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할 때는 가질 수 없고 가지고 나면 원하지 않아
박현욱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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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6 박현욱.

 

 책처돌이들의 연애 소설.

 

 박현욱 소설은 엄마가 2008년에 여자의 침대’를 제값 주고 놨다. 나한테 사다 달라고 주문목록이 아직도 있다. 그땐 알라딘 달력 사은품 마일리지 차감 없이 그냥 줬는데 이젠 얄짤 없어요…

  ‘아내가 결혼했다’는 내가 5 전에 중고셀러에게 천원에 두고 아직도 봤는데 지금 찾아보니 백원에 파는 곳이 수두룩 빽빽하다. 아오 빡쳐. 원작은 봤어도 영화는 최소 ? ? 봤다.

 개봉 당시 엄마랑 심야 극장에서 영화를 보는 , 앞자리에서 갑자기 욕을 하며 일어나는 누군가가 있었다.

 “아오씨, 이것도 영화라고!”

 남자는 동의를 구하듯 빠르게 극장 안을 둘러보다 재빨리 비상구로 뛰쳐나가고, 동행인 듯한 여자가 뒤따라 나갔다. 장면이 너무 우스웠다. 아나이스 닌에 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주인아 씨의 실존 모델이 있었구나… 싶었고 주인아 씨의 작은 (?) 역을 했던 주상욱 배우가 자기 이름을 주인아로 것도 재미있었다. 캐릭터가  아주 마음에 들었나 보네… 원작 소설은 과연 보게 될지 아닐지 아직도 모르겠다.

 


 같은 작가가아내가 결혼했다’이후 18 만의 신작 장편소설을 냈다고 홍보하는 봤다. 무슨 작품, 어떤 작가, 이거보다도 아니 18 동안 쓰고 뭐했어...어디갔다 왔어...그게 먼저 궁금했지만 길이 없다. 그럼에도원할 때는 가질 없고 가지고 나면 원하지 않아‘라는 제목이 재미있었고, 띠지의 30대의 리얼 (환승) 연애담이란 광고에서는 코웃음이 나면서도 궁금증이 일었다. 이제 50 넘어 환갑 바라보는 작가가 청년기 끄트머리의 순간들, 마음들을 어떻게 그려낼지… 요즘의 젊은이들도 공감할 수 있을지… 나중에 보면 등장인물이 대입 준비하던 무렵이 IMF어쩌고 흘리듯 나와서 아… 20 전의 30대였네 친구들은...하고 대충 감이 오긴 한다. 이걸 최근에 건지, 예전에 놓고 이제 발표한 건지도 모르겠다.

 

 처음 읽기 시작할 때부터 이런 문장과 전개라니… 아마도 지금 나는 유물을 읽고 있어… 그런데 이게 오히려 좋은 거다. 레트로 감성 뿜뿜 정도가 아니라 그냥 과거 자체야...역사책인가… 인물은 30 중반으로( 집어 35, 36 정도로) 설정되어 있다. 그런데 뭔가 우려한 대로 4-50 어르신이 30 가면 쓰고 연기하는 기분이 물씬 들었다. 편견일지도 모르겠지만...에이, 그래도 어느 세계에서는 30 아이들(?) 나보코프 소설로 공감하고, 극장에카사블랑카’ 보러가고, 그러다 동물원도 가고, 반하고 그러겠지….

 

+봄이었고, 사월이었고, 스무날이었다. (9, 책의 첫문장이다...)

 달이 바뀌었다. 오월의 첫날이었다. (18, 두번째 장의 첫문장이다… 장마다 거의 팔할을 시간 또는 계절적 배경을 소개하는 간단한 문장으로 시작하는 작가님은 아마도여름이었다‘ 밈을 모르시는 같아…)


https://namu.wiki/w/여름이었다

 


+태주가 말했다.

 “여자와 동물원에 처음이네요.”

 “저도 남자와 동물원에 처음이에요.”

 “여자와 <카사블랑카> 것도 처음이네요.”

 “저도 남자와 <카사블랑카> 처음이네요.”

 어느 순간부터였는지 태주는 알지 못했다. 명도 알지 못했다. 어쩌면 처음부터 그렇게 거라는 알았던 것도 같았다. 전혀 알지 못했던 것도 같았다. (64, 저도 이런 식의 대화를 읽는 처음이네요…고문 아니냐 닭살 돋는 코앞에 가져다 놓고 보게 하다니...)

 

+태주는 무심코 중얼거렸다.

 “불쌍한 험프리 가트. 험버트, 험버트.”

 “롤리타!” 명이 탄성을 발했다.

 “, 나보코프 정말 좋아하는데.”

 태주가 말했다.

 “저도요.”

 명은 소리 없이 활짝 웃었다. 어떤 남자가 험프리 보가트에서 험버트를 연상할까. (나도 자주 둘을 헷갈렸는데...명아 나한테도 반해야 되는 아니냐…) 태주는 벅차기까지 했다. 어떤 여자가 험버트라고 하면롤리타’를 떠올릴까.( 알라딘서재 가면 그런 여자 겁나 많단다) (59, 여기서 있었다. 이건 책처돌이 새끼들의 사랑이로구나...나도 상황이면 어머어머 맞아맞아 하면서 반할 같긴 하다...)

 

 태주가 초점 화자에 가깝다. 가깝다고 하냐면, 태주 심리와 인식이 사건 전개의 중심이긴 한데, 바로 위의 인용 부분처럼 가끔 문단 안에서 전지적 작가시점이니까 데헷 하면서 태주와 명과 재하의 속생각과 느낌이 그대로 불쑥불쑥 솟아나오는 문장들이 있어서 그랬다. 이렇게 쓰면 말이죠 초점 흐려지고 정신 없다고 문창과 초년배 학생한테도 교수님이 따위 소설로 합평 수업을 진행할 없어욧, 이러고 강의실 문을 박차고 나간다고요… (같은 이유는 아니었지만 꼬꼬마였던 친구가 * 선생님께 그렇게 쳐맞고 짓밟힌 새싹이 뻔했지만 다행히 뒤지진 않았구요…)

 

 뭔가 세세한 이야기만 길었는데, 사실 소설은 제목이 내용...이기 때문에 요약을 쓰기도 그렇다. 90년대 중반을 풍미했던잘못된 만남’ 노래가 소설 서사의 거의 전부이다. 실수로 담뱃재 불똥(시벌거 나쁜 길빵놈아) 때문에 우연히 마주친 태주와 재하(얘가 길빵함). 태주는 우연히 마주친 재하랑 별로 친하다고 생각해서 같이 놀자는 재하의 제안에도 시큰둥하다. 뒷부분에 대학 시절 태주가 좋아한 경이랑 재하가 버리고 연이란 애랑도 가지고 사실을 경이 빡쳐서 휴학해버리는 회상이 나오는데, 태주는 재하 새끼 때문에 다시 경을 기회마저 사라져 친하긴 커녕 약간 웬수진 느낌이다. 그런데도 그날 즐거운 시간을 보내게 되는 태주의 여자친구인 명의 매력과 그녀에 대한 호기심 때문에.

