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열 문장 쓰는 법 : 못 쓰는 사람에서 쓰는 사람으로 - 못 쓰는 사람에서 쓰는 사람으로 땅콩문고 시리즈
김정선 지음 / 유유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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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23 김정선.

버전1. 책의 가르침에 따라 한 문장으로 독후감 쓰기
(연습용 글이라 가독성이 떨어지는 게 불편하면 아래 버전2.를 읽어주세요. ㅎㅎㅎㅎㅎㅎㅎ)

저자의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를 읽고 내 문장이 얼마나 군더더기가 많은지 깨달은 바 있었는데, 마침 저자의 신작이 나왔다는 소식을 듣고 궁금했지만 왠지 내게 필요한 종류는 아닌 것 같아 살까 말까 망설이다 접어뒀는데, 마침 그렇게 흉보던 서울도서관 전자책에 또 이 책이 눈에 띄어서 회원증 만든 지 열흘 만에 세 권을 뽑아 먹었으니 나름 그날 왔다갔다 한 차비는 다 건졌구나 흐뭇하면서 펼쳤는데, 저번 책도 그러더니 이번책도 전자책의 절반만 본 내용이고 나머지 딱 절반은 유유출판사의 출간 목록이라 이게 무슨 짓이야 하다가 그래도 얇으니 금방 읽겠네 얼른 읽어버리자, 하고 금세 후다닥 읽고 보니 역시나, 글을 쓰는 게 처음이고 일단 써보고 싶은데 어찌할 바 모르겠다 하는 사람은 이 책에서 해보라는 대로 지금 내가 실습하듯 한 문장으로 글 한 편 쓰는 연습과 같은 글을 다시 짧은 문장으로 끊어 쓰는 걸 해 보면 문장 쓰기 단련이 될 것 같고, 이미 글을 제법 써 본 사람은 솔직히 안 읽어도 그만, 얇고 짧으니 후다닥 한 번 읽어봐도 나쁠 건 없지만 특별히 더 잘 쓰기 위한 방법은 기대할 수 없는 심화반 아닌 기초반 수준의 책이라, 내 돈 주고 사봤으면 조금 아쉬웠을 것도 같아서, 게다가 이 책에서 말하는 문장에 관한 의견이나 글쓰는 방법도 전부 동의할 만하지도 않고 정답도 아닌 것 같아서 글쓰기에 관한 책을 많이 읽지도 않았지만 앞으로도 더 읽어야 하나 하는 물음에는 쉽게 답하지 못하겠고 그냥 잘 쓴 글들을 더 찾아 읽는 게 나을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역시 잘 쓰려면 꾸준히 계속 쓰는 게 답이지 꼼수부리지 말고 커닝하지 말고 그냥 닥치고 쓰자, 아무말이나 열심히 쓰고 특히나 나는 퇴고를 좀 열심히 해봐야겠구나, 독후감 하나를 써도 대충 후루룩 써서 업로드 하지 말고 최소 두 번은 고쳐야 하지 않겠니, 소설은 그냥 무한대로 고치면 나아지지 않겠니 하는 다짐을 했다.


버전2. 책의 가르침에 따라 짧은 문장으로 같은 글 고쳐쓰기(두 번 고침 ㅋㅋㅋㅋㅋ나아져 보입니까. 그럼 이 책을 사세요! 아니다 그게 그거다 싶으면 사지 마세요!!!)

저자의 전작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를 읽고 내 문장에 군더더기가 얼마나 많은지 깊이 깨달았다. 마침 저자의 신작 소식을 듣고 궁금했지만 왠지 내게 필요한 종류는 아닌 것 같아 망설이다 접어뒀다.
그렇게 흉보던 서울도서관 전자책 목록에 이 책이 눈에 띄었다. 회원증 만든 지 열흘 만에 벌써 전자책 세 권을 뽑아 먹었다. 그날 왔다갔다 한 차비는 다 건졌구나, 흐뭇해하면서 펼쳤다.

이전에 본 같은 작가의 같은 출판사에서 나온 책도 그러더니, 이 책도 전자책의 절반만 본 내용이고 나머지 딱 절반은 유유출판사의 출간 목록이었다. 이게 무슨 짓이야! 조금 썽내다가 그래도 얇으니 금방 읽겠네, 좋네, 얼른 읽자, 하고 금세 후다닥 읽었다.

역시나, 글쓰기가 처음이고 일단 쓰고 싶은데 어찌할 바 모르겠다 하는 사람은 이 책 초반부에 나온 대로 한 문장으로 글 한 편 쓰는 연습을 하면 좋을 것 같다. 나도 이번 독후감은 배운대로 써 봤다. 그러고나서 같은 글을 짧은 문장으로 끊어서 다시 썼다. 문장 쓰기 단련이 되는 느낌이랄까!
이미 글을 제법 써 본 사람은 솔직히 안 읽어도 그만일 듯 싶다. 얇고 짧으니 후다닥 한 번 읽어도 나쁠 건 없지만, 특별히 더 잘 쓰기 위한 방법은 기대할 수 없다. 심화반 아닌 기초반 수준의 책이다. 내 돈 주고 사서 봤으면 조금 아쉬웠겠다.
게다가 저자가 말하는 좋은 문장에 관한 의견이나 글쓰는 방법도 전부 동의할 수는 없었다. 이 책이 정답은 아니고 예시답안 쯤은 된다.
글쓰기에 관한 책을 많이 읽지 않았지만, 앞으로도 더 읽을 생각이 크게 들지 않는다. 소설이든 에세이든 교양서든 시집이든, 잘 쓴 책을 찾아 읽는 게 더 낫지 싶다.

잘 쓰려면 꾸준히 계속 오래 써야한다. 아직 멀었다. 꼼수부리지 말고 커닝하지 말고 닥치고 쓰자. 아무말이나 열심히 쓰자.
특히 나는 퇴고를 좀 열심히 해야겠다. 독후감 하나를 써도 후루룩 대충 쓰지 말고, 업로드 전 최소 두 번은 고쳐야겠다.(이 글도 그렇게 고치고 있다.) 소설은 그냥 무한대로 고쳐야지, 그럼 언젠가는 읽을만한 수준이 되지 않겠니, 퇴고 기계가 되겠어! 하는 다짐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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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8-23 14: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버전2가ㅠ별로입니다. 이 책은 안읽는 걸로..

반유행열반인 2020-08-23 14:44   좋아요 1 | URL
무어야!!! 저는 퇴고할수록 매력이 떨어지는 인간이었군요...야성의 반반.....만연체의 반반.......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08-23 14:45   좋아요 1 | URL
이 책 읽은 나는 뭐가 되는가...퇴보하는 인간이 되는가...레드썬해서 안 읽은 걸로 돌리고 싶네요....(정말 별로야?! 나 혼자 괜히 뿌듯했는데요 나아진 줄 알고........)

- 2020-08-23 14:55   좋아요 1 | URL
꼭 단정한 글을 써야합미까?? 이 책은 열문장을 쓰는 법을 알려주지 백문장을 가진 사람을 열문장으로 줄여주지는 못하는 듯 싶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0-08-23 15:02   좋아요 1 | URL
내가 잘못했네 ㅋㅋㅋㅋ백문장 쓰는 놈이 왜 열문장은 읽어가지고....ㅋㅋㅋ

- 2020-08-23 15:07   좋아요 1 | URL
전 어쩐지 만연체, 구어체가 좋더라고요. 물론 양념같은 통찰의 빛이 살짝 비취는_!!ㅋㅋㅋㅋ 아무튼 서울도서관 전자책 열일하네요ㅋㅋㅋㅋ 좋으다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08-23 15:10   좋아요 0 | URL
이젠 좀 내 돈 주고 내가 산 종이책을 봐야겠습니다. 전자책의 단점이, 자꾸 내 돈 주고 사 보기는 아까운(그래서 우선순위가 밀리는) 엉뚱한 책을 미리 읽게 됩니다 ㅠㅠ멍청하고 어리석은 인간이여...만연체 구어체는 저기 어디 장인이 있다고 소문이 났던데...(난 아냐...난 그냥 군더더기 셀룰라이트 장인...)

2020-08-23 15: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23 15: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23 16: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23 17: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23 17: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다그리기 2020-08-23 14: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버전2 가 훨씬 낫고 이해도도 빠른 문장이라는 데 한표!(버전 3는 얼마나 좋아질까 궁금해진다는요. ㅋㅋ)
하지만, 쓰신대로 굳이 책을 구입해서까지 읽고싶은 맘은 들지 않네요.
요즘 글쓰기와 관련된 책을 연달아 몇권 읽으면서 역시 좋은 글은 배운다고 되는게 아니란 사실을 더 절실히 깨닫고 있습니다.
님 지적처럼 좋은 문장이 많이 들어있는 좋은 책을 많이 많이 읽는것이 최고의 배움인듯 해요.
그나저나 퇴고기계라니, 무시무시한데도 부러운 건 뭐죠?
아무튼 님의 길을 응원합니다~ ㅎㅎ

반유행열반인 2020-08-23 15:05   좋아요 0 | URL
그래도, 정말정말 뭘 어떻게 쓰지? 하는 사람과 간결한 글 단정한 글이 워너비인 사람에게는....쓸모가 있지 않을까요 ㅋㅋㅋ(출판사에서 스나이퍼 보낼까 봐 미리 착한 척...)
응원은 언제나 감사합니다 ㅎㅎㅎㅎㅎ

페넬로페 2020-08-23 15: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비전1, 비전2
다 좋습니다~~
열심히 읽고 열심히 써내시는
반유행열반인님께
한 표 드릴께요^^
참 대단하십니다^^
근데 이 이름의 배경이 참 궁금하네요?

