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내 안의 차별주의자 - 보통 사람들의 욕망에 숨어든 차별적 시선
라우라 비스뵈크 지음, 장혜경 옮김 / 심플라이프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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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801 라우라 비스뵈크.

원제 IN BESSERER GESELLSCHAFT. 더 나은 이익사회에서. 와, 나 사회학 배울 때 게젤샤프트 들어봤어. 게마인샤프트도 알아! 그런데 말만 알고 퇴니스가 왜 그렇게 공동사회 이익사회 구분했는지 기억이 안 난다…

오스트리아 사회학자인 저자가 현대 사회의 여러 분야에 걸쳐 일어나는 독단과 구분 짓기, 일상적 차별에 관해 여러 가지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유럽 사례가 많은데도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충돌, 담론으로 이어지지 못하는 혐오와 연결지어도 크게 다른 부분이 없어서 흥미롭게 읽혔다.

원래는 자신과 입장과 의견이 다른 사람들을 악으로 몰고 혐오하고 역겹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너무 미워서 이 책을 골랐다. 그러면서도 나도 모르게 저 사람들을 싫어하면서 저런 태도나 마음을 닮아가고 있을지도 몰라, 그게 걱정이 되어서 더 열심히 읽었다. 너희의 자유와 권리가 중요하다면, 나에게도 너를 혐오하고 욕할 자유가 있다, 라는 사람들은 남을 짓밟고 존재 자체를 없애려 드는 걸 권리로 착각하고 있는 것 같다. 그건 그냥 우월의식이고 열등감이고 남을 덜어 나를 채우려는 폭력일 뿐이에요. 에효 말해 무엇합니까. 정작 들어야 할 사람, 읽어야 할 사람들은 귀를 막고 눈을 감고 있을 것을.

내가 틀릴 수 있다, 내가 던지는 이 말이 누군가에게 상처가 되고 존재를 부정하는 혐오가 될 수 있다, 끝없이 되뇌고 반성하면서 살아야겠다. 더 나빠지지 않으려면 꼭 필요한 일이지. 더 나아가 그런 짓을 하는 사람한테도 네가 하는 말과 행동이 무슨 일인지 지적하는 용기도 필요하겠다. 진지충 예민충 소리를 듣더라도 해야 할 일이다.

젠더 문제, SNS의 관심 경제, 노동 시장과 빈곤과 계층 문제, 문화 자본, 골고루 다룬 점은 좋은데 각 장 마지막 마다 뭔가 미완의 느낌으로 마무리될 때가 많았다. 모든 사회학책이 대안을 제시할 필요는 없지만, 진단과 지적에 머무르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아, 어느새 모범답안이나 비전 중독자가 되어버렸나, 그래서 문제인 건 알겠는데 어쩌라는 겁니까 선생님… 더 큰 가르침을 주십시오… 하는 독자에게 그건 알아서 생각해! 하는 듯한(실제로 그러지 않았습니다…) 불친절함은 조금 아쉽기도 했다. (덕분에 책이 두꺼워지지 않았겠지만…)

뼈 때리는 가르침에 밑줄을 너무나 많이 쳐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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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8-01 18:4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도 뼈 때리는거 좋아해요~♡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8-01 18:58   좋아요 5 | URL
때리는 거요? 맞는 거요? ㅋㅋㅋㅋ 저는 둘다요 ㅋㅋㅋㅋㅋㅋㅋ

청아 2021-08-01 19:24   좋아요 4 | URL
으앗ㅋㅋㅋㅋㅋㅋㅋ저도요!ㅋㅋ

Yeagene 2021-08-01 21: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선량한 차별주의자>를 장바구니에 담아놨는데,이 책을 읽어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반유행열반인 2021-08-01 21:32   좋아요 3 | URL
저도 그 책 제목에 관심 가지다가 이 책 읽었네요. 인권도 차별이 되나요? 라는 책도 잘 읽었던 기억이 나요 ㅎㅎ

새파랑 2021-08-01 21: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밑줄만 읽어도 거의 책 읽는 급이네요~!! 답은 니가 찾아라 군요 ^^ 근데 밑줄 보니까 고개가 끄덕여 지고 공감이 가네요

반유행열반인 2021-08-01 22:05   좋아요 3 | URL
네 그래서 너무 많이 그어서 출판사한테 혼날지도…(홍보입니다, 홍보!)

붕붕툐툐 2021-08-02 00: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더 큰 가르침은 다음 책에서 주시는 거 아닐까요?
저 맨 마지막 문장을 제 멋대로 ‘뼈 때리는 가르침에 너무나 많이 지쳐버렸다.‘로 읽음요.. 누가 우리 반열님 지치게 했어! 막 이럴 뻔 했네요~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8-02 06:27   좋아요 0 | URL
지치기 전에 책 끝내주시더라구요 ㅋㅋㅋㅋ나만 맞을 수 없다...널리 읽혀라...

- 2021-08-03 18: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정도 캡처라면... 출판사에서 안쫓아와? ㅋㅋㅋㅋ 😳 ㅋㅋㅋㅋ (나는 좋은데...) 출판사님?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8-03 18:43   좋아요 1 | URL
안 유명한 블로그라서 다행이다…쫄리니까 이웃공개할까… ㅋㅋㅋ 내가 나중에 볼라고 캡쳐한 건데 올리면 안 되는 건가…과했나…(소심소심)

- 2021-08-03 18:52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과한지는 모르겠는데 캡처 읽으면서 내려오다가 지쳐서 ㅋㅋㅋㅋㅋ 아 내리자 하고 스크롤을 내렸는 데 한없이 내려갔엌ㅋㅋㅋㅋㅋ (ㅋㅋㅋㅋㅋ) 뭐 어때요 ㅋㅋㅋㅋㅋㅋㅋ 그럴 수 있짘ㅋㅋㅋㅋ
 
자두 소설Q
이주혜 지음 / 창비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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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31 이주혜.

