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티오피아 시다모 난세보_2020 - 200g, 핸드드립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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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안녕 알라딘 커피야? 네 번째 원두를 구매하고 1빠로 리뷰를 남긴다. 
오늘 이미 세 잔이나 마셨는데, 방금 택배 아저씨가 띵동띵동하고 박스를 문앞에 놓고 가셨다. 
인간의 흑역사라는 책을 보고 있는데,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부제가 붙어 있더라. 
나라는 인간은 오늘 밤 잠 못 이뤄 부릅뜬 눈으로 흑흑거릴 걸 알면서도 커피를 내린다. 
믹스커피 톡 털어 마시던 내가 드립백필터를 거쳐 티타늄 드리퍼를 들이고, 원두를 고르고, 이제는 물줄기 타령하며 손바닥 만한 드립포트도 샀어. 쪼로록 물을 따른다. 북플 지워서 사진 첨부가 안 되네. 귀여운 드립포트 못 보여줘서 미안. 
동백꽃 별로라고, 구지 모모라 그럭저럭이라고, 산수유 싱겁다고 하면서 별점 야박하게 준 모진 인간인데, 신제품 나왔다니 또 사버렸지 뭐니. 
사실 어제까지 산수유 먹었는데 먹을수록 괜찮았어. 이제 산수유꽃은 다 져버렸네. 봄마다 꽃보면 생각날 듯.
에티오피아 구지 모모라 괜찮았는데 이번 원두도 같은 나라네. 동네 이름은 시다모인데 이 커피 안 시다며? ㅋㅋㅋ 드립하면서 개드립... 
난세보라니 혼란스러운 세상에 뭔가를 알리러 온 느낌이야.
겉포장에 에티오피아 여성이 눈을 감고 있군. 기왕이면 에티오피아 남성도 옆에 같이 그려주지. 혼자 있으니 외로워보인다. 
이름 탓인지, 직전에 아무데서나 산 원두가 더럽게 맛없어서 두 번 먹고 새로 사서 그런지, 이번 커피는 별점 다섯 개를 주고 싶다. 
난 이렇게 탄맛나는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이었나 봐...
새 시리즈 나올 때마다, 나새끼의 별점 따위 전혀 신경 안 썼을테지만 왠지 이번 건 어떤가 맛 좀 봐라, 하면서 도전해오는 느낌이 들어서 자꾸 사고 말았어. 네 번만에 별 다섯이라니 알라딘 커피야 노력 많이했구나. 축하해. 점점 나아지는 걸 보니 흑역사를 반복하는 나보다 낫다.
다음 달 커피쿠폰 나오면 자기 만의 방 블렌드를 사보려고 해. 지난 달에 그 책을 봤거든. 스테디셀러 (커피말입니다)인 걸 보니 괜찮지 않을까. 그렇지만 먹고 나서 커피에 점수 매기는 글은 이걸 끝으로 안 쓸 거야. 뭔 전문가도 아니고 맛과 향은 너무나 주관적인 거잖아. 이번 커피 리뷰도 적립금 준대서 쓰는 거야.
그런데, 다 쓰고 보니 드립백만 주는 건가? 리뷰가 아니고 100자평인가? 헛짓거리 했나? 커피 네 잔 빨아 먹고 쓰는 게 겨우 이런 망글이구나. 마신 커피가 아깝다.  
또 그런데, 같이 시킨 명탐정 코난 92권 중고 겉지도 없는 꼬질꼬질한 걸 팔았더라? 책 상태는 안 좋아지고 값은 점점 비싸지는 중고책 어쩔 거니. 반성해. 커피 너 말고 중고책 담당 말야...
또 또 그런데, 이번에도 비구매자평으로 올라가나? 홀빈을 사야 하는데 자꾸 핸드드립용 사서 옵션이 일치하지 않아 그런가? 안 그래도 진지하게 원두 그라인더 살 고민을 하다가 정신차렸어. 이미 맥시멈라이프, 그만 사자...알라딘이 잘 갈아보내주잖아...갈아준다고 돈 더 받는 거도 아니고...금방 먹을 거 신선도랑 향이 날아가면 얼마나 날아가겠어...막입인데...
커피 잘 마시고 책 부지런히 읽고 일기장에 독후감도 계속 쓸게. 점점 더 맛있는 커피로 만나면 좋겠다. 나도 이것만 마시고 내일부터는 적당히 마시는 인간으로 거듭나야겠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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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andante 2020-04-03 21: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중고샵 요즘 진짜 상태 안좋습니다. 상태 체크가 엉망이에요 진짜..

