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들의 섹스북 - 우리 모두 잘 모르는 여자들의 성과 사랑
한채윤 지음 / 이매진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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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01 한채윤.

원래는 일주일 후 성적표 나오는 날까지 쉬려고 했는데, 어차피 인터넷 들여다보고 책 보고 허송세월하는 건 똑같잖아…하고 백만 년 만에 수학 기초 개념 강의를 두 개 들었다. 시험 전엔 너무 늦게 강좌 수강 시작한 바람에 막 어려운 개념이랑 기출문제풀이 강의를 먼저 들었는데 다시 초심으로, 나 수학 처음 배움 ㅋㅋ하는 마음으로 기본 강의를 1배속(그전에는 막 배속해서…)으로 여유 있게 보았다. 문제는 많이 안 풀었는데 내일부터는 문제 푸는 연습도 다시…

그래서 오랜만에 책도 별로 안 본 하루였다. 2주 동안 이 책 저 책 벌려놓고 봤더니 거의 다 본 책 뭐 있나 봤더니…여자들의 섹스북 거의 다 보고 끄트머리만…책 보다보다 지치면 이거 보면 이제 그만 보자…하고 마무리(?) 되는 느낌으로 조금조금 보았다.
성과 사랑 카테고리 책은 꾸준히 보았어서 이제 그만 하산…해도 될 거 같지만 우연히 이 책 발견하고 흠, 새로운 뭔가가 있을지도…늘 정진해야 한다…하고 구입했다. 개정판 전에는 레즈비언을 위한 섹스책이었다는데 새로 책을 내면서 동성애 이성애 구분 없이 사랑 나누는 여성 모두에게로 독자를 확장했다고 한다. 과연, 성적 지향 상관없이 여성과 사랑을 나눌 이는 물론, 혼자 스스로를 사랑할 여성에게도 참고할 만한 내용들이었다. ‘질의응답’이나 ‘마이시크릿 닥터’같은 책은 여성의 성을 다루면서 건강 쪽에 더 초점을 뒀다면 이 책은 건강이나 교제하는 사람과의 관계에 대해서도 다루지만 조금 더 실용서 쪽이다. 대부분 아는 내용(?)에 실천 중(?)이지만 뭔가 도움 될 내용 있던 것 같다…했는데 그새 다 잊어버림… 저는 역시 하산해도 될 것 같고, 자신과 파트너의 행복을 위해 더 노력하실 분들은 읽어 보시길 권합니다… 여성 신체에 초점 맞춰서 남성 관련은 안 나옵니다…스스로 상상력이 부족하다 싶다면 지평을 확장해 주는 부분이 많습니다.

오늘의 일상은 수학 재시작…인데 어쩌다 펼치고 마무리한 책은 섹스북이라…싱크가 안 맞는다. 아… 만약 하느님이 수능 국어랑 수학 둘 다 만점 주는 대신 성적 능력은 박탈 vs 공부는 해도 해도 못하고 성적 능력은 신컨으로 맞춰주심 셋 다는 안 된다고 하심… 당신의 선택은? 요즘 수능 국어 수학 둘 다 만점이면 원하는 데는 웬만하면 가서 팔자 고칠 수 있으니 뭔가 갈등되는 질문을 던져보았다…저라면… 하느님께 국어 빼고 수학이랑 성적 능력 이렇게 둘이 묶음은 안 되냐고 물어보려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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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gene 2022-12-02 23: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성적표 나올 때까진 쉬시지...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2-12-04 15:05   좋아요 1 | URL
쉬엄쉬엄 하려고요 ㅋㅋㅋ 성적표 두렵다…

라로 2022-12-03 1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미 국어를 잘 학시니 그렇게 여쭈는 것은 당연한데 (반열샘에게) 저는 수학과 국어로 부탁드릴까봐요. 성적능력 하산하라 하실듯. ㅋㅎㅎㅎㅎㅎㅎ3=3=3=3333333333333

반유행열반인 2022-12-04 15:06   좋아요 0 | URL
아니 그니까 하산할 능력조차 앗아가고 선택하라 하시면 과연 수학 국어를 선택하실 건가요???!!!