 

+벚꽃이 흩날리는 봄날의 , 카페 테라스에 앉아 웃고 마시고 떠드는 사람들 중에 사람이 있고, 세사람 하나가 자신임을 의식하고는 태주는 흐뭇해졌다. 술김에 마음속에 있던 말을 해버렸다. 발목 아래 지저분한 하늘색 캔버스 운동화를 신은 단정한 콧날의 여자에게. (중략) 테이블 위에 하나 늘어나는 초록색 하이네켄 병이 그렇게 예쁜 색깔일 거라고, 아니, 하얀 발목 위에 있는 치마의 청록이 조명 아래서 밝게 빛나는 하이네켄의 초록보다 예쁠 거라고 대체 누가 알았겠어요. (17, 마지막 문장 누구 속말이야 ㅋㅋㅋㅋ태주인가 작가적 논평인가….그런데 여기서 오글거림의 극단에서 오히려 책에 흥미를 느끼고 부지런히 읽기 시작한다…)

 

 이후로 재하 명을 만나는 자리에 자주 태주를 부른다. 명이 태주를 부르자고 했다면서. 여기서 살짝 의문이긴 했다. 자기 여자친구가 자꾸 우리 만나는 자리에 다른 남자 부르쟤… 웃긴 이렇게 셋이 모여 놓고 재하는 업무 바쁘다고 자꾸 자리를 비켜준다. 둘만 남겨 놓고 여지를 준다. 처음에는 재하가 칠조어론의 촛불중처럼 절시나 NTR같은 있는 변태새끼인가 싶었는데 읽다보니 그것도 아닌 것이 설마 뻔하디 뻔하게… 으음? 이것이 바로?

 


 

난너를믿었던만큼난내친구도믿었기에 난아무런부담없이널내친구에게소개시켜줬고 그런만남이있은후부터우린자주함께만나며즐거운시간을보내며함께어울렸던것뿐인데

 그런 만남이 어디부터 잘못됐는지 없는 예감에 조금씩 빠져들고 있을 때쯤 나보다 친구에게 관심을 보이며 조금씩 멀리하던

  어느 , (김건모, ‘잘못된 만남’ )

 

 ㅋㅋㅋㅋㅋㅋㅋ갑자기 김건모로 빙의해 버린 정말 그런 스토리이기 때문이다. 서로 호감을 느낀 명과 태주는 각자 재하에게 헤어짐을 말하거나 명에 대한 호감을 고백한다. 그렇게 환승에 성공한 둘은 꽁냥꽁냥 연애 잘하고 그런 장면이 한동안 펼쳐진다. 한국문학에서 닭살 돋는 연애 장면 진짜 오랜만에 보는 같아...대부분 이혼하고, 헤어지고, 양육비로 싸우고, 빌리고 갚고 헤어져서 받기 힘들어지고, 그런 거만 보다가 보니까 이게 새로웠다. 드라마엔 꽁냥꽁냥 많을 같은데 제가 드라마를 봐서요…

 태주 명에게 빠졌을 명의 고양이로 인한 알러지가 의심되자 바로 항원 검사를 받는다. 다른 멀쩡하고 고양이알러지만 있음… 그래도 항히스타민제 먹으면서 꿋꿋이 여자집 방문하고, 의사가 엄청 오래 걸리고 소용도 없을 거라는 알러지에 점진적으로 노출하는 치료마저 감수한다. 그렇게나 좋았니… 그런데 그렇게 자신을 바꾸려 애쓰는 연애는 지치기 마련이고 명의 고양이 앨리스와 정이 들었으면서도 꺼려지기도 하고 태주는 복잡해진다. , 예전에 곽재식인지 김중혁인지 어느 작가가 작법서 같은 봤었는데 쓰다 막히면 고양이를 등장시켜라! 치트키가 갑자기 생각났다. 정도 짬에 고양이 쓰면 반칙 아닌가...

 거기에다 태주가 고양이 때문에 빡치는 결정적인 상황이 발생한다. 명과 재하가 사귀던 시절, 둘은 어미 잃은 새끼 고양이가 방치된 보고 고민하다가 마리씩 나눠 키우기로 한다.

 

+“고양이 이름이 뭐예요?”

앨리스요.”

그럼 여긴 이상한 나라인가요?”

맞아요. 이상한 나라. 처음에 부근 화단에서 새끼 고양이 마리가 맞고 떨고 있는 데리고 건데, 집안에 고양이가 있는 처음이라 이상했거든요. 얘들은 없다가도 갑자기 나타나고, (나중에 슈뢰딩거 드립치는데 재하가 슈뢰딩거가 지명이야? 하 짜게 식던 ...이과새끼들 죽어라 모를 수도 있지) 눈앞에 있다가도 갑자기 사라지곤 해요. 고양이가 나타났다가 사라지는 이상한 나라가 같아서 앨리스라고 이름 붙였어요.”

마리면 다른 고양이는요?”

재하씨가 데리고 갔어요. 이름은 하나. 앨리스 옆에 있어서 하나.“

영화 좋아해요?“

 명은 배시시 웃었다.

봤어요. 제목밖에 몰라요.” (61-62. 나돈데. 제목 밖에 몰라. 하나님 지내나요?)

 

 재하와 명이 헤어진 뒤에도 출장이 잦던 재하가 명에게 하나를 맡기러 오곤 했다. 사실을 태주는 꼴에 질투심을 느꼈는지 그러지 말라고 지랄지랄을 하고 명은 그냥 고양이 맡기는 문제라고 하고, 그렇지만 명은 태주에게 마음이 많이 끌리는 상태였어서 재하에게 고양이 이제 맡아준다고 그어 버린다. 고양이 알러지 참기와 전남친 고양이 맡아주기가 등가교환인지는 모르겠지만…

 

 연애를 시작한 둘은 이성과 같이 해보고 싶던 읊다가 역시 책처돌이 커밍아웃하는 대목이 나온다.

+“명이 잠시 생각하다가 말했다.

”하나 있어요. 해본 없는 .“

뭔데요?“

같이 책을 읽는 거요.“

”그게 대단한 거라고 같이 못해봤어요?“

각자 다른 책을 읽는 아니라 같이 같은 책의 같은 대목을 읽는 거요.“

어떻게요?“

줄씩 번갈아가며 소리 내서 읽어보는 거예요. 태주씨는 그래본 있어요?“

”나도 없어요.“

그럼 우리, 같이 책을 읽어볼까요?“

‘우리’라는 말이 태주의 눈앞에서 다시 반짝거렸다.

재미있을 같네요. 무얼 읽을까요?“(밀란 쿤데라 전작 같은 하지 마라 새끼들아 사이 나빠진다)

 명은 곧바로 대답했다.

”세계 문학사에서 가장 매력적인 여주인공이 나오는 소설 어때요?“

”그게 뭔데요?“

안나 카레니나.“ (ㅋㅋㅋㅋㅋ나도 읽었어. 나만 읽었어…)

 명은 또렷하게 발음했다. 너무도 또렷하여 기표가 기의를 압도할 정도였다. (기표 기의 타령 며칠 전에 했었는데…) 명의 안나 카레니나라는 발화가 안나 카레니나에 담겨 있는 모든 함의를 넘어서는 같았다.

 “안나 카레니나가 세계 문학사에서 가장 매력적인 여주인공인가요?”

 “우리가 좋아하는 나보코프가 세계 문학사에서 가장 매력적인 여주인공이 바로 안나라고 했어요.” (101-102, 나보코프가 ???)

 안나 카레니나 나오는 것부터 약간 오글거려가지고그래도 내가 읽었던 다른 번역판으로 기억도 나는 부분을 인용해 주는 읽는 나름의 재미가 있었다. 심지어 굳이 소설 가지고 태주랑 브론스키를 겹치려는 복선 내지 빌드업이었다는 거…

 

 사랑의 시작과, 무르익음과, 권태와, 그걸 극복 못하고 금세 사그라든 열정을 꼴랑 160여페이지 안에(작가의 빼면 그래) 담아 호다닥 읽는 나쁘지 않았다. 너무 얇은 책값은 그돈씨...했지만 말이다. 두꺼웠으면 빡쳤을 같긴 잘했어 얇은 ...ㅋㅋㅋ 초점 화자에 가까운 태주의 속마음과 심경 변화, 사랑에 빠진 사람의 말과 행동, 그게 점점 식어 가는 상황 표현 같은게 되어 있었다. 그래서 서사도 없고 그냥 뻔한 연애의 생로병사 일대기 같은 건데도 재미있었다.