2020-04-05 1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희선 2020-04-04 03: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적립금 주는 건 드립백이고 구매 표시됐네요 보셔서 아시겠군요 드립백은 디카페인 나온 기념인 듯합니다 알라딘에서 커피 나오는 걸 보니 저도 한번 사 볼까 하는 생각만 했습니다 이걸 사면 다른 것도 사야 하니... 그래도 잠깐 핸드드립퍼인가 찾아보기는 했어요 언젠가 사 볼지... 저는 커피를 알고 마시기보다 그냥 마셔요


희선

2020-04-05 10: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4-14 02: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다락방 2020-04-04 13:1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곧 사서 마셔보겠습니다!!

2020-04-18 21: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나는 초민감자입니다 - 지나친 공감 능력 때문에 힘든 사람을 위한 심리치료실
주디스 올로프 지음, 최지원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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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31 주디스 올로프.

사람을 분류하는 참 다양한 방식이 있다. 며칠 전에는 도파민형 인간을 읽었는데 이번에는 초민감자였다.
유리멘탈, 예민함, 신경과민, 과대공감 등등 부정적으로 지칭될 수 있는 어떠한 특성에 대해 나름 신경써서 번역한 말이 초민감자인 것 같다. 원제에는 empath앰패쓰?라는데.공감?감정이입? 영어 용어와 번역 용어가 다소 동떨어진 느낌도 들었다.
스스로 초민감자라고 밝히고 있는 저자는 의사인데도, 기운, 직관, 영감, 이런 초과학적 개념에 몰두한다. 거기서부터 이 책에 집중하기란 힘들었다. 초민감자라는 사람들의 특성 역시, 빛, 소리에 민감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이면 힘들고 남의 부정적인 감정에 휘둘리고 등등 내게 해당되는 부분이 많았는데, 그건 대부분의 사람이 그런 것 아닌가 싶었다. 여러 측면에서 초민감자인지 자가진단하는 질문이 등장하는데 누구나 그렇다고 답할 만한 여지가 있어 보였다.(다들 나같은 건 아닌가…)
다양한 명상법, 방어 전략, 리츄얼을 소개하는데 이런 게 효과가 있을까와 왠지 도움이 될 것 같아 해보고 싶다가 반반이었다. 전자책 읽으면서 중간중간 캡쳐해뒀는데 다 읽을 무렵 맨 뒷편에 앞서 소개된 전략만 따로 모아 놓은 걸 발견했다.
마음가짐에 관해서는 건질 부분이 있었다. 모든 책임을 스스로 지지 않는 마음, 온몸을 감싸는 빛의 방어막?을 떠올리며 부정적인 기운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려는 노력, 나무가 된 것처럼 땅에 깊숙이 뿌리내리고 중심을 잡는 연습, 자신이나 아이의 민감함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고 세상을 바꾸는 능력으로 관점을 바꾸는 점은 민감함 때문에 삶이 괴로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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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andante 2020-03-31 17: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초민감자라는 감자가 있는 줄 알았습니다 ㅎㅎ 불량감자처럼..

반유행열반인 2020-03-31 18:18   좋아요 1 | URL
감자 먹고 싶어지네요...

psyche 2020-04-02 00: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감자의 종류인 줄 알고 초민감자는 어떤 감자일까 궁금했다는... 코로나 때문에 집에서 계속 먹기만 했더니 모든 게 먹을 것으로 보이나봐요 ㅎㅎㅎㅎ

2020-04-03 11: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 2020-04-03 07: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크랩해주신 부분 읽으면 저도 초민감자인데.. 스스로 민감하다고 생각한적이 없는데.... 응??

