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하차녹 망고 젤리 64g - 망고 태국 과일 젤리 64g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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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에선 한보따리에 만원 안 되게 파는 것도 있다는데...딱 감질나게 식구끼리 두세개씩 나눠먹으니 맛있어요. 망고퓨레와 설탕의 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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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러스 레몬 젤리 64g - 레몬 태국 과일 젤리 64g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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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콤달콤해요. 망고랑은 또 다른 맛... 약간 레몬맛 곶감맛? 가격은 좀 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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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감사한 적립금, 벽돌을 하나 들이고 싶었는데 두 개 들여 버렸다.
읽던 중인 발효책과 마지막 산 성과학책 사이 구매 내역에 21권이나 끼어 있는 게 놀랍다...(젤리 제외... 이후로 커피와 어린이책을 또 한가득 샀는데 오늘 시켜서 안 옴...)
발효책은 왜 벌써 420여쪽 읽었는데 아직 반도 더 남음...

‘살 만한 삶과 살 만 허지 않은 삶’(오타났는데 맘에 들어 냅둬 이상허지 않어) 공저자 프레데리크 보름스가 프레데릭 웜으로 되어 있는 책도 주제가 궁금해서 중고로 구했다.

글항아리 신간 중에 뭐 사야지... 하다가 아니!!!마스터 클래스라니... 저 정도면 저 분야 도서 나름 마스터인 내가 최종 클라스로다가 봐도 되겠다...(글로) 전문가가 되겠어! 성적 자기계발과 대중과학의 콜라보라니!!!

벤야민은 하나도 읽지도 갖추지도 않다가 오...저거 수능 국어 지문에 나온 아케이드...하고 충동구매했는데 2권 잘못 삼... 1권 추가로 다시 시킴(망함 책 두권에 십사만원 가까이야) 그런데 벤야민 책 잔뜩 모은 친구가 1권 소장 중인데 필요없다고 준대서 주문 취소하고 2권은 냅뒀다. 비닐랩핑도 안 까고 그대로 베게로 쓸 예정...

책 박스 옷 박스 먹거리 박스 뜯어내고 정리하며 이러다 언제 돈 모아서 은퇴해 망했다 자본주의의 노예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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젠더를 바꾼다는 것 - 트랜스젠더 모델 먼로 버그도프의 목소리
먼로 버그도프 지음, 송섬별 옮김 / 북하우스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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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11 먼로 버그도프. 원제: transitional 이행의, 과도의.(역자는 주로 ‘전환’으로 옮긴 듯)

책이나 저자에 관한 정보 없이 다른 중고책들 주워담다가 같이 담은 책이었다. 제목 보니까 그냥 궁금했다. 엘리엇 페이지의 ‘페이지 보이’도 궁금했는데 시간 지나니 안 읽어도 될 것 같았다. 이 책은 같은 번역자가 옮겼다고 했다.

먼로 버그도프의 먼로는 그 마릴린 먼로에서 따다 친구가 별칭 붙여준 걸 활동명으로 삼았다고 한다. 마릴린 맨슨은 마릴린을, 먼로 버그도프는 먼로를 사이좋게 나눠가졌구만…이렇게 엮으면 저자가 질색할지 모르지만…
(맨슨은 먼로와 동년배인 배우 에반레이첼우드와 사귀는 동안 그루밍 성폭력을 했다고 고소당해 몇 년 간 법정에 다니느라 활동을 못했다. 결론이 어떻게 났나 뒤져보니 우드에 이어 맨슨을 줄줄이 고소했던 사람들이 진술을 번복하거나 증거 없음으로, 우드가 맨슨에게 불리한 진술하도록 회유했다고 주장하는 사람까지 나와서 우드에게 재판이 불리하게 흘러갔고, 맨슨은 무혐의로 송사를 벗어나고, 쿨한 척 우드 변호사 비용 다 내줄게, 땡, 이러고 우드는 그런 식으로 무마하지 말라고 빡쳐하고, 맨슨은 다시 활동을 시작하고 나새끼는 또다시 맨슨을 꺼내 듣고… 하 지긋지긋한 인간사 연애사 성범죄여…빌어먹을 취향이여...)