반유행열반인 2020-08-23 16:48   좋아요 2 | URL
악 ㅋㅋㅋ다정한 한 표 정말 감사합니다. 큰 의미는 없고 고등학생 때 지하철 광고에서 nirvana against the fads 뭐 이런 가방 광고 문구를 보고 게임 아이디로 쓰던 걸 알라딘 닉네임으로 해놓고 잊고 있다 보니 그리 되었습니다 ㅋㅋㅋㅋ다른 데서는 안 쓰는 이름이네요. 관심 가져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수이 2020-08-23 17: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비전2 가 훨씬 좋은데요! 읽어봐야겠다! 퇴고기계 저는 찬성합니다!!!

반유행열반인 2020-08-23 17:20   좋아요 0 | URL
아 마구마구마구 고쳐야겠다 고치다 말고 도망치는 버릇 얼른 고쳐야겠다 ㅋㅋㅋㅋ

초딩 2020-08-23 17: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처음껀 의식이 흘렀습니다 ㅎㅎㅎ
두번째 좋네요 ~

유유 출판사는 우리거 ㅠㅠ 할 때 많이 도와 주는 것 같아요 ㅋㅋㅋ

초딩 2020-08-23 17: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서사 보다 여러 사실을 버물려 한 순간에 날려버릴 때 의식의 흐름 (흐름이라기보다는 여러 생각이 동시에 일어난다는 것이 더 맞을 것 같습니다) 같은 긴 문장이 좋을 것 같습니다.
글 쓰는 책 댓글이라 쫄리네요

반유행열반인 2020-08-23 17:40   좋아요 1 | URL
저도 사실 뭐가 좋은 글쓰기인지는 잘 모르는데 오늘 이웃님들 댓글 반응 보니 사람 취향 타는 것도 같아요 ㅎㅎㅎ

초딩 2020-08-23 17:3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전자책 때문에 개인 파산할 거 같아요 ㅎㅎㅎ
앗 저는 지금 댓글 여러개 달기로 오용하고 있네요 꾸벅

반유행열반인 2020-08-23 17:39   좋아요 2 | URL
적당히 골라보시고 많이 보시는 편이면 구독형 대여 도서 서비스도 경제적인 면에서는 권해드리고 싶어요. 저는 물론 공짜 전자도서관을 이용하지만 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08-23 17:57   좋아요 1 | URL
댓글을 많이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ㅎㅎㅎㅎㅎ

2020-08-23 19: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23 19: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신햇님 2020-08-24 14: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궁금했는데ㅎㅎ..감사합니다..나아중에 봐야겠네요

반유행열반인 2020-08-24 14:23   좋아요 0 | URL
짧아서 한 번 쯤 볼만은 하고 꼭 봐야 할 정도는 아니에요 ㅎㅎ저는 오히려 같은 분 전작 내 문장이 그렇게 이상한가요 가 더 도움이 되었습니다. ㅎㅎ헤
 
[전자책] 페미니즘을 퀴어링! -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페미니즘 이론, 실천, 행동
미미 마리누치 지음, 권유경.김은주 옮김 / 봄알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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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22 미미 마리누치.

원제 『Feminism is Queer』.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군 복무 희망과 여대 합격에 관해 혐오와 배제의 발언과 반응을 보이는 다른 여성들을 보며 충격을 받았었다. 트랜스여성을 배제하는 급진적 페미니즘 옹호자들TERF이 있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았다. 혐오와 편견과 폭력에 희생되고 상처 받던 사람들이 왜 다른 소수자에게 당한 일을 그대로 행하는지 이해되지 않고 진절머리가 났다.

이 책은 철학적, 역사적, 언어적, 실천적 사례 등을 들어 페미니즘과 퀴어의 접점을 찾으려는 시도가 담겨 있다고 했다. 최대한 단정하거나 배제하는 용어를 피하려는 서술이 조심스럽고 신기했다. 막말하는 나새끼가 좀 보고 배워야 할 부분이었다.

성정체성에 대한 기본 개념으로 섹슈얼리티, 섹스, 젠더에 관해 먼저 다룬다. 이전에 읽은 LGBT+관련 책이랑 비슷했다. 그렇지만 같은 개념을 다루는데도 이 책의 서술이 조금 더 이론적이라 그런가 어려웠다. 섹스나 젠더에 관한 편견의 문제점을 지적할 때 여러 비유나 유추할 만한 사례를 드는 건 흥미로웠다.

제3물결, 포스트페미니즘에서 퀴어 페미니즘으로 이어지는 최신 경향을 말하기 위해 페미니즘의 역사와 다양한 갈래에 관해 한 장을 할애해 아주 간략하게 소개한다. 이 책에서 언급한 로즈마리 통의 페미니즘 사상을 보면 다양한 관점에 관해 조금 더 자세하게 알 수 있을 것 같아 전자책 도서관에 줄서는 중인데 기회가 올지는 모르겠다.

퀴어와 페미니즘에 대해 열심히 이론적 바탕을 깔고 달려온 것, 그리고 제목에 비해 퀴어 페미니즘에 대한 내용은 생각보다 자세하지 않았다. 퀴어와 페미니즘이 각자의 이론과 실천에 기여할 수 있는 바를 상세히 다루며 싸우지 말고 연대해- 이성애자 중심, 이분법적 구분은 니들도 손해야- 이런 주장을 하는데 대부분을 할애하고 있었다. 수긍은 가는데 충분한 설득력이 있을지, 강경한 배제와 혐오를 멈추는 데 효과가 있을지는 잘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ㅠㅠ 온건해. 니들 왜 이렇게 착해 빠졌어ㅠㅠ

챕터 표지마다 이상한 나라의 오즈 시리즈에 나온 퀴어라는 말이 나온 부분을 발췌해놨다. 오즈 되게 좋아하나 보다. 우리 모두는 다 다르고 다 이상해. 이 세상은 참 이상해. 거기에서 스스로를 확고하게 규정하고 거기 속하지 않는 사람을 타자화하고 이상한 놈년 취급하는 건 안정감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꼭 그래야 해? 이상한 우리가 세상을 말아먹으면 얼마나 말아 먹겠어? 힘을 가진 사람들이 이상한 사람을 낙인찍고 배척하고 묻어버리고 가둬버리는 건 쉽겠지. 그렇게 다 비스무레하고 동질하고 정의롭고 틀에 맞춰 각잡힌 세상에서 숨막히고 재미없게 변함 없이 살아가겠지. 자기 안에 숨은 독특함 특별함 이런 걸 부정하면서. 나는 지극히 정상이고 올바르게 잘 살고 있다 하면서. 더 나은 삶은 보기 싫은 누군가를 지워내고 없애버린다고 이루어지지 않는다. 역동성과 가능성과 다양성의 여지를 남겨 놓은 종이 절멸 확률이 좀 더 줄어들지 않겠나. 아니 절멸 좀 하면 어떠나. 개체로 행복하게 살다 지구야 미안 이제 인류는 떠나줄게 하고 퇴장하는 건 왜 나쁜가. 갑자기 오즈 타령하다가 아무말잔치로 마무리.

+밑줄 긋기-많이 그었는데 대개 못 알아 먹는 말이 많아서 나중에 또 읽으려고 왕창 퍼 놓기만 했다.

-언어가 광범위하게 해석되고 언어로 표현될 수 있는 한계가 있기에, 언어는 중요하다. 언어에 없는 것을 표현할 새로운 언어를 창조하거나 새로운 것을 표현하기 위해 기존의 언어에 맞추려고 노력하고 이에 성공할 때까지, 기존의 언어에 없는 것은 표현될 수 없다. 언어는 알려진 것, 알 수 있는 모든 것을 제한하며 동시에 반대로 그러한 앎이 언어를 제한한다.

-그러므로 퀴어링이란 무언가를 복잡하게 만드는 과정을 의미하며, 반드시 성적인 맥락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다. 사실, 논증을 하지 않고 철학을 하는 것은 퀴어한 일이다. 또한 젠더, 섹스, 섹슈얼리티에 대한 뿌리 깊은 전제들에 도전하는 방식으로 살아가는 것도 마찬가지로 퀴어한 일이다. 그러므로 퀴어는 동성애자(또는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혹은 트랜스젠더)로 정체화하지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젠더, 섹스, 섹슈얼리티에 관한 우리의 문화적 규정이 할당한 좁은 공간을 차지하는 것의 불가능성을 깨달은 이들을 포함한다.

-임금노동 체계로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성은 20세기까지 남성에게 재정적으로 의존하고 있었다. 여성들은 여전히 가정과 가족이라는 사적 세계에 귀속된 채, 남성 동성애자 역할의 범위가 협상되었던 것으로 보이는 주점과 여관이라는 사회적 세계에 접근할 수 없었다.

-이런 점에서 여성 동성애가 상당히 최근까지도 남성 동성애만큼 많이 주목받지 못한 것은 놀랍지 않다. 애너매리 야고스에 따르면, “여성 동성애는 법이나 의학 담론에서 남성 동성애와 같은 위치를 점하지 않는다”. 남성 동성애가 공적으로 비난받을 때, 여성 동성애는 흔히 그 가능성이 무시되었다.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정체성은 모두 널리 퍼진 기대에 대해서, 즉 생물학적 여성과 생물학적 남성은 반드시 각 섹스 범주에 지정된 특정한 태도와 행동을 나타내야 하며 또한 반드시 생물학적으로 반대의 섹스에 속하면서 젠더 범주들에 부합하는 사람들과 성적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는 기대에 도전한다.