2020-04-03 1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여자와 소인배가 논어를 읽는다고 책 옆에 책 2
서한겸 지음 / 스윙밴드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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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30 서한겸.

몇 년 전에 논어를 사 놓고 먼지만 쌓고 있다. 무슨 바람에 집에 들였는지 기억이 안 난다. 행복한 삶에 대해서는 오래 고민했는데 올바르게 사는 일은 어느새 들여다보길 멈춘지 오래다.
책 제목에 논어가 들어있다. 그런데 여자랑 소인배가 가암히? 약간 이런 뉘앙스로 느껴져 뭐야 얘, 했다. 읽어보니 저자가 스스로를 자조하듯 붙인 제목이다. 진짜 공자님 맹자님 말씀 읽기 전에 가볍게 길잡이 따라 훑어봐도 좋겠다 싶었다.
제목은 약간 개그코드인데 책 자체가 엄청 재밌지는 않다. 그냥 소소한 자조 자학 개그? 그래도 고전을 자기 생각과 입장을 가지고 읽는 태도는 배울만했다. 무조건 뉘에뉘에 하는 게 아니고 약간은 빈정상하기도 하고, 그러면서 인정할 부분 배울 부분은 따로 건지고 가르침 삼는다. 일기장에 아무 말 끄적이듯 써놨는데 그것도 책이 되긴 한다.
유교가 사회를 경직시키고 더구나 성리학은 여자의 지위를 개차반 만들고 그런 비난을 하기는 쉬운데 막상 유교의 가르침을 우리는 잘 모른다. 수많은 사람이 오래도록 따른 데는 이유가 있긴 있겠지. 있긴 있다. 대신 남자들만 나라와 가정을 다스릴 권력을 쥐고 온통 싸움박질로 어지러운 고대 중국 시절의 가르침이라는 점도 염두에 두고 보아야 한다.
오늘의 우리가 마음에 새기고 살아야 할 원칙은 무엇일까.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사는 게 더 쉽다. 어떻게 살아야 할까, 어떻게 나와 남을 대해야 할까. 그런 고민을 오래 전부터 오래도록 하고 남들에게 가르칠 만큼의 확신과 용기가 있었던 건 부럽고도 존경할 만한 부분이다. 구체적인 내용은 건질 만한 거만 건지고 다시 열심히 고민하고 만들어 가야겠다.
(마음만 먹고 또 안 할 지도…그냥 살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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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만의 방 펭귄클래식 99
버지니아 울프 지음, 이소연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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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329 버지니아 울프.

내 자리. 쇼파 앞에 폭 60센티미터의 간이 책상을 놓고 그 위에 폭 30센티미터의 독서대를 올렸다. 여기 앉아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쓴다. 그나마도 마련된지 얼마 되지 않았다. 옆에서 가족들이 55인치 텔레비전으로 명탐정 코난 극장판을 보면 3M귀마개로 귀를 틀어막고 책을 읽는다. 꼬맹이들이 달려들면 핑크퐁을 틀거나 스티커북이나 만화책을 쥐어주고 독후감을 쓴다.
나에게는 나만의 방 뿐 아니라 나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나는 픽션을 쓰는 걸 바라지만 이런 것들이 주어지지 않은 동안은 한 글자도 제대로 쓸 수 없다. 소설을 쓰지 않은 지 거의 넉 달 가까이 지났다.

이 책을 읽으며 몇 번을 멈추어야 했을까. 겨우 마지막 몇 쪽을 남겨두고 세탁기를 돌리고, 떡볶이를 만들고, 꼬맹이들을 먹이고, 설거지를 했다. 머릿속에 가물가물 남은 흔적이나마 끄적이는 동안 또 몇 번을 멈추어야 할까. 꼬맹이가 겨우 낮잠에 들고 더 큰 아이들이 식탁에서 방탈출 보드게임을 하는 소리를 들으며 나는 내 자리에 앉아 아무말잔치를 벌인다.

