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우리는 서로를 구할 수 있을까 - 결혼 페미니즘프레임 3
정지민 지음 / 낮은산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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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4 정지민.

제목과 차례를 보고 마음에 들어서 빌렸다.
우리는 서로를 구할 수 있을까? 나도 그게 궁금해.
폭력
재정 계획
자유와 평등
성차
한남
시가
출산과 육아
폴리아모리
비혼 시대
경멸
불륜
함께 살기
차례만 봐도 무슨 이야기 할 지 궁금하다!!

큰 기대 없었는데 저자의 글쓰기가 마음에 들었다. 하고자하는 말을 뚜렷하게 잘한다. 밑줄 벅벅 긋고 싶은 말도 많이 한다.
결혼과 페미니즘을 양립하려는 시도, 저자는 나보다 조금 더 젊고 출산과 육아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지만, 결혼 제도와 관계와 가부장제와 평등에 대한 사유는 깊고도 넓었다. 스스로를 가부장적이고 한남이라고 탓해본 경험, 시가나 남편이 완전 폭망한 상대는 아니라 불행하지 않다는 점, 이성애자로 남성에 대한 동경이 있었고(반대편엔 자기혐오와 맞물린 여성혐오가 있고) 결혼을 받아들인 점에서 뭔가 어떤 흐름에 거스르는 죄책감을 동반한다는 것까지 입장이나 생각에 공통점이 많아서 공감된 부분도 많은 것 같다.

고집과 독선과 집착과 불안과 몸과 마음의 병과 미안해하기 위해 온갖 미안한 짓을 저지르는 나에게 마냥 괜찮아, 너 하고싶은대로 다해, 하며 위로하고 참아주는 사람과 산다. 그 사람이 자란 환경도 나 못지 않게 불행했는데, 한 번도 누굴 때려 본 적 없고 부모에게 맞거나 욕먹은 적 없이 자라나 어린아이에게 마냥 다정하고 너그럽다. 시가 어른들도 다 비슷하게 착하고 나는 명절이나 행사에 방문하면 손님 마냥 먹고 놀고 쉬다 (아주 가끔 미안해서 설거지 한 끼 정도만 하고) 돌아온다. 반면 내 부모나 조부모는 아이를 때리고 욕도 하는 가풍을 보여주셨지… 부디 나의 자손들은 더 훌륭한 쪽의 영향을 더 받기를…
여자, 남자를 대하는 잘못된 방식이 구조화된 것도 문제지만 인간에 대한 예의와 존중의 문제인 것도 같다. 가부장제의 롤모델을 보여줄 아버지가 일찌감치 도망쳐버려서 그런 영향 없이 엄마와 누나의 다정한 보살핌만 보고 자란 남자는 오히려 아빠보다 엄마같고, 누구처럼 도망치지 않고 책임지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며 좋은 사람이 되었다. 나도 그런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데 자꾸 마음과 다르게 못된 가부장이 된다. 이건 구조와의 싸움인 동시에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제도와 관계와 차별과 불평등에 관해 미리 사유한 사람들의 글을 많이 읽고 스스로도 많이 고민하고 반성해야겠다. 사람 쉽게 변하지 않고 고쳐쓰는 거 아니라고도 하지만, 나는 나를 고쳐쓸 수 있으면 좋겠다. 뚝딱뚝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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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0-06-24 2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좋은 마무리_ 나도 같이 읽으면서 뚝딱뚝딱