 

 작가의 말에서 재미있던게 그간 궁금하던 김봉곤이 갑자기 여기서 나와… 문학동네 편집인으로 지내는 모양이었다. 책의 책임편집을 맡았다. 정영수 아니지 김영수도 같이 편집을 했다. 봉곤이 소설 좋아했는데… 예의범절 없이 남의 문자(심지어 문학적임) 허락도 받고 복붙한 심한 짓이긴 했지만 창작자 하나 매장할 거리인가는 많은 생각을 했더랬다. 사과하고 보상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법적 책임을 다하는 거야(이것이 김금희 선생님이 알려주신 사과법) 당사자들 간의 몫이고… 몰르겄어….에효 그냥 쓰든 쓰든 사랑 많이 하고 잘 살렴…

 

 이렇게 기대 없이 얇으니까 빨리 보겠네, 하고 펼쳤다가 너무 뻔한 지금 같은 시대에는 이상한 나라에 소설마냥 ( 책방에서 2000년대 초반 소설 아무거나 뽑아다 읽은 것처럼) 난데 없는 부분이 많아서 별로 짜증 내고 즐겁게 봤다. 작가님도 나름 노력했다고...유아차라고 했다고...ㅋㅋㅋ 그런데 남자애들은 이름 자인데 여자애들은 자로 , , 퉁친게 성의 없고, 남자애들 심리는 (태주는 초점화자라 그렇다고 쳐도,) 엄청 자세하고 섬세하게 그려놨는데 명은 관찰자 입장에서 그냥 사물 같고 대상 같은 느낌으로 캐릭터가 밋밋하게 그려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아하고 야구 좋아하고 아빠아빠 아빠의 딸이라 자꾸 아빠무새하고 치과의사고(!여기서도 너무 옛날 느낌인게 엄마는 의대 가래고 아빠는 하고 싶은 하래서 둘을 절충해서 치대에 갔어...라고… 요즘 치대가기 얼마나 개빡센데… 수재네 수재...좋겠다… 페이닥터로 일하다 때려치다 반복함. 그래서 남자애들이랑 자주 놀러다니는 설정 가능) 예쁘고 매력적이고 어쩌고 저쩌고 그런데도 그냥 왠일인지 매가리 없이 태주한테도, 심지어 차버린 재하한테도 착하기만 느낌이었다. 이건 오래 전에 이언 매큐언체실 비치에서’ 읽고 남자애 속은 자세히도 그려놓고 여자애 속은 블랙박스여? 했던 거랑 비슷할 수도 있겠다.

 

  소설, 나보코프, 톨스토이, 도스토옙스키, 이오네스코, ‘미국의 송어낚시’(이게 누구 책인데 몰루), 보니것 같은 이름( 책에 등장한 작가, 작품들. 이거 말고도 있을 ) 늘어 놓는 어렵지 않지만, 그처럼 오래 회자되고 사람들 마음에 남는 이야기를 풀어 놓는 어려운 같다. 모든 글이 그럴 필요도 없고. 저자의 말대로 읽는 동안 잠시라도 마음의 휴식을 누렸으면 책은 몫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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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5-01-17 04: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소설 제목에서 다 말하는군요 저런 제목이라니... 반유행열반인 님은 재미있게 읽으셨다니, 그랬다면 괜찮은 거겠네요 예전에 본 적 있는 그 작가인가 했는데, 맞군요 예전에 써둔 거 고쳐서 책으로 낸 거 아닐지 하는 생각이 조금 들기도 하네요 이렇게 생각하면 안 될 텐데...


희선

반유행열반인 2025-01-17 08:01   좋아요 0 | URL
작가의 일이 무한으로 고치는 거니
본분은 충실하나 그렇대도 너무너무너무 늦게 나온 거 같아요 ㅎㅎ연애의 본질이야 변하겠냐마는 또 인간은 점점 달라져 가잖아요 ㅋㅋㅋ

- 2025-01-17 07: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 외자이름이 용서가 안된다… 김수한무거북이와두루미….

반유행열반인 2025-01-17 08:00   좋아요 1 | URL
그냥 러시아식 이름으로 알렉산드리나 예비코프치 (아무말이나 함) 이런 걸로 하지! 대문호 느낌나게!! 나는 의령 알씨요 이러고 ...

- 2025-01-17 08:02   좋아요 1 | URL
명, …. 이 고독이 사무치고 세상의 시름을 다 껴안은 유약하고 섬세하고 단단한 외자 이름 앞에 무협지의 용어를 떠올리는 ㅋㅋ 잡스러운 독자 아뢰오!! !!! 존명! 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5-01-17 18:41   좋아요 0 | URL
우리 어머니 과거에 명 들어가는 존함이셨는데 버려버리고 개명하심 ㅋㅋㅋㅋ

유수 2025-01-20 13:50   좋아요 1 | URL
용서하세요..

이다정 2025-01-18 11: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니 우연히 반유행열반인 님 후기글을 보게 됐는데 너무 웃기게 잘 쓰시네요ㅋㅋㅋㅋ 중간에 잘못된 만남과 오글거리는 부분의 향연 보고 빵 터졌어요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5-01-18 11:48   좋아요 2 | URL
이다정님 안녕하세요? 단 한 분이라도 웃음을 주는게 제 후진 글쓰기의 목적이라 웃어 주셔서 감사하고 기쁩니다. 평안한 주말 보내시길!

유수 2025-01-20 13: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개인적으로 저 영화의 제목은 바꿔야한다고 생각해요.
이 여자는 시집을 두 번 모신다. 자발적으로.
(제목이 안되네요 ?ㅋㅋㅋ) 애기때 봤지만 그 지점이 너무나 충격이었던 것입니다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5-01-20 13:39   좋아요 1 | URL
‘이중 시집살이’ 나도 동감 ㅋㅋㅋㅋ그런데 주인아가 그것조차 지 선택이라고 책임지고 다 감당하려고 분투하는 게 짠 해서 막 싫진 않았던… 내가 일중 조차 제대로 안 해서 그런가 ㅋㅋ 둘째 남편은 조실부모 한 분으로 모시자…

유수 2025-01-20 13:52   좋아요 1 | URL
저는 이걸 이제 봤고 후정독예정입니다. 후진 글이라고 하지마세요!

유수 2025-01-20 23: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반님 글 너무 재미있어서 작가님께 절하고 싶어져요. 킬포가 너무 많아요… 내용은 눈에 안들어오지만(이세계물?) 대애충 주인아씨랑 비슷한건가 때려넘기지만요 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5-01-21 00:24   좋아요 1 | URL
이세계라니 ㅋㅋㅋㅋ우리 이십년 전 쯤 삼십대 중반이던 싱글들의 삼각관계 통속 고전이었습니다 ㅋㅋㅋ막상 그 나이대 지나고 보니...(더 이상 말을 잊지 않겠다)

유수 2025-01-21 10:07   좋아요 1 | URL
부러운 이세계ㅋㅋ문돌분들 이십년전쯤 말씀하시는 거죠? 제 주변 한정해서 어떤 광경이었는지(말을 잇지 않겠다)

반유행열반인 2025-01-21 10:18   좋아요 1 | URL
아니 저건 그냥 로맨스판타지 같은 거 아닐까요 문이과 노 상관이고 나도 이과 공돌이랑만 연애해서 ㅋㅋㅋㅋㅋㅋㅋ

유수 2025-01-21 10:21   좋아요 1 | URL
맞아요 그럴거 같아요. 이세계라고 좋을쏘냐 생각이 들고요 ㅋㅋ
 
[알라딘 사은품] 뽀글이 목도리 - 본투릴리
알라딘 이벤트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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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 목도리가 가지고 싶어서 색감이 무난하여 알라딘 뽀글이 목도리를 사은품으로 선택했사온데...릴리는 결코 죽지 않아!!! 라고 영어로 써 있는데 릴리가 백합물(GL)의 그 릴리라고 해...한 권도 안 본 나라서 쑥스러워지는 건 내 안의 편견이겠지... 나 핑거스미스도 읽었고 아가씨도 두세번 봤는데 본 걸로 쳐 주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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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01-13 21: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별걸 또 알게되네요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5-01-13 23:40   좋아요 0 | URL
사랑의 스펙트럼은 넓고도 깊어서... 목도리는 포근혀요 ㅎㅎㅎ

희선 2025-01-14 00: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겨울에 어울리는 사은품이네요 추울 때 따듯하겠습니다


희선

반유행열반인 2025-01-14 21:04   좋아요 1 | URL
날이 포근하여 오늘 외출에는 아직 못하고 나갔어요 ㅎㅎ

유수 2025-01-14 07:1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역시 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5-01-14 21:08   좋아요 1 | URL
아이참 나 디킨스 감옥 탈출한 건 알아요? ㅋㅋㅋㅋ잘 지내는 거죠??? 무소식이 희소식!!

