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늙는다는 건 우주의 일 - 문학.신화.역사를 관통하는 조너선 실버타운의 실버과학에세이
조너선 실버타운 지음, 노승영 옮김 / 서해문집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20250706 조너선 실버타운.
독후감 제목은 책의 세번째 장 이름을 빌렸다. 저자는 그 말을 앨프리드 로드 테니슨의 ’티토노스‘에서 빌렸다.
’고니도 여러 여름 뒤에는 죽는다. 나만 홀로 잔인한 불사의 운명으로 타들어 간다.’(56)
한국어판 제목을 보면 노화와 죽음에 대한 책 같지만, 그게 다는 아니고, 인간 외의 동식물 미생물 온갖 것들의 수명과 생존율, 사망률 다룬 연구를 소개한다. 수명과 나이 먹음을 동치로 봐야 할 지는 내가 부족해서 그런가 좀 헷갈리는데. 인간의 수명 포함 건강, 관계, 행복 등 생애에 대한 방대한 연구는 ‘나는 몇 살까지 살까’라는 책에서 찾아볼 수 있다. 벌써 10년도 더 전에 읽었다는 군…
https://m.blog.naver.com/natf/221297906690
책의 원제는 길고 짧음(장수와 단명?)-수명과 노화의 과학이다. 번역 제목이 멋있긴 한데 좀 덜 멋진 원제가 책 내용을 더 잘 반영하고 있는 느낌이다. 같은 저자, 같은 번역가의 ’먹고 마시는 것들의 자연사‘를 오래 전이지만 재미있게 읽었던 기억이 있어서 절판인 이 책을 구해서 읽게 되었다. (먹고 마시는 것들의 자연사도 다시 읽어보려고 중고 주문 해 뒀다)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과하지 않게 재치를 섞어가며 문학과 과학을 비벼가지고 삶의 이어짐과 끊김, 종족의 번영, 진화, 이런 걸 재미있게 설명해주는 책이었다. 뭐 다 이해하진 못했겠지만 생명과학 4등급 맞은 빡대가리도 읽을 만한 교양 에세이니까, 누가 읽어도 그럭저럭 재미있을 거예요.
지난 겨울에 딱 40년을 살았고, 운이 억세게 좋으면 이 두 배나 세 배쯤 사는 개체가 될 텐데, 길게 사는 건 큰 관심은 없지만, 건강하고 안 아프고 덜 불행하게 남은 삶 사는 건 초미의 관심사가 된 것 같다. 이 책도 어떻게 더 살 건지,가 아니고 그래서 어떻게 잘 살 건데? 하는 물음을 이어가며 끝맺는데, 그게 정답이 없는 것 같아서 내내 숙제하듯 어떻게 잘 살지 고민하다 죽는 게 필멸자의 삶이지 싶다. 나는 잘 살고 있는 건가? 하고 자꾸만 돌아보는 것도 포함해서.
+밑줄 긋기
-영국 학생들은 자기네 증조부모가 달달 외운 군주의 이름과 연대를 더는 암기하지 않는다. 하지만 1902년에 한 농사꾼이 새 감자 품종에 에드워드 7세의 이름을 붙여 그를 기렸다. 따라서 아이러니하게도 지금 영국에서 에드워드 7세는 감자다. 감자가 왕보다 오래 산다. 감자의 모든 덩이줄기는 원래 감자와 유전적으로 똑같으며, 모든 감자 수확물은 앞선 수확물에서 남겨둔 덩이줄기에서 자라므로 원조 에드워드 왕 감자는 아직도 살아서 해마다 번식하는 셈이다. 아이다호 감자는 이보다 더 오래된 품종으로, 맥도널드에서 감자튀김을 만드는 데 쓴다. 이 감자는 우리 중 누구보다도 오래 살 것이다. (22-23, 불멸의 감자.)
