한 이 역사서를 보면 역사가들이 얼마나 정확하게 많은 자료를 살피고 기술해야 하는가를 알게 됩니다. 신명호씨는, 그래도 오류가 있다면 그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잘못이라고 합니다. 그것은 그만큼 많은 자료들을 살피고 또 살폈다는 방증입니다.
 
동치제는 서태후의 아들로서 청나라를 서태후의 섭정아래 다스리고 있었는데 그때에 우리나라에도 고종이 있었습니다. 22세인 고종 역시 아버지인 흥선대원군의 품에서 벗어나 스스로 나라를 다스리고 싶어한 심정을 볼 수 있는 대화가 실려있습니다.
 
고종: 동치 황제가 총명하고 호학하며, 장차 정치문제를 직접 총람함으로써 백성들의 여망에 부응하려고 한다던데, 과연 그런가?
고종: 서양 오랑캐가 작년에 유구국에 갔다가 뜻을 이루지 못하고 왔다던데 과연 그런가?
청나라의 인심이 어떠하던가? 동치 황제를 여러 번 보았는가? 동치 황제의 체격이 크던가?
<일성록> 고종 9년(1872년 4월 30일)- 청나라를 다녀 온 박봉빈의 보고에서.
22세임에도 오늘날의 젊은이들과 비교해도 훨씬 어른스럽고 총명한 말씀에 역시 한나라의 왕은 다르구나 하는 생각을 할 수 있었습니다. 한 인간으로서 키가 작았던 고종이 동치 황제의 체격을 묻는 것도 인간적입니다.
 
이 방대한 책에서 결코 어렵지 않게 가독성이 있다는 것은 큰 축복입니다. 야망을 가진 삼국의 황후들의 이야기에서만 그치지 않고 삼국의 흐름과 또 다른 외세인 서양의 간섭과 어린왕에서 당당한 왕으로 크려다 미처 꿈을 다 이루지 못하고 마지막 황제가 되어 간 순종이나 중국의 부이.. 너무나 슬픈 근현대사의 왕실을 보면서 그들에게 연민과 안타까움을 느낍니다. 왕정이 옳고 그름을 떠나서 그렇게 끝나서는 안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뚝심있는 책들을 키워내고 또 써내려가는 작가와 출판사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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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appy Street Sign Cleaner - 행복한 청소부 영어판
모니카 페트 지음, 안토니 보라틴스키 그림, 수잔나 오 옮김 / 풀빛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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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Happy Street Sign Cleaner - 우리나라에서 <행복한 청소부> 라는 베스트셀러로 유명한 책의 원서 제목이다.

이처럼 풀빛에서 행복한 청소부의 영문판이 나왔는데 365일 매일 한 문장씩 읽어보고 외워볼 수 있는 One sentence per day 라는 Happy Note 라는 워크북이 별책으로, 영문판을 영어로 그대로 읽어주는 CD까지 한 묶음으로 되어 있어서 역시 풀빛답게 멋진 책이 나왔다는 생각이 들었다. 






<Happy Note> 의 맨 마지막 페이지만 찍어 보았다. Happy Note는 별책인데 이렇게 하루 한 문장씩 읽어보고 외워볼 수 있는데 정말 1월 1일부터 12월 31일까지 365일 볼 수 있어서 좋다.


솔직히 <행복한 청소부>의 번역본을 읽어보지를 못했다. 영문판을 읽어보고서야 이렇게 좋은 책을왜 읽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원서로 읽는 감동이 전해지는 책이다. 정말 행복한 청소부를 읽은 사람이라면 원서로 한 번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그렇게 어렵지 않은 문장으로 되어 있어서 학생들인 자녀들에게 읽히기에 이보다 더 좋은 원서가 있을까 싶다. 이런 책을 왜 몰랐을까..


독일 원작자의 글을 영문판으로 옮긴 책이라서 이 책에 나오는 배경은 독일이 된다.
거리를 말끔하게 청소하는 청소부들이 있다. 그들은 늘 행복하다. 그의 직업을 사랑하고 그가 청소하는 거리들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선한 사람들...


그러던 어느 날, 한 청소부는 글룩 거리에서 파란 사다리를 걸치고 열심히 청소를 하고 있었다.
한 아이가 지나가면서 글룩은 'Happiness'이라는 의미인데 왜 저 청소부는 저기를 청소해 버리느냐고 엄마에게 묻는다.
그 엄마는 이렇게 대답한다. " 글룩거리의 글룩은 해피=행복의 뜻이 아니란다. 글룩이라는 유명한 작곡가의 이름을 따서 지은 거리란다." 이 말을 들은 청소부는 한동안 그 말을 잊지 못했다.