먼로는 흑인 아버지와 백인 어머니의 자녀로, 지정 성별 남성으로 길러졌다. 먼로가 여성성에 가까운 특징을 드러내는 유색인종이라는 것 때문에, 그녀가 살던 마을 사람들과 그녀가 다니던 학교의 아이들은 그녀에 대한 혐오를 표출하고 배척하였다. 가족마저 그녀의 커밍아웃을 받아들이지 못하고 그녀의 정체성을 인정해주지 않아 오래도록 갈등이 이어졌다. 처음에는 스스로 동성애자라 여기던 먼로는 트랜스젠더 친구를 만나며 자신의 성적 정체성을 찾기 시작하고, 성별정정, 성확정 치료를 받게 된다. 내내 자신의 존재를 인정받지 못하며 자란 경험은 그녀의 자존감을 떨어뜨려 자해, 알코올 및 약물 의존, 나쁜 연애 반복 같은 생활을 하게 만들고, 강간과 스토킹 같은 트라우마를 심어주는 사건도 겪는다.

삶을 이끌어가기 힘들었지만 자신을 먹여 살리기 위한 직업을 여기저기 옮겨 가며 유지하고, 패션업계와 모델일을 하게 되면서 이제 막 유명해지려던 찰나, 그녀가 사회관계망에 인종주의에 관해 비판적인 게시물을 올린 사실 때문에 로레알에 모델로 고용되었던 그녀는 해고되었고 이후 모델일을 구하기도 어려워졌다. 몇 년 후 트렌드 따라 인종주의 반대 마케팅을 벌이는 로레알의 행보에 대해 자신이 겪은 상황에 대한 사과도 없이 기만적인 캠페인을 한다고 다시 비판하는 글을 올리고, 로레알은 긴 회의와 사과 끝에 그녀를 로레알의 다양성 포용성 평등위원회에 고용하기로 한다. 트랜스젠더 최초로 영국 코스모폴리탄, 보그 표지에 실린 모델이라고 하는데, 그게 로레알 해고 이전인지 이후인지는 시간 순서를 잘 파악하지 못하겠다. (나중에 다시 찾아보니 2017년 로레알 해고, 2020년 SNS에서 로레알 저격하고 로레알 재입사, 코스모폴리탄 모델은 2022년, 보그에는 2022년 기고 편집자로 합류, 올해 2025년에도 기사가 실려 있다. 책은 영문판이 2023년에 나왔다.)

코스모폴리탄의 먼로 버그도프
https://www.instagram.com/p/CYrYmbjtdJz/?utm_source=ig_embed&ig_rid=25b99ffd-f319-40b0-97fc-980dfb19fdf5&ig_mid=9B148F6F-EC86-4ED4-BA6D-F7F3AAC8739E

보그의 먼로 버그도프
2022년 https://www.vogue.co.uk/arts-and-lifestyle/article/munroe-bergdorf-british-vogue-contributing-editor

2025년 https://www.vogue.co.uk/article/munroe-bergdorf-gender-affirming-care-viewpoint

책의 4분의 3정도는 자전적 이야기로 스스로의 삶을 풀어가고, 나머지 4분의 1정도는 자신이 투신하고 있는 행동주의에 관한 이야기와, 차별에 맞서겠다는 선언이 이어진다. 일찌감치 소셜네트워크에 잘 적응하지 못하고 떨어져나오고, 멋진 몇 줄 글이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기도 하지만, 그걸로 뭔가를 하고 있다고 으스대는 사람들 보면 가끔 심통도 나고, 글과 사람이 늘 일치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을 언제부턴가 하게 되면서 그냥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했다. 소수자의 목소리를 키우고 모르던 사람들에게 알리고 그런 건 뭐 좋은 일이고 필요한 일이긴 하다. 모든 것에서 관심을 줄여가는 것조차 특권이라고 말하면서 유색인종, 여성, 퀴어, 노동자의 차별받는 상황에 관해 나새끼한테 다시금 귀기울이게 만들기도 했으니…

