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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란 무엇인가
마이클 샌델 지음, 이창신 옮김 / 김영사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올 여름에 이열치열... 더워도 지적인 만족감을 채울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읽어야 할 것이다. 정의란 무엇인가. 하버드대의 20년 연속 명강의로 손꼽히는 마이클 샌델 교수는 27세에 이미 최연소 교수가 되었고 29세에 존 롤스의 정의론을 비판한 '자유주의와 정의의 한계' 라는 논문으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게 되었다. 이 논문에서 '공동체주의자'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쓰며 공동체주의의 4대 이론가이자 정의학 분야에서 세계적인 학자로 평가되고 있으며 현재까지도 하버드대에서 정치철학을 가르치고 있다. 1953년생이니 아직도 그리고 앞으로도 활발히 강의를 하실 것이다. 왠지 생각보다 젊은 나이가 반가웠다. 그렇다고 내가 하버드대에서 이 강의를 직접 들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이 책에서는 그런 그가 강의했던 내용들을 다음어 내놓은 것이니만큼 아무리 머리 좋은 하버드 대학생들을 상대로 했다지만 정치철학 강의인 만큼 일반인들도 정신을 차려서 읽고 있으면 이해가 잘 될 수 있게끔 여러가지 적절한 예를 들어가면서 적고 있다. 강의를 상상하며 읽으면서 이 책 표지의 수많은 하버드생들 속의 청강생이 된 나를 상상할 수 있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인터넷 서점에서도 지금 이 책이 거의 1위를 달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좋은 책은 입소문을 타는 것일까. 사실 만만치 않은 내용이기도 하다. 그래도 도전해 볼 만한 주제와 강의여서 사람들은 학창시절 못다한 학업적 성취를 이 책을 통해서 느끼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의외로 책을 집으면 매일 조금씩이라도 책을 놓을 수가 없다. 오히려 학창 시절 이해가 되지 않았던 윤리수업이나 철학수업들이 조금씩 이해가 된다고나 할까.. 마이클 샌델이 예를 들고 있는 것들은 기차 선로위의 양갈래길에서 한쪽은 다섯명이, 다른 한쪽은 한명이 일을 하고 있는데 브레이크가 고장난 열차는 어느 쪽으로 돌진해야 더 정의적인가 하는 것이다. 한 술 더 떠서 다섯명이 있는 철로로 자기 앞에 있는 거대한 몸집의 사람을 밀어서 열차가 그 사람만 치고 멈추게 하는 방법의 예도 들고 있다. 사람들은 처음의 예에서는 거의 망설임없이 그래도 다섯명의 목숨보다는 한사람쪽으로 향하라고 할 것이지만 두번째의 예에서는 멈칫거릴 것이다. 왜냐하면 두 번째의 상황에서 사람을 미는 행위는 살인과도 같고 그 사람이 자발적으로 희생하려고 나서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다섯명을 살리기 위해 한 사람을 희생하는 것은 같은 논리인데 왜 그럴까.. 그의 책을 읽다보면 이와 비슷한 다른 예를 또 접하게 되면서 생각이란 걸 하게 된다. 물론 그 전에 열차를 보고 피할 수도 있는데 그런 것을 배제하는 것이 바로 철학이라는 관점이라는 친절한 설명까지 붙어 있다. 이 쯤되면 우리같은 일반인도 정의란 무엇인가, 자유란 무엇인가, 시장원리란 무엇인가, 공리주의란...이런 식으로 영역을 넓혀가며 그의 강의에 푹 빠져들 수 있는 희한한 일들이 벌어진다. 그러니 누가 이 책을 마다할 것인가?
살아가면서 만화나 드라마 같이 그저 별 생각없이도 즐길 수 있는 것이 있는가 하면 좀 더 생각을 하게 하고 내가 살아있는 목적을 느끼게 하는 그 무엇이 있는데 이 책을 읽으며 느껴지는 부분들이 바로 후자인 것 같다. 아리스토텔레스, 이마누엘 칸트, 존 스튜어트 밀, 존 롤스와 같은 자유론, 공리주의, 동굴의 비유 등 우리가 학창시절 살짝살짝 접했던 철학을 다시 읽게 되며 아 이런 내용들이었어? 하는 벅찬 감정을 느끼며 오늘도 마지막 페이지를 향해 책을 집어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