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222- 지아 톨렌티노. 읽는 중.

3장 언제나 최적화 중
같은 사무실 동료 K가 말했다.
다이슨 에어랩 너무 사고 싶어요. 그거 보는 순간 00님(나) 생각났어요.
본인의 지름 욕구를 나에게 투사하는 과정이 이상하긴 하지만 이해는 되었다. 나는 부스스한 악성 곱슬머리라서 갓 매직스트레이트를 한 몇 주를 제외하면 늘 잔머리를 여기저기 삐친 채 다닌다. 5년 전 생일날 스스로에게 이만원짜리 새 드라이어를 사주고 아주 뿌듯했던 기억이 나는데, 새로 나왔다는 드라이어?헤어셋팅기구? 가격은 그 25배가 넘는다. 그 정도 지출이라면 나 같은 사람이라도 정돈되고 가지런한 머릿결을 가질 수 있다는 기대를 했나 보다. 그런 도구라면 상대적으로 정상적인 모발 소유자인 K에게도 유용하겠다 싶었겠지. 웃으며 말했다.
필요하면 미용실 가서 드라이 하면 되는데 난 그게 일 년에 한 두 번 될까 말까 해요. K님도 미용실 갈 횟수 따져서 연 50만원 안 넘으면 좀 참고, 매일 셋팅할 거면 질러요.
K는 지금도 아침마다 고데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K는 파운데이션이 자꾸 묻어서 초반에는 덴탈마스크만 쓰다 코로나가 심하게 확산된 뒤에야 코 아래 메이크업을 포기하고 KF80 이상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겨울에도 A라인이 넓게 퍼지는 샤스커트를 즐겨입는다. 꾸밈을 위해 들이는 노력과 부지런함이 놀라웠다. K뿐만 아니라 많은 여성 동료들은 주기적으로 미용실을 가고 새로 산 화장품으로 화장을 고치고 다양한 미용 시술(네일아트, 속눈썹연장, 피부 관리)에 시간과 비용을 들였다. 진작부터 내 외모에 저런 것들을 해 봤자 품만 들고 소용없다 하며 시도조차 포기한 일들이어서 신기하면서도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복직하고 나서는 같이 탈코르셋 하시죠, 마스크 쓰면 어차피 다 가릴 거, 누구 좋으라고 하는지 모를 꾸밈 노동 집어치우고 그 시간에 잠을 더 자 전투력을 기르자, 하는 말을 장난처럼 던졌다. 그 말에 함께 웃던 동료들조차 눈썹을 안 그려서 주변 사람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하고, 남 좋은 게 아니라 자기 만족을 위한 거라고도 말했다. 이전 직장 동료들 중 요가나 헬스를 끊어 놓고도 내내 빼먹는 걸 자책하는 것도 전부 여성들이었다.
우리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 누가 이렇게 키웠어.

‘자기 관리’의 전시장이 절정을 이룬 모습을 인스타그램에서 본다. 정확히는 인스타그램의 여성 사진들을 스크랩하는 블로거 페이지를 가끔 구경한다. 유명 연예인은 아니고, 유튜버, 레이싱모델, 잡지모델, 인플루언서 등등 사진 찍히는 일이 많은 여성들 사진이 주로 올라온다. 블로그에 방문하는 건 대부분이 연세 지긋한 남자들 같고, 불행 중(?)다행히도(??) 신체 품평이나 성적인 댓글 대신 감사인사만 줄창 달린다. 사진이 피사체를 잡는 방식과, 그런 사진을 열심히도 모아 올리면서 모델들을 소개하는 포스팅 방식 자체가 남성들이 여성의 신체를 소비하는 형태를 드러낸다. 키가 크고 커다란 가슴, 시술이나 성형으로 변형한 이목구비, 진한 화장, 거기에 덧씌운 포토샵이나 앱 보정, 가슴이 많이 파인 원피스, 비키니, 신체 굴곡이 두드러지는 탱크탑과 레깅스. 인스타그램에 그런 사진을 올리는 것은 대부분 사진 속 본인일 것이다. 사진을 올린 사람들은 인정욕구와 홍보와 유명세를 위해 열심히들 업로드를 하는 것일까. 다른 이유가 있을까. 나도 싸이월드 하던 이십대 초반에는 셀카를 열심히 올렸는데 어떤 마음으로 그랬는지는 가물가물하다. 주로 안 하던 화장이나 렌즈 착용을 했을 때, 간만에 매직 스트레이트 했을 때 올린 거 보면 예쁘다 소리 듣고 싶어 그랬을 것도 같다. 한참 지나서 보면 좋긴 했다.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하고 라떼 타령할 수 있어서 ㅋㅋㅋㅋ

지아 톨렌티노는 ‘건강’과 ‘체력’을 내세우는 (미국에서 핫하다는) 바 운동과 샐러드 도시락, 그리고 편안함을 추구하는 애슬레저룩 조차, 자본이 더 효율적으로 사람들을 뽑아낼 구실을 한 결과물임을 지적한다. 책을 읽다가 스팽스가 뭐야 하고 찾아보기도 하고(응 보정속옷이래…), 유명인들 입은 레깅스나 탱크탑 같은 허술한 옷들의 가격이 결코 허술하지 않은 것도 지아가 일일이 나열해준 덕에(뭔 쫄졸이가 십만원이야…) 알았다. 단정하게 정돈된 머리 모양과 옷 차림새와 그 옷이 딱 떨어지는 몸매를 갖추기 위해, 잡티와 주름을 가리고 눈코입을 뚜렷하고 예쁘게 만들기 위해 쏟아 붓는 돈과 시간이 거대한 미용 산업과 패션 산업을 지탱한다는 사실과, 또 그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 끝없이 일해야 하는 노동자의 삶을 떠올리니 뭔가 억울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원래부터 아름다운 것들은 돈이 드는 일이긴 하다. 그래서 예술작품 속 화려한 치장을 한 말끔한 사람들은 전부 막대한 부를 물려 받거나 민중을 착취한 귀족들이었지. 그런 아름다움을 빼다 놓은 회화나 조각 같은 예술작품을 만들게 시킨 것도, 비싼 악기와 악사를 불러다 좁은 공간에 장중한 음악을 채운 것도, 균형과 조화를 갖춘 거대한 건축물을 세우는 것도 그런 특권 계층들의 부와 거기 동원된 사람들의 피땀눈물이었다. 그렇게 따지면 비교적 돈 안 들이고 아름다움을 만드는 문학은 양호한 건가 싶기도 했다. 그치만 정도의 차이일 뿐 대문호들은 자기 배우자나 연인이나 식구들의 등골을 빼 먹으며 집필을 하지…아름다움은 착취의 산물이냐!!!!

적어도, 스스로 아름다워지길 선택하고 더 나은 자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여기는 와중에 그것이 정말 주체적 선택인지, 지나칠 정도로 애쓰면서도 이 정도는 다들 하는 거라고 체념하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아침에 화장 안 하면 저녁에 클렌징도 안 해서 겁나 편하거든요. 세수 쓱쓱 하고 세타필 바르고 끝. 머리 세팅 그런 거 포기하면 쉽거든요. 응 나 악성곱슬이라 노답임 매직해도 며칠 못 감 그러니까 이해하세요... 그러다가 백만년만에 조금 꾸미면 관심과 효과를 열 배쯤 거둬들일 수 있습니다. 저는 그렇다구요. 아침마다 풀세팅 갖추시는 동지들 존경합니다. 저에게는 거의 수련의 경지로 느껴지는 노고를 하고 계십니다. 그렇게 아름다움을 건네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모르겠다.
에어랩 살 돈으로 책 오십 권 살라고요...안녕 다이슨.

