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 - 제20회 문학동네작가상 수상작
장강명 지음 / 문학동네 / 201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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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13 장강명.

2년 만에 다시 읽은 책이다. 누군가에게 선물하기 전에 어여 읽어야지, 하고 읽는 마음이 전에도 몇 번 있었다. 당신이 읽은 책을 내가 읽고, 내가 읽은 책을 당신이 읽으면, 우리는 조금 더 서로를 잘 알게 되지 않을까요. 순진한 생각인 걸 이제는 알지만 그래도, 좋잖아요.

이 장편소설은 장강명이 쓴 소설 중에 제일 예쁘게 쓰여진 작품이다. 나 이런 것도 쓸 줄 알거든, 하고 작정하고 쓴 느낌이다. 이 소설로 장강명은 문학동네작가상을 탔다.
남자아이, 여자아이, 아주머니가 나오는데, 셋 다 나인 것만 같아서 슬펐다. 남자아이는 아주머니 아들인 영훈이를 죽이고 교도소와 정신병원을 거쳐 사회로 나온다. 그리고 여자아이를 만나 얼마간 사랑한다. 여자아이는 불행한 가족관계의 기억을 안고 살아간다. 아주머니는 집요하게 남자아이를 쫓아다니며 훼방을 놓는다. 남자아이는 글을 쓰는 사람으로 살아가지만, 다음에 어떤 장면이 올지 이미 알고 있다. 그래서 그런가 덤덤하게 많은 것을 그러려니 하고 받아들인다.
한강 주변 현수동이라는 가상의 공간이 장강명 소설에서 반복되어 나온다. 남자아이는 현수동이야기 라는 지역 탐방 책을 쓰면서 그 지역에 켜켜이 쌓인 과거를 본다. 우주알이 몸 안으로 들어온 덕에 뒤틀린 시공간을 그믐달을 타고 넘나들 수 있다. 순서를 알 수 없게 뒤죽박죽 되어버린 소설, 영화 인터스텔라 속 뒤틀린 시공간, 수많은 가능성과 엇갈림을 헤치고 여자아이를 만나러 온 남자아이, 일부러 틈을 만들어 덜 고통스러운 끝을 찾아가는 남자아이. 과거에 매몰되어 모두를 불행하게 만드는 아주머니. 흠 지금 내 모습은 아주머니랑 제일 비슷하다. 불쌍한데 추해. 이제 안 그럴게.

+밑줄 긋기
-운동장이 쓸쓸했다. 두 아이를 제외하고는 아무도 없었다. 운동장은 그 학교에서 가장 표정이 풍부하고 가장 인간적인 존재였다. 살아 있는 학생들보다 더. 학생들은 학교에 있을 때에는 인간이라기보다는 개미나 벌을 더 닮았다. 교사들은 지친 로봇 같았다. 운동장은 재래시장의 늙은 상인처럼 무덤덤한 얼굴로 대낮을 견디다 하교시간 즈음해서 제 혈색을 되찾았다. 운동장의 성별은 아마 남성인 것 같았다. 수업을 마친 남자아이들이 축구를 할 때 즐거워했으니까. 운동장은 신화적인 존재이기도 했다. 해 질 무렵부터 슬슬 마력을 뿜어내기 시작해 밤이 되면 귀기를 몸에 둘렀다. 그러다 아침이 되면 다시 사소하고 조잡한 일상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생각해봐. 그 아버지와 딸은 서로 못 본 채로 수십 년을 떨어져 살았어. 그러다가 마지막에 만나는 건 겨우 십 분 정도야. 그 십분으로 인생이 해피엔딩이 되고 안 되고가 결정되는 거야?
그런가?
저 딸이 만약에 아버지가 오기 한 시간쯤 전에 죽었다면 말이야, 그러면 저 아버지와 딸은 엄청나게 불행하고 의미 없는 삶을 산 셈이 되는 건가? 운이 좋아서 딸이 죽기 전에 딱 십 분을 만나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 그 수십 년의 인생에 갑자기 의미가 생기는 거고?
어...꼭 그런 건 아니더라도 되게 안타깝잖아. 누구를 그렇게 기다렸는데 만나지도 못하면.
우주 알이 몸에 들어오면 이런 점이 참 안 좋아. 왜냐하면 어떤 만남이 어떻게 끝이 날지 뻔히 보이거든. 그런데 어떤 관계의 의미가 그 끝에 달려 있는 거라면, 안 좋게 끝날 관계는 아예 시작도 하지 말아야 하는 걸까? 그 끝에 이르기까지 아무리 과정이 아름답고 행복하다 하더라도?
우리가 안 좋게 끝나? 여자가 물었다.
너는 어떤 게 좋아? A, 약간 짧지만 완벽하게 기승전결이 되고 아련한 마음으로 헤어지는 인연. B, A하고똑같은 기간을 보낸 다음에 조금 더 시간이 추가되는데 끝날 때 굉장히 안 좋게 끝나는 관계.
시간이 얼마나 추가되는데?
글쎄. 하루 정도라면?
그러면 A지.하루 차이가 뭐 중요한가. 다 끝나더라도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는 게 중요하지. 그런데.