-무성애자asexual로 정체화하는 사람들을 포함시키는 것도 관련이 있어 보인다. 무성애자인 사람들은 성적 욕망이 없거나 거의 없다. 범성애자pansexual로 정체화하는 사람들을 포함시키는 것도 마찬가지다. 범성애자인 사람들은 두 가지보다 많은 젠더 범주의 존재를 인정하며, 그들의 성적 욕망은 그 어떤 젠더 범주의 혹은 모든 젠더 범주의 사람들에게 향할 수 있다. 확립된 패러다임을 구해내려는 이런 가장 최근의 시도를 수용하는 사람들은 때로, 다른 이들이 더 이상 다른 문자를 추가할 필요가 없을 만큼 충분히 모호하기를 바라며 LGBTO나 LGBT+를 사용할 때에 LGBTQI, LGBTQIA, LGBTQIAP와 같은 축약형들이나 이와 비슷한 것들을 사용한다.

-이성애 규범이 생물학적으로 복잡하지 않은 여성과 생물학적으로 복잡하지 않은 남성 간의 구별을 상정하는 반면, 트랜스젠더인 사람들은 생물학이 지정한 것과는 다른 범주에 속하는 일원으로 자신을 정체화함으로써 그러한 구별을 문제 있는 것으로 만든다. 또한 인터섹스인 사람들은 생물학이 그들을 어느 하나의 성별 범주로 명확하게 지정하지 못하므로 역시 그 구별을 문제 있는 것으로 만든다. 그러므로 대안적인 성 정체성의 확장된 목록에 인터섹스를 포함시키는 것은 트랜스젠더를 포함시키는 것만큼 타당해 보인다. 

-이러한 인식은 대안적 범주의 구성을 요청하는 기능을 한다. 그 목적은 경험적으로 불충분하게 결정된 범주들의 집합을 또 하나의 경험적으로 불충분하게 결정된 범주들의 집합으로 교체하는 것이 아니다. 목적은, 범주들을 급격히 증가시키고 다중화하는 것이다. 이분법적 대립에 도전하는 하나의 방법은 이분법적 대립이 식별하는 차이를, 가령 여성적인 것과 남성적인 것의 차이를 부인하거나 무시하는 것이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이러한 접근은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트랜스젠더로 정체화하는 이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에게 이러한 차이가 중요하다는 점을 무시한다. 이분법적 대립에 도전하는 또 다른 방법은 이원성을 다중성과 맞바꾸면서 대안의 범위를 확장하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이분법적인 것에 도전함으로써 퀴어 이론은 확립된 범주들로 인해 문제를 겪지 않는 사람들뿐 아니라 그 범주들로 인해 문제를 겪는 사람들의 경험을 긍정하면서, 동시에 본질주의를 거부할 수 있다.

-퀴어 이론은 누군가가 자신을 이해하고 타인들과 관계 맺는 데 범주가 유용하거나 심지어는 필수적일 수 있다 해도, 그 어떤 특정한 범주나 범주들의 집합도 그 자체로 필연적이지 않으며 심지어는 가장 깊게 자리 잡은 범주도 수정될 수밖에 없음을 인정해야 할 지속적인 필요성에 대한 것이다.

-섹스가 생물학적이라는 사실만으로 섹스가 출생 시 고정되거나 일생에 걸쳐 안정된 것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저 머리 색이 개인의 일생에 걸쳐 때때로 자발적이고 비자발적인 변화들을 겪게 되듯이, 섹스 또한 전적으로 그럴 수 있다. 개인이 속하는 섹스 범주와 개인이 참여할 섹스 행위들은 그의 일생 동안 변화할 수 있다. 아주 어린 아이들조차 성적인 존재라는 것은 명백해 보이지만, 그들이 어떻게 섹슈얼리티를 실현하는지는 그들이 더 나이 들었을 때와는 아마도 꽤 다를 것이다. 마찬가지로, 섹스가 생물학적이라는 사실은 섹스가 항상 개인적인 선택의 영역 너머에 있음을 확립하기에는 불충분하다. 그저 머리 색이 일생에 걸쳐 선택적인 변화를 겪을 수 있듯이, 섹스 범주에 속하는 것과 관련된 다양한 특성도 그럴 수 있다. 나는 이 유추를 통해 사람들이 흔히 변덕스럽게 머리 색을 바꾸는 만큼 섹스 범주도 그럴 수 있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인간이 사는 동안 생물학적 특성이 변화할 수 있으며, 흔히 변화한다는 것을 단순히 인정하자는 것이다.

-당신도 알다시피, 미시간 여성 음악 축제는 여성으로 태어난 여성이 아닌 모든 이의 입장을 거부하는 정책을 가지고 있다. 이런 정의는 트랜스젠더인 사람들을 배제한다. 이런 정책은 가장 은밀한 형태의 트랜스포비아6다. 이는 여성 공동체를 ‘진짜 여성’과 ‘일종의 여성’으로 나누며, 모든 여성을 이롭게 하기 위한 투쟁에 사용될 수도 있을 귀중한 자원들을 낭비한다. BethX, 1999.  

-여성으로 태어난 여성이라는 요건은 트랜스 여성들을 배제했으며, 이런 배제에 대한 격분은 캠프 트랜스Camp Trans의 창설로 이어졌다.7 처음에 캠프 트랜스는 1991년 버크홀더가 캠프장에서 쫓겨난 데 항의하는 장소로 여겨졌고 몇 년 만에 약화되었다. 그러나 1999년, 트랜스를 포함하자는 의제를 다룬 워크숍이 지지를 받으면서 MWMF와 나란히 존재하는 대안적인 축제의 장소로 다시 부상했다.

-트랜스 여성을 배제하는 것보다 덜 분명한 다른 문제는, 여성으로 태어난 여성으로 정체화하기를 꺼리거나 그럴 수 없는 사람들을 동시에 배제하거나 적어도 소외시키는 것이었다.

 -또한 젠더퀴어인 사람들과 남성 또는 여성으로 정체화하지 않는 사람들은 그들이 여자아이로 길러졌다고 하더라도 이런 정책 아래 배제되었다. 2000년, 트랜스섹슈얼 여성이 아니었던 몇몇의 “트래니trannie 소년들, 보이다이크boydykes, 에프티엠FTMs, 레즈비언 어벤저스 그리고 젠더베리언트인 젊은 여성들”은 그들이 더 이상 여성으로 정체화하지 않기 때문에 혹은 동지들과의 연대를 위해 ‘여성으로 태어난 여성’으로 정체화하기를 거부했기에 축제로부터 축출되었다. Koyama, FAQ, 시기 미상.

-우리 중 많은 이가 우리의 젠더 표현 때문에 차별과 괴롭힘에 직면해야 했다. 그리고 우리는 동일한 폭력의 일환으로서 트랜스 여성들이 희생양이 되는 것을 본다. 우리가 “여성처럼 보이지 않아서” 괴롭힘을 당하든 아니면 “우리가 그럴 것을 추구하는 듯 보여서” 당하든, 이는 모두 우리가 저항하고자 하는 성차별적이고 젠더적으로 편협하며 가부장적인 체계의 일부다. Lamm et al., 2001.

-젠더 정체성, 성적 대상의 선택, 젠더 불쾌감, 트랜스젠더리즘, 트랜스섹슈얼리즘을 연속체상에 놓는 것도 문제적이다. 젠더와 섹슈얼리티를 분리하여 둘 간의 복잡한 중첩 구조와 배열을 드러내려는 노력이 있듯이, 위에 나열된 경험의 범주들도 별개라고 보는 것이 생산적이다. 범주들 간 괴리를 숨기는 것은 일관성이나 정치적 연대를 만들어내려는 우리의 충동이다. Martin, 1994: 117.

-비디 마틴이 언급하듯이, “젠더를 안정된 핵심이라고 보는 관습적인 이해, 그리고 정체성을 담론적 실천의 효과라고 보는 포스트모던 관념 간에 세워진 대립은 한 방향이나 다른 방향에서 결정되지 않고, 전치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그들 자신에게 가장 진짜이거나 자연스럽다고 느끼는 정체성 범주를 결정하며, 이를 신뢰하는 것은 단순히 그들의 인간 존엄성과 정당한 자율성을 존중하는 일로서 인정되어야 한다. 이는 때때로 시스젠더 정체성이라 불리는 것, 즉 별다른 복잡함 없이 여성이나 남성으로 존재하는 사람들의 젠더 규범적인 정체성에 대해서도 어떤 방식으로든 축하를 배제하지 않는다.12 이는 또한 젠더퀴어 정체성, 즉 섹스, 젠더, 섹슈얼리티에 대해 확립된 기존의 기대가 스스로를 이분법적 모델의 용어로 정의하기를 꺼리거나 그럴 수 없는 사람들에게는 부적절하다는 것을 드러내는 다양한 정체화 및 표현의 방식을 동시에 축하하는 것도 배제하지 않는다.

-이분법에 도전하는 한 가지 방법은 그것이 만들어내는 구별을 부인하거나 무시하는 것으로, 가령 여성과 남성 간의 구별을 부인하거나 무시할 수 있다. 제프리스는 이를 유일하게 가능한 접근법이라 여기는 듯 보이는데, 이런 방법은 여성과 남성 간의 구별이 많은 트랜스를 비롯한 많은 사람에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무시한다. 기존의 이분법에 도전하는 방법으로 좀 더 마음에 드는 것은 단 두 개의 범주가 아닌 많은 범주가 존재하도록 추가적인 대안들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퀴어 이론은 이런 방식으로 이분법에 도전함으로써, 확립된 범주들에서 상대적으로 문제를 겪지 않는 사람들뿐 아니라 문제를 겪는 사람들의 경험 또한 긍정하는 동시에 본질주의에 저항할 수 있다.

