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G.H.에 따른 수난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지음, 배수아 옮김 / 봄날의책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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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8 클라리시 리스펙토르.

바퀴벌레와 단둘이 광막하고 메마른 방안에 갇혀.

아직 만으로 이십 살이 안 되었을 때, 꿈을 꾸었다. 거대한 각진 돌기둥이 세워져 있었고, 그 꼭대기를 조감했을 때, 위에는 인간 이라는 두 글자가 양각으로 굵게 새겨져 있었다. 단지 두 글자일 뿐인데 그 무게가 너무 무거워서 나는 울어버렸다.

오래된 꿈에 관해 쓸 수 있는 것은, 꿈에서 깨어난 뒤 글로 적어두었기 때문이다. 생각나는 대로 적은 뒤에 그 어릴 때 쓴 글을 찾아보았다. 17년이 넘은 글을 찾을 수 있는 이유는 내가 그때 어느 카페에 그 글을 남겨두었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있어서이다.

정확히는 만으로 열여덟, 우리 나이로 이십 살이 된지 일주일쯤 되었을 때다. (게시물 작성일자가 말해준다.)
’잠을 자려고 어둠 속에서 자리에 누웠을 때 가상의 조각상이 눈 앞에 나타났다. 길고 높은 사각 돌기둥에 사람의 안면이 네 측면과 꼭대기면에 불규칙적으로 여기저기 붙어 있었다. 그 맨 꼭대기 위에는 명조체로 크게 ‘인간‘ 이라고 써 있었다. 그 조각상을 보는 순간 눈물이 쏟아졌다. 인간이라는 말은 너무 무거워서 내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 무게는 점점 무거워지고 나를 눌렀다. 나는 그냥 울었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나는 인간일 수 밖에 없다.’
꿈이 아니었고, 자기 전에 빠진 망상 같은 것이었다. 양각인지 음각인지 알 수 없지만 명조체라고 한다. ㅋㅋㅋㅋㅋ 궁서체가 아니라서 다행이다. 이미 너무 진지하잖아...지금 쓰는 중인 이 글은 맑은고딕체로 쓰여지고 있는데.

이십 여일을 클라리시 리스펙토르의 ‘G.H.에 따른 수난’에 갇혀 있었다. 이 한 권에만 붙잡힌 것은 아니고 여러 권을 같이 보고 있는데. 이 책은 내가 태어나기 딱 이십 년 전에 출간되었다. 우연히도 같이 읽는 중인 ‘거꾸로’는 딱 나 태어나기 백년 전의 책이었다. 두 책이 기묘하게 겹치는 느낌을 받다가 이내 갈라져버렸다. 두 책 모두 아름다움과 기괴함은 그 경계가 얄팍하다는 느낌을 주었다.

여러분 리스펙토르의 첫 글자는 L입니다. 그래도 리스펙트하겠다면 말리지 않습니다요.

올해 가장 마지막으로 초고를 마친 소설에 거대한 바퀴벌레를 등장시켰다. 남자의 아래에 깔려 있던 여자는 천장에서 기어올라오는 바퀴벌레를 보고 절망의 종지부를 찍는다. 아주 좆같은 공간의 좆같은 상황이 이어진다. 남자는 여자의 마음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한술 더떠 마음을 콩콩 찟는, 갈기갈기 찢는 말을 던진다. 최악으로 구질구질거리는 글을 쓰고 싶었는데 그럭저럭 목표는 이룬 것 같다.
그래서 이후에 읽은 이 소설에서 바퀴벌레가 등장하자 반가웠다. 동시에 싯팔 벌써 모든 사물은 불행은 감정은 절망은 지옥은 탐미는 그로테스크는 사십 년 전 백 몇 년 전에 다 쓰여버렸어, 하고 실망했다.

집에 혼자 있다. 가정부가 떠났다. 창문 밖으로 담배꽁초를 몰래 버렸다. 가정부가 쓰던 뒷방부터 집안 정리하기로 했다. 뒷방에서 나체 벽화와 바퀴벌레를 발견했다. 바퀴벌레를 옷장 문짝 사이에 끼워 죽였다(한동안 죽지 않았다). 그러고나서 사막과 신과 죽음과 삶과 중립과 행복과 사랑과 지옥과 인간에 관해(그것 말고도 앞으로 내가 쓸 모든 것에 관해) 주절거린다.