라로 2022-12-05 15:28   좋아요 1 | URL
하하하 이 댓글엔 댓글을 달아야 할 것 같아요,,, 하산 할 능력조차,, 음, 저는 지금의 제 나이로 얘기하는 것이니까 뭐 할만큼 했으니 앗아가도,, 뭐 답이 되었을까요?? 근데 저는 국어를 잘 해서는 아지만 수학과 영어나 스페인어 하고 싶은데ㅎㅎㅎㅎㅎㅎㅎㅎㅎㅎ
 
익명의 독서 중독자들 사계절 만화가 열전 13
이창현 지음, 유희 그림 / 사계절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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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30 재독. 이창현, 유희.

읽은 해에 나를 제일 많이 웃긴 책이라길래 오늘 다시 봤다. 아까 본 하루키 단편 소설도 그렇고, 읽은 지 몇 년 된 책은 안 읽은 거나 다름 없구나…싶었다. 사자네 집에 모임 멤버들이 우루루 몰려갔던 기억은 나는데 나머지 장면들은 다 새로웠다. 그런데 그때 만큼 웃지 않았다. 재미있게 보긴 했는데 진짜 한 번도 안 웃었다…
독서가에 대한 고정관념을 오히려 과장해서 책을 읽는 사람이든 안 읽는 사람이든 재미있게 볼 수 있는 만화라고…그때는 생각했지만… 지금 보면 아니 책 읽는 게 뭐 특별하다고… 이거야 말로 오리엔탈리즘의 재탕… 그리고 그땐 작가님들 책 많이 읽나 보다 했는데…지금 보니까 님들 책 안 많이 안 읽죠… 독서가도 그냥 평범한 사람입니다… (왜 뾰족해졌어 안 웃겨서 뿔났어?)

무슨 독서 에세이 광고를 보다가, 북튜버란 사람 소개와 포스트 같은 걸 둘러보다가… 자기 소개에 다독하는 타입, 이라고 되어 있어서 얼마나 읽나요..보다가 월 9-11권인 걸 보고 친구와 다독이란 무엇일까… 우리의 기준치는 너무 높게 설정된 걸까… 이쁘긴 이쁜데… 이러고 회한에 잠겼었다. 많이 읽지 않고 행복한 한해를 보내기로 했는데, 그냥 많이 읽지만 않은 해가 저물어간다.

지난 번에는 도서관이 근처에 없으면 사람 살 곳 아니라고 이사를 가! 이런 장면이 웃겨서 퍼놨었는데 오늘은 다른 장면들에 꽂혔다.

+밑줄(아니고 찰칵?)
-도서관이나 알라딘중고서점 같은 데서 이러지 맙시다. (흠흠)
-과도한 독서는 곧 자기파괴… 자기개발 정도의 자기 위안이 평범하게 사는데 낫지 않을까…(그러면서 오늘도 열심히 자기파괴 중인 동지들, 간바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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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2-11-30 21: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예전에 열반인님 서재에서 봤었던 기억이 납니다. 다시 보면 별로인 부분이 생기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저도 나중에 다시 보면 팔아버리고 싶은 책들이 생겨서ㅎㅎ 일찍 팔았으면 좋은 값을 받았을텐데 괜히 아쉬워서 껴안고 있다가 책값이 똥값 되어야 팔아요ㅜㅜ...

반유행열반인 2022-12-01 16:19   좋아요 1 | URL
막 팔아버리고 실망까진 아닌데 처음 본 것처럼 웃음 터지는 건 없더라고요. 어떤 책들은 여러번 봐도 매번 감탄이고 새롭기도 한데(만화책일지라도요 ㅎㅎ) 이 책은 역시 처음 한방이 다 한달까 ㅋㅋ저도 책 파는 거 주저하는 편이었는데 집이 점점 좁아지니 막 싸게라도 내놓게 되네요 ㅋㅋㅋ

Yeagene 2022-12-01 15: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 재밌게 봤던 책인데...다시 보면 재미없을까요?ㅎㅎ

반유행열반인 2022-12-01 16:19   좋아요 1 | URL
다시 보고 여전히 빵 터지시면 알려주세요 제가 웃음이 부족한 걸로 알겠습니다 ㅋㅋ
 

걷고 싶었다. 그러면 책도 안 들여다보고 목도 어깨도 덜 아플 테니까. 목표지는 집에서 가장 가까운 폴바셋으로 하고, 1.7킬로미터(이게 가깝니…)라고 하니까 왕복하면 거리도 딱 적당, 가서 카페라떼 한 잔, 그런데 어제보다 9.9도 낮습니다…라고 해서 그냥 포기했다. 언제부터 카페에서 커피 사 먹었다고… 저지방고칼슘 우유를 전자렌지에 뜨겁게 데워서 스타벅스 이탈리안 로스트? 뭐 그런 캡슐을 내려서 한모금 했더니…세상 맛없는 카페라떼였다…사양하고 싶은 맛엔 사양벌꿀을…웃기지도 않는 아재 드립을 치며 맛없다 맛없다 하고 커피를 마셨다.