-젠더가 수행적이라는 생각은 헤게모니적 이분법을 유지하는 것이 능동적 과정임을 상기시킨다. 헤게모니적 이분법을 유지하는 것은 적극적인 과정이기 때문에, 사람들은 개인으로서도 집단으로서도 헤게모니적 이분법을 의도적으로 방해하는 표현의 형식을 선택할 수 있는 힘을 갖는다. 이것은 기존 언어를 ‘퀴어링’하는 방법으로 특징지을 수 있다. 동사로 사용되는 ‘퀴어’는 헤게모니적 이분법과 관련된 생각, 기대 및 태도의 불일치에서 벗어나기보다는 그러한 불일치에 주의를 집중시키는 과정을 의미한다. 헤게모니적 이분법을 붕괴시키는 것은 비록 아주 조금일지라도, 패러다임을 ‘퀴어화’하는 데 기여한다.

-섹스와 젠더의 구분은 여성학 관련 분야에서 여전히 핵심 개념으로 여겨지며, 적어도 두 가지 이상의 질문을 제기한다. 첫 번째 질문은 여성과 남성이 생물학적 현상인지 사회적 현상인지를 묻고, 두 번째 질문은 여성과 남성이 근본적으로 동일한지 아니면 다른지를 묻는다. 이 둘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질문이다. 여성과 남성이 근본적으로 동일하다고 한다면, 존재하는 차이는 우연적이거나 후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여성 또는 남성이 된다는 것이 학습의 결과라면, 여성과 남성은 생물학적 측면에서는 근본적으로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제2물결 페미니즘이 기여한 “개인적인 것이 정치적이다”라는 슬로건에 대한 한 가지 해석은 가정 폭력에 대한 사회적 수용은 오직 그러한 문제들에 주의를 기울임으로써만 바꾸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닫힌 문 뒤에서 일어나는 일은 그저 사적인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남녀 간 사회적 불평등의 연장이다. 반대로 레즈비언과 게이 권리운동가들은 대체로 문을 닫은 뒤에 일어나는 일들은 엄격히 사적인 문제라고 주장한다. 

-섹스는 시간에 걸쳐 강제로 물질화되는 이상적인 구성물이다. 섹스는 신체의 단순한 사실이나 정태적 조건이 아니라, 규제적인 규범이 ‘섹스’를 물질화하는 과정이자 그러한 규범의 강제적 반복을 통해서 이러한 물질화를 실현하는 과정이다. Butler, 1993: 1-2.

-퀴어와 페미니즘 이론의 결합이 매력적인 지점은, 이들에게 이미 공통점이 많다는 것이다. 이미 언급했듯이, 이 둘은 젠더, 섹스, 섹슈얼리티가 교차하는 문제를 다룬다. 그러나 퀴어 이론은 섹스와 섹슈얼리티에 중점을 둔다. 페미니즘 이론은 섹스와 젠더에 중점을 둔다. 퀴어 이론과 페미니즘 이론의 결합의 분명한 결과는 페미니즘 이론의 맥락에서는 퀴어적 관점으로 인해 섹슈얼리티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고, 퀴어 이론의 맥락에서는 페미니즘적 관점으로 인해 젠더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는 뱡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점이다.

-한편 페미니즘 이론처럼 퀴어 이론 또한 인종차별주의와 계급주의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이런 사실은, 편견은 만연하며 편견의 특정 형태를 다루려는 목표와 약속의 이론적 방향이 편견의 영속화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음을 말해준다. 억압에 관심을 기울이는 모든 비판이 똑같이 성공적일 수는 없다. 특히 초반에는, 이러한 자각이 편견을 없애고 편견에서 벗어날 가능성에 대한 절망감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다양한 규율 및 개인적 차단을 통해 생각을 걸러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상기시키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이 과정은 의도치 않게 갖고 있는 편견의 여러 잔해를 포착하고 제거하는 가장 좋은 기회일 수 있다. 사실상 퀴어와 페미니즘의 관점을 연결함으로써, 이러한 여과 장치에 또 다른 거름망을 겹쳐지게 할 수 있다. 퀴어 이론, 따라서 퀴어 페미니즘은 다양성을 포용하기 때문에 여러 가지 조합을 통해 이 차단을 겹겹으로 만드는 데 제한이 없다. 

-이분법적 사고에 대한 퀴어 이론의 급진적 비판에 따른 결과 중 하나는, 여성성 같은 젠더 범주뿐 아니라 여성 같은 섹스 범주를 포함하여 모든 범주의 실재를 부정하는 것이다. 실제로 여성이 없다면, 여성성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면, 여성이 없고 실제로는 남성도 없다면, 젠더와 섹스 정체성을 중심으로 조직된 이론적 관점은 거의 가치가 없는 것처럼 보일 것이다. ‘페미니즘’이라는 용어가 기존의 젠더 및 젠더 이분법을 참조하는 한, 이분법적 형태의 범주화를 거부하는 것은 이상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이 명백한 모순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표현이 지닌 모순에 대한 충분한 지식을 가진 채 의도적으로 문제적 이름표인 ‘퀴어 페미니즘’을 선택했다. 예를 들어 나는 의미를 영구적으로 고정할 수 없지만 실제로는 특정 문맥에서 그것을 지시하기 위해 끊임없이 협상해야 한다는 것을 이해하기 위해, 포스트구조주의와 특히 데리다로부터 충분히 배웠다.9 이는 성차별주의, 인종차별 및 기타 여러 형태의 억압이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기대와 이상은 끊임없이 재검토되고 수정된다. 이는 기대와 이상이 달성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기대와 이상은 우리가 받게 되는 판단들에 저항할 수 있는 기준을 형성한다. 성차별주의와 인종차별에 대응하기에 앞서, 관련된 의미들이 배치된 억압의 맥락과 관련하여 어떻게 고정되었는지 인식할 필요가 있다. 이는 1985년 가야트리 스피박이 “전략적 본질주의”라고 부른 것을 연상케 한다. 전략적 본질주의는 공동의 목표와 이해관계를 가진 집단들이 편의와 연합전선을 위해 공개적으로는 그들 자신이 본질적으로 동일하다고 일시적으로 나타내면서, 이와 동시에 진행 중이며 덜 대중적인 의견 불일치와의 논쟁에 참여하는 전략이다.

-이성애자와 LGBT+라는 범주 둘 다에 적합한 사람들이 있고 그래서 LGBT+ 공동체의 구성원인 동시에 이성애자로 정체화하는 사람들이 있는 것처럼, 정체성이 이러한 범주에 특히 적합하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양성애자 여성과 남성이 있고, 이들이 오랜 기간 동성 파트너와의 만남을 갖지 않은 채 모노가미의 관계(일대일 관계)를 맺고 이성애자들과 실질적으로는 구별할 수 없는 방식으로 섹슈얼리티를 표현한다고 가정해보자. 모노가미 파트너가 된 일부 사람들은 일상적인 대화에서 양성애자 정체성을 주장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일지라도, 다른 사람들은 그들과 상호작용을 맺는 데 이 사실이 대체로 무관하다고 여길 수 있다. 또 어떤 이들은 양성애자로 정체화하기를 주저할 수도 있는데, 이는 그들이 거주하는 주류 공동체에 정체성을 숨기기를 원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들이 지금 새로운 파트너를 찾고 있거나 미래에 그렇게 할 것으로 기대되지 않는 한, 여성과 남성 모두에 성적 지향을 갖는다고 그들 자신을 설명하는 것은 오해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이러한 유형의 사람들은 이성애자이거나 LGBT+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간단히 정체화할 수 없다. 다시 말해 동성애자와 이성애자 사이의 이분법, 또는 LGBT+ 공동체의 구성원인 사람들과 실질적 또는 잠재적 연대자로서 그 공동체의 외부에 존재하는 사람들이라는 이분법에 포함된 범주들은 적어도 어떤 이들에게는 똑같이 적합하지 않다.
  

-이성애자이고 결혼했거나 이성애자이고 독신이라는 단 두 가지 가능성을 전제하는 것은 이성애
특권의 아주 명백한 표현이다. 그러나 이보다는 덜 명백하다 해도 이성애자이거나 동성애자라는 단 두 가지 가능성을 전제하는 것 역시도 이성애 특권을 표현한다.

-루빈의 원은 무한히 나눌 수 있는 파이로 생각할 수 있다. 충분히 많은 조각이 되었을 때, 적어도 이 중 몇 조각에서라도 바깥쪽의 딱딱한 껍질 부위에 위치하지 않는 섹슈얼리티를 가진 사람이 있으리라고는 상상하기 어렵다. 껍질은 일탈적이다. 가장자리는 퀴어하다. 이런 의미에서 모든 사람은 적어도 어떤 면에서는 성적으로 일탈적이다. 이런 의미에서 모든 사람은 적어도 약간은 퀴어하다. 심지어 이성애와 동성애라는 한 쌍의 대조를 나타내는 섹스 파이의 한 조각에서 끈적끈적한 중심에 가깝고 껍질의 가장자리에서 멀리 있는 사람들조차도 그러하다. 껍질의 가장자리에 있거나 그곳에 근접한 성적 표현에 대한 공격으로서 레즈비언과 게이, 또는 LGBT+ 공동체가 받는 억압을 재구성하는 것은 곧 그러한 억압의 대상인 성적 일탈의 양식을 재구성하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단순한 연대자들은 그들 자신의 권리에 대한 이해 관계자들로 변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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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0-08-23 00: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착해빠졌대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요즘의 기후나 코로나 생각하면 인류 얼른 퇴장해야할 듯. 지구를 생각하면 퀴어이론은 온건하고 착하네요 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08-23 05:16   좋아요 0 | URL
저는 근데 저런 말 자격 없는 인간 ㅋㅋㅋㅋ둘이나 낳고 무슨 ㅋㅋㅋㅋㅋㅋㅋㅋ기만적임 ㅋㅋㅋ

- 2020-08-23 09:06   좋아요 1 | URL
그러게 ㅋㅋㅋㅋ 반님은 오늘부터 환경운동에 나서자 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08-23 10:29   좋아요 1 | URL
아...전 그냥 저도 멸종하고 지구도 자기 알아서 하라 그럴라고요...(비겁)

2020-08-23 17: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23 17: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23 17: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23 18: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자책] 아무튼, 술 - 오늘의 술을 피하기 위해서 우리는 늘 어제 마신 사람이 되어야 한다 아무튼 시리즈 20
김혼비 지음 / 제철소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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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21 김혼비.

