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발...제발트 사 놓고 하나도 안 읽은 놈아...
독후기 대신 구매기만 써 대는 나 자신에게 실망이야...
중고 책탑엔 빠졌지만 어린이들 보라고 다면체종이접기책이랑 세계일주퍼즐? 뭐 그런 책들도 샀는데 봤더니 극악의 난이도였다. 퍼즐책은 앞에 막 볼펜으로 좀 풀다 포기한 흔적...80퍼센트는 손도 안 댔으니 봐줘야 하나... 입체다면체종이접기는 유닛을 30-60개 정도 똑같은 걸 접어서 막 붙이고 끼우고 해야 하는데 우리 어린이가 유닛을 균일하게 못 만들어서 붙였더니 입체는 입체인데 다면체를 이루지 못했다.
제목을 다시 보니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이라고? 쓰가와 미오씨, 나랑 싸우자!

서점에서 눈독 들였으나 비싸서 못 얻었던 티베트 사자의 서는 구판이 있길래 이건 새책 반값이네 하고 샀다. 생각보다 상태가 좋았다. 욕망을 탐구하고픈데 라캉은 읽기 싫으니 뭔 이상한 목회자 겸 심리학자랑 육체에 관한 정체 모를 책 구경하다 있어서 샀다. 시장과 시골은 뭔가 두운이 착착 맞고, 정치 풍자 일본 만화는 그냥 담아 봤다. 친구가 적립금 받은 걸로 자긴 책 안 산대서 페루 게이샤 커피나 사달랬다. 남은 적립금으로는 알라딘에서 파는 까까나 사 먹으라고 했다. 나새끼도 책 안 사, 좀 해 보자... (그러나 커피도 사고, 치킨버거도 사고, 산 지 15년도 넘은 아이팟 셔플 2세대 수리하겠다고 택배 보내고...재화든 용역이든 소비 멈춰...책도 재화다...)

+저 망한 다면체를 결국 살려낸 금손 큰어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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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홀릭 2025-02-20 23: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즤이 집에도 누구나 쉽다는데 나는 안되는 종이접기책이 있습죠
한번도 성공을 못했어요
자괴감만 들뿐....

반유행열반인 2025-02-21 20:32   좋아요 0 | URL
누구나 쉽다 시리즈가 여럿 슬픔에 잠기게 했군요 이런이런!
 
돌봄 선언 - 상호의존의 정치학 니케북스 사회과학 시리즈
더 케어 컬렉티브 지음, 정소영 옮김 / 니케북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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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18 더 케어 컬렉티브.

돌봄의 윤리에 대한 관심은 ‘살 만한 삶과 살 만하지 않은 삶’을 읽으면서 다시 살아났다. 주디스 버틀러나 프레데리크 보름스가 상호의존성, 상호연대를 이야기하면서 돌봄에 대해 무척이나 강조했다.
아직 쥐뿔도 모를 때, 지금도 개뿔도 모르지만 대학원 수업 듣던 시절 학기말 페이퍼로 돌봄노동에 관해 써 냈던 기억이 났다. 그때 내가 생각한 돌봄노동은 굉장히 협의의 개념이었구나, 이제와 이 책 보면서 느낀 점이다. 엄마가 남의 아이를 돌보는 일을 하고 계신 걸 서두로 해서, 누군가는 자신의 사회생활을 지탱하기 위해 내내 돌봄을 받고 이런 행위가 주가 되는 노동 산업이 중요하게 자리 잡고 있지만, 사회과 교육과정이나 교과서에서는 이에 대해 거의 다루고 있지 않다는 뭐 그런 내용이었던 것 같다. 10년도 더 넘게 지나서 자세한 기억은 안 나서 모르겠다...내 상상인가...지도교수님은 이제 정년퇴임 하셨을 테고 난 영구 수료생으로 남을 것이고…

일단 눈독 들인 책은 최근에 두툼하게 나온 ‘돌봄의 사회학’, 이거 하나 갖추면 뭔가 돌봄학 전문가 될 거 같은 기분, 그런데 너무 비싸고 두꺼워서 전자책 살까 하다가 일단 냅뒀다. 그냥 저장만 해두고 또 한 십년 지날 것 같아서… 중고서적 중에 돌봄의 윤리, 돌봄의 철학 관련 저자들의 책을 찾아 봤는데 번역된 것이 썩 많지는 않아 보였다.
‘돌봄: 정의의 심장’(대니얼 엥스터, 2017, 절판)
’보이지 않는 가슴‘ (낸시 폴브레, 2007, 아직 파네?!?!)
뭐 이게 다여? … 더 찾았던 거 같긴 한데 주제가 좀 안 맞는 번역서들만 있어서 제꼈다. 특히 돌봄 강조 오지게 하던 프레데리크 보름스 책이 궁금했는데, ’폭력 앞에 선 철학자들‘이라는 공저 하나, ’현대 프랑스 철학‘이라는 뭔가 대학교재로 썼을 것 같은 책 하나, 뭐 돌봄 이야기 안 나올 것 같아 보여서 일단 넘겼다. 폭력 뭐시기는 궁금하긴 함. 사르트르에서 데리다까지래… 이름만 봐도 어려운 걸…

전자도서관에서 ‘돌봄 선언’을 확인하고 이걸 먼저 빌려 읽기로 했다. 그야 말로 선언문이고 당위적 주장과 그 근거들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일단 이 책을 읽고 나니 재밌자고 읽은 건 아니다만 분량 적은데도 엄청 더디 읽었고 읽는 동안 와 돌봄...중요하지 중요해 그런데 이제 관심이 식고 있다….뭐 그렇게 되어 겨우 꾸역꾸역 읽었다.

