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일 마음산책 짧은 소설
최은미 지음, 수하 그림 / 마음산책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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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11 최은미.

최은미의 소설은 장편 하나(‘아홉 번째 파도’), 소설집 하나(‘눈으로 만든 사람’), 이제 짧은소설집 하나 ‘별일’까지 골고루 보았다. 이전 소설들은 좀 많이 슬픈 사람들이 자주 나왔는데, 이번에는 작가가 그토록 쓰고 싶었다던 짧은소설들이라 그런가, 슬픔은 많지 않고, 있어도 엷고, 지금의 내 마음에 이 계절에 읽기에 부담스럽지 않았다.

남의 만두 훔쳐 먹는 이야기랑, 이희승 그 개새끼 이야기가 기억에 좀 남았다. 양배추 시리즈 1,2는 있을 법한데 막 엄청 재미있지는 않았다. 세상에는 생각보다 무수히 많은 온라인 동호회, 커뮤니티, 그들의 번개 모임(요즘엔 뭐라 그러나 현피? 이것조차 옛말이네)이 있겠다는 생각은 했다. 나도 그러고보니 친구들이 거의 다 온라인 친구들이라네...

계절감 있는 소설이 제법 나왔다. 여름, 여름, 가을, 겨울, 또 겨울, 봄은 잘 기억이 안 난다. 내 봄… 겨울은 이제 시작인데 멀었네...

집에 오니 엄마가 김치만두를 만들고 계셨다. 그런데 나는 이미 주니어와퍼를 네 개나 사들고 집에 왔다. 햄버거 먹고 배부른데 만두도 맛있어 보여서 두세개 먹었더니 정말 맛있었다. 좀 심심한가, 했는데 햄버거가 짭짤해서 그랬던 것 같다. 작년 겨울 담근 묵은지에 고기 듬뿍 넣고 담백하고 맵지 않게 만들었다. 엄마가 다음 판을 찔 때는 청양고추 첨가해서 매운 버전으로 업그레이드 시켰다. 분명 배가 부른데 맛이 궁금해서 하나 또 먹었다. 만두를 참아야 할 만큼, 훔칠 만큼 만두를 너무 좋아하지도 않고, 단골집 만들어 사러다닐 필요 없이 엄마가 잘 만들어주니까, 전남친 사칭 나쁜놈들한테 보이스피싱 당할 일 없으니 복받은 인생인가 싶었다. 만두 나오는 소설 제목이 ‘이상한 이야기’인데 그렇게 이상하지는 않고 때마침 이 소설 읽자마자 만두를 먹게 되어서 허허, 싱크가 맞았다.

양배추 채 써는 칼 구경하러 간 집에서 동호인들이 저속노화, 가속노화 타령을 해서, 대충 느리게 늙기인 것 알면서도 저속하게 늙진 말아야지… 하다가 전자도서관에서 검색해보니 저속노화 마인드셋이라는 책이 있길래 빌려서 읽고 있다. 작가의 전작 저속노화 식단인가 하는 책이 더 인기 있었나 본데, 그건 예약이 꽉차 있었다. 이 책은 뻔한 소리이지만 틀린 말은 없어 보여서 그냥저냥 읽을 만했다.

소설가는 이 소설집의 모든 소설에 별일이라는 제목을 붙여도 다 들어맞을 거라고 했다. 별일 아니라고 하지 않고 하나하나 별일이라고 여기는게 약간 소설에 대한 자부심이 느껴졌달까. 별일 아닌게 될 수 있는 순간들을 붙잡아다 잘 써 놓으면 그게 별일이 되는 것이다. 이건 다 소설이지만, 그래 언젠가 별일 아닌 것 같은 이야기를 별일처럼 쓰던 때도 생각나고, 그때가 조금 그립지만 안 써도 충분히 견딜만한 인생이다. 난 그냥 열심히 읽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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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남이 잘 되는 거 보면 그냥 기분이 좆같아.”
“에휴, 구슬 삼키고도 살아난 애기가 말본새 봐라.”
“꺼져.” (186, ‘특별한 어떤 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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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마시는 것들의 자연사 - 맛, 음식, 요리, 사피엔스, 그리고 진화
조너선 실버타운 지음, 노승영 옮김 / 서해문집 / 2019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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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20251210 조너선 실버타운. 재독.

원제는 다윈과의 만찬인데, 번역 제목이 더 직관적인 느낌이 든다. 자연사 빼고 진화 같은 걸 넣었으면 어떤 사람들은 싫어했을까?

아래는 예전 독후감...
https://m.blog.naver.com/natf/221537174281

6년 전에 이 책을 처음 읽었다. 재미있었고 기억에 오래 남았다. 새로 읽어보니 전보다 더 빨리 읽힌 것도 같고, 그리 어렵지 않았다. 여전히 재미있었다. 인간과 인간의 먹거리가 된 동물, 식물, 먹거리 제공에 도움 주는 미생물까지, 흔한 식재료들을 소재로 진화, 인류의 기원과 발전, 미래 조망(주로 GM찬성 논의)까지 골고루 다루어주었다. 오랜만에 예전 독후감을 읽고 나니 저때의 나는 요약을 조금 더 열심히 했구나...전자책이라 인용도 더 쉬웠겠구나. 다행히도, 신기하게도, 이번에 종이책으로 읽으며 새로 옮겨 적은 구절들은 이전과 겹치지 않았다.