4장 순수한 여자 주인공들
지아는 이 장에서 동화부터 청소년소설, 성인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 속 여성상을 분석해 놓았다. 내가 읽은 작품은 극소수라서 솔직히 아주 재미있게 읽지는 못했다. 대부분 영미문학 관련이고 특히나 미국 현대 소설이 비평의 대상이라 더 그런 것 같다. 그래도 문학에서 여성을 다루는 관점에 대해 비판을 제기한 점은 가치 있게 읽혔다. 아마도 이 장을 읽고 (추천사 열심히 쓴)여성 작가들이 뭔가 나아갈 길에 대해 통찰을 얻었을지도 모르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보부아르의 제2의 성이 자주 인용되는데 오, 읽을 때마다 그럴싸한 이야기들이었다. 그렇지만 원전을 읽을 엄두는 나지 않고 그냥 인용된 거나 감사히 볼게요.ㅋㅋㅋ
삶의 방향이 결혼으로 귀결되고 그와 함께 자유와 인간성을 상실하는 여성 서사는 고전에도 근대 현대소설에도 많이 등장한다. 어려서 키다리 아저씨 소설과 애니메이션 모두 재미있게 보았는데 후원자와 결혼하는 고아라는 결말이 해피엔딩처럼 그려지는 것도 돌아보면 슬프다. 그 이상의 자아실현과 성공담은 상상할 수 없었던 시대였나 싶고. 며칠 전 읽은 박완서 소설에서도 화자인 박이 결국 남자 둘 사이에서 고민하다 더 나아보이는 남자 골라 결혼하고 일 그만두는 모습에서 그 이상 대안이 없던 시대구나 싶어 아쉬웠다. 그나마 소설가가 되었다는 걸 알면 조금 덜 아쉽지만…. 그러니까 그런 삶의 형태만 줄창 써놨다고 뭐라고 하기는 좀 가혹하고, 지아 역시 그런 글들을 엄마 이야기 듣는다 하고 읽으면 좀 참을만 하다고 했다.
결국 새 시대의 새 여성 이야기가 나와야 하고, 그러려면 남다르게 행복하게 사는, 아니 꼭 행복해야 하냐? 불행하더라도 남다르게 살면서 자유와 나다움을 위해 분투하는 이야기가 많이 나와야 할 것 같다. 삶을 갈아서 실증하지는 않더라도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는데, 솔직히 누가 그런 작업을 잘하고 있는지 한국문학에서는 떠오르지 않는다.(이제 이 책을 본 작가님들이 써 주실 거죠?) 나도 자신이 없어! ㅋㅋㅋㅋ 드럽게 어려운 과제를 던져준 장이었다. 그래서 길게 더 할말이 없다...

오늘 읽은 사분의 일은 전보다 신나게 읽히지 않아서 글도 쓰고 나니 매가리가 없다…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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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21-02-23 00: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거 보다가 렌즈 뺐어요. ㅋㅋㅋ 오늘 동생 졸업사진 찍어주러 잠깐 나갔다 왔거든요. 근데 진짜 요즘 학생들은 인서타 때문인지 꾸미는 게 우리 때랑은 차원이 다름... 막 졸업가운을 예쁜 걸로 따로 빌려오더라고요. (대학원 졸업식도 안 간 나는 상상도 할 수 없어 ㅋㅋㅋㅋ) 번잡한 하루였지만, ˝너의 거짓말˝ 종일 즐겁게 들었어요. 일본 애니 오프닝송 좋아하는 저는 취향 저격당함..

아니 이렇게 좋은 로고송이 있었네? ㅋㅋㅋㅋㅋㅋㅋㅋ 부터
탑밴드 결승까지 갔지만 새 프론트맨 못 만나서 회사 다니고 있는 베이시스트도 생각나고...(시집 가서 잘 사는 제 친구 첫사랑)

그리고 저도 새 시대의 새 여성 이야기 나와야 된다는 거 대공감.
저는 주변에 우울맨만 가득해가지구 40 넘으면 죽는 줄 알았거든요. 이십대 후반부터 끝났다고 사방에서 그랬었고요. (뭐가 끝나냐! ㅋㅋㅋ) 서른 즈음에 진짜 만 45살 미만은 못 듣게 해야 된다.. ㅋㅋㅋㅋㅋ 근데 제가 오늘 제 동생한테 뭐라 그랬냐면 주변에 나 같은 언니 한 명 알았으면 그렇게 겁 안 났을텐데.. 이런 말을 했어요. 그렇다고 꼭 내 삶을 갈아 넣어서 증명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ㅋㅋㅋㅋ 얘들아 남의 말 듣지 마 걔들도 잘 몰라서 아무 말 하는 거야...

반유행열반인 2021-02-23 07:59   좋아요 3 | URL
동생이님의 졸업을 축하합니다 ㅋㅋㅋ대학원 졸업을 다하다니 난 수료인데ㅋㅋㅋ영원한 수료일 듯(내 전공 재미업써!!ㅋㅋㅋ)
같이 사는 사람이 일본음악 죽돌이라 편곡이 그런 스타일로 가더라고요. 탑밴드 열심히 봤었는데 (나만) 아는 사람이겠다 ㅋㅋㅋ
그게 진짜 소비하는 문화 컨텐츠 따라서 락음악- 하면 막 짐모리슨 재니스조플린 지미 헨드릭스 3J이러면서 절명한 아이콘들 많잖아요?(유튜브에서 가끔 나이든 락커들 약에 술에 꼴아서 늙어서 빌빌대는 꼴 보면 일찍 죽은 게 승자야 싶기도 했지만) 국문학도 공부하다 보면 윤동주 이상 등등 연표에 남은 작가들 죄 일찍 죽어서 다들 오해한 거 같아요. 내가 (예술로 뜰라면) 일찍 죽어야 해... ㅋㅋㅋㅋ 뭔가 잘못된 인과의 오류가 아니었을까... 저는 그 이십대 중후반의 우울도 진화의 산물 아닐까 가끔 생각했어요. 우울해? 생식을 해, 그리고 애를 낳아, 그럼 죽지도 못해, 하고 조상들이 유전자에 폭탄 심어 놔서 죽든가 애 때문에 죽지 못해 살든가 하는 게 아닌가 하는...뭔 소린지 아침부터 모르겠다 얘들아 남의 말 듣지 마 나도 잘 몰라서 아무 말 한 거야 2222 ㅋㅋㅋㅋㅋ

은오 2023-08-07 03: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기만족이에요 이건 좀 깝깝하네요. 완전탈코 못한 입장에서 저도 당당하진 않지만 자기만족이라느니 눈썹 안그려서 죄송 어우 이런말은 하지맙시다 ㅠ 괴롭다 괴로워!!

반유행열반인 2023-08-07 12:22   좋아요 1 | URL
착한 친구들인데 오래 못 보고 있네요 ㅋㅋㅋ사실 교직이 제일 사회 통념 벗어나기 힘든 곳입니다. 그거 벗어나서 가르치려 하면 이미 문제 교사가 됨... 공교육 자체가 이념 재생산 규칙 규율 관습 전수가 목적이라... 비판적 시민 말로만 그러고 정작 비판적이고 문제제기 많은 애들은 혼냄 ㅋㅋㅋ그런 애들 많으면 사실 학교가 유지가 안 되기도 함요...어휴 학교를 해체하자... (그냥 너나 나가... ㅋㅋㅋㅋ)
 

20210219-0221- 지아 톨렌티노. 읽는 중입니다.

잘 모르는 유명인들이 추천사 잔뜩 붙인 책을 옳다구나 하고 보는 성격은 아니다. 오히려 번역된 외서 앞쪽 두툼한 추천의 말은 건너뛰고 본문부터 본다. 이 책의 광고 페이지에도, 띠지에도, 첫 몇 페이지에도, 뒷표지에도 강화길, 김금희, 김하나, 이길보라, 이다혜, 이슬아, 장혜영, 황선우, 리베카 솔닛 등등 - 책을 낸 여성 작가들의 이름과 추천사가 잔뜩 새겨져 있었다. 그런 걸 안 좋아하던 나도 김금희 작가의 라이브 (끝머리)에서 극찬하는 걸 듣고 책을 샀으니 책 판매에는 유명인의 홍보가 효과 있긴 한가 보다.