무섭고 슬픈 뉴스들을 전해 듣는다. 나는 어느 무렵부터 포털 뉴스 면을 자세히 안 보게 되었는데도 어쩌다보면 건너건너 사람들은 소식들을 잘도 물어오지. 병이 든 사람들, 그런데 누군가 계속 지켜봐주고 사랑해주고 일상으로 돌아오도록 돕는 사람이 없거나 병이 너무 심한 사람들은 결국 자기 자신이나 남을 공격하고 만다. 나는 그런 마음을 알아서 슬프다. 지금은 괜찮지만. 충분하지만. 그래도 불안하고 고통스러워서 병원에도 달려가 (내가 산업 진출에는 실패한) 현대약학의 힘을 빌지만.

내가 돌봐야 할 사람들도 생각한다. 혼자가 아니라서, 우리 아이들의 양육자는 셋이나 되서 그나마 다행인 것 같다. 나는 방임형, 권위주의형에 가깝고 애들이 다른 어른들 말을 안 들으면 그제사 이놈의 자식 이러고 쫓아가서 착한 어린이로 만드는 옛날 (그나마 쥐톨만큼이나 양육 관심 두는)아버지들 같은 역할을 하고 있구만…

육아, 병자 간호, 노인 부양, 가족과 친족의 몫처럼 여겨지던 돌봄 개념에서 더 확장해 이 책에서는 자신을 돌보는 일, 지역 사회, 글로벌 사회, 가족 이외의 연대를 통한 돌봄까지, ‘난잡한 돌봄’ 이라는 이름으로 돌봄의 의미를 확장하고 있었다. 서로서로 연결되어 있으니 누가 곤란하면 일단 가서 돕고 오지랍 떨라는 것이지… 누구나 사랑받고 관심 받고 도움 받는게 필요하겠지만, 또 원치 않는 돌봄 시도는 또 침해가 될 수 있으니 이놈의 자유주의자 새끼는 그런 거 부터가 걱정이다. 그리고 그간 봐온 수많은 연대들은 바운더리 안의 사람들은 잘 챙기지만 그 바깥의 사람들한테는 또 똑같이 ‘그게 우리랑 무슨 상관인 문제죠?’ 하는 걸 자주 봐왔다. 이 책은 그런 경계들을 국경, 전통적 핵가족을 비롯해서 느슨하게 벽이 아닌 그저 다름의 구획 정도로만 흐리게 하고 싶은 것 같은데...인간은 너무나도 귀신같이 자신들과 다른 사람들을 구별하고, 차이점을 빌미로 배척하고, 쟤는 당해도 싸, 우린 그럴만 해, 뭐 그런 존재라서 인간을 되게 훌륭한 존재로 가정해야 가능할 것 같은 느낌적 느낌이 자꾸만 들었다. 그리고 이 말 싫어하는 사람도 많을 것 같은데, 프리라이더는 어떻게 할지? 막 자기 애는 열심히 남한테 맡기고 볼일 보다가 정작 반대로 도움 요청하면 이런 저런 사정 대가며 거절하는 사람들까지 묵묵히 포용해야 하는지? 포용할 수 있는지? 그런데도 공적기관이나 시장에서 제공하는 돌봄들에 대해 마냥 비판적일 수 있을지…

수많은 아이들과 염려 많은 그 아이들의 부모들까지, 그리고 내가 만들어 놓은 아이들과 함께 사는 곁의 사람과 직계존속까지, 가깝게는 그렇게 전통적이고, 직업적인 범주의 돌봄을 나는 다시 시작할 시간을 맞이하기 직전이다. 그전에 나부터 돌봐야 할 것 같긴 해… 책도 제대로 못 읽고 엄청나게 산만해지고 소비중독은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아시발 또 졌다 자본주의새끼한테...를 시전하고 있으니… 운동을 하고, 내가 먹고 싶은 걸(그나마 살이 안찌고 건강한 쪽으로 도움될 듯한 걸) 먹고, 책은 근래엔 잘 못 읽고 사 쌓고 정리만 하고, 나가서 돌아다니며 걷고, 집에선 가끔 실내자전거랑 아령이랑 새로 영입된 케틀벨도 들었다 놓고, 1-2주에 한 번은 병원에 가고, (야 근데 이제 약이라도 먹어서 착해질라고 사람 시늉할라고 노력하는데도 강제로 일터에서 쫓겨날 수도 있겠더라...들키지 마!!!) 뭐 그런 것도 돌봄이겠죠. 손 한줌의 온라인 이웃들에게 댓글도 달고 대댓글도 달고 뭐 그런 것...우린 언제나 어딘가와 이어지길 원하는게 맞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런데 난 그 갈래가 확장되길 원치 않는 걸요? 좌파의 적인가요? 난 우리엄마 말대로 진짜 보수가 되고 있는 걸까요? 난 그냥 한 사람만 마주하는게 편하고 음성보다는 영상보다는 글로 마주하는게 편한 감각 예민쟁이일 뿐인데. 난 이제 어떤 집회에도 나가지 않기로 했고 어떤 공직 선출 투표에도 참여하지 않기로 했는데. 이런 내가 그렇게 나쁩니까? 그런데도 ‘우연성, 아이러니, 연대성’이니, 돌봄 책들이니, 한때는 미디어학이나 커뮤니케이션 이론에 관심 가졌던 거 보면 나는 이어지는 법을 제대로 몰라서 내 나름대로 책으로라도 사람 대하는 법을 익혀 인간 흉내를 내보려다 나가떨어진 걸까요?
일단은 이런 예민하고 불안한 나부터 잘 돌봐 보겠습니다…수신이 되야 평천하도 한다잖아...