반유행열반인 2020-06-24 20:13   좋아요 0 | URL
뚝딱뚝딱 자가수리 두잇마이쎌프
 
뇌가 지어낸 모든 세계 - 상처 입은 뇌가 세상을 보는 법
엘리에저 J. 스턴버그 지음, 조성숙 옮김 / 다산사이언스(다산북스) / 201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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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20200620 엘리에저 스턴버그.
이 책의 영어 제목은 NeuroLogic이다. 제목이 ‘신경논리(학)’하고 붙어 있었으면 내가 이 책을 봤겠어. 알라딘 전자도서관에서 제목만 보고 2월부터 줄을 섰는데 여태 기회가 안 왔다. 그러다가 자치구 전자도서관에 신간으로 입고가 딱 되서 예약해서 금세 받았다. 그런데 이번 주중에는 너무 바빴다. 책 볼 틈도 없었다. 반납일이 다 되어서 토요일 자정 가까이까지 부지런히 읽었다. 
영어 원제랑 동떨어지는 낚시성 제목들도 많은데, ‘뇌가 지어낸 모든 세계’는 책의 내용을 제법 적절하게 담으면서 나를 꼬실 정도로 잘 지은 한국어 제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조금 어렵기도 하지만 무척 흥미로운 주제와 사례를 담고 있어서 여유를 가지고 볼 수 있었으면 좋았겠다 싶었다. 나중에 다시 사서 보고 싶다.

우리가 인식하고 감각하는 세상이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뇌의 가공을 거친 결과라는 것은 올리버 색스의 ‘환각’, 최낙언의 ‘감각 환각 착각’에서 알게 되었다. 이미 올리버 색스의 책들에서 만난 병례들이 자주 등장해 반가웠다. 

책의 앞쪽에 뇌지도 그림이 제시된 게 좋았다. 원작 부록에 있던 그림이라고 하는데 전문가가 아닌 독자를 위한 세심한 배려로 느껴졌다. 물론 늘 찾아보는 건 아니지만, 수시로 나오는 이마엽, 이마앞엽겉질 정도는 어디에 있나 시각적으로 보는 게 도움이 되었다. 

챕터별로 질문을 던지며 뇌 일부 기능이 손상되거나 정상 작동하지 않는 독특한 사례를 제시하고 질문에 대한 답을 뒷받침할 만한 연구 결과를 정리한다. 저자가 의사로서 진찰한 사례와 환자와 나눈 대화는 더욱 생생하게 읽혔다.

 
1장 | 시각장애인은 꿈속에서 무엇을 보는가?
지각, 꿈, 외부세계의 창조
꿈을 예언, 예지 같은 신비로운 능력으로 보던 시대도 있었다. 과학이 발달하면서 꿈은 그 꿈을 꾸는 사람의 경험과 생각이 섞여 만들어진 산출물인 걸 알게 되었다.(이 책에서도 한 번 더 설명해준다.)
혀 차는 소리를 내서 주변에 일으키는 반향으로 공간을 인식하는 시각장애인의 이야기가 신기했다. 저자가 박쥐의 반향정위와 비교하기도 했다. 다양한 감각은 서로 교차하고 영향을 주는 지점이 있다고 한다. 시각장애인들이 이러한 교차점과 다른 감각을 동원해 시각의 부재를 보완하는 동안 (예를 들면 츳츳 소리를 내고 들을 때) 시각정보를 처리할 때 활성화되는 뇌 부분이 작동한다고 한다. 
꿈에 관해서는, 일곱 살 이후 후천적으로 시각을 잃은 사람은 이전 시각 기억으로 정상 시력을 가진 사람들처럼 보는 꿈을 꿀 수 있지만 진짜 시각 이미지를 경험해 본 적 없는 선천적인 시각 장애인의 꿈은 다소 다르다는 게 (뭔가 보는 듯 하더라도 반향정위를 인식하는 것과 유사할 것이라는 게)저자의 주장이다. 