버지니아 울프가 살던 시대에 매년 500파운드가 어느 정도 가치였는지는 모르겠다. 10여년 차 경력의 내가 이백여만원을 벌기 위해서는 하루 최소 여덟 시간 근무와 한두시간의 출퇴근 시간을 들여야 한다. 초과근무를 하지 않는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귀가하면 집안일, 육아.
휴직하는 동안 집안일과 육아 시간 외에는 읽고 쓸 수 있어서 행복했다. 그렇지만 돌아가야지, 맞벌이의 삶으로. 한쪽에게만 부양과 대출상환의 부담을 지우는 건 부당하고 미안하다.
저에게 매년 500파운드의 유산을 물려주실 숙모님 안 계신가요.

100년 전쯤 미래의 우리에게 열심히 쓰라고, 돈을 벌고 자기 방을 마련하고 그 안을 어떻게 꾸밀지 궁리하라고, 세상이 달라질 거라고 말해준 버지니아 울프는 참 똑똑하고 재치있어 보였다. 대부분 옳은 말이고 여성을 향한 부당한 평가와 편견과 그늘과 제약을 제대로 인식하고 지적하고 있었다. 전체적으로 나아진 시대에 사는 듯 보이는데도, 아이가 없고 유산을 받고 글쓰는 일을 직업으로 삼을 수 있는 울프가 왜 부럽냐 나는. 아냐 안 부러워 나도 열심히 쓸 거야. 일기도 쓰고 독후감도 쓸 거야. 픽션도 쓸 거야. 아무말에 못생긴 글이라도 마구마구 쓸 거야.
그러기 위해 시간과 공간을 확보할 방법을 궁리한다. 새벽에 일찌감치 깬 동안 빈 자리를 눈치챈 꼬마가 울며 뛰어나오지 않기를 간절히 빈다. 코로나바이러스가 얼른 사라져서 퇴근 후 한두 시간이라도 카페에 들러 뭐라도 끄적이고 올 수 있길 바란다. 아이들이 얼른 자라나고 나는 얼른 늙어버렸으면 좋겠다. 어른이 된 아이들이 각자의 삶과 사랑을 향해 날아가고 혼자 외롭게 남고 싶다. 막상 그런 날 닥치면 또 징징댈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행복을 누리지 못하는 못난 마음은 그런 먼 미래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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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0-03-29 22: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크 읽으셨군요!!

반유행열반인 2020-03-30 06:45   좋아요 0 | URL
크 다락방님께서 먼저 읽고 독려하셔서 부지런히 좇았습니다!!!

- 2020-04-03 06: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ㅠㅠㅠㅠ 얼른 늙어버리고 싶다...는 말이 참 서글프고 공감되요...

2020-04-03 1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4-03 18: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4-03 19: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4-04 0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4-04 11: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4-05 02: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프로작 네이션 - 우울에 빠진 한 여자의 심리 보고서
엘리자베스 워첼 지음, 김유미 옮김 / 민음인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20200329 엘리자베스 워첼.

The Verve-The Drugs Don‘t Work
https://youtu.be/ToQ0n3itoII

스물 한 살 때 전공 수업 참고문헌 목록에 엘리자베스 워첼의 ‘비치-음탕한 계집’이 포함되어 있었다. 교수가 간단하게 책 소개를 했는데 무척 끌렸다. 겉표지에 발가벗은 저자가 가운데 손가락을 펼치고 속표지는 형광핑크색으로 장식된 그 두꺼운 책을 서점에서 뽑아들었을 때 나는 어쩔 줄 몰라했다. 지름신은 내 등을 자꾸 떠밀었지만 마침 과외알바가 다 짤려서 개털이었다. 결국 밥 몇 끼 굶지, 하고 책을 사서 부지런히 읽고 기말 페이퍼로 그 책 리뷰를 써냈다. 싸이월드를 뒤지니 2004년에 쓴 그 글이 남아있어 읽어보았다. 스물 한 살의 나야 어쩜 이런 걸 다 썼니.