음식 책도 진화 책도 재미있는데, 음식을 소재로 진화를 풀어나가면서 이렇게 잘 써놓으면 훌륭하다. 좋은 책인데 많이 읽히지 않은 듯해 아쉽다. 여러분 제가 재독이 흔한 놈이 아닙니다… 책 사세요. 책 사 주세요. 종이책은 아쉽게도 절판이다. 전자책이 더 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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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과일은 식물의 유전자라는 귀중한 짐을 감싼 일회용 포장지다. 과일의 영양소는 택시비이고, 택시비를 챙기는 새와 박쥐와 영장류는 택시이며,(식물의 관점에서) 목적지는 미래 세대를 위한 확실한 장소다. (208)

-과당의 문제는, 엄연한 당이고 열량도 포도당과 같은데도 인체가 당으로 인식하지 못해 에너지 섭취와 저장을 제한하는 조절 호르몬을 활성화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209, 과당이 왜 나쁘지? 하고 매번 궁금했는데 이 책 이미 읽고도 그간 여전히 궁금했던 나…이번엔 안 잊어버려야지. 정확히는 과당 섭취시 인슐린, 포만감 센서가 작동이 잘 안 되고, 뇌는 그래도 당으로 인식한다고 함.)

-과일을 통째로 먹을 때처럼 천천히 혈류에 흘러드는 소량의 과당은 간에서 처리할 수 있다. 하지만 대량의 과당을 정기적으로 섭취하면 간에 위험 수준의 지방이 쌓여 대사 증후군과 제2형 당뇨병의 다양한 증상이 나타난다. 안타깝게도 주서기나 스무디 기계를 통과한 과일은 위에서 통과일이 아니라 매우 단 음료수처럼 행동하는데, 이것은 통과일에서 과당의 흡수를 지연시키는 섬유질이 기계적 공격을 받아 제 역할을 못하기 때문이다. (211)

-하지만 치즈는 다르다. 한 종의 산물이 아니라, 아니 두종의 산물도 아니라 수십 가지 세균과 진균으로 이뤄진 소우주의 산물이기 때문이다. 생물학적으로 말하자면 치즈는 미생물체, 즉 미생물의 군집이다. 자연에서 이와 가장 가까운 미생물체는 토양에서 찾아볼 수 있다. 토양은 진균, 세균, 그리고 죽은 물질과 서로를 먹는 미생물로 가득하다.(222-223)

-사람의 눈은 보는 용도로만 설계된 것이 아니다. 보이는 용도로도 설계되었다. 우리는 눈을 이용해 남에게 자신이 보고 있다는 신호를 보낸다. 여기에는 어떤 진화적 이점이 있을까? 실험 증거로 뒷받침되는 한 가지 가설은 사회적 거래에서 상대방을 쳐다보면 상대방이 거짓말을 하지 못하도록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은 매우 강력하고 무의식적인 효과여서 심지어 눈을 찍은 사진만 가지고도 행동을 바꿀 수 있다. (269)

-식단을 연구하면, 여러 문화의 다양한 식단을 비교해 얻을 수 있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그것은 건강하고 균형잡힌 식단에 이르는 길은 여러 가지가 있으며 고기를 과식하거나 동물성 단백질을 아예 끊는 극단적 식단만이 문제라는 것이다. 이 극단 사이에 있는 식단에서 건강의 최대 위협은 지나친 열량섭취라는 현대적 현상이다. (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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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생은 망원시장 - 여성상인 9명의 구술생애사
최현숙 외 지음 / 글항아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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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07 최현숙 외.

내 부모도 장사를 했었다. 시장 안은 아니고, 시장 바깥에서 멀지 않은 사거리, 터미널로 가는 길에 있는 가건물이었다. 아빠가 귀금속 세공사 일을 했었어서 금은방을 했다. 빚을 내어 보증금, 인테리어비, 진열할 물건들 떼어오는 값으로 써서, 원래부터 겁이 많고 불안도가 높은 아빠는 매일 가게를 접자고 엄마를 들볶고 결국에는 조현병까지 걸렸다. 아빠가 아픈 동안 엄마가 가게를 혼자 운영했다. 작지만 고가의 물건이라 도난, 강도, 부도수표 지불, 반지계 파토, 외상값 미회수 등 이런저런 일이 많았다. 그렇지만 최고의 재앙은 정신질환 호전 이후에도 하루종일 나가 술먹고 놀다 들어와 깽판치고, 세콤(도난방지설비)이 잘 안 된다고(꽐라되서 자꾸 문잠그는 타이밍을 놓침) 셔터 문을 마구 발로 차고 엄마를 때리고 언어폭력을 행사하던 아빠였다.

엄마는 자기 성격과 맞지 않던 장사를 하느라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점심 도시락을 싸다가 나르고, 아빠가 안 오면 혼자 문을 닫고, 술취한 채 문을 닫겠답시고 혼자 발광을 떠는 아빠 탓에 주변 사람들에게 창피하고. 아빠는 손님과 자주 싸우고, 싸게 팔아도, 비싸게 불러 못 팔아도 난리를 떨었지만, 엄마는 물건을 사지도 않을 거면서 가게 쇼파에 들러붙어 박카스를 얻어 먹거나 커피를 타달라고 하는 아빠 지인들, 주변 상인들에게 마음에도 없는 친절, 요새 말로 감정노동을 했다. 결국에는 그 사람들이 잠재적인 손님이었으니. 1994년에 가게를 열어서 2007년 아빠를 떠나 서울로 올 때까지 13년 간 30대 후반에서 50 직전까지 장사하는 엄마를 지켜봤다. 그런 탓인지 내가 장사할 일은 꿈도 안 꿔 봤고, 실제로 형태가 있는 재화를 파는 일은 안 해 봤다. 대신 용역? 서비스?를 팔고 있읍니다...