2장 | 좀비도 차를 몰고 출퇴근할 수 있는가?
습관, 자기통제, 자동행동
의식적으로 집중하지 않고 운전하면서 다른 일까지 하는 사례를 들고 있는데, 나는 면허가 없으므로 비슷한 자동행동으로 설거지를 생각했다.
식사 후 조금 있다가 설거지통을 보면 말끔하게 비어있다. 신난다-누가 설거지를 했어! 응 그게 나야… 나는 내가 설거지한 것을 기억하지 못할 때가 많다. 무아의 상태로 뭘하고 있는지도 모른 채로 딴 생각을 하거나 명상하듯 알파파를 뿜어대며 거품 묻은 수세미로 그릇을 문지르고 흐르는 물에 헹궈서 정리대에 차곡차곡 쌓는다. 
저자는 이런 행동이 습관 체계가 형성되고 무의식을 통해 일이 처리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무의식적 행동을 하는 동안 의식을 집중하는 다른 행동과 멀티태스킹도 가능하다고 한다. 
케네스 파크스가 몽유병으로 의심되는 상태에서 장인 장모를 살해한 사건은 정말 끔찍했다. 가끔 두려워하는 일들이 있다. 내가 무슨 일을 저지르는지도 모르고 나쁜 일을 벌이는 상상을 했다. 졸피뎀계 수면제를 먹고 저녁 내 있었던 일을 다 잊어버린 경험이 있어서 그랬던 것 같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이 자유의지에 기반하는 게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 사람들이 심신미약을 주장하는 범죄자를 엄청 미워하지만, 의지 밖 의식 밖 행동의 가능성도 염두에 둘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와 범죄자 마인드…)

3장 | 상상만으로도 운동 실력이 좋아질 수 있는가?
운동 통제, 학습, 심상 시뮬레이션의 힘
거울뉴런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실제 운동도 안 하다보니 내가 아무리 심상 훈련을 해 봤자 근육이 저절로 생기는 일은 없겠지만 ㅋㅋ그래도 이미지트레이닝이 효과가 있다는 연구결과는 놀라웠다. 
유령통증이라고 들었던, 절단 환자의 부재한 신체에서 느껴지는 통증과 가려움의 이야기가 여기에서도 나왔다. 부재한 신체 대신 거울로 반대편 몸을 비추고 허공에 다리가 있는 양 긁어서 증상을 완화시키는 방법도 신기했다. 우리 뇌의 상상력과 모방, 공감능력은 때때로 거추장스럽기도 하다...

4장 |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기억할 수 있을까?
기억, 감정, 자기중심적인 뇌
남들이 보기에는 거짓말이지만 본인은 거짓말인지도 모르고 하는 말짓기증이 인상 깊었다. 완결성 있는 이야기를 요구하는 우리의 뇌는 무엇이든 가져다 붙여서라도 부재와 의문을 해소하려고 한다.
수많은 이야기들도 그런 경향이 만들어낸 결과물 같다. 영화 라쇼몽도 생각났다. 모든 해석은 결국 자기중심성을 벗어날 수 없고 나 또한 나에게 유리한 진실만 말하고 적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기억과 기록의 취약성. 진실이라는 게 가능한지도 모르겠고. 그런데도 그거 붙들고  뭔가를 알아내겠다고 기를 쓰는 사람의 마음이란. 
그나마도 기억을 뒷받침할 글도 사진도 사람도 물건도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면, 그래서 모든 게 쉽게 잊혀진다면, 일어났던 일조차 없던 일이 될 수 있을까. 

5장 | 왜 사람들은 외계인 납치설을 믿는가?
초자연적 경험담과 기이한 믿음이 생겨나는 이유
수면마비, 뇌 혈류의 일시적 차단으로 보는 환각 등을 사람들이 스스로 납득할 만한, 문화권에서 공유되는 초자연적 현상을 통해 설명하려는 시도들이 등장했다. 외계인 납치설은 미국인들의 공유 장르라는 사실도...알게 되었다. 
같은 수업 듣는 분이 쓴 소설 중에 과거 학대 경험으로 인해 해리성 장애-기억을 잃고 야간에 시력이 저하되는 이야기가 있었다. 그런 경험을 한 화자는 천사를 만나서 시각에 문제가 생겼다고 생각하며 초자연 현상 동호회에서 실마리를 찾으려고 시도한다. 이 책을 보고 그런 상상력을 발휘하신 걸까, 아니라면 이 책을 보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6장 | 조현병 환자에게 환청이 들리는 이유는?
언어, 환각, 자아/비자아의 구분
조현병에 대한 이 챕터는 특히나 관심있게 읽었다. 아빠가 25년 전에 조현병 발작을 해서 망상적 사고를 보이다 입원하는 모습을 지켜본 경험이 있었고, 그 이야기를 지난 주 과제로 써 냈다. 다 쓴 후에 이 책을 읽긴 했지만, 조현병 환자가 듣는 환청, 자기 의지가 아닌데 남에 의해 생각이 심어졌다고 생각하는 등의 증상의 이유를 짚어낸 부분이 뭔가 크게 도움이 됐다. 혼잣말을 타인의 목소리로 지각하는 일, 자기가 한 생각조차 자기 생각이라고 인식하지 못하게 되면서 환청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런 현상을 전기물고기가 자기가 곧 전기신호를 내보낼 것이다-하고 의식한 뒤 전기신호를 방출하는 식으로 다른 동물의 신호와 자기가 내보낸 신호를 구분하는 수반 방출계라는 기능에 연결지어 설명한다. 
내가 나라는 감각, 나와 남을 구분하는 감각, 나의 말 나의 생각과 남의 말 남의 생각을 구분하는 일조차 당연한 게 아니고 그게 뒤틀리고 어그러질 수도 있다는 사실이 섬뜩했다. 

