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흑역사 -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톰 필립스 지음, 홍한결 옮김 / 윌북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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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19 톰 필립스.

부제: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제목만 보고 굉장히 진지한 책일 줄 알았다. 진지한 책이었다. 블랙코미디와 자학개그가 난무하는 시니컬한. 그런데 난 이런 책 왜 좋아할까.

현재까지 발견된 가장 오래된 인류 조상 화석으로 알려진 루시 이야기로 시작한다. 과학자들 분석에 따르면 루시는 아마도 나무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져 죽었다. 알려진 것 중 가장 오래된 인간의 실수이다.

이 책은 오랜 역사를 뒤져 인간이 저지른 다양한 분야에서의 삽질을 나열한다. 사실 여기 나온 것 중 새로운 이야기는 거의 없었다. 대부분 아는 이야기였다. 그런데도 이런 식으로 묶어서 이렇게 인간이 어리석습니다...하는 근거로 삼으니 나름 읽는 재미가 있었다.

나는 나의 멍청함이 반복되는 것을 자책하고 괴로워하는데, 이 책 보는 동안 아주 잠깐 나만 바보가 아니잖아 하고 위로가 될랑말랑하다가 말았다. 흑역사의 대열에 가담하는 게 즐거울리 없잖아. 나도 별 수 없는 인간, 특별할 것도 더 나을 것도 없는 인간, 이라는 걸 인정하면 삶이 쉬워질란가 덜 괴로울란가 모르겠지만 유쾌하지는 않다.

모르겠다. 작가가 말미에 어쩜, 앞으로도 바보짓을 반복하리라는 보장이 없잖아? 하고 여지를 준 것처럼 낙관하고 싶지만. 유구한 바보짓의 역사를 보면 그렇게 밝은 미래를 그리기란 쉽지 않다.

이탈리아 정부가 하도 많이 바뀐다고 괄호치고 니가 책 읽는 시점에 확인해 봐, 하는 부분 웃겼는데, 책에 소개한 사이트
How Many Governments Has Italy Had?
http://howmanygovernmentshasitalyhad.com 에 실제로 66번으로 갱신되어 있다. 이 사이트 저자가 만든 거다...밑에 책 광고 봐...원제: 휴먼, 어 브리프 히스토리 오브 하우 위 뻑크드 잇 올 업. 아 난 역시 영어 원제가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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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밖의 모든 말들
김금희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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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26 김금희.

체스의 모든 것, 너무 한낮의 연애, 경애의 마음, 오직 한 사람의 차지, 센티멘털도 하루 이틀
순으로 차근차근 읽고 나니 요즘 가장 좋아하는 작가는 김금희가 되었다.

예전에 가장 좋아하던 작가인 김애란의 산문집을 보고는 완전 정나미가 떨어져서 망설였는데 그래도 읽고 싶어 샀다. 받은 지 삼 일 만에 다 읽었다.

여전히 내가 요즘 가장 좋아하는 작가.

소설을 읽으며 아이 참 내가 나중에 쓰고 싶은 걸 이렇게 먼저 잘 써 버렸어, 했는데. 어디까지가 겪은 일이고 어디서부터 만든 이야기일까 궁금했는데 산문집이 약간은 답을 해 주었다. 읽다 보면 이거 어디서 읽었던 건데, 하다가 아 그 소설, 나 알아! 이러고 신나할 수 있었다.

이웃들이 리뷰했던 매기스플랜, 시인 에밀리 디킨슨의 삶을 그린 조용한 열정, 윤희에게, 사랑의 블랙홀, 인터스텔라 등 영화에 관한 글이 몇 편 있는데 무지 영화를 보고 싶게 만들었다. 언젠가는.

제발트 소설에 대한 찬양도, 읽기만 해도 소설 엄청 어려울 것 같은데 읽어보고 싶어졌다.