시험 끝나면 세상 영화 다 조질 것처럼 굴더니 지난 주 극장 가서 헤어질 결심 한 번 더 보고는 그냥 책만 조졌다. 걷는 대신 영화를 보자! 아이패드 저장공간을 너무 많이 차지하고 있는 버닝을 보기로 했다. 보려고 결심한 지 4년 만에 보았다. 영화는 좋았다. 유아인 글은 안 좋아하는데 연기는 좋아한다. 대놓고 자본주의, 여기는 부, 여기는 빈, 사랑 하나 남은 사람한테 그거 하나마저 앗아가는 게 너무 슬펐다. 원래 줬다 뺏는 게 제일 잔인하다. 차라리 너를 몰랐더라면. 흑흑.

영화를 보고나니까 하루키가 썼다는 원작 헛간을 태우다, 도 다시 읽고 싶어서 읽었다. 놀랍게도 내가 이걸 읽었다고? 할 정도로 하나도 기억이 나지 않았다. 짧은 소설 가지고 두 시간 반짜리 영화로 재해석 한 쪽이 조금 더 좋았다. 자본주의 돼지의 심장에 강렬한 베이스 대신 죽창을 퍽퍽퍽, 타보지도 못한 슈퍼카엔 스러져간 비닐하우스들에 대한 복수의 불꽃을 활활활, 하는 건 조금 더 어렸을 때라면 열광했을 것 같은데 지금은 그냥 그렇다. 그렇다고 더 나은 매조지도 모르겠음…그냥 참 잘했어요…

하루키는 십대인지 이십대인지 쯤에 상실의 시대 읽고 삼사년 전에 반딧불이 읽고 왜 팬이 많은 거지 갸우뚱…했었다. 나랑은 안 맞나 봐…하고. 오늘 영화 보고 다시 한 편 보니 뭔가 잘 쓰는 거 같긴 한데, 역시나 아저씨 자아는 꼴보기 싫어서, 헛간 찾아 달리기나 했지 퍽퍽퍽, 활활활, 이건 원작에 없어서 예전에 이웃이 말하던 빵가게 재습격을 같이 꺼내놨다가, 김이 빠져 나중에 읽기로 하고 조금 가까운 곳에 꽂아만 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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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2-11-30 16:5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버닝이 하루키 작품이 원작이었군요!! 저도 버닝 봤는데요!! 유아인은 전 예전에 연기 좋아했는데 갈수록,,, 뒷 얘기는 안 해도 하시죵??^^;;

반유행열반인 2022-11-30 17:55   좋아요 0 | URL
저 이상하게 남들이 미워하는 캐릭터에 더 연민을 갖는 질병(?)이 있습니다…동병상련인지… ㅋㅋㅋㅋㅋ

Yeagene 2022-11-30 17: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유아인은 골육종인가로 군대는 안가고 태연하게 활동해서;;;;
좀 웃기더라고요...

반유행열반인 2022-11-30 17:56   좋아요 1 | URL
빨리 통일 되어서 군대가 없어졌으면 좋겠네요… 유아인은 에스엔에스 안 하고 연기만 했으면 좋았겠는데… 글 써 놓은 거 보면 저는 무슨 소리 하는지 뭘 말하고 싶은지 알 수가 없더라고요 ㅋㅋㅋㅋ(내 독해력이 문제인가!)
 
도파민네이션 - 쾌락 과잉 시대에서 균형 찾기
애나 렘키 지음, 김두완 옮김 / 흐름출판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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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9 애나 렘키.

2년 전쯤 뇌과학 책들에 빠져 이것저것 읽었다. 도파민형 인간이라는 책도 흥미롭게 보았는데, 그 책은 그야말로 흥미 위주로 쓰여 있긴 했다. 또다시 도파민이 등장하는 제목의 이 책을 보고 궁금했다. 엘리자베스 워첼의 프로작네이션이랑 제목도 왠지 비슷하고… 예상과 비슷하게 이전에 읽은 책들을 적당히 섞어 놓은 듯, 이 책은 사람의 중독 성향에 초점을 두고 도파민을 다루고 있었다.