+밑줄 긋기

-그들이 지적한 것처럼 옛 영어 caru의 의미 중에는 보살핌, 근심, 걱정, 슬픔, 애통, 괴로움이 포함되어 있는데 우리 시대와 공명하는 단어들이다. 돌봄은 우리 시대를 위한 희망의 정치를 계획하고 그에 생기를 불어넣으며 우리의 삶을 다른 사람들의 삶과 불가분의 관계로 연결한다.
— 주디스 버틀러


-셀프케어 산업은 돌봄을 자신을 위해 각자 개인적으로 돈을 주고 사야 하는 것으로 격하시켰다. 이런 것은 우리가 당면한 돌봄의 문제에 임시방편조차 되지 않는다.

-한마디로 우리는 오랫동안 서로를, 특히 가난하고 취약한 이들을 돌보는 것에 실패했다.

-다름을 배려하고, 또는 더욱 확장된 형태의 돌봄을 개발하기 위해 우리에게 주어진 공간들이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의 잘 알려진 용어를 빌리자면, 우리가 일상적으로 행하는 무관심이 구조적 수준의 ‘평범함banality’에 젖어들고 있다.

-‘돌봄’은 사회적 역량이자, 복지와 번영하는 삶에 필요한 모든 것을 보살피는 사회적 활동이다. 무엇보다도 돌봄을 중심에 놓는다는 것은 우리의 상호의존성interdependency을 인지하고 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까지만 해도 국경은 국가를 구분해주는 물리적 표식에 불과했는데 오늘날에는 국경이 국가 내부까지 파고들어 일상의 면면에 점점 더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무관심한 국가
1980년대부터 국가의 수장들은—가장 악명 높은 이들로 영국의 마거릿 대처Margaret Thatcher와 미국의 로널드 레이건Ronald Reagan이 있다—모든 종류의 돌봄은 개인적 문제이며 개인이 경쟁적 시장과 강력한 국가의 중추라고 여기게 몰아갔다. 그러한 추동은 자기관리로 위장한 억지 논리이며 선량하고 책임감 있는 시민에 대한 기만적 정의의 일환이었다.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이상적인 시민이란 자율적이고 기업가적이며 실패를 모르고 자급자족할 수 있는 사람이다. 그리고 이들의 승승장구는 복지국가의 해체, 그리고 민주적 제도와 시민 참여의 와해를 정당화한다. 돌봄이 개인에게 달린 문제라는 생각은 우리의 상호취약성과 상호연결성을 인지하기를 거부하는 데서 비롯된다.



-최근에 가장 두드러진 현상은 특정 집단의 노인, 특히 노동자계층 여성 노인 사망률이 100년 내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치솟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 영국에서는 자살률이 증가하고 있고, 제한적인 단기 치료를 위한 지원이 늘었음에도 정신건강 문제를 치료받기 위한 대기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는 한편, 필요한 돌봄을 받지 못하고 있는 노인이 150만 명이나 된다. 코로나바이러스에 떠밀려 현재 우파 정부가 이전 좌파 정부에서 그림만 그렸던 사회 지원들을 제공하고 있지만, 불공평한 대우와 결합한 심각한 불평등의 전통은 팬데믹이 가장 방치되고 소외되었던 사람들에게, 특히 노인, 여성, 흑인과 아시아인을 비롯한 소수 인종 집단, 빈곤층, 장애인 등에게 가장 큰 타격을 입히게 했다.

-영국 사회정책의 선구자인 리처드 티트머스Richard Titmuss는 누구나 받을 자격이 있는 보편적 복지혜택의 중요성을 주장하면서 모든 국민이 국가에 대해 동등한 지분이 있음을 보장했으며, 불평등을 ‘도덕적으로 옳지 않고 건강한 사회를 좀먹는 것’으로 판단했다. 인기 라디오 쇼에서 영국 심리학자 도널드 W. 위니콧Donald W. Winnicott은 아이에게 ‘보듬어주는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인간의 의존성을 부각했는데, 이 의견이 돌보는 복지국가에 대한 하나의 아이디어로 편입되어 어머니들에 대한 지원과 제대로 된 집과 복지서비스 제공으로 발전했다.

-왜 여성이 이 모든 돌봄 노동을 떠맡아야 하는가? 그리고 만일 도와줄 가족이 없다면 어떻게 되는가—가족에게 거부당하거나 가족을 거부한 사람들은? 사기업의 돌봄 서비스를 이용할 만한 돈이 없다면? 이러한 돌봄 체계는 결국 돌봄을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방치하고 소외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고 최악의 경우에는 필연적이지 않은 질병과 죽음을 불러온다. 오로지 자신과 가장 가까운 친족만을 돌보도록 강조하는 신자유주의는 ‘자기 것 돌보기’의 편집증적 형태를 초래하는데 이런 태도는 최근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극우 포퓰리즘의 시발점이다.

-보편적 돌봄이란 어떤 형태로 나타나든 모든 돌봄이 우리의 가정에서뿐 아니라 친족에서부터 공동체, 국가, 지구 전체를 포함한 모든 영역에서 우선시되는 것을 의미한다.

-돌봄은 평등하게 배분되어야 한다. 비생산적인 일로도 여성의 일로도 치부되어서는 안 되고, 임금노동 영역에서 가난하거나 이민자이거나 유색인종인 여성들의 일로 떠맡겨져서는 안 된다. 목표는 사회 전체가 돌봄의 보람과 짐을 함께 나누는 것이다.
*글로벌 사우스: 대체로 남미, 아시아,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등 남반구 지역을 포괄적으로 가리키는데, 글로벌 노스라고 칭하는 유럽과 북미 지역 선진국에 대칭되는 개념이다. 경제적 수준이 낮고 정치·문화적으로 주변화된 국가들을 가리킬 때 ‘개발도상국’이나 ‘제3세계’ 대신 쓰이는 용어다.(옮긴이 주)
-‘보편적 돌봄’ 개념을 홍보하고자 한다. 이는 돌봄을 삶의 모든 수준에서 우선시하며 중심에 놓고, 직접적인 대인 돌봄뿐 아니라 공동체를 유지하고 지구 자체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모든 종류의 돌봄에 대해 모두가 공동의 책임을 지는 사회적 이상을 말한다.