작가 지아 톨렌티노는 1988년생의 뉴요커 기자이다. 마닐라에서 대학을 나온 부모를 둔, 그러니까 아마도 필리핀계 미국 이민 2세인 것 같다. 국적과 문화권은 다르지만 비슷한 시대를 지나온 여성의 에세이라 흥미를 느끼며 책을 폈다.
1장부터 인터넷이 확산되던 시기에 보낸 십대 이야기가 등장해서 무척 재미있었다. 인터넷에서 올바름을 담은 글을 끄적이는 것만으로 (행동하지도 않으면서) 뭔가 할 일 다 한 양 구는 (자기 자신을 포함한) 사람들에 대한 일침은 얼마 전 친구와 나눈 이야기와 겹치는 부분이 있어서 더 공감이 되었다. 2장은 자신이 십대 후반에 리얼리티 쇼에 출연했던 경험을 비하인드 스토리로 풀어놓는데, 충분히 예측 가능한 내용이기도 하고 텔레비전에 큰 관심이 없어서 1장보다는 재미없었지만 그럭저럭 읽을 만했다.

책의 사분의 일 남짓 보았는데, 문득 이번에는 다 읽고 리뷰 쓰는 대신 읽는 중간중간 각 장의 제목을 주제 삼아 내 이야기를 글로 써 보아도 재미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략 100페이지 읽을 때마다 글 하나씩. 끝까지 할 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하고 싶은 마음이 남아 있을 때 시작.ㅋㅋ

1장 인터넷 속의 ‘나’
인터넷보다는 피씨통신이 먼저 유행했다. 한 살 위 사촌오빠집에서 컴퓨터로 채팅하는 걸 구경하는데 그렇게 재미있어 보이더라. 오빠가 잠시 놀러나간 사이 몰래 남의 컴퓨터를 켜고 접속을 시도했지만 atdt? 이렇게 명령어와 번호 넣는 것도 몰랐고 아이디랑 비번을 넣어야 하는데 그것도 모르니 당연히 실패했다ㅋㅋ 우리집은 부자가 아니여서 그때까지 컴퓨터도 없었고 다달이 통신요금을 내줄 리도 없었다.
그렇게 사촌을 부러워만 하다가 드디어 중학교 2학년 때 부모님이 중고 586피씨를 사줬다. (물론 사 주고 일주일 만에 아빠가 술먹고 모니터 집어 던져서 뿌서진 건 안 비밀...몇 주 후에 더 작은 크기의 새 모니터를 사줄 때까지 슬픔에 젖어있었다…) 중고인데도 TV카드가 달려 있어서 유선 케이블 꽂으면 텔레비전이 나왔고! 36.6k모뎀도 내장되어 있었다. (이미 56k모뎀이 대세였지만...그거라도 어디야…)
친구 집에 갔다가 어느 회사에서 제공한 프로그램 시디 뒷면에 자신들의 회사망을 통해 한 달 간 인터넷 접속을 무료로 해준다는 아이디를 발견했다. 친구에게 아이디를 공유해달라고 해서 생애 첫 인터넷 접속에 성공했다. 중3이었고, 세기말과 밀레니엄 타령하던 1999년이었다. 당시 좋아했던 패닉의 웹페이지에서 사진을 잔뜩 다운받고, 지금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네띠앙 이라는 사이트에 접속해 첫 이메일을 만들고, 인터넷 채팅도 처음 해 보았다. 해외 야후 사이트에서 접한 첫 포르노 사진의 충격은 어마어마했다… 하여간에 인터넷은 참 많은 처음을 안겨줬다.
인터넷에 푹 빠진 나는 부모님 허락을 겨우 받아 adsl설치기사를 불렀는데 컴퓨터와 모뎀 사양을 보자마자 고개를 절레절레 젓고 돌아가서 크게 실망했다. 그런데도 인터넷 전용선을 깐 친구에게 56k모뎀을 물려받아 끈질기게 전화선으로 인터넷과 피씨통신에 접속했다. 덕분에 전화요금 폭탄으로 부모님께 뒤지게 욕을 먹었다…

고교 3년 내내 공공기관에서 운영하는 에듀넷을 통해 무료 피씨통신과 인터넷을 동시에 이용했다.(그러니까, 사용 요금은 따로 없고 전화요금만 나오는 서비스) 그곳에서 온갖 락음악, 소설, 영화에 관한 정보를 또래 청소년들과 공유했고, 향후 이십 년은 우려 먹을 문화 취향과 가치관을 형성했다. 또래 청소년들과 첫 번째와 두 번째 연애도 거기서 시작하고 끝냈다. ㅋㅋㅋㅋ고1, 고2때였는데 일찍부터 까져가지고 ㅋㅋㅋ학교에서는 모범생이면서 방과후에는 독서실간다고 뻥치고 연애하러 다님...ㅋㅋ 이십 년이 다 되었는데도 그때 알게 된 친구들 중에 아직도 (아예 또는 거의 만난 적도 없으면서) 온라인이나 모바일 상에서 드문드문 연락하고 지내는 사람들이 있다. 우리 시대의 인연이란 참 신기하지. 학교에서 학업 성적은 월등했지만 교우관계는 거의 부적응에 가까웠던 나에게 사회성을 발휘할 기회 대부분은 넷상에서 주어졌다.

고3부터 대학 초년까지는 프리챌 커뮤니티와 엠에센 메신저가 반 아이들이나 과 사람들과의 소통 창구였다. 그러다가 못생긴 아바타 팔아먹던 프리챌이 망하고, 싸이월드가 도토리 장사로 흥하기 시작해서 대학 내내의 일상은 싸이월드에 농축 압축하다시피 담겼다. 싸이월드는 일기도 공유 수준을 바꾸면서 쓸 수 있어서 즐겨 썼고, 오에카키로 그림도 그릴 수 있었고, 노래방 기능으로 녹음해서 (도토리만 낸다면) 내 미니홈피에 브금으로 깔 수도 있었다. 도토리 아이템만 셀프로 못 만들지 온갖 미숙한 창작물로 게시물을 도배할 수 있는 기능들이 있었다. 사진첩에는 내가 찍은 사진은 물론 친구들이 찍은 사진을 스크랩해다 꿍쳐 둘 수 있었다.(그땐 싸이가 망할 줄 몰랐지…) 생년과 실명만 알면 스쳐지난 사람들 염탐 다닐 수 있고 친구들 일촌을 파도타기 하면서 친구의 친구를 구경다닐 수도 있고 ㅋㅋㅋ 스토커 기질 있는 이들에게는 최상의 놀이터였다.
다만 너무나 많은 일상이 공유되다 보니 부작용도 있었다. 아주 친하지는 않지만 싸이월드에서 말 트고 지낸 지인이 갑자기 자살해서 아직 비공개 되지 못한 채 사진첩에 남은 그녀의 예쁜 사진과 우울한 일기, 지인들의 추모글을 보며 너무 오래 우울했다. 연예인의 스토커였던 정신이 온전치 않은 사람이 남긴 글을 우연히 보고는 머리를 절레절레 했는데, 나중에 그 사람이 자기 노모를 죽인 뉴스를 보고 섬찟하기도 했다. 눈치 없는 애들이 사귀다 깨진 친구 커플 사진을 오래 전에 자기 홈피에 스크랩해 놓고도 지우지 않아서, 나중에 각자 다른 사람과 결혼한 그 사진 속 커플이 참 곤란하겠구나 생각한 적도 있다. 그러니까 흑과거의 블랙홀 같은 공간…
싸이월드가 네이트로 넘어가면서 네이트 메신저가 엠에센 메신저를 밀어내고 한동안 득세했는데, 그래서 한동안 친구들과 네이트온으로 수다를 많이 떨었는데, 싸이월드가 개편한답시고 망해버리면서 메신저도 함께 스러져버렸다.

그 사이 매체들은 나름의 특성을 가지고 쭉쭉 세분화 되어서, 블로그가 등장하고, 마이크로 블로그(마이스페이스? 네이버에도 또 뭐시기)가 잠시 나타났다 다 망하고, 트위터가 스마트폰 보급과 함께 혼자 살아 남아서 유명인들의 촌철에 잠시 열광하고 나도 말할 수 있어! 착각하다가 자기들만의 판이네 나머지는 아무도 안 보는 리트윗이나 하다 끝나네 싶어 집어치우고, 오로지 친구공개로만 페이스북을 조금 하다가 아이고 의미 없다, 다들 인스타로 가는 구나, 하고 얼마 전에 계정을 청산해 버렸다.

