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 - 2019년 제43회 이상문학상 작품집
윤이형 지음 / 문학사상사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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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9- 윤이형.

문학사상사가 수상 작가로부터 부당하게 저작권을 오랫동안 빼앗아 온 일 때문에 올해 이상문학상 수상작으로 선정된 소설을 쓴 작가들은 마음을 다쳤다. 그렇지만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항의했고, 수상을 거부했고, 잘못된 관행이 이슈가 되었고, 올해 수상집은 나오지 못했다.
작년도에 이런 상황에 대해 잘 모르고 상을 받았던 윤이형 작가 또한 마음이 많이 다친 것 같고, 결국 그 상으로 인해 얻은 모든 이득에 대해 괴로워하다 절필을 선언했다.
소설집 ‘작은 마음 동호회’를 읽을 때는 이런 사정도 모르고, 아니 왜 이상문학상 수상작은 안 들어간 거야, 하고 언짢아했다. 작가의 책은 붕대감기를 끝으로 만날 수 없어졌다. 중고로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샀다. 읽고 싶던 소설을 드디어 읽었다.

-윤이형, ‘그들의 첫 번째와 두 번째 고양이’
애완이든 반려든 동물을 곁에 두는 삶을 좋아하지 않는다. 경제활동을 위해 빈집에 종일 혼자 두고 나가는 무책임을 견딜 수가 없다. 인간의 만족을 위해 애착 대상으로 그들의 평생을 자유를 묶어두는 일. 그렇지만 그 덕에 보살핌 받는 생명을 생각하면 그게 꼭 나쁜 건 아닐 수도 있겠지만. 선택과 책임감을 존중하되 나는 안 하기로 한다.
사실 어려서 마당에 키우던 개의 죽음을 너무 여러 번 봐서 마음을 닫은 건데 저런 핑계와 신념을 갖다 대는지도 모르겠다.
소설 속에 두 고양이의 죽음과 한 가정의 해체와 부부의 결별이 나온다.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울고 싶은 나를 두들겨 패는 것 같은 소설이었다. 모든 상실에 관한 은유가 될 이야기들. 서로를 이해할 수 없는 사람 사이의 관계에 관하여. 이렇게나 잘 쓰는 소설가를 잃게 된 것까지 울고 싶은 일이 넘쳤다.
각자의 삶을 찾은 희은과 정민을 더 행복해진 것 마냥 그렸다. 초록이도 그럭저럭 해 나가는 것 같다. 모두가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잃은 것에 대한 미련과 고통과 슬픔과 원망 없이 자기 자신을 찾은 것으로 만족하고 살아갈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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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20-06-29 22: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윤이형은 돌아올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 정도의 이야기를 그 정도의 문장으로 써낼 줄 아는 사람이 과연 쓰지 않는 삶을 버텨낼 수 있을까요.

반유행열반인 2020-06-30 04:19   좋아요 1 | URL
읽는 사람들한테는 기쁜 일이겠어요. 안 쓰고도 행복하게 살 수 있으면 그것도 좋겠지만.
 
[전자책] 나는 농담으로 과학을 말한다 - 무심코 읽었다가 쓸데없이 똑똑해지는 책
오후 지음 / 웨일북 / 2019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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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8 오후. 2/3쯤 읽다 포기.

같은 작가의 마약 책이 되게 궁금했다. 살까 말까 망설이다 전자책 도서관 입고되라! 하고 기다렸는데 안 되어서 동네 도서관에 상호대차 신청하니 코로나 휴관이 장기화 되어 못 읽었다. 뭔가 궁금한데 닿지 않으면 더 갈망하게 되는 법. 대신 작가의 두 번째 책인 이 책이 전자 도서관 들어왔다. 오오, 농담이래. 과학이래. 과학교양서 좋아하는 빡대가리 문돌이는 주섬주섬. 게다가 표지에 이 멍멍이 왠지 라이카 같은데.