김금희는 제일 잘쓰고 앞으로는 더더더 잘 쓸 것 같아. 소설집이든 장편소설이든 새로 나올 책들이 마구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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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 영 ZERO 零 소설, 향
김사과 지음 / 작가정신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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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18 김사과.

두 번째 보는 김사과 소설.
재미있었다. 주인공이 나쁜 놈이나 미친놈으로보이긴 하는데 정말 그런지 아닌지 헷갈리는 나는 이상할까.
자기애 연극성 성격 장애 그런 건 장애로 진단 안 받아도 누군가는 약간은 가지고 있는 거니까.
남의 불행을 위해 혼신을 다하는 존재가 있다면. 그런데 그런 적이 없다고 단언할 자신이 없다면.
내가 더이상 솔직한 사람이라고 말할 수 없다면. 나도 거짓말을 한다 아니 거짓말을 많이 한다 아니 대부분이 거짓이다 라고 한다면.
그냥 아무것도 없다 빵 하고 끝나기엔 조금 부족하다. 그거도 뭔가 있긴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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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세트] 기생충 각본집 & 스토리보드북 (총2권)
봉준호 지음 / 플레인아카이브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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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15 봉준호.

재미있어서 영화도 두 번봤다. 영상화 되기 이전 머릿속에 떠오른 걸 그려놓고 그걸 다시 영화로 만든 게 신기했다. 스토리보드. 뭔가 구상할 때 이런 식으로 하는 구나. 영화는 볼 때마다 정말 신기하다.
너는 계획이 다 있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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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의 응답 - 우리가 궁금했던 여성 성기의 모든 것
니나 브로크만.엘렌 스퇴켄 달 지음, 김명남 옮김, 윤정원 감수 / 열린책들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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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414 니나 브로크만·엘렌 스퇴켄 달.

아이들이 자라면 권하고 싶은 책 3종 세트 완성.
질의응답+마이 시크릿 닥터+만화로 보는 성의 역사.
내가 십 대일 때 이런 책들을 읽었다면, 아님 십 년 전, 십칠 년 전에만 읽었더라도 조금은 마음 편하게 이십 대를 보냈을 것 같다. 삶 자체가 달라졌을지도.
여성이 겪을 수 있는 과정이란 샅샅이 겪었고 열심히 찾아보고 공부한다고는 했는데도, 성에 대한 책을 때마다 아직도 몰랐던 것들, 여태 궁금한 것들을 알아가는 재미가 있었다. 아직 살 날이 많으니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

이 책은 피임법을 고민하다 검색결과에서 누군가의 서평이나 원문 미리보기로 자주 등장했다. 책쉼터라고 집콕 지원한다면서 전자책 두 권을 무료로 빌려주는 데 마침 이 책이 있어서 신나서 빌렸다.
30년 넘게 살면서 호르몬 피임법을 고려해 본 적이 없는데, 근래 해 볼 걸 다 해 봤다. 정보 수집 열심히 하고 의사 상담도 해봤는데, 의사는 그냥 정석대로 처리하는 편. 내가 궁금했던 것들은 이 책에 다 있었다.