-(웨스트민스터 사원의) 시인 구역에서 추모받는 사람들을 전부 그 자리에 되살리면 그곳의 상당 부분은 결핵 병동이 될 것이다. (26)
-그렇다면 삶이란 무엇일까? 흐르는 모래시계
아침 해에 걷히는 안개
부산하지만 반복되는 꿈
길이는 얼마나 될까? 순간의 멈춤, 순간의 생각
그렇다면 행복은? 물줄기 위 거품
잡으려 하면 사라져버리는 (32, 존 클레어 ‘삶이란 무엇일까’인용)
-여러분 몸에 들어 있는 세포의 수는 여러분의 몸을 집으로 삼은 세균과 균류 세포의 수에 비하면 10분의 1밖에 안 된다. 미국의 시인 월트 휘트먼은 <나 자신의 노래>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나는 크다...나는 다량의 것을 품고 있다.” 자기 말이 진짜인 줄은 몰랐겠지만. (35)
-세포는 무단 질주를 막는 수단이 자동차보다 많지만 세포분열의 결과로 만들어진 세포가 수십억 개나 되기 때문에, 세포 하나가 암에 걸릴 확률은 샌프란시스코 같은 도시 1000곳에서 가파른 도로에 자동차가 가득 주차했는데 그중 한 대가 미끄러질 확률보다 크다. 그렇다면 대다수 사람들이 (암 때문에 죽지는 않더라도) 몸에 종양을 지닌 채 죽는다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우리는 세포분열의 무지막지한 힘과 맞서고 있다.
(…) 다세포동물에게서 추출한 세포가 죽기 전까지 분열하는 횟수에는 타고난 제약이 있는 듯했다. 하지만 랙스의 유두종에서 채취한 세포는 의학 교과서를 읽지 않은 것처럼 행동했다. 실험실에서 조건을 맞춰줬더니 세포는 분열하고 분열하고 또 분열했다.
(38, 이 작가님의 강점이자 내가 치인 포인트는 이렇게 과학적 사실, 지식을 참신하고 찰진 비유로 잘 빚어놨다는 것이다. 이걸 또 번역가님이 말맛 살려 잘 옮겨놔서 책 선택의 기준이 누구 번역이냐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어떻게 나무가 숲보다 오래될 수 있단 말인가? 매우 빨리 자라는 열대 나무 중에는 몇백 년이 아니라 고작 몇십 년을 사는 것도 있다. 하지만 증거로 보건대 아마존 열대우림과 그 밖의 열대림에는 수천 년을 사는 나무가 있으며 가장 나이 든 나무는 가장 느리게 생장하는 나무임이 입증되었다. (107, 대기만성인지는 몰라도 노목만성이로군요…)
-이 외로운 나무여! 너무 느리게 자라 썩지 않는
산 것. (110, 윌리엄 워즈워스의 시구. 주목은 하도 느리게 자라 ‘나머지 모든 생물의 나이는 버드나무 묘목(1년)보다는 많고 주목보다는 적다‘고 한다.)
-남성과 여성의 노화 속도는 같지만, 여성은 기준 또는 최초 사망률이 남성보다 낮다. 전형적인 남성의 말투로 우는소리를 하자면, “여자는 고통받기 위해 태어났지만 남자는 죽기 위해 태어난다.” (139, 요즘 진격의 거인 파이널 파트2를 보고 있는데 적어도 그 만화 안에서는 비슷한 모습이 그려진다. 시조 여성 거인은 노예처럼 착취당하고 고통 받고(재생산도 그 두 가지에 다 일조함), (주로) 남성인 전사/병사들은 다 무기에 맞거나 거인 손에 터지거나 밟히거나 먹혀서 죽는다.)
-진화생물학자 존 메이너드 스미스는 이 요점을 자신의 학생들에게 근사하게 설명했다. 그는 시력이 형편없어서 수정 렌즈를 끼운 안경을 썼다. 시력 때문에 제2차세계대전에 참전하지 못했는데, 이를 두고 스미스는 나쁜 시력이 자신의 목숨을 구하여 다윈주의적 적합도를 높였다고 농담했다.
(…)(수정 안경을 낀) 스미스는 50년도 더 전에 난소가 없는 돌연변이 초파리가 야생종보다 훨씬 오래 산다는 사실을 발견하여, 수명 단축이 번식의 대가임을 입증했다. 나중에 초파리와 예쁜꼬마선충을 실험했더니, 생식세포가 화학 신호를 내보내어 수명을 좌우하는 분자 경로의 유전자 스위치를 켜고 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흥미롭게도, 동물원 동물은 왕족처럼 귀한 대접을 받으며 이렇게 호강하는 상태에서는 야생 개체군과 달리 생식이 암컷의 수명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환경이 이토록 중요하다는 사실은 놀랄 일이 아니다.
(140-141, 번식과 생존의 상반 관계를 설명하면서. 무자식이 상팔자일 가능성이 높다는 걸 인간까진 아니지만 조그만 생물들에게는 해당한다는 걸 보여주는 사례들. 그러나 환경이 나아지면 번식이 생존 가능성을 갉아먹는 일은 훨씬 줄어든다. 그러니까 어쩌라고...자연 상태에서는 번식과 장수가 트레이드오프지만 생활 수준과 의료 기술이 좋아진 오늘날의 인간은 환경에 적응한 결과물이니까 저출산이라고 이 세대가 딱히 더 살고 그러지 않는다는 추론은 하겠는데.)