질소비료, 도량형 통일, 플라스틱, 성전환, 우주개발, 빅데이터, 날씨, 해킹, 유전자-이 책이 다룬 주제이다.
빅데이터까지 꾸역거리고 읽다가 결국 1/3쯤 남은 즈음 이 책을 포기했다.
제목만 보면 엄청 재미있을 것 같은데, 작가 또한 서문에서부터 재미있게 쓰겠다고 호언장담 했는데, 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너무 재미가 없었다. 농담이라고 재치 부리며 던지는 말의 개그코드가 하나도 나와 맞지 않았다. 자신의 피씨함을 옹호하듯 이런 말 하면 안 되지만-하면서도 결국 하고야 마는 웃기지도 않은데다 거지같은 드립이 많았다. 그리고 다짜고짜 사례로 섹드립을 많이 치는데- 독자 머릿 속에 섹스만 들어있다고 단언해버리거나 조루타령하며 자기비하인듯 아닌 듯한 개그 하거나. 무엇보다 정보량자체가 그닥 많지도 않은데 분량 자체가 늘어지고 그러다보면 핵심도 못 짚겠고. 저자가 과학 기술과 연구자의 태도와 그 파급에 대해 나름의 관점을 가지는 점은 다 동의할 수 없더라도 좋은 부분이지만, 그런 자기 주장을 전달하는 방식이 뭐랄까 되게 구리게 느껴졌다. 책을 준비한다고 방대한 분량을 조사하고 공부한 건 알겠는데 그걸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고 중구난방 나열한 느낌도 아주 많이 들었다. 이게 무슨무슨위키나 인터넷 커뮤니티 흥미로운 썰, 같은 게 아니라 출판물인 만큼 독자의 소중한 시간과 참고 읽어줄 인내심까지 고려해서 적절한 취사선택과 편집이 있어야 했을 것 같다. 더구나 전자책 발간하면서 인심 쓴 건지 후한 건지 뒤에 추가 챕터를 덧붙였는데...날씨부터 추가 챕터는 도저히 읽을 수가 없었다. 물리고 질리고 정이 떨어져 버렸어.

나의 부족함일 수 있다. 누군가에게는 흥미진진하고 유머넘치고 재미있는 책일 수도 있지. 나에게는 아니었다네. 참고 마음을 다잡으며 몇 번을 다시 읽으려 시도했지만 결국 포기했다네. 앞으로는 제목에서 엄청 재미있는 척 하는 책은 믿고 거르기로 했다네. 마약 책도 굳이 안 읽어도 될 것 같다네.
죄송합니다. 이런 못난 독자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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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유 2020-06-29 1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못난 독자 ㅋㅋㅋㅋ 저도 가끔 못난 독자 됩니다. ^^;

반유행열반인 2020-06-29 11:52   좋아요 1 | URL
반대로 독후감 쓸 땐 못난 글쓴이도 되는데 역지사지가 잘 안 되고 너무 세게 까서 작가분들께 죄송한 마음 뿐...(그러면서 까길 멈추지 않는 못된 마음 ㅋㅋㅋ)

Comandante 2020-06-29 13: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 리뷰만 읽어도 재미있습니다. 요새 이런 인스타그램 감성 책들이 늘어나는듯 하네요..

반유행열반인 2020-06-29 15:28   좋아요 0 | URL
감성 따지며 내보이기엔 너무 두껍고 번잡합니다. 나무위키 인쇄물에 가깝습니다...(작가님하 또 죄송...)
 
[전자책] 이별의 푸가 - 철학자 김진영의 이별 일기
김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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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8 김진영.

장기하와 얼굴들-가장 아름다운 노래
https://youtu.be/1zlNEGGnXSE
“밝게 빛나는 너처럼 예쁜 내 노래는
주인을 잃고 파란 하늘에 흩어지네
나의 노래가 별이 되어 뜬 밤하늘 아래
너의 마음은 그를 향해서 밝게 빛나네”

술을 거의 먹지 않던 집인데, 몇 주 전부터 곁의 사람이 맥주를 사온다. 주말마다 술을 마셨다. 경복궁, 파울라너, 서머스비, 백록담, 광화문, 에델바이스, 남산, 이름 예쁜 것들이 꽃냄새와 과일냄새를 풍기며 뱃속을 채웠다. 화장실에 들어가면 거울에 비친 새빨개진 얼굴을 보고 몰래 조금 울었다. 샤워로 울음을 지우고 쿨쿨 잤다.
나는 유디트가 되어보려고 짧은 이별을 위한 긴 편지를 쓰고, 총도 쏘고, 소매치기를 시켜 린치도 하고, 모가지도 베어보지만 잘 안 되었다. 그래서 진부한 키워드를 검색해 진부해보이는 책들 사이에서 들어본 것 같은 제목의 책을 골라 읽었다. 들어본 것 같은 책은 언제나 늦게 좇아 읽은 걸 늦게 안다. 밑줄을 하나도 치지 않고 그냥 눈을 글자에 문질렀다. 진부한 이야기의 좋은 점은 내가 겪는 일이 하나도 특별하지 않고 보편적인 일이고 감정이라고, 그러니 오래 빠져 있을 필요도 없고 큰 의미와 가치를 부여할 이유도 없다고 느끼게 한다는 점이다. 남의 슬픔을 보면 또 왜 닭살이 돋는 또라이라 저렇게 궁상 떨고 있으면 남보기에 나도 참 싫겠구나 하면서 감추고 참고 숨기고 시간이나 얼른 가라고 아무거나 주워읽는다.
밀란쿤데라 영감님 책 다시 읽기를 작년 말쯤 시작했는데, 겨우 두세 권 책을 읽을 시간만 있었고, 아직도 다시 읽고 싶은 책은 잔뜩 남았는데 뭐 그럼 혼자 열심히 다시 읽으면 되지, 뭐가 문제야 하고 책등을 훑는다. 그러고보니 이별의 왈츠도 있었다. 5년 전에 읽었지만 안 읽은 거나 다름 없는 상태니까 다음은 너로 정했다, 밀란츄! 노구를 이끌고 지팡이를 휘두르며 먼 프랑스로부터 나를 때리러 쫓아오는 영감님 상상은 정말 웃겼다. 할아버지 코로나 조심하세요. 제가 사는 관악구는 코로나 성지가 되었어요. 하나님이 있다면 왜 가장 신실한 사람들 사이에 병이 퍼지는 걸 냅두셨나요. 저는 오랑의 시민이 되어 유폐되었습니다. 주변에는 아무도 없는 게 아니지만 아무도 없고 병이 옮고 병을 옮기지 않기 위해 조용히 집에서 올릴 기도를 생각하지만 저는 기도할 줄을 모르는 인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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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0-06-28 09:5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니 반유행열반인님 자가격리?! -_- 아니어야 할 텐데. 근데 쿤데라 할아방 다시 읽으니 좋아요? 나두 다시 읽고싶어진다.