-타인의 고통에 대한 공감과 염려는 다른 모든 인간의 감정과 같이 변덕스럽고, 종종 다른 필요나 욕망, 또 개인적 만족감이나 남에게 인정받고 싶은 마음 등의 정서적 상태와 부딪치거나 죄책감이나 수치심 같은 감정과 얽히기도 한다. 돌봄 노동에 대한 평가절하는 말할 것도 없고, 돌봄의 어려움, 특히 잘했는지, 제대로 했는지에 대한 불안은 돌봄 관계에서 분노와 공격적 태도를 쉽게 유발한다. 심지어 모범으로 신화화된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이것이 바로 로지카 파커Rozsika Parker가 유명한 저서 《둘로 찢긴 감정: 모성애의 양면성 경험Torn in Two: The Experience of Maternal Ambivalence》에 쓴 것처럼 어머니들이 자녀들에 대해 갖는 혼란스럽고 상충되는 감정들을 인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페미니스트들이 강조한 이유다. 로지카 파커는 그러한 돌봄의 양면성을 인지하는 것 자체가 활력을 주고 마음을 재생시킨다고 본다.

-‘독립된 삶’은 우리가 모든 일을 혼자 하기를 원한다거나, 다른 사람은 필요로 하지 않는다거나, 고립되어 살고 싶어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독립된 삶은 비장애인 형제자매, 이웃, 친구들이 당연시하는 선택과 통제권을 우리의 일상생활에서도 동등하게 갖기를 요구하는 것을 의미한다.

-성소수자들은 ‘게이 동네’로 이사 가서 그들의 돌봄에 대한 필요를 충족시키는 친구나 연인과 함께 살면서 가족 같은 관계를 만들었다. 이는 필요에 의한 것이었지만 돌봄과 친밀함의 관계를 법으로 규정된 이성애 관계를 넘어선 범주로 확장하려는 급진적인 게이해방운동의 일부로 옹호되었다.
20세기 후반, 부분적으로는 이러한 사회운동의 영향으로 사회가 ‘탈脫전통화’되면서 대안 친족 구조가 딱히 자신들을 급진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의 생활에까지 퍼졌다.

-인간, 비인간을 막론하고 모든 생명체 간 이루어지는 모든 형태의 돌봄이 필요와 지속가능성에 따라 공평하게 그 가치를 인정받고 사용되어야 한다. 이것을 우리는 난잡한 돌봄의 윤리라고 부른다.

-난잡함이란 더 많은 돌봄을 실천하고 또 현재 기준에서는 실험적이고 확장적인 방법으로 실천하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너무 많은 돌봄 요구를 너무 오랫동안 ‘시장’과 ‘가족’에 의존해 해결해왔다. 우리는 그 의미의 범주가 훨씬 넓은 돌봄 개념을 만들 필요가 있다.

-난잡한 돌봄은 모든 여성이 어머니가 되고 싶어 하지는 않는다는(될 수 있는지 없는지를 떠나) 것을 인지하고 자신의 아이들이 아닌 아이들을 돌보는 것, 지역 공동체를 돌보는 것, 환경을 돌보는 것이 동등하게 가치 있는 일로서 적절한 자원과 보상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것을 인지한다. 난잡한 돌봄은 이민자와 난민을 돌보는 것이 자국민을 돌보는 것과 똑같이 중요한 일이라고 주장하고, 미국 국경에서 부모로부터 강제로 분리되어 난민수용소에 격리된 아이들의 운명에 대해 우리의 가족과 같이 생각하고 염려해야 한다고 다그친다. 난잡한 돌봄은 어머니나 여성뿐만이 아니라 모두가 돌봄 역량을 가지고 있고, 서로 함께 돌봄을 실천할 때 우리의 삶이 향상된다는 것을 인지한다.
-강력한 공동체 모델로서 지역 도서관은 소중히 여겨지고 발전되어야 한다. 우리는 또 도서관을 책에 국한하지 않고 더 많은 ‘사물 도서관’을 만들고 재사용과 재분배의 다른 형식들을 발전시킬 수 있다. 기후재앙이 눈앞에 닥친 시대에 전동 드릴이든 비싼 아이 장난감이든 또는 와플 메이커든 간에 일 년에 몇 번 쓰지 않을 물건을 사는 것은 지나친 낭비다

-자원을 공유하는 것은 함께 일하며 살아가도록 한다. 자원이 평등하게 사용되지 않으면 사람들은 배제되고 소외된다. 공유하기 위해 공동체가 필요하다는 것은 분명하다. 이보다는 덜 분명해보이긴 해도 역으로 공유하는 것도 공동체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

-돌봄 인프라는 또 임금노동 시간의 단축을 포함하는데, 이는 사람들이 가족 내에서나 다른 돌봄이 필요한 환경에서 돌봄 역량을 확장하도록 적절한 시간과 자원을 허용한다.

-가장 좋은 직접적인 대인 돌봄은 서두르지 않고 관계의 지속성을 유지하는 동시에 돌봄을 받는 사람이 가진 역량을 주체적 능력과 웰빙을 계발하는 데 최대한 사용할 수 있도록 여러 요소를 고려하는 것이고, 이는 시간이 요구되는 일이다.

-주4일제 캠페인을 통해 호응을 얻고 있는 노동시간 단축이 돌봄에 대해 교육하고 돌봄 역량을 확장할 수 있는 조건을 만드는 데 핵심인 이유다. 이는 동시에 돌봄의 제공 또는 돌봄 요구의 필수요소인 민주적 논의에의 쌍방 참여를 증진한다.