-다회번식자(여러해살이)가 단회번식(한해살이)을 이기려면 단회번식 개체가 낳는 자식 수에 대한 다회번식 개체가 낳는 자식 수의 비율에다 다회번식 부모가 번식 뒤에 살아남는 확률을 더한 숫자가 1보다 커야 한다. 이 법칙에 따르면 단회번식을 이기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부모가 언제나 번식 뒤에 살아남는-즉, 생존확률=1-것이다. 하지만 앞에서 보았듯 번식에는 늘 비용이 따르는 것이 생물학적 현실이며, 부모의 죽음으로 대가를 치르는 경우도 많다. 반대로 단회번식이 이기는 방법은 부모 생존의 정상적 확률을 상쇄할 수 있도록 다회번식 경쟁자보다 충분히 많은 자식을 낳는 것이다. 정상적 부모 생존율이 낮을 수록 단회번식이 진화하기 쉬워진다.
(154, 그러니까 나랑 붉은등우단털파리랑 겨루면 2(내 자녀 수)/(대략 벌레가 낳은 알)400+1(나 번식 후 안 죽음. 생존확률1)>1이면 되는데 내가 이겼다!!! 그렇지만 겨우 3-5일 사랑하다 죽는 붉은등우단털파리는 조금 불쌍해...)
-태평양연어는 여러 종으로 이뤄지는데, 바다에서 생애의 절반을 보내는 동안 솔로로 살면서 먹는 데 온 힘을 쏟는다. 이를테면 은연어는 바다에서 아침에 일어날 때마다 ‘먹이 잡아먹으러 가야지’라는 생각만 하면서 1년 반을 보낸 뒤에 살이 찌고 번식에 알맞은 몸이 된다. 그러면 해안으로 헤엄쳐 강으로 들어가는데, 아무 강에나 들어가는 것이 아니다. 각자 자기가 태어난 강을 찾아 상류로 올라가서는 수심이 얕고 물에 산소가 풍부하고 바닥에 자갈이 깔려 있어 알을 낳고 부화시키기에 안성맞춤인 장소를 정확히 찾아간다.(…)자신에게 너무 긴 강을 선택하면 산란지에 도착하기 전에 죽을 수도 있다. 이 위험을 최소화하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이 태어난 강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157, 은연어 특:연애 하기 전에 벌크업해서 몸 만듦, 고향 사람만 사귐, 원거리 연애-만나러 가다가 죽을 수도 있어서-안 함.)
-사실 대서양연어와, 은연어 같은 태평양연어 종 중에는 두 가지 사뭇 다른 종류의 수컷이 있다. 이주하고 바다에서 먹이를 먹고 주둥이가 구부러진 깡패가 있는가 하면, 훨씬 작고 어리고 치어를 닮았으나 성적으로 성숙하는 기간 동안 바다로 이주하지 않고 민물에 머무는 제비족이 있다. 이 반바지 차림의 조숙한 제비족을 잭이라 한다. 자기네끼리 다투기도 하지만, 상대방에게 상해를 입힐 무기는 없다. 이들의 짝짓기 전략은 암컷의 보금자리 근처에 숨어 새치기를 하는 것이다. 암컷이 짝짓기할 수컷을 선택하여 갈고리 주둥이 아래에 알을 낳으면 잽싸게 달려들어 정액을 뿌린다.
저마다 다른 수컷들의 전략은 나름대로 효과를 보는 듯하다. 잭은 바다를 가로지르는 고역을 치르지 않아도 되지만, 갈고리 주둥이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 암컷을 꾀어 알을 낳게 하려면 갈고리 주둥이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갈고리 주둥이의 개체 수가 줄면 잭에게도 손해다. 한편 갈고리 주둥이의 번식 성공에도 본질적 한계가 있다. 이 수컷들이 많아질수록 싸움이 잦아지는데, 이는 잭에게 상대적으로 유리하다. 은연어는 단회번식을 하기 때문에, 이 종의 잭은 갈고리 주둥이보다 일찍 죽는다. 여러 번 번식하는 대서양연어의 경우, 잭은 바다로 이주하는 시기가 늦기 때문에 살아남지 못할 위험이 크다. 아무리 따져봐도 번식과 생존의 상반 관계를 피할 도리가 없다. (160, 이 부분 왠지 모르게 웃겼다. 연어 세계에도 얌생이, 네토라레, 싸튀놈이 존재함…길게 옮겨 둔 거 보니 나 연어 좀 좋아함. 맛있어.)