작년 연작소설 ‘연년세세’를 펴낸 황정은 작가의 인터뷰를 우연히 인터넷에서 찾아보면서 이 책을 알게 되었다. 그해 읽은 가장 인상 깊은 두 권으로 작가는 ‘도어’와 ‘자두’를 꼽았다. 도어는 올해 일월에 읽었다. 그게 아직 올해인 게 놀랍다. 자두는 마련해두고 오래 꽂아두다 여름이 되고부터 가까이 쌓아 놓았다.
인터넷 슈퍼에 자두를 주문했는데, 나는 아직 읽기도 먹기도 전인데 이웃의 자두 이야기에 눈물을 쏟다가, 그래도 결국 자두를 먹긴 먹었는데 그 며칠 사이 비 그치고 쨍한 햇볕에 더 익은 자두, 딱딱한 복숭아, 수박 모두 다 달았다. 살아있는 사람은 그렇게 단맛을 가끔 누린다. 그 모든 단맛을 비롯한 즐거움은 삶을 추동하는 힘, 살아있으려면 그걸 계속 먹으라고, 유전자를 전달하려면 그걸 계속 하라고, 그런 뭔가의 부름이 우리를 여기까지 데려왔다는, 책 몇 권 보며 알게된 건 겨우 그 단순한 사실인데 가끔은 그런 오래전에 새겨진 명령어가 있다는 걸 다 잊고 아 달다, 아 좋다, 하면서 온전히 즐겁고 싶다.

첫머리를 보다가 각주에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의 인용구 일부와 역자 이름을 보고, 어어, 정말? 하고 예전 이웃 독서목록에서 스쳐지났던 책을 검색해보니 이 소설을 쓴 이주혜 작가가 그 책의 번역가였다. 이러면 제가 안 읽을 수가 없잖아요…보관함에 담아 놓음…
94년 무덥던 여름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또 어어, 72-1 버스라고? 그 없어진 노선, 서울대에서 여의도 가던 그 버스 맞나? 나는 김일성이 죽었을 때 피아노학원에서 수안보온천으로 여름캠프를 갔었어. 나라이름 대기 할 때 오스트리아와 오스트레일리아를 댔더니 애들이 내가 같은 나라를 두 번 말해서 졌다고 해서 울었어. 큰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아빠는 조금씩 미쳐갔어. 그때 아빠 나이가 지금 내 나이고, 그때 내 나이가 큰아이 나이네. (나는 아직 미치지 않아서 다행이야.)

은아와 세진은 부부이고, 은아의 시아버지, 세진의 아버지가 담도암으로 입원한 동안 간병을 하다 지쳐 간병인 영옥씨를 고용한다. 갑자기 심해진 병세에 섬망까지 와서 이전과 달라진 모습으로 은아에게 상처를 주는 시아버지와 그런 상황에서 아무런 힘이 되지 못하는 세진에게 은아는 실망하고, 간간히 영옥씨로부터 힘을 얻는다. 그러나 시아버지는 자꾸만 영옥씨에게 욕을 하고, 세진은 영옥씨를 해고하고 불성실한 남자 간병인을 다시 고용한다. 시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은아와 세진은 헤어진다.
영옥의 존재는 도어의 에메렌츠와도 약간 겹쳐 보였다. 중간에 영옥의 목소리나 시아버지 병일의 목소리로 전개되는 부분이 있었다. 그렇지만 세진의 목소리만은 흉내내지 않는다.
이 책은 번역자인 은아가 자신의 번역한 책 뒤로 길게 붙인 역자 후기이다. 이렇게 ‘우리 죽은 자들이 깨어날 때’로 초대하는 소설을 읽고나니 읽지 않을 수가 없잖아요…당장은 아니라도 조만간…

막 서른이 된 해에 이곳저곳이 아팠다. 충수염 수술을 하고 석달 만에 성대폴립 수술도 했다. 비교적 간단한 수술이었고 젊어서 그런가 많이 아프지 않고 회복도 빨랐다. 짧은 입원 기간마다 당연하다는 듯 곁을 지키고 돌봐준 사람이 있다. 아직 취업 전의 대학원생이라 가능했겠지만. 반대로 나는 아직 누군가의 간병을 해 본 경험이 없다. 감사한 일이지만 언젠가는 내 곁의 사랑하는 사람들이 약해지고 아파하다 세상을 떠나는 모습을 지켜볼 일이 있을 것이다. 그때 나는 그 사람에게 지치지 않고 미워하지 않고 잘 돌볼 수 있을지, 나를 미워하지 않고 회복되거나 떠나가도록 할 수 있을지, 이 소설을 읽고 나니 더 자신이 없어졌다.
수술이나 출산을 앞두고 유서 비슷한 걸 미리 써둘만큼 걱정이 많은 나였다. 오늘 화이자 백신 맞으러 가기 전에도 아, 뭐라도 써둘까, 했는데 그만 두었다. 나는 사실, 나야. 했는데 내곁을 죽음으로 떠나버리는 사랑했던 이들을 지켜보는 마음은 어떤 걸까. 직접 겪고 싶지는 않다. 책으로 충분해. 오래오래 건강하게 내내 사랑하며 삽시다.