7장 | 최면 살인은 가능한가?
주의집중, 영향, 잠재의식 메시지의 힘
저자는 직접 영향을 주려고 시도하는 최면의 힘은 강하다고 보지만, 서브리미널이니 하면서 몰래 심어놓는 메시지의 영향은 크게 보지 않는다. 오히려 광고가 구매를 촉진하는 부분은 잠재의식을 건드리는 것보다 대놓고 최면 걸듯 세뇌하는 쪽이 더 강력할 수도 있다는...정말 그런지는 모르겠다. 파이트클럽에서 영화 필름 사이마다 타일러 더든이 포르노 장면 끼워넣던 생각이 난다. ㅋㅋㅋ 은근하게 던지던 말들이 나에게 어떤 감정과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데 영향을 끼쳤다고 (기분 나쁘지 않게) 투덜거리던 날들도. 
정신적 손상 없이 정상 사고가 가능한 사람에게 최면을 걸어 살인을 유도하는 일은 가능하지 않다는 게 저자의 주장. 최면이 가능한 것은 맞지만, 살인 급의 강력하고 파괴적인 명령을 받으면 최면을 통해 강력한 집중력을 가졌던 사람조차 의식적으로 되돌아보고 억제하게 될 것이라고. 
그러니까 최면이라는 것도 어느 정도의 자기 암시가 작동한 결과일 수 있다. 레드썬.

8장 | 다중인격은 똑같은 안경을 공유하지 못한다?
인격, 트라우마, 자기방어
서로를 인식하지 못하는 여러 자아를 가지고 심지어 그 자아들의 시력조차 다른 사람의 사례가 등장한다.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던 학대의 경험. 되게 슬픈 이야기였다.
다중인격에 관한 건 주로 영화에서 독특한 인물과 그로 인한 사건을 다룰 때 등장한다. 뇌와 인식에 대한 이야기는 결국 자아란 무엇일까, 나라는 존재는 어떻게 구성되는가, 자아는 뇌의 어느 부분에 있을까 하는 의문에 닿아 있었다. (저자 말대로라면 어느 부분이 아니라 뇌 도처에 있고 뇌가 작용하고 기능하는 동안 만들어지고 변하는 게 자아이고 정체성인 듯…)
정체성을 유지하는 일이 우리의 생존에 더 유리했기 때문에 무의식은 그 정체성을 위협하고 구멍이 나는 부분을 메우려고 나름의 방식을 만들어 왔고, 그런 기능들이 우리가 일상적으로 하는 사고와 인식부터, 일상이 깨어지고 망가져서 원래 하던대로 사고와 인식을 하기 어려울 때 그 틈을 메꾸는 방법에까지 영향을 주었다는 주장이 흥미로웠다. 와 다 흥미롭대. 그런데 진짜 읽고 있으면 다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연구결과가 가지는 설명력, 이런 사실을 알게 된 과정조차 대단해 보였다. 

뇌에 대해 알아가는 건 나라는 개체, 인간이라는 종, 사회라는 그물, 거기에서 생겨나는 이야기에 대해 이해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준다. 그래서 앞으로도 열심히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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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심신단련 - 이슬아 산문집
이슬아 지음 / 헤엄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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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7 이슬아.

