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화학 - 엉뚱하지만 쓸모 많은 생활 밀착형 화학의 세계
조지 자이던 지음, 김민경 옮김 / 시공사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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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9 조지 자이던.

원제 Ingredients가 어째서 ‘오늘의 화학’으로 탈바꿈했는지는 모르겠다. 전에 읽은 ‘우리 집에 화학자가 산다’ 저자 선생님이 번역을 하셨고 화학 얘기도 많이 나오긴 하지만 말이다… 저자는 미국화학학회의 책임 프로듀서를 맡은 요즘 말로 과학인플루언서다.

책의 2/3까지는 제법 흥미롭게 넘어가다가 p값 나오고 통계, 연구방법론, 확률 계산 이런 거 나오기 시작하면 좀 급격하게 흥미가 떨어진다. 나는 양적연구하는 교수님 쪽으로 지도교수님을 옮겼다가 통계 수업 몇 개 듣고는 그냥 학위 같은 거 안 하기로 했었다… 그런 산수도(암기도) 안 되는 내가 언감생심 화학을 공부하고 싶어했다니… 그냥 과학대중서나 두루뭉술 적당히 읽고 재밌네, 재미없네, 하면 좋지 아니한가…

적당히 먹어, 안 죽어,의 한국 권위자는 최낙언 선생님 정도가 생각나는데, 역시 화학 열심히 공부하신 분… 분자식 열심히 포토샵해주시면 와 예쁘네, 이러고 그냥 재밌네 음식 얘기다 냠냠 하고 여러 권 취미로다가 읽었다. 이 책도 비슷했다. 그렇지만 단호하게 흡연은 나쁘긴 나쁘다고 해준다. 담배 회사도 화학 잘 하는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겠지… 세상을 이해하는 도구들은 이렇게 저렇게 다양하게 쓰일 수 있다.

그래서 거의 일년을 점심은 닭가슴과 과일 야채 견과류 친구들로 먹고 있는 나이지만,(아침도 귀리와 요거트와 시리얼과 과일 견과류 친구들을 먹지만) 가공식품의 절정이라 할 만한 단백질 음료(자연계에 지방 탄수 다 빼고 온리 단백질인 것들은 맛없고 또 거의 없겠지)도 달고 살고, 냉동식품-치킨, 피자, 베이커리들, 버거킹 와퍼, 라면, 캔에 든 닭가슴살, 참치, 번데기, 봉지에 든 파우치 파스타 소스, 굴라쉬, 가끔은 과자들, 다 먹는다. 배부를 정도로 많이 먹지 않을 뿐… 극단의 건강식과 소위 초가공식품들이 냉탕온탕하는데, 뭐, 건강합니다. 날씬합니다. 몸무게가 놀랄 정도로 안정적으로 유지되고 있습니다. 근육량은 근력, 저항 운동량이 좌우하지 음식이 좌우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냥 싫은 건 안 먹고(요즘은 주로 한식이나 생선) 당기는 건(이건 아무거나) 그때그때 먹고, 같이 먹는 사람과 맛있게 즐거우면 됐고, 뭐 그렇다. 그렇게 확증편향적인 책만 주워 읽는 나새끼다. 뭐가 좋다, 뭐가 안 좋다, 걱정 안 하고 살면 편해요… 먹고 싶은 거 먹되 양만 잘 조절해 보세요…

+밑줄 긋기
-결국 여러분은 사라질 것이다. 분해되는 여러분의 몸은 어떤 생물에겐 뷔페다.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마시라. 거의 모든 생물에게 해당되는 얘기다. (88)

-여러분의 피부 분자를 춤추게 하는 광자(앞의 뜨거운 물처럼)를 “적외선”이라고 부른다. 맞다. 태양의 열기, 열화상 카메라, 진짜 끝내주는 가스레인지 같은 단어들은 우리가 아주 특정한 양의 에너지를 가진 광자에 붙인 이름일 뿐이고, “따뜻함”이라는 단어는 이 광자들이 피부에 부딪힐 때의 느낌에 붙인 이름일 뿐이다. (167)

-하지만 그 후 25년에 걸쳐 “아, 진짜! 커피 마시지 말라고!”와 “뭐, 아마 별일 없을 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던 논쟁 끝에, 커피는 우리에게 완전히 새로운 충격을 안기기로 했다.
“연구자들:커피를 마시는 사람은 심장마비의 위험이 낮아진다”(209, 맛있고 기운나면 됐다…그만 해…)

-그러니 만약 다음에 “블루베리는 사망 위험 감소와 연관되어 있다”와 같은 헤드라인을 보게 되면, 합리적이고 인과적인 연관성으로 가는 길에 있는 모든 웅덩이를 기억하시라.