다만 책 옮길 때 트랜스라는 말을 그대로 전환 이라 옮기는 것에 대해서는 조금 불만이었다. 지정 성별을 정정, 전환하는 것은 맞지만, 누구나 변하는 존재라는 걸 강조하려고 저자가 마지막까지 트랜스, 트랜지션이란 말을 쓴 것 같긴 하지만, 그냥 내가 나답게 되는 걸 전환, 뭔가 획 틀어가지고 달라지는 것처럼 표현하는 건 그게 맞나 싶었다. 언어가, 말씨가 이렇게 어렵다.

+밑줄 긋기
-집에서 독립한 지 한참 지난 뒤에도 나는 자꾸만 도망치려 했다. 그중에는 나를 죽일 뻔한 시도들도 있었다. 사실, 자기를 사랑할 수 없는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도망치려는 시도다. 그러다 우리가 진정한 자아를 향해 전환한 뒤에는 도망치기를 그만둔다.(21-22)

-사실, 현실주의가 늘 현실 그 자체인 건 아니다. 현실주의란 권력을 지닌 이들의 눈에 비친 정상성과 동의어일 때가 많다. 그것은 현실이 어떤 모습인가에 대한 시스젠더적, 백인적, 가부장주의적, 이성애 중심적, 자본주의적 개념이다. 모든 민권 운동은 주어진 현실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한 이들로부터 태어난다. 모든 해방 운동의 핵심은 직접 경험, 정체성 또는 우리를 둘러싼 세계의 모습에 제약받지 않는 세계를 상상하는 것이다. 우리는 자기를 실현하고 새로운 현실을 창조할 수 있는 꿈을 꿀 수 있어야 마땅하다. (30-31)

-우리는 사회도 전환하며 아름다움의 기준에 대한 환원적 개념을 무너뜨린다는 걸 잊기 쉽다. 그렇다고 해서 사회가 완벽이나 진정한 평등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는 뜻은 아니다. 어떤 차이는 좀 더 편하게 언급할 수 있지만, 나머지 차이들은 여전히 악마화한다. 나같은 사람을 위한 공간도, 도움을 요청할 사람도, 나를 닮은 사람도 만날 수 없던 사회에서 내가 얼마나 큰 고립감을 느꼈는지, 이제는 예전만큼 상상하기 어렵다. 차이가 존재한다는 증거가 없을 때는 차이란 존재하지 않는 것, 꼭 필요하지 않은 것, 적용되지 않는 것이라 우길 수 있다. 하지만 세상이 작동하는 방식에 관한 현실과 진실을 애써 찾아나서지 않는다면, 결국 우리에게 남는 건 권력을 지닌 이들이 바라는 모습대로의 세상에 대한 이데올로기와 세뇌뿐이다. (43-44)

-나는 상대와 연결되지 못하는 섹스는 공허할 뿐이라는 사실을 서서히 깨닫기 시작했다. 내가 진정으로 찾는 것,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바로 연결이었다. 진정한 연결감 말이다. (91)

-부모가 “우리는 아이가 원하는 젠더를 선택하게 하고 싶어요”하고 말한다 해도, 여전히 우리의 젠더는 생식기에 따라 결정되어 국가에 등록된다. 우리는 정부가 검열한 정체성을 넘어서는 우리 자신을 자각할 기회를 빼앗긴다. 그러나 우리는 개인이고, 젠더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우리 경험에 기반한 것이며, 이 경험들은 개개인에게 고유한 것이다. (96-97)

-유색인과 퀴어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런 문제에 관해 이야기하지 않는 것 자체가 우리의 억압에 기여한다. 오늘날 정치나 돈 이야기를 입에 올리지 않는 게 편한 사람은 기존 체계에 만족하는 이들뿐이니까. (133)