이슬아의 책은 처음 읽는다. 이웃이 인용한 짧은 글만 보다가 전자도서관에 올라왔길래 빌렸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작가가 출판사를 시작하며 분투하는 사연은 알고 있었다. 기억을 짜냈더니 그 무렵 자주 회자되는 걸 보면서 작가 SNS에 들어가서 트럭으로 책을 나르고, 계단을 오르고, 뭐 그런 사연을 찾아본 적이 있었다.
에세이는 잘 안 읽던 사람인데, 그래도 어쩌다보니 전보다는 자주 본다. 누군가의 일상과 삶을 코앞에서 들여다보는 기분이 들 때도 있고, 내가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하나, 이걸 왜 보나 싶을 때도 있다. 그런 책과 글이라도 한 줄 이상은 건질 게 있으니, 배울 만한 삶의 태도 같은 게 있으니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은 보려 한다.
이 책에서 건진 점은, 글로 먹고 사는 노동자의 삶, 독립 1인 출판사 대표의 생활, 연애든 우정이든 가족관계든 거기에서 뭔가를 배우고 느끼고 감사할 줄 아는 삶, 사이좋게 사는구나, 자존감이 높구나, 뭐 그런 감상 등등.
전자책 맨 뒷장 책 정보는 작가가 낸 서평집 정보가 잘못 들어가 있었다. 알고 있나요...

-에필로그에서 밑줄.
‘우리는 서로를 놓치고 나서도 서로에게서 배운 용기를 가지고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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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렌드 수국 - 200g, 핸드드립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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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어제 오후에 이 커피가 배달되었는데, 이미 해도 저물고 두 잔의 커피를 마신 뒤라 아껴두었다.
아침에 냉동크림파이 신제품 나온 걸 에어후라이에 돌렸는데 맛있었다. 와, 막 크림 들어있어. 해동 안 해도 되고. 대기업의 기술력인가. 그 동안 쓰던 냉동생지는 녹이고 발효시키느라 오래 방치했어야 하는데 편했다. 냉동인 채로 돌려도 바삭바삭바삭한 겹겹이 막 살아나고...
갑자기 왜 파이 홍보냐...대기업 첩자 아님... 단점은 가격이 비싸다. 몇 개 안 들었다. 

블렌드 수국을 드립해서 파이와 함께 마셨다. 원두가 내가 좋아하는 과테말라와 온두라스가 섞여 있어서 기대가 되었다. 아직 자기만의 방도 조금 남았고 마트에서 사온 콜럼비아 원두도 남았는데 또 개봉해버렸다. 요즘은 몸과 마음이 바빠서 평일에는 드립 내릴 엄두를 못 낸다. 
커피 봉투 열었을 때 냄새는 내가 좋아하는 냄새인데 내릴 때는 별 향이 안 났다. 마실 때도 향이 진한 커피는 아니다.
맛은 신맛이 산뜻하고 깔끔하다. 다 마시고 나면 근데 왜 입 안이 화-한 느낌이지. 에전에도 알라딘 커피 중에 그런 거 있던 거 같다. 페퍼민트차 같이 화 한 뒷맛. 깔끔하고 나쁘지 않다. 여름에 어울려서 한 번 마셔볼 만 했다. 다음부터는 다시 싱글 원두....(아님 또 신상 블렌딩 나오면 낚여서 사겠지...)

수국은 꽃이 파래서 신기하다. 파란 꽃 하면 예전에 스머프 시리즈에서 스머페티가 파란 장미를 가지고 싶어 흰 장미에 자기 피부색을 쏟는 마법을 (가가멜한테였나) 위탁했다가 스머페티의 피부가 하얘지고 벌이 꼬여서 고생하는 에피소드가 생각난다. 흰 수국도 있지. 
수국 수국 자꾸 국수가 먹고 싶어지는 이름이다. 그런데 수국은 독이 있어서 못 먹는다고 한다. 독 있는 꽃 이름을 커피에 붙인 건 특이하다.
수국 수국 수국 누가 수근대는 거 같고 설국 짝퉁 물 속의 나라 같고 막 뒤에다 꼴통 붙여줘야 될 것 같고 수고한 사람한테 한 잔 내려줘야 할 거 같고 그런데 집에 드립커피 마시는 사람은 나 밖에 없으니 수고한/할 나놈한테나 내려 먹여야겠다. 