-발소리가 완전히 사라지고 난 뒤에도 한참 후에야 여자아이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몸에 어찌나 힘을 주고 있었던지 팔다리가 후들거렸다. 여자아이는 잘못 열면 안에 있는 남자아이가 다치기라도 할 것처럼 조심조심 캐비닛 문을 열었다. 남자아이는 빛에 놀란 듯 눈을 깜빡거렸다. 다른 세상에라도 다녀온 듯한 표정이었다.
여자아이가 손부채질을 하며 말했다. 와, 진짜 나…
그때 남자아이가 캐비닛 안에서 여자아이의 옷깃을 잡아당겼다. 여자아이의 몸이 앞으로 기울며 캐비닛 안에서 두 아이의 입술이 맞닿았다.
베이비로션 냄새. 겨드랑이 냄새. 비냄새. 젖은 나무와 이끼 냄새. 다크초콜릿 냄새. 강아지 발바닥 냄새. 그 밖의 온갖 강렬하고 유혹적인 냄새들.

-너를 만나기로 결심했을 때, 그래서 너의 회사로 원고를 보냈을 때, 나는 우리의 결말도 미리 봤어. 결말이 오늘 올 것임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오늘까지의 시간을 더 알차게 보내려 노력했어. 사실 그 마지막 장면이 나한테 좀 안 좋긴 해. 하지만 시공간연속체 속에서 평가하자면, 너와 함께 있었던 시공간은 전체적으로 다 좋고, 극히 일부가 그렇지 못할 뿐이야.
나한테 남은 문제는 이거였어. 네가 이 마지막 때문에 우리 관계를 온통 불행했던 것으로, 비극적인 것으로 기억하지 않을까? 보통의 시간 순서로 삶을 사는 사람들은 언제나 서사와 결말을 중시하잖아. 어린 시절 행복하고 노년에 불행한 것보다 그 반대를 선호하고, 수십 년을 기다린 아버지와 딸이 마지막에 잠시라도 꼭 만나야 하고...그런데 우리는 노선 B를걷기로 했지. 너는 미래를 볼 수 있기 때문에, 나는 이기심 떄문에. 그래도 나는 십 분 먼저 너와 헤어지려 해. 십 분이면 최악은 피할 수 있을 거야.
미안해. 남자가 속으로 생각했다.

-지금까지 내가 해온 모든 거짓말들은 다 잊더라도, 이 말만은 기억해줬으면 해. 널 만나서 정말 기뻤어. 너와의 시간은 내 인생 최고의 순간들이었어. 난 그걸 절대로 후회하지 않아. 고마워. 진심으로.
그러고 나서 남자는 화면을 보며 잠시 머뭇거렸다. 여자에게 하는 말이 너무 짧아 무언가 더 말하고 싶었지만 더 보탤 단어들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 말들은 거짓이면 안 되었기 때문이다. 너무 잔인한 진실도 안 되었다. 너를 만나기 위해 이 모든 일을 다시 겪으라면, 나는 그렇게 할 거야, 같은 말들. 사실 남자는 여자를 만나기 위해 시공간연속체 속에서 그 모든 일을 몇 번이고 다시 겪고 있는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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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티오피아 예가체프 레코 - 200g, 핸드드립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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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제품 나왔길래 에티오피아 예가체프 레코를 샀다. 에예레- 줄이니 예쁘네. 
오늘의 나는 어제보다 더더욱 텅 비었다. 텅 빈 나는 아침에 일어났다. 매미가 시끄럽게 울고 있다. 저것들이 우는 이유를 아니까 징그럽다. 나처럼 맴맴맴맴 하고 있다. 여름 지나면 다 죽을 것들이니 이해하고 사랑하기로 한다. 사랑 많이 하렴 매미들아.
빈 곳을 채울 것은 책이지 뭐, 책. 그리고 아침에 내린 커피.
지난 번 엘 살바도르 엘 보르보욘을 마실 때는 복숭아의 산미? 뻥치시네 했었다.
오늘 새로 산 에예레-를 드립하는데, 어 이건 진짜 딸기향이네, 했다. 딸기맛 커피를 마셨다.
봄이 다갔는데 봄에 먹던 딸기가 먹고 싶다. 요즘 복숭아는 맛없다는 평 뿐이어서 제대로 사 먹지를 못하고 있다. 엄마가 저번에 천도복숭아를 샀더니 너무 맛이 없어서 망했다면서 병조림을 해줬다. 설탕에 졸이니 그나마 먹을 만했다.
올여름은 작년 재작년에 비하면 덥지 않았다. 대신 비가 많이 왔다. 비 덕분에 덜 더웠다.
비, 복숭아, 동그랑땡, 강탈당한 이미지들이 있었다. 비 오는 날이 좋다고 했지. 비 오는 날을 좋아하게 되었다. 
아, 아침에 커피 마시기 전에 꼬마들이랑 동그랑땡 데워서 아침밥을 먹었다.
이제 강탈한 이미지 반납하세요. 수많은 상징과 배경과 장소와 시간을 다시 무로 돌리도록 합시다. 