+밑줄
-리치가 말한 ‘레즈비언 연속체’는 정확히 무슨 뜻일까. ‘mothering’은 ‘어머니 되기’일까 ‘어머니 하기’일까? 그렇다면 어머니는 자격인가, 상태인가, 아니면 행위인가? 적당한 한국어를 고르기 전에 그의 생각을 이해하는 게 우선이었습니다만, 작업 내내 저는 이해에 실패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시달렸습니다. 애초에 타인의 생각을 정확히 이해하는 게 가능한가 하는 철학적인 질문까지 떠올랐습니다. (14-15)

-“사람한테 충이 뭐예요, 충이? 농담이라도 사람을 벌레라고 부르는 사람이 무슨 의사가 되겠다고 그래요? 사람이 웃겨요? 목숨이 우스워요?”
제일 심하게 놀려대던 젊은이는 입까지 쩍 벌리면서 놀란 표정을 감추지 못했고 일행은 떨떠름한 얼굴로 입을 다물더군요. 카페 안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던 게 기억납니다. 그들의 떨떠름한 표정이 바로 벌레 씹은 얼굴이었다는 건 6 층까지 올라와서야 깨달았습니다. 시럽충 운운했던 그 젊은이는 재수 없게 별 이상한 진지충을 만났다고 아마 그날 내내 떠들고 다녔을 겁니다. (44)

-죽어요…...죽어요……
환청이 아니었습니다. 착각도 아니었습니다. 두 사람이 서 있는 나무 그늘 쪽으로 다가가는 길에 분명히 영옥씨의 목소리를 들었습니다.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습니다. 저도 모르게 발소리를 죽이며 그쪽으로 다가갔습니다. 영옥씨의 목소리는 저주에 어울리지 않게 나직하고 평온했습니다.
“어르신, 죽으려거든 날 좋을 때 죽어요. 이런 염천에는 죽지 말아요. 이런 날 죽으면 자식들 고생합니다. 부디 볕도 좋고 바람도 좋은 날 죽어요. 그래야 자식들이 덜 서럽습니다. 알았지요? 꼭 좋은 날에 죽어요. 우리 어머니처럼 염천에 죽어 자식 가슴에 한을 심지 말아요.” (77)

-지금 생각하면 시아버지의 방식은 좀 치사한 데가 있었습니다. 아무렇지 않게 아기 이야기를 꺼내놓고 갑자기 제 눈치를 보며 입을 다물어 버리거나 어색하게 화제를 돌렸습니다. 그러면 저는 죄도 짓지 않았는데 용서를 받는 더러운 기분이 들고 말았습니다. 집에 돌아가는 길에 세진에게 이런 찝찝하고 억울한 기분을 털어놓았습니다. 처음 몇번은 세진이 대신 사과했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상황이 반복되자 세진도 시아버지의 마음을 이해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습니다. 제 부모의 반응에 비하면 시아버지의 반응은 굉장히 너그러운 거라고도 했습니다. 그래서, 너도 결국 아이를 가져보려고 더 노력하지 않는 게 잘못이라는 말이지? 왜 이야기가 그리 튀어? 어른의 입장도 헤아려야 한다는 말이잖아. 그럼 나는?죄도 없이 맨날 용서받는 내 심정은 누가 이해해주니? 팔은 안으로 굽는다더니 네 팔은 늘 아버님 쪽으로만 굽지? 무슨 말을 그렇게 해? 나는 너랑 아버지를 저울질하지 않아. 둘 다 내겐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인데 왜 꼭 편을 갈라야 해? 너야말로 늘 편을 가르려고 들지. 가장 소중한 사람이 어떻게 둘이 될 수 있니? 너는 언제나 뒤로 밀리는 내 마음을 절대로 이해 못해. 싸움은 계절성 기후처럼 반복되었습니다. (91-92)

-안타깝기 짝이 없지만, 암이 더 진행되어 고통이 커진 후 죽는 것보다 낫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장례식장이란 원래 말이 되지 않는 말들이 향 연기처럼 제멋대로 피어올라 허공을 떠다니는 곳임을 이때 배웠습니다. 그중 어떤 말들은 옷과 머리칼에 깊이 배어 쉽게 빠지지 않는 향냄새처럼 뇌리에 진득하게 들러붙어버린다는 것도요. (116)

-싸락눈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바닥에 하얀 눈가루가 쌓이지 못하고 바람에 이리저리 날렸습니다. 잠시 가만히 서서 눈을 보았습니다. 저들은 왜 나의 애도를 방해하는가. 왜 내 마음을 슬픔 대신 분노로 채우는가. 무슨 의도인가. (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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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31 23:2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8-01 08: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빨래가 마르지 않아도 괜찮아
타카노 후미코 지음, 박정임 옮김 / 이봄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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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30 타카노 후미코.
지난 번 ‘럭키 아가씨의 새로운 일’ 사면서 같은 작가의 이 만화책도 같이 샀다. 되게 웃긴 게 책소개의 싱글, 이란 말과 표지의 사람 둘(아마도 엄마와 아이?하고) 을 보고 이 책을 싱글맘이 혼자 아이 키우는 이야기로 생각하며 펼쳤다. 제목에 빨래가 들어가니 나의 편견은 더욱 강화된 듯…
그런데 다 틀렸다 ㅋㅋㅋ 크게 그려진 여자는 루키(저번엔 럭키더니 이번엔 루키) 그리고 조그맣게 그려진 건 원근법일 뿐, 루키의 절친 엣짱, 둘다 싱글이고 각자 혼자 사는 성인이었다.