-결국 나는 남을 위해 화려하게 꾸미는 건 울적한 일이라는 결론에 다다랐다. 드레스는 여성이 원하는 걸 얻기 위한 무기라던 도나텔라 베르사체의 말을 읽은 적 있다. 나는 그 말이 거짓이라 생각지 않고, 슬픈 건 바로 그 지점이다. 사회는 여성에게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는 특정 상황에 맞게 차려입어야 한다고 가르친다. 한번 기준이 생기고 나면, 그 모습을 자꾸만 수행해야 한다는 압박이 뒤따른다. 매 순간 화려하지 않다면 “다 내려놓았다”는 평가를 듣는다. 전혀 화려하지 않다면 신뢰가 떨어진다. 그러나 화려함은 때로 타인이 우리의 깊은 내면을 볼 수 없도록 가로막는다. (157-158)

-자기 자신을 사랑할 수 없는 사람은 복잡한 타인을 있는 그대로 완전히 사랑할 수 없다. (178)

-따지고 보면 나 역시 사회의 산물이다. 동성애 혐오와 인종주의는 사실에 뿌리내린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해체할 수 있는 믿음이고, 그러고 나면 마침내 자신의 고통을 알 수 있게 된다. 나는 나라는 사람이 가진 온갖 추한 면들을 살펴보고, 나 스스로 나에게 겨냥한 온갖 증오를 보았다. 나는 타인들이 나를 취급하는 방식대로 행동하고 있었다. 어째서 나 자신을 혐오하는지 묻기 시작했다. 만약 내가 죽는다면 그건 타인을 위해서였고, 나는 그들에게 그런 기쁨을 안겨주고 싶지 않았다. (194-195)

-아무도 여러분의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면, 여러분 스스로 그 이야기들을 찾아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 어딘가 존재하는 그 이야기를 찾는다면 여러분의 고립감이 훨씬 줄어들 거라 약속할 수 있다. 여러분이 처음부터 쭉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었음을, 애초부터 외부인이 아니었음을 깨달으면 더는 도망치지 않아도 된다. 우리의 인종주의 경험은 보편적인 것이기에, 때로 좀 더 부지런해지고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드러낼 수 있다. 지식은 우리가 고립에서 빠져나와 공동체로 전환할 수 있게 해준다. 지식은 왜 어떤 일이 이런 식으로 일어나는지에 대한 맥락을 파악하고 진정한 변화를 불러오게 해준다. (218)

-나이와 상관없이 우리 모두의 목표는 우리가 누구이고 무엇인가에 따라 갖게 되는 수치심을 버리는 것이다. 우리를 형성했던 청소년기 동안 여러모로 우리가 갖도록 배웠던 수치심이다. 불편을 유발하는 것이 두려워 질문하지 않았기에, 세대를 거듭하며 전해져온 수치심이다. 하나의 사회로서 다 함께 수치심에서 벗어나 그것을 자긍심으로 전환하는 것이 우리 모두의 목표다. (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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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모르겠어 - 휘둘리고 요동치는 마음에게 ‘나’라는 경계를 짓다
김총기 지음 / 다반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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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510 김총기.


요즘은 잘 안 들여다보는데 정신의학신문이라는 매체의 글을 흥미롭게 찾아보던 때가 있었다. 의사 선생님이 그린 연재 육아 만화가 재미있어서 나중에 책으로 나온 걸 빌려보기도 했다. 이번 책도 아마 흥미롭게 읽히는 기사를 쓰신 선생님이 책도 냈다고 해서 사 보려다가 전자도서관에 있어서 빌려봤다. 오...빌려 보길 잘했어…

간결하게 한토막으로 쓰는 기사보다 책은 ‘나의 경계’란 중심어로 관통하는 뭔가를 전달하려 하다보니 같은 말이 반복되는 느낌이 좀 있었다. 사례로 드는 영화나 매체 같은 것도 계속 토니스타크...인셉션… 저자가 영화 좋아하는 건 아마도 내가 에브리씽,에브리웨어,올앳원쓰 관련해서 쓴 글을 보고 책까지 보게 된 거라 알고는 있었는데, 예시 재탕이 너무 반복되서 오...반복되는 말들만 쳐내도 책 분량이 3분의 2쯤 줄어서 읽기 나았겠네...싶었다.

