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니모의 환상모험 7 (양장) - 은빛 용 원정대와 마지막 용의 알 제로니모의 환상모험 7
제로니모 스틸턴 지음, 성초림 옮김 / 사파리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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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전 아이들과 함께 '드래곤 길들이기' 라는 애니메이션을 보고 왔다. 아이들도 3D입체안경을 쓰고 한국말 더빙이라서 또래 친구들도 많아서 여섯살 둘째도 무사히 영화를 끝까지 잘 보았다. 낯설지 않았던 드래곤의 모습들은 바로 제로니모 스틸턴의 환상모험에서 보았기 때문일까?! 원래 제로니모 스틸턴이라는 영어원서로만 접했던 책이었는데 아마 4권이 한 세트로 이루어졌을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이 4권을 한권의 책으로 번역했는지 한권의 책이 매우 두껍다. 그래서 가격도 좀 있는 편이지만 내용을 읽고나면 별로 비싸다는 생각이 들지 않을 것이다. 고급스럽고 환상적인 삽화에 마음을 빼앗기고 부록편에서 아이들이 눈을 반짝이며 용의 패션이나 용의 장신구, 용의 장비, 용의 똥, 그밖의 용의 모든 것을 알려주는 페이지들에 눈이 휘둥그레질 것이기 때문이다.

 

제로니모 스틸턴의 특징은 또한 여러 예쁘고 멋진 활자체의 활용이다. 원서에서도 강조되는 낱말들이 각기 다른 인쇄체와 색깔로 되어 있어서 어려운 단어를 익히기에도 안성맞춤이었다. 한글책으로 읽으니 내용이 시원하게 다 알게 되니 더욱 재미있었다. 4학년 딸아이가 어찌나 재미있게 읽었는지 다른 시리즈도 구입해 달라고 한다. 7권이 은빛 용 원정대와 마지막 용의 알이란 제목으로 은빛용과 불의용의 두 나라에서의 모험을 그린 책이라 정말 흥미진진했다.

 

알리스공주의 환상적인 아름다움과 님프들과의 만남, 트롤의 세계에서의 모험은 정말 아슬아슬했고 마침내 용들의 대전투에서 불의 용 그을린 3세는 항복하고 만다. 용의 족속을 배신하고 용의 알을 트롤 족에게 넘겨서 아기 용들을 위험에 처하게 하고 알리스 공주를 왕국에서 쫓아내려 했던 것은 바로 공주의 왕국인 은빛용의 세계가 부러웠기 때문이었다는 불의 용 그을린 3세의 말.. 그때 흰색 유니콘을 타고 날아온 요정 나라의 플로리아 여왕님과 꿈의 나라 프라테르노 왕이 등장은 아이들로 하여금 환상의 세계의 정점을 보게 한다. 판타지 세계의 평화를 가져온 제로니모의 활약은 아쉬은 이별을 뒤로 한 채 꿈에서 깨어나는데...

 

현실로 돌아 온 제로니모는 사실 용에 대한 전시회를 준비하느라 일주일이나 밤을 새고 잠옷셔츠를 입은채 연미복을 입고 등장했으나 정신없이 전시회가 무사히 끝나고 잠의 세계에 빠져있었던 것이었다. 그동안 용에 대해 준비하느라 용의 세계에 푹 빠져있었던 터라 은빛용의 판타지를 꿈꾸었던 것이다. 잠에서 깨어 보니 자신이 정신이 없어서 입고 나왔던 잠옷 셔츠가 대유행이 되어 있었다는 설정은 아주 유쾌하다. 이 책이 어른들도 좋아하는 이유이리라. 실제로 성인들도 제로니모를 즐겨 읽는 애독자들이다.