돌아보면 지아가 그랬듯이 어릴 때의 나 또한 스스로에 대한 표현욕구와 남과 연결되고 싶은 갈망에서 인터넷 매체들을 붙들었던 것 같다. 그러나 그때의 나는 경험이 적었고, 글이나 말이 정돈되지 않았고, 사람들과 원만하게 소통하는 법도 잘 몰랐다. (지금도 잘 몰라…) 인터넷은 실제로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를 보완하는 도구인 동시에, 거리와 시간을 초월해 나랑 비슷한 취향과 생각을 가지고, 또 나만큼 외롭고 비슷비슷한 불우한 가정에서 자란, 그래서 애정을 갈구하는 아이들을 만나는 포털처럼 활용되었다. 지금은 곁에 착 붙어서 내 몸의 점 하나하나를 신기해하며 세고 있는 꼬맹이(방금까지 그러고 있었다)를 비롯해 같이 할 시간이 많은 사람들이 생겨 외로울 새가 많지는 않지만, 그들과 모든 이야기를 나누고 모든 애호를 공유할 수는 없으니까, 아직도 가끔가끔 인터넷 구석구석을 헤매고 다니나 보다.
책을 읽게 되면서 책이야말로 덜 외로울 수 있는 훌륭한 매체이고, 내가 하는 질문과 비슷한 질문들, 거기에다 내가 아직 묻지 않은 질문에 대한 답을 더 잘 알려준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래서 전보다는 인터넷에 집착하고 방황하는 시간이 많이 줄어들었다(다행이지). 마냥 새롭고 열린 가능성으로 바라보던 인터넷에 대한 기대도 많이 줄었다. 결국 오프라인이나 온라인이나 같은 사람들이고, 거기에서 현실보다 더 낫게 굴면 그건 위선이고, 현실보다 더 나쁘게 굴면 그게 그들의 본모습일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결국 새롭게 열린 그 세상도 진짜 새로운 건 아니고, 완벽한 답이 될 수도, 제대로 된 위안이 되지도 못할 것이라는 실망이 몰려왔다.
그래도 인터넷에는 새로움에 대한 작은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어서, 새 책을 만나고 먼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고 하는 건 여전히 좋다. 흐르는 물살에 빠르게 쓸려가거나 흐름을 타지 못해 허우적대지 않고, 가볍게 흔들리는 물풀 정도로 적당히 적당히 하는 게 좋은 것 같다. 와, 이렇게 말하고 보니 진짜 라떼에 투샷 추가한 진한 늙은이의 냄새가 나한테서 나잖아….ㅋㅋㅋㅋㅋㅋ 부인할 수가 없다...이제 새 매체는 젊은이들의 몫으로...나는 북플이랑 블로그나 할란다...ㅋㅋㅋㅋ


2장 리얼리티 쇼와 나
한 때 리얼리티 쇼가 텔레비전 채널 안에 넘쳐났다. 주제도 장르도 다양했는데, 기억에 남는 건 일반인 남녀 짝 지어주는 프로그램이나 성형수술 시켜주는 프로그램 정도?
연예인 아닌 일반인이 나와서 연기 아닌 어수룩하고 날 것의 모습을 보여주는 걸 다들 신선해했던 것 같다. 그러나 워낙 예능 프로그램 안 좋아하고 텔레비전 쇼의 모든 것은 연출되고 편집된 장면이라 생각했던 나는 ‘리얼리티’ 라는 이름이 주는 기만이 싫어서 더 안 좋아하고 안 봤다. 지금은 저런 용어조차 잘 사용하지 않는 게, 긴 시간이 흐르면서 모두들 리얼리티 쇼에는 ‘리얼리티’가 없다는 걸 간파했고, 그런 프로그램 속 출연자도 결국 순수한 의미의 일반인이 아니라 유명해지고 관심 받고 싶은 사람이거나 연예인 지망생이거나 유명세를 바탕으로 돈이든 뭐든 얻고자 하는 목적이 있는 사람들이라는 인식이 퍼져나간 탓 같다. 그러니까 다들 짜고치는 걸 이미 다 알고, 그러면서도 그 재미에 보거나 또 식상해지거나 한 거지. 그렇게 유행은 흘러간다. 요즘은 그 절충형인지, 일반인과 방송인 사이 어중간한 영역의 사람들이 출연하는 프로그램이 인기인 것 같다. 웹툰 작가나, 신인 가수나, 모바일 매체에서 먼저 유명해진 사람들. 너무 매끈하지 않으면서도 적당히 방송을 아는 사람들의 일반적인 연출 맥락에서 어긋나는 독특함. 멋있는 척 예쁜 척 하지 않고 지저분하고 맹한 매력 같은 거….(그런데 왜 자꾸 기안84만 생각나냐….ㅋㅋㅋ티비를 안 봐서 아는 게 없음) 아 참 나는 텔레비전에 대해 예능이나 쇼에 대해 일도 모르면서 이런 걸 주절주절 잘도 쓰고 있다.

그런 나도 십여 년 전 그런 쇼에 가담(?)해보려는 시도를 한 적이 있다! 언니가 흑역사 썰 푼다!ㅋㅋㅋㅋ
지금은 종영되었지만 몇 년 간 인기를 끌던 음악 오디션 프로그램- 슈퍼스타K에 도전했었다. 이미 직장에 다닐 때니까 나이도 꽤 먹은(?) 이십대 중반이었다. 그 무렵 뭐에 꽂혔는지 이런저런 오디션에 도전했었다. 메일함을 뒤져보니 와라편의점 주제가 부르는 오디션에도 음원 메일 보냈었네...노래도 개못하는 주제에 부끄럽다. ㅋㅋㅋㅋ
엠넷 사이트 가입해서 온라인 오디션 페이지에 노래하는 음원인가 영상을 올렸다. 1차 심사에 통과했다는 연락이 왔다. ㅋㅋㅋ 현장에서 실시한다는 2차 심사 안내에 따라 토요일 퇴근하면서 (그땐 주5일이 아니었네…) 장충동 체육관에 갔다. 지하철 역에서부터 체육관 주변까지 젊은이들이 바글바글했다. 체육관 안에도 사람이 가득차 있었다. 구석에서 발성연습으로 목을 풀고 화려한 복장으로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을 지나 한참을 헤맸다. 그러는 동안 깨달았다. 나는 이 사람들을 뚫고 선발되지 못할 것이다 ㅋㅋㅋㅋ설령 운이 좋아 카메라 앞에 서더라도 그 순간들을 견디지 못할 것이다 ㅋㅋㅋㅋㅋㅋㅋ. 그곳에 오래 머물지 않고 그냥 밖으로 나와서 집으로 돌아갔다. 아이참 난 자기 객관화가 잘 되는 인간이었던 것이다. 참 다행이었지.

텔레비전이나 인터넷의 유명한 사람들을 보며 생각한다. 많은 사랑을 받는 일은 동시에 많은 미움을 받는 일도 따라온다고. 사람들은 이유 없이 누군가를 좋아하는 만큼 이유 없이 남을 쉽게 미워하기도 한다. 유명해진다는 건 그만큼 세상에 내가 노출되는 일이고, 그 노출되는 방식은 나의 선택과 상관 없이 누군가의 목적과 의도에 따라 짜여진 틀이나 필터를 거쳐 왜곡될 수도 있다. 일단 세상에 드러나면 그렇게 알려진 모습을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돌리기란 너무나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노력해도 원하는 대로 되지 않을 때가 더 많다.
그러니까 왠만하면 꼭꼭 숨자. 머리카락도 안 보이게. 조그만 구석에서 가끔 혼잣말 같은 재잘이나 끄적이자. 누군가 나를 알아주는 기쁨도 크지만 내가 나를 아는 기쁨을 더 크게 알고 작은 그룹 안에 적은 사람들이 알아주는 것에 만족하는 삶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러려면 내가 나를 스스로 사랑하는 방법을 더 많이 깨우쳐야 한다. 조금씩 배우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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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21-02-21 14:5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아 아쉽다. 열반인님 티비에서 볼 수 있었을지도 모르는데! 근데 왠지 열반인님 기타치고 노래하시는 걸 머지 않아 보게 될 거 같아요. 브레네 브라운이 자기 주변의 소우주에만 머물고 싶은 욕망을 버리랬어요... 특히 열반인님은 소우주에 머물 분이 아니야. ㅋㅋㅋ