+조금 전에 한 잔 더 진하게 내려 마셔보고 알게된 것
-물 많이 넣고 연하게 +식으면 산미 강함
-물 조금 넣고 진하면 신맛 덜하고 카라멜?카카오?암튼 단맛이 강하게 남
취향대로 드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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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쟁이 2020-06-14 12:0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국은 원래 흰색인데 땅의 질에 따라서 꽃색깔이 변한대요. 땅이 산성이면 파란색, 알칼리면 붉은색. 신기하죠. 유기농 리트머스꽃인듯.
얼마전에 읽은 나무 이름사전에서본 수국은 수구화라는 한자어에서 나온 이름인데, 수놓을 수. 공 구. 비단에 수놓은 것처럼 아름다운 둥근 꽃. 뭐 이런 뜻.
그래도 국수는 먹고싶네요. ^____^

반유행열반인 2020-06-14 12:10   좋아요 0 | URL
우와아 무님 덕에 많이 배우네요. 그래서 꽃 주변에 명반 묻는다고 하는 거였군요. 수구화에 받침 ㄱ은 어디서 가져왔을까요. 제 이름 끝글자 받침 필요하면 가져가라고 할래요. 수국 ㄱ 너 가져 난 하나 더 있어 하고ㅎㅎㅎ
 
[전자책] 온 마음을 다해 디저트 - 대단할 것 없지만, 위로가 되는 맛
김보통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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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13 김보통.

간밤 꿈에 반가운 목소리로 걸려온 전화에 나는 꿈속에서 조차 현실에서 하던 짓거리를 하고 있었다. 시간을 헤아리고, 현실에서 무슨 일이 있는지 상대에게 일깨워주었다. 그랬던가, 하는 허탈한 목소리를 들으며 나도 이게 꿈이구나, 했다.
마음이 쓰고 그런데 뭘 먹는다고 풀리는 사람도 아니고 책이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날들이니 제목만 보고 달달한 거 골라 읽었다.
저자가 누군지도 몰랐다. 만화가인 줄도 몰랐네. 그런데 겸손한 거 치고 그림도 잘 그리고 글도 잘 썼다. 내가 못 가 본 나라에도 많이 다녀왔다. 맛있는 디저트를 찾아 먹고 만들 줄도 알고 디저트를 소재로 칼럼도 잔뜩 써서 이 책을 냈다. 그냥저냥 좋은 말들이 많았다.

아침에는 스콘을 구워 드립커피랑 먹었다. 이것도 디저트인가. 마지막 마카롱을 사러간지 20일이 넘었다. 봄에는 단 과자에 재난지원금 아동돌봄수당 전부 탕진하며 다녔는데 살만 찌고 단맛에 질려 당분간은 쳐다보기 싫다. 지난 주에는 가족의 생일이라 치즈케익을 사다 다같이 나누어 먹었다. 이번주 가족이 회사에서 받아온 벌꿀 카스테라는 애기들이 너무 좋아해서 난 딱 반 조각 밖에 먹지 못했다. 휴가 끝나고 출근하면서 크로아상 구운지도 오래다. 오랜만에 출근해서 이틀 간은 커피 한 잔 조차 타 먹지 못할 정도로 바빴다. 그렇게 정신 없이 일하고, 수업을 들으러 가고, 그런 사이에 순식간에 이런저런 일이 정신도 못 차리는 틈에 일어나고
맞이한 주말은 보통 주말과 하나도 다른 게 없었다. 떡볶이를 만들어서 가족들을 먹였다. 오후에 디카페인 커피에 하겐다즈 카라멜 크륌브륄레 모찌??여하튼 비싼 아이스크림을 퐁당 빠뜨려 마셨다. 단맛이 주는 위로는 아주아주 짧지만 없는 것보다는 나았다.