십여 년 전에 우울증 진단을 받고 항우울제, 항불안제, 수면제 골고루 먹을 때는 갑자기 약이 떨어져 심한 부작용을 겪거나 약이 잘 맞지 않아 단기기억 상실이 일어나거나 악몽을 꾸는 경험을 하긴 했지만, 주변 사람들이 약물 의존을 걱정하기는 했지만 투약 기간은 반 년 정도였고 아이가 생기는 바람에 약을 탁 끊었지만 큰 문제가 생기지는 않았다. 정신과 쪽은 오히려 약물 처방과 복약 지도에 조금 더 신경 쓰는 분위기였다.
오히려 약물 문제는 다른 과 진료를 보면서 일어났다. 성대 질환이 재발을 반복하다 결국 수술을 받게 되고, 의사는 너무 빨리 말하는 게 문제라며 천천히 말하길 권하고 근육 이완제를 처방해 주었다. 두경부외과에서는 근육 이완제인 것이 정신과에서는 항불안제였다. 나는 원체 불안도가 높고 신경이 예민한 편이라 근육 이완용으로는 아주 적은 양, 반알씩 처방받았지만, 문제는 그 약을 이따시만한 통에 소분하지 않고 몇 달 치를 한 번에 담아 주었기 때문에… 마음이 불편하고 힘들면 그냥 멘토스 꺼내 먹듯 지맘대로 먹다가 안 먹다가 했다. 잠이 안 오고 눈물이 주룩주룩 나오면 그냥 한 알 통째로도 먹고 왠지 안심이 안 되면 두 알씩도 먹고… 그러다가 막 수능 감독관이 지각도 하고 그러는 겁니다…
뭐 이 문제는 그 뒤로 약뿐 아니라 과음 문제로 이어지고, 이런저런 사고를 치고 나서 곁의 사람에게 그런 약물 관련 수많은 남용 문제를 털어놓으면서 약 먹지 않기 약속, 이러고 많이 해결되었다. 처방받은 약이 다 떨어지고서는 저절로 약 없어서 못 먹기도…직접 정신과에 가서 약을 탈까 고민한 적도 있지만 그냥 잘 버티고 넘어가며 몇 년이 지났다.
화이자 맞고 나서, 심박이 이상한 느낌과 호흡곤란을 느껴 내과 진료를 받았는데, 이런저런 검사를 해도 큰 문제는 없었고 천식 진단을 받았다. 의사는 천식약 외에도 공황장애약 자낙스를 냥냥하게 처방해 주었다. 이게 또 없으면 그냥 버티는데 집에 약이 있잖아… 나는 자주 불안하고 예민하고 그러다가 한 번 울음이 터지면 줄줄 우느라고 아무것도 못 하고 잠도 들지 못하고… 그게 공부하면서는 더 심해져서 모의고사 보고 너무 충격받아서 잠도 못 들 정도로 울거나 시험 앞두고 진짜로 공황에 빠졌거나 다시 친해질 거라 믿었던 이웃이 언팔한 걸 알고 또 충격에 빠졌을 때… 한 알씩 빼먹고 말았다.
뭐 이 정도는 예전에 비하면 오용 남용 아니고 필요한 때 최후의 수단으로 일회적으로 쓰긴 했지만… 어쨌거나 진단과 처방 없이 임의 복약했으니…
…아 쓰고 보니 나 약대 가면 안 될 것 같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굳이 약물이 아니라도 공부 잠시 멈춘 뒤로 겨우 열흘 동안 책 열한 권 미친 듯이 봐서 다시 어깨랑 목을 작살내는 것도 중독일 것이고, 책 보기 싫으면 또 그동안 못했던 인터넷 서핑을 죽어라 해가지고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는데 매일매일 차츰차츰 스크린타임이 늘어나더니 어제는 기어코 10시간… 찍는 걸 보고 아니 이거 수학할 때 문제 가장 극단적으로 붙잡은 날의 공부 시간이잖아… 이 시간에 차라리 공부를 하지…하고 시험 전까지 걸어두었다 시험 끝나고 해제했던 다운타임과 앱 제한 시간을 다시 설정하였다… 자 사파리는 하루 두 시간 반… 북플은 한 시간…네이버 블로그는 삼십분.. 이거 다 합해도 네 시간이나 되지만 그래도 열 시간은 안 하겠지.. 사용 시간을 확인할 수 있고 오늘 시간 끝! 하고 알림 알려주면 그래도 스스로 경계하는 부분이 있어서 IOS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기능이다.