1번 웅덩이: 사기꾼
2번 웅덩이: 기본적인 계산 실수
3번 웅덩이: 우연(무작위 가능성)
4번 웅덩이: 절차상 오류
5번 웅덩이: p-해킹을 포함한 통계적 속임수
6번 웅덩이: 교란된 연관성
7번 웅덩이 : 연구 설계(관찰실험vs.무작위 통제 실험) (273, 안 빠지게 주의할 웅덩이가 너무 많다...과학자나 연구자 안 하길 잘 한 듯…)

-어떤 방법이 충분하지 않다면, 그게 여러분이 가진 전부일지라도 그 방법을 사용해서는 절대 안 된다. (302, 충분함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이 또 생기고…)

-CDC(질병통제및예방센터)와 FDA의 안전 경고에 주의를 기울여라. 그 외에 인터넷에서 음식과 건강, 특히 케일과 계란 같은 개별 음식에 대한 소식을 읽는다면 마치 새끼고양이처럼 취급하라. 같이 재미있게 놀되 그로 인해 삶이 바뀌지는 않도록 하라. (315-316, 이 말을 하려고 그렇게 길고 지난한 길을 함께 했다...흡연은 확실히 해롭고, 먹는 건 너무 신경쓰지 마...정도일까)

-예를 들어 85세의 사망 위험은 10세 어린이의 912배다.(9만1200퍼센트 높음…) 1년 동안 미국인의 사망 위험이 10퍼센트에 도달한다고 생각되는 나이는 몇 살일까? 다시 말해, 여러분은 인생의 어느 단계에서 1년 이내에 죽을 위험이 처음으로 10분의 1이 된다고 생각하는가? (…) 아니다. 87세다. (321, 그러니까 죽음 위험의 확률 증가는 나이가 제일 강력하게 보장한다. 나이가 음식을 이긴다. 어르신들이 들으면 섭섭해하겠다.)

-<소소한 조언들>
너무 걱정하지 마라. 식품 및 건강에 관한 대부분의 뉴스는 안전 리콜이나 오염 통지 등이 아니라면 무시하라. (…). 담배를 피우지 마라.담배를 피운다면 끊어라. (…) 신체 활동을 활발히 하라. (…) 건강한 식단이라고 하면 어떤 하나의 큰 일처럼 들릴지 모르지만 실제로는 수백 가지 작은 것들로 이루어진 상당히 복잡한 혼란이다. 즉, 한 가지 식품의 기대 수명에 대한 기여도는 아마도 아주아주 작다는 의미다. (…) “가공식품을 피하라.” 그리고 말해두지만, 나는 근본적인 점에서 이에 반대하지 않는다. 하지만...가공식품을 독이라고 부르는 건 그만둘 수 없을까? 가공식품을 독이라고 부르는 것은 설사를 하게 만들거나 심장을 멈추게 하는 진짜 독에게 매우 무례한 행동이다. 설탕(심지어는 초가공식품)을 독이라고 부르기 시작하면 독이라는 단어가 싸구려가 된다. (334-338, 이 책의 두께나 이것저것 시시콜콜 가져다 붙이는 전개가 마음에 안 들면, 그런데 결론은 궁금하면 이 부분만 읽으면 간단하겠다.)

-“우리가 먹고 마시고 들이마시고 우리 자신에게 바르는 모든 것에 대한 진실을 밝히기는 보기보다 훨씬 어렵다.”
세상은 보통 유기화학 입문처럼 깨끗하고 단순한 반응이 깨끗하고 단순한 제품으로 이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마치 모든 아수라장이 펼쳐지는 고급 유기화학에 가깝다. (340, 여러분 이것은 화학에 관한 책입니다...그렇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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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투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4
알랭 로브그리예 지음, 박이문·박희원 옮김 / 민음사 / 200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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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5 알랭 로브그리예.