그야말로 쌍팔년도(1988-1992)에 연재된 만화인데 이천년대 초반 웹툰 등장 시절 유행하던 생활툰의 원조격이었다. 특별한 사건은 없는데 그거대로 담백하니 다른 책 쉬어갈 때 볼 만했다. 초반 읽을 땐 그저 그렇네, 했는데 볼수록 루키는 정말 귀엽고 엣짱은 웃겼다.

루키는 재택 근무자, 절약생활자, 소비에는 관심 없고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돈 쓰는 거라 하면 우표 수집, 남자에 무심, 최소한의 시간만 일하고 여유적적 귤까먹고 사는데 아무데서나 잘 자는 느긋한 성격까지 정말 닮고 싶은 캐릭터였다.
그렇지만 나는 엣짱에 더 가깝지…까칠, 예민, 물욕이 넘치고 남자에 관심도 못 끊고ㅋㅋㅋㅋ 엣짱 처음에는 비호감이다 싶었는데 소소하게 빵 웃겨주는 건 역시 엣짱이었다…

식구가 많아서, 연애 관계도 스물한살 이후로는 끊겨 본 적이 없어서 오롯이 혼자인 삶에 대해서는 아는 게 없고 상상해본 적도 거의 없다. 만약 루키와 엣짱처럼 지금의 내가 싱글라이프라면. 둘은 아주 친한 서로에 의지해 친구가 아플 때 간호해주고 특별한 날 함께 하고 그러니 혼자의 삶을 버티지 싶었다. 나는 그런 절친이 없으니… 주로 마음과 몸을 의지하는 상대로 어려서부터 애인이나 가족에게 기대를 많이 했던 것 같다. 결국 누구나 완전히 혼자일 수는 없다. 친구든 가족이든 연인이든 서로 찾고 들여다보고 그러다 잠시잠깐 혼자이고 해야 살아가는 듯.
만화의 결말이 좋았다. 늘 검소하던 루키가 우표를 팔기 위해 간 곳은…ㅋㅋㅋ만날 탕진잼이던 엣짱이 약간 부러워하는 것 같아 측은했지만 뭐…타고난대로 자기가 살아온대로 만들어진 지금의 나는 결국 내가 감당할 몫이 아닐까 싶었다.

이미지는 순서대로…

루키가 물조리개를 나팔로, 쓰레기봉투를 토끼로 착각하는 게 귀여워서ㅋㅋㅋ

엣짱이 어거지로 긍정놀이 하는 거 왜 웃기냐 ㅋㅋㅋ유일하게 풉 터진 부분이라 찍어봄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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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gene 2021-07-30 13: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마스다 미리의 여자만화 시리즈 열반인님 혹시 아세요?그거랑 비슷한 느낌일까 궁금해지네요..

반유행열반인 2021-07-30 14:12   좋아요 3 | URL
제목은 들어봤는데 읽은 건 하나도 없어요 ㅎㅎ예진님이 좋아하시는 시리즈인가요? 저 작가 작품은 분명 옛날 만화인데 왠지 레트로 유행 따라 요즘 그린 만화 같은 기분이 드는 옛날 만화랄까요 ㅋㅋㅋㅋ옛날 만화인데 요즘 만화 같다 ㅋㅋ그러다 번뜩 옛날 맞네 한 게 유선전화 선 꼬불꼬불한 거 들고 먼 곳 벽에 붙은 밥솥사용설명서를 통화상대에게 기를 쓰며 알려주려는 거 보고요 ㅋㅋ휴대전화가 참 삶을 바꿔놓긴 했네 싶더라구요.

Yeagene 2021-07-30 14: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위에 댓글이 안달려서;;;
마스다 미리 만화 추천하시는 분들은 많은데,저는 좀 안맞는 느낌이었어요.
설정같은 게 위에 언급하신 만화와 비슷한 느낌이라 여쭤보았습니다.자세한 설명 감사드려요 열반인님♡
 
[eBook] 우리 집에 화학자가 산다 - 김민경 교수의 생활 속 화학이야기
김민경 지음 / 휴머니스트 / 201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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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9 김민경.

문과 출신이지만 고3 때 화학1이랑 생물1을 열심히 공부해서 두 과목은 내신 1등을 했다. 애들이 쓸데 없는 짓 한다고 했다. 수능 때도 사탐은 2개 틀렸는데 과탐은 1개 틀렸어…왜 그랬니 문과생이여…
다 읽고 나서 저자의 말을 읽으니 이 책은 문과 출신의 대학생들을 위해 저자가 맡았던 교양 강의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이공계라고 문학 철학 사회과학 제끼고, 인문사회어문계열 전공이라고 수학 과학 등한시하는 건 세상을 보는 다양한 관점을 포기하는 일 같다. 그래도 이과생들은 나중에라도 문과생들 분야라 하는 것 잘 따라 가던데…공학 계열 출신 소설가나 번역자가 나오는 걸 보면 그렇게 보이던데…
문돌이들은 수학이랑 과학은 수능 보고나면 새까맣게 멀어지는 것 같다. 심지어 요즘 어린이들은 과탐도 안 본다지… 깜깜해지는 게 싫어서 가끔 과학책을 일부러 찾아본다. 몇 년 후에 큰꼬맹이가 중학생이 되면 중학수학부터 고교수학까지 다시 같이 공부할 생각도 있다.(그 결심이 얼마나 갈런지는 모르겠지만…)