감상평 : 1. 트릭 미러 궁금했는데 나도 봐야지. 2. 매번 느끼지만 어떻게 기억이 저렇게 디테일한 것까지 남아있지? (저는 거의 기억상실 수준...) 3. 이포스팅은 거의 기억 소환술이다! (창피하고 난리남) ㅋㅋㅋㅋ 생각해보면 고등학생 때 윈엠프로 라디오 방송도 하고 그랬는데 어떻게 유튜브 거지의 길을 가지 않았을까 신기하긴 하네요. 우리 학교 애들이 다 들어서 걔네들 우타다 히카루 듣고 컸다 (내 취향 강요ㅋㅋㅋㅋㅋ) 나중에 노래방에서 일본 노래 부르는 거 보고 내 죄가 많다고 생각했고요... (근데 열반인님이나 나나 공부는 언제 했나 싶다.... 그 와중에 잘 큰 편 ㅋ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2-21 19:02   좋아요 4 | URL
아마 볼 수 있는 모습은 기껏 해야 코인노래방 마이크 붙든 정도 아닐까요 ㅋㅋㅋ악기도 음악도 영 소질이 없고 늘지 않아서...아, 그래도 리코더는 아직 잘 불어요!
이제야 겨우 소우주의 평안 안에 덜 불행하려는 저한테 첨 듣는 브브님께서는 왜 그러신대요...날 내버려 두오 브브님아... ㅋㅋㅋ
트릭미러 같이 봐요ㅋㅋ다는 아니어도 재밌고 뼈 뚜들기는 내용이 많네요. 몇 년 전까지도 내 기억력 저주야 했는데 이젠 가물가물해서 아마 쓰긴 하지만 다 지어낸 망상에 뻥일 수도? 있겠다 싶게 자신은 없어요(다만 디테일로 그럴싸 하게 느껴지게 꾸밀 뿐 ㅋㅋ못된 기술만 익힘...) 하나님의 기억을 소환해내다니 ㅋㅋ나도 에듀넷 친구들이 윈앰프로 틀어주는 거 들으면서 주디앤마리를 노래방에서 부르게 됐는데 ㅋㅋㅋ하나님 비슷한 친구들이 한몫했군요! 멘트도 했어요? 유튜버 앞으로도 안 해요? 전적이 있으니 할람 하겠네ㅋㅋㅋ 그 와중에 진짜 공부는 언제 했대니 .... 22ㅋㅋㅋ

하나 2021-02-21 19:13   좋아요 3 | URL
트릭미러 같이 봐요 좋아요! 😎 멘트 당연히 했죠 ㅋㅋㅋㅋ 카페도 만들어서 매니저도 있었고 사연소개도 했는 걸요... 백명씩 듣고 막 그랬어여... 판 벌리면 제대로 벌리는 편... 암튼 나는 일회성이든 뭐든 열반인님과 무엇을 할 것이다 ㅋㅋㅋㅋㅋㅋ 제가 찜한 거 잊지 말아여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2-21 19:18   좋아요 1 | URL
아 이 적극성 믿음직스러우면서도 겁이 나는 이 적극성 ㅋㅋㅋ 안 그래도 클하로 목소리나 먼저 들으면 좀 심리적 거리감 좁힐까 했는데 가족이 주중 이틀이나 휴가를 써서 오디오로는 당분간은 영접 못할 거 같습니다 ㅋㅋ실물로 만나요 ㅋㅋㅋㅋㅋ

막시무스 2021-02-21 16: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추천에 잘 낚이는 편인데, 김금희 작가님 추천이라서 반드시 낚일라고 하고 있는데, 열반님까지 가세하시니 월급날만 기다릴수 밖에요!ㅎ 트릭미러2같은 후기 잘 봤어요! 즐건 휴일되세요!ㅎ

반유행열반인 2021-02-21 19:03   좋아요 2 | URL
이번 추천은 낚여도 괜찮을 만한 거 같아요 ㅋㅋㅋ읽으시고 트릭미러 3같은 후기 남겨주세요!! 남은 주말도 푹 쉬시길 빕니다. ㅎㅎ

파이버 2021-02-21 19: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싸이월드 망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1인… 추억은 망각의 그늘로 사라지게 놓아두는게 좋더라구요ㅎㅎㅎ 이번 포스팅 읽으면서 추억여행한 기분이에요 열반인님 입담이면 언젠가 진짜로 티비에서 뵐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 드네요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2-21 20:50   좋아요 1 | URL
망해서 다행인데 아직 망령처럼 들어가지는 그곳 자료들 제대로 지워지지도 않더라구요 ㅎㅎㅎ잊혀질 권리를 달라! 라떼가 라떼 해버렸쥬? ㅎㅎㅎ민폐를 막기 위해 영상 매체 진출은 최대한으로 자제하려고 합니다. 텍스트로 이러고 만날 때 까지가 아름다운 거죠 ㅎㅎ

Yeagene 2021-02-22 10:3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오 열반인님 음악을 꽤 잘하시는구나...그때 그냥 한번 오디션 보지 그러셨어요.모든 건 해봐야 결과를 알게되는 경우가 많던데 ㅎㅎ
열반인님 오디션스타 됐을지도 모르는뎅ㅎㅎㅎ근데 내가 왜 이렇게 아쉽죠...^^;;;

반유행열반인 2021-02-22 12:14   좋아요 2 | URL
ㅋㅋㅋ저는 저를 잘 알아요...노래는 한 때 좋아한 거고 이제 나이 먹고 나니 소리 안 나는 활동을 더 좋아하게 된 것 같습니다. 그래도 나중에 음원도 발매해서 (그리고 망해서) 저의부족함은 충분히 알았어요. 궁금하시면 멜론 바이브 등등 음원 사이트에서 모짜렐라슈나이저 검색하시면 아...아쉬울 일이 아니었구나 접길 잘했어 하실 겁니다 ㅋㅋㅋ

라로 2021-02-22 2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름돋는 반열님 기억력!!! 공부를 월등히 잘 하실 수 밖에 없었을 것 같아요. 저는 기억력이 개만큼도 없어서 북플의 지난 오늘을 읽으며 혼자 쇼하는데!!! 반열님 넘 멋지심!! 원래 좋아했지만, 갑자기 제 눈에서 하트 레이져 나옵니다요~~~!!😍

반유행열반인 2021-02-23 00:03   좋아요 1 | URL
기억력 보다 재구성력(aka조작능력)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점점 듭니다...그래도 라로님 눈에서 나오는 하트는 따뜻하니 좋네요 ㅎㅎㅎㅎ원더우먼 레이저도 있었나요? ㅎㅎㅎㅎ

scott 2021-02-22 21: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못하시는게 없으쉼 피아노 콩쿨 퀴즈 기타 노래까지 ㅋㅋ 엠넷에서 찜 할정도면 엄청난 가창력이거임 ^ㅎ^

반유행열반인 2021-02-23 00:02   좋아요 1 | URL
좋게 봐주셔서 정말 감사한데 제대로 하는 건 하나도 없대요 ㅋㅋㅋ1차 통과한 사람이 체육관 하나 채우고 넘쳤으니 너무나 낮은 관문이 아니었을까요 ㅋㅋㅋㅋㅋ
 
대다크 2
하야시다 큐 지음, 서현아 옮김 / 시공사(만화)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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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헤도로는 넷플릭스에서 애니메이션 방영 중이라는데 나는 넷플을 안 해서 못 봄ㅋㅋㅋ 작가의 새 연재 만화 대다크도 기대하며 보고 있는데 전작에 비하면 약하다... 우주에서 우중충한 친구들이랑 뼈 모으는 중... 초반이라 이권까지는 인물과 세계 소개로 대충 별일 없이(?)넘어감....
하긴 이십 대에 시작한 작품이랑 사십 대 다 되어서 시작한 작품은 에너지부터 다를 것도 같다...그래도 무사히 끝까지 잘 마치면 좋겠다. 설마 이 작품 끝나면 작가 환갑인 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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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21-02-20 15: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넷플릭스에 마마마 올라왔다는 소리 들었는데 도로헤도로도 올라왔구나 *_* 한 작품에 20년씩이구나 하야시다 큐는.. ㅋㅋㅋㅋ 잘 시작해야겠네.. 그래도 무사히 끝까지 잘 마치면 좋겠다. 22