커피 포장지에는 얼굴에 뭔가를 발라 단장하고 꽃으로 둘러싸인 사람이 있다. 저번에 에티오피아 시다모 난세보 때 왜 여인 혼자만 외로이 있나요. 했더니 뭔가 다른 사람이 똑같이 눈을 감고 등장했다. 처음에는 이번에는 남자인가 했는데 이제는 여자 남자 구분하고 단정하려는 시도부터 고치기로 했다. 마음 안에 굳어진 이분법을 고치는 일은 힘들지만 꼭 해내야 할 숙제이다. 여자 아님 남자, 사랑 아님 미움, 내 편 아님 적, 이런 거 말고, 규정되지 않은 성, 규정되지 않은 마음, 관계, 그냥 그대로 두는 여유와 체념이 내게는 꼭 필요하다. 그런 마음을 갖출 수 있는 시간을 갖는다. 
십 년 전까지 나보다 좋은 머릿결을 허리까지 늘어뜨리고 다니던 같이 사는 사람을 동아리 친구들은 언니라고 불렀다. 성남에 모란시장을 구경할 일이 있었는데 어떤 아저씨들이 뒤에서 ‘난 남자가 저따위로 머리 기르고 다니면 뒷통수를 딱 패버리고 싶어’ 하는 폭언을 날렸다. 졸업식 날 내 짐을 들어주던 그를 멀찍이서 처음 본 우리 아빠는 ‘니 친구 참 예쁘게도 생겼다’ 빈정대는 투로 말했다. 남자친구인 줄 모르고 여자애가 되게 못생겼네 하는 평가였다. 세상에나, 나는 그런 인간들을 싫어하면서도 점점 닮고 있는 것 같아서 창피하다. 어쩌면 나는 그런 경계에 있는 모호하고 독특한 존재들을 좋아하는 것 같다. 좋아하면서도 규정하고 구분짓고 명확하게 만들려는 폭력을 저지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나와 살면서 군대를 다녀와야 해서 긴 머리칼은 다 잘려나갔고 이후로는 길어져본 적이 없다. 미용실 가서 매직스트레이트에 매니큐어에 온갖 치장하던 머리는 이제 미용실 갈 돈 아낀다고 덥수룩하게 머털이마냥 어설픈 길이가 되곤한다. 나는 좀 짧게 바짝 깎고 오라고 잔소리를 또 하지. 회사갈 땐 못하고 주말에만 양쪽에 건 귀걸이를 보며 금속 알러지도 심한 걸 여태 안 막냐고 잔소리도 하지. 난 참 쓰레기구나. 아버지가 빈 자리에서 내가 나쁜 아버지를 하고 있구나. 
하여간에 커피 포장지의 예쁜 사람은 그냥 좀 두겠습니다. 마음껏 예쁘소서. 

어제 아침에는 사육신공원에 다녀왔다. 큰꼬마가 방학숙제로 답사보고서를 써야 한다고 했다. 
집이랑 노량진 가깝다. 마을버스로 이십 분. 오랜만에 비가 안 오는 건 좋았는데 무척 습하고 더웠다.
열 살 세 살 꼬맹이 끌고 나무 아래를 걸었다. 보라색 길다란 꽃이 잔뜩 피었는데 이름을 모르겠다.

사당에서 위패 일곱 개를 보았다. 큰 아이는 향냄새가 너무 강해서 빨리 벗어나고 싶어했다. 작은 아이는 주변에 조경 돌보는 아저씨 일꾼들이 많았는데 그래서 낯설어했다. 가기 전에 아이에게 왕위찬탈과 복위 시도와 실패에 관한 이야기들을 대강 했다. 세종의 여러 아들 중에 문종이 다음 왕이 되었는데 아버지왕 시절에 너무 혹사 당해서인지 일찍 죽었어. 그래서 문종 아들 단종이 왕 될 준비도 충분히 못하고 어린 나이에 다음 왕이 됐어. 세종 아들 중에 왕위 욕심낸 수양대군이 조카 단종을 쫓아내고 새 왕이 되었어. 이걸 의리 없다 옳지 않다 생각하고 다시 단종을 왕으로 돌려놓으려다 들킨 사람들이 역적이라고 처형당했어. 역모까진 참가 안 했어도 세조가 왕이 된 걸 반대해서 벼슬 안 하고 물러나 살았던 사람들이 있는데 그 중 몇을 골라 생육신이라 한대. 그 생육신 중 하나가 단종 복위하려다 죽은 사람 중 여섯을 골라 육신전이라는 위인전을 썼대. 겨우 여섯만 죽었겠어? 그냥 누군가 중요도를 정하고 마음가는대로 고른 게 어쩌다보니 사육신으로 굳어졌어. 한참 후대 왕들이 단종 복위하면서 당시 역적으로 죽은 신하들도 복권시켰는데, 사육신 말고도 여러 타이틀 붙여서 기렸대. 그 중 하나를 사육신 묘에 추가해서 이 공원에는 무덤도 위패도 일곱이야. 