-시장은 돌봄의 책무와 제공을 구매력에 근거하여 배분할 뿐이다. 자본이 많은 사람이 늘 승자다. ‘패자’들은 시장을 이용하는 데 한계가 있고 특히 가족이나 공동체 안에서도 돌봄 제공을 받는 데 제약이 있다. 시장이 중재하는 돌봄 서비스 분배는 기존의 소득 불평등과 돌봄 부족을 반영할 뿐 아니라 심각하게 악화시킨다. 고소득자들은 질 좋은 교육에서부터 주거시설에 이르기까지 돌봄에 대한 필요를 충족시키고 ‘인적 자원’이라고 여겨지는 것에 대한 투자의 선순환을 일으킨다.

-“너희는 우리를 묻어버리려고 했지/ 그러나 너희는 우리가 씨앗이었다는 것을 잊었지!”

-즉 팬데믹은 우리의 삶이 지속되는 데 결정적인 필수 기능들을 극적으로 또 비극적으로 조명했다. 간호사, 의사, 택배기사들과 쓰레기 수거 노동자들의 노동을 말이다.
-센이 1980년대에 영향력 있는 ‘잠재가능성 접근Capability Approach’ 이론을 개발한 것도 바로 WIDER에서였다. 이 이론은 ‘빈곤’을 좋은 삶을 영위할 수 있는 잠재가능성의 상실이라는 의미로 재규정하고, ‘발전’이라는 개념을 경제를 넘어 사람들이 어디서 살든 사회생활에 참여할 수 있는 잠재가능성을 확장하는 것으로 폭넓게 정의했다.

-레베카 솔닛Rebecca Solnit이 언급했듯이 ‘모든 저항운동은 세상의 균형을 바꾸거나’ 그럴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어떤 한 곳에서 발생한 저항의 양식이 억압을 받는다 해도 지리적 경계를 뛰어넘어 다른 지역에서, 심지어 지구 반대편에서 또 다른 형식으로 싹을 틔울 수 있다.
-우리 모두 필연적으로 타인에 대해 양면성을, 심지어는 공격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이것은 특히 가장 멀리 떨어진, 모르는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사실이고,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양면성이 종종 억제되긴 하지만 마찬가지일 수 있다. 주디스 버틀러Judith Butler에 의하면 이것이 바로 우리가 일단 복잡한 갈등 관계에 함께 얽혀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그 강력한 결과와 우리가 공유하고 있는 취약성과 상호의존성을 아울러 인식하면—우리가 지구적 차원에서 새로운 돌봄에 대한 상상을 발전시킬 수 있는 이유다.

-세계시민이 된다는 것은 낯섦과 마주했을 때 편안함을 느끼고, 특정 시간과 장소에서 어떤 종류의 다름과 마주치든 간에 우리는 다름과 공존할 수밖에 없음을 안다는 것을 의미한다.

-《돌봄 선언》은 우리가 많은 돌봄 요구를 너무 오랫동안 ‘시장’과 ‘가족’에 의존해 해결해왔다고 지적하면서 “그 의미의 범주가 훨씬 넓은 돌봄의 개념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생각해보면 많은 경우 돌봄이 그 자체가 아닌 다른 감정들의 일부 또는 확장처럼 취급되는 것이 사실이다. 돌봄이 사랑, 효, 모·부성애 등의 개념과 결합되어 부당하게 그 방법과 내용이 정해지고 제한된다. 사회적으로 구분된 관계가 그 관계를 규정하는 감정으로 본질화되고 돌봄이 그 감정의 한 면으로 일축된 경우가 많다.
(역자 해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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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놀 2025-02-18 07:5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는 우리말을 늘 안 쳐다보기 일쑤입니다. ‘돌봄노동’이라는 이름은 허울은 될 테지만, 말다울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돌보다’는 ‘일 아닌 살림’이거든요. 아스라이 먼 옛날 옛적부터 ‘돌보다·돌보다’는 ‘일도 짐도 아닌 살림’인데, ‘사랑으로 짓는 살림’입니다.

‘돌보다 = 돌아보다’입니다. ‘돌아보다’를 줄여서 ‘돌보다’입니다. ‘돌아보다’란 “동글게 동그라미를 그리듯 모가 하나도 없이 오롯이 다 보다”를 뜻합니다. 손부터 뻗기 앞서, 눈으로 차분하고 참하고 차근차근 보노라면 어느새 어느 곳에 어떻게 손을 대면서 추스르고 가다듬을는지 스스로 알아보게 마련입니다.

‘돌보다·돌아보다’를 할 줄 아는 사이라서 ‘동무’이고, 이렇게 어울리는 사람이기에 ‘두레’를 이루는‘둘’입니다.

누구나 보금자리라고 하는 집에서 아이어른으로서 돌아보고 동무로 어울리고 두레로 일을 하는 둘(어버이·어른 + 아이)인 터라, 이 둘은 ‘너 + 나 = 우리’로 맞닿습니다. ‘너나우리’일 적에는 “다르면서 하나인 우리”이고, 이를 줄여서 ‘하늘(한울 : 하나인 울타리)’라 합니다.

반유행열반인 2025-02-18 17:11   좋아요 0 | URL
그런 허울들 벗어나려는 노력으로 저 운동하시는 분들도 돌봄 뜻을 더 넓히는데 힘쓰고 계시더라구요 ㅎㅎ

2025-02-18 09:4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2-18 17: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2-18 09: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2-18 17: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2-19 2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2-20 00: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5-02-20 00: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직장에서 책을 사준댔다. 오. 만팔천원 이내. 에이. 다 비싼 책만 눈에 띈다고. 나중에 다시 이만원짜리 사면 서점에서 10퍼센트 할인해 준다니까 이만원까지. 오.

직접 서점에 가서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가면 됐다. 근처에서는 나름 큰 서점이고 주로 참고서가 많다.