반유행열반인 2021-02-20 21:38   좋아요 1 | URL
무사한 끝이란 게 뭘까 싶지만 그것만큼 어려운 일이 없지 싶어요. 뭐 까짓것 (작가든 작중 인물이든) 죽으면 끝. 땡. 하면 쉬운데 미련은 많아가지고 ㅎㅎㅎ(이쯤에서 기를 쓰고 햇볕 가리는 태주를 떠올리면 된다 ㅋㅋㅋ)

하나 2021-02-20 21:43   좋아요 1 | URL
근데 열반인님 태주 이미지 약간 이쒀... (클럽 하우스에서 봄) 😈

반유행열반인 2021-02-20 21:58   좋아요 1 | URL
눈이 그 사분의 일이죠 ㅋㅋㅋ옥빈아 언니가 미안... 태주도 미안 ㅋㅋㅋ둘다 이름 글자 하나씩만 같은데 언니가 잘못해써... ㅋㅋㅋㅋㅋㅋ

하나 2021-02-20 22:01   좋아요 1 | URL
아 몰라 ㅋㅋㅋㅋ 내 맘이야 ㅋㅋㅋ 내 눈엔 열반인님이 태주고 옥빈이다! 근데 매니아 1번은 요즘 어디 갔대여?? 나 어제 잠깐 아프고 왔는데 댓글 없어서 서운했자너...(오늘은 완전 멀쩡 걱정 노노)

반유행열반인 2021-02-20 22:12   좋아요 1 | URL
아프지 마 하나님ㅋㅋㅋ하나님은 현상현 시켜드릴게요 상처나도 순식간에 아뭄 ㅋㅋㅋ(대신 해 보면 뒤짐 ㅋㅋㅋ) 담주 시험이라 열공하고 있겠죠?

하나 2021-02-20 22:15   좋아요 1 | URL
아 그럼 상비군이 셤 끝날 때까지 매니아 2번은 안 아프게 건강관리 잘해야게따 ㅋㅋㅋㅋ 굴국밥이랑 굴전이랑 밥 많이 먹었더니 금방 안 아프네.... 청춘인가 🙄 진짜 현상현인가 🙄 (회사 안 가니까 약간 아프다 마는 것 같다 ㅋㅋㅋㅋ) 대신 해보면 뒤짐.. ㅋㅋㅋㅋㅋ 😎

반유행열반인 2021-02-20 22:21   좋아요 1 | URL
뒤지지 말고 담에 해 쨍할 때 놀아요 ☀️
 
드립백 무궁화 - 10g, 1개입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1년 2월
평점 :
품절


 국민학교 처음 들어가서 삼천리 강산에 우리나라 꽃 타령 하는 노래를 배워서 그 멜로디가 삼십 년 지난 지금까지도 안 잊힌다. 국가주의 애국사상 강요라 하면 막 경기를 일으키는 나라서 무궁화가 오래도록 안 예뻐 보였다. 사실 꽃만 보면 나름 독특하고 화려한 매력이 있는데. 상징이란 때론 폭력적이다. 그런데도 왜들 그렇게 사물을 공동체와 연관 짓고 싶어하는지, 국화 말고도 교화, 교목, 교조까지 온갖 자연물을 집어삼킨 이름들이 많다. 내가 알던 학교의 교화는 매화인데, 학교 교사 중앙 출구 바로 앞에 오래된 커다란 꽃나무 하나가 있었다. 무식하게 봄에 꽃이 하얗게 피니 벚꽃인 줄만 알았는데 가을 되니 누렇게 익은 살구가 툭툭 떨어지더라 ㅋㅋㅋ 살구나무랑 매실나무가 묘목이 비슷하게 생겨서 헷갈려 잘못 심은 거란 소리가 있었다...ㅋㅋㅋ
 별로 안 좋아하는 꽃이름 붙어서 꺼리고, 알라딘은 싱글이지 블렌딩은 좀, 하며 또 꺼리다가 드립백 무궁화 하나 책 사이에 넣어 주문했다. 커피스탬프가 9개라서 1개 더 모으고 싶었단 말이지! 하나만 더하면 적립금! 하면서 샀다. 
 어제 이 헤밍웨 에게 살짝 다친 마음 위로하려고 아침에 드립백 까니까 냄새는 솔솔 좋았다. 드립주전자로 물부어 우리니 맛은 그냥저냥 삼삼한 평범 무난한 커피였다. 그런데...식품 포장지와 라벨 읽는 게 취미이다 보니 이 커피도 유통판매만 알라딘인 걸 발견했다 ㅋㅋㅋㅋ 여러분 알라딘 원두는 직접 로스팅해 팝니다만 드랩백도(적어도 무궁화는) 외주입니다.... 세이코커피라는 피비 오이엠 전문 커피 회사 생산품이었다. 그게 나쁘다는 건 아니지만 뭔가 알라딘커피팩토리에서 움파룸파님들이 콩 하나하나 골라내고 엄청 큰 팬(?)에다 볶고 맷돌로 갈아서 커필름에 주르륵 담고 이마 훔치는 거 상상했단 말이다....(월급은 커피원두....ㅋㅋㅋ면 안 되지) 
 알라딘은 소비자의 알 권리를 위해 상품 정보에 생산업체와 유통판매업체를 별도로 표시하시는 게 좋겠습니다...그리하여 당분간 알라딘 커피야 빠이...그래도 새 원두는 다음 달 쿠폰 나오면 살 것 같긴 하다....그건 확실히 알라딘커피팩토리에서 볶아 담은 것일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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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gene 2021-02-19 12: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이건 외주군요ㅎㅎ 커피맛이나 원두산지만 신경쓰고 생산업체나 공급업체는 신경도 안썼네요..역시 열반인님 ㅎㅎㅎ
왠일로 북플에 알람표시가 떠서 뭐지?하고 눌러보니 열반인님 새 글이네요..이렇게 알려준 적 없었거든요.북플에 새 기능이 생긴 걸까요?@.@

반유행열반인 2021-02-19 17:42   좋아요 1 | URL
그게 알림 중에 선택하는 설정 메뉴가 있었던 것 같아요ㅎㅎ봉투에 막 1500원 하고 가격도 적어놔서 뭔가 슈퍼에서 하나씩 사 먹는 완제품 기분이라 ㅋㅋㅋ커피 자체는 나쁘지 않았어요 ㅎㅎ아주 좋지도 않고 무난무난

하나 2021-02-20 15:1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커피팩토리에서 움파룸파님들이 콩 하나하나 골라내고 엄청 큰 팬(?)에다 볶고 맷돌로 갈아서 커필름에 주르륵 담고 이마 훔치는 거 상상했단 말이다...˝ 저도요.. 근데 똑같은 맛인데도 드립백은 외주구나. 만들기 번거로워서 그런가. 저도 코스타리카 어쩌구 드립백 마셔봤는데 무난무난~

반유행열반인 2021-02-20 21:40   좋아요 2 | URL
드립백 전에도 사 마셨는데 그땐 포장 보고도 눈치 못 챘는데 이번에 바뀐 건지 이제야 알아차린 건지 잘 모르겠어요 ㅎㅎㅎ커피 디스 글 연속 두 개 써서 움파룸파님들이 노래 부르면서 나쁜 아이 때리러 오는 소리가 들린다...

하나 2021-02-20 21:46   좋아요 2 | URL
알라딘이는 열반인님을 좋아한다~ 전에 내가 좋으면 좋다고 말하랬더니 응답해쒀 ㅋㅋㅋㅋㅋ 쓴소리도 해주고 그러는게 다 애정이 있어서다! 🔮 라디니... 커피 리뷰 누가 이렇게까지 써주냐! 장르를 만들어버려...

반유행열반인 2021-02-21 10: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드립백 1개는 커피스탬프가 없는 걸 착각 ㅋㅋㅋ다섯 개 사야 1개임 ㅋㅋㅋ그래서 아직도 스탬프는 9개이고...무궁화야 이래저래 흥 ㅋㅋㅋ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
박완서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1995년 12월
평점 :
절판


-20210218 박완서.