Nirvana-Where did you sleep last night
https://youtu.be/hEMm7gxBYSc

나는 84살은 아니고 84년생이니까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84권 정도는 봐야 할 것 같았다. 1957년에 우리 아빠가 태어나던 해에 나온 소설이니 작가 할아버지는 작고하셨겠다. 살아 있으면 100살 넘었음… 인터넷은 이런 걸 찾아보라고 있는 거지만 까딱하기도 귀찮다.

책을 먼저 읽은 친구들은 재미없다, 오래전 읽었는데 나름 감동받으며 읽었다, 그런 반응이었다. 서사가 없는 소설이구만 또… 30쪽쯤까지 읽는데 이거 이전의 라슬로 600쪽 넘는 ‘서왕모의 강림’ 읽기보다 조금 더 힘들었다. 못 알아들었을까 봐 다시 얘기할게, 이러고 같은 스트로크로 덧칠하듯 어느 순간들이 또 또 나온다. 지네가 몇 마리 죽었는지 세어 보고 싶었지만 이게 그 지네인지 다른 지네인지 파악할 길이 없다. 작가는 그림자랑 건물의 구조랑 벗겨진 페인트랑 블라인드랑 창까지 열고 닫아가며 열심히 세밀화를 그려놨는데, 내 뇌는 그걸 따라 그릴 생각을 못해서 그냥 굳이 그리지 말고 글자나 따라가자, 했다. 바나나 농장인데 바나나 한 개도 안 먹는 거 실화냐… 판매용이라 안 먹는 걸까…

뒷표지에 ‘이 세기의 가장 위대한 작품 중 하나이다.’하는 나보코프 선생의 말을 믿고 끝까지 읽었다. 확실히 나보코프 선생이 좋아할 것 같은 구성이긴 하다. 여러분 서사는 중요하지 않아요. 문체랑 구성이 다예요. 그건 선생님처럼 짓는 자의 마음이고 읽는 자는 또 달라요… 일단 관찰자가 A…나 프랑크와 도무지 소통하는 걸 안 그려놔서 답답해요. 집요하게 쳐다보고, 뒤져보고, 늦은 밤까지 기다리고, 되새기고, 돌아보고, 슬프게도 A…가 관찰자/서술자에게 다정한 말, 눈길 하나 안 줬다. 이 정도면 질투 정도가 아니라 절망해야 하는게 아닐지…

자기들끼리 읽은 소설로 꽁냥꽁냥 이야기하고, 나란히 앉아 술을 마시고, 마누라랑 남사친이 그러고 있는데 그 자리에 함께 어울리지 못하고 멀찍이 지켜보는 듯한 서술만 반복하는 이 사람은 아니 이거 사실 A…의 남편 같은 뭔가가 아니라 시중들던 보이가 구경한게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읽기 시작했는데, 페이지도 많지 않은데, 읽다 도망가면 그래도 사실 끝까지 읽어도 ‘마누라랑 남사친이 장보고 차 알아본다고 같이 차타고 새벽같이 시내 나가서 결국 그 날 안 들어오고 다음날 아침 돌아온 썰’ 외에는 특별한 서사가 없다. 거기에 귀뚜라미 소리나 원주민의 노래소리나 지네의 스스거리는 소리를 덧입히고, 해가 뜨고 기울고 지고 어둡고 그런 그림자의 변화를 그리고, 공간을 이동하는 사람을 추격하는 눈길을 그리고, 창이나 블라인드 너머로 다른 시선으로 주변과 사람을 들여다 보게 하고, 뭐 그렇게 140페이지 넘게 집요하게 쓴 것도 재주라면 재주다. 나는 못해요 못해…

책 뒷표지가 또 재미있는게 해설자랑 나보코프 선생 말고 두 마디가 다 저자가 한 말을 남의 추천사 넣을만한 자리에 적어놨다.

‘줄거리 혹은 사건이 없는 소설, 매초와 매분은 있되 그것의 총합인 하루는 없는 작품, 정념은 있되 그 감정의 주인은 없는 작품’
‘세계는 의미 있는 것도 부조리한 것도 아니다. 세계는 단지 있는 것이다. 바로 이것이 세계의 가장 주목할 만한 점이다.’