유수 2025-01-14 22:17   좋아요 1 | URL
몰랐어요 왜지?

유수 2025-01-14 22:18   좋아요 1 | URL
굿즈 기원(?)도 아랑곳 않는 편견없음에 역시. 근데 저 오늘 이책 다른 플랫폼 광고 알고리즘 떴던 거 같아요.

반유행열반인 2025-01-15 17:45   좋아요 0 | URL
오 취향 저격이었나요?? 내이름 뭔가 저격 같다 갑자기

유수 2025-01-14 07: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역시만 여기저기 댓달고 다닙니다 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5-01-14 21:05   좋아요 1 | URL
참 ㅎㅎ 난 이해력(?)이 부족하여 행간? 역시의 함축적 의미? 못 읽고 있어요 에이 참…

유수 2025-01-14 22:16   좋아요 1 | URL
일곱시라서 헛소리하고 다닐 때랍니다 ㅋㅋ 제가 맥락없이 댓 투척

반유행열반인 2025-01-15 17:45   좋아요 0 | URL
그래서 좋아요 히히
 
최낙언의 커피 공부 - 무엇이 커피를 특별하게 하는가
최낙언 지음 / 예문당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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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2 최낙언.


식품, 향료 전문가여서 아는 사람만 아는, 그래도 제법 유명하신 것 같은 저자이지만 알라딘 마니아 목록에는 아직 없는 최낙언 선생님… 알라딘에 최낙언의 매니아가 추가된다면 (아마 안 될 듯... 해당 도서 독후감 올리는 사람이 여럿이어야 가능하니...) 내가 1위 안 하면 진짜 억울할 수준이다. 2012년부터 13년 읽었으면 이제 진짜 됐어 그만 봐 임마…(괄호 안은 읽은 년도)
1. 불량지식이 내 몸을 망친다(2012)
2. 당신이 몰랐던 식품의 비밀 33가지(2013)
3. 맛의 원리 (2015)
4. 모든 생명은 GMO이다(2016)
5. 아무도 알려주지 않는 진짜 식품첨가물 이야기(2016)
6. 맛이야기(2017)
7. 감각 착각 환각(2017)
8.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2018)
9. 물성의 원리 (2020)
10. 감정이 어려워 정리해 보았습니다 (2021)
11. 식품에 대한 합리적인 생각법(2021)
12. 향의 언어(2021)
13. 내 몸의 만능일꾼, 글루탐산(2024)
14. 커피 공부(2025)
와… 단일 저자로 비문학을 이렇게 많이 읽은 건 유일하다… 매번 하산 하겠습니다...하고서 늘 시간 지나가면 까먹어서 해마다 또 찾아 읽은 건 안 비밀… 애독자 인증서, 명예 훈장 같은 거 없나요...

사실 커피 무지렁이한테 믹스나 카누 대신 원두 입문 시켜준 건 알라딘이다. 예전엔 화장품부터 과자, 가방, 안 파는 게 없던 알라딘은 이거저거 말아 먹고 이젠 플랫폼 장사다! 하면서 당근마켓 비슷한 거 하다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고, 창작 플랫폼 해 보자! 웹소설 플랫폼 다 죽었어! 하고 또 야심차게 뭘 열었지만 가끔 조회수 들여다 보면 저 정도면 자본 잠식 수준인 사업이로세…
그래도 알라딘 커피는 100자평 꾸준히, 많이 달리는 거 보면 오래도록 건재해 보인다. 커피 팬층도 많은 듯… 이런저런 맛있는 커피 발굴해다 주기적으로 소개해주는 것 보면, 커피 무지렁이 내 입에도 오 좀 다른데...신선한데...하는 걸 보면 뭐 잘 되고 있겠지...번창하세요… 예전에 농장 소개해주고 주절주절 그러는 거 나름 커피 공부에 도움 됐던 것 같은데 요즘엔 간단한 커핑 노트 향미 소개랑 추출법 정도만 있어서 아쉬워진 상품 페이지… 나 말곤 안 읽던 것인가...

대충 알라딘 월별 신작 분쇄 원두 사다 일회용 드립백에 적당히 넣어 물 부어 먹던 놈이 스텐드리퍼랑 드립주전자도 갖추고, 그러다가 에스프레소 캡슐 머신도 사고, 질리면 콜드브루도 카페인 디카페인 골고루 갖춰 돌려가며 먹고, 매번 추출 품질 다른 내 손보단 낫겠지 하면서 아로마보이도 들이고, 홀빈 사다 부숴 먹겠다고 분쇄기도 들이고(그러다 꼬물 사서 안 되겠네 그냥 균일하게 갈아주세요 하고 다시 분쇄원두만 삼 ㅋㅋㅋ), 내 커피의 역사는 나름 확장의 추세였다. 지금은 캡슐 커피는 거의 안 먹고 아로마보이 녀석이 드립해주는 거 대충 두어잔 내려 마시고 오후엔 귀찮으니 콜드브루나 단백질음료 커피맛을 먹는 식으로 굳어졌으니…

그래도 커피는 내내 궁금하니까, 뭔가 집대성 해 놓은 듯한 커피공부 책을 작년 3월에 갖췄다. 그러고나서 수능 끝나고 펼쳐가지고 해를 넘겨 겨우 다 봤다. 재미로 보기에는 작물부터 원두, 향미 분자(화학이다 화학…), 로스팅, 추출(여기엔 물의 특성까지), 효능, 커피의 특별함 등등 400여쪽에 총망라해 놓은 책이라 막 커피 좋아하면 꼭 보라고 권하긴 어렵다. 화학분자구조식 엄청 나옴… 향의 언어, 물성의 원리 이런데 나오던 화학 분자들도 안녕 나 기억 나니? 하고 자꾸 튀어 나옴… 재밌는 커피책 보고 싶다면 왠 미친놈이 커피 찾아 세계 여행하던 ‘커피 견문록’을 권하겠다. 절판이지만 중고로 흔하니 적당히 구해 보슈….
그래도 커피를 업으로 삼을 관련 산업 종사자라면 커피를 과학으로 접근하려는 이 책, 한 번 보면 좋겠다. 책 보다보면 막 관련 논문이랑 참고 도서랑 제시된 것도 많으니… 자기가 맡은 프로세스 일부 말고도 커피의 시작부터 도착점까지 과학적으로 따라가보고 통찰해 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커피는 식품 중에서도 독특한 부분이 많은 작물이었다. 다른 식재료는 200도 넘게 오래도록 가열하면 남아나지 않을텐데, 아...에어프라이어에 200도로 10여분 내외로는 감자튀김이나 붕어빵 잘 구워지긴 함 ㅋㅋㅋ 그, 사람 환장하게 하는 튀김, 구이의 풍미처럼 커피의 향그럽고 쌉쌀 달콤 시큼한 그 향의 비밀 대부분은 로스팅 과정에서 생성되는 화학물질 때문이라고 했다. 커피 콩의 세포벽이 두껍고 탄탄해서 고온 잘 견디고 그 자체로 고온 고압의 조리 기구(?)처럼 가열되면서 온갖 화학 반응이 일어나고 없던 향미도 생겨나고 있던 향미는 일부 사라지고 그런 결과물을 또 우리가 물에 녹여 내가지고 냄새 맡고 맛보고 마시는게 커피인 것이다. 사람은 참 신기한 짓을 잘도 해낸다. 지금 우리가 보편적으로 하는 커피 만드는 활동도 수많은 사람이 수만번 망하고 나서 그나마 낫다 하는 걸 찾아낸 결과가 전해진 걸 테니…