-밑줄 긋기
베이글
“무기력은 사라지지 않는 것 같아요”라고 대답했다. 상대는 웃었다. 안도의 웃음일 수도 있고, 허탈한 웃음일 수도 있다. 왠지 너무 성의 없는 것 같아 덧붙였다.

  “그럴 때마다 저는 작은 성취를 이루는 것을 반복합니다”라고 답했다. 예를 들면 베이글을 만드는 것처럼.

다시 말하지만, 무기력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당연히 한 방에 이 괴로운 감정을 잊게 해줄 해결책도 쉽게 얻을 수 없다. 그럼에도 당장의 무기력이 너무나 크게 느껴지는 탓에 반전을 바라며 더 크고 강한 성취를 원한다. 하지만 큰 성취는 그만큼 성공 확률이 낮아 많은 경우 더 크고 강한 실패로 이어질 수 있다. 그리고 결국엔 헤어 나올 수 없는 깊은 무기력에 빠져 자신을 스스로 ‘뭣도 못하는 인간’으로 여기는 지경이 되는 것이겠지.
   
  그러니 베이글을 만들어 보시길. 삐뚤빼뚤 꽃을 그려보고, 턱없이 짧은 목도리를 짜보시길. 놀이터 철봉에 매달리고, 색종이로 거북이를 접어 보시길. 작은 성공의 연속에서 성장을 확신하시길. 사소한 실패를 겪으며 좌절에 둔감해지시길. 별것 없는 성취를 반복하며 승리를 체험하시길. 그런 나날이 쌓이고 쌓이다 보면 무기력을 등에 지고 살아갈 수 있는 어떤 신념이 생길지 모르니.

티라미수
티라미수는 이탈리아어로 ‘나를 끌어올린다’는 말로, 의역하자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뜻이다. 그때는 어원 같은 것은 몰랐으나, 그때의 티라미수는 여러 의미로 나를 구원해주었다. 솔직히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첫 미사보다도 더 감동적인 맛이었다.

아마레티
“하지만 우리가 망하는 건, 망할 수밖에 없는 현실 때문이지 우리 탓이 아니에요. 미디어에는 성공한 사람들이 나와 싱글싱글 웃으며 노력해서 성공했다 말하지만 마이크를 쥐여줘야 하는 건, 망한 사람들, 실패한 사람들이에요. 정말 망한 건, 평범한 노력으로는 살기 힘든 우리 사회예요.”

“여러분. 우리 아무렇게나 살아, 아무거나 됩시다. 

바클라바
번잡스러운 인파 사이로 커플의 뒷모습이 보였다. 이상하지. 막상 나는 성희롱 당하고, 설거지하고, 빈 병이나 팔면서 여행했지만 다른 여행자들을 만날 때면 좋은 기억만 가졌으면 했다. 슬픈 일 없이, 아프지 않고 돌아가길 바랐다.

도넛
중요한 건 선택에 책임을 지는 것이다. 내가 선택하지 않은 것을 아쉬워하거나, 선택한 것의 결과를 미리 짐작하는 것은 아무런 의미가 없다. 이는 도넛을 고르는 것과 마찬가지다. 저마다 다른 맛의 도넛일 뿐, 어떤 맛이 더 우월한가를 따지는 것은 쓸데없다.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섭취한 칼로리만큼 살아내면 된다. 다소 고통스럽겠지만 도넛이라는 게 원래 그렇다.

당근케이크
케이크에 당근을 넣다니. 누가 그런 악의적 발상을 한 것일까. 아마 처음으로 해삼을 먹어봐야겠다고 생각한 사람과 동료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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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식쟁이 2020-06-14 12: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익힌 당근 골라내는 사람인데. 당근케잌에 들어간 당근은 조아해요. 해삼을 좋아해서 그론가..

반유행열반인 2020-06-14 12:19   좋아요 0 | URL
저도 당근케익 좋아요 ㅎㅎㅎ해삼은 그냥저냥...익힌 당근 골라내신다니 왜 귀여워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