세계는 존재하므로 존재하는 거군요 선생님… 의미도 부조리도 내가 다 갖다 붙힌 거군요… 여하간에 선생님의 책을 읽고 질투의 감정보다는 몹시도 쓸쓸함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졸립군요… 밤에 잠 안 올 때 보면 딱이겠다… 나는 얼른 책에서 빠져나오려고 낼름 읽었습니다…. 여기는 아프리카가 아닌데 에이와 남사친은 아프리카 배경의 소설을 읽고, 여기가 식민지이긴 한데 어딘지는 안 나오는데 내맘대로 인도네시아 쯤으로 여기고, 사실 여기는 어디에도 없는 어디에나 흔한 플랜테이션 농장이었을 수도 있겠다. 바나나 먹고 싶다. 인스턴트 쌀국수도 먹고 싶었는데 참았다. 저녁이니까 두유 한 팩이랑 치즈 한 장만 먹고 이 닦음...기특한 나…

+밑줄 긋기(어째 하나도 안 옮겨 적었어서 느낌적 느낌이라도 나누려고 하나 뽑아옴)
-촘촘하게 주위를 둘러싸던 철창이 갑자기 끊겨나가면서 이 정육면체의 감옥은 스스로의 운명에 내맡겨진다. 이것은 자유로운 추락이다. 짐승들 또한 골짜기 깊은 곳에서 한마리씩 숨죽이게 되었을 것이다. 침묵이 너무나 공고해서 아주 약한 움직임마저도 불가능해진다. (갑자기 불끄고 램프 소리 마저 멎은 상태. 암흑. 정적.)
윤곽을 알 수 없는 이 밤을 닮은 비단결의 머리카락이 경련하는 손가락 사이로 흐른다. 머리카락은 길게 늘어지고 더욱 풍성해지며 촉수를 사방으로 뻗는다. 그러면서 복잡하게 꼬인 실타래처럼 점점 뒤엉킨다. 그러나 손가락은 그 얽힌 미로 속을 무심하게 쉽사리 빠져나간다.
머리카락은 마찬가지로 쉽게 풀리고 퍼져서 어깨에 느슨한 물결이 되어 굽이친다. 그 물결 속을 비단 브러시가 위에서 아래로, 위에서 아래로, 위에서 아래로 부드럽게 미끄러진다. 이 동작은 오직 숨소리에 의지해서만 감지할 수 있다. 숨소리는 완전한 어둠 속에서 규칙적인 리듬을 만들어내며 무언가를 측정할 수 있게 한다. 아직도 측정할 무언가가, 구별할 무언가가, 묘사할 무언가가 남아 있다면 말이다. 이 완전한 암흑 속에서 날이 밝아올 때까지. (115-116, 머리카락과 손가락으로, 다른 곳에서는 옆얼굴의 잔상과 착붙 드레스로 인상 남긴 A… 여기쯤 쓰다가 작가도 아 묘사할 만큼 다 했다...지친다...불꺼진 김에 자야지 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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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amoo 2025-11-26 09: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로브그리예의 질투...이거 읽고 진짜 질렸었습니다. 로브그리예의 문체에...근데 <되풀이>를 보고 이건 뭐지?! 라는 신선한 놀라움이...ㅎㅎ

반유행열반인 2025-11-26 20:30   좋아요 0 | URL
다른 작품은 읽을 엄두도 못 내겠어요 너무 재미없어서요 ㅎㅎㅎ

yamoo 2025-11-27 10:56   좋아요 1 | URL
이야~ 이렇게 재미없고 지루하고 꾸역꾸역 읽으셨는데...별4개나 주셨네요...ㅎㅎㅎ
진짜 저도 딱 그런 느낌....서사 없는 작품은 걍 덮어야 하는 게 맞는 거 같아요..ㅎㅎ 근데 로브그리예 <되풀이>보시면 완전 다른 느낌입니다. 완벽한 서사가 있어요!! 추리소설 기법을 도입해서 그런지 질투와는 완전 다릅니다. 혹시 기회되시면 읽어보세요. 근데, 뭐 다른 재밌는 작품 읽는 게 더 낫기 합니다...ㅎㅎ
 
날마다 천체 물리
닐 디그래스 타이슨 지음, 홍승수 옮김 / 사이언스북스 / 201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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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4 닐 디그래스 타이슨.

같은 저자의 ‘명왕성 연대기’와 ‘나의 대답은 오직 과학입니다’를 4년 전에 읽었다. 덕분에 내 수능 선택과목 중 하나는 지구과학이 되었다. ‘날마다 천체물리’에서는 고등 지구과학1에서 배우던 우주론을 조금 더 재미있게 풀어주었다. 함께 읽고 있던 ‘우리 몸을 만드는 원자의 역사’의 시작도, 우주의 시작부터 물질이 구성되는 이야기를 하다보니 이 책과 겹쳤다. 그래서 이걸 어느 책에서 본 내용이더라...하고 헷갈릴 때도 있었다. 그렇지만 같은 이야기를 다른 목소리로 반복해 듣는 게 나쁘지 않았다.