새로 알게 되거나 예전 맛, 향 책에서 본 내용도 있었지만, 그래서 흥미롭기도 했지만, 나같이 이과돌이 전향하려다 실패한 빡대가리 문돌이에게는 어려운 화학 반응, 화학 물질이 자주 등장해서 아...그런게 있구만...이러고 넘어갔다. 그래도 커피 마실 때 나름 도움되는 것도 있었다. 오랜만에 내가 좋아하는 아바야 게이샤 원두 사서 드립 내렸는데, 왜 맛이, 향이 전 같지 않은 거지?... 고민하다가 오...아로마보이한테 식힌 물 없어서 너무 뜨거운 물 줘 버렸어… 고온에서는 쓴맛 떫은 맛이 잘 추출된다고 한다… 체크… 원두를 너무 쳐 넣고 물을 너무 작게 잡은 건 아닐까? 진하다고 다 맛있는 건 아니니 이 커피 특성 살려 꽃향 산미 잡을 농도로 다시 체크… 귀찮다고 맨날 종이필터 바로 꽂고 쓰는데 린싱(필터 뜨신 물로 한 번 헹궈냄)하면 그 리그닌 따위의 잡맛이 좀 제거되지 않겠냐? 이러고 다음 번 커피를 내렸더니 헤헤 그럭저럭 먹을 만 해졌다. 역시 사람은 좀 배워야 시행착오, 오류 개선에도 도움을 받는다…

디카페인 부분 읽다가 뛰어나가서 새로 산 디카페인 콜드브루 한 잔 먹고 다시 봤더니 또 좋았다. 용매로 카페인 용출하는 건 대충 들어 알긴 했는데 어떻게 카페인만 뽑냐 다른 애들은 안 녹아? 했던 궁금증도 책 읽으니 어느 정도 해소 되었다. 일단요 용매 잘 스며들라고 일반 원두를 물에 불린대요!!!! 오! 새로 안 사실… 그러고 나서 다양한 용매로 카페인 뽑아내고 향미가 너무 손실된다 싶으면 용매에 녹아나온 카페인은 제거하고 녹아나온 향미를 다시 원두에 축축히 적신 후 건조하면 좀 맛이 살아남! 놀랍다! 그렇게 복잡한 짓을 해야 하니 디카페인 원두가 좀 더 비싼 것도 납득…

향에 대해 알면 모르는 것보단 좋긴 하겠지만 커피 하면서 여기까지? 할 정도로 어려운 분자들 튀어나와서 와 나 화학 안 하길 잘했네...ㅋㅋ싶다가도 그래도 아직도 내가 감각하는 많은 물질들의 정체가, 이름이 궁금한 걸 보면 정신을 덜 차린 것 같다. 거의 십년 가까이 최선생님 책 일부 제외하면 독점하다시피 나오는 출판사 예문당은 사실 내가 이 2024년 3월 초판 전에도 ISBN 안 붙인 베타 버전으로다 네이버에서만 커피 책을 잠시 판 걸로 아는데(그때도 사고 싶은 걸 참음 정식 출간되면 사 보자고…), 새로 나오면서 오자 좀 많이 고쳤으면 싶었는데 역시나 이번 책에도 오자가 많았고, 그건 같은 출판사 다른 식품 책 볼 때도 늘 아쉽던 부분이라 이번에도 아쉬웠다. 커피 책도 개정판 나온 것 같던데(아닌가 몰루) 책 완성도 높이는 몫은 출판 편집의 일이니 오자 내가 센 거 만도 수십 개인데 그거 좀 잘 잡아 고쳤으면 싶고… 그래도 수많은 컬러 그림, 도표에다 이 두께 묶는데 책값이 아주 사악하지 않은 건(조금만 사악함) 감사할 일이고…
이 책은 알라딘 아니고 인터파크 도서에서 샀는데 그 사이 인터파크 도서도, 티몬도, 위메프도 다 망해 버렸다. 인생무상… 일년이란 세월은 생각보다 많은 일이 일어난다. 사건사고도 많았고, 계엄에 공성전 같은 것도 다 보게 되고 말이다… 그간 내가 마신 커피는 또 얼마나 되겠어… 그 사이의 커피는 읽고 쓰는 데는 거의 소비되지 않아서 아쉽지만… 다시 나의 원동력이 되어 주겠니, 각성과 집중의 화학물질들아… 향기롭고 맛있는 용액아… 물성의 기술 책 모셔둔 게 남아 있지만 그냥 물성의 원리(이미 빌려 봄)를 살 걸...이건 내가 제면 공장이나 음료 공장 차리지 않는 이상 볼 가망이 없겠다… 그래서 진짜로 하산합니다!!!!

물 분자 사이에 녹는 놈 안 녹는 놈 깨알같이 그린 모식도 한 장만 가장 마음에 들어서 퍼 옴...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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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5-01-14 00: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정말 제목처럼 커피를 공부하는 책이군요 화학도 말한다니... 그런 거 봐도 모를 것 같네요 예전에 커피로 보는 세계사 같은 거 봤습니다 저는 그저 드립백만 조금 마셔봤습니다 여전히 커피는 잘 모릅니다 반유행열반인 님은 조금 아셨겠네요


희선

반유행열반인 2025-01-14 21:06   좋아요 1 | URL
저도 사실 아직도 커피를 모르는 것 같사옵니다 ㅎㅎ 먹고 맛있고 즐겁고 잠에 방해만 안 되면 커피는 그걸로 충분할 것 같아요!!
 
콜드브루 디카페인 날개 - 350ml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5년 4월
평점 :
품절


브로콜리너마저-변두리 소년, 소녀.


 많은 것들이 고장나는 계절이다. 나의 손목도, 너의 무릎도. 구입한 지 3년 만에 고장난 렌지 후드를 1년 간 방치하다 드디어 모터 교체를 했는데, 최고 단계로 돌려보니 어딘가 걸리는 무서운 소음이 나서 다시 AS를 신청해 뒀다. 보일러 조작부가 고장나서 본체도 노후 되었으니 이참에 갈라는 걸 고장난 조작부만 간 지 보름도 안 되었는데, 기다렸다는 듯 본체에서 물이 샌다. 점점 더 많이 샌다. 빨래 삶는 큰 솥을 받쳐 두어도 금세 물이 찬다…아… 조작부 교체 비용의 열 배 정도면 새 보일러를 사니까 그냥 10퍼센트 비싸게 산 셈 치고 주말 사이 인터넷으로 새 보일러를 주문해 두었다. 아낄 때랑 쓸 때를 잘 구분해야 낭비가 안 된단다…


 에티오피아 아바야 게이샤 원두랑, 카페인 든 콜드브루랑 잔뜩 쟁여 뒀는데 디카페인 커피가 없어서 알라딘에 주문해 봤다. 날자꾸나, 의 그 날개인가? 원두는 과테말라 우에우에테낭고랑 브라질 산토스를 섞은 모양이었다. 유리병은 예쁘고 따르기는 불편하다고 했는데 정말 그랬다. 난 요사이 청소랑 정리를 좀 했더니 손목이 아파서 손목보호대를 차고는 돌리는 병을 못 열어서 곁의 사람에게 따 달라고 했다. 적당히 스모키하고, 적당히 달고, 적당히 시다. 디카페인 티가 안 나서 좋다. 용량은 350밀리리터다. 알라딘에서 로스팅하고, 브루잉은 연두커피에서 한다. 공산품의 위탁 제조에 대해 알게 된 지는 얼마 안 됐다. 모든 걸 혼자 할 순 없다. 맡기고, 빌리고, 고용하고, 사 온다. 자본주의와 분업이란. 특화란. 정밀하고 고도로 세분화 되어 있는 사회. 다 알 필요는 없는데 자주 다 궁금해져서 캐다 보면 길을 잃고 머리가 아플 정도이다.