비폭력의 힘(주디스 버틀러)-딱 이만원! 재고를 묻자 2021년 책이라 오래됐네요. (나한테는 그 정도면 신간인데...) 도매에도 딱 한 권 남았대서 주문해도 안 올 수도...

랭스로 되돌아가다(디디에 에리봉)-만팔천원인데 개정판 내려고 절판시켜 버림... 재고도 당연히 들인 적이 없음...

혐오에서 인류애로(마사 누스바움)-이것도 이만원! 그런데 2018년 책이라니...이건 도매에도 없다고...중고로 사야 할 듯...

그거 말고도
위태로운 삶(주디스 버틀러)
지금은 대체 어떤 세계인가(주디스 버틀러)
내전은 어떻게 일어나는가(바버라 월터) 예비 후보로 적어갔지만 아...물어보나 마나겠구나...해서 그냥 안 물어봤다.

서점을 둘러보니 보유한 책 중에선 오 티벳 사자의 서를 번역했다고? 뭔가 꽂아두면 간지나게 생겼다. 그런데 이 책은 이만오천원이었다. 오천원은 제가 따로 결제하고 이걸 가져가면 안 될까요? 했는데 아직 직장에서 결제를 해 준게 아니라 미리 차액을 내가 긁는 건 또 안 된다고...어휴...

재고 1권 남았다던 가장 첫번째 책을 일단 목록에 올리고 빈손으로 나왔다. 책들이 정말 많이들 눕거나 꽂혀 있었는데 세상엔 이렇게나 책이 많은데 굳이 이곳에 없는 책목록을 적어와서 이중 하나는 있겠지, 한 게 안일했다. 알라딘 너...생각보다 다종다양 안 되면 중고라도 어케 구해다 주던 거였구나... 알라딘도 동네서점도 하여간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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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세 박스 온다. 엄청 많이 산 건 아닌데 여기저기 중고를 시켰더니 택배박스가 차례로 와서 대강 왕창 쌓았다. 모으다 만 본격 한중일 세계사도 우주점에서 우르르 모으고, 같은 제씨라고 제이디 스미스 사다보니 괜찮아 보이는 거도 주워 담다가 그만...나에게 제프리 유제니디스에 이어 제이디 스미스를 알려주신 팔백작님... 재미없음 흰수염 다 뽑으러 쫓아가겠다...
갑자기 왜 근골격 해부학이야...하다보면 생각보다 해부학 콜렉션에 진심이었다... 본 건 만화책 두 권 밖에 없지만...
힘내. 쫄지 마. 죽겠냐. 돈 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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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lstaff 2025-02-12 06: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NW 한 권만 눈에 차네요. ㅋㅋㅋ 내 남편 후회하실 거고요, 우리 패거리 틀림없이 헌책값이라도 돈이 아까워 땅을 칠 겁니다!

잠자냥 2025-02-12 10:02   좋아요 1 | URL
내 남편 후회하실 거고요,22222222222

반유행열반인 2025-02-12 22:11   좋아요 2 | URL
일단 두 분은 책취향 으엄청 비슷하신 거 인정, 하고요 저는 또 두 분이랑 사뭇 입맛 다른 것도 실토하고요ㅋㅋ
책값을 읊자면 NW 4000원
내남편 5900원
우리 패거리 6810원
이니까 제이디스미스를 만칠천원에 산 셈 칠게요ㅋㅋㅋ (어째 평이 짤수록 비싼 거 보니 난 좋아할 거 같아...이대일이라 쫄린다...)
 
걷는 사람, 하정우
하정우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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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210 하정우.

 

 복직 싫어...무서워...하면서도 나란 인간 이런저런 궁리하고 있었다. 동아리는 무조건 하이킹반이다. 뒤지게 걸을 거야… 애들은 잘  걷겠지… 하면서 단계적인 걷기 경로를 혼자 짜고 앉았다.

 

<하이킹반 주의사항 코스 예상>

운동화, 물, 교통비(돌아갈 때), 가방 가볍게

교통안전, 걷는 자세 바르게, 너무 빠르거나 느리지 않게, 동아리에서 이탈하지 않도록 

동아리반장. 느린 사람. 그러나 혼자 남지 않을 정도의 속도. 뒤에서 다른 친구들 낙오되지 않도록. 이탈, 낙오, 문제시 교사에게 멈추도록 바로 알림(호루라기, 전화)

학생 전화번호, 집주소 확인(귀로 대중교통 안내용)

심장 질환, 발목 건강(인대 잘 늘어남, 골절 등) 등 건강 이슈 없는 오래 걸을 수 있는 학생만 참여 가능

 

1단계: 낙성대공원 2564보 1.6km 29분 왕복 강감찬전시관 등 둘러보고 돌아오기

2단계: 서울대학교 (걸어)가기 2.7km 4184보 48분 왕복

3단계: , 한강을 보자, 효사정 3.7km 5750보 1시간8분 편도

4단계: 보라매공원 4.2km 6553걸음  편도

5단계: 국사봉 2.1km 43분+ 산행 일부 20분 

6단계: 국립현충원 출발~백운119 1.8km + 2km(워프길 산행 일부) 왕복

7단계: 여의도한강공원 6.6km 10327보 1시간 55분 or 63빌딩 6km 9322보 1시간 48분 편도

 

명도 신청 해서 폐부 되는게 목표. 혼자 걸어야지.

 

 걷기와 관련된 책도 미리 읽고 소개하면 좋겠다 싶어서 사놓고 펼치지도 않은 잃기 안내서‘도 생각하고, 그러다가 하정우도 옛날에 걷기 내가지고 엄청 팔았던 같은데 전자 도서관을 뒤적뒤적...애들한테 신과 함께 강림 아저씨야! 하면 관심 갖겠지? 하면서 먼저 읽었다.