 

우리가 어려서 끄적대었던 그림들, 무슨 요정이 있으면 요정이 입는 옷, 지팡이, 유니콘, 마차, 반짝이는 것들, 요정의 말투, 취미등...어느 한 종류에 대해서 자신이 지어내느라 시간 가는 줄 몰랐던 기억이 있다. 다른 아이들도 그랬을까? 이 책의 부록에서 용에 대한 모든 것이 그려진 페이지들을 보다 보면 그 어린 시절의 기억이 떠올라 뭐라 말할 수 없는 감정이 들었다. 제로니모 스틸턴 7권은 공부에 찌든 아이들에게 환상의 모험을 선사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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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으로 슬라이딩 미래인 청소년 걸작선 8
도리 힐레스타드 버틀러 지음, 김선희 옮김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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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루먼 스쿨 악플 사건으로 우리나라에서 유명해진 도리 힐레스타드 버틀러의 또다른 청소년 이야기인 '홈으로 슬라이딩'은 아직 4학년이지만 곧 고학년이 될 아이를 위한 선물이었다. 아직은 두꺼워 한꺼번에 읽지를 못하고 있길래 재밌겠다 엄마가 먼저 읽어볼게 하고 가져온 책이었는데 한번 손에 잡자 너무 재미있어서 끝까지 읽어버렸다. 사실 청소년 문학은 요즘 대세인 것 같다. 완득이나 싱커같은 책들의 제목이 낯설지 않다. 엄마도 자녀도 함께 읽을 수 있는 청소년 문학은 이제 낯설지 않다.

 

홈으로 슬라이딩은 미니애폴리스에서 학교 야구선수 생활을 하다 아빠의 직장을 따라서 온 가족이 이스턴 아이오와의 아주 작은 마을인 그린데일로 이사를 와서 그린데일의 공립학교인 후버 중학교로 전학온 '조엘'이라는 여자아이의 이야기이다. (저자가 나중에 밝힌 사실이지만 그린데일이라는 마을은 가상의 마을이다.)

 

'조엘'의 오빠는 미니애폴리스에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고교야구선수로 활약했고 지금은 야구를 계속 하며 대학을 다니고 있어서 따로 떨어져 자취를 하고 있고 아빠와 엄마와 조엘만 이 마을로 이사를 온 것이다. 그런 오빠의 여동생도 피를 물려받았을까. 타고난 야구실력으로 미니애폴리스 중학교에서 '1루수'를 맡고 있었던 소녀였다. 여자들도 야구를 할 수 있었던 환경에서 자라 온 조엘은 이곳에 와서 큰 충격을 받았다. 여자는 소프트볼만 할 수 있다는 규정에 야구를 할 수 없다는 사실에 할 말을 잃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야구만 했었던 그녀는 소프트볼은 야구하고는 전혀 다르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람들은 소프트볼은 여자에게 더 적합한 운동이며 야구와 비슷해서 그다지 다르지 않다며 그녀를 소프트볼 선수로 주저앉히려고만 한다. 하지만 그녀는 야구에의 꿈을 접을 수 없었고 혼자서 학교 코치와 교장선생님을 만났으나 똑같이 규정상 할 수 없다는 앵무새같은 말만 반복해서 듣는다. 용기를 내어 부모님의 허락하에 응원하에 교육감의 사무실까지 찾아갔지만 마찬가지의 답변만을 얻는다.

 

꽉 막혀 있는 것은 우리나라나 미국이나 다를 것이 없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규정이라서 안된다. 그런 말을 나도 너무나 많이 듣고서 자라왔었다. 하지만 그에 반발하고 혼자만 튀게 생활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용기있는 조엘은 달랐다. 바로 이런 점을 우리 딸도 배웠으면 좋겠다. 물론 똑같이 하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자기만의 철학에 정말 아니다 싶은 일에는 스스로 나서서 바꿔보려는 노력은 해보았으면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지역 신문사에 투고를 해서 점점 유명인사가 되었고 같은 뜻을 지닌 소녀들을 만나 자신들만의 야구단을 만들고자 한다. 야구리그에 등록하려면 코치와 유니폼과 연습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있어야 하는데 이 모든 것들이 천천히 하나씩 이루어지는 것을 보니 나도 희열을 느꼈다. 이 밖에도 소녀들과의 우정과 경쟁심, 그리고 안된다고 했던 야구부 코치의 아들인 라이언과의 인연이야기도 책의 한 축을 이룬다.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으면서 우정과 용기를 배울 수 있는 청소년 소설이었다. 나의 딸이 재미있게 읽으려면 아무래도 6학년쯤이 좋을 것 같다. 완전히 이해하고 동감하려면 말이다. 그래도 슬슬 같이 읽을 수 있는 소설들이 많아져서 참 새삼스럽게 많이 컸다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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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의 건강 도시락
김주리 지음 / 비타북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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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보의 건강도시락 - 싸이월드에서 히트를 쳤던 미니홈피의 주인공이 책으로 예쁘게 만들어 내었다. 어떤 내용일까 궁금해서 읽어보았더니 어머나...이거 물건일세.. 따라하기 어렵지 않고 멋도 적당히 부려 따라하기 좋은 그런 정성가득 도시락책이었고 일반 반찬을 만드는 방법도 쏠쏠이 챙길 수 있는 일석이조의 책이었던 것이다. 도시락에 좋는 용기를 고르는 법부터 하나하나 요리솜씨 좋은 친구가 가르쳐 주듯이 사진과 함께 용기에 담긴 도시락의 완성모습은 절로 정성가득한 도시락이란 이런 것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그렇다고 절대 거창하지 않아서 좋았고.