대부분 50대 언저리인 망원시장의 여성 상인들의 생애를 구술한 것을 구술생애사 작가 최현숙의 제자 작가들이 인터뷰해서 정리한 책이었다. 그래서 글마다 완성도나 가독성, 반복되는 말이나 내용 여부가 편차가 좀 있었다. 그리고 구어체로 쓰여 있으면 잘 읽힐까 했는데, 나새끼 남의 말 경청 못하는, 사회 지능 부족… 오래 더디게 읽었다. 읽던 거 먼저 읽자 하고 새로운 책 펼칠 엄두를 못 냈더니 독서 자체가 더뎠다. 힘든 한 주이기도 했다.

2018년의 여성 상인들은 온갖 장시간 노동에 시달리지만, 그래도 먹고 살 정도는 되고, 스스로 쌓아올린 지금의 모습에 자부심을 느끼는 듯했다. 삶에 대한, 자기가 몸담은 시장이라는 장소에 대한 긍정과 애정도 공통으로 엿보였다. 그렇지만 삐뚤이 나놈은 장사 잘 안 되고 힘든 상인들은 인터뷰에 응하려 들지도 않았겠지… 장사 못해 먹겠다 싶어도 이걸로 책이 나가고 내 얼굴과 이름이 나간다 생각하면 어느 정도 미화되는 부분도 있었겠지… 이 정도면 고통 서사 중독자야… 행복하고 편하고 좋다고 하는 걸 보면 못 믿거나 전체 구성원의 일부 표집이라고 생각하고 만다. 어딜가도 불행을 조금씩 남겨 놓고 사는 놈의 눈은 그렇다.

내가 사는 관악구 지역 상인들의 이야기였으면 조금 더 이입해 봤을 듯하다. 반대로 망원동 근처에 살거나 인근을 많이 돌아다녀 지리를 아는 사람들은 책을 읽는 동안 시장의 모습이 눈에 선하고, 왠지 시장 한 번 더 가서 상인 분들 여전히 잘 지내시나 궁금해서 아케이드 안 이곳저곳을 기웃대기고 뭘 사기도 할 것 같다.

책으로나마 다른 종류의 노동을 하는 사람들 이야기를 읽는다. ‘뭐든 다 배달합니다’, ‘까대기’, ‘편의점 인간’(여긴 좀 많이 이상한 놈이 나오긴 하지만), ‘골목의 약탈자들’(여긴 주로 자영업자들 등쳐먹는 놈들이 많이 나온다) 같은 데서도, 그외 작가, 분식점, 부동산, 판매원, 여러 소설과 에세이에서 다른 삶을 엿본다. 과학자들이 쓴 책에서는 과학자의 삶을 봤구만… 그러고보니 선생 이야기는 많이 읽지 못했던 것 같다. 의도적으로 교육에세이 같은 거 피해서 그럴 수도 있고… 나도 학교 생활 적당히 픽션으로 재구성해서 뭘 쓸 수 있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잠시 한 적도 있었다. 그렇지만 지금은 다 귀찮다… 어른들의 요구는 칼 같이 자르는데 아이들 앞에서 약자가 되는 나는 아무래도 직업을 잘못 골랐다.(친구는 나에게 최악의 상대는 악한 약자라고 했다. 말도 참 잘 골라.) 별 수 있냐 그냥 살아야지… 시장 언니들처럼 긍정 연대 협력 투쟁하면서 살 수 있을까… 됐다. 너무 애쓰지 말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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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에 마포구에서 여성건강 사업 한다고 설문지를 돌리는데 질문에 ‘당신은 아픈데도 참고 일한 적이 있습니까?’하는데 나 거기서 볼펜을 멈추고 있었잖아요. 이걸 내가 어떻게 써야 되나. 나는 늘 아프거든요. 365일 다 아파요. (91, 노동의 고통. 육체노동이나 정신노동이나 몸이고 마음이고 다 아프다.)

-생각해보면 나는 지금이 최고로 편해. 내가 뭘 안 했다고 뭐라고 하는 사람도 없고. (…) 40대에는 “내가 장사는 왜 하나. 여기서 뭐하는 건가?”그런 생각으로 한참 힘든 적이 있었어. 애들이 다 크고 집안이 편안해지니까, ‘아, 지금이 참 좋다’ 이런 생각을 많이 해. (123, 40대에게 괴로워도 존버하면 50대엔 편해, 하는 느낌. 지금이 좋긴 한데 편하지 않은 저는 버틸 수 있을까요?)