이 책은 생활 속에 마주하는 다양한 현상, 생활용품, 식품, 기후변화 등 다방면에 걸쳐 사례와 화학을 연관 지어 설명해줘서 좋았다. 사실 엄청 재미있지는 않았지만 아이 키우는 엄마 화학자라고 층간소음 매트나 플라스틱 생활용품 사용 전 세척법(세제로 씻어내고, 햇볕에 잠시 말려 묻어 있을만한 화학 물질을 제거하라든가), 살균과 세척에 관한 생각, 자외선 차단제 선택법 등 화학자의 견해를 바탕으로 소소한 생활의 팁을 주는 부분은 나름 유용해 보였다. 천연물 인공물 따지지 않고 적재적소정량이면 될 것들이 그렇지 못해서 문제가 생긴다고 말하는 부분은 최낙언 선생의 식품 안전에 대한 견해랑 일치해서 왠지 친숙했다. ㅋㅋㅋ

근거 없는 불안에 사로잡히지 않고 그러면서도 안전하게 화학물질 속에 살아가려면 과학 공부 열심히 해야겠다. 뇌과학이나 호르몬 책 보면 나 자체가 화학 물질로 돌아가는 기계 같다. 신체 활동 뿐 아니라 건강과 감정과 여러 선택과 학습과 인지와 기억조차 그렇다. 이 책에서도 생명체의 생명 유지 활동 또한 화학과 떨어져서 생각할 수 없다고 한다. 세상을 이해하고 나를 이해하는데 왜 이렇게 많은 것들을 알아야 하는지 ㅋㅋㅋ 다 제대로 알지 못하고 죽겠지. 그래도 자꾸 궁금하니까, 읽고 검색하고 끄덕끄덕 갸웃갸웃한다.

아! 산과 염기에 대한 부분 읽는데 적양배추즙 말고도 블루베리도 시약 쓴대서 아까 꼬맹이들 냉동 블루베리 씻어주면서 나온 보라색 과즙물 그릇 두 개에 따라 남겨 놨다. 한 쪽에 식초를 넣으니 빨갛게!!! 화장실가서 비누칠한 손을 다른 쪽에 넣으니 파랗게!!! 변했어!!! 얘들아 이게 산과 염기다!!! 신기하지 않냐!!!! 하는데 큰꼬맹이는 아 그래, 정말이네, 하고는 무덤덤하게 블루베리를 주워먹기 바빴다… 작은꼬맹이는 블루베리 다 먹고 나서야 식초 어디갔어? 하고 식초병을 찾았다. (늦었어…) 나는 너희를 이과생으로 키우고 싶은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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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gene 2021-07-29 17:07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전 이관데도 위의 내용들 진짜 많이 까먹었네요..전 생물이랑 화학이 좋고 지구과학이랑 물리가 싫었어요..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7-29 17:12   좋아요 4 | URL
저는 물리와 지구과학을 싫어하지는 않는데 못해서 문제요 ㅋㅋㅋ수학이나 논리적 사고가 잘 안 되요 ㅋㅋ 화학도 주기율표는 좋아하는데 분자구조식이나 화학식 보면 영혼 날아감 ㅋㅋㅋㅋ

scott 2021-07-29 17:1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리뷰로 보니 예전에 기억들이 떠올라서 신기! 방기! ㅎㅎ
생활 환경 건강을 생각해서 이런 기초 지식 과학 을 가까이 해야 겠네요!(읽고 검색하고 끄덕끄덕! 공감)
유기농이 몸에 반드시 유익한 것만은 아니라는것!


전 생물학을 넘 ㅎ 사랑해서 의대 갈뻔 ㅎㅎㅎ
하지만 물리학은 파고 들어도 학점에 발목이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7-29 17:31   좋아요 3 | URL
으아니 scott님 의대 진학 노릴만큼 인재였던 겁니까 ㅋㅋㅋ 저도 유기농을 일부러 챙겨먹진 않아요 ㅋㅋㅋ 생물학 저도 좋아했던 것 같은데 생물은 저를 아주 좋아하지 않았던 것도 같습니다 ㅋㅋㅋ가끔 화학 열심히 해서 약대를 가 봐?하는 허황된 꿈도 꾸다 접다 합니다 ㅋㅋㅋ

얄라알라 2021-07-29 18:01   좋아요 2 | URL
와, 저는 scott님께서 어려서부터 예술(?) 쪽 두각을 나타내셔서 철학과, 미학과(?) 쪽 이라고 상상하며 글 읽어왔는데 띠용!!! 갑자기 ˝의대 갈뻔!!˝ 레오나르도 다빈치 스타일이신가봐요!