계단을 여러 개 올라가면 한강 쪽을 조망할 수 있는 장소가 있다. 멀리 이름 모르는 한강 다리랑 한강물이랑 가까이 63빌딩이랑 존나 똑같이 생긴 건물(김애란 소설에 노량진 나오는 이야기 참고)을 구경했다. 

너무 더워서 오래 머무르기 힘들어서 무덤 가는 길은 제대로 못 찾고 멀찍이서 무덤 두 세 개 귀퉁이만 보고 더 찾지 않았다.
공원이라는 건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잖아. 계속 많은 사람들이 찾고 잊지 말라고 그냥 묘역이 아니라 공원으로 만든 것 같아. 그런데 잘 모르겠어. 정말 그만큼 기리고 기억해야 할 만한 죽음인지는. 신의와 의리를 지킨다는 건 어려운 일이지. 누군가를 향한 마음과 옳다고 믿는 것을 위해 죽음도 감수하는 건 대단한 일인지도 모르지. 그런데 정말 그랬을까, 권력의 핵심에서 밀려난 사람들이 마지막 도박처럼 주도권 투쟁을 하다가 실패한 것이라면 그렇게 아름답게 포장할 일도 아니지 싶어서. 
죽은 사람은 말이 없고 그 마음은 더 알 길이 없고 이들을 강등시키거나 다시 복권하고 기리기로 결정한 사람들조차 다 죽어버려서 이제는 정말 알 수가 없다. 

알 길이 없어질 때까지, 더 궁금하지 않을 때까지 오랜 시간이 지나면 좋겠다. 
커피를 마시면 이렇게 길고 긴 아무말잔치를 쏟아낼 수 있지. 그러니까 이 원두를 사고 한 잔 내리시지요. 
요즘은 하여간에 소설 빼고는 많이 주절댄다. 일기만 수천자 쓴다. 부치지 않는 편지도 썼다 지운다. 읽고 싶은 책은 많아졌는데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소설은 주말에 과제 마감이라 써야 하는데 소설못써요 병에 걸렸다. 뭐 어쩌냐 안 되는 걸. 되는대로 살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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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0-08-13 10: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지금 저도 이거 마시고 있다요! 유열님 근데 맛있어 지난 것보다 더!

반유행열반인 2020-08-13 10:25   좋아요 1 | URL
달고 상큼한데 진하고 고소해요. 그런데 그런 건 있다. 제일 맛있는 커피는 오늘 처음 마시는 커피. 밴드 불나방스타쏘세지클럽(부에나비스타쏘셜클럽 짭퉁) 노래 중에 가사 개빻긴 했는데 처음 보는 여자-라는 노래 있거든요. 여자 남자에 대한 건 동의 못하는데 커피는 확실히 첨 마시는 커피가 최고입니다. ㅎㅎㅎㅎㅎㅎㅎ

수이 2020-08-13 10:51   좋아요 1 | URL
아침부터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처음 읽는 책도 항상은 아닌데 책껍데기 막 들출 때 설레여

- 2020-08-23 00: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예가체프는 셔서 좋아요. 제가 유일하게 외우는 원두. 그리고 또 커피리뷰인데 고퀄 ㅋㅋ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08-23 05:20   좋아요 1 | URL
오랜만에 공쟝쟝님
댓글 폭탄 받으니
넘 좋네요
마트에서 케냐AA샀는데 맛없어서 망했스요...그냥 알라딘 살 걸...
 
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 한빛비즈 교양툰 8
압듈라 지음, 신동선 감수 / 한빛비즈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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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11 압둘라.

드립과 패러디로 꽉찬 만화는 굽시니스트의 정치 만화나 역사 만화 정도 접했었다. 까면서 보는 해부학 만화의 드립과 밈은 진짜 쫓아간 게 1/3은 되려나… 나보다 일본대중문화의 시혜를 더 깊고 넓게 받은 옆사람에게 하나하나 물어봐야 끄덕거릴 만한 원작, 원본이 생각보다 많았다. 이런 거 못 알아듣고 못 쫓아간다고 사는 데 지장 있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왠지 늙은 기분이라 서글픔...