-한마디로 그녀는 현명하다. 이제와서 그녀의 삶이 불이익을 받았고 계급의 불평등이었다고 우긴들 무슨 소용일가. 행복했다 생각하는 긍정의 힘 앞에 계급적 논리가 무슨 소용일까. (153, 그러니까 종교든 정치든 우상이든 자부심이든 뭔가를 사랑하며 행복해하는 어르신들의 산통을 깨는 대신, 투쟁은 아직은 불행한 젊은 사람들이 열심히 하자..곧 만41이 될 난 늙은이인가 젊은이인가 아리까리하다만. 투쟁 안 하려고 늙은 척하는 듯)

-우울은 좌절에서 온다. 내가 충분히 나로서 살지 못할 때, 세상이 내게 나아닌 다른 사람의 삶을 요구하는데, 이를 거부하지 못할 때 우리는 자신을 세계로부터 닫아 건다. (271, 가사에 갇혀 있을 때 우울증에 시달리던 한 상인은 시장 일을 시작하고 시장 사람들과 나이트클럽에 놀러 다니면서 우울감이 가시고 성격도 변했다. 일을 하는 사람은 안 해도 먹고 살 수 있다면 내패대기 치고 싶고, 이런저런 이유로 일을 할 수 없는 사람은 일하기를 꿈꾼다. 해도 안 해도 우울과 좌절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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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는 것들이 우리를 구할 거야 - 작고 찬란한 현미경 속 나의 우주
김준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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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04 김준.



예쁜꼬마선충에 대한 연구자들의 책은 ‘벌레의 마음’을 이미 갖춰두고 있었다. 얇고 표지 예쁘고 아마도 과학자가 쓴 에세이라는 것 말고는 책 정보가 별로 없던 ’쓸모없는 것들이 우리를 구할 거야‘를 먼저 폈다. 그런데 이 책이 예쁜꼬마선충 연구하는 과학자가 쓴 것이었다. 본의 아니게 새치기 하고 만 책…

자신의 연구생활과 연구대상인 예쁜꼬마선충에 대해 애정을 담아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주는 책이었다. 주60-80시간 연구노동하는 이야기를 들으면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연구 안 하길 잘했다가 아니라 난 잘 못했을 것 같다… 결과가, 성취가 가시적이지도 단기적이지도 않는 일에 오래 매달리는 일에는 아직도 미숙하다. 아마 평생 미숙할 것 같은 급한 성질의 나놈아…

일터에서 많이 힘들고 상처입었다. 내 말은 다 무의미했고 사람은 변하기 쉽지 않다. 그런데도 사람을 변화시키라는 요구를 받으며 나는 일을 한다. 잘못하는 사람들은 늘 자신만 그런게 아니고, 자기는 억울하고, 아무것도 한 일이 없다고 주장한다. 피해를 입고 상처 입고 울게 된 사람들이 있는데, 그럼 그건 누구의 짓일까? 나는 무력감에 감정을 폭발하고 울었다. 더는 나에게 이 짐을 지게 하지 마소서. 누가 들어줄까. 이번 생은 망했다.

예쁜꼬마선충으로 태어난 것보다는 나로 태어난 게 더 나은 일인지 자신할 수 없다. 쟤들은 그냥 짧은 순간 열심히 알을 낳고 조금 살다 죽는다. 그렇게 무수히 벌레들이 이어진다. 사람 사는 것도 상대적으로 보면 찰나일텐데, 벌레들도 그 짧은 기간 나름의 고충도 고통도 있겠지. 그렇지만 짧게 겪을 거라 생각하면 나보다 못하다고 못하겠다. 한국 좋아졌다 하는, 희망을 포기하지 않는 꾸준하고 끈질긴 과학자 책 읽어놓고도 왜 이런 마음인지. 오늘 하루가 힘들어서 아니 이번 한주가 한달이 한해가 그랬겠지. 모두가 힘들텐데 사람은 자신의 힘듦 말고는 잘 들여다 보지 못한다. 이 책을 보면 남의 힘듦을 조금이나마 들여다볼 수 있다. 그런 힘든 일일지라도 거기에서 재미와 발견의 기쁨을 느낄 수 있다는 건 좀 부러웠다. 나는 내 일에서 재미도 감동도 없다. 도망칠 궁리하다가 실패했다. 다시 도망칠 길이 있나 이것저것 찾아봤지만 답이 없었다. 내 마인드셋의 문제인지 환경과 맥락의 문제인지 잘 모르겠다. 다 문제겠지. 내 문제는 컴퓨터로 코딩해 돌리는 연구과제들보다 답이 없어 보인다.

다 읽고나서 과학자가 꿈이라 과학고에 가겠다는 한 어린아이에게 이 책을 주었다. 오늘 힘들어서 펑펑 운 내가 불쌍했는지 어린이는 주섬주섬 하리보 곰돌이 젤리를 꺼내서 내게 주려고 해서 마음만 받겠다고 했다. 찰나의 위로였지만 이게 내 일의 지속할 기운을 주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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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의 염색체는 대부분 양 끝이 노출된 실처럼 생겨서 이 양끝이 망가지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것이 아주 중요하다. 그래서 책의 시작과 끝이 표지로 덮여 있는 것처럼, 염색체도 양 끝이 특정한 덮개(텔로미어)로 보호되어 있다.
그런데 때로는 이 덮개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떨어져나가는 경우가 있다. 그러면 자연히 염색체 끝부분이 망가지게 되는데, 그러다 보면 마치 표지가 뜯겨진 책의 낱장이 점차 흐트러지는 것처럼 염색체도 죄다 망가질 수 있다. (…) 다행히 표지가 뜯겨나간 뒤에도 염색체라는 책이 한 방에 찢겨나가진 않았다. 어떻게든 새로운 덮개를 다시 수선해서 붙이려는 시도가 생겨났고, 너무나 얇지만 끝을 덮을 수 있는 1만자가량의 얇은 덮개가 생겨났다. 그런데 이걸론 부족했던 것 같다. 이 얇은 문자 덮개 끝에, 염색체 안쪽에 있던 20만자 정도 되는 좀 더 두꺼운 부분을 끌어다가 새로운 덮개로 삼으려는 시도가 다시 한번 있었다. 덕분에 이 염색체 끝은 표지가 한 번 뜯겨나간 흔적만 남긴 채 새로운 내용이 추가되었고, 그 뒤에야 다시 원래 쓰이는 튼튼한 덮개가 염색체 끝부분에 씌워지게 됐다. (157-158, 하와이출신 예쁜꼬마선충의 염색체가 다른 동네 애들과 다른 이유를 책에 비유)