김진영 선생님은 넘 좋아. 이루말할 수 없을 정도로. 근데 아 저 책은 읽어보지 않았어요.

반유행열반인 2020-06-28 11:29   좋아요 1 | URL
마음만 격리고 내일 출근합니다 ㅎㅎㅎㅎ
쿤데라 할아방 저는 언제나 최애에요. 꿈나무 변태를 만든 변태 할아범ㅎㅎㅎ
저는 김진영 선생님 책은 처음이고 신파를 안 좋아하는데 이건 신파 절창이더라구요.

수이 2020-06-28 11:54   좋아요 2 | URL
아니니 다행~ 쿤데라 할아범이 세상에 얼마나 수많은 꿈나무 변태들을 만들었을까 상상하니 상상 불가_ 김진영 선생님 신파 ㅋㅋㅋ 인정_ 신파 좋아하지 않아 라고 하고싶은데 난 언제나 신파에 질질 짜는 스탈 같아.

마음만 격리_ 나두 ㅋㅋㅋ 그러고 좀이따 술 퍼마시러 관악구 간다 ^^ 관악구에서 술 퍼마시면서 반유열님 생각 해야지!

반유행열반인 2020-06-28 11:58   좋아요 0 | URL
으아니 수연님 우리 동네 강림!! 신림역 인근은 피하세요...거기 교회 다녀온 분들이 주변 상권으로 흩어져서 위험...
그렇게 따지면 서울대입구역 인근도 위험...우리집이 제일 안전한데 내가 술을 다 퍼마셔서 맥주 한 캔 밖에 없어서 안 되겠다...
감사한 말씀입니다만 못난 인간은 생각 마시고 좋은 이들과 술 마셔서 신난다 생각하시며 즐거운 시간 보내오소서.
 
[전자책] 남자의 뇌 - 무엇이 남자의 행동을 조종하는가
루안 브리젠딘 지음, 황혜숙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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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5 루안 브리젠딘.

원래는 신경정신과 의사인 저자가 먼저쓴 여자의 뇌를 보려고 했는데 이 책이 먼저 빌려져서 읽었다.
성별 격차는 존재하고 뇌나 호르몬의 차이로 인한 결과라는 연구도 자주 소개된다. 과학이 잘못된 행동이나 성향을 정당화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다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요인을 아는 것은 나와 다른 이들이 왜 저 모양인지 이해하고 대응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니까 다른 걸 애써 다르지 않다고 무시하는 것도 더 나은 삶을 위해서는 좋은 일이 아니다.
사랑에 빠지고 성욕을 느끼고 하는 과정을 뇌와 호르몬의 작용으로 묘사하는데도 왜 이리 야하냐. 으하하. 이런거 왜 좋아해. 화를 잘 내고 감정적인 부분에 대한 설명은 좀 빡치긴 했다. 아무래도 저도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을 많이 받는 것 같습니다만.
아직 한참 키워야 할 생후 800일짜리 꼬맹이가 밤낮 없이 날뛰는 걸 본다. 여자아이를 10년 정도 키워본 뒤라 차이가 분명히 보이기는 한다. 사춘기 남자애가 되어 반항과 늦잠과 지루함과 성욕을 폭발 시키고 비슷비슷한 놈들이랑 치고박고 사고칠 날을 생각하면 이런 책이라도 읽고 마음의 대비를 하는 것도 필요할 듯 한데. 반대로 나보다 더 옥시토신을 뿜뿜하는 다정한 남자들도 있는 걸 보면. 정말 성차인가, 의문이 들기도 한다.
아, 번역에서 새로운 단어 배웠어!!
찌무룩하다:마음이 시무룩하여 유쾌하지 않다.
나 찌무룩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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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0-06-25 21: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후 800일 남자아이의 미래의 사춘기가 궁금하네요~~
생후 약 7330일 정도의 딸아이도
저를 찌무룩하게 만들어요 ㅠㅠ
찌무룩하다!
표현이 절묘해요^^