 

 커피를 사고, 책을 사고, 화장품을 사고, 캡슐세탁세제를 사고, 졸업식 앞둔 작은어린이 안겨 주려고 꽃다발을 주문예약하고, 할머니 할아버지 가득한 성형수술은 잘 안 하는 성형외과에 가서 레이저로 점을 파 내고, 이런저런 병원 진료를 또 예약하고, 소비는 정말 끝이 없다. 멈출 수 없다면, 벌어야지. 나도 재화든 서비스든 제공하고 소비의 연료를 구해와야 지속가능한 도시인의 삶이다. 디카페인 커피 한 잔 먹고, 기분은 좋게 하고, 잠은 해치지 않고, 그렇게 기운을 내서 새 나라의 새 일꾼이 되어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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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선 2025-01-14 00:4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보일러 이야기가 있어서 생각나네요 저희 집 보일러는 지난 겨울에 틀었을 때 물이 한번인가 두번 나오고, 그 뒤에는 괜찮더니 여름에 장마철에 틀었더니 또 나오고 그러다 안 틀어도 자꾸 나와서 보일러 전원 자체를 껐습니다 물이 자꾸 나와서 물이 넘치면 어쩌나 하다가 전원을 끄면 괜찮겠구나 했어요 그게 바로 생각나서 다행이었습니다 지금은 보일러 바꿨어요 오래되면 그런 데가 고장이 나는가 봅니다 처음에 고장 났을 때 고쳤다면 좀 나았을지, 오래돼서 바꾸기는 해야 했어요 새 보일러 잘 설치했기를 바랍니다


희선

반유행열반인 2025-01-16 08:54   좋아요 1 | URL
비슷한 경험이 다들 있을 듯해요 ㅎㅎ보일러 없는 집은 많지 않으니…제 곁의 사람은 어릴 적 몇 년을 보일러 없는 (고장난) 방에서 살았다더라고요 또르르… 오늘 무사히 설치 완료했습니다. 언제나 들러주셔서 감사합니다 희선님!!
 
황폐한 집 3 비꽃 세계 고전문학 26
찰스 디킨스 지음, 김옥수 옮김 / 비꽃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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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111 찰스 디킨스.

 

 어디에 있더라도.

 

 드디어 디킨스 감옥(?) 탈출했다. 사실 길긴 했지만 재미있는 소설이었다. 어느 이웃님이 소설이 추리소설이면서 로맨스소설이라고 해서(나중에 역자 후기 보니 그런 말이 나오더라) , 그렇게 수도 있겠네, 나놈은 그냥 법정소설로만 생각했는데...했다. 3권에서는 정말 추리소설과 로맨스소설이라 만한 구성과 궁금증 유발과 갈등과 해소까지 나왔다. 잔다이스 소송 피후견이던 에이다와 리처드가 남몰래 혼인하는 장면과, 우드코트에게 애정을 느끼던 에스더가 잔다이스 아저씨의 청혼을 받아들이고 황폐한 안주인이 되기로 결심하는 부분은 로맨스다웠다. 사실 나이 많은 잔다이스의 청혼은 아… 자식처럼 돌보던 에스더를 저래도 되냐… 최대한 정중한 편지와 에스더의 의사를 존중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해도 반감 만한 부분이긴 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나중에 소소한 반전을 위한 빌드업이었다는 읽고 나니 디킨스 ...독자랑 밀당도 하시네요… 새삼 감탄.

 

 벽돌공 아주머니와 제니 아주머니가 남편한테 얻어터지며 사는 생활, 조가 비참하게 죽는 장면은 당시 영국 여자, 아이들이 얼마나 슬프고 고통스럽게 살았는지 보여주는데, 그러면서도 가난하고 아픈 사람들을 챙기는 착한 사람들을 계속 비춰주면서 사람을 구원하는 사람, 이렇게 목이 터져라 외치는 작가 의도는 삐딱한 나새끼도 반박하지 못할 말이었다. 구원은 셀프, 외치던 내가 오만했을 지도. 많은 것이 흔들리는 나날이다.

 

 모든 휩쓸어 삼키는 잔다이스 소송과, 소송을 주관하는 법원을 둘러싼 법조인들을 내내 비판적으로 그리는데, 화신 같은 대표인물, 자비 없고 인간미도 없는 토킹혼 변호사가 살해 당하면서 본격적으로 추리소설다워진다. 독촉으로 토킹혼과 다퉜던 기병 출신 사격장 주인 조지가 제일 먼저 잡혀가고, 그럼 진범은 조지가 아니겠지. 수사관 버킷이 조지의 친구인 매트 부부네 집에 와서는 잔망을 피우다가 조지 체포하면서 돌변하는 장면은 버킷이 나쁜 놈인가, 하는데 (앞권에서 그리들리 죽기 직전 잡으러 때도 버킷은 작가가 그리 호의적으로 그린 인물은 아니었다), 갑자기 얘가 황폐한 버전 홈즈처럼 변해서 사건 해결하는 모습 보고는 뭐여… 세상에 나쁜 경찰도 착한 경찰도 없다는 거냐...인간의 다면성 보여주고 싶었던 거냐… 그랬다. 버킷의 활약이 생각보다 길었는데 앞에서 가진 반감에 비해 후반부에서는 그렇게 꼴보기 싫지는 않았다. 살인 사건 해결할 때나 에스더 데리고 데드록 귀부인 부인 추적할 때는 오히려 약간 멋지게 그려서 어리둥절… 에스더의 생모 데드록 귀부인이 에스더 출생의 비밀을 알아차린 토킹혼과 갈등 빚는 모습을 그리면서 설마… 범인인가… 이렇게 계속 몰고 가다가 내내 얼굴 비추지만 잊었던 방향으로 터뜨리는 장면은 오… 역시 치시네요 디킨스 아저씨…

 

 제법 스윗한 영남(?) 아저씨들이 여럿 등장한대도 200 소설이라 시대적 한계는 있다. 레스터 경이 진실을 알고도 사라진 귀부인을 안타깝게 찾으며 용서하오… 하는 것도 아오 혼인 낳은 감추고 결혼한 그렇게 용서 받기 어려운 죄인 건가(지금도 마찬가지로 죄인 취급 받긴 하네… 어렵다 유기체의 생식활동), 불명예 운운하고 사교계 터져나갈 만한 가십인가 싶고, 키다리 아저씨처럼 더든 아줌마 에스더를 키워주다 나랑 결혼해, 하던 잔다이스 씨도 처음엔 벙찌다가, 나중에 마음을 돌려 우드코트에게 에스더를 받아, 하는 아오… 물건이야 지가 설령 친아빠 같은 사람이라도, 에스더랑 우드코트랑 둘이 좋아하는 마음 확인했대도 주거니 받거니 받아, 하는 표현은 낭만보다는 야무진 에스더를 목적물, 대상물처럼 대하는 같아서 마냥 달콤하고 이상적인 삼각 관계의 해소로 보긴 어려웠다. 그래도 빼애액! 하던 독자들에겐 머쓱함을 안겨주는 장면이었ㅋㅋ그와중에 깨알같이 사각관계(?) 시도하는 거피의 청혼 장면을 익살스레 후주처럼 넣은 디킨스 아저씨...유머도 치셔… 그래도 거피가 수습 끝나고 변호사도 됐으니 아니냐 하는 느낌…