앞부분 읽다가 조금 많이 지루했는데, 오히려 책 말미에 불안과 불쾌감을 느낄 때 해볼 만한 훈련 같은 걸 실어줘서 이건 좀 실용적인데… 이미 나의 집중력은 흐트러졌구나...일단 밑줄이나 그어 퍼 놓자...했다.

내 감정과 남의 감정, 내 욕망과 남의 욕망을 혼동해서 힘들어지는 것에 대해 짚어 주는 건 생각해 볼 거리가 많아 흥미로웠다. 낮 시간에는 불안감이 덜하다고 생각해서 약을 안 먹는 중인데, 오늘은 뭔가 갑자기 불쾌감이 엄습하다 못해 자꾸 사람이 미워지고 극단적인 생각까지 들어서 야...너 지금 오버야… 좋게 생각해라… 지금 상태 안 좋은 듯...하면서 비상약을 먹었다. 그러고는 조금 차분해졌던 것 같다. 약이 아니라도 책에 나온 것처럼 여러 감각에 집중하고, 감정을 파악하고, 인정하고, 뭐 그런 방식은 인지치료 같은 건가? 쉽진 않겠지만 시도해 볼 만 해 보였다. 비쩍 마르기만 하던 나놈이 근래 갑자기 입이 터져서 뭘 자꾸 주워먹는데 그거로도 갑자기 체중이 훅 불어나는 거 아닐지 걱정하는데… 이거 거식증 아니냐… 자꾸 스스로 장원영에 빙의하지 마라… 장원영 통통해진 거 보고 불안해하지 마라… 탈탈코르셋한 흑화한 자아를 바라보며, 그냥 여기서 5킬로 내외는 불어나도 전혀 지장없으니 걱정말고 오늘 저녁에 맛있게 레토르트 자장면이랑 막국수를 해 먹기로 한다. 오 벌써 효과가 있구만…

+밑줄 긋기
-일단 내 마음이라고 느껴져 버렸다면, 그 감정과 생각을 따라가기만 해서는 사실 그게 밖에서 들어온 엉뚱한 마음이었음을 알아차리기가 결코 쉽지 않다. 역설적이게도 나의 경계는 나의 손에 잡히질 않는다. 그러니 그 경계가 무너졌다는 순간을 알아차리기 위해 열심히 그 부글부글 거리는 감정과 생각들 사이를 헤맨다 해도 큰 소득을 얻기는 어렵다.
그런 뜬구름 같은 것들 말고, 우리를 진정 현실로 되돌려줄 열쇠는 바로 ‘지금, 여기Here and Now’에 있다. 지금. 여기. 내가 서 있고 숨 쉬고 있는 지금 여기에 내가 어떻게 존재하고 있는지, 지금 여기의 관계가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지금 여기의 불행이 어떻게 닥쳐왔는지를 들여다볼 때에 우리는 비로소 우리의 무너진 경계와 마주할 수 있게 된다.