 

가령 하트를 만들어 도시락에 포인트를 주는데 두부를 과자틀중에 하트로 눌러서 부치면 하트모양의 두부가 되어서 저절로 멋진 도시락반찬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호박전이나 동그랑 땡 혹은 그냥 시판하는 동그란 햄에도 피망이나 다른 재료를 작은 하트 모양으로 잘라서 가운데 붙이면 저절로 정성이 가득해 보이는 도시락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간편해 보였지만 감탄했던 반찬은 우리가 흔히 성의없어 보이는 반찬으로 꼽는 맛살! 그러나 이 책에서는 맛살도 영양이 가득하고 이쁜 반찬으로 변신한다. 구운 맛살의 가운데에 칼집을 넣어 당근이나 오이등 야채를 볶아서 새싹채소등과 함께 끼워 넣으면 너무나 이쁜 오이선같은 맛살야채반찬이 되는 것이다.

 

부추를 살짝 데쳐서 재료의 가운데를 묶는 끈으로 활용하면 아주 이쁜 반찬들이 되고 계란찜도 집에서 만들면 실패하기 일쑤인데 성공할 수 밖에 없는 방법을 찬찬히 알려주고 있어서 도시락 반찬에도 이쁜 계란찜을 싸주면 아이들도 좋아할 도시락이 되는 것이다. 물론 제목처럼 여보의 건강도시락에 맞게 하트와 돌돌 말린 모양의 반찬들은 정말 맛깔스러워 보인다. 부추전도 부쳐서 잘라서 돌돌 말아서 넣는 방법도 배웠고 한입크기로 자른 과일꼬치도 알고는 있었지만 새삼 배웠고.. 무엇보다 아이들 현장학습 도시락도 매번 고민인데 이젠 그런 고민은 다 끝인 것 같다. 호빵맨이나 꽃밭모양으로 꾸민 도시락도 있지만 주변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들이라서 충분히 따라해 볼 수 있겠다.

 

무엇보다 이 책을 읽으며 떠오른 추억들은, 나의 학창시절 아침에 일어나기 힘들어 눈을 비비고 일어나보면 어느새 부엌에서는 지글지글 볶고 데치고 부치는 소리들이 한창이었던 것이다. 나의 어머니는 세 아이의 도시락을 그렇게 매일 싸셨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어떤가. 남편이 아주 일찍 출근하는 바람에 에이 어떻게 그 시간에 챙겨줘? 하면서 아이들과 같이 일어나다 보니 매일 아이들은 엄마가 먼저 일어나 정성스럽게 아침상을 차리는 모습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정말 반성을 많이 했고 엄마의 사랑과 정성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엄마...매일 어떻게 그 도시락을 그것도 세 아이의 도시락을 그것도 한 아이당 몇개씩...싸셨어요...정말 감사해요.. 사랑합니다 엄마...저도 그런 엄마의 십분의 일이라도 닮도록 노력할게요 앞으로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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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빈리 일기
박용하 지음 / 사문난적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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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색깔의 제목과 삽화가 은은한 오빈리 일기는 표지부터 단아하다. 어느 달에는 어떤 농사일을, 어떤 휴식을 취했는가 어디가 아름다웠는가 사진도 가득한 그런 잔잔한 에세이일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저자의 서문을 읽어내려가자 저자가 어떤 마음으로 오빈리에 들어가게 되었으며 일년동안 억지로 기록하기 시작했다는 매일의 글짓기가 바로 이 책으로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오빈리에 오기 전 도시 생활을 하다가 2001년에 경기도의 한 시골로 이주했다는 글부터 시작된다. 백여호쯤 되는 마을에서 인심이 고약했다고 한다. 도시에서의 냉혈한 모습, 돈밖에 모르는 사회의 모습이 그대로 있었던 것이다. 지독히 배타적이면서 함부로 간섭하는 사람들에 치여서 살았나보다. 치를 떨다 이 곳 오빈리로 다시 옮긴 것이 2008년이고 이 글은 2008년을 걸쳐 2009년까지의 기록인 셈이다.