-염색체란 정말 튼튼해 보이지만 사실 자주 끊어진다. 망가진 걸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계속해서 끊어진 부분을 때우고 수선해서 회복시켰을 뿐이다. 이 과정을 거치며 돌연변이가 생겨나고 다양성이 생겨나며 진화가 일어날 수 있는 원동력이 생긴다.
사람 사는 것도 비슷하지 않겠어? 인생이라는 실타래도 매순간 끊길 듯 위태롭지만 결국 어떻게든 이어지고, 그렇게 버티고 버티다 보면 어느 순간 성장할 수 있는 것 같다. 열심히 살기 정말정말 싫지만, 살아남으려면 별수 없이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다고. (159, 으으으 가혹한 체험 진화의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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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몸을 만드는 원자의 역사 - 나를 이루는 원자들의 세계
댄 레빗 지음, 이덕환 옮김 / 까치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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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03 댄 래빗.

‘저 별은 어떻게 내가 되었을까’라는 책을 읽고, 번역 제목에 낚였다는 생각을 했다. 오히려 이번에 읽은 이 책 ‘우리 몸을 만드는 원자의 역사’가 먼저 읽은 책 제목이 이끌어낸 궁금증을 푸는 데 더 도움이 될 것 같았다. 온 과학 분야와 이사람 저사람 쫓아다니지만, 다행히도 이 책 읽기는 재미있었다. 같이 읽던 ‘날마다 천체물리’, ‘오늘의 화학’, ‘쓸모없는 것들이 우리를 구할 거야’와 겹치는 부분이 제법되는데, 그렇게 같은 내용을 다른 방식으로 풀어준 걸 반복해 읽는게 잘 까먹는 나에게는 도움이 되었다.

원제 ‘what's gotten into you’는 ‘너한테 무슨 일이 생긴 거야?’, ‘너 왜 그래?’ 라는 뜻이라고 번역기가 알려주었다. 야, 우린 왜 인간인 거냐…어쩌다 이렇게 됐냐…하는 질문과 그 답을 구하는 과정은 빅뱅부터 물질(원자, 아원자, 더 작은 놈들까지)의 탄생, 별의 탄생, 태양과 지구의 등장, 혜성과 소행성의 기여, 남세균, 식물의 등장과 광합성, 우리가 먹는 것(탄단지 말고도 미네랄에 비타민 까지), 세포를 부수고 갈아 원심분리, 또 원심분리, 분리…한 끝에 알아낸 수많은 세포 안의 부품과 기계들(그 유명한 미토콘드리아 말고도 여러가지)까지, 그 모든 사실을 알아내기 위해 실수도 하고 고군분투하고 그래도 끝내 남이 하다만 것 이어 받아 우리가 지금 알게 될 것들을 알아낸 수많은 과학자들의 이야기와 함께 이 책 안에서 펼쳐졌다. 문장 너무 긴데, 이 책도 그렇게 길고도 스릴넘치게 숨도 못 쉬고 이어진다.

표지는 까치가 까치해서 처음 책 펼 땐 크게 기대 안 했는데, 천체물리, 생물학, 화학, 의학, 온갖 과학 분야를 넘나들며 비유와 재치를 곁들여 내가 어떻게 나인지 (모든 답을 구한 건 아니지만) 설명하려고 애써준 재미있는 책이었다. 제목에 원자 들어가고 표지에 분자 알갱이 같은 이미지 그려져 있으니까 괜히 화학에 국한될 것 같지만, 통섭적이고, 나같은 무지렁이도 어렵지 않게 (가끔 어렵긴 함) 과학의 역사를 훑으며 생명의 기원과 그걸 유지하는 힘까지 맛보게 해 주었다. 사실 다른 과학책들 이거저거 많이 본 가락이랑 수능 생명과학, 지구과학에서 주워본 것도 있겠지만, 그 내용들을 이렇게 한 책으로 엮어 두니까 읽기에 신이 났다. 읽어 봐…과학 좋아하면 읽어 봐…안 좋아해도 읽어보세요… 오늘부터 까치의 알려지지 않은 좋은 과학책 홍보대사 (맘대로) 할랍니다. (일단 바이탈 퀘스천 부터 읽고 올래?)