열심히 어려운 계산을 하고, 지루한 관측과 사진 분석을 하던 똑똑하고 성실한 과학자들이 나처럼 수학에 약하지만 세상에 관심 있는 평범한 사람에게 우주의 시작과, 우리가 우리로 되기까지의 이야기를 최대한 쉽게 전해주려고 쓴 책들이 생각보다 많다. 그런 책들을 제법 모아놨다. 3년 동안 입시 공부대신 과학대중서, 교양서들만 챙겨봤어도 가진 책들을 다 봤을 것 같다. 사실 모아 놓은게 너무 많아서 자신은 없구만…

천체물리, 하면 조금 무섭고(개어려울 것 같음) 천문학, 하면 뜬구름 잡고 달보고 별보며 우주에 홀린 사람들이 떠오르지만, 왜 우리가 우주를 알고 우주적 관점으로 세상을 보아야 할지 저자는 책 말미에서 열변을 토한다. 그부분은 조금 튀긴 한다. 굳이 지구에서의 여러 불행을 열거하지 않더라도, 우주에 대해 알아가려고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던 과학자들 이야기만으로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다. 게다가 여태까지 알려진 우주에 관한 이야기를 읽는 일이 생각보다 재미있다. 정말입니다. 제가 과학 대중서 좀 봤는데 봐도봐도 자꾸 또 찾아 보게 되거든요. 과학책 읽는 사회 선생은 조금 이상할지 모르지만 어려서는 사회가 좋았는데 이제는 과학이 더 좋아요… 겉핥기라도 좋아요... 어쩜 좋아요… 재미있는데 계속 이러고 살아야지 뭐...

+밑줄 긋기
-우리가 아무리 빨리 움직인다 해도 우리는 질주하는 빛을 추월할 수 없다. 왜냐고 묻는다면 “그러니까 그렇다.”라는 답밖에 당장은 내놓을 게 없다. 그 어떤 실험에서도 광속을 따라잡는 물체를 찾아볼 수 없었다. (40, 빛보다 빠르게, 같은 비유는 그러니까 너무 깝치는 것이다.)

-맞갖다: 마음이나 입맛에 꼭 맞다. 딱 알맞다. (번역자님이 알맞다 대신 이 말에 꽂히신 듯)

-그보다도 나는 인류 문화의 아이콘 중 하나가 주기율표라는 데 방점을 찍고 싶다. 각국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실험실과 입자 가속기 등의 시설에서 수행된 다양한 연구의 총체적 결정체가 주기율표이기 때문이다. 그런가 하면 주기율표는 또한, 현대 과학이 이룩한 위대한 국제 협력과 우주에 관한 이해의 최전선을 우리에게 증언한다.(122, 나도 한 장에 세상 물질을 다 담은 주기율표 좋아해요.)

-양극 방향으로 살짝 눌려진 구를 편구, 약간 잡아 늘인 구를 장구라 부른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접하는 햄버거와 핫도그가 각각 편구와 장구의 극단적인 예이다. 독자는 어떤 느낌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햄버거를 한입한입 물어 목으로 넘길 때마다 토성의 모양을 떠올리곤 한다.(148-149, 햄버거 먹으면 이제 편구, 토성, 해야겠군)

-거대 기체 행성인 목성은 자신의 막강한 중력으로 외행성계에서 내행성계로 날아 들어오는 수많은 혜성들을 밀어내서 내행성계를 안전하게 보호하는 방패 구실을 한다. 목성이 없었다면 내행성계는 엉망으로 파괴됐을 것이다. 특히 지구는 덩치 큰 형님이신 목성 덕에 수억 년 동안 평화와 고요를 유지할 수 있었다. 목성이란 중력 방패가 없었다면 행성 지구는 복잡한 구조의 생명체가 보다 더 복잡한 구조로 진화하기엔 지극히 어려운 환경에 처했을 것이다.(187, 어쩐지 목성이 사랑스러웠어. 지켜줘서 감사합니다 형님)

-거개:1. [명사] 거의 대부분. 2. [부사] 대체로 모두.