2021-07-29 18: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7-29 18: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새파랑 2021-07-29 18:11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을 찾아서 읽으시는게 정말 대단하네요 👍👍 전 머리쓰는건 이제 그만하고 싶어서 🙄

반유행열반인 2021-07-29 18:24   좋아요 4 | URL
저 갑자기 꽂혀서 고1 수학 교과서 구해서 다항식 풀기 시작했잖아요 ㅋㅋㅋ막 다 틀리고 ㅋㅋㅋㅋ

지유 2021-07-29 21: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제가 읽어야할 책 같아요. ㅎㅎ
전 아예 수학 과학 책은 보지도 않아서 중학교 때 과학 지식이 제 교양입니다. ㅋㅋ
고등학교 때 물리는 조금 신기해하면서 좋아했던 기억은 있어요. 암튼 문이과 구분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갑자기 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7-29 22:28   좋아요 2 | URL
잘하지 못해도 싫어하지 않을 만큼은 가르쳐주면 좋겠어요 ㅎㅎㅎ저는 과학책은 수학은 힘드니 그냥 시집 읽듯 겉핥기로 읽고 있어요 ㅎㅎㅎㅎ

파이버 2021-07-29 22:1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블루베리 엄청 신기하네요0_0! 저는 고등학교 이과 지식 대학 전공지식 모두 휘발되어서 지금 無과생 입니다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7-29 22:29   좋아요 3 | URL
무과생 뭔가 되게 초월적이라 좋네요 ㅋㅋㅋ블루베리 저도 설마 될까 했는데 식초 똑 떨구니 빨개져서 우와아아!! 하고 비누칠해서 담그면서 파란색 되니 우아아아아!!!!!하고 혼자 신나했어요 ㅋㅋㅋ초딩 때 리트머스 시험지 물드는 거 신기해 한 거 같이 ㅋㅋㅋ

붕붕툐툐 2021-07-29 23: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문돌이 위한 거 맞죠? 저 식도 어려워보이는 건 제가 문돌이어서가 아니라 그냥 바보인 건가?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7-29 23:12   좋아요 0 | URL
음 저건 저자 선생님의 실수입니다. 그냥 수식 다 빼버려도 되는데 ㅋㅋㅋ심지어 이는 엠씨스퀘어도 여러 번 나와요 ㅋㅋㅋ제일 때려주고 싶은 건 핵분열 식 써 놓은 거 무슨 상수가 9억 넘는다 어쩌고 하는 부분 ㅋㅋㅋ문돌이한테 좀 더 친화적이 되어줍시다 엣헴(하면서 바보바보 티냄 ㅋㅋㅋ)

초딩 2021-07-30 0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말씀하신대로 뭔가 살짝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아이들에게 좀 아는척하며 뭔가를 시키기 좋을 것 같아요 ㅎㅎ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7-30 07:28   좋아요 1 | URL
네 중학생까지는 조금 더 쉬운 책이 필요하겠고 화학 배우는 고등학생한테는 실생활이랑 연관이 잘 되서 화학 왜 배워요!! 할 때 옛다 하면 괜찮을 것 같아요!

han22598 2021-07-30 00: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과학 이미 잘하시는 것 같은데요 ^^ 과학을 조금 다른 방법으로 접근한 책이 있어요. ㅎㅎ 정인경 샘의 ˝통합하고 통찰하는 통통한 과학책˝인데요. 혹시 몰라 남겨봅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7-30 07:26   좋아요 0 | URL
추천 감사합니다!!! 통합에 통찰까지 뭔가 통할 것 같은 느낌의 책이네요!!!
 
시적 상상력으로 주역을 읽다
심의용 지음 / 글항아리 / 2016년 11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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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727 심의용.

작년 봄에 알라딘에서 ‘먹고 기도하고 먹어라’라는 책 댓글 이벤트에 참여했다가 1등을 했다. 카레 한 박스(역시 상품임)나 탈까 했는데 글항아리 출판사의 책 30만원 어치를 고르면 보내준다고 해서 신이 났다.
이 출판사에서 가장 잘 팔리고 유명한 책은 토마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이지만 이건 빌리기 쉽잖아? 전자도서관을 뒤져서 일단 빌릴 수 있는 책들을 싹 걸러냈다. ㅋㅋㅋ어우 19권이나 있네 하고…
그러고나서 왠지 내 돈 주고 사 보기에는 비싸고 두껍지만 서가에 꽂아두면 든든할 것 같은 책들을 (높은가격순으로 정렬해서…)골랐다. 네 권은 친구에게 선물하려고 고르라고 했더니 나는 생전 안 볼 것 같은 철학책 미술사 이런 거…

그렇게 책무더기가 도착했고, 어서어서 읽고 리뷰를 써서 출판사에 보은하자, 했지만 일 년 사 개월 동안 한 권도 보지 않았다. ㅋㅋㅋㅋ

상품으로 고를까 말까 망설이다 결국 사지 않았던 같은 출판사의 ‘주역’ 완역본을 역시나 보은하는 마음으로 알라딘 당선작 처음 되고 받은 적립금으로 전자책을 사 버렸다. 동양 철학에 크게 관심 있는 건 아닌데 너무 아는 게 없어서…그냥 왠지 사고 싶었다. 그렇지만 읽을 엄두를 못 내고 있다.