시불시불 욕하던 서울도서관 전자책 앱에서 다른 전자도서관에 없던 책을 찾고 히죽. 나란 새끼 못난 새끼.

나도 모르는 사이 올해 읽은 책이 100권이 넘어 있었다. 복직하면 읽는 책이 줄어들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일하는 나에게 거의 유일한 여가라네. 가장 손쉬운 위로라네.
읽는 책 늘리는 꼼수는 절친한 독서가님께서 전수해주셨는데, 시집, 에세이 같이 잘 읽히고 얇은 책 위주로 읽으면 된다고 했다. 했던 것 같다. 안 그랬는데 괜히 혼자 못된 것만 슬쩍 따라 배웠을 수도 있다.
그래서 뒤늦게 별점 많은 걸 따라 읽는 책이 많다. 이 책도 아 좋대는데 보고는 싶은데 사기는 싫고 빌려보고 싶으네 하다가 결국 엊그제 문닫은 서울도서관이 자, 앱은 후지지만 재주껏 읽어봐, 하고 건네주었다.

나의 아주 못된 버릇은 엄청 많이 있는데, 그 중 한 가지는 일부러 작정하고 웃기려고 하는 사람의 말이나 글에 매우 냉정하다는 점이다. 정말 이상하게 그렇다. 그래서 영화관에서 남들이 폭소하는 지점에서는 다문 입에 동요하지 않는 얼굴 근육으로 뭐가 웃기다는 거야 하고 있다. 반대로 아무도 웃지 않는 어느 순간, 특히 진짜 개어이없는 부조리와 마주하거나 누군가가 엄청난 권위와 위엄과 권력을 행사하거나 딱 봐도 허례허식인 걸 진짜 겁나 진지하게 각 잡고 실행할 때면 고요 속에 미친놈처럼 웃어버린다. 내가 겪는 현실의 그 장면이 너무나 블랙코미디 속 연출 같아서 웃지 않을 수가 없다. 이런 놈은 딱 찍혀서 짤리거나 왕따 당하거나 배척되는 게 정상인데 내 주변 사람은 다 착한지 그래도 모지라게 굴면 챙겨주고 밥도 같이 먹어주고 그런다(…) 세상은 그리 어두운 것만은 아냐.

이 책을 읽을 때도 그랬다. 입담과 표현력 넘치게 작정하고 쓴 글 같은데 나는 썩 재미있지가 않구나 짧고 잘 읽히기는 하는 구나 하면서 슥슥 읽었다. 내가 이렇게 몽니 부릴 때는 대개 부러운 거다. 이렇게 퍼 마실 자유가 있다니. 외국에 몇 년씩이나 살아봤다니. 우아하고 호쾌하게 축구를 하다니. 숏컷이 저렇게 어울리다니. 헤헤 좋겠따.

혼비님 만큼 재미나고 사랑받는 글은 포기하세요 닥치세요 꿈깨세요 미리 내려놓고 나의 술의 소역사를 써 보기로 한다.

나는 술꾼이 아니다. 술꾼이었던 적이 없다. 술로 따지면 진짜 쪼렙에 신생아다.
유년기의 술은 끔찍한 물질이었다. 술만 먹으면 때려부수고 엄마랑 동생 괴롭히는 아빠를 이십 몇 년 보고 살면 그렇다. 아빠가 술 먹고 오는 날은 정말 무서웠다. 평소에도 아빠는 무섭지만 술을 먹으면 정말 사람새끼가 아니었다.
우습게도 그런 불안과 공포는 나도 아빠처럼 술처먹고 담배피우고 삐뚤어질 거야! 하는 반발심으로 사춘기 때 폭발했다. 물론 담배는 고등학교 때 아빠 담배갑에서 한 개피 훔쳤다가 걸려서 뒤지게 혼나고 휴대전화 빼앗기고(전화기는 왜…)하면서 1차 시도는 불발했다. 그런데도 아빠는 나한테 담배 심부름을 자주 시켜서, 고3 여름 방학 때였나, 독서실 가는 길에 아빠 심부름 하듯 자연스럽게 씨마 주세요, 하고 집앞 슈퍼에서 담배 한 갑을 사서 오늘처럼 찌는 여름의 육교 위에서 미리 훔쳐둔 라이터로 불을 붙여 한 대를 태웠다.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켁켁대지 않을 거야! 하면서 깊게 몇 모금을 들이먹고, 연기를 내뱉고, 그런데도 아무 것도 없어서 허무했다. 기분이 나아지지도 않았다. 기대 서 있던 육교 난간에 남은 담배갑 통으로 끼워 놓고 독서실에 갔다. 이후 스무살 때 사귄 미친 남자친구 놈이 내가 좋아하던 여자애가 담배 피우는 게 그렇게 멋지더라, 하면서 하나 물려주는 거 피운 때랑, 동아리의 술자리에서 선배 언니가 피우는 걸 나도요 하고 얻어 피워본 이후로 나는 내내 비흡연자였다. 성대도 호흡기도 너무 약해서 인생 다섯 손가락 꼽히는 연초를 태워본 걸 마지막으로 앞으로도 피울 생각이 없다. 왜 샛길로 샜냐...왠지 음주와 흡연은 청소년의 탈선 대명사로 묶여서 나도 모르게 관성적으로...

술은, 좀 다르다. 첫 음주는 열일곱, 학교 공식 밴드 보컬 오디션에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당당히 붙은 뒤였다. 단합대회를 한다고 해서 기대반 설렘반 쫄졸 따라갔다. 그렇지, 락커라면 마약하다 뒤지는 건 대한민국에서는 안 되지만 술은 좀 해야지. 학교 근처에는 탄천이 흘렀다. 거기에서 선배들이 사온 소주를 겁 없이 벌컥벌컥 마셨다. 막 강권하는 분위기는 아니었는데 선배들이 자꾸 괜찮냐고 물어봤는데 왠지 센 척하고 싶어서 처음 먹는 술을 잘 먹는 척 마셨다. 동기 애들이 맛이 가는 걸 구경하고, 멋진 선배 오빠들이랑 말도 많이 하고 왠지 더 친해진 거 같고, 하여간 즐겁게 놀다가 집까지 한 시간 걸리는 버스에서 푹 자고 멀쩡한 척 집 가서 이닦고 잤다.
그 다음 음주는 열여덟, 역시 밴드 때문에 마셨다. 분명 오디션 뚫고 들어온 보컬은 나인데, 다른 멤버 애들은 자꾸 객원보컬이라면서 자기 친구 남자애를 데려왔다. 새천년의 대세는 랩메탈, 하드코어, 뭐 이런 거였다. 그렇지만 얘들은 실력이 안 되니까 메탈리카, 너바나, 스키드로우 이런 밴드 중에 제일 쉬운 곡을 카피했고 나는 맞지도 않는 옷을 주워입듯 꾸역꾸역 안 되는 영어 발음으로 그로울링하는 아저씨들 목소리를 흉내내어 연습을 했다. ㅋㅋㅋㅋ그런데 랩만은 나를 시키기 싫었나 봐...나도 나름 노력했다. 레이지어갠스트더머신의 킬링인더네임이니 테이크더파워백이니 돌아가지도 않는 혀로 앤 나우 유 두왓 데이 톨쟈! 하면서 매일매일매일 랩 연습을 했다. 그런데도 자꾸 다른 남자애를 불러다 공연에 세워… 겨우 날 배려한답시고 자우림 노래 같은 거 하나 선곡해 놓고는 연습을 하나도 안 해 와서 합주를 할 수가 없어...얘들이 날 따돌린다는 생각에 밴드 탈퇴를 선언하고 몇날 며칠 줄줄 울었다. 나 없이 개판오분전으로 공연하는 모습을 본 수학여행 날은 화장실에 숨어 거의 한 시간을 또 울었다. 내가 나온다고 해 놓고도 괜히 서러워가지고 밴드 커뮤니티 익명 게시판에 가서 니들 좆나 후지다고 욕을 써 놓고(내가 더 후졌네) 그렇게 며칠을 보내다가… 동네 친구 하나를 불러다 슈퍼에서 소주 두 병인가를 사서 코인노래방에 들어가서 병나발을 불었다.
깡술을 물처럼 마시니 당연히 꼴았고, 중간에 친구한테 뽀뽀도 한 것 같고, 코인노래방이 있던 오락실 화장실 바닥에 굴러다니는 걸 친구가 질질 끌어서 우리 집까지 데려다 주었다. (애비가 그러더니) 너까지 속을 끓이니, 하던 엄마 반응이 언뜻 기억나는데 대부분은 기억이 안나고 다음 날 아침 일어나니 머리랑 속이 뒤지게 아팠던 것 같다. 엄마는 그 일에 대해 더 말하지 않았고 나도 이후로는 그렇게 취해 들어오는 일도 밴드에 대해 더 미련을 갖는 일도 없었다.