어차피 한 권 읽는다고 제대로 이해 못하니까, 미친놈처럼 쌓아둔 과학책들 마저 하나하나 읽어가며 반복, 또 반복, 변주, 합주, 그렇게 즐거울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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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는 우리 몸과 주변의 모든 물질에게 우주가 탄생한 날이라는 궁극적인 생일이 있다는 정말 이상한 사실의 발견으로부터 시작된다. (12-13)

-훗날 그(르메트르)는 “우주의 진화를 불꽃과 재와 연기를 남기고 끝나버린 불꽃놀이에 비유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우리는 완전히 식은 재 위에 서서 태양이 희미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세상의 기원에서 빛나던 광채의 기억을 떠올리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26, 팽창 우주가 허블이 아니라 르메트트르가 최초 발견한 이론이었다니...천체물리학자 프레드 호일이 그에게 빈정대며 붙여준 별명이 ‘빅뱅 맨’)

-겔만이 우리와 세상 만물을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입자를 발견했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우리 몸에는 비어 있는 공간도 대단히 많다. 우리 몸이 단단한 고체라는 생각은 착각일 뿐이다. 사실 우리 몸의 99.
9999999999999퍼센트에는 아무것도 없다. 원자에 들어 있는 빈 공간의 바다도 엄청나게 크다. 수소 원자의 핵을 테니스공 크기라고 생각하면, 수소를 구성하는 전자는 1.6킬로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돌고 있는 셈이다. 전자, 양성자, 중성자 사이에 존재하는 공간을 모두 없애면 당신의 몸은 큰 먼지 한 톨보다도 작아진다. 전 인류를 각설탕 1개에 넣을 수 있을 정도이다. (57-58, 그렇다면 우리 존재는 여백의 미)

-그녀(세실리아 페인)는 훗날 자서전에 “나는 내 발밑에 깊은 구덩이가 생기는 것을 보았다. 나는 여교사로서의 삶이 ‘죽음보다 끔찍한 운명’이라고 생각했다”고 썼다. 다행히 그런 끔직한 운명은 실현되지 않았다. (61, 워워...죽을 뻔 해보니 죽는 것보단 나아요… 끔찍한 운명을 벗어나려면 조금 더 똑똑했어야 했다…)

-우리의 행성은 평화적으로 만들어지지 않았다. 내부 태양계에서는 어쩌면 달과 화성 크기의 천체 수백 개가 롤러 게임처럼 서로 부딪히고, 서로의 궤도를 교란하면서 뒤엉켜 있었다. 일부는 태양에 충돌하기도 했다. 다른 행성들은 가장 큰 행성인 목성 쪽으로 튕겨 나갔다. 충돌하지 않은 천체들은 목성의 강력한 중력에 의해 궤도가 흐트러져서 태양계 바깥으로 튕겨 나갔다. 그런 사이에 지구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거대한 암석과 미니 행성 안에 갇힌 우리의 불행한 분자들은 수많은 격렬한 충돌을 겪게 되었다. (86, 지금 시기의 안정이 어쩜 찰나의 평화일지도 모르겠다. 우주는 근본적으로 혼돈의 캐아스. 급팽창하고 충돌하고 뒤섞였다 잠시 모였다 빵 터지고)

-혜성은 탈락했고, 소행성이 남았다. 그것으로 충분해 보였다. 우리 몸에 있는 물은 우주에서 날아온 거대한 암석에 의해 지구로 전달된 것이었다. 끝.(121)

-아래쪽의 마그마에서 계속 분출되어 대기 중으로 공급된 수증기에 의해서 수천 년이나 수만 년 동안 비가 쏟아졌다. 판 구조가 만들어지기 이전의 시기에는 지구에 높은 산이나 깊은 분지가 없었다. 비가 멈추면서 수심이 1600미터가 넘는 바다가 지구 전체를 둘러싸게 되었다. (125, 지구의 물은 여러 곳에서 왔다. 물의 출처는 먼지 입자에 응축되어 지구 내부에 갇혀 있던 것, 혜성, 오르트 구름, 소행성-대부분의 물)

-그(타운스)는 웰치에게 “자신들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말을 들을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타운스의 남다른 철학은 최고 수준의 물리학자와 엔지니어들과 함께 수행한 연구의 경험에서 얻은 것이었다. 그는 전문가가 어떻게 자신의 지식 때문에 눈이 멀 수 있는지를 직접 보았다. 그들은 양자물리학이나 증폭기의 작동 원리처럼 자신들이 알고 있는 것은 잘 알지만, 때로는 자신들이 얼마나 모르고 있는지는 간과하기도 했다. (150)

-폼알데히드는 사체 보존에도 사용하지만, 우리 몸에서도 매일 42그램이 생산된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지 않다. (152, 그래서 우리가 안 썩고 버티는 것인가)

-잉엔하우스는 프랭클린의 피뢰침을 지지했다. 당시에는 악인에 대한 신의 형벌을 인간이 감히 간섭해서는 안 된다는 이유로 피뢰침을 반대하는 성직자가 있었다. (193, 저런, 사드의 미덕의 불운을 안 읽으신 분이군-착한 쥐스킨트가 벼락 맞아 죽고 끝남)

-남세균이 죽으면 여전히 그곳에 갇혀 있던 퇴적물이 스펀지와 같은 질감의 탑을 만들고, 그 위에 새로운 남세균 깔개가 자라게 된다. 원시바다에서도 그런 박테리아가 똑같은 방법으로 월컷의 크립토존을 만들었다. 이제 우리는 그것을 그리스어의 스트로마(층)와 리토스(바위)를 합친 스트로마톨라이트라고 부른다. (228)