-때에 따라서는 평상시와 달리 말투가 변하기 시작하게 될 수도 있다. 나도 모르게 퉁명스러워지는 말투나 격한 표현들이 입에서 튀어나오는 것을 발견하며 나의 무의식적인 분노를 눈치챌 수 있다. 혹은 더듬거리고 우물우물해지는 말투에서 불안을 미리 알아차릴 수도 있다. 무관심해지고 줄어드는 말 수에서 나의 우울을 미리 알아볼 수도 있다. 아니면 꼭 말투가 아니라 어떤 신체의 변화로 나타날 수도 있다.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든지, 얼굴에 화끈하게 열이 올라오는 것처럼 말이다. 심할 때면 이명이 들리기 시작할 수도 있고, 어지러움증을 느끼게 될 수도 있다. 혹은 행동의 변화로 그 불쾌감이 드러나기 시작할 수도 있다. 평소보다 갑자기 거칠게 운전을 하게 될 수도 있고, 불필요하게 뛰거나 다급하게 행동하게 되는 식의 변화가 나타날 수도 있다.
중요한 것은 그것이 어떤 것이 되었건 간에 매번 어떤 일정한 패턴으로 반복되는 힌트라는 것을 발견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감정이 폭발하고 지나가 버린 순간들마다, 다시 그 폭발의 전후 요소요소들을 천천히 복기해 보는 연습을 해보아야만 한다. 폭발의 전조증상들을 더듬어 보아야 한다. 그 사건에서 내가 ‘불쾌감’을 느끼기 시작한 순간은 구체적으로 어떤 순간이었는지, 그때 어디에서 무얼 하고 있었는지, 그때 나의 행동이나 기분, 말투나 태도 등에서 평소와는 달라진 것들은 무엇이 있었는지 차분히 생각해 보아야 한다.

-그래서 그 힌트를 느끼기 시작했다면 스스로에게 알려줄 수 있어야 한다. 스스로에게 작게 되뇌여 보는 것이다.
“아, 지금 내가 좀 힘들구나.”, “아, 기분이 좀 안 좋아지고 있네.” 혹은 “아 내가 지금 화가 났구나.”, “내가 좀 불안해하고 있구나.” 하는 것처럼 말이다.

-처음에는 시각을 활용해서 지금 눈앞에 보이는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를 하나씩 살펴보는 것으로 시작할 수 있다. 무엇을 하고 있었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었건, 어떤 곳에 있었건 관계없이 일단 지금 눈에 보이는 것들 중 5가지 이상을 하나씩 스스로에게 이야기해 보는 것이다. 당장 눈앞에 있는 것들-예를 들어, 컴퓨터, 책상, 볼펜, 벽지, 필통, 액자, 시계 등등 적어도 5가지 이상을 하나씩 세어 가며 스스로에게 이야기하면서 찾아본다. 그러고는 조금씩 주위를 둘러보면서 다른 것들은 또 무엇이 보이는지 더 찾아볼 수 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로 5가지 이상을 오른쪽, 왼쪽, 뒤, 위를 보면서 찾고 이름 대어 보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동안 나의 시야에 어떤 것들이 들어오고 있었는지, 무심코 지나치고 있던 것들이 어떤 것들이었는지에 집중하며 다시 한 번 쳐다보며 헤아려 본다. 한 발 더 나아가서는 그것들의 디테일을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볼 수도 있다. 벽지는 어떤 색깔인지, 그 문양은 어떠한지, 문양에 점들은 몇 개씩 그려져 있는지, 귀퉁이의 디자인은 어떻게 접혀 있는지 등등의 디테일한 부분들을 말이다.
그러고 청각으로 넘어와, 지금 귀에는 무슨 소리가 들리고 있는지를 마찬가지로 5가지 이상 찾아볼 수 있다. (그리고 후각, 촉각, 미각 등으로 확장)

-감각에 집중한다는 것은 우선 불쾌감을 분산Distraction시킬 수 있다는 데에서 그 1차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뇌에서 감지하기 시작한 불쾌감의 자극들이 마치 과도하게 ‘심각한 상황’인 것처럼 잘못 포장되어 다른 뇌의 영역들로 이동하기 시작하는 과정, 그 악순환의 회로를 잠시 중단시킬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표면적인 효과에 불과하다. 착지와 알아차림을 훈련하는 궁극적인 목적은 오히려 그다음 단계에 있다. 그것은 ‘감각’을 통해 현실에 발을 붙인 채, 나의 지금 진짜 모습이 어떠한지 들여다볼 수 있게 되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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