대부분 알아먹지 못할 말들에 오래오래 붙잡혀 있었다. 흰 벽 위로 목탄 그림이 그려져있고 옷장 문 사이에 체액을 흘리며 꺾인 바퀴벌레가 있는 방에서 여자가 나가지 못하던 것처럼 나도 같이 그 방안에서 바퀴벌레의 내장을 핥고 있었다. 책 내내 그녀는 과거 회상 외에는 누구와도 소통하지 않는다. 바퀴벌레와 눈을 마주친 걸 소통이라 할 수 없으니. 책의 서술은 온통 내면의 주절거림이고 자기와의 대화이다. 그게 아니라면 자기가 죽은 뒤에 생판 모를 나라에서 이걸 읽을 나를 향한 말걸기이다. 글이라는 게 이렇게나 고약하다. 우리는 이런 식으로 닿는데 나는 이미 죽어버린 그녀에게도 글 속의 그녀에게도 뭐라고 말을 걸 수가 없다. 어차피 그녀는 나라는 존재는 염두에 두지도 않았을 것이다. 내가 말을 걸려고 입을 벙긋거리면 그녀는 입에 검지 손가락을 가져다 대고 눈빛으로 닥쳐, 한 다음 담배 한 개피를 물고 멍하니 쳐다볼 것이다.
그래서 나는 바퀴벌레를 넘어설 더 고약한 무언가를 삼키고 고약한 무엇이 된 다음, 나에게 말을 걸어와도 내가 들을 수 없을 누군가가 듣게 될 무엇인가를 끄적이게 될 것이다. 아니면 나만 듣게 될 말들을.

-요약: 뭔말인지 하나도 못 알아 먹었다. 역자 후기에 배수아도 나도 뭔말인지 모르겠고 이 책이 번역이 필요한지 가능한지도 모르겠어, 그렇지만 킹왕짱. 해놨는데,
그 말에 낚인다면 당신은 한 달 가까이 시간을 허비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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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0-11-28 23: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바퀴벌레를 넘어설 더 고약한 무언가는 무엇일까요... 저는 날아다니는 바퀴보다 더 무서운 것을 아직 보지 못했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0-11-29 05:41   좋아요 1 | URL
바퀴벌레는 만국공통에 시공초월하는 공포의 근원이군요ㅋㅋ그거 이길 만한 끝판왕은
지금부터 찾아보려고요 ㅎㅎㅎ

하나 2020-11-29 00: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무슨 꿈도 그렇게 문학적인 꿈을 꾸고 그런대요? 나중에 평전에 써야겠다. 인간이라고 명조체로 쓰여진 거대한 조각을 보시다니. 그래도 궁서체가 아니어서 다행인가. 맑은고딕은 공무원 아저씨들이 좋아합니다... 저도 이제 아저씨라 좋아합니다... ㅋㅋㅋ 저 벌레 보면 경기해서 벌레가 보이기 전에 이사하는 날 소독업체 불러서 예방하는 타입인데요. (유난맨) 가오맨이라 가게할 때 소녀들이 언니, 벌레.. 이럼 빗자루로 바들바들 떨면서 잡았잖아요. 가오란 무엇인가.. 한번 리스펙트는 영원히 리스펙트고요, 더한 거는 삼키지 마로라... 안 삼켜도 훌륭하시다.

반유행열반인 2020-11-29 05:44   좋아요 1 | URL
아 맑은고딕 아재 인증이어쒀? 통과하지 못했네요... 이거 읽다가 인생 목표가 금서나 불온서적 지정 당하기가 되었다가 그러면 뭐라도 먹어야 하나 했는데 맛있는 치킨 파스타 마카롱이나 처먹고 앉아서 뚠뚠 부르주아 돼지나 되어서 뒈지겠네 하고 또 실망 중이에요 ㅎㅎㅎㅎ

페크pek0501 2020-11-29 11: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전자책은 복사붙이기로 밑줄긋기를 할 수 있지 않나요?

반유행열반인 2020-11-29 11:12   좋아요 1 | URL
넴 그게 가능한 책들이 있는데 제가 나중에 다시 살펴보는 용도에다 저작권 보호? 차원에서 조잡한 캡쳐로 남겨두고 있습니다.

scott 2020-11-29 13: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표지속여인에 눈빛에 살기가 그득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11-29 14:32   좋아요 1 | URL
아니에요 오해이십니다. 죽여봤댔자 바퀴벌레 정도인 여성입니다 ㅋㅋㅋㅋ

syo 2020-11-29 23: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인간기둥은 뭔가 1권만 읽고 집어던진 도로헤도로 느낌이 물씬 나는 물건이네요.... 으아....