그런데 올해 봄에 경애하는 이웃 분이 글항아리 리뷰대회에서 일등을 했고, 나는 그 훌륭한 리뷰가 일등을 하면 열심히 글항아리 책을 읽고 리뷰를 써서 보답하리라 마음 먹고 마음만 먹지 댓글에 공언까지 했는데 진짜 일등을 해버려서 마음이 조급해졌다…

30만원어치 벽돌책들 고르면서 잔액 최소한으로 남긴다고 가장 조그맣고 얇은 책 한 권 ‘시적 상상력으로 주역을 읽다’를 골랐는데, 그래, 이 책을 시작으로 얇은 것부터 읽어 나가기로 했다. 했는데…

책의 저자는 내가 전자책으로 산 주역의 역자였다. 동양 고전 연구에 조예가 깊은 분 같고, 한시와 동양화의 아름다움도 글로 잘 잡아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책 초반 ‘강설’이란 시를 다루며 강태공이 미끼 없이 낚시하는 이야기를 소개했는데, 저자가 포르노 본 경험이 툭 튀어 나왔다. 뭘 말하고 싶은 건지도 두루뭉술하고, 여기서 저런 경험과 느낌을 제시하는 게 공감도 이해도 전혀 가지 않아서 비유로도 뭘로도 실패한 거 같고, 지어낸 듯한(연출한) 포르노가 아니라 몰입 어쩌구 하는 부분에서는 이 분 불법촬영물이라도 본 건가, 그딴 애호를 자랑이라고 출판물에 쓰는 건가, 이 책 심지어 2016년에 나온 건데 대체 나는 뭘 보고 있는 건가, 마저 읽는 일에 회의가 들어 한 동안 처박아 두고 있었다.

그러다가 오늘 꺼내서 다 읽었다. 고등학교 때 한문 교과 배울 때 ‘송인’ 같은 한시는 나름 좋아했는데 이미 한자어는 다 잊어버렸고, 중국 문화나 고사에 대한 지식도 많이 부족해서 적당히 주워들은 인물(이백, 두보, 항우, 백이, 공자, 주희 등등)이 나오면 아 들어본 사람이네…하는 정도로 읽었다.
한시와 그림과 저자가 읽었던 다양한 양서와 관련된 중국 인물과 주역의 괘와 삶의 태도를 연관짓는 건 그럭저럭 읽을 만한 부분도 있었다. 그런데 신하가 임금을 섬기는 상황을 단장하고 시집가는 일로 비유하는 등 공감도 안 가고 고루한 표현이 종종 등장해서 아쉬움이 컸다.

고대 역사와 예술과 미학을 다룰 때에야 그 시대의 상황을 반영하면서 지금과 맞지 않는 폐습 같은 걸 보여줄 수는 있겠지만 그걸 저자 나름대로 해석하고 새로운 의미를 만드는 과정에서 지금 시대에 맞지 않는, 굳이 그래야 할 만큼 적절하거나 아름답지도 않은 표현들을 가져오는 건 철학, 고전, 예술을 파고드는 사람으로서 되돌아보고 고쳐나가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었다. 뭐 나도 여전히 빻고 빻은 표현들 많이 쓰고 있을텐데 그래서 이참에 ’내 안의 차별주의자’를 읽어보기로 했습니다…
보은한다고 해 놓고는 시작부터 까는 리뷰라서 죄송합니다…주역에 관한 교양서로 시작하면 조금 쉬울까 했는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주역을 읽을 엄두가 더더더 나지를 않네요… 종이책이면 팔기라도 하지 왜 전자책을 사가지고…

+밑줄 긋기
-장자는 혜시가 ’사람에게 어떻게 감정이 없을 수 있겠느냐’고 묻자 ‘무정’을 이렇게 설명한다. “좋음과 싫음 때문에 안으로 몸을 상하게 하지 않고서, 항상 자연스러움에 따라 살아가되 생명을 유익하게 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87)

-더닝 크루거 효과라는 것이 있다. 인지 편향 가운데 하나다. 능력이 없는 사람이 잘못된 결정을 내려 잘못된 결론에 이르지만, 능력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리지 못하는 현상을 가리킨다.
그래서 능력 없는 사람은 자신의 실력을 과대평가하면서 근거 없는 우월감을 갖는다. 자신의 실력이 어떠한지를 판단할 폭넓은 지식이 없기 때문이다. 우월감의 정체는 무지에 있다. 무지에 근거한 자신감은 타인을 지배하려는 폭력이 되기도 한다. 사실 억지인데 억지인지조차 모르는 모자란 무지다.
반면 능력 있는 사람은 자신의 실력을 과소평가하면서 근거 있는 열등감을 갖는다. 자신의 실력을 더 뛰어난 사람들의 실력과 비교하여 판단하기 때문이다. 열등감의 정체는 대가들의 위대한 실력에 대한 폭넓은 지식에 있다. 지식에 근거한 열등감 때문에 타인 앞에서 자신감을 상실하기도 한다. 사실 착각인데 착각인지조차 모르는 과도한 지식이다…
경험과 지식이 없는 사람은 자신감에 넘친다. 그러나 경험이 쌓이고 뭔가를 알아가면서 자신감은 떨어지기 시작한다. 자신감의 강도는 경험과 지식의 농도와 반비례한다. 경험과 지식의 농도가 깊어지면 질수록 자신감의 강도는 약해진다.
아파할 일이 아닌지도 모른다. 결국에 가서는 자신감이 낮은 사람이 대가가 되는 것은 아닐까? 완벽함보다는 완벽을 향해 매 순간 포기하지 않는 태도는 자신의 실력이 부족하다는 자신감의 결여에서 나온다.
아파할 사람은 자신감이 부족한 이가 아니라 자신감의 부족을 대가의 경지로 전환시키지 못하는 이다. 인간인 이상 완벽은 없다. 부족함을 메우려는 성실함이 더 매력적인 이유다. 결핍을 메우려는 노력은 그래서 겸손하다. 이 우주는 겸손함을 좋아한다. 오만하거나 비굴한 겸손 말고. (112-113)