고3 때는, 처음 남녀합반이 되어 수줍은 마음으로 좋아하는 애도 생기고, 익명게시판에 나 누구 좋아한다, 글 써서 애들이 누군지 추적하면서 단합하게 만들기도 하고, 수능 백일 앞두고 백일주, 수능 끝나고 축하주, 이렇게 반 애들과 술을 마셨던 기억이 난다. 서로 망가지는 모습을 보며 나름 친해진 것 같은 기분으로 집에 돌아와 익명 게시판에 또 인물평 같은 걸 남기기도 했다. 그런데 나에 대한 걸 안 써서 금세 너 00이지 하고 걸렸다. 워낙 애들하고 못 어울리고 애들 친목질하면서 사진찍는데 구석탱이에서 공부하는 모습으로 뒷배경에 찍히는 아싸 이미지라(진짜에요 믿어주세요) 졸업 이후로 고등학교 때 친구들과 술을 마신 적은 없었다. 왜 세 문단 다 마무리가 없었다냐.

스무살 대학생 되어서는 고삐 풀렸다. 과에서 동아리에서 술 마실 기회 있으면 열심히 마셨다. 맥주는 싫다고(그때 병이나 페트에 든 국산 맥주도 호프집 생맥주도 정말 맛이 없었다) 소주만 마셨다. 몰랐는데 왕창 먹어보니 알았다. 내 술버릇은 정말 개같았다. 개새끼였다. 선택적 기억장애를 겪긴 했지만, 좋아하던 선배한테 강제로 키스했던 것도 같고, 나중에 남자친구 생기고 나서 역시 남자친구 있는 선배 언니와 두 남자친구 옆에 두고 키스했던 것도 같고(두 남자는 경악해서 말렸다...), 여자친구 있는데도 날 데리고 썸놀이하던 애한테 남들 다 있는 앞에서 십 분 가까이 욕콤보를 날려서 급기야 다른 선배오빠가 00야 하지마...그만해...무서워….하고 말린 적도 있고, 하여간 엉망진창이었다. 이십 년 간 보고 배운 게 그렇다고 구차하게 변명하긴 그렇지만, 어느 순간 생각했다. 나는 술을 마시면 안 되는 새끼인 것 같아…
스물두 살에 아토피성 피부염이 너무너무너무 심해지면서 거동을 못할 지경이 되어서 강제로 술을 끊었다. 스물 네살까지 술을 안 마셨다. 그러다가 취업을 하고 신난다고 후배들 만나서 치킨에 맥주를 마셨더니 아토피가 다시 도졌다(…) 그래서 직장에서도 저는 술을 마시면 질병휴직을 해야 하는 사람입니다. 하고 안 마시게 되었다.
그러다가 2014년 쯤 술을 마시고 연달아 사고를 치고, 같이 여행간 사람들(그때 처음 본 사람들도 있었다)에게 욕을 하고 희롱을 하고 하여간 온갖 추한 짓을 하는 걸 지켜본 곁의 사람이 약속을 하자고 했다. 둘이 있든 남이 있든 자기가 옆에 있을 때만 술을 마시라고 했다…그러면 수습은 해 줄게…

그래서 사람 구실은 하고 살고 있다. 수유 기간이 한 아이당 18개월 도합 36개월은 강제 금주를 하다 사이사이 맥주를 사오는 가족 덕에 요즘은 가끔 마신다. 요즘 가장 좋아하는 술은 경복궁이다. 이건 진짜 짱짱이다. 그전까지는 인디아 페일에일이 뭔지도 몰랐다. 아니 술에다가 연잎을 왜 넣어. 그런데 연잎향에 호프향 너무 좋다. 아 좋아. 이거랑 뿌링클 먹으면 진짜 짱짱...몸무게가 막 는다… 갑자기 연잎향 맥주 이야기 하니 연꽃이 보고 싶어 검색해 봤는데 이미 늦었나 보다. 코로나썌키때문에 나다니지도 못하니 올해 연꽃 구경은 포기. 연잎향 맥주나 먹자. 그런데 또 가족이 건강이 좋지 않아 술을 많이 마시지는 않는다. 그러니 나는 불쌍한 강아지 표정 지으며 오늘은 맥주 안 마셔? 안 나눠 마셔? 이러면서 애원하다가 그냥 포기할 때가 많다. 혼자 마시는 경지에는 아직 이르지 못했다.

그러니 술쪼렙인 내가 이 책을 읽기에는 공력이 부족했다. 그냥 아 그렇구나, 난 이만큼 술을 사랑하지는 못하겠구나, 술을 사랑해서는 안 될 몸이겠구나 싶었다. 그냥 이런저런 사람도 삶도 애호도 있구나 하는 정도였다.
냉장고에는 경복궁 한 캔 남산 한 캔 있지만 가족은 아직도 퇴근 전이고 나는 그냥 꿈에서나 경복궁 반 캔만 마셔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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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그리기 2020-08-22 08: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얇디얇은 책보다도 더 풍성한 감상을 풀어놓는 무서운 내공이라니.. 요즘 바쁘기도 하지만 님같은 이웃님 때문에 도서감상 쓰기가 너무 망설여지잖아요! (왜 엉뚱한 데 골질인지는 나도 몰라요. 갱년기 탓이라고 할래요. 힝.. ㅜㅜ)
님의 글을 읽다가 저와 비슷한 게 많아서 놀라며 또 혼자 반가웠습니다.
특히 담배 관련 개인사는 제 얘기인줄.. ㅎㅎ
(도덕책같은 청소년기를 보낸지라 첫 담배질(?)은 대학 3학년때였던 건 조금 다르지만), 기관지도 안좋고 맛(?)도 없어 몇번 시도하다 평생 비흡연자로 살고 있거든요.
게다가, 20대엔 소주만 줄창 마시다 맥주에 빠진것도 비슷해서 혼자 신기해 했네요^^
저희 집안은 아빠부터 모든 식구들이 알콜에 강한 체질인데다, 남들에게 흉한 꼴 보이기 싫어 이를 악물고 정신 차리려 애쓰면서 귀가해 쓰러진 덕분에 다행히 이불킥 해야하는 주사의 역사는 없는걸 천운이라 여기며 살아왔고,
님 글을 읽으며 다시 한번 안도의 한숨을 살짝 쉬었다는요. ㅎㅎ
읽다보니 아침부터 맥주가 한잔 땡기는^^ 기현상이..
특히 고민하다 패스했던 경복궁,
오늘 반드시 마셔볼랍니다! (이런 다짐 너무 행복합니다)
시원한 맥주와 함께 멋진 주말 보내세요~~

2020-08-22 08: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22 08:3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22 08:3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제이 2020-08-22 13:4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좋아요*100 경복궁 메모!

반유행열반인 2020-08-22 14:27   좋아요 0 | URL
좋아요 백 개나 감사합니다 ㅎㅎㅎ경복궁은 한 번쯤 드셔보시면 새로울 맛이에요 ㅎㅎ

- 2020-08-23 00: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이 은근 슬쩍 달달구리해서 반님 취향아닐 줄 알았지 (빙긋)

반유행열반인 2020-08-23 05:17   좋아요 1 | URL
아 나도 달달구리 잘 먹는다고! 요즘 그냥 심통 나서 그래요.ㅎㅎㅎㅎ설탕 살쪄 알콜 살쪄 압수(이러고 어제 경복궁이랑 남산 먹음)
 
[전자책] 02 (영이)
김사과 / 창비 / 2013년 3월
평점 :
판매중지


-20200818 김사과.

그날 너무 이른 아침 도심에 도착했다. 나는 서울역부터 시청을 거쳐 광화문과 종로와 삼청동과 하여간 그 주변에 가면 늘 신난다. 어딘가의 중심에 있는 느낌인데 나는 거기 속해 있지 않고 거기에 별 기여도 하고 있지 않은데 그 공간을 빈둥대고 있는 게 좋다.

온라인으로 서울도서관 가입은 진작 해 놓았는데 회원증을 발급 받지 않았었다. 아직 아홉 시가 안 되어서 동그란 잔디광장을 바라보며 도서관 앞을 왔다 갔다 했다. 나처럼 문 여는 시간이 안 되었는데도 주위를 서성이는 사람이 몇 있어서 신기했다. 아홉시, 안에 있던 사람들이 문을 열어주었다. 도서관에 들어가는 데도 큐알코드를 찍으라고 했다.

플라스틱 카드로 된 회원증을 받았다. 이제 서울시도서관, 관악구도서관 두 개를 갖게 되었다. 사실 종이책은 거의 빌린 적이 없다. 회원증을 발급 받으면 전자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어서 온 것이다. 사실 도서관에 올 생각은 없었는데 열흘 전 쯤 잡은 약속이 장소가 바뀌고 시간은 너무 이르고 그런데 마침 도서관이 있어서 들어갔다.

도서관은 회원증 발급과 대출 반납 외의 업무는 모두 중단상태였다. 열람을 막으려고 테이블은 전부 폴리스라인 같은 차단줄로 막아 놓았다.
나는 도서관 일층과 이층을 오가다가 보고 싶던 책을 검색해 이층에서 책을 찾았다. 지난 주 개강한 소설 강좌에서 선생님이 꽤 오래 작가론 같은 걸 풀어준 김사과의 소설집이었다. 서가에 서서 책을 읽고 있는데 조그맣고 어려 보이는 사람이 책정보를 인쇄한 쪽지를 들고 헤매고 있었다. 흘긋 훔쳐보고 책이 있는 곳을 짚어주었다. 감사합니다, 하고 조그만 사람이 손을 뻗었지만 꼭대기칸 그 책에 손이 닿지 않았다. 강신재 작품집? 뭐 그런 거였는데. 나도 엄청 조그만 사람인데 그 사람보다는 조금 더 커서 까치발로 손을 뻗어 책을 꺼내주니 다시 감사합니다, 하고 책을 받아 사라졌다.