-그러나 남세균은 단순히 성가신 존재가 아니라 지구 역사상 가장 체제전복적인 유기체이다. 지질학자 조 커슈빙크는 언젠가 기존의 생태계를 완전히 전복시켰다는 이유로 남세균을 미생물 볼셰비키라고 불렀다. 박테리아의 조상은 미네랄을 먹을 수 있는 곳에서만 살았지만, 광합성을 하는 남세균은 물, 공기, 햇빛만 있으면 어디에서나 살 수 있었다. 멀고 넓은 지역으로 자유롭게 퍼져나갈 수 있었던 남세균은 그 이전의 다른 유기체와 달리 지구를 식민지화할 수 있었다. 이 순진한 혁명가는 일단 퍼지기 시작하자, 식물과 인간의 출현을 가능하게 해준 수많은 변화를 일으키기 시작했다. (229, 반역자 남세균이라니 매력터지는 미생물)

-지능에 대한 트레와바스의 정의는 단순했다. 그는 어느 이메일에서 “유기체가 위협적이거나 경쟁이 치열한 환경에 처했을 때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행동을 수정한다면, 그것이 바로 지능적 행동을 보여주는 것이다”라고 했다. 그는 “식물은 구조 변경을 통해서 특정 신호에 반응한다”고 설명했다. “그것이 자신들의 생존 확률을 높이는 방법이다. 식물이 어떻게 그렇게 할까? 식물은 무엇을 평가할까? 동물의 경우에 그것을 지능이라고 부른다면, 생물학적 측면에서 행동의 특성은 동일하기 때문에 식물에서도 그것을 지능이라고 불러야만 한다.” (277, 2003년 발표된 ‘식물 지능의 양상’이라는 용감한 논문에서)

-식물이 죽더라도 그 속에 들어 있는 원자는 죽지 않는다. 원자는 토양, 바다, 퇴적암, 대기와 다른 생물에 의해서 재활용된다. 따라서 우리의 영혼이 환생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몸에 있는 원자는 크고 작은 여러 유기체에서 전생을 보냈던 것이 분명하다. (286, 그러니까 다음 생엔 뭐가 될지 두근두근)

-그러나 일단 충분한 양의 단백질을 축적했다면, 더 많은 단백질을 먹더라도 근육을 늘리는 데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단순히 지방이 더 많아질 뿐이다. 안타깝게도 더 많은 근육을 얻는 유일한 방법은 더 많은 에너지를 소비하는 것이다. (302, 정말? 싶어서 ai에게 물었다. 부분적으로만 맞다고 한다.
• 단백질은 1.6~2.2g/kg 수준까지는 근성장에 매우 중요.
• 그 이상 먹는다고 근육이 더 잘 붙지는 않음 → 이건 옳음.
• ‘운동이 없는 근성장’은 거의 없음 → 이것도 옳음.
• 하지만 “남은 단백질은 전부 지방으로 간다”는 식의 단순화는 틀림. 남는 건 칼로리이지, 단백질 자체 때문이 아님.
• “충분한 단백질을 축적했다”는 건 단순히 필요량을 충족했다의 의미일 뿐.)
-우리 몸의 각 세포는 지구에 도달하기 전 우주를 떠돌던 약100조 개에 달하는 방대한 수의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가 섭취하는 이 거대한 원자 덩어리가 어떻게 생명으로 도약할 수 있을까? 모든 것이 DNA, 단백질, 리보솜으로 귀결될까? 아니면 우리 세포에 들어 있던 죽은 원자에 생명을 불어넣기 위해 눈에 보이지 않는 다른 메커니즘도 필요할까? (367, 알베르 클로드라는 벨기에 학자가 알려줄 것이라 한다…그런데 아직도 만날 과학자가 더더 많이 남아 있었다…)

-이탈리아의 의사 카밀로 골지가 처음 발견한 골지체Golgi apparatus라는 얼룩이 하나 더 있었다. 그것이 실제 구조인지 아니면 염색 과정에서 생긴 인공물인지는 알 수 없었다. (369-370, 여태까지 몰랐다… 골지가 이탈리아 사람 이름이라는 게 충격이다…뭔가 골판지 같은 느낌이었는데)

-미토콘드리아는 양전하를 가진 양성자인 수소 이온을 이용해서 내부 막에 전위차를 만든다. 그 전위차는 1피트당 1억 볼트로 번개만큼 강하다. (382, ‘미토콘드리아’ 읽었는데 양성자 뭐 나온 것 같은 느낌적 느낌만 남은 나야…왜 읽니…)

-미토콘드리아는 당의 에너지를 사용해서 전력망을 구축한다. 양성자 전기가 정교한 분자 기계에 동력을 공급하고, 그런 기계가 돌아가면서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연료를 공급하는 작은 배터리가 계속 충전된다. (384, 내 몸에 가득한 발전기, 빳데리)

-우리 몸에서는 매 초마다 과거의 박테리아 수천조 개가 세포막을 가로질러 양성자를 퍼내서 ATP를 만드는 회전형 모터에 필요한 전기를 생산한다. 우리는 1분에 약 3분의2파인트의 산소를 흡입해서 그런 모터를 계속 돌아가게 하고, 그 덕분에 미토콘드리아는 100와트 전구만큼의 에너지를 생성한다. (385, 베껴도 베껴도 질리지 않는 몸 속 발전소와 배터리의 메커니즘)

-그들은 신경의 전류가 양전하를 가진 소듐과 포타슘 이온에 의해서 생성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전하를 가지고 있어서 이온이라고 알려진 이 분자는 신경의 한쪽 끝에서 다른 쪽 끝으로 빠르게 이동하지 않는다. 그 대신 축구 경기를 응원하는 사람들처럼 파동을 일으킨다. (…) 축구 팬이 팔로 옆 사람의 팔 움직임을 유도하듯이 그런(이온이 밀려 들어오거나 빠져나가는) 변화 때문에 인접한 통로가 열리게 된다. 소듐과 포타슘 이온이 막의 안과 밖을 오가면서 신경을 따라 이동하는 전하의 파동을 전파한다. (386, 생명과학 할 때 지겹게 맞춰야 했던 막전위 초 재기, 이동 거리, 속도…축구 응원 비유 참신한데 이걸 알았대도 저건 퍼즐에 산수라 여전히 못했긴 했겠다.)