누군가 열심히 몸에 대해 공부한 결과물을 이렇게 다양한 시각화와 개그 범벅해서 접하는 건 나름 즐거운 일이었다. 해부학은 중고딩때 인체의 신비전에서 보았던 수많은 시체광의 괴기스러운 조형물, 그 시체광 박사님이 직접 집도하는 해부학 영상을 대학 때 정주행(왜...너 문과잖아)했던 게 전부였다. 만화로 근육, 뼈, 온갖 장기와 기관을 접하는 것은 흥미로웠고 아 이 거죽 안에 이런 게 다 담겨 있구나, 하는 새삼스러운 깨달음을 얻는 데 제법 효과적이었다.
그렇지만 그냥 만화 정도만 보는 걸로...본격적으로 해부학을 공부할 엄두는 나지 않네요.

아, 이 작가의 섬세함이 절정을 이루는 부분은 역시나 검열과 삭제를 피하기 위한 생식계 챕터(맨 뒷부분입니다)였다. 아주 적절했다… 여러분 이 책은 어린이도 이용 가능합니다. 목뼈 가장 마지막은 C7입니다! 목뼈가 8개가 아니라 다행이죠!!!

작가 여성 취향 무엇 ㅋㅋㅋ싶은 되게 센 캐로 그려진 신경퀸, 척추퀸, 심장퀸. 은근 썸타면서 귀염 부리는 근돼와 다귀의 귀여운 까해만 극장. 캐릭터가 참 재미있었다.


척추퀸, 신경퀸, 심장퀸 센 캐 삼인방.
귀요미 근돼와 다귀의 애정. 사진첨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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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0-08-11 1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해골 얼굴 빨개지는데 나도 덩달아 빨개졌다......

반유행열반인 2020-08-11 11:28   좋아요 1 | URL
쟤들 하는 짓 진짜 귀여워요 단백질 석회질 나부랭이들 주제에....

- 2020-08-12 07:5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읔큭큭큭큭 뭐죠... 엄청나다 ㅋㅋㅋㅋ
응 저도 중고딩때 인체의 신비전 봤는데!!! 그거 되게 괴담많던 그거 맞죠?(거봐 또래라고!!)

반유행열반인 2020-08-12 09:02   좋아요 1 | URL
웅 우리 중학교나 고등학교는 안 겹치고 중고등학교로 퉁치면 겨우 겹치고 초등학교는 확실히 겹치는 세대 차가 아니던가요 ㅋㅋㅋㅋㅋ
 
[전자책] 책갈피의 기분 - 책 만들고 글 쓰는 일의 피 땀 눈물에 관하여
김먼지 지음, 이사림 그림 / 제철소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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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10 김먼지.

책 제목과 저자의 이름만 보고 재미있어 보여서 빌렸다.
내가 좋아하는 책이 나오기 위해서는 작가가 쓰거나 그린 창작물이 있어야 하고, 거기에 더해 정말 물성을 가진 ‘책’이라는 사물, 상품, 존재가 되도록 애쓰는 사람 여럿이 달라 붙어야 한다.

이 책의 저자는 여러 출판사에서 몇 년 간 일해온 편집인이고, 그러다가 편집인으로 일하는 고충에 대한 글을 써서 독립출판을 했고, 그 책이 주목받으면서 상업출판까지 하게 되어 내가 읽을 기회를 얻게 되었다.

신기하면서도 짠했다. 왜 누군가의 즐거움을 위해서는 누군가의 고생이 필요한 것일까. 삶이란 다 그런 건가? 내가 하는 고생은 과연 누군가의 즐거움이 되는 건지 궁금하다. 내가 누리는 즐거움은 또 괜시리 미안해진다. 즐겁기도 하고 지루하거나 괴롭기도 하던 독서 끝에 이런 저런 말을 싸지르는데, 자식처럼 내놓은 책을 그렇게 가혹하게 물어뜯으면 아파할 사람이 작가 말고도 많겠구나, 번역자, 편집인, 교열교정인, 인쇄소에서 일하는 분들, 하여간에 많겠구나.
그래도 읽고 또 뭐라뭐라 주절주절 불평하면서 다른 책 찾아 나서겠지.

처음부터 편집인 되고 싶던 사람은 없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 책을 쓴 작가도 쓰는 일에 대한 열망이 엄청 났고, 결국은 써서 펴냈다. 술술 잘 읽히고 책이 나오는 과정에 대한 정보도 주고 짠 한 마음도 주고 아, 책은 읽을 때 좋은 거지 만드는 일에 가담?하기 시작하면 그건 또 무한 고통이구나, 힘들지 않은 일이 어딨어, 그러니 내 하던 일이나 잘하자...하는 자기반성까지…

내 책을 갖는 일에 대해 생각한다. 굳이 나무의 영혼을 나까지 탈탈 털어서 폐휴지 만들 필요 있을까 싶기도 한데, 잘 쓰고 많이 읽히고 싶다는 생각도 가끔 한다. 그런데 요즘은 의욕이 바닥이라 그냥 다 집어치우고 싶다. 일기나 쓰고, 메일은 이제 안 쓰고, 독후감이나 쓰고, 그냥 주절주절 혼자 아무말잔치하면 그건 그거대로 재미나니까. 돈도 안 들고 자원 낭비도 별로 안 되고 내 시간은 잘 흘러가고 그냥 그렇게 살면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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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0-08-11 08: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궁금했어요. 요즘 책을 만드시는 분들의 이야기에 눈길이 가더라구요. 책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는 긍정적이든 부정적으든 열심히 만든 책이 누군가의 손에서 읽히고 있다는 것이니까 무관심보단 낫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반유행열반인 2020-08-11 08:49   좋아요 1 | URL
헤헤 이렇게 제 죄책감을 덜어주시네요. 읽히는 건 술술 잘 읽히는 책이었어요.