거의 한 시간 반 동안 서서 김사과의 등단작 영이를 읽었다. 그러고나서 책 뒤로 가서 역시 수업에 언급되었던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오늘은 참으로 신기한 날이다를 읽었다. 두 작품 다 폭력과 폭언과 자기부정과 분열과 개박살나는 가족과 찢어지는 자아가 나온다. 두 번째 소설을 다 읽을 쯤 도서관 직원한테 저지 당했다. 선생님, 여기서 열람하시면 안 되니 대출을 해 주세요. 검색할 때 전자도서관에도 같은 책이 있는 걸 알고 종이책을 빌리지 않았다. 그러니까 회원증만 만들고 대출도 안 하고 나왔어.
그러고나서 코로나가 다시 퍼지고 있으니 조만간 도서관은 다시 닫지 않을까. 오늘 도서관 홈페이지를 보니 아직 안 닫았네.

예정된 약속은 생각보다 짧게 마주 앉아 커피 한 잔만 마시고 궁금하던 사람의 눈과 코와 입만 보고 악수를 나누고 끝이 났다. 내 맥주! 콩국수! 뭔지 모르지만 파스타 같은 요리!!!
점심은 버거킹에서 행사하는 치즈와퍼를 시켰다. 패티 겉이 온통 숯처럼 타서 검은 가루가 덕지덕지 묻어났다. 한입 먹으니 써서 다시 만들어주세요 했다. 햄버거를 다시 만들어 달라고 한 건 기억하기로는 처음 있는 날이다.
햄버거를 우걱우걱 꾸역꾸역 다 먹고는 양파냄새가 가시지 않은 입을 달고 작년 가을 처음 가 본 어떤 건물 앞 잔디밭을 둘러보았다. 소녀상이 놓여 있고, 그 옆에 수국 같은 꽃과 나무로 둘러싸인 벤치가 있어서 앉았다. 여름의 이곳은 처음이고, 아마도 마지막일 것이었다. 비가 그쳐 들고 온 우산은 짐만 되었다. 약간 습하고 더운데 바람이 가끔 선선 부는 게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그렇게 예정에 없는 만남 속에 처음보는 손바닥 한가운데 점, 바닥에 눌러죽은 비둘기의 깃털 흔적, 사우론의 본거지 같은 어어어엄청 높은 건물, 커피를 파는 중고서점 같은 걸 거쳐 집으로 돌아왔다.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오늘은 참으로 신기한 날이었지만, 다행히 나는 한 사람도 죽이지 않았고, 나도 아직 잘 살아 있다. 잘못된 세상과 폭력과 괴롭힘과 분노와 그걸 다 무너뜨리고 싶어하는 마음으로부터 살짝 비껴 나간 채로 나는 그냥 소설을 읽을 뿐이다. 흠 나도 욕 잘 하는데. 이거 내가 고등학교 때 일기장에 써 놓은 것 같아. 그치만 지금은 이렇게 못 써.

나는 행복한데 불행하고 불행한데 행복하다. 엉망진창인 과거에 얽매여 있지만 극복하고 잊어버린 부분도 많다. 나는 점점 많은 걸 잊어가고 있다. 나는 진심으로 분노할 줄 모르는 사람이 되었다. 나는 살 만한 존재가 되었다. 불안과 걱정과 그리움이 짓누르면 맥주를 한 캔 따고, 신경안정제를 두 배로 먹고, 몸을 괴롭히거나 즐겁게 하고, 길고 긴 일기나 길고 긴 편지를 쓴다. 머리에 들어오지도 않는 책을 눈으로 훑는다. 인터넷에서 장을 보고 옷을 사고 신발을 사고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사 마시거나 드리퍼에 원두가루를 넣고 뚝뚝 떨어지는 커피 방울을 바라보며 기다린다. 시간이 가길 기다린다. 내가 죽어 없어지고 세상이 망하길 기다린다. 그건 아주 많은 시간이 지나야겠지만. 기다리는 시간이 무료해서 이런 걸 읽고 아무말이나 끄적이고 조금 있다가는 써브웨이에서 샌드위치를 사 먹고 2주차 강의에 들어가서 합평을 받을 것이다. 모든 게 아무 소용도 없고 그냥 시간을 보내는 데 지루함을 줄이기 위한 일이다. 왜 요즘에는 돈지랄이라는 말을 플렉스한다고 하는지 모르겠다. 하여간 써도 늘지 않는 글을 배우겠다고 글쓰기 강좌를 수강하는 게 플렉스인지, 돈지랄인지, 나만의 시간을 갖는 일인지, 자기 계발인지, 지푸라기를 잡는 절박함인지, 그저 시간 때우기인지, 기타 선택지가 있는지, 내 마음이 골라잡기 나름인데 지금은 그냥 모르겠다. 아무 것도 선택하지 않는다. 애쓰고 싶지 않다. 아무말잔치나 해야지. 헤헤헤헤.

영이-분열된 영이와 개가 된 아빠
과학자-고추장 중독자와 거식증에 걸린 한나, 안나?
이나의 좁고 긴 방-대학 졸업하면 두부공장에 갈 수 있을 줄 알았는데 내가 죽인 할머니가 자꾸 내 방에서 잠을 자네.
준희-전남친을 마주친다면. 더러운 아저씨와 모텔에서 섹스를 한 생각이 그때문에 떠오른다면.
나와 b-나와 비와 깡패와 본드와 실패한 화장
정오의 산책-선지자, 깨달은 자, 뭘 말하고 싶은지는 모르겠다.
움직이면 움직일수록 이상한 일이 벌어지는 오늘은 참으로 신기한 날이다-나는 너무 착하게 살아와서 아줌마와 아이를 죽이고 아버지와 엄마를 죽이고 누나는 김치 범벅이 되어 밥을 계속 먹는다.
매장-아 이거 무슨 소설인지 까먹음. 아 서울 좆까 하는 글임.


아!!!!!전자책으로 읽다 만 책 빌려서 나머지를 읽었는데, 서울시 전자도서관은 내가 그동안 이용해 본 전자책 뷰어 중 역대급으로 거지 같다. 앱 리뷰에 가보면 시민의 분노가 응집된 것을 볼 수 있다. 물론 불편함에 익숙해져서 결국 다 보긴 했지만, 공짜니까 참는다만, 귀찮게 시청 앞까지 가는 수고를 덜 수 있다만, 진짜 좆같이 만든 앱이다. 이거 개발한 업체에는 소송 걸어야 하고 담당자는 시말서 써야 한다. 차라리 알라딘 도서관이나 예스24도서관이나 교보도서관 같은데 위탁하지, 꼴에 자체 앱 개발하겠답시고 세금 꼴아박아서 아주 끔찍한 뭔가를 만들어 놓았다. 보던 책이 사라지고, 책갈피나 밑줄 긋기도 정상 동작 안 하고, 인터페이스도 구리고, 책 한장 넘기는데 막 로딩 표시가 화면 가운데에서 뱅글뱅글뱅글 몇 초 쯤 지나야 넘어간다.(항상 그러진 않고 가끔 정상 동작도 한다.) 터치 잘못하면 후루루루루룩 책장이 지마음대로 넘어감.
그래도 다른 데 없는 책 많다고 또 시불시불하면서 빌려보겠지 나새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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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0-08-18 21: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희 지역 도서관도 계속 문닫은 상태에요. 원래 일정대로라면 이번주에 열 예정이었는데 아마 계속 닫을 듯 합니다...
전자도서관은 이용해본 적 없는데 어플이 아직 발달?이 안되었나봐요 이시국을 기점으로 좀 더 쾌적하게 개발되면 좋겠네요....

반유행열반인 2020-08-18 21:45   좋아요 1 | URL
서울도서관도 내일부터는 닫는다고 문자 왔어요 ㅜㅜ유료형 도서 대여나 각 지역 자치도서관 연계된 것 중 알라딘, 예스, 교보문고 정도는 그럭저럭 쓸만 해요. 서울시는 서울시라 기대했는데 너무 실망스러운 나머지 욕을 한 사발 해 버렸네요......

파이버 2020-08-18 22:19   좋아요 1 | URL
인터넷 서점이 연계된 것은 괜찮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사 온 지 얼마 안되어서 아직 회원증 발급을 못 받았는데 문 열면 한번 알아봐야겠습니다~

2020-08-18 23: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19 06: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신햇님 2020-08-19 17: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울분에 찬 글이네요. 그 분노가 생생하게 느껴져요

반유행열반인 2020-08-19 17:42   좋아요 0 | URL
사과님 소설을 보면 저의 울분과 분노는 미약하고 약소합니다. ㅎㅎㅎ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han22598 2020-08-20 00: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ㅎㅎ 실실 웃으면서 읽었어요 ㅋㅋ 돈지랄은 그냥 돈지랄인데...왜 플렉스라 하는지..영어병 걸린건가 싶기도 하고 ㅎㅎ

반유행열반인 2020-08-20 07:07   좋아요 0 | URL
실 같이 가는 웃음이라도 드려 기쁩니다 ㅎㅎㅎ돈지랄은 아니었나 싶어 조금 더 기쁘네요 ㅎㅎㅎ

바다그리기 2020-08-21 19: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세종대왕님이 만들어주신 한국어로도 충분히 의미 전달이 되는 단어를 굳이 외국어로 쓰는 경우, 저는 그들이 뭔가 내심 캥기는(부끄러운 짓이라는 자각같은) 감정을 감추고 그럴싸한 것으로 포장하는 거라고 혼자서 생각합니다. (혼자서만 한다는게 중요해요. 이런 저의 판단 역시 당당하지 못하기에. ㅋㅋ)
그나저나 ‘어쩌다 도서관 탐방기‘가 책 감상보다도 버라이어티하고 흥미진진 하면(더구나 전자책 앱도 후진 도서관인데) 어쩌라는 겁니꽈!
가끔 올리시는 커피 글도 그렇고, 어쩐지 도서 외의 스핀오프(이 단어가 적합한 지는 저도 잘.. ㅜㅜ)나 외전에도 강하신 듯. 결론은 재미있게 잘 읽었다는 거.^^ 저도 예전에 잘 가던 도서관이라 잠시 추억에 젖어서 읽었네요. 기분 전환겸 이런 글도 가끔씩 올려주세요~

반유행열반인 2020-08-21 20:21   좋아요 1 | URL
아이참 바다그리기님은 뭔가 필터(셀카 찍을 때 이뻐지는 그거) 끼고 제 글을 보시는 게 아닐까 싶게 과찬이십니다. 그래도 즐거움 드렸다니 저도 기쁩니다. 제가 겨울에 관악구 도서관 회원증 만드니 바로 문을 닫았는데 이번에도 서울도서관 회원증 만드니 도서관 문을 닫았습니다...이건 뭔가 제 몸에 도서관 종결자의 피가 흐르는 것 같습니다...그냥 알라딘에서 중고 사봐야겠습니다 ㅋㅋㅋㅋㅋ

바다그리기 2020-08-21 2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앗, 저도 최애 맛집이라고 누군가에게 자랑하면 얼마 후 그 집이 문을 닫는 아픈 징크스가 있는데.. 이럴수가 ㅜㅜ
서로 그게 아닐 거라고 위로하고 격려해주는 이웃이 되어야하나봐요, 우린.^^ 예쁘게 생각 하는 필터라니, 저야말로 그런 선한 눈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이라 뜨끔하네요. ㅎㅎ
착하게 살겠습니다~ (뜬금 없는 결론 죄송!)