그가 퇴근 시간을 기다린 것은 이때가 처음인데 퇴근 시간이 되자마자 집으로 돌아가 거리에 나오는 이름들을 리스트로 정리해 벽에 붙여 둔다. 그 명단은 바흐, 베토벤, 쇼팽, 글룩, 헨델, 하이든, 모짜르트, 바그너들이다.

그리고 그는 티켓을 사서 옷장에서 좋은 옷을 꺼내입고 난생 처음으로 콘서트 홀이나 오페라 음악당으로 찾아 가서 클래식을 듣기 시작한다. 그에게 새로운 세계가 열린 것이다. 엄청난 감동을 갖고 돌아오는 청소부.. 그가 몰랐던 사람들을 더 많이 알고 싶어하고..


거리에서 나왔던 극작가, 시인, 소설가들의 이름에서 이젠 독서의 길도 찾게 된 청소부는 점점 더 많은 이들을 알아간다. 
바흐만, 브레히트, 부슈, 괴테, 그릴파르처, 케스트너, 만(토마스 만이겠지?), 쉴러, 슈토름 같은 쟁쟁한 인물들을 말이다. 그는 점점 더 공부하고 음악과 문학에 대해 박학다식해져 간다. 많은 사람들이 그를 유명인으로 만들려고 하지만 결국 행복한 청소부로 남기로 하는 멋진 사람의 이야기...

 

시각장애인이 수술로 눈을 뜨고 문맹이었던 사람이 글을 읽고 하는 감동을 이 책에서도 그대도 느낄 수 있다. 이야기가 다 끝나면 뒷 페이지에는 이 책에 나오는 인물들과 단어의 뜻이 적혀 있는 부록페이지도 있어서 정말 아이들도 쉽게 읽을 수 있게끔 되어 있는 세심함이 한 번 더 돋보이는 책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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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비 2010-05-06 00: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보았습니다^^
 
살아있는 신 (DVD 포함 고급박스 세트) - 방황하는 영혼을 위한 희망의 카운터컬처
티머시 켈러 지음, 권기대 옮김 / 베가북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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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있는 신 - 기독교로서 가슴이 벌렁거리는 말이다. 21세기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현재 신앙의 모습은 어떠한지 점검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그저 교회만 왔다갔다 하는 우리들은 평일에는 세상속에서 별다른 준비없이 무방비 상태로 살다가 주일만 되면 습관적으로 교회에 간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에서는 찝찝하다. 난 늘 하나님을 생각하고 있어. 그거면 됐잖아? 이렇게 생각하는 현대인의 모습을 이 책에서도 고스란히 짚어내고 있다.
 
티머시 켈러 목사는 뉴욕 맨해튼에서 가장 성공한 목회자이며 설교자로 유명하다. 수많은 뉴요커들이 자신외에는 관심이 없을 것 같은 그 차갑고 바쁘다는 백인에 화이트칼라들이 주 신도들이다. 켈러목사는 주 타깃을 전문직으로 삼았는데 의외로 영성으로 부흥하는 기적과도 같은 일들이 일어나 50명으로 시작했던 교회에 지금은 5000명이나 되는 신도들이 예배를 드리고 있으며 3만명은 인터넷으로 설교를 듣고 있다고 하니 정말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 같은 신앙의 불모지에서 말이다.
 
놀라운 것은 현대의 젊은이들이 의심하고 신앙을 떠나려는 주된 원인인 성경말씀에 대한 권위의식에 대한 반발이 심화됨에도 불구하고 티모시 켈러 목사의 신도들은 오히려 성경말씀에 철저히 기대고 있다는 것이다. 켈러목사는 성경의 권위에 완벽하게 기대면서도 신앙적으로 회의적인 젊은이들에게 거부감이 들지 않도록 말씀을 전하고 있으며 정확하게 전하고 있다는 것이 또 하나의 놀라운 점이다.
 
이 책의 들어가는 말에서만 한참을 헤맬 정도로 처음엔 책에 푹 빠지기 힘들었다. 그럴땐 과감히 넘어가자. 본문에서도 조금 뒷장으로 넘어가자 현대의 젊은이의 예들을 적절하게 들면서 정확하게 우리가 지금 헷갈려하고 힘들어하는 그 상황을 잘 묘사하고 있어서 어느덧 푹 빠져 읽고 있는 나를 발견할 수 있고 이 글의 심오한 강해에 나도 모르게 집중하게 된다. 잠깐이라도 한눈을 팔면 또 다시 책의 미로에 빠지고 말지만 완독했을때의 기쁨은 그 어느 책보다도 크다.
 