- 2020-08-12 07: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고럼고럼 고로케 늙어가면 되지. 그래도 독자 한명 여기 있음다 ..!

반유행열반인 2020-08-12 09:02   좋아요 1 | URL
자꾸 제 못난 글 읽어주시면 저 반할지도...이미 반한지도...그래서 반반... ㅋㅋㅋㅋ
 
뇌는 왜 아름다움에 끌리는가 - 뇌과학과 성선택으로 풀어본 성적 미학의 탄생
마이클 라이언 지음, 박단비 옮김 / 빈티지하우스 / 2020년 6월
평점 :
절판


-20200809 마이클 라이언.

왜 쟤랑 하고 싶은가.에 대한 과학적 접근.

글 제목을 자극적으로 붙였지만, 사실 저런 물음과 호기심으로 재미있게 읽었다. 원제에는 뇌가 없다. ‘A Taste for the Beaufiful’인데, 한국어판 내면서 최근에 뇌 들어간 책 잘 팔리는 거 보고 머리를 조금 쓴 것 같다. 부제도 ’뇌과학과 성선택론으로 풀어본 성적 미학의 탄생’으로 뇌과학을 맞춰 넣었는데, 뇌에 대한 이야기는 이 책에 아예 안 나오는 건 아니지만 아주 적은 비중이다. 오히려 동물행동학의 비중이 거의 압도적이다. 아 당연한 거였다. 저자가 동물행동 연구의 권위자라고 하네…
섹스 타령 많이 하고 확실히 흥미로운 책이다. 그런데 인간을 가지고 실험 관찰 연구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 대부분 동물, 그것도 조금 더 연구에 유리한 개구리, 조류, 곤충(특히 초파리), 물고기가 주인공이고 우리는 이로부터 인간 행동의 경향을 유추해 볼 뿐이다. 인간에 대한 것은 티셔츠 냄새 연구(자신과 다른 유전적 특성을 지닌 남자가 입던 티셔츠 냄새에 여자가 더 끌려했다는…)처럼 유명한 것들이 약간씩 나온다.
이 책은 광범위한 아름다움을 다루지 않는다. 예술적 아름다움은 인간의 전유물에 가까우니 동물로는 확인할 길이 없어서 제외. 성적 매력, 성적 선호, 성적 아름다움 같은 비슷한 용어가 다루어지는 주제이다. 또한 동물의 짝짓기 행동, 그러니까 섹스하고 싶은 상대를 선택하는 경향성에 대해서는 다루지만 인간은 그거 말고도 배우자 선택의 요인이 훨씬 다양한 것을 감안해야 한다. 알만 낳아 놓으면 알아서 크는 개구리나 물고기와 달리 인간은 훨씬 오래(최소 이십 년 넘게) 자손을 양육해야 하고, 또 일회적 짝짓기에 그치지 않고 양육이 다 끝난 후에도 함께 경제적, 정서적 공동체를 누군가와 유지해 나가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 그러니까 인간은 일시적인 끌림에 대한 설명 정도만 동물로부터 힌트를 얻을 수 있겠다. 여하간에 재미있잖아.

미학에 대한 수많은 논의가 있어 왔다. 아름다움 또한 인간 바깥의 어떤 절대적인 영역에 궁극적인 형태로 존재한다는 주장도 있었지만, 뇌과학이 발달하면서 그런 말들은 설득력을 잃고 있다. 아름다움은 내가 바라보는 상대방이 아닌 내 뇌에 있는 것이다!!
‘당신이 누군가를 아름답다고 생각한다면 그 사람은 아름다운 사람이 된다. 당신이 결정자이다. 성적 아름다움은 개체의 형질과 그를 인식하는 감각기관 및 두뇌 사이에서 벌어지는 상호작용의 결과물이다.’ (43쪽)

진화는 우리 뇌가 적절한 배우자감을 얻어 자손을 남기는 방향으로 이루어져 왔다. 엉뚱한 상대를 만나면 그 사이에 얻은 자손이 생존할 확률은 줄고, 결국 그런 엉뚱한 결정을 하는 개체는 도태된다. 자연선택설과 성선택설이 그런 이야기를 한다. 동물의 세계에서 적절한 상대를 구분하는 방법은 인간 뺨치게 다양하다.