그렇게 지나친 스크린타임을 걱정하면서도 이 책을 전자책으로 보면서, 맛이 간 목과 어깨와 팔을 미친 듯이 스트레칭하면서, 그간의 생활을 한 번 더 돌아보았다. 공부를 효율적이지 못하게 지나치게 오래 붙잡거나 했던 것도 어쩌면 도파민 중독이었을 것 같다. 쾌락이 바로 주어지지 않아도 일단 보상에 대한 기대감이 나를 몰아갔다. 다만 이전에는 그렇게 열심히 하면 좋은 결과가 비교적 빠르게 따라왔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시험에 닥치기 전까지 끝내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아서 많이 괴로웠고, 그건 진짜 고통이었다. 고통. 이 책은 쾌락과 고통이 맞닿아 있다고, 뇌에서 둘을 관장하는 부분은 유사하다고 하는데, 그래서 고통과 슬픔과 나쁜 감정도 중독적인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너무 오래돼서 기억 안 나지만 사랑중독이라는 책도 비슷한 이야기했던 것 같다. 여러분 사랑도 중독이 되는 것이랍니다… 러브홀릭이 허투루 만든 노래가 아니었던 거지…

어쩌면 가장 결핍이 없고 풍요로운 시기를 살게 된 내가 굳이 나에게 어려운 과제를 던지고 계속 성취 지향적으로 나를 다그치는 건 이놈의 도파민 중독 탓일 가능성이 높다. 그렇게 미친 듯 달리고, 또 휴식을 맞아 반동처럼 책에 탐닉하다, 요 며칠 엄청난 무기력과 피로와 우울과 슬픔에 빠진 걸 보면… 그러면서 아…12월 땡 치자마자 좀 일찍 공부를 다시 시작해야겠구나…궁리하는 걸 보면… 나는 쉬는 법, 나를 돌보는 법부터 제대로 다시 배워야 할 것 같다. 진짜 아무것도 안 하는 법…나는 심지어 낮잠도 몇 달에 한 번 잘까 말까 하고, 공부할 때도 강제로 쉬어라, 쉬어야 한다, 하면서 억지로 누웠다가 벌떡 일어나 버리고, 시험이 끝나고도 오히려 늦잠 자는 버릇이 시험날 일찍 일어나면서 쌱 고쳐져 버려서 막 전보다 훨씬 일찍 일어나 버리고 난리가 났다. ㅋㅋㅋ공부 다시 시작하면 청개구리니까 또 늦잠 자겠지…아닌가…

…책에서 말하는 대로 평형을 찾고 싶다…기울어진 시소 말고 평평한 시소이면 좋겠는데 그게 재미없는지 자꾸만 시소 끝의 그렘린들이(책 속 비유) 날뛰는구나…

(아…정신과 전문의인 저자가 자신이 만났던 환자들의 심각한 사례 뒤로 사실 나도…하면서 솔직한 중독 경험이랍시고 자꾸 꺼내는 고백이 -저 사실 트와일라잇 같은 로맨스 소설 중독이었어요… 하는 게 가소로웠다… 뭐 알코올 중독 섹스 중독 이 정도는 나와줘야 시소 균형이 맞지 않나…본인이야 괴로웠다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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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gene 2022-11-30 17: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지금은 괜찮으신거죠?;;;;;

반유행열반인 2022-11-30 17:57   좋아요 1 | URL
모가지요? 멘탈이요? ㅋㅋㅋ늘 걱정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루 종일 상모 돌리기 하면서 잘 지내고 있어요.
 
에브리맨
필립 로스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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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128 필립 로스.