 

 잔다이스 소송은 결국 부질 없이 끝나고, 소송의 유산에 사로잡혀 법원 지박령이 되었던 리처드의 삶도 부질 없이 끝나 버렸다. 남은 에이다와 아기 리처드를 잔다이스 아저씨가 돌봐주고, 부인 잃은 레스터 경을 기병 조지와 엄마가 돌봐주고, 남은 사람들은 서로를 챙기며 살아간다. 조지가 철강왕 찾아가는 장면은 사실 소설 전개에서는 크게 필요 없어 보이긴 한데, 그런 곁가지, 새는 내용이 흥미롭게 읽히기도 했다. 이백년 산업혁명 무르익던 때의 영국 철강 도시는 저랬구나… 공장과 노동자들과 경영자를 비춰주는 것만도 의의는 있었겠다. 철강왕은 그때나 지금이나 부자겠구나… 그치만 지금은 뭔가 사양산업이 되고 있어… 포스코 주식을 너무 일찍 팔았어… 안 물어봤구나…

 

 나보코프 아저씨가 자기 문학강의 책에 수많은 디킨스 소설 중에서도 덩어리 고른 이유를 읽는 중에도, 읽고 나서도 납득이 가네, 했다. 책으로 돌아가서 무슨 얘기를 해놨나 봐야지. 새해 밝고 책이라니 독서가 저조하다. 방황하는 나날이다. 복직하기 너무 싫어 죽겠어… 어쩌다보니 나도 병원 투어, 존속 비속 병원 투어 중이다. 그래도, 디킨스 아저씨가 어려서 공장에서 고생하고, 학교며 법원이며 도시 이곳저곳에서 겪은 것들이 재미난 이야기의 밑바탕이 되었으니 어디에 있더라도 힘내보지 않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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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상쾌한 법학원에서, 살아있는 양은 하나같이 양피지로 변하고 염소는 하나같이 가발로 변하고 목초지는 하나같이 왕겨로 변하는 법학원에서 그곳에 틀어박힌 새 가운데 가장 더러운 새처럼, 토킹혼은 바싹 훈제돼서 쪼그라든 채 인간 사회에 살지만 인간과 교류하지 않으니, 상쾌한 젊음을 못 겪고 늙었으며, 비좁은 인간 본성에 비밀스러운 둥지를 오랫동안 튼 터라, 세상이 넓고 좋은 것도 많다는 사실을 잊어버린 채 집으로 어슬렁어슬렁 다가간다. 뜨거운 포장도로와 뜨거운 건물이라는 화로에 온몸이 평소보다 바싹 구워진 상태로, 메마른 가슴에는 반세기나 숙성된 적포도주 생각만 가득하다. (ISTJ 변호사 토킹혼은 집에서 혼자 포도주나 마실 생각으로 귀가한다...나같은 못난 현대인은 이렇게 한 문장으로 후려쳐 버릴 것을 디킨스 아저씨는 찰지게도 쓰셨네요.)

 

-하지만 제 얼굴이 보기 좋을 때도 똑같은 생각을 했는데 꾹 참았다는 말은, 옛날 얼굴이 사라지고 그래서 매력이 없어졌어도 예전과 똑같이 사랑한다는 말은, 출생의 비밀을 알고서 충격을 받았다는 말은, 망가진 얼굴도 불명예스러운 출생도 충분히 포용하겠다는 말은, 저한테 충실한 지지가 필요한 만큼 자신이 끝까지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은 하지 않았어요.

 

 -하지만 저는 그걸 알고 있었어요. 그걸 확실히 깨달았어요. 편지는 자애로운 삶의 절정으로 다가왔으며, 제가 할 일은 하나밖에 없다는 느낌이 몰려들었어요. 그분이 행복하도록 인생을 바치는 게 그분께 조금이나마 감사하는 길이다! 그날 밤에 갈망하던 것 역시 그분께 감사하는 마음을 새로운 방식으로 나타내는 거였다!

 

-저는 머리를 빗었어요, 아주 편안하게. 여전히 살짝 흐느끼긴 했지만, 그건 울던 끝이기 때문이지, 다시 우는 건 아니었어요.

  “그래서 에스더, 행복하게 사는 거야. 친구들과 행복하게, 정겨운 너희 집에서 행복하게, 좋은 일을 많이 하면서 행복하게, 누구보다 훌륭한 남자에게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으면서 행복하게.” (존 잔다이스의 청혼을 받고 혼인을 결심하는 에스더. 여기서 아 뭐야 아저씨 왜 그래...그냥 좋은 아저씨로 남지 키다리 아저씨 이래로 영국은 아저씨들이 불쌍한 여자애들 키워서 혼인하는게 미덕인 동네였던가...)

 

-그 이름을 떠올리는 순간에 문뜩 기억나는 게 있었어요. 말려서 보관하던 꽃. 이제 꽃을 보관하지 않는 편이 좋을 것 같았어요. 예전에 있었던 완전히 지나간 일로 기억에 남을지언정, 이제 그걸 보관할 순 없었어요.

  말린 꽃을 책갈피에 보관했는데, 그 책은 옆방에 – 에이다와 제가 함께 사용하는 거실에 – 있었어요. 저는 촛불을 집어 들고 책장으로 살금살금 다가갔어요. 그래서 그 책을 꺼낸 다음, 열린 문 사이로 아름다운 에이다가 곤하게 자는 모습을 보고 조용히 다가가서 그 뺨에 뽀뽀했어요.

  제가 운 건 마음이 약해서라는 걸, 울 이유가 하나도 없다는 걸 저는 압니다. 하지만 당시에는 사랑하는 에이다 얼굴에 눈물을 한 방울, 또 한 방울, 또 한 방울 떨어뜨렸어요. 저는 마음이 더 약해져, 말린 꽃을 꺼내서 에이다 입술에 가만히 대기도 했어요. 사실 그 꽃은 에이다와 아무런 상관도 없지만, 에이다가 리처드를 사랑한다는 사실을 떠올렸거든요. 그런 다음, 그 꽃을 들고 제 방으로 돌아와서 촛불에 태우니, 순식간에 재로 변하더군요. (널 잊을게, 우드코트, 하는 장면을 저렇게 세련되게 묘사)

 

-우드코트와 조가 거리를 따라 나아가는 사이에 멀리 떨어진 높은 교회 첨탑마다 아침 햇살을 받아서 가깝고 선명하게 보이는 게 도시가 깊은 잠에서 깨어나는 것 같고, 우드코트는 불쌍한 조가 묵을 곳을 어디서 어떻게 구할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지만 해답이 안 나온다. ‘문명사회 한가운데서 인간 형상을 한 아이가 쉴 곳을 찾는 게 주인 없는 강아지보다 어렵다니, 정말 이상한 현실이로군’이라는 생각이 절로 떠오른다. 하지만 아무리 이상할지언정 현실은 현실이고, 어려운 건 여전하다. 

 

-조는 파디글 여사의 토파후포 인디언도 아니고 젤리비 여사의 양도 아니며 보리오부라-가와 관련도 없으니, 멀리서 낯설게 산다는 이유로 동정받는 인종도 아니며, 실제로 외국에서 성장한 야만인도 아니다. 조는 평범한 영국산 아이다. 몸뚱이는 평범한 거리에서 평범하게 사느라 모든 점에서 더럽고 추하고 불쾌한, 영혼만 이방인이다. 영국산 오물이 온몸에 더럽게 달라붙고, 영국산 기생충이 몸속에 있고, 영국산 상처가 있고, 영국산 누더기를 걸쳤으니, 영국 풍토에서 자란 영국산 무식쟁이로, 불멸의 속성은 금방 사라질 짐승보다 떨어지는구나.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관심을 끄는 건 하나도 없으니, 똑바로 나아가려무나, 조, 힘차게! (자선, 기부 단체에서조차 외면하는 영국산 빈민 고아 아동 이야기를 펼치느라 작가 선생이 조에게는 너무 가혹하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정말 좋네요, 선생님.”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아버지의 이름이 거룩히 빛나시며. 촛불이 오나요?”