-‘빨리 살고 일찍 죽는다’는 로큰롤 생활양식의 반항적 구호로, 곧잘 문신으로 새겨지거나 요절한 이의 부고에 실린다. 록음악인이 별도의 종이라면 이들을 연구하는 생물학자들은 이들 중 상당수가 27세에 죽는다는 흥미로운 우연의 일치를 틀림없이 기록할 것이다. 27세에 죽는 유전자 또는 재능은 블루스 기타의 대가 로버트 존슨에게서 출발한 듯하다. 전기 기타의 개척자 지미 핸드릭스도 같은 기간을 살다 죽었으며 로큰롤의 여왕 재니스 조플린도 한 달 뒤에 역시 스물일곱의 나이로 죽었다. 둘 다 롤링스톤스의 브라이언 존스보다는 오래 살았지만 간발의 차이였다. 1년 뒤에 도어스의 짐 모리슨이 스물일곱에 죽었다. 최근에는 영국의 알엔비 가수 에이미 와인하우스가 스물여덟 번째 생일을 두 달 앞두고 죽었다.
‘27클럽’ 회원들의 사망 원인은 스트리크닌 중독(존슨), 익사(존스), 질식(헨드릭스), 헤로인 과용(조플린), 심장마비(모리슨), 알코올 의존증(와인하우스) 등이다. 죽은 뒤에만 가입할 수 있는 이 배타적 클럽 회원은 앞의 유명인을 제외하고도 최소 40명이다. 록 음악인은 삶의 속도와 길이 사이의 가차 없는 상반 관계가 수명을 지배한다는 사실을 뼛속 깊이 안다. 애석하게도, 산통 깨기 좋아하고 할 일 없는 몇몇 통계학자들이 ‘록 음악인이 27세에 죽는 경향이 있다’라는 가설을 정말로 검증하여, 적어도 영국 팝 스타의 경우 이 패턴이 허구임을 밝혀냈다. 하지만 이 연구에서는 음악인이 20-30대에 죽을 확률이 전체 인구보다 두세 배 높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니 록 스타가 요절한다는 말이 낭설은 아니다.
하지만 다른 포유류와 비교했을 때 록 음악인은 고통스러우리만치 길고 느린 삶을 영위한다. (166, 그래서 제가 그 나이에 락을 포기하고 번식을 택했지 말입니다...좀 더 살려고...ㅋㅋㅋ 요즘은 락이 더욱 더 죽어 있기 때문에 (Rock is deader than dead, 맨슨이 그렇다고 했음) 젊은이들이 좀 덜 죽겠어서 다행이지 싶다. 그런데 번식도 잘 안 함...)
-땃쥐의 먹이인 곤충은 열량이 별로 풍부하지 않다. 씨앗을 먹는 소형 설치류는 곤충을 잡아먹는 설치류보다 이 점에서 훨씬 수월하다. 씨앗은 지방과 녹말처럼 열량이 풍부한 화합물로 가득하기 때문이다. 씨앗을 먹는 소형 설치류가 가스불로 요리한다면 곤충을 먹는 소형 설치류는 촛불로 요리하는 셈이다. 하지만 둘 다 작은 몸집 때문에 빨리 살아야 한다. (167, 허허허 그래서 저는 균형을 맞추기 위해 곤충(번데기)과 씨앗(피칸 기타 등등)을 골고루 처먹고 있습니다...만 작은 몸집 때문에 빨리 살면 일찍 죽는다고 하니 좀 천천히 살아야 겠다.)
-표백제와 비슷한 산화력을 가진 자유 라디칼이 세포 안에 있다고 상상해보면 이것이 어떤 손상을 일으킬지 감이 잡힐 것이다. 활성 산소는 지방, 단백질, 그리고 DNA와 RNA를 만드는 핵산을 비롯한 사실상 모든 중요 분자를 손상시킬 수 있다. DNA손상은 나이가 들수록 누적되지만, 일부 과학자가 주장하듯 이 손상이 노화의 가장 중요한 원인인지는 분명치 않다.