반유행열반인 2020-11-30 07:11   좋아요 0 | URL
도로헤도로 띵작인데 끝권까지 쉰살 전에 읽기로 해요 ㅋㅋ전 쉰살 전에 목표가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인데 그거보다는 난이도 낮잖아요 ㅋㅋ

2020-11-30 0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30 07:0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30 11: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 2020-12-02 07: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캡처 인용하신 문장은 멋지지만 안읽어야지 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12-02 11:14   좋아요 0 | URL
무리하지 맙시다 ㅋㅋㅋ그런데 뭐 한 번쯤 읽어도 괜찮지 않을까?!?!(무리한 영업 중...)

2020-12-03 19: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2-04 06: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자책] 빨간 코트를 입은 남자
줄리언 반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다산책방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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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1 줄리언 반스.

무지막지하게 잘 생긴 남자가 새빨간 가운 같은 걸 입고 있는 그림. 내 나이 때의 프랑스 부인과-외과 의사 닥터 포치의 초상이다. 줄리언 반스는 이 그림에 꽂혀 포치와 그의 친구, 연인, 가족에 관해 열심히 캐들어갔고 이 책을 썼다. 1800년대 말과 1900년대 초의 프랑스나 영국에 관해 아는 게 거의 없는 내게 만만한 읽기는 아니었다. 그런데도 굳이 논픽션이다 하고 의식하지 않고 읽으면 왠지 모르게 빠져드는 이야기였다. 그럴 만한 요소가 다 나온다.

왕자 에드몽 드 폴리냐크, 백작 로베르 드 몽테스키우-페잔사크, 닥터 사무엘 장 포치, 두 퀴어에 한 (숱한 염문에 휩싸인) 이성애자와 그들 주위의 소설가, 시인, 화가들과 그 작품들만으로도 얼빠지게 화려했다. 자기들끼리 친목질하고 그러다가 사소한 걸로 빡쳐서 총칼들고 결투하고 자기가 쓰는 글에 엉망진창 인물로 등장시켜 빡치게 만들고 연애질하는 꼴만 봐도 소위 고전 작가에 대문호로 칭송하던 인간들이 얼마나 찌질한지, 찌질해서 너무나 재미있었다.
찌질이들 사이에서 첫 부인과 딸과 아들들은 잘 못챙기고 연애에 열심이었다는 나름의 흠은 있지만, 부인과 의학의 발달과 외과 수술과 치료, 연구, 예술품 수집 등에 무한한 관심을 가지고 자기 할 일 열심히 하면서 사교활동도 부지런히 한, 그리고 중요한 자리마다 포레스트 검프마냥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닥터 포치라는 인물은 뭔가 사기캐에 가까웠다. 특정 인물을 영웅시하거나 전기를 통해 칭송하는 글을 좋아하지 않는데, 줄리언 반스가 얼마나 이 인물에게 빠져 있는지 느껴졌고, 그저 여기 쓰인 게 픽션이라도 좋고 나열된 게 가상 인물의 일대기라도 좋겠다, 매력뿜뿜이로구나 하고 닥터 포치의 마성에 나도 빠져버렸다… “쇼비니즘은 무지의 한 형태다.”라는 말을 의학 논문에 적을 사람이라면 그것만으로도 가산점 먹고 들어가십니다...ㅎㅎㅎ

이 책을 읽으니 아이 참 언젠간 읽어야겠네 하는 책 목록이 늘었다.
위스망스의 ‘거꾸로’, 이 책 읽다 말고 서울시전자도서관에서 빌렸다...픽션의 인물이 실존 인물과 동일시 되는 어리석음?억울함?나도 괜히 작가와 작중 인물 은근슬쩍 엮어 보는 독자였는데 그게 그렇게 되는 게 아닙니다, 하는 걸 안지는 얼마 안 되었죠...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하하하...이웃s모님의 영업으로 올재클래식 10권짜리를 2만9천원이었나? 말도 안 되는 가격에 작년에 집에 들여놓았다. 지금도 일미터도 안 되는 거리에서 주황주황 표지를 뽐내며 야 너 쉰살 전에는 읽을 거라며? 하며 나를 째려보고 있다…
플로베르의 ‘살람보’, 나는 ‘보바리 부인’을 정말 좋게 읽었는데, 이 책이 자꾸 여기저기 언급되니 또 읽긴 읽어야지 하지만 언제…
오스카 와일드의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 이거 읽었는데 기억이 안 나. 그리고 이 책에서 자꾸 눈치 없이 영국 법원에서 프랑스 법원 흉내내고 깝치다가 감옥에서 썩는 오스카 와일드 불쌍해서...게다가 이 책이랑 ‘거꾸로’랑 연결고리가 나와서 왠지 다시 봐야 할 것 같다.