쓰나미와 태풍 그리고 지진과 같은 자연재해로 수만명이 죽어간다. 이럴 때 과연 신이 있다고 할 수 있는가? 라는 기사나 왜 욥에게는 그런 고통만 주시는가? 사랑의 신이라면서 왜 인간을 지옥으로 보내는가? 하는 신앙인으로서도 회의를 가질 만한 여러가지 의문에 대해서 정말 영적으로 주시는 명쾌한 해석와 말씀은 도킨스씨의 '만들어진 신'을 완전히 부정할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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샹해요 2010-05-06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평 잘 읽었습니다..^^
 
역사를 속인 위대한 거짓말 - 역사에 없는 역사, 그 치명적 진실
윌리엄 위어 지음, 임용한.강영주 옮김 / 타임북스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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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속인 위대한 거짓말>의 표지는 흥미롭다. 역사속 위인들의 코가 모두 피노키오처럼 많이 길어졌다는 것. 표지에서 내뿜듯이 이 책의 내용도 그리하다. 모든 역사는 거짓말이다. 기록된 자체가 세력을 가진 사람들에 의해서 날조될 수도 있고 수정이 가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후대의 사람들은 기록을 토대로 역사를 이해하기 때문에 폭넓은 자료의 활용이 신빙성 있는 그 당시의 상황까지 다 고려한 그런 역사읽기가 진행되어야 한다. 하지만 일반인인 우리로서는 알 길이 없다. 그래서 역사를 공부하고 집필하는 사람들은 더욱 책임감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우리나라 조선 시대의 조선왕조실록을 써내려가고 편찬한 사관들은 그런 점에서 객관적이었다. 왕조차 볼 수 없었다고 한다. 어느 시대에는 그런 원칙이 지켜지지 않았을 것 같아 걱정이지만 대체로 그렇다고 한다. 왕이 이런 건 기록이 되지 말았으면 좋겠다 라고 말하면 그 말한 것까지 그대로 기록이 되었다니 새삼 우리네의 역사 기록 방식에 존경심이 들지 않을 수 없다.

 

그렇지만 조선보다도 훨씬 오래된 그리스나 로마 시대 그리고 중국의 고대시대, 메소포타미아, 이집트의 기록들은 온전하지도 않고 전하는 사람마다 주관적인 생각도 많이 들어간 사료들이 많다. 그래서 네로도 로마 시내를 불지르고 그 앞에서 바이올린(?) 을 켰다는 당시엔 바이올린이 발명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그런 황당한 이야기까지 돌고 있다. 역사의 진실속의 네로는 불타는 백성들의 집에 들어가 직접 사람들을 구해내고 불을 끄는데 열심이었다고 한다. 화재가 다 진압된 며칠 뒤에 어차피 타버린 로마의 재건을 약속하면서 악기를 들고 노래를 부른 것이 와전되었다고 한다.

 

이 책의 특이한 점은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위인에서 벗어나 영국이나 미국의 한 개인(물론 왕좌에 가까운 귀족과 같은 인물) 에 대한 오해도 많이 풀어내고 있다는 점이다. 브레이브 하트의 주인공인 월러스의 이야기나 스코틀랜드의 로버트 브루스 같은 인물들이 그렇다. 미국의 1770년대의 민병대 이야기와 폴 리비어의 이야기도 그래서 생소했다. 하지만 흔하지 않은 인물들을 통해 여러나라, 여러시대의 역사적 전후 사정과 관계들을 알아 볼 수 있다는 지적호기심을 채우기엔 너무나 좋은 책이다.

 