-우리가 인식하지는 못하지만, 우리의 생명은 1000조 개에 가까운 소듐-포타슘 펌프에 달려 있다. 그러나 소듐-포타슘 펌프가 없으면 우리는 생각은 커녕 포식자로부터 도망치지도 못하고, 생명을 유지할 수도 없다. 그것이 바로 소금으로 알려진 염화소듐을 맛있다고 느끼는 이유이다. 우리가 먹는 식물에는 포타슘은 많지만, 소듐은 많지 않다. 몸속의 전하를 유지하려면 하루에 한 티스푼보다 조금 적은 양의 소금이 필요하다. 수렵채집인은 육류에서 소금을 얻었지만, 농경인은 별도로 소금을 섭취해야 했다. 소금 통에 들어 있는 소금 덕분에 우리는 손가락을 꼬고, 귀를 만지고, 생각하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 (387, 덜 짜게 먹는다고 너무 부심 부리지 말아야 겠다…)

-오히려 세포는 끊임없는 움직임을 이용해서 생명을 창조한다. 끊임없는 충돌이 세포 안과 바깥으로 분자를 밀어내고, 단백질의 모양을 바꾸고, 효소의 이동을 도와준다. (390, 생명의 본질은, 에너지는 내부의 무수한 충돌…내면의 잔잔함을 바라는게 애초에 무리였을지도)

-그(폴 애버솔드)는 우리가 한두 달마다 탄소 원자의 절반을 교체하고, 매년 전체 원자의 98퍼센트를 교체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391, 지금의 나는 작년의 나랑은 확실히 다르긴 하다.)

-평균적으로 우리는 10년마다 세포를 교체한다. 하루에 3300억 개의 세포를 갈아치우는 셈이다. 열악한 환경에서 작동하는 세포가 더 자주 교체된다. 강한 산에 노출되는 내장의 세포는 손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매우 커서 계획적인 자살을 통해 이틀에서 나흘마다 새로운 세포로 교체된다. 긁히거나 자외선에 노출되는 피부 세포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교체된다. 혈류를 따라 돌아다니는 적혈구는 120일마다 교체된다. 매초마다 거의 350만 개의 적혈구를 새로 만들어야 한다는 뜻이다. 뼈와 같은 곳에 있는 다른 세포는 10년에 한 번 정도로 그 빈도가 낮다.
따라서 우리 몸의 세포는 신뢰할 수 있는 기계를 사용하는 것 이외에도 끊임없이 오류를 점검하고, 수리하고, 계속 교체한다는 세 가지 원칙을 가지고 있다. (392-393, 신상을 좋아하는 부지런한 우리 몸)

-생물학자 닉 레인은 “우리를 인간으로 만들어주는 뇌와 심장이 우리를 늙어서 죽게 만드는 요소이기도 하다. 우리 몸의 일부 세포는 대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394, 아이참 닉레인 아저씨 이 책에 꽤나 자주 등장해서 ‘바이털 퀘스천’도 조만간 읽긴 해야 할 듯…)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원자가 끊임없이 교체되는 불꽃에 더 가깝다. 우리는 죽을 수 있지만, 원자는 죽지 않는다. 원자는 생명체, 토양, 바다, 하늘을 화학적 회전목마처럼 돌고 있다. (…) 또다른 기본적인 수준에서 보면, 우리는 빅뱅과 별이 만들어낸 원소들의 일시적인 집합체일 뿐이다. 우리는 주기율표에 포함된 132종 남짓한 원소 중 약 60종의 원소로 구성되어 있다. (400, 118개라고 안 하는거 보니 앞으로도 더 찾을 것으로 예상되는 원소가 넉넉한 모양이다…원소에서 안 그치고 아원자 입자, 양자장, 파동, 우리는 우주와 하나, 계속 뻗어나간다.)

-어떤 의미에서 우리는 미생물 조상, 즉 우리의 위대한 고모나 삼촌과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다. 우리는 같은 주제를 가진 변형일 분이다. 린 마굴리스가 지적했듯이, 우리는 미생물이 무성하게 자란 거대한 군집에 불과하다.
그러나 우리는 그 이상의 존재이기도 하다. 우리 몸 안에는 별에서 온 원자로 만들어진 수백 가지의 특수한 세포들이 박테리아가 감히 할 수 없는 특별한 방식으로 서로 협력하고 대화한다. 영성과 우주의 본질에 대해서 토론하는 것도 그런 경우이다. (405, 박테리아도 우리의 친구지예-하고 겸손 떨다가 그래도 우리는 위대해! 우주와 세계와 우리 존재의 근원을 이해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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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04 18:05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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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04 18:2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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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2-04 19:37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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