올초 갑자기 생각나서 알라딘 서점에 저자 이름을 쳐봤다. ’프로작 네이션’이라는 책이 이후에 번역되어 나온 걸 알았다. 비치보다 훨씬 전에 쓴, 저자가 겪은 우울증을 다룬 자서전이라고 했다. 당장 사놓고 몇 달 후에 펼쳤다.

서문을 읽다가 이제 50대쯤 되었을 저자가 잘 살고 있나 궁금했다. 구글창에 검색하니 읭. 이 책을 살 무렵이 사망 날짜로 찍혀 있었다. 무심결에 이름 뒤에 자살.을 추가로 붙여 검색했다. 구글은 아니야, 사망원인: 유방암 이라고 알려주었다. 약간 부끄러웠다. 뭘 얼마나 안다고 자살했을 거라고 넘겨짚었을까. 한편으로는 자살하지 않고 사는 날까지 살았구나, 하고 안도했다. 누군가 해냈다면 나도 못할 건 뭐야 싶었다.

‘행복한 가정은 모두 똑같지만, 불행한 가정은 모두 다른 이유에서 불행하다는 톨스토이의 말은 자주 인용된다. 내 생각에는 그의 말은 전적으로 틀렸다. 그는 완전히 반대로 알고 있는 것 같다. 행복은 무한한 다양성을 가지고 있고 행복한 사람들과 행복한 가족은 수많은 방법으로 즐거움을 발견할 수 있다...그러나 불행한 가족이 자신들의 슬픔과 극단적인 감정에 빠져서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탐색하지 못하는 동안, 행복한 가족은 행복하기 위해 많은 일들을 하거나 또 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행복할 때는 할 수 있는 일이 매우 많지만, 슬플 때에는 모든 생각과 감정이 절망으로 마비된 채 가만히 앉아서 불행을 끌어안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불행한 가족은 모두가 똑같다...비정상적인 가정은 술을 마시는 엄마든, 아이들을 때리는 아버지든, 서로 죽일 듯이 미워하는 부모든, 어떤 문제라도 그 골격이 동일하다. 병리적인 현상의 원인에 대한 설명은, 어린 시절에 충분히 사랑을 받지 못했다든지, 또 다른 점에서 방치되었다든지 하는 것들로 항상 동일하다. 불행한 사람이 털어놓는 자신의 불행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다른 모든 사람의 불행한 이야기와 똑같다는 것을 알게된다.’ (342-343쪽)

단정하는 것은 나쁜 버릇이지만 어려서부터 어떤 아이들을 보는 것만으로도 알 수 있었다. 너네 아버지도 술을 많이 마시는구나. 어쩌면 엄마를 때리는지도 모르겠다. 내가 거울 앞에서 볼 수 있던 그늘을 얼굴에 덮고 있는 약간 움츠려든 아이들에게 다가가 그런 생각을 직접 건넬 수는 없었다. 나도 그래. 우리집도 그래. 우리아버지는 알코올중독자인데다가 정신병자야. 그렇게 말할 수 있었다면 나와 그 아이들의 마음이 좀 나아졌을까. 피씨통신동호회에서 만난 아이들과 전날 아버지가 술을 먹고 무슨 만행을 벌였는지(칼을 들고 죽겠다, 죽이겠다 난동을 피웠다, 마당에 드러누워 잠들었다, 가스 호스를 끊으려했다 등) 경쟁하듯 말하곤 했다. 서로를 위로하는 방식이었지만 그 뒤에 나오는 결론은 언제나 우리는 루저야, 하는 패배감과 무력감이었다.