그냥 에피소드 하나만 대충 짚어가는 이야기가 아니라 여러 사료를 토대로 여러 관점에서 몇십 페이지에 걸쳐 심도있게 저술한 점이 좋았다. 브레이브 하트나 오케이 목장처럼 우리가 외국의 영화를 통해서 대충 알았던 사실들도 알 수 있어서 재미도 있고 말이다. 한 번 읽어서는 이 책을 다 이해할 수 없으리라. 그래서 몇 번은 더 읽어보려고 한다. 한 때 세계사를 무척이나 좋아했던 꿈많았던 소녀로 돌아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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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죽음의 조건
아이라 바이오크 지음, 곽명단 옮김 / 물푸레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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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독 어릴때부터 죽음에 대한 공포가 많았던 것 같다. 둘째를 임신했던 임신기간엔 비염이 너무너무 심했었다. 두 코가 꽉 막히다 못해 터질 것 같았는데 잠자다가 코로 숨을 못쉬고 입으로만 숨을 쉬다 보니 숨을 못 쉴 것 같은 공포에 그만 불면의 밤을 지새웠던 적이 있었다. 불면이 사흘이 되가자 임신한 몸이라 모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태아는 안중에도 없고 나의 아이가 귀찮은 그 무거운 무엇이 된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그런 생각과 공포에 그만 아파트 베란다에서 충동적으로 아래를 바라보곤 했던 무서운 기억이 난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게 바로 공황발작이라고 한다. 죽을 것 같은 공포에 오히려 발작적으로 살려는 의지가 없어지는...아무리 힘든 수험생 시절이나 재수시절에도 생각지 않았던 자살이 그렇게 충동적으로 다가올 줄 정말 꿈에도 몰랐다. 그 후로는 내 마음을 다스리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평소의 마인드 컨트롤도... 까짓것 죽을 것 같은 공포? 진짜 죽는 것도 아니다 하면서 마음을 다스리는 것...하지만 진짜 죽음의 순간은 어떤 것일지 한편 궁금해지고 마음이 아련해지곤 했다.

 

정말 아름다운 죽음이란 어떤 것일까. 내 나이 마흔이 되가니 이제는 자꾸 생각하게 되는 중요한 내 인생의 이슈가 되었다. 아이라 바이오크는 30년동안 수천 명의 죽음을 지켜본 미국의 유명한 호스피스 전문의이다. 그는 죽어가는 암환자들을 특히 많이 봐왔다. 너무나 고통스러운 실제적인 육체의 아픔을 적절한 진통제로 조절해 주기도 하며 그것으로 의사의 할 일은 다 하는 것일 테지만 그는 그 이상의 무언가를 항상 환자들에게 주었던 것이다. 그가 직접 목격한 수많은 죽음 앞에서 저절로 체득한 여러가지를 말이다.

 

그는 화해하지 못하고 서로 데면데면하지만 병실을 지키고 있는 많은 사람들에게 서로 미안하다고 먼저 사랑한다고 말하는 것을 가르친다. 그는 항상 이렇게 말하곤 한다. 일단 한번 해보시고 안되면 뭐 손해는 아닌것이니까 밑져도 본전이니까 한번 해보라고 말이다. 그러면 대부분의 죽음을 맞이한 환자와 그의 가족들은 그의 말에 속은 셈치고 한번 시도를 해본다. 그 시도는 - 정말 엄청난 기적을 가져왔다- 죽어가는 이가 죽고 나서도 남은 가족들은 그 때의 화해의 행복한 순간들을, 또 짧지만 강렬하게 서로를 아끼고 보듬은 시간들을 떠올리며 그를 추억함으로서 살아있는 사람들에게도 큰 위안이 된다는 것을.

 

죽어가는 사람은 용서를 구하고 용서를 받았다는 사실에 그리고 진정으로 누군가에게 사랑을 받았었다는 사실을 안고 감사하는 마음으로 평안히 죽어가는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된 많은 경우들은 하나같이 화해할 수 없을 정도로 골이 깊어진 가족들의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결과는 하나같이 이보다 더 사랑스러운 가족은 없다가 되어버렸다.

 

자신에게 남은 시간을 정리할 수 있다는 것은 이 책을 읽고 보니 정말로 큰 축복이다. 수술대에 올라서 그 수술대에서 생을 마감해 버리는 것보다 호스피스 병동에 남아서 생을 마감할 시간을 버는 사람들의 숭고한 마음들에 정말 숙연해지곤 했다. 나도 그렇게 생을 마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절대로 수술대에서 갑작스러운 죽음을 맞이하고 싶지는 않다.

 

너무나 사랑했다며 자녀 하나하나에게, 사위나 며느리에게,아직도 살아있는 친구들에게 인사를 하며 내가 혹시 섭섭하게 한 적이 있다면 용서해달라고 그리고 정말로 사랑했다고 인사를 하고 싶다. 이 생각을 하니 아침시간에 쫓겨 윽박을 질렀거나 내 맘에 안 든다고 자녀들에게 박하게 굴었던 일들이 생각나며 가슴이 미어졌다. 적어도 죽음이 다가왔을때 자녀들에게 원망을 듣지 않으려면 지금부터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할 것 같다. 더 많이 안아주고 이해해 주어야 할 것 같다. 정말 사랑만 하기에도 부족한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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