  “응, 거의 다 왔어. 아버지의 나라가 오시며.”

  “아버지의……나라가……”

  날이 저물어 어두운 길로 빛이 내려온다. 죽었다!

  죽었습니다, 국왕 폐하. 죽었습니다, 상하원 의원 여러분. 죽었습니다, 착한 성직자와 나쁜 성직자 여러분. 죽었습니다, 남녀 여러분, 천상의 자비를 가슴에 품고 태어난 여러분. 오늘도 우리 주변에서 이렇게 억울하게 죽어갑니다. (조의 임종. 챕터 시작부터 조의 유언, 이래 버려가지고 아 뭐야 작가가 스포일러냐! 하고 발끈했는데 편집자적 논평까지 가미된 슬픔과 분노와 사회 비판까지.)

 

-“여보, 저 친구한테 내 생각을 말해줘.”

  “맙소사, 정말 놀라워, 조지! 여태 본 어떤 물건보다도 아름다워.”

  매트 부인이 감탄하고, 매트가 동조한다.

  “맞아! 내 의견이야.”

  매트 부인이 브로치를 이리저리 둘러보다 앞으로 쭉 내밀고 살피면서 좋아한다.

  “정말 아름다워, 조지, 나한테 과분한 것 같아.”

  “나빠! 내 의견이 아니야.”

  매트가 말하고, 매트 부인은 기쁨이 가득한 눈으로 한 손을 조지에게 내밀며 덧붙인다.

  “하지만 이게 무어든 백 번이고 천 번이고 고마워, 친구. 내가 당신한테 까다롭게 굴 때도 있지만, 조지, 실제로 우리는 더없이 좋은 친구야. 이제 당신 손으로 달아줘, 행운이 깃들도록, 조지.”

  아이들은 바싹 다가와서 지켜보고, 매트는 다 큰 목석같으면서도 어린애처럼 즐거운 표정으로 어린 울리치 머리 너머로 쳐다보니, 매트 부인은 흥겹게 웃으면서 “아, 유창목, 유창목, 어른이 너무 귀여운 것 같아!”라는 말이 절로 나온다. 하지만 기병은 브로치를 달다 실패한다. 손을 덜덜 떨다 떨어뜨린다.

*유창목:상처를 치유하는 나무 (군인 출신 매트 부부의 꿍짝꿍과 조지까지 곁들여진 부분이 의외로 좋았다. 따뜻한 가정과 친구)

 

-“저주받을 사악한 배신자 마누라는 어디에 있어?”

  “먼저 출발했으니 경찰서에 가면 만날 거야, 아가씨.”

  “그 얼굴에 뽀뽀라도 하고 싶군!”

  마드무아젤 오르탕스가 암사자처럼 헐떡이며 소리친다.

  “깨물고 싶은 거겠지.”

  버킷이 대답하자, 오르탕스가 두 눈을 더 크게 뜨며 소리친다.

  “그래! 사지를 갈기갈기 찢어발기고 싶어.” (이런 캐릭터 왜 좋냐. 빌런 악녀에 사족 못 쓰는 또라이 취향)

 

-자신과 관련된 여자, 자신이 위엄과 자부심을 오랫동안 가꿀 수 있던 근원, 자신이 끝까지 이타적으로 대한 여자. 자신이 사랑하고 숭배하고 명예롭게 여긴 여자, 그래서 온 세상이 존경한 여자. 거북한 형식과 관습이 에워싼 삶 한가운데서 자신이 다정하게 사랑하며 살아가도록 하고 자신이 느낀 모든 고통을 아무렇지 않게 넘기도록 버팀목처럼 잡아준 여자. 레스터 경은 자신을 까마득히 잊은 채 귀부인만 바라보는데, 그렇게 소중한 귀부인이 그렇게 우아하고 고귀한 자리에서 질질 끌려 내려오는 광경을 도저히 견딜 수 없다.

  바닥에 쓰러지는 순간조차, 모든 고통을 잊은 채, 방해하는 소리가 수없이 일어나는 가운데, 레스터 경은 귀부인 이름을 또렷하게 뱉어낸다, 나무라는 소리가 아니라 동정하고 애도하는 소리로. (쏘 스윗 영남1 레스터 경. 그냥 노잼 귀족 아재인 줄 알았는데, 하지만 내 여자에겐 따뜻하겠지. 원조 차도남.)

하지만 내 여자에겐 따뜻하겠지...레스터 경의 그런 면모를 모르고 데드록 귀부인은 슬프게 외롭게 죽었다.

 

-돈에 관한 한 순진무구해서 아무것도 모른다는 사람이 나타나면, 품에 있는 돈을 잘 간직하세요, 그런 사람은 돈을 빼내는 게 목적이니까요. ‘세속적인 문제에서 나는 어린애’라고 주장하는 사람이 있다면, 어떤 책임도 안 지려고 그러는 것에 불과하다는, 정신 바싹 차리고 경계할 대상이라는, 경계 1순위라는 사실을 명심하세요. 나는 시적으로 표현할 줄 모르니 주변에서 겪은 내용을 구체적으로 말할 뿐이지만, 실용적인 성격이고, 하나같이 직접 경험한 내용이랍니다. 원칙은 이렇습니다. 하나가 풀어지면 모든 게 풀어진다. 실수한 적이 없는 원칙이지요. 아가씨도 실수하지 않고. 다른 사람도 실수하지 않고. (버킷 아저씨...제 주변엔 이런 어린애 친구들이 많은데 너무 하시네요...)

 

-“여기에 그런 사람이 왔다고 누가 그럽디까?”

  버킷 수사관이 즉시 대답했어요.

  “마이클 잭슨이라는 사람, 파란 벨벳 조끼에 커다란 자개단추가 두 줄로 기다랗게 달린 외투를 입은 사내.”

  “그 사람이 누구든 자기 일에나 신경 쓰는 게 좋을 거요.”

  제니 남편이 으르렁대자, 버킷 수사관이 마이클 잭슨을 변명하듯 말했어요.

  “직장을 잃어서 말이 많은 것 같더군요.” (마이클 잭슨 실업 화들짝)

제가 직장을 잃어요? 말이 많다고요? 마이클 잭슨은 억울하다.

 

-가만히 부스럭대는 잎사귀처럼 차분하게, 농익은 날씨처럼 다정하게, 햇살처럼 환하고 은혜롭게, 아저씨는 이어갔어요.

  “나를 이해하렴, 사랑하는 아가씨. 나는 네가 나와 더불어 만족스럽고 행복하게 살아갈 것을, 의무를 다하고 헌신하며 살아갈 것을 의심하지 않았어. 하지만 네가 누구와 사는 게 더 행복할까를 깨달았어. 더든 아줌마가 아무것도 모를 때 내가 우드코트 속마음을 깨달은 건 너무나 당연해. 더든 아줌마한테는 영원히 변치 않을 장점이 있다는 걸 더든 아줌마보다 잘 알거든. 아아! 우드코트는 나한테 속마음을 오랫동안 털어놓았어. 나는 어제 비로소, 네가 여기에 오기 몇 시간 전에 비로소 속마음을 털어놓고. 하지만 사랑하는 에스더의 빛나는 장점을 무시하게 하진 않겠어. 사랑하는 아가씨의 훌륭한 마음을 조금도 못 보고 무시하게 하진 않겠어. 모건 앞 케리그 가문에 들어가서 고통받게 하지도 않겠고! 웨일스 산만한 금덩이를 준다고 해도, 절대로!” (쏘 스윗 영남 존 잔다이스 아재. 반전이라면 반전. 내 또래일 때의 디킨스 아저씨는 빌드업도 떡밥 회수도 장인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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