-궁금했던 점1. 피임약 쉼없이 주욱 먹어도 되나.
피임약 작년 말에 처음 처방 받았는데, 휴약기 없이 이어서 먹으면 생리를 안 할 수도 있다고 한다. 그게 몸에 나쁜가? 좋은가? 고민이었는데 이 책도 그렇고 마이시크릿닥터에서도 그렇고 생리를 안 하는 건 문제 없다고 한다.
생리가 뭔지부터 이해해야 한다. 자궁 내막이 에스트로겐 자극을 받아 수정란이 착상 잘 되도록 무럭무럭 두텁게 자라난다. 그런데 배란 이후에도 임신이 안 되면 내막은 쓰잘데 없어져 시무룩 하며 다 떨어져 나와 몸 밖으로 흘러나간다. 이게 생리.
피임약이나 호르몬제의 원리는 배란 자체가 안 되게 한다. 그러니 피임약을 먹다가 주기 끝나고 약 쉬는 동안 출혈이 있는 건 엄밀히 말하면 일반적인 생리가 아니다. 복합 피임제는 소량의 에스트로겐과 배란 억제하는 프로게스테론이 같이 들어 있는데, 어쨌거나 에스트로겐이(약에 든 거랑 우리 몸이 분비하는 게) 있어서 자궁 내막이 조금이나마 자라고, 피임약의 호르몬 제공이 중단되면 그 조금 자란 내막이 떨어져 나온다. 배란 없는 생리, 이거는 소퇴성 출혈이라고 한다. 생리보다는 양도 조금만 나오다 멈추고, 다시 약을 먹으면 배란이 안 되는 효과가 지속된다.
굳이 약을 쉬어가며 소퇴성 출혈 유도하는 건, 저자들 말에 따르면 사람들이 피를 봐야 임신이 아닌 걸 안심해서, 생리 안 하면 불안해하니까, 라고 한다. 그런데 생리 안 한다고 몸에 나쁠 거 없다고 한다. 그니까 원하면 두달이고 세달이고 주욱 피임약 휴약기 없이 먹어도 된다는 (그러면 생리를 안 하고 살 수 있다는!) 게 내가 읽은 책의 저자인 의사(마이시크릿닥터)/의대생(이 책)들의 의견.
그런데 뭐 병원 가서 간호사나 의사랑 상담하면 꼭 7일 휴약하고 다시 먹으라고 한다 ㅋㅋㅋ 이유는 설명 제대로 안 하고 하여간 그러라고 한다.
내가 얻은 정보는 이러하고 판단은 복용자가…

나는 처음 피임약을 먹는거라 의사 말을 듣기로 했다. 야스민이라는 4세대 피임약을 세 달 치 처방 받았다.
이전 세대 오래된 피임약은 처방 없이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고 값도 조금 더 싸다. 야스민이나 야즈는 비교적 최근에 나온 프로게스테론이 들어 있다보니 의사 처방 없이는 살 수 없는 전문의약품이다.
흡연자나 고연령자는 피임약 먹으면 몸 안에 혈전(피떡)이 생겨 혈관 막히고 죽을 수도 있어서 의사랑 다른 병력과 건강 상담하고 먹어야 한다.
암튼 약을 받고, 이전에 없던 부지런한 생활로 세 달 간 꼬박 21일 같은 시간 알람 맞춰 약 먹고, 7일 쉬고, 그렇게 세 번 했다.
장점은 어쨌거나 임신 안 함, 피부 엄청 좋아짐(이전 세대약은 오히려 여드름 폭탄 같은 거 생긴다는 데 이 약은 여드름 치료에도 쓴다고 함), 원래도 일정하던 생리 주기가 복용/휴약주기에 맞춰 칼 같이 딱딱 정해짐, 생리량 줄고 생리통 없어짐, 호르몬 수치가 내내 일정하니 심리적으로도 안정되는 기분(우울증 병력 있는데 감정적 기복 같은 게 복용 중엔 사라짐).
단점은 세 달 치 처방+약값이 7만원 넘었다...알람 맞추고 성실하게 먹어서 피임효과가 유지된 거지, 이런 저런 사정으로 시간 넘기고 복약 까먹는 사람은 불안에 떨어야 한다고 한다. 근데 약 챙겨먹는 거 상당히 귀찮음.