 

오빈리에서의 삶의 시작은 의외로 쉬웠다고 한다. 먼저 손을 내밀어 인사해 준 이웃집 할아버지는 350여평의 땅도 조건없이 부쳐먹으라고 빌려주셨고 흙냄새를 맡으며 글을 쓰는 일이 시작되었다. 그런데....저자의 이 서문에서 나는 요 근래 겪었던 일들이 생각났다. 정말 인간에게 치사하고 더러웠던 일...예전에 겪지 못했던 일을 한 번 겪었던 것이다. 많은 정성과 시간을 쏟았던 곳에서 그냥 밀려날 수 밖에 없었다. 이유도 모르는 채로.. 권력을 가졌다는 이유로 칭찬할 때는 살랑살랑 구름마차도 태웠다가 혹은 뭐든지 자기가 아는 것이 진리인양 하다가.. 뭐가 제대로 되지 않는 부분을 못참아 하는지라 총대를 매고 살짝 지적했더니 밑도 끝도 없이 쟤 싫으니 아무것도 시키지마 하는 데에는 그 억울함이야 말할 것도 없고....암튼 저자의 그런 마음이 이해가 되었고 오빈리에서 느꼈던 정들이라도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싶었다. 오빈리에서조차 비슷한 사람들만 있었으면 어쩔 뻔 했는가..

 

저자가 적어내려가는 오빈리 생활은 농사일도 물론 적혀있고 자연의 모습도 아름다운 부분들이 많지만 세상살이에서 느껴지는 연륜과 생각들이 거침이 없어서 너무 신선했다. 그리고 시원했다. 그가 내뱉는 일갈과 한숨에 그리고 기쁨에 푹 빠져서 읽었던 것 같다. 어느날은 여호와의 증인이 왔다. 딸내미가 1박 2일 수련회를 갔다. 강릉에 계시는 어머님께 전화를 드렸다. 햇마늘, 민들레 말린 것, 어머님편에 보냈다. 나흘만에 잡초를 제거했다. 점심때 뒷집에서 떡라면 끓여놓고 불렀다. 동네 어르신들과 함께 먹고 커피까지 얻어마시고 왔다...등등 매일매일의 일상을 어떤 날은 단 한 줄이라도 적어내려갔다. 와....이거 속풀이 되겠다 싶다. 나도 이제부터 일기를 써봐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거침없이 나만의 하루를 그냥 적어봐야 겠다는...

 

그러다 어느 날은 아침부터 갑자기 분노가 끓어올랐다는 일기...우울증 환자가 내일부터는 정말 밝은 일들만 있을거야 아무리 다짐을 해도 다음날이면 우울해 지듯이 그도 지난날의 일들이 자꾸 떠오르는 모양이었다. 이미 지나간 일 자꾸 떠올려서 뭐해...아..딱 내 심정이었다. 뭐 그리 집착해..화 내봐야 너만 손해야 라고 자신을 향해 써놓은 글들이 마치 내가 써놓은 글들 같았다. 마음에 상처가 있는 사람들이 읽어도 좋을 책...시골로의 귀농의 삶을 꿈꾸는 사람들이 읽어도 좋을 책...무엇보다 내게 좋은 책이라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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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없는 세상
필립 클로델 지음, 정혜승 옮김 / Media2.0(미디어 2.0) / 201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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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클로델- 프랑스의 지성을 대표하는 작가. '브로덱의 보고서'로 공쿠르 데 리세엥상을 수상하였다. 이 책 <아이들 없는 세상>은 어른들을 위한 동화집이다. 이 책의 몇 단편만을 읽은 채로도 작가의 다른 작품인 '브로덱의 보고서'나 '회색영혼'이 너무너무 읽고 싶어진다. 읽고싶었던 이야기와 문체가 딱 기다리고 있었던 작가가 아닌가.. 특히 회색영혼을 얼른 위시리스트에 넣고 다시 책을 읽었다.