우리 아버지도 보석을 팔았습니다. 가게 이름은 에브리맨 보석상 같은 건 아니었지요. 그는 자신의 이름을 맨 앞에 턱 박아 영보석, 이라는 간판을 빨갛게 세워놓고는 정작 가게는 지키지 않고 거의 매일 술을 마시러 갔습니다. 편안할 녕, 한자 뜻이 무색하게 안녕은 커녕 그 자신은 물론 주변 사람까지 늘 불안에 떨게 하는 재주가 있었습니다. 그가 손수 만든 다이아몬드 반지가 제 바로 눈앞 책장 앞을 뒹굴고 있습니다. 기생수의 오른손이를 약간 닮은 것 같은 반지의 보석은 여전히 빛나지만, 다이아몬드는 영원-하다는 광고 문구는 영 못 미덥습니다. 지금이라도 공구 서랍에서 망치를 꺼내다가 씨팔 것, 이딴 거 누가 만들어 달래, 하고 꽝꽝 몇 번 내려치면 그냥 박살이 날 것 같이 빛나고 있지만 연약한 것, 위로가 되지 못하는, 불편한 아름다움, 그래도 어디 팔아버리지도 못하고 끼고 다니지도 못하고 그냥 저 자리에 내려놓고, 보기 싫으면 안경 수건 같은 걸로 덮어놨다가, 어디선가 다이아몬드라는 말을 들으면 집에도 그런 거 하나 있지, 하고 꺼내 보다가, 별다른 뿌듯함도 울분도 없이 다시 치워버리기를 반복합니다.

아버지는 시계도 팔았습니다. 처음 아버지가 가져다 준 시계는 아직 가게를 하기 전이었는데, 모자와 선그라스를 쓴 익살스러운 고양이가 그려져 있었습니다. 어느 틈에 사라져 버렸지만 기억에는 남았습니다. 십몇 년 전에 두 번째 임용 시험을 앞두고 시계를 빌려달라는 말에 당시 연인이던 사람이 키티가 그려진 하트 모양 시계, 은색 시곗줄이 달린 시계를 사다 주었습니다. 아직 그 시계를 가지고 있지만 시곗줄은 진작에 너덜너덜 헤어지고 시계는 약이 달아 멈춰 버렸습니다. 시계 안 하트 모양 공간에는 가짜 다이아몬드 세 개가 흔들면 이리저리 빈 공간을 움직입니다. 쟐그락거리는 소리가 날 것 같은 움직임입니다.
그다음 시계들은 내 손으로 샀습니다. 화이자 백신을 맞고 자꾸만 두근거리는 느낌에 심박동을 세어주는 미밴드를 내내 차다 수능 시험장에는 전자시계를 들고 갈 수 없다고 해서 인터넷에서 만 얼마 짜리를 하나 샀어요. 그렇게나 가볍고 찬 것 같지도 않은 게 또 쉬지 않고 바늘을 재깍이며 돌아가는 것이 신기하고 예뻐서 책상 맡에 두고 탁상시계처럼 쓰고 있습니다.

아이유가 지금보다 조금 더 어릴 때 손끝으로 돌리며 시곗바늘아 달려봐 조금만 더 빨리 날아봐 했던 노래가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노랫말을 부를 수 있는 것조차 특권이구나 나이 먹으면 할 수 없는 것들, 하는 생각을 합니다. 이 서점 마을에 머무는 대부분의 어른들이 이제는 시곗바늘을 거꾸로 돌리고 싶지, 네가 있던 미래에서 내 이름을 불러달라고 할 수 있는 날들은 지났잖아요. 아닌가. 코로나19가 몰려오기 전 마지막으로 들렀던 코인노래방에서 저 노래를 불렀던 날도 생각났습니다. 돌아보면 서른 중반이 부르기도 부끄러운 곡인데. 이제 다시는 못 부르겠지. 뮤직비디오로 십일 년 전 아이유를 같이 봅시다.

아이유-너랑 나
https://youtu.be/NJR8Inf77Ac

ㅋㅋㅋㅋㅋㅋㅋ 일흔하나고 일흔다섯이고 낼모레 마흔 될 나한테 까마득한 날 같기도 한데 또 가는데는 순서 없다고 필립 로스 할아버지 노년 작품들은 그렇게 심술 한가득 질투 한가득 실어 비명을 질러대는데 그게 또 절창이어서 역시 이렇게 추워지는 날 나한테 맞는 독서…이번 거는 하나도 안 야해…하고 잘 읽었습니다. 친절하게도 노년으로 가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여러 권 남겨주신 필립 로스 할배…땅속에서 안녕하시죠? 묻힌/힐 땅이 달라 제가 뼈가 되어도 만날 일은 거의 없겠지만 혹시 천국 가계신 건 아니죠? 나아중에 지옥에서 만나요. 그때까진 남기신 소설들 재미있게 잘 읽고 제 노년은 어떤가 잘 살펴보다 가도록 하겠습니다…굿빠이.