매력적인 음성으로 우는 개구리나 새(청각), 특정한 색깔과 모양과 크기를 보이는 깃털이나 지느러미를 가진 새나 물고기(시각), 유전정보나 생식 가능성이나 종 구분을 하게 만드는 냄새(후각)까지, 수많은 감각과 이를 지각하는 생물체의 뇌가 특정한 성적 선호를 만들어낸다. 사실 4,5,6장의 이 구체적 세 감각에 대한 연구는 조금 어렵고 재미없기도 했다.
1,2,3장의 일반적인 개관이랑 7장의 시간과 남 따라가기나 비교 대상, 8장의 숨겨진 선호나 포르노가 득세하는 요인 중 하나에 대한 고찰 쪽은 훨씬 따라가기 쉽고 흥미로웠다. 1,2,3장은 읽은 지 조금 되어서 그새 기억이 안 나네...아, 3장에서 ‘좋아함’과 ‘원함’을 구분하는 부분은 나름 중요하다. 좋아한다고 해서 모두가 원하게 되는 건 아니다. ‘원함’까지 나아가는 데는 도파민의 쾌락 보상 경로가 형성되어야 한다. 갈망, 중독, 모두 도파민 짓이다. 다행인 것은 귀여운 메추라기의 짝짓기 조건-반응과 조건-소거 실험을 보니 원함 또한 소거가 되긴 된다...

7장에 시간과 변덕스러운 취향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전 소개된 일화가 웃겼다. 사회진화이론학자 트리버스가 제시한 자신이 겪은 이야기이다.
‘트리버스는 거리를 걷다가 젊고 예쁜 여성들을 보고 말을 걸기 위해 접근했던 일을 회고한다. 옆을 언뜻 본 그는 흰머리가 잔뜩 나고 등이 구부러진 노인이 다리를 절면서 여성들을 좆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그는 걸음 속도를 높이고 다시 어깨 너머를 봤지만, 스토커는 여전히 함께 있었다. 그제서야 트리버스는 스토커가 자신이었으며, 노인은 상점 창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젊고 예쁜 여성의 존재로 인해 그는 잠시 동안 자신을 알아보지도 못할 정도로 스스로를 더 젊게 인식한 것이다.’(246쪽)
성욕에 영향을 주는 시간 개념은 생식 주기와 노화가 있다. 가임기 여성에 대한 남성의 선호에 관한 연구(복장, 몸매, 목소리, 태도 등의 매력이 생리 주기에 따라 다르게 나타나고 그것이 상대에게도 인식됨), 생식이 불가능하기 전까지 남은 번식력을 활용하려는 여성의 성욕 증가 등. 노래 가사에서 술집이 닫을 시간이 올수록 눈이 낮아지는 자신을 한탄하는 내용이 소개되는데, 실제로 이 노래 가사로 영감을 얻어 실험을 했더니 정말로 마감시간이 다가올수록 상대를 선택하는 기준이 완화, 후해진다고 한다. 사람도 그렇고, 개구리도 오랜 시간과 자원을 소비해 생성한 난자가 소멸될 무렵이 되면 그전까지 까탈부리며 걸러내던 이상한 음성의 상대 개구리를 받아들이는 경향이 높아진다고 한다.
그러니까 할 수 있는 한 젊을 때 많이들 사랑합시다…

물고기 연구가 여럿 등장하는데 세일핀몰리와 아마존몰리의 사례가 가장 흥미로웠다. 세일핀몰리는 암수가 짝짓기하는 평범한 종이지만, 아마존몰리는 이름을 보면 알겠지만 전원 암컷 뿐이고, 수정 없이 클론을 만들 수 있다. 단 알의 부화에는 정자가 필요하다고 한다. 수정은 아니지만 생화학적 자극을 해야 알이 발달하는 식. 그러니까 아마존몰리는 어미의 유전자만 물려받는다. 아마존몰리가 이를 해결하는 방식은, 다른 종이지만 그나마 유전적으로 가장 유사한 세일핀몰리와 짝짓기하는 것이다.
세일핀몰리 수컷 입장에서는 짝짓기 해 봤자 정액만 도둑질(…)당하고 유전자도 못 남기고 체력도 빨리고 손해인데, 이게 무슨 의미인가! 왜 그러고 사나 과학자들이 궁금해했다.
가설1. 수컷 세일핀은 같은 종과 아마존 암컷 구별도 못하는 바보이다.
->가설 기각. 세일핀과 아마존 암컷 둘을 제시하면 같은 종을 더 선호하는 걸 보면 종 구별은 하는, 완전 바보는 아니다.
가설2. 상대가 누구건 신경쓰지 않는 섹스광이다.
->맞긴 맞다. 종 안 가리고 세일핀과 아마존 암컷 둘과 모두 짝짓기를 한다.
과학자들이 밝혀낸 수컷의 이종간 짝짓기 이유는, (수컷이 이종 선호의 변태라서...는 아니고) 다른 암컷과 있는 수컷에게 또다른 암컷이 더 매력을 느낀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혼자 멀뚱히 있는 것보다 다른 종인 아마존 암컷이랑이라도 어울리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다음 잠재적 짝짓기 상대인 동종 암컷에게 어필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단, 세일핀 암컷은 다른 세일핀 암컷과 있는 수컷을 아마존 암컷과 있는 수컷보다 더 선호한다고 한다. 그러니까 더 예쁜 여자/남자 사귀고 있는 남자/여자가 더 매력적인 것...빈익빈부익부의 근원이 여기에서 드러난다…