-궁금했던 점2. 임플라논, 좋으냐.
세 달 호르몬을 써 보니 할 만 하겠다 싶었다. 이번에는 피하지방에 심는 임플라논을 하기로 했다. 열심히 검색을 하고 병원에 갔다. 가기 전에 병원에 전화해보니 임플라논 시술을 원하면 다음 생리 시작하고 삼일 째에 오라고 했다. 아마 임신이나 배란 확실히 안 되었을 때 오라는 거였겠지만 나는 이미 피임약 먹고 있는 걸? 그래도 그 때 오라고 해서 약을 다 먹고, 휴약기에 출혈이 삼 일쯤 있을 때 병원에 갔다. 설명 간단하게 하고, 잘 안 쓰는 쪽 윗팔뚝에 마취주사 놓고, 얇은 면봉이나 성냥개비 같은 막대기 주사기로 쑤욱 넣고 반창고 붙이고 끝.
임플라논은 그렇게 삼 년 간 팔뚝 안에 고정된 채 매일 소량의 프로게스테론을 뿜뿜한다. 그 덕에 배란이 되지 않고, 임신도 되지 않는다.
이 책에서는 가장 높은 피임 확률을 가진 방법으로 임플라논을 꼽는다. 1등이라니, 괜히 뿌듯하군. 그 다음으로 자궁내 호르몬 장치(미레나 카일리나 등등)를 꼽는다.
임플라논 피임 면에서는 짱짱이지만 부작용을 겪는 사람도 많은 듯 하다. 일단 에스트로겐 없이 프로게스테론만 사용하다보니 생리주기가 일정치 않게 된다고 한다. 엄밀히 말하면 배란 없으니 일반 생리는 아니고, 어느 순간 조금씩 자라던 내막이 팡 떨어져 나오면서 아무 때나 피가 나온다. 피임약 먹다 쉬고 하면서 호르몬 공급 중단되서 나오는게 소퇴성 출혈이라면, 내막이 지맘대로 조금씩 자라다 팡 하면 파탄성 출혈이라고 한다. 약 먹을 때는 약을 쉬는 걸로 주기 조절이 되지만 몸에 뭐 심는 거는 조절이 안 된다.
자궁내 장치는 대부분 생리 자체가 없어지는데, 임플라논은 그렇지는 않은 듯. 아주 일부는 운이 좋아 무월경의 축복을 받지만, 나는 아니었어…
시술 한 달 되자마자 시작된 출혈이 일반 생리기간보다 오래 간다. 재수 없으면 몇달 혹은 1년 2년 동안 내내 출혈이 있다는 경험담...을 인터넷으로 접했다...망한 건가.
그래도 배란 후의 생리에 비해 양 매우 적음. 배 안 아픔. 생리대는 안 써도 팬티라이너 정도는 써야 함. 그 정도이다. 아 하여간 재수 없는 경우가 아니면 좋겠다. 이러다 말면 좋겠어.
하여간 편하고 피임효과 짱짱이라 자녀가 이성교제 시작했다고 하면 바로 넣어주고 싶다 임플라논...본인이 원한다면 말이다...일찍 애 낳고 싶다면 뭐 안 말린다...대신 나한테 애 봐달라고 하지 마라...비정한 모정…

위에 주절거리고 쓸 만큼 이 책은 피임법 만큼은 엄청 친절하게 시간과 분량을 할애해서 자세하게 설명해 놓았다. 그만큼 중요한 일이다 피임이란. 십 년 전의 나야 그걸 간과했다니 유감이면서도 다행이다. (일찍 계획 없이 애 엄마가 된 자의 자아분열)

그외에도 성기의 구조와 기능에 대한 궁금증, 사용법(!), 월경, 성매개 또는 성매개병이 아닌 생식기 질환, 유산, 임신 중단, 온갖 주제에 대해 간략하게라도 짚고 넘어간다.
헤르페스 걸리면 어떡해...헤르페스 걸린 사람이랑 뽀뽀한 사람이 나한테 옮기면 어떡해...했는데 생각보다 위험한 병 아니라고, 누구나 걸릴 수 있으면 아무 것도 아니라고 엄청 오래 개 쿨하게 설명해서 내 편견과 무지와 혐오를 반성했다.

내 몸에 대해 아는 건 더 나은 선택을 하고 나은 삶을 살고 불행을 줄이기 위해서 너무도 중요한 일이다. 그러니 살아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든 한 번쯤 읽기를 권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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