-우주에 들어 있는 별들의 개수가 지구 상 바닷가 모래밭의 모래알 수보다 많다. 지구가 탄생한 이래 여태껏 흐른 시간을 초 단위로 잰 값보다 별들의 개수가 더 많다. 지구에 태어나 살았던 인간이 내뱉은 모든 단어와 소리의 분절 수보다 별들의 수가 더 많다. (218, 얼마나 많은지 비교해주니 너무 큰 수는 여전히 이해 밖이지만 대강 겁나 많다는 건 알겠다…무한은 아니겠지만 하여간에 대따 많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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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로 보는 3분 철학 1 : 서양 고대 철학편 만화로 보는 3분 철학 1
김재훈.서정욱 지음 / 카시오페아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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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0 김재훈, 서정욱.


한 철학자 이야기마다 3분, 쉽고 간단하게 철학에 대해 알려주고 싶다는 작가가 만화와 요약된 설명으로 철학자들의 사상을 찍먹하게 해주는 만화책이었다. 11명의 이야기를 하루에 다 봤으니 33분 철학인가...싶다가도 사실 그보다는 더 걸려서 읽었지만, 만화라서 후루룩 읽혀서 아 이렇게 읽어도 되는 것인가 했다.

고등학교 때 윤리 시간에 이런저런 사상과 철학자들 소개 훑으면서 잠시 철학과 같은 델 갈까...생각한 적이 잠깐 있다. 잠깐만 생각해서 다행이다. 대학가서 교양이며 전공에서 이런저런 철학과 사상에 대해 배워도, 내 머리로는 체계적으로 정리가 안 된다 싶었으니. 그냥 오 멋있는 생각하네, 말 잘 하네, 얜 말은 잘하는데 내 마음엔 안 드네, 그 정도였다.

어쩌다보니 최근에 읽는 철학 쪽은 고대, 중세, 근대, 현대철학보다 죄 과학철학, 과학윤리 이런 데 조금 더 가까웠던 것 같다. 그런데 읽긴 읽었냐. 아 성소수자 관련 책들 읽다보면 그들 주장과 존재론에 맞는 이런저런 철학, 사상가들이 소환되었던 것도 같다. 그놈의 안 다루는 게 없는 수능 국어 지문에서도 철학이니 논리학이니 이런 거 나오면 좀 힘들었던 것도 같고…

철학과 먼 삶을 살면서도 뻔뻔하게 사회계약론이니, 계몽사상이니 하는 걸 가르치기도 한다. 타인에 대한 배려와 관용, 공동체에 피해를 주지 않고 기여하는 삶, 그런 걸 계속 일깨워야 한다. 얕게 두루 이것저것 주워먹는 수험생활이긴 했지만, 또 많은 것을 잊었다. 그렇다고 막 빡세게 사상가들의 원저를 주워 읽을 엄두가 나지 않으니까, 뭘 읽어야 할지 모를 땐 저런 귀여운 만화책이나 어린이용 책이라도 주섬주섬 둘러봐야겠다. 굶는 것보다는 암죽이라도 맛보는 게 죽지 않는 방법이겠지…

누구 이야기가 가장 잘 들렸나 돌아보니까… 물질 세계가 근본이라고 주장하는 과학자들 책들을 자꾸 봐서 그런가 영혼도 물질이라고 주장하는 아저씨가 기억에 남았는데 우습게도 그게 누가 주장한 건지 도무지 기억이 나지 않는 것이다. 책의 처음부터 뒤까지 막 훑어도 못 찾겠어...누구였어 너… 검색해가지고 데모크리토스인 걸 겨우 찾았네… 그나마 한 챕터도 차지 못하고 잠시 나왔나 본데 그럼 다음 볼 책은 ‘우리 몸을 만드는 원자의 역사’ 같은 책일까… 영혼을 만든다고 지르고 있진 않구나… 원제 What‘s gotten into you가 어째서 원자의 역사가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철학을 잘 못해서 문돌이도 못되고 수학 과학을 못해서 이과돌이도 못된 나는 그냥 못된 어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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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크냄새 2025-11-20 21:5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철학은 만화여도 어렵다!!!

반유행열반인 2025-11-20 21:53   좋아요 0 | URL
대체 어렵지 않은 것이 없다!!!
 