+밑줄 긋기
-이 사악한 새끼들! 삐치기만 잘하는 씨발놈들! 할 줄 아는 게 비난밖에 없는 이 조그만 똥 덩어리들! 내가 달랐고, 일을 다르게 처리했다면 모든 게 달라졌을까? 그는 자문해보았다. 지금보다 덜 쓸쓸할까? 물론 그렇겠지! 하지만 이게 내가 한 짓이야! 나는 일흔하나야. 나는 이런 인간이 된 거야. 이게 내가 여기 오기까지 한 일이고, 더 할 말은 없어! (102)
: 자기를 미워하는 아들들에게 노빠꾸 썅욕을 박는 늙은이의 패기…ㅋㅋㅋㅋㅋ 나도 패기로운 늙은이가 되고 싶구나…

-목적 없는 낮과 불확실한 밤과 신체적 쇠약을 무력하게 견디는 일과 말기에 이른 슬픔과 아무것도 아닌 것을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일. 결국 이렇게 되는 거야. 그는 생각했다. 이거야 미리 알 도리가 없는거지. (167)
: 덕분에 미리 알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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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11-28 17: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책장엔 수능의 흔적이 보이지 않습니다 ㅎㅎ
공부하는 인생
노빠꾸 없기롱 ^^

반유행열반인 2022-11-29 08:50   좋아요 1 | URL
바로 윗칸에 풀지 않은 전전년도 뉴런 시냅스 4의 규칙(전부 수학) 이런 게 꽂혀 있어요 ㅋㅋㅋ 공부를 다시 시작하긴 해야 할텐데…엄두가 나질 않네요…

파이버 2022-11-28 18: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시계 전형적인 수능 시계군요ㅎㅎㅎ 시계보다 뒷편의 책장에 눈이 가요~

반유행열반인 2022-11-29 08:51   좋아요 0 | URL
수능 시계에 딱 부합하는 걸 샀는데 저런 미니멀리즘 디자인이 제 취향이었나 봐요 ㅎㅎ

햇살과함께 2022-11-28 20: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책 저도 재미있게 읽었어요~
열반인님 책장에 반가운 책이 많네요~

반유행열반인 2022-11-29 08:51   좋아요 1 | URL
햇살님도 에브리맨 읽으셨군요 ㅎㅎ 저 책장 책들 중 딱 두 권 밖에 읽지 않았어요. 그저 위시리스트 같은…(도처에 위시리스트 ㅋㅋㅋㅋ)

Yeagene 2022-11-29 12: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필립 로스는 에브리맨만 읽어보았네요.
전 좋았습니다 ㅎㅎ 열반인님 책장에 흥미진진한 책들이 많군요 ㅎㅎ

반유행열반인 2022-11-29 18:57   좋아요 1 | URL
예진님 이번에 세월 별로라 하셨는데 저 네이버 블로그 이웃 되실 때 세월에 처음 댓글 다셨을 거예요. 저도 그때 재미대가리 없다고 함ㅋㅋㅋ책 취향 은근 저랑 맞으세요.

Yeagene 2022-11-29 19:26   좋아요 1 | URL
아하하 그게 세월이었네요 ㅎㅎ 저도 지금 가서 다시 읽고 왔어요 ㅎㅎ열반인님 세월 독후감 제가 느낀 거의 그대로에요 ㅎㅎ나이 차이 많이 나는 프랑스 여성의 기록이라 교차점이 없더라구요 ㅎㅎ

새파랑 2022-11-29 13: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필립 로스 찐팬하면 열반인님이시죠 ^^ <쎄버스의 극장> 도 읽어주세요~!!

반유행열반인 2022-11-29 18:58   좋아요 1 | URL
아이참 저는 작년 이맘때 다 읽고 독후감까지 썼으니 새파랑님 읽으실 차례잖아요!!!

반유행열반인 2022-11-29 18:59   좋아요 1 | URL
놀랍게도 일년 간 리뷰 추가된 게 하나도 없어서 이번에는 진짜 새파랑님 차례입니다….

새파랑 2022-11-29 19:21   좋아요 1 | URL
아 갑자기 기억이 나네요 ㅋ 안읽은건 저였다는 😅 요새 독서슬럼프여서 자신이 없습니다. 전 내년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