예술가 집단의 온갖 퀴어들과 혼외 연애와 인정욕구와 질투와 중독 그런게 남의 이야기라 읽기에는 재미있었다. 저런 애들이 저렇게나 많이 비슷한 시대에 숱한 이야기거리 남기며 살다가 지금은 다 죽었다는 게 흥미로웠다. 지금이 그런 시대에 그런 삶이 아닌 게 다행인지 아쉬운지 잘 모르겠다. 어쨌거나 소설이 남고, 시가 남고, 그림이 남아서 우리는 재미나게 본다. 다만 맥락이 지워지면 미래의 인간들은 저널리스트 초상을 보고도 은행가로 오해한다… 댄디한 데다 능력있는 의사를 보고도 환자나 건드리는 양아치 의사로 오해한다… 그게 줄리언 반스는 되게 안타까웠나 보다. 그러나 어쩔 수 없다 그런 오해와 모욕은 먼저 죽은 죄일 뿐… 늦게 태어난 죄로 아이씨 멋진 건 이미 다 써 버렸어! 하는 건 나의 몫일 뿐…



-집에 있는 닥터 포치. 코트가 아니라 빨간 가운 아닐까.
-내가 역겹게 잘 생긴 포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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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amGiKim 2020-11-21 23: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쇼비니즘하면 꼭 떠오르는 인물이 있습니다. 바로 폴포트입니다.

반유행열반인 2020-11-21 23:02   좋아요 1 | URL
저는 폴포트급까지는 안 가도 일상적으로 무지의 한 형태를 자주 마주합니다. ㅎㅎㅎㅎ

NamGiKim 2020-11-21 23:03   좋아요 1 | URL
광화문에도 무지의 한 형태를 한 그분들이 읍읍

반유행열반인 2020-11-21 23:04   좋아요 1 | URL
어디에나 있고 스스로도 언젠가 빠질 수 있는 맹목이니 누구 콕 집지 않으렵니다. ㅎㅎㅎ

2020-11-22 0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22 06: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23 03: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11-23 07: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은 폐지수집상. 중고책만 이백권 ㅋㅋㅋㅋ

https://www.aladin.co.kr/events/wevent.aspx?EventId=211679&custno=1940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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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이웃집 칸트군
누키 시게토 지음, 나가사와 마오리 그림, 김경원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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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20 누키 시게토 지음, 나가사와 마오리 그림.

작년말 왜 칸트인가?를 읽었다.고 한다. 칸트?하고 물으면 기억에 남는 게 없다. 그래서 빌렸다. 만화책으로 칸트를? 솔깃했지만 역시나 쉬운 길은 없고 귀여운 그림만 눈으로 훑었을 뿐 남는 게 없었다. 그리고 서울시전자도서관앱으로는 만화책을 보지 않는 게 좋다. 그림이 엉망진창 깨져서 겨우 봤다 ㅋㅋ
딱 한 마디, 철학을 배울 수 없고 철학하는 것을 배운다는 말만 남았다. 나는 둘다 못 배운 것 같지만… 스스로 생각하기를 귀찮아하지 않고 어려운 책도 피하지 않고 관심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은 했다. 지금은 말고 나중에...ㅋㅋㅋ 왜 마음에 여유가 없을까요.
모에모에한 칸트군 맛보기로 감상하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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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0-11-20 21: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칸트 정말 젊어지셨네요ㅎㅎㅎ 마지막 그림은 익숙한 칸트 얼굴이라서 더 비교되어요ㅎㅎ 근데 칸트 머리위에 모기향인건가요...?

반유행열반인 2020-11-20 21:34   좋아요 1 | URL
네! 일본에 모기가 많다면서 얹고 다녀요 ㅋㅋㅋㅋ깨알같이 웃긴 부분이 꽤 있었어요.

페크pek0501 2020-11-20 21: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재밌어 보입니다...

반유행열반인 2020-11-20 22:09   좋아요 1 | URL
솔직히 말씀드리면 그렇게 재미있을 리가...만화책을 가장한 철학책이잖아요 ㅎㅎㅎㅎ

syo 2020-11-21 11: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일본애들 진짜 저런거 잘해.... 대단해. 진심으로 칭찬합니다. 왜 여기다가 칭찬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해요.