반유행열반인 2020-08-21 20:56   좋아요 1 | URL
그게 아닐 거에요. 착하게 안 살아도 되니 행복하게 사세요!!!!! ㅎㅎㅎㅎ

- 2020-08-23 0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뭐지, 뭔가 기형도 스러운 글이다! 곰곰히 읽게된다! 엄청난 의식의 흐름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08-23 05:18   좋아요 1 | URL
의식 아니고 하루의 흐름 아닌가요?? 기형도 시인님이 먼지 상태로 저한테 와서 때리실 듯...

- 2020-08-23 09:09   좋아요 1 | URL
진짜 기형도 스러웠는 데??? ㅋㅋㅋ

2020-08-23 09: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23 1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23 11: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0-08-23 1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자책] 이야기의 탄생 - 뇌과학으로 풀어내는 매혹적인 스토리의 원칙
윌 스토 지음, 문희경 옮김 / 흐름출판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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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817 윌 스토.

안녕 도라에몽.
https://youtu.be/TaY5pcnXras

이 책 후반부를 읽을 무렵 도라에몽이 진구를 떠나는 에피소드를 보았다. 도라에몽 시리즈 중 가장 눈물 넘치는 이야기일 텐데, 역시 오래도록 사랑받는 이야기는 뭔가 구성도 연출도 남다른 게 있다 싶었다. 도라에몽과 이별을 앞두고 진구는 굉장히 성숙한 모습을 보인다. 자신이 자꾸 기댄다면 도라에몽이 마음 놓고 떠나지 못할까 봐, 퉁퉁이에게 맞으면서도 도라에몽을 부르지 않고 스스로의 힘으로 퉁퉁이를 이긴다.
거짓말800 한 병 쭈욱 빨고 도라에몽은 돌아오지 않아! 하고 외치고 싶다...ㅋㅋㅋㅋ

출판계에서 ‘뇌과학’은 (판매 촉진의) 마법 주문 같은 건지, 부제에 자꾸 들러붙는다. 하긴 그래서 나도 이 책 봤잖아...몇 번을 낚이고 또 낚이냐. 책의 원제는 ‘스토리텔링의 과학’이다. 번역서 제목들을 보면 한국어 사용 독자에게 어필하기 위한 온갖 노력과 시도와 실패를 느낄 수 있다…

즐기기 위한 독서가 있고, 왠지 이건 봐야 할 것 같아서 보는 책이 있는데, 후자에 가까웠다. 문제는 잘 안 읽혔다. 소화가 되질 않아… 뭔가 되게 도움 될 것 같은 말이 막 나오는데 다 읽고 나니 남는 게 없다.
그래도 예시에 읽은 책이나 본 영화가 나올 때 좋았다. 남아 있는 나날, 나를 찾아줘, 리어왕(음 이건 읽은 지 이십 년도 넘어서 안 봤다고 하는 편이…), 어둠 속의 댄서 같은 거. 읽고 싶은 책(-이언 매큐언의 체실 비치에서), 보고 싶은 영화(-아라비아의 로렌스), 도 생겼다.

우리 뇌는 끝없이 이야기를 지어낸다. 우리 삶도 뇌가 지어내는 완결성을 갖추고자 하는 시도와 함께 이어진다. 이 사람은 누구인가, 세계는 어떤 곳인가, 결국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사실이란 없고 전부 다 뇌가 구성하고 만들어진 것이다. 감정, 지각, 인식, 대부분이 그렇다. 이야기를 지어낼 때도 그런 사실을 알고 최대한 읽는 사람에게 이끌어낼 수 있는 반응을 예측하며 쓰면 더 효과적일 것 같다. 하지만 어떻게...

이야기를 만들 때, 결함 있는 인물, 그 인물이 누구인가, 어떻게 변화하는가, 그 인물이 통제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등에 대해 끝없는 질문을 해야 좋은 이야기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음. 항상 못난이들을 이야기 속에 등장시키는 나는 일부는 성공이다.

문제는 늘 끝마무리를 제대로 짓지 못한다. 인물들과 아름다운 이별을 좀 했으면 좋겠는데, 매조지가 잘 안 된다. 스스로도 깨닫고 내 이야기를 읽어주는 친구들도 늘 지적하는 결말은 좀 재미없다, 약하다, 아쉽다, 등등. 책에서 제시하는 나름의 해결책은 갈등의 해소, 인물이 사건을 겪고 나서 변화한 모습, 같은 걸로 읽혔다. 그런데도 아직 잘 와닿지는 않는다. 다음에는 결말부터 쓰는 시도도 해봐야겠다. 그런데 그러고 나면 왠지 결말이라고 쓴 부분을 맨앞에 끌어다 놓을 것도 같다. ㅋㅋㅋ
세상 끝까지 살아봐야 알지...끝이 좋은지 나쁜지 진짜 끝까지 가봐야 알지...하는 미루는 습관이 자꾸만 마무리를 주저하게 만드는 것 같다. 이봐 그렇다면 결국 죽어야지 끝나는 이야기냐...다음 이야기는 결말에서 주인공을 죽여야겠다… 초반에는 꼭 누구 하나 죽이곤 했는데 최근 들어서는 잘 안 죽인다. 이건 나름 좋아진 부분 아니냐…

여하간에 이런 책도 봐두면 좋을 것 같기는 한데 이번에는 소화를 못했다. 전에 시학이랑, 시학을 가지고 스토리텔링 이야기 하는 책도 봤는데 그것도 남는 게 하나도 없었다. 그냥 잘 쓴 이야기들이나 재미있게 봐야지. 머리 아파. 나는 딱히 하고 싶은 이야기가 없다. 그냥 이야기하는 자체가 좋아서 말하고 쓴다. 그걸로도 누군가가 재미를 느끼면 좋겠지만 집중력 있게 붙잡아 두기는 힘드니까 조금 궁리를 하긴 해야겠다. 남의 이야기를 들을 때 끝까지 듣는 습관, 끝에 집중하는 습관도 좀 들여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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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ueyonder 2020-08-17 17: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즘 실재론에 대해 고민합니다. ^^;;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사실이 없다기보다 우리가 객관적이라고 인식하는 사실조차 객관적이 아니라 주관적이라는 것이 좀 더 정확할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적어도 거시 세계에서는요... 평안한 휴일 보내세요~~

반유행열반인 2020-08-17 17:29   좋아요 1 | URL
으왁 지금 보고 계신 이 글을 쓴 저도 님께서 만드신겁니다. 여기 없습니다. 뿅.
평안한 휴일 보내세요. ^_^

바다그리기 2020-08-17 17: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봐야할 것같은 책이라서 읽었는데 읽고나니 딱히 남는게 없는듯 했던.. 감상이 똑같았던 지라 또 한번 반갑네요.^^ 그래도 뇌가 우리 눈앞에 펼쳐지는(혹은 생각하는) 것들을 환각처럼 그려서 받아들인다는 것, 그러니 단순히 기쁨을 느낀다고 쓰지말고 뇌가 기쁘게 느낄만한 표현들로 쓰라는 부분은 정말 새삼스럽고 인상적인 깨달음이었어요.
이야기를 성의 있게 끝까지 잘 들어야겠다는 생각, 저도 요즘 많이 하는데.. 두루 반갑네요. ㅎㅎ

반유행열반인 2020-08-17 17:46   좋아요 1 | URL
뇌가 기쁘게 느낄만한 표현들로 쓰라는 부분...이 있었군요! 저는 도대체 뭘 읽은 건지 ㅋㅋㅋ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같은 책을 읽는 사람이 있는 건 즐거운 일 같아요. 저도 두루 반갑습니다.

syo 2020-08-18 18: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최근에 어떤 남성으로부터 자기는 도라에몽 보고 눈물 흘린 적 있는 가슴 촉촉한 남자라는 주장을 들었습니다.
생각해보니 마지막으로 도라에몽 만화책을 펼친 것도 20년 쯤 된 것 같네요...

반유행열반인 2020-08-18 18:59   좋아요 1 | URL
으악 20년 전 막 이렇게 회상하면 엄청 으른 된 느낌이에요... 저는 도라에몽 보고 울지는 않았고 그렁그렁에서 참았어요. 그 촉촉한 분이 어떤 분인지 몰라 (괜히 동류되면 부끄러울 인물...아니길ㅋㅋㅋ) 안 흘렸다고 우기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