 

로알드 달의 단편집 '맛' 과 어딘지 모르게 살짝 닮은 느낌의 하지만 더 짧지만 강한 임팩트를 지닌 '아이들 없는 세상'은 사실 어린 시절 읽었던 '아이들만의 도시'처럼 그런 아이들만이 살아가는 장편소설을 기대하고 있었던 내게 책을 넘긴 순간 어 장편소설이 아니네 하는 실망감을 느끼기도 전에 정말 재미있다 라는 반전을 주었던 짧은 소설집이다. 그런데 이 책은 정말 번역이 절묘해야 할 것 같은 책이다. 그런 점에서 번역가의 수고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어쩐지 작가의 원본 느낌이 잘 살아나는 책이었던 것이다. 물론 프랑스어를 모르지만 말이다.

 

'옛날옛적에' - 어느 할아버지가 손주들에게 이야기들 들려주려고 애쓰는 모습, 안스러울 정도다. 하지만 아이들은 이야기마다 저번에 들었던 거라느니 시시하다느니 너무 무섭다느니 너무 더럽다느니 온갖 핑계를 다 대며 거부한다. 그 거부하는 말들이 어찌나 진지하지만 웃긴지..블랙유머가 따로 없다. 결국 할아버지를 주무시라고 내모는 아이들...책을 읽어달라고 졸라대는 아이들처럼, 할아버지는 "아냐 괜찮다. 그럼 이 이야기는 어떨라나.." "나 안 졸린데!" "어허 난 누울 생각이 없다니까 그러네!!!" 끈질기게 이야기를 해주시려는 할아버지와 아이들의 처지가 뒤바뀐 것 아닌가!! 이 같은 이야기들이 어찌나 기발하고 재미있고 배꼽잡게 하는지 말이다.

 

'요정이라는 힘든 직업' 에서는 여섯살난 아이가 거울을 보며 인형의 머리를 빗는데 열중하고 있는데 짜잔하고 요정이 나타난다. 얘..나 요정인데...어 그러세요 한마디 하고 돌아서는 아이...이래뵈도 요정인데...안절부절 못하는 요정의 모습이 어찌나 기가막힌지!! "저기 얘...나 요정이라니까" " 재방송하시네!" "뭐라고?" " 그 말 벌써 했다고요. 한 얘기를 계속 또 하고 있잖아요. 그쪽이 요정인 거 이미 다 안다고요!" 요정에게 바란 것도 없고 귀찮다는 아이의 반응에 놀란 요정은 요정을 만난다는 것이 얼마나 큰 행운인지 설득하게 되고 아이는 정말 귀찮다는 듯이 지금 하고 있는 것은 가택침입에 아이에게 희롱하는 거라며 경찰을 부를 수도 있다고 하니.. 요정은 결국 눈물을 흘리고 만다. 사실 오랫동안 실직상태여서 요술도 엉망이라 미안했다고 (사실 일주일이나 아이의 방에 찾아와 요술이랍시고 해서는 실수만 했던 것..) 백수에서 겨우 벗어난 건데..하며 꺼이꺼이...

하하하 정말 직접 읽어봐야 이 느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른들뿐만 아니라 사춘기의 아이들에게 읽게 해 주어도 카타르시스를 느낄 것 같다. 아직 초등학생인 딸에게보다 중학생인 조카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물론 나를 위한 책이기도 하고..

 

필립 클로델..정말 독특한 작가인 것 같다. 얼른 다른 장편도 읽어보고 싶다. 이 책을 통해 내게 딱 맞는 작가를 만난 것 같은 기쁨이 든다. 이 책 역시 소장했다가 우울할 때 꺼내어 읽으면 기분전환하기 좋은 책 같다. 낄낄대며 읽다 보면 마음 한 구석이 싸해지기도 하고 아련해지기도 하고 인간들의 모습에 우습다가 비장해졌다가 참 우리가 사는 사회의 여러가지가 이 책에 다 들어있구나...하는 생각도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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