그래서 다정한 아버지와 함께한 여가 시간을 말하는 아이들이 부러웠고, 화목한 가정의 일상을 자연스레 드러내는 걸 보면 거부감마저 들었다. 그런 게 가능해? 가족이란 게 그런 거야? 거짓말 아니야?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엘리자베스 워첼은 부모의 불화와 별거, 이혼을 겪으며 자랐다. 엄마를 기쁘게 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해서 우수한 성적을 유지했지만 엘리의 마음은 어린 나이부터 많은 상처를 받았다. 스스로 우울증에 빠져 있다는 걸 일찍 인지한 듯하지만, 자신의 우울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고 관심을 끌기 위해 너무 오랜 시간을 고통 속에서 보내야 했다. 학교 탈의실에 숨어서 다리를 면도칼로 긋는 자해를 하고, 엄마가 일해야 해서 어쩔 수 없이 맡겨진 유대인 여름캠프에서 약물 과다 복용을 하고 며칠 누워있기만 한다. 하버드에 입학한 뒤에도 자부심을 갖지 못하고 방황한다. 끝없이 사랑을 갈구하지만 버려질 거라는 걱정이 앞서서 연인에게 집착하거나 나쁜 남자와 쉽게 가까워지는 바람에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지 못한다. 코카인, 엑스타시, 술, 일, 많은 것들에 지나치게 빠져든다. 어려운 일에 처하면 금세 울어버리고 주변 사람들에게 엉망으로 대하고 과도한 계획을 세웠다가 제대로 지키지도 못한다. 그런 상태가 악화되다가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원격학습을 한답시고 휴학도 하지 않고 도망치듯 영국으로 떠났다가 황폐해진 정신으로 미국에 돌아온다. 영국에 갔을 때가 제일 바닥일까 싶었는데, 정신과 의사와 상담 직후 약물 과다 복용으로 자살을 시도하는 게 정점이었다. 다행히도 죽지 않았고 그 무렵 개발된 프로작 복용이 효과가 있었다. 자살 시도 이후 살고 싶다는 의지를 회복한 덕에 엘리는 살아남았고, 계속 프로작을 복용했고, 이 책을 썼다. (그리고 비치도 쓰고, 올해 초까지 살아있었다.)

끝없이 자신을 극한 상황까지 몰아가고, 주변 사람들에게 자신을 좀 어떻게 해달라고 울부짖고, 그러면서도 스스로 어떻게 해야할지 갈피를 못 잡고 헤매는 엘리의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고통스러웠다. 아주 똑같다고 할 수는 없지만 비슷한 십 대 이십 대를 겪었기 때문에 더 그랬다. 우울증에 빠진 부모의 불화, 이혼, 사랑의 결핍과 갈망, 자살 충동, 항우울제 복용(프로작은 아니고 나중에 개발되어 효과가 더 좋다던 렉사프로), 자기 혐오, 자기 파괴적 행위들.

힘든 시기에 이 책을 읽었다면 어땠을까. 지나치게 동일시하고 더 우울에 빠졌을 것 같다. 차라리 조금은 나아진 지금 읽는 편이 다행인 것 같다.

이유를 모른 채 잠들지 못하고 울기만 하던 밤들, 고층 창 밖으로 몸을 던지고 싶은 마음과 그러고 싶지 않은 마음이 싸우며 울던 날들(앞으로도 3층 이상은 살지 않기로 다짐했다), 잠든 아기와 빨랫줄에 널린 천기저귀를 번갈아 바라보며 두 사람 목을 조르고 싶은 충동을 참아내던 끔찍한 밤들. 이십대 후반에 6개월 간 복용했던 항우울제는 모든 불면과 우울을 걷어가지는 못했지만 자살충동을 억제하는 데는 효과가 있었다. 이후로 다시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은 없지만 우울과 불면과 자살충동은 잊을 만하면 몰려왔다 겨우 사그라들기를 반복했다.