클럽하우스라는 앱을 깔았다. 트위터는 백만년 전에 탈퇴, 카톡 삭제한 지도 한참, 페이스북도 방치하다 삭제하는 등 SNS는 거의 다 정리한 마당에 뭔가 새로운 걸 까는 심리는 호기심이었다. 인스타그램은 계정만 파서 앱도 없이 웹페이지로 가끔 들러 몇 안 되는 작가들 소식이나 보는 용도에 게시물은 하나도 없는데, 거기 김금희 작가가 온라인 독서모임을 한다는 소식과, 첫 책모임을 인스타라이브로 하는 동시에 클럽하우스에서도 송출한다는 말에 음? 그게 뭐임? 하고 검색했다. 오디오 채팅방 같은 건데, 누군가 나를 초대해야지만 가입이 되고 아직 안드로이드 어플은 개발이 안 되어 있다고 했다. 일단 깔고 기다리면 지인이 초대해준다는 소리가 있길래 그렇게 했더니 정말, 대학 때 후배가 초대해줘서 구경을 할 수 있었다. 서로 연락처가 있는 대학 선후배들 겨우 몇과 팔로우를 하고, 이런저런 방 목록만 구경하다 실수로 눌러 들어가면 사람들이 신나게 떠들고 있었다. 아...난 팟캐스트조차 안 듣던, 오디오는 커녕 지나친 텍스트형 인간인데 왜 여기에...하다가 김금희가 한다는 책 모임까지 다섯 시간 남은 걸 알고 독서모임의 선정도서인 박완서 작가의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를 펼쳤다. 이번에 리커버판이 나왔는데 난 몇 년 전에 중고로 700원에 사 놨더라...어마어마한 가격임...그래도 집에 이미 있는 게 신나서 열심히 읽었지만 라이브 무렵까지 겨우 절반쯤 봤다 ㅋㅋㅋ
아홉시에 독서모임 딱 들어갔는데… 인스타 라이브에 중점을 둬서 그런지 클럽하우스에서는 작가님 목소리가 잘 안 들렸다. 마침 꼬맹이들 뒤늦은 저녁 먹일 타이밍이라 그냥 끄고 밥먹이러 감 ㅋㅋㅋ 그러고나서 오십 분 쯤 지나 들어가니 이미 시간이 벌써 이렇게 되었네요-하며 마무리하고 다음 책을 소개하고 있었다. 딱히 책모임 낄 생각은 아닌데도 김금희 작가가 엄청 칭송을 하는 ‘트릭 미러’를 오! 하고 모셔 놓았다. 이날 라이브가 2월 14일이었는데 다음 라이브는 3월14일이라고, 작가님이 스스로를 커플브레이커로 칭하는 우스개 들으며 결국 라이브 본 내용은 하나도 못 듣고 하루를 마무리 했다 ㅋㅋㅋ
아, 다른 매체는 녹화가 되는데 클럽하우스는 대화 내용을 인스턴트로 하고 딱 휘발시키는 형태라 그때 그 방에 있던 사람만 내용을 알 수 있다. 이건 나름의 장점이 될는지 더 확장 못 하고 소멸하는 매체가 될는지...는 아직 클럽하우스에서 입술 한 번 달싹여보지 못한 아웃사이더가 궁금할 지점은 아니고요 ㅋㅋㅋ

그래도 김금희 작가 덕분에 박완서 작가 소설을 처음으로 읽게 되었다. 처음이라니! 몇 년 전에 책 사 모을 때 박완서 작가랑 박경리 작가 책 부지런히 쟁여 놓고 토지 말고는 하나도 안 봤다 ㅋㅋㅋ
이 소설은 한국전쟁 당시 서울 사람들이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치고 피난가고 인간성 개박살 나고 누구는 죽고 누구는 다치고 하는 장면들을 너무도 생생하게 그려놔서 재미있게 읽었다. 나 서울대 입학한 여자야, 하면서도 빈집털이해서 연명하고, 숙부에게 의지하고, 피엑스에 취직해서 미군한테 빌붙어 먹고 사는 처지 한탄하는 장면이 이어져 나오는데, 그 비참함을 알 것 같았다. 삶이란 호구란 먹고사니즘이란 무엇인가...그러면서도 화자 자존심 더럽게 세네...분열 오진다 하면서 흥미진진하게 읽었다.
후반부에서 연애담 나오면서 소설 구성이나 표현이 조금 어그러지는 느낌이 들었다. 앞부분부터 오빠 죽는 부분이나 피엑스 초기까지는 나름 소설답다 객관화 되었다 싶었는데, 지섭과 남편감 사이에서 간보는 장면에서는 너무 내밀한데다 친밀한 사람들 이야기 쓰다보니 온도 조절 안 되네 싶었다 ㅋㅋㅋㅋ(야 임마 니가 박완서 선생님도 까냐...) 화자인 박보다 한 살 어리고 시집 읽고 줄줄 외고 다니고 예쁜 거 모으기 좋아하고 재밌게 노는 데 도가 튼 지섭 보니까 왜 나 저런 사람 알 것 같냐 왜 친숙해ㅋㅋㅋ 지섭과 남편감 인물에 대한 묘사를 보면 그래도 박은 연애 다운 연애도 하고 결혼은 남편감 될 만한 사람을 골라갔구나(뭐 그- 트릴로지 중 삼부작에서 과연 남편이 속 안 썩이고 잘 살았을까 그랬다면 소설가가 됐겠냐 ㅋㅋ싶긴 했지만…아 넘겨짚지 마라 선 넘지 마라 박완서 선생님이시다...) 하면서 또 재미있었다.

글 앞에서 최신상 SNS타령하고 있었는데, 본 적도 만난 적도 없는, 혹은 너무나 오래 전에 스친 사람들하고 한 방에 모인 듯 목소리 나누며 재잘대는 게 가능해진 세상과 전쟁통에 목숨 부지를 걱정하던 소설 속 70년 전을 비교하면 아예 두 세상에 사는 사람들 두 종 자체가 다른 게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그래도 먹고 사는 걱정하고, 가족하고 애착과 애증을 반복하고, 사랑하고 헤어지고, 잘났다고 우세 부리는 가진 사람이나 잘 사는 나라 사람, 높은 계급 계층 사람 보며 아니꼬운 동시에 비참함 느끼는 건 그때나 지금이나 똑같다. 시대는 달라도 박완서 작가는 그런 보편적인 감정과 상황을 소설 안에 잘 담아 놓았다. 그래서 지금 읽는 우리도 재미있게 관심을 가지고, 또 공감하면서 읽는 것 같다. 지금 우리가 풀어 놓는 이야기들은 그렇게 남을 수 있을까? 아니면 그저 순간 번뜩이다 영원히 깜깜하게 잊혀지고 말까. 뭐 깜깜해도 어쩌겠어 지금 번뜩거리고 쓰면서 우리끼리 재밌으면 그걸로 족하다. 미래인들아 우리를 이해하려고 하지 마. 그냥 미개하고 구질구질한 너희와는 다른 미진화 종이란다 ㅋㅋㅋㅋ

+밑줄 긋기
-나도 석간신문을 보다 말고, 앉은 자리에서 고개를 비틀어 미친 듯이 만개한 벚꽃을 내다보았다. 왜 만개한 꽃만 보면 미쳤단 느낌이 드는지 몰랐다. 밤도 아닌, 낮도 아닌 시간의 벚꽃이 풍기는 밝음은 화사하다기보다는 숨을 틀어막을 듯이 요기로워서 그런지도 몰랐다.(275)

-아무튼 다 왼 시보다 토막난 시가 더 생각나는 건 지섭이가 나를 감질나게 한 유일한 예이기 때문이다. 그는 좋아하는 사람하고 같이 있는 동안은 최선을 다해 자기의 존재로 상대방을 완벽하게 채우려는 타입이었다. 딴 생각을 하는 걸 참지 못했고 그럴 새도 주지 않았다. 그가 부산으로 가고 나면 볼일을 보러 갔단 생각보다는 아, 쉬러 갔구나 싶을 정도로 그는 누구를 좋아하는 일에 미련하도록 자신을 혹사했다.(285)