 

 공부하다 힘들어 때도, 허리가 아플 때도, 시험 망하고 괴로워 견디기 어려울 때도, 많이 걸었다. 혼자 하는 가장 좋은 같기도 하다. (독서야 미안해 이제 걷기가 이겨…) 이렇게 뒤늦게 걷기 처돌이가 뒤에 나온지 7년이나 크게 관심 없던 배우가 썼다는 책을 읽는데, 의외로 좋았다. 나도 그런데, 하는 부분이나 훈수질이야 근데 살살 때려 아파...하는 내용이 많아서 밑줄을 많이 쳤다. 영화가 만들어지는 과정, 망하는 과정에 있지 않았으면 적히지 않을 디테일도 자세하고 심정까지 탈탈 써주니 재미있었다. 배우나 가수, 연예인들은 이미지 유지하려고 가드를 올리고 쓰는 글이 많았고, 소설가들은 짠돌이처럼 좋은 문장을 픽션용으로 아껴두니, 맨날 수다 참는 시인들 에세이가 제일 낫다, 했는데 그렇지만도 않겠다 하는게 오랜만이었다. 주말마다 걷기 좋아하는 가족들 냅두고 나가기도 그래서 집에 갇혀 실내자전거를 탄다. 근력을 키우겠답시고 2+2kg 덤벨에 이어 8kg 케틀벨이란 쇳덩이까지 직전에 집에 들였다. 그래도 내가 제일 좋아하는 운동은 빠르게 여기에서 저기까지, 가본 새로운 골목길을 걷는 것이다. 그래서 반가워서 즐길 있었던 책이었나 보다. 책보다보니 하정우가 이야기하는 영화 알지...하고 궁금해서 배우 필모그래피 보니 영화 12편이나 되었다… 나도 모르게 처돌이였구나… 팬은 아닌데 하여간에 그랬구나… 마지막으로 수능 끝나고 큰어린이랑 OTT 백두산’? ‘김씨표류기’보고 의외로 나빠서 같은 감독거니 보자, 건데 이것도 악평에 비하면 재밌고 가볍게 했다. 사실 이병헌 연기를 많이 좋아하는 듯… 뭐든 기대를 내려 놓으면 생각보다 좋을 수도 있다. 그러니 미친 세상에 어디에 있더라도 행복해야 . 기대를 버려.

 

 

+밑줄 긋기

-머리 큰 내가 발까지 큰 건 분명 축복이다.

 

-글쎄, 언제부터였을까? 돌아보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오직 걷기밖에 없는 것만 같았던 시절도 있었다.

 

-이 점이 마음에 든다. 내가 처한 상황이 어떻든, 내 손에 쥔 것이 무엇이든 걷기는 내가 살아 있는 한 계속할 수 있다는 것이다. 

 

-길을 걸으면서 나는 잘못된 길은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알았다. 조금 더디고 험한 길이 있을 뿐이다.

 

-“제가 상을 받게 된다면, 그 트로피를 들고 국토대장정 길에 오르겠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끝이 안 보이는 머나먼 길을 말할 때 흔히 ‘천릿길’이라 표현하는데, 천 리는 오늘날의 단위로 계산하면 약 392킬로미터다. 서울에서 우리의 목적지 해남까지는 577킬로미터, 우리의 국토대장정은 천릿길보다 훨씬 더 먼 길이었다.

 

-우리는 이렇게 목표점을 향해 직행하지 않고 더 먼 거리로 돌아가는 것을 일명 ‘돌려깎기’라고 부른다.

 

-날씨가 적당히 흐려서 좋았다. 걷기에는 뙤약볕이 내리쬐고 일교차가 큰 맑은 날보다는 구름 지붕이 드리운 흐린 날이 좋다.

 

-고통보다 사람을 더 쉽게 무너뜨리는 건, 어쩌면 귀찮다는 생각인지도 모른다. 고통은 다 견뎌내면 의미가 있으리라는 한줌의 기대가 있지만, 귀찮다는 건 내가 하고 있는 모든 행동이 하찮게 느껴진다는 거니까. 이 모든 게 헛짓이라는 생각이 머리에 차오른다는 거니까.

 

-어쩌면 고통의 한복판에 서 있던 그때, 우리가 어렴풋하게 찾아헤맨 건 ‘이 길의 의미’가 아니라 그냥 ‘포기해도 되는 이유’가 아니었을까?

 

-삶을 올바로 지탱하는 법을 알았더라면 더 오랫동안 좋은 작품을 만들 수 있었을 텐데. 자신의 삶을 망가뜨리며 고통받다가 너무도 빨리 사라져버린 뛰어난 예술가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프다. 한낱 연약한 인간으로서 그 고통의 무게를 견디기가 얼마나 어려웠을까. 그 누구도 이런 삶을 오랫동안 유지하고 감당할 수는 없다.

 

-그때 나는 실제로 개사료를 먹었는데 흙맛이 났다......

 

-진간장이나 국간장 말고 반드시 일본 다시마 간장을 써야 맛있다. 그리고 볶기 전에 가지는 물에 한번 데쳐야 한다. 생가지는 기름을 지나치게 잘 흡수하기 때문에, 데치지 않고 바로 볶으면 기름을 왕창 먹어서 맛이 없어진다. (음식 만드는 부분 진짜 볼드체 궁서체라 웃겨서 일부 퍼옴...이거랑 비슷하게 가지 다루는 법을 언어와 매체 근대국어 ‘음식디미방’ 지문에서 봤던 거 같거든...)