반유행열반인 2020-11-21 11:53   좋아요 1 | URL
와따시와 간꼬꾸징데쓰

Yeagene 2020-11-21 13: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만화로 봤는데도 어려워 보여요...ㅠㅠ

반유행열반인 2020-11-21 13:40   좋아요 0 | URL
어려웠어요 ㅠㅠ ㅋㅋㅋㅋㅋ
 
한 사람을 위한 마음
이주란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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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1113 이주란.

딱 3년 전 이주란의 첫 소설집 ‘모두 다른 아버지’를 읽었다. 이주란은 내 친구의 친구이다. 나는 이주란의 소설이 좋다고 친구에게 들어서 알게 되었고 젊은작가상 수상식 영상으로 그의 얼굴도 알게 되었지만 이주란은 내 존재 자체를 모를 것이다. 첫 소설집은 뭔가 범상치 않은 한과 체념과 서러움이 마구 폭발했는데, 그래서 김애란보다 이주란이 최고라고 혼자 되도 않는 찬사를 보냈었다. 젊은작가상 수상작인 ‘너는 쉽게 말했지만’을 읽었을 때는 뭐랄까, 괜시리 미안해지고 덩달아 슬퍼졌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이 흐르는 동안 무슨 서러운 일과 슬픈 일을 더 겪었을까, 소설 속에 자주 나오는 ‘그 일’이란 어떤 힘든 상황이었을까 궁금해질 만큼, 책 속의 인물들은 희망 같은 건 갖지 않겠다고 선언하는 것처럼 보였다. 일 안 하고 소설만 쓰고 싶다, 했다가 소설 쓰기 싫다, 했다가. 그런 오락가락하는 마음을 조금 알겠다가, 나는 내가 가진 게 너무 많아서 부끄러웠다.
지지부진이라는 말을 삶 앞에 붙이기에는 껄끄럽지만, 때로는 삶이 그런 때가 온다. 그러면 그만 살고 싶어지기도 하는데, 그런 순간은 정말 지지부진하게 지나가서 사람을 미치고 팔짝 뛰다 누워서 아무 것도 하지 않거나 너무 많은 것들을 지고 날뛰게 만든다. 그게 좋은 글이나 노래나 그림이 되면 행운일 수도 있지만 대개는 병이 된다. 아, 누구든 병을 앓지 말고 병이 될 것들이 글이 되었으면 참 좋겠다. 내가 읽을게 내가.
그렇게 살지 말라는 말이 꽤나 데미지가 컸는지 이 소설 저 소설에 자주 나온다. 누가 누구한테 이렇게 살라 말라 할 수 있을까. 그렇게 살면 되고 안 되고는 누가 정하나. 그렇게 살 수 밖에 없는 사람에게 그렇게 살지 말라는 말은 얼마나 폭력적인지 정작 그렇게 살지 말라고 말하는 사람은 몰라서 누군가는 늘 아파야 한다. 조금 더 용기를 낸다면 그 앞에서나 집에서 혼자 울지 않고 너나 잘해 씨발, 할 텐데.
어린 시절 어느 마을에서 자라는 동안 겪은 일을 누군가에게 말하는 식으로 쓰인 ‘H에게’라는 마지막 소설이 제일 잘 읽혔다. 촌락에 가까운 경기도 어드메에서 자라고, 작가는 나랑 나이도 같고, 내가 뱉은 건 아니지만 어디선가 떨어져 자란 수박 덩쿨이 있는 골목을 지날 때마다 얼마나 자랐나 지켜보다가 손톱 만한 열매가 노랗게 말라 죽어버리는 걸 본 적이 있어서, 동네에 우루루 몰려다니는 개들이 무섭고 아무데나 싸 놓은 개똥이 짜증난 적도 있어서, 부유한 친구 집에 가서 부러운 마음이 들기도 했어서, 하여간에 궁상스러움이 너무 와닿았다. 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너무 잘 살게 된 것 같아(나는 마카롱을 아주 많이 먹어봤거든...) 또 괜히 미안해졌다.