올리브 키터리지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지음, 권상미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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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18 엘리자베스 스트라우트.

2019년에 ‘무엇이든 가능하다’를 먼저 읽고 그때도 전원일기 같다고 생각했다. 올리브 키터리지의 괄괄하면서도 시원한 츤데레 성격은 뭔가 일용엄마를 떠오르게 했다…
좋다는 사람이 꽤 많은 소설이라, 그러면 꼭 엇나가서 아주 나아아아중에 가장 마지막에 읽을 거야...하면서도 언제인지 모르게 이 책을 사 뒀다. 올리브라고 겉지 올리브색 뭐냐...하고 다 읽은 방금 껍질 까 보니까 속살 앞표지 뽀얘...섬세하게 레이스 무늬같은 것도 있어...츤츤데레 올리브 씨를 형상화한 것인가… 모르겠다. 다들 예쁜 구석 있는, 매력 넘치는 영웅이나, 고뇌에 빠진 햄릿 같은 사람은 아니다. 그냥 어디나 있는 평범하고 남 뒷담까고 술주정하고 만났다 헤어졌다 몰래 만났다 하는 사람들이다. 그걸 연작소설로 엮으니 제법 절창이었다. 재미있었다. 마을 하나를 인물 하나 구심점으로 해서 그려가는 것도 제법 스케일이 크구나 싶었다. 나는 인맥도 관계도 경험도 쥐톨만해서 그렇게 내 세상은, 상상은 넓게 멀리 뻗어가지 못했다. 그냥 실존 인물 이야기는 쓰기 싫고, 새로 캐릭터들을 만들어내기도 귀찮구만…
한 마을에서 오래 수학 선생 노릇하던 올리브, 아들과 사이 엉망이 된 올리브, 너그럽게 다 받아주던 남편이 쓰러지고 결국 죽어버려 혼자가 된 올리브, 그러다가 역시나 사별한 잭 할배랑 우연히 말 섞고 동무 내지 아마도 연인으로 발전할 올리브. 할머니 할아버지도 관심과 사랑이 필요해!! 이 불효자식놈들아!!! 내내 그런 외침을 듣는 것도 같았다. 올리브가 던킨 도너츠를 너무 자주 가고 도넛을 많이 먹고 살이 오르는 게 좀 걱정이었다. 그나마 산책은 열심히 하셔서 다행… 오래 안 앓고 빨리 죽으려면, 아니 건강하게 계속 살아남아 사랑하려면 운동도 열심히 하고 식단조절도 하고 하여간에 건강해야 해요. 건강하려고요. 최대한 오래 사랑 받고 싶네요. 그래서 내 곁의 사람들도 다들 운동도 좀 하고 아이스크림 같은 거 덜 먹고 건강했으면 좋겠다. 말을 안 들어서 슬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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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헨리는 사람들이 혼자 있는 걸 원치 않았다. (53)
-“당신, 날 떠나지 않을 거지, 그렇지?”
“아, 또 무슨 소리야, 헨리. 사람 참 지겹게 만드는 재주 있다니까.”(56, 올리브 말을 참 안 예쁘게 하는데 쿨내 진동. 개시크)

-때때로, 지금 같은 때, 올리브는 세상 모든 이가 자신이 필요로 하는 걸 얻기 위해 얼마나 분투하는지를 느낄 수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필요한 그것은 점점 더 무서워지는 삶의 바다에서 나는 안전하다는 느낌이었다. 사람들은 사랑이 그 일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고, 어쩌면 그 말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담배 피우는 앤을 바라보며 생각하건대, 그런 안정감을 갖는 데 아버지가 각기 다른 세 아이가 필요했다면 사랑으로는 불충분했던 게 아닐까? (378)

-매일 아침 강변에서 오락가락하는 사이, 다시 봄이 왔다. 어리석고 어리석은 봄이, 조그만 새순을 싹틔우면서, 그리고 해를 거듭할수록 정말 견딜 수 없는 것은 그런 봄이 오면 기쁘다는 점이었다. 물리적인 세상의 아름다움에 언젠가는 면역이 생기리라고는 생각지 않았고, 사실이 그랬다. 떠오르는 태양에 강물이 너무 반짝여서 올리브는 선글라스를 써야 했다. (461, 이제 막 겨울 앞에 서니 봄이 왔다는 게 부럽다. 흥 나한테도 온다. 언제든 온다는 변함 없는 약속이 계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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