4장에 시각 관련 성적 선호 연구에서 특정 물고기 수컷에게 원래 없는 커다란 꼬리지느러미를 달아주자 암컷이 몰려드는 결과를 보여줬었다. 이 장면...내가 스무살 때 가르쳤던 열아홉살 과외학생을 일년 후 스물한살, 스무살이 되어 마주쳤을 때를 생각나게 했다. 원래 그 학생은 머리가 숏컷으로 짧았는데 엄청 긴머리가 되어 있었다. 물어보니 붙임머리를 했다고...그러면서 ‘남자가 배로 꼬여요’하고는 자기 언니와 나이트에서 만난 한 남자를 두고 번갈아 가며 만나고...서로 갖겠다고 싸운 이야기를 들려준 게 생각났다… 쓰고 보니 별로 상관은 없는 거 같은데 하여간에 동물 세계에서도 붙임머리처럼 원래 없던 뭔가를 장식적으로 붙여주면 인기가 급상승한다고 한다. 8장에서는 이런 현상을 우리의 유전자 속에 아직 발견하지 않은 선호에 대한 가능성이 숨어 있고 새로운 가능성을 만나면 이것이 발현되는 것으로 설명한다.
이 이야기를 길게 하는 이유는 그런 숨겨진 선호가 포르노가 번성하는 배경이 된다는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포르노 속에는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 극단의 신체와, 극단의 행위와, 극단적인 태도들이 등장한다. 현실과 비교하면 비정상적인 아름다움, 비정상적인 자극인데 사람들은 그런 극단(책에서는 초정상 자극이라고 한다)에 노출되고, 포르노와 함께 극단의 쾌락, 다량의 도파민을 분출시키는 일이 반복되면 좋아함은 원함이 되고, 결국 포르노중독이라는 성적 페티시가 형성된다. 우리 뇌의 거울 뉴런이 폭력적이고 모욕적인 형태의 포르노에 자극 받으면, 일상 생활에서 파트너와 적절하게 상호작용하는 데 나쁜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것...뭐 그렇다고 합니다.

오랜 시간 동안 신체적으로 성적 아름다움을 서서히 진화시킨 동물과 달리 우리 인간은 문화적 아름다움으로 더 다양한 성적 아름다움을 뻗어나가고 있는 것… 거기에는 음악도 있고, 미술도 있고, 문학도 있고, 패션과 향수도 있고, 포르노도 있고, 하여간에 많다. 동물의 진화적 특성을 알고, 인간에게도 남아 있는 경향성을 알고, 그러면서 또 동물과 인간이 다를 수 있는 여지를 계속 생각해 보면, 사랑과 욕망에 대한 이해가 조금 더 깊어지지 않을까 싶다. 내 취향에 맞는 재미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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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09 14: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09 15:08   URL
비밀 댓글입니다.

수이 2020-08-09 14: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목 보고 깜놀했습니다. ‘그전까지 까탈부리며 걸러내던 이상한 음성의 상대 개구리‘.......... 여기에서 엄청 웃고말았다는. 도서관에 있는지 검색중이요 ^^

반유행열반인 2020-08-09 15:11   좋아요 1 | URL
이거 엄청 신간이라 저 제 돈주고 사서 봤어요 ㅋㅋㅋ신간 신청하세요. 책 제목이 제가 지은 거 처럼 이상하지 않아서 빌려도 덜 민망할 듯. 그래도 어울리지 않는 걸 바로잡고자 하는 욕구가 그만...안 예쁜 거도 예쁘다 예쁘다 하고 뇌를 속이고 예쁜 건 내 뇌새끼야 너 고장이야 하면서 또 바로잡고 해야 할 것 같.지...만 역시나 진화가 잘못했네요. ㅎㅎㅎㅎㅎ

파이버 2020-08-09 14: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글들을 보면 사람도 결국은 동물이구나...싶습니다ㅎㅎ 나이를 먹을 수록 눈이 낮아지는 것 슬프지만 공감이에요ㅠ

반유행열반인 2020-08-09 15:13   좋아요 1 | URL
사람도 동물이지만 또 제가 동물인 걸 자각하는 동물도 많지 않으니 개선의 여지가 있지 않을까요. ㅎㅎ눈을 낮추면서 오히려 행복해질 수도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주어진 것에 만족?하기?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