하지만 ‘활성 산소 노화 이론’은 ‘삶의 속도 가설’의 빠진 고리를 채워 넣었다. (…) 삶의 속도 가설에서는 대사의 유해한 효과 때문에 수명에 본질적 한계가 있다고 주장했다.(…) 활성 산소 노화 이론은 삶의 속도가 어떻게 해서 수명에 영향에 영향을 미치는지 설명했다. 유산소 호흡은 악마와 맺은 계약이다. 유산소 호흡이 없으면 아예 살 수가 없지만, 유산소 호흡을 하면서 영원히 살 수는 없다. 생명의 불에 열량을 태울 때마다 스스로를 화장하는 장작을 태우는 셈이다. (175, 그런데 펄의 삶의 속도 가설은 뒤에서 틀린 전제로 밝혀짐)
-펄이 수명과 대사 속도 사이에 존재한다고 생각한 관계는 실제로는 대사 속도와 몸집의 관계였으며, 이 또한 펄이 연구할 수 있었던 종의 범위가 협소하여 편향된 데이터였다. (177, 조류나 태반 포유류에서 크기를 제외할 경우 수명과 대사 속도 사이에는 상관관계가 전혀 없어서 펄의 이론은 망함. 그런데 조류에서는 크기가 전부는 또 아니고, 날 수 있으면 수명이 길어지는 듯하다고 한다. 타조(못 낢)-아프리카회색앵무(낢)의 체중 90킬로그램vs450그램 그런데 50년 정도로 수명은 비슷, 에뮤(낢)-아메리카울새(못 낢)의 체중 40킬로그램vs70그램 수명은 둘다 17년)
-큰 몸집과 땅속에 숨거나 날 수 있는 능력 이외에 장수와 연관된 또다른 특징으로 자신을 맛없게 만드는 화학적 방어 수단, 동면, (포유류라면) 나무에서 사는 것, 거북이의 등 껍데기 등이 있다. (…) 몸집과 그 밖의 수많은 특징들이 수명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에 대한 단 하나의 설명은 생물체를 포식자로부터 보호한다는 것이다. (179, 옳은 결론 가기까지 틀린 걸 자세히도 설명해주는 친절함… 반전의 반전의 반전이냐)
-자연선택은 객차를 몇 량 채우는지 알지 못하며 몇명의 자식이 안전하게 목적지에 도착하는지 세지 않는다(자연 선택의 비목표 지향성). 열차는 수만, 수억, 수조 대가 있는데, 가장 많은 자식을 데려다주는 열차가 다음 역에서 복제되며 최적의 길이보다 길거나 짧은 열차는 망각의 측선에 불명예스럽게 정차한다(유전과 자연 선택, 도태). (182, 열차의 비유 엄청 긴데 일부만 퍼 왔다. 과학 저자 중에 비유 제법 많이 쓰는 축에 든다. 개그도 제일 많이 치는 편…록스타 단명설로 가볍게 열린 이 장은 이놈의 기차 비유로 이어지면서 그리 간단하지 않고 심히 복잡했다고...)
-빨리 살면 일찍 죽는다-마찬가지 원리로, 느리게 살면 늦게 죽는다-라는 법칙은 모든 생물에게 적용되는 듯하다. 삶의 속도는 대사 속도와는 거의 또는 전혀 무관하며 세대가 지나가는 속도와 직접적 관계가 있다. 이 속도를 조절하는 것은 성체의 삶이 얼마나 위험한가다. 인간은 삶의 속도가 매우 느리다. (188, 이 말 저말 많았지만, 그래도 친절하게 챕터 말미에서 정리해 줌)
-윌리엄스는 “노화는 일반화된 상태 저하이며, 결코 한 체계의 변화가 주원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196, 이러고서 또 수명 열차 비유로 돌아가서 빡침. 이하 생략이다 쳇…)
-비유적으로 네 개의 (연결) 고리는 저마다 다른 생물학적 체계를 나타내는데, 각각은 일정한 나이 이후의 생존에 필수적이다. 이를테면 첫 번째 고리는 면역 체계를 나타내고, 두 번째 고리는 암에 대한 저항성을, 세 번째 고리는 산화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성을, 네 번째 고리는 효율적인 인슐린 신호 전달을 나타낸다. 사슬의 세기는 가장 약한 고리의 세기와 같으므로, 객차가 목적지에 도달하려면 모든 고리가 끝까지 버텨야 한다. 이제 고리의 재료인 금속이 마모되는 것을 노화라고 가정하자. 젊은 객차에서는 각 고리가 질기고 튼튼하지만, 나이 든 객차를 연결하는 고리는 나이에 따라 점점 가늘어진다. 앞에서 보았듯 나이 든 객차에 탄 승객-자식들은 미래 세대에 기여하는 것이 거의 없기에 자연선택이 이들에게 거의 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기 때문이다.