 



공부한 흔적 거의 지워놨는데 1670년의 가지 간수하는 법은 왜 흥미로워서 냅둠


-미역국은 끓이면 끓일수록 맛있어진다는데 오랫동안 푹 끓여서 이런 맛이 나는 걸까? 사장님에게 물었더니 그게 아니었다. 비밀은 ‘쌀뜨물’에 있었다. 쌀뜨물로 끓인 미역국은 곡물에서 배어난 고소한 맛이 해산물과 고기를 휘감아서, 한 차원 다른 국으로 업그레이드해준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나는 힘들 때마다 속으로 이렇게 되뇌게 되었다.

‘아, 힘들다......걸어야겠다.’

 

-무슨 일이 생기면 무조건 남 탓을 하는 사람 들을 볼 때가 있다. 물론 그간 쏟아부은 노력을 인정받고 싶은 마음은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그렇다면 다른 사람들도 마찬 가지다. 오로지 나만이 노력하고 최선을 다 했다고 생각하는 것은 너무나 작고 얕은 마 음 같다. 주변 사람들에게 불만을 가지고 책 임을 밖으로 돌릴수록 나에게 남는 것은 화 나고 억울한 마음뿐이다. 그 상태는 스스로를 고립시킨다. 그러니까 남 탓은 나를 더욱 외롭고 쓸쓸하게 만든다.

 

-어쩌면 감사도 연습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크고 작은 연결고리들을 떠올리면서 나는 사람을 만나면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안녕 하세요'라는 인사처럼 쓴다

 

-(친구들과 한 독서목록의 같이 읽은 책 일부) ‘말의 품격’(이기주), ‘말의 한 수’(다다 후미아키), ‘조훈현, 고 수의 생각법’(조훈현), ‘맨박스‘(토니 포터), ’잠시 혼자 있겠습니다‘(마이클 해리스), ’센서티브‘(일자 샌드),  ’최고의 휴식‘(구가야 아키라), ’걷기 예찬‘(다비드 르 브르통), ’운을 읽는 변호사‘(니시나카 쓰토무) (이렇게 까지 한 권도 안 겹치고 생전 처음 듣는 책들은 또 처음이라 신기해서 베껴둬 봄)

 

-걷기와 휴식, 단순한 삶에 대한 관심, 예민하고 섬세한 기질에 대한 해석, 남자다움이라는 고정관념에 대한 고민, 말의 힘 그러므로 누군가를 탓하거나 욕하고 싶지 않은 마음......

 

-사람들은 대개 가만히 있지 못하는 사람을 보면 집중력이 떨어진다고들 말한다. ”가만히 좀 있어“ ”정신없어“ “왜 이렇게 산만해?” “집중 좀 해” 그런 잔소리들도 거침없이 한다. 나는 일면 사람들의 말을 인정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딴생각이 든다. 이런 사람들은 오히려 여기저기에 다양한 관심을 두는 능력이 있다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한우물만 파라는 말은 이 상하게 들린다. 몇 개의 우물을 부지런히 파서 열심히 두레박을 내리다보면, 내가 평생 식수로 삼을 우물을 발견하기가 더 쉬워지 지 않을까? 나는 한 사람 안에 잠재된 여러 가지 능력을 일생에 걸쳐 끄집어내고 활짝 피어나게 하는 것이 인생의 과제이자 의무라고 본다. 그런 과정이 결국 나를 완성해주는 것이라 믿는다.

 

-아마 나는 내가 완전히 통제할 수 없는 위치나 상황에 대한 공포가 있는 것 같다.

 

-그동안 살아온 삶의 판이 한순간에 뒤집히는 경험은 혼자 극복할 수 있는 일이 결코 아니다. 흔히 개인의 의지나 노력으로 어떤 일이든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렇지 않은 일도 많다.

 

-어마어마한 고통을 감당하면서 분명 어떤 노력을 하긴 했다. 그렇지만 다른 방법들, 이를테면 나무 위로 올라 가서 나뭇가지를 자르든, 온 힘을 다해 나무둥치를 흔들든, 마을로 내려가 장대를 가져와서 감을 따든, 그 시간에 다른 일들을 시도해볼 수도 있었을 것이다.

 

-지금 고통받고 있다고 해서 그것이 내가 곧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혹시 내가 정류장 이 아닌 곳에서 오지 않을 버스를 기다리는 건 아닌지 수시로 주변을 돌아봐야 한다.

 

-삶은 그냥 살아나가는 것이다. 건강하게, 열심히 걸어나가는 것이 우리가 삶 에서 해볼 수 있는 전부일지도 모른다. 내가 아무리 고민하고 머리를 굴려봤자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에는 분명 한계가 있다. 

 


내 갤러리에 하정우 사진이 있다니! 해서 봤더니 6년 전 어린이가 야무지게 먹는게 너무 비슷해가지고 둘이 붙여놨던...황해 보다 극장에서 연기나서 도망쳤던 생각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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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2-11 08: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이 책 좋죠 저도 좋아해요 ㅋㅋㅋ 제 기억에 독보적 서비스 런칭의 계기가 된 책으로 알고 있으며 ㅋㅋㅋ 제게 배우 하정우 최고작은 히트입니다 (tmi) ㅋㅋ

반유행열반인 2025-02-11 15:35   좋아요 1 | URL
독보적이랑 연관있군요 ㅋㅋ전 북플을 폰에서 지우고 미니패드에만 깔아서 안 쓰지만 ㅋㅋ전 음 하정우 영화 중 원픽은...아가씨? ㅋㅋㅋㅋㅋ

- 2025-02-11 17:06   좋아요 1 | URL
오오 영화는 물론 아가씨죠~ 아가씨 조아! 저는 아가씨의 두 여배우 진짜 넘 좋아하고요, 하정우가 맡은 배역으로 가장 좋아했던 캐릭터는 히트 ㅎㅎㅎ라는 아주 오래전의 드라마가 있답니다~
여튼 걷는 사람 하정우. 글 재밌게 잘 쓰더라고요. 샘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