+밑줄 긋기
-자신 없으면 자신 없다고 말하고 가끔 넘어지면서 살고 싶다. 무리해서 뭔가를 하지 않고 넘어지지 않으려고 긴장하는 것이 싫다. (멀리 떨어진 곳의 이야기, 89)
-여러 경우에 이렇게 생각하면 좀 편했다.
1. 출근을 할 때는 ‘나는 봉사활동을 하러 간다.’(조지영은 실제로 소액이나마 기부를 하는 곳들이 있었고 봉사활동을 하고 싶어했다.)
2. 싫은 사람을 만나야 할 때는 ‘나는 배우이고 작품을 찍으러 간다.’(조지영은 내향적이었지만 마음속 깊은 곳엔 이런 욕망도 있었다.)
3. 운동을 하기 싫은데 해야 할 때는 ‘나는 김연아다.’(이것도 연기의 일종이었다.)
4. 어떤 식으로든 이별을 하거나 친구들과 멀어지는 것 같으면 ‘그 사람은 죽었다.’(다른 설명이 필요 없음.)
5. 자기 자신이 싫을 때는…… 조지영은 자기 자신이 싫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랐다. 그래서 그냥 싫어했다. 누구든 자기 자신을 싫어할 순 있다. 하지만 그걸 타인에게 말해서 좋을 게 없다는 걸 그녀는 몰랐다. (사라진 것들 그리고 사라질 것들, 165)
-Y는 제가 독후감을 써주는 대신 제게 돈을 주었습니다. 만원이었는데요, 당시 버스비가 백오십원인가 백칠십원인가 했던 기억이 납니다. Y는 상을 타고서 제게 부럽다고 말했고 저는 만원으로 먹고 싶은 것을 사서 신발주머니에 숨겨두었다가 어머니에게 빗자루와 파리채로 두들겨 맞았습니다. 슈퍼에서 도둑질을 했다고 생각하신 모양이에요. 저는 실비아와 빼빼로를 샀었고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어머니에게 끝내 사실을 말하지 못했습니다. (H에게, 253, 나도 실비아 알아!!!레몬맛 가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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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20-11-20 04: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 앞에서나 집에서 혼자 울지 않고 너나 잘해 씨발, 할 텐데.˝ 그러니까요. 제가 그걸 못해가지고 한 십년 있다 터졌잖아요. 스물일곱살이던 저에게 가서 속삭여주고 싶네요. 울지 말고 그냥 욕을 해 ㅋㅋㅋㅋㅋㅋㅋㅋ 뭘 다르게 살어. 이렇게 사는 것도 조따 힘들어따 진짜.. ㅋㅋㅋ ˝병이 될 것들이 글이 되었으면 참 좋겠다. 내가 읽을게, 내가˝ 이런 마음 너무 훌륭하네요. 나도 내일부터 해봐야지. ‘나는 김연아다‘. 추워요. 막 비도 추적추적 오고 그르든데 잘 지내셨나요? (나도 실비아 알아!!!)

반유행열반인 2020-11-20 07:01   좋아요 1 | URL
하나님 잘 계시나 공연갔다 술병 나서 뻗은 거 아닌가 노심초사(사실 제가 며칠 전에 어느 뒷풀이 갔다 술병 나서 ㅋㅋㅋ) 하다보니 한 주가 휘릭 갔네요. 나는 ‘그 사람은 죽었다’를 십대 쯤 배웠어야 했어 ㅋㅋㅋㅋ

하나 2020-11-20 11:29   좋아요 1 | URL
좋겠다. 아 술병 나고 싶다 ㅋㅋㅋㅋㅋ원래 잘 안나는 편이긴 한데, 코로롱 이후로는 하이볼만 몇 잔 마셨네여.. 아쉽... 저는 혼자 가서 곱게 공연 보고 왔고요 밀린 잡일들을 휘리릭 처리하고 왔어요 ㅋㅋㅋㅋ 그건 나도 십대 때 배웠어야 했네... 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11-20 13:16   좋아요 1 | URL
코로롱 꺼졋 ㅋㅋㅋ별 걸 다 부러워해요. 전 다시는 안 그러기로...(술병도 죽은 사람 만들기도 ㅋㅋㅋㅋ)

하나 2020-11-20 13:39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 음주 문학의 정수 김영승 시 생각나네요. 저도 다시는 안 그러기로 오조오억번쯤 다짐했었는데 ㅋㅋㅋㅋㅋ

반성 16

술에 취하여
나는 수첩에다가 뭐라고 써 놓았다.
술이 깨니까
나는 그 글씨를 알아볼 수가 없었다.
세 병쯤 소주를 마시니까
다시는 술마시지 말자
고 써 있는 그 글씨가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