아직도 가끔 환한 낮에 우두커니 앉아 있을 때, 한밤 중에 잠에서 깨어 어둠 속에 눈을 뜨고 있을 때 불쑥 드는 마음이 있다. 내가 너무 미워서 없애버리고 싶어. 그 때 내 곁에 누운 어리고 나이든 사람들의 잠에 빠진 숨소리가 들린다. 당신, 우리에게 최선은 아니지만 최악도 아니에요. 그러니까 조금 더 곁에 있어줘요, 하는 것 같다.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늘었다. 최소 여섯 개의 눈동자가 나를 바라본다. 그러니까 살아야지.

언젠가 내가 말했다.
내 삶은 열정도 재미도 없어졌어. 그냥 평범해.
곁의 사람이 다정하게 말했다.
그래도 행복해지기로 했잖아.
그 말은 내내 잊히지 않는 위로로 남았다. 무언가 되고 싶지 않은 삶, 위대한 뭔가를 만들어내지 않아도 되는 삶, 그냥 평범하고 조용한 나날. 행복이 뭔지 조금은 알게 되었고 그런 마음을 유지하고 싶다.
그래서 엘리자베스 워첼처럼 스스로가 아닌 다른 이유로 죽는다면 완전히 망한 삶은 아닐 것 같다.

‘나는 나 자신을 하찮은 존재로 생각했고, 세상에 줄 수 있는 게 없다고 생각했으며, 내 존재를 조금이라도 증명할 수 있는 것은 나의 고통뿐이라고 생각했다. 삶에 대해 극도의 민감성을 갖는 것이, 인생을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 두는 무감각한 보통 사람들의 대열에 끼어드는 것보다 훨씬 순수하고 정직한 태도라고 생각했다. 내가 깨닫지 못한 것은, 모든 것을 지나치게 강력하게 느끼면 결국 아무것도 느낄 수 없게 된다는 사실이었다. 모든 일들을 같은 데시벨로 인식하면, 포마이카 개수대 위를 기어가는 바퀴벌레의 죽음이 아빠의 죽음만큼 비극적인 일로 느껴진다. 사실은 밖에 있는 사람들 즉, 감정적인 에너지를 선택적으로 소모하는 사람들이, 감정상의 미묘한 차이를 끊임없이 단조로운 절망으로 대체하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정직하다…나는 엉뚱한 순간에 나의 개인적인 얘기를 마치 남의 일처럼 늘어놓는 괴팍하고, 수다스럽고, 에너지가 넘치는 나의 성향을 내 친구들이 좋아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우울증에서 회복되어 가는 동안, 친구들은 내가 사려 깊지 못하고 도가 지나친 말을 하는 것을 싫어하지는 않았지만, 그런 행동을 나의 어쩔 수 없는 약점으로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들은 나의 그런 점을 좋아했던 것이 아니었다…우울증은 오랜 시간동안 나의 잘못된 부분들을 설명할 수 있는 편리하고도 정직한 도구였고, 그러한 약점은 나의 좋은 면들을 두드러지게 할 수 있는 방편이기도 했다. 화학적인 치료를 받음으로써 그 모든 도구는 사라질 것이다.’ (439-441쪽)

책의 말미에 덧붙은 프로작 처방의 증가에 대한 견해와 커트코베인의 죽음(이 책이 마무리되던 1994년 봄에 그는 권총으로 자살했다)에 관한 소고는 논점이 흐릿하고 책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어울리지 않았다. 프로작이 쉽게 선택된다고 해서 다른 중증 우울증 환자의 고통까지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정도로 읽혔다. 일부는 동의할 수 있는 부분이다. 약은 우울과 불안이 제거된 잔잔한 마음 상태가 어떤 것인지 알게 하는 수단으로 쓰일 때는 도움이 된다. 다만 약이 모든 걸 해결해주지는 못한다. 함께 하는 사람들, 관심, 사랑, 스스로의 가치를 발견하고 더는 자신을 미워하지 않는 법을 배워야만 스스로를 구할 수 있다. 바깥의 사람도, 화학물질도 약간 도울 뿐 나를 완벽한 행복으로 데려갈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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