이제 유지 보수 직원들과 철로에 내려가 열차 중간의 연결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살펴보자. 이 객차들은 중년을 나타내는데, 자연선택은 이 객차들에 대해 흥미를 잃기 시작하기는 했지만 여전히 쓰임새를 짜낼 수 있다. 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연결부의 고리 네 개 중에서 하나가 나머지 세 개 보다 훨씬 약하다. 다른 열차를 확인했더니 전부 마찬가지다. 항상 똑같은 고리, 즉 산화 스트레스 저항성을 나타내는 고리가 약해지기 시작한다.
유지 보수 직원들이 자연선택으로부터 지시를 받는다면 무슨 일을 해야할까? 분명히, 가장 좋은 전략은 가장 약한 고리를 강화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것이 윌리엄스의 주장에 담긴 요점이었다. 필수적인 체계가 나머지보다 앞서 약해지기 시작하면 자연선택은 그 체계를 강화한다. 산화 스트레스에 대한 방어책이 존재한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 완벽하지는 않지만, 산화 스트레스가 노화의 유일하고 보편적인 원인이 아닐 정도까지는 문제를 해결한다. 나머지보다 앞서 꾸준히 닳기 시작하는 필수적 고리는 전부 자연선택의 장기적 관심사가 된다. 그러다가 자연선택이 힘을 죄다 잃는 시점이 되면 고삐가 풀리고 몸이 제멋대로 굴러간다. 의학 사전에서 거의 모든 질병의 최대 위험 요인으로 환자의 나이를 꼽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노화다. (197-198, 안 옮긴다 해 놓고 청춘열차 막 벗어난 ‘중년열차’의 눈에 이 부분이 들어오자 밑줄을 안 칠 수가 없었다. ‘노화는 단일한 현상이 아니’라 ‘여러 체계의 전반적인 부전’이라는 것… )
-처음에는 ‘생명체가 왜 늙는가’라는 질문 전체에 대해 명백하고 일반적인 해답을 주는 것처럼 보이지만 종들을 비교하면 해답이 무너져버리는 문제 말이다. (삶의 속도 가설, 산화 스트레스 가설, 텔로미어/텔로머레이스 가설 전부 다) 틀림 없이 조지 C.윌리엄스가 무덤에서 낄낄거리고 있을 것이다. 그의 묘비에는 이런 문구가 쓰여 있지 않을까? “내가 그렇게 말했잖아.” (202-203, 서태지냐고. ‘내가 말했잖아 너를 데려간다고. 너의 아픔들은 이제 없을 거라고.’ 그런데 사실 다 뻥이었습니다. 니들은 결국 다 죽는다.)
-미국은 소득 격차가 주마다 다른데, 소득 격차가 가장 작은 주의 기대 수명이 가장 높은 경향이 있다. (일본 사례도 동일) (…) 이 추세에서 눈에 띄는 점은 기대 수명이 부 자체와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포르투갈의 1인당 국민 소득은 미국의 절반이지만 빈부 격차는 두 나라가 다 크므로, 두 나라 모두 기대 수명이 낮은 것은 빈부 격차 때문이다.
선진국에서 왜 소득 불평등이 이런 식으로 수명에 영향을 미치는가는 정치적, 경제적, 사회심리적, 생물학적 원인이 얽힌 복잡한 문제다. 이 예상치 못한 발견이 가져다준 희소식은 생물학자가 아니어도 할 일이 있다는 것이다. 독자들이여, 이것이야말로 이 책의 핵심이다. (211, 생물학으로 내내 이어지다가 결론은 구조적 문제 툭 건드리고 문돌이 니들이 알아서 혀 봐, 한다. 어이어이)
-자연은 복잡하다. 자연선택의 결과도 마찬가지다. 우리는 최선의 설계에 따라 단번에 창조된 것이 아니라, 문제가 생길 때마다 땜질한 자리를 덕지덕지 달고서 진화한다. 이 책의 미덕은 노화를 진화의 관점에서 보도록 한다는 것이다. 노화는 복잡한 현상이며, 수많은 요소가 맞물려 있기에 한 가지 방법으로 해결할 수 없다. 그러므로 이 책을 통해 노화와 필멸의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헛된 집착에서 벗어날 수는 있을 것이다. (214, 깔끔명료한 번역가 선생님의 첨언까지. 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