-당연한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당연하다고 믿고 있으며 그 믿음조차 의식되지 않은 일에 대해서는 말할 필요가 없다. 말할 필요조차 느끼지 못한다. 행복한 사람은 행복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결핍된 것이 의식되고 그래서 말하게 된다.
그렇다면 산림에 숨어 사는 즐거움을 타인에게 말하려는 것은 그 즐거움의 결핍이 의식되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말을 통해 타인으로부터 확인받고자 하는 은밀한 두려움이다. 그러므로 참된 정취를 모르는 사람이다…
반대의 논리도 가능하다. 산림의 즐거움을 말하지 않는 이는 그 즐거움을 모르는 사람일 수도 있다. 말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모르기 때문에 말하지 못하는 것이다. (137-138)

-종일토록 봄 찾아 헤맸으나 봄은 보지 못했네
짚신 해지도록 산봉우리 구름까지 뒤졌건만
집에 돌아와 미소 지으며 매화 향을 맡으니
봄은 이미 가지 끝에 잔뜩 담겨 있었네
(162, 작자미상, ‘오도시’, 나대경의 “학림옥로”중)


저 책탑은 언제 다 읽을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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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7-27 22:4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1등.🖐 찜

반유행열반인 2021-07-27 22:44   좋아요 3 | URL
여기서도 등수 놀이 하실 거에요? ㅋㅋㅋ

scott 2021-07-27 23:03   좋아요 3 | URL
아!!
밑줄 쫘악 ~~~
[“좋음과 싫음 때문에 안으로 몸을 상하게 하지 않고서, 항상 자연스러움에 따라 살아가되 생명을 유익하게 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는다.”]
이래서 고전은 몇번을 읽어도 삶의 지혜를 배우는 것 같습니다 !! ㅎㅎ

돌베게!! 고급진 책들만 나오는 돌베게 30권!(사진 속 책들 중 전✌️ ̆̈ 읽음)
카레 한박스에 흔들리지 않으신 열반인님!!!

먹는건 사라지지만
읽는 건

다음세대 까지(귀요미들 ๑◕‿◕๑ )
물려 줄 수 있음요

반유행열반인 2021-07-28 06:39   좋아요 1 | URL
와?!! 무려 두 권을 ㅋㅋ맞춰보려다가 참았어요 ㅋㅋㅋㅋㅋ돌베개 아니고 글항아리요 ㅋㅋㅋ돌베개도 좋죠. 쟤들은
책베개(?) 수준이네요 ㅋㅋㅋ

붕붕툐툐 2021-07-27 22:4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와~ 30만원 책 선물이라니~ 1등 선물로 너무 좋으네요!!
저도 주역 이런거는 항상 읽어야지 맘 속에 담은 책인데, 읽기 힘든 책일 수록 종이책으로 사라는 교훈 얻고 갑니다~ㅋ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7-27 22:50   좋아요 4 | URL
두껍고 비싼 책일수록 중고로 들어놓으면 기쁨 두배 가격 절반 전자책은 괜시리 급한 마음에 사두고 자리 차지 안 하는 것만 장점일 뿐 그냥 전자폐지로 기기에 차곡차곡 쌓여만 가네요 ㅋㅋㅋㅋ(읽어 사지말고 읽으라규 좀 ㅋㅋ)

새파랑 2021-07-27 23:1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보은하신다면서 까시는 저 패기란!! 30 만윈 이벤트 1등 당첨이라니 능력자시네요. 전 알라딘 퀴즈 이벤트로 1쳔원 적립금 타는게 다인데 ㅋ 책사진이 너무 아름답지만 어려울거 같아서 쉽게 손이 안갈거 같아요 🙄

반유행열반인 2021-07-28 06:41   좋아요 2 | URL
그래도 책등만 봐도 배부른 책들이요(읽으라고 ㅋㅋㅋ) 까기란 쉽고 칭찬은 너무나 어려운 고차원의 일이네요 ㅠㅠ

syo 2021-07-28 00: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야말로 경애의 마음이로군요! 😌

반유행열반인 2021-07-28 06:41   좋아요 1 | URL
경애의 마음
언제 다 읽으실 거에요 ㅎㅎㅎㅎ

Yeagene 2021-07-28 12: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30만원 책 선물이라니 출판사가 통 크게 쐈네요 ㅎㅎ 근데 열반인님 1등 하신 댓글은 뭐였나요?

반유행열반인 2021-07-28 12:40   좋아요 1 | URL
‘먹고 기도하고 먹어라’라는 인도 여행기 책 편집 요약 이야기 뒤를 짧게 상상해서 이어쓰는 거였어요 ㅋㅋ되게 유치했는데 그게 이벤트 주최자 취향이셨나 뽑아주셔서 어리둥절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7-28 12:40   좋아요 1 | URL
이벤트 후 예의상 그 책도 상으로 달라해서 리뷰를 쓰려했건만…아직도 못 읽어서 조만간 읽고 올려봐야죠 ㅋㅋㅋㅋ너무 늦었다 ㅠㅠ ㅋㅋㅋㅋ

초딩 2021-07-30 00:2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 책을 찍고 돌려서 보니 또 새롭네요!

반유행열반인 2021-07-30 07:29   좋아요 1 | URL
누워 있는 걸 돌린 걸 눈치채셨군요 ㅋㅋ예리하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