-보셔요, 엄마. 두고 보셔요. 엄마가 그렇게 억울해하는 건 당신의 생살을 찢어서 남의 가문에 준다는 생각 때문인데 두고 보셔요. 나는 어떤 가문에도 안 속할 테니. 당신이 나를 찢어 내듯이 그이도 그의 어머니로부터 찢어 낼 거예요. 우린 서로 찢겨져 나온 싱싱한 생살로 접붙을 거예요. 접붙어서, 양쪽 집안의 잘나고 미천한 족속들이 온통 달려들어 눈을 부릅뜨고 살펴봐도 그들과 닮은 유전자를 발견할 수 없는 전혀 새로운 돌연변이의 종이 될 테니 두고 보셔요. (303-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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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18 22: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18 23: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나 2021-02-18 23:08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니 박 선생님 저 얘기로 소설을 또 쓰셨구나 ㅋㅋㅋ 그 남자의 집에서도 한 번 하셨었는데 학교 졸업하듯이 둘이 엉엉 울면서 이별하고 딴 사람한테 시집 갔다고.. 그리고 나중에 다른 소설에서는 사랑밖에 난 몰라 타입 사촌동생 보고 저렇게 살았어야 했나... 뭐 그런 소설도 있고. 저도 이상하게 박완서 작가꺼는 몇 편 못봤네요.(그 몇 편이 왜 다 연애얘기야 ㅋㅋㅋ) 아, 덕분에 그 힙하다는 앱 구경하게 됐네요.. 😎

반유행열반인 2021-02-18 23:09   좋아요 5 | URL
ㅋㅋㅋ나 초대장 세 개 더 생겼는데 찐친이 너무 없어서 놀리고 있다는요 ㅋㅋㅋㅋ검색해 보니 그 남자의 집이 트릴로지 삼부작이래요! 싱아-그 산-그 놈 순 ㅋㅋㅋㅋㅋ

하나 2021-02-18 23:11   좋아요 4 | URL
아 그렇게 되는 거군요 삼부작이 싱아랑 그 놈(ㅋㅋㅋㅋㅋ) 읽었으니까 저도 그 산 읽겠습니다!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2-18 23:13   좋아요 4 | URL
저 사 놓은 거 있는데 제건 그 남자네 집이네요? 다른 분도 그 남자의 집 하길래 어 내건 유사품인가 하는 중...

하나 2021-02-18 23:15   좋아요 4 | URL
읽은지 오래 돼서 아마 제가 틀렸을 거예요 ㅋㅋㅋ 그 여자네 집도 있으니까 짝 맞춰서 그 남자네 집이 맞네요(검색함) 어차피 그 놈이 그 놈이죠 모 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2-18 23:21   좋아요 4 | URL
지섭인가요 거기 주인공도? 뭔가 잘생기고 잘 노는 치명적인 남자 느낌이라 그리로 갔으면 인생 꼬였을 거 같고 명작 더 많이 썼을 것도 같다...ㅋㅋㅋㅋㅋㅋㅋ

하나 2021-02-18 23:32   좋아요 4 | URL
그 남자네 집은 현보래요 이름이. 전쟁통에 마당에서 꽃 키우고 같이 있음 되게 행복하고 뭐 그런 묘사가 많았는데 ㅋㅋㅋㅋ 박 선생님 진짜 솔직하다 생각했던 게 안 이루어졌기 때문에 뒤돌아보니 행복했던 거지 모... 이런 냉정한 판단 ㅋㅋㅋㅋ

붕붕툐툐 2021-02-19 08:4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말로만 듣던 클럽하우스 회원님이시네여~ 열반님 핵인싸!!👍👍

반유행열반인 2021-02-19 09:00   좋아요 1 | URL
현실 아싸가 암만 방구석에서 핫한 앱 깔면 뭐해요 ㅋㅋㅋ심지어 거기서도 유령회원 ㅋㅋㅋㅋㅋ’트릭미러’읽는 중인데 인터넷의 이런 속성에 관해 (개뿔 아무것도 안 하면서 넷00이즘 하고 올바른 척 핫한 척 힙한 척 하는 거 ㅋㅋㅋ)읽는 중인데 뼈 맞은 듯 그런게 재미나네요 ㅋㅋㅋ아침부터 갑자기 붕붕툐토님에게 책 팔이 시전 중 ㅋㅋㅋㅋㅋㅋㅋ왜 ㅋㅋㅋㅋ

바다그리기 2021-02-19 09: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짝사랑남을 보러 먼 길을 내려가고
감히^^ 박완서 작가님도 까는 열반인님, 그래서 너무 멋집니다!
마흔을 코앞에 둔 나이에 등단 하셔서 문단의 거목이 되신 이력만으로도 존경스러워 무작정 팬이 된지라 많은 작품을 읽었는데 열반인님 글과 하나님과의 대화를 읽다보니 내용들이 가물가물해서 그 책들을 읽은거 맞나 혼란에 빠져버렸네요. (아무래도 머리 속에 지우개가 있는듯.. ㅜㅜ)
트릴로지 3부작도 두분 덕에 처음 알았으니 그 핑계로 다시 한번 읽어봐야겠네요.^^

클럽하우스는 요즘 하도 말들이 많아서 궁금하긴 했는데, 안드로이드는 아직 안되는군요.
스스로를 사회적 고립 지향자라고 말하고 다니는 저로선 낯선 이들과의 방에서 청취자와 화자 역할 모두 어렵고 불편할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몹쓸 호기심으로 기웃거리게는 되네요. 종종 올려주시면 대리 체험 해도 될까요? ㅎㅎ
본문의 독서감상도 늘 재미있고 흥미진진해서 열심히 읽지만, 두분의 핑퐁 댓글을 읽으며 스토커처럼 근황도 짐작하고 새로운 정보도 얻고 혼자서 새 책도
챙기고 있어요. 늘 감사해요~
이사 준비는 잘 하고 계신가요?
이사 소식 올려주셨던 때부터 새로운 곳에서 새롭게 펼쳐질 열반인님의 하루 하루들이 건강과 행복과 감사로 가득하길 온라인 절친(제 맘대로^^)이 마음 깊이 응원하고 있습니다.
이젠 정말 따뜻하고 포근한 기쁨을 누리는 날들만 가득하시길요.
음력 설도 지났으니 이제 진짜 새해네요.
복 많이 많이 받으세요~

반유행열반인 2021-02-19 11:01   좋아요 1 | URL
오랜만에 정성스러운 긴 댓글 감사드리고 반갑네요!!ㅎㅎ 오래도록 박완서 작가 좋아하시고 열심히 읽으신 바다그리기님 앞에 겨우 한 권 읽은 제가 막 까고 깝쳐대고 실례는 아닌지 걱정입니다 ㅋㅋㅋ
이사는 딱 두 달 쯤 남았네요. 대출도 받으러 가야하고 공사도 섭외하러 다니고 덕분에 바빠서 심심할 틈이 없어요.
늘 응원해주시고 따뜻하고 정다운 말씀 건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바다그리기님도 새해 복 담뿍 받으시고 하루하루 전날보다 조금씩 더 행복하시길 빌어요!!!

바다그리기 2021-02-19 1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두달이면 참 좋은 계절에 이사 하시겠네요.
모든 일들이 물 흐르듯 순조롭게 잘 진행돼서 편안하게 이사 하실 수 있기를 바랄께요.
복 많이가 아니라 ‘담뿍‘ 받으라고 해주시는 인사, 예쁘고 정감 넘치는 표현이라 너무 좋네요. 감사합니다~
매번 댓글 달진 않아도 올려주시는 책과 커피와 일상에 대한 글들 읽으며 위로와 격려 받고 힐링하고 또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그것도 감사드려요~

Yeagene 2021-02-19 13: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박완서 선생님은 오래전 싱아와 호미란 작품만 읽어보았는데 싱아가 트릴로지의 첫번째였군요.열반인님 덕분에 처음 알았네요.이왕 삼부작의 첫번째를 읽었으니 나머지도 읽어봐야겠어요 ㅎㅎ
위의 핑퐁댓글 저도 참 즐겁게 읽었어요..이사가 아직 두달정도 남았군요.열반인님 잘 준비하실꺼라 믿슙니다!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2-19 17:40   좋아요 0 | URL
저도 싱아 가지고 있는데 그 남자네 집 보고서 봐야겠네요 ㅎㅎㅎ예진님도 즐거운 독서되시길 빕니다 ㅎㅎㅎ 늘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