반유행열반인 2020-06-25 21:44   좋아요 1 | URL
저는 겁부터 나네요 두 번의 사춘기를 거칠 예정이므로..,으아니 7000일이 넘으면 저는 다 내쫓아버릴 예정입니다 ㅋㅋㅋ
찌무룩하지 마시고 유쾌하고 시원한 밤 보내시길 기원합니다.
 
[전자책] 우리는 서로를 구할 수 있을까 - 결혼 페미니즘프레임 3
정지민 지음 / 낮은산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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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624 정지민.

제목과 차례를 보고 마음에 들어서 빌렸다.
우리는 서로를 구할 수 있을까? 나도 그게 궁금해.
폭력
재정 계획
자유와 평등
성차
한남
시가
출산과 육아
폴리아모리
비혼 시대
경멸
불륜
함께 살기
차례만 봐도 무슨 이야기 할 지 궁금하다!!

큰 기대 없었는데 저자의 글쓰기가 마음에 들었다. 하고자하는 말을 뚜렷하게 잘한다. 밑줄 벅벅 긋고 싶은 말도 많이 한다.
결혼과 페미니즘을 양립하려는 시도, 저자는 나보다 조금 더 젊고 출산과 육아를 경험하지 않은 사람이지만, 결혼 제도와 관계와 가부장제와 평등에 대한 사유는 깊고도 넓었다. 스스로를 가부장적이고 한남이라고 탓해본 경험, 시가나 남편이 완전 폭망한 상대는 아니라 불행하지 않다는 점, 이성애자로 남성에 대한 동경이 있었고(반대편엔 자기혐오와 맞물린 여성혐오가 있고) 결혼을 받아들인 점에서 뭔가 어떤 흐름에 거스르는 죄책감을 동반한다는 것까지 입장이나 생각에 공통점이 많아서 공감된 부분도 많은 것 같다.

고집과 독선과 집착과 불안과 몸과 마음의 병과 미안해하기 위해 온갖 미안한 짓을 저지르는 나에게 마냥 괜찮아, 너 하고싶은대로 다해, 하며 위로하고 참아주는 사람과 산다. 그 사람이 자란 환경도 나 못지 않게 불행했는데, 한 번도 누굴 때려 본 적 없고 부모에게 맞거나 욕먹은 적 없이 자라나 어린아이에게 마냥 다정하고 너그럽다. 시가 어른들도 다 비슷하게 착하고 나는 명절이나 행사에 방문하면 손님 마냥 먹고 놀고 쉬다 (아주 가끔 미안해서 설거지 한 끼 정도만 하고) 돌아온다. 반면 내 부모나 조부모는 아이를 때리고 욕도 하는 가풍을 보여주셨지… 부디 나의 자손들은 더 훌륭한 쪽의 영향을 더 받기를…
여자, 남자를 대하는 잘못된 방식이 구조화된 것도 문제지만 인간에 대한 예의와 존중의 문제인 것도 같다. 가부장제의 롤모델을 보여줄 아버지가 일찌감치 도망쳐버려서 그런 영향 없이 엄마와 누나의 다정한 보살핌만 보고 자란 남자는 오히려 아빠보다 엄마같고, 누구처럼 도망치지 않고 책임지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이며 좋은 사람이 되었다. 나도 그런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데 자꾸 마음과 다르게 못된 가부장이 된다. 이건 구조와의 싸움인 동시에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제도와 관계와 차별과 불평등에 관해 미리 사유한 사람들의 글을 많이 읽고 스스로도 많이 고민하고 반성해야겠다. 사람 쉽게 변하지 않고 고쳐쓰는 거 아니라고도 하지만, 나는 나를 고쳐쓸 수 있으면 좋겠다. 뚝딱뚝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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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이 2020-06-24 20: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 좋은 마무리_ 나도 같이 읽으면서 뚝딱뚝딱

반유행열반인 2020-06-24 20:13   좋아요 0 | URL
뚝딱뚝딱 자가수리 두잇마이쎌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