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직업실록 - 역사 속에 잊힌 조선시대 별난 직업들
정명섭 지음 / 북로드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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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4 정명섭

올해의 100번째 책. 나름 기념적 숫자니 어떤 책을 완독해야 의미 있고 폼이 날까 고민했으나 다른 책 제쳐놓고 결국 도서관 반납 임박한 이 책이 당첨ㅋㅋ
사라진 직업에 대한 책을 직전에 본 터라 약간 물리는 느낌이 들었다. 다음부터는 비슷한 주제나 같은 작가책은 연달아 보는 걸 피하는게 더 즐거울 듯...

나라의 녹을 받는, 스스로 벌어 먹고 사는, 무엇이든 해서 먹고 사는, 이렇게 3부 큰 주제 아래 조선 시대의 다양한 직업을 소개한다. 
직업명만 열거해도 참 길다.
 멸화군, 체탐인, 한증승과 매골승, 다모, 시파치, 오작인, 숙수, 기인, 외지부, 여리꾼, 전기수, 책쾌, 장빙업자, 재담꾼, 곡비, 매품팔이, 내외술집, 조방꾼, 거벽, 사수, 선접꾼, 추노객, 무뢰배

각 장마다 그 직업에 대한 에피소드로 시작한다. 그런데 이 에피소드 부분, 사극 영화나 드라마 마냥 생생하다. 묘사나 대화체 등 표현력이 예사롭지 않아 음 저자가 역사학자 아니고 소설가인가? 하며 갑자기 궁금해서 찾아봤다. 과연 소설가였고 이 책에 소개된 다양한 직업 소재로 역사 소설도 두루 쓰고 추리소설에 청소년소설, 이 책과 같은 역사 교양서 등등...무수히 많은 저서가 있는 숨은 실력가였다. 세상엔 참...글로 먹고 사는 다양한 숨은 고수들이 있군 싶었다.

에피소드에 이어지는 각 직업의 특성, 전해지는 이야기들을 주로 실록, 그 외 당대 사료들을 참고로 소개한다. 역사다 보니 많은 상상력이 발휘되어야 메워지는 당대 사람들의 삶의 모습, 직업에 대한 인식과 여러 이유 등등을 작가 나름대로 쓴 것인지 ‘아마도, 어쩌면, -로 보인다, -인듯 하다...’등등의 추측성 서술이 많았다. 

문제는 아예 날 것 그대로의 한자 원서들만 참조하진 않았을텐데, 분명 현대 저자들의 2차 저작물도 많이 참고했을텐데 아무리 교양서라고는 하지만, 각주 미주까지 달 건 없겠지만, 권말에 참고 문헌 같은 걸 하나도 표기해 두지 않았다. 

굳이 이런 말 하는 것은, 직전까지 읽었던 ‘사라진 직업의 역사’에 나온 전기수, 책쾌, 재담꾼 등등의 서술이 이 책과 너무 흡사해서이다. 참고한 책들이 서로 비슷할테니 그럴 수 있다 쳐도 아무래도 전의 책이 몇 년 더 먼저 나왔고, 그래도 그 책은 어떤 책 참고했는지 상세히 표기를 해 놓았는데 이 책의 해당 부분은 참고 수준을 넘어 거의 표절에 가까운 느낌이 들다 보니 다른 챕터도 다른 책들을 그런 식으로 가져온 것이 아닐까 괜한 우려도 되었다. 물론 두 책을 막 밑줄치며 일일이 대조한 것 아니고 심증이긴 하지만, 작가가 나름 편집 구성 각색에 공을 들이긴 했지만 그래도 좀 그랬다. 작가니까 저작권 존중의 중요성을 잘 알텐데 출처 표기 안 한 점은 아무래도 아쉬웠다. 

각 장 마지막에는 사진과 함께 해당 직업의 (거의 다 사라져 미미하지만 그나마 남은)흔적을 만날 수 있는 장소를 소개하는 점도 이색적이었다. 관심 없이 지났던 표지석들, 유적지들, 각 직업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나니 아, 그곳의 그 돌덩이가 그런 의미가 있었구나 하고 새삼 관심이 생겼다. 다음에 또 그런 곳들을 지나게 되면 그냥 지나치지 않고 한 번 더 살필 수 있을 것 같다.  

구미호는 100명 채우면 사람 되고 막 그러던데 나는 100권을 채워도 별로 달라진게 없는 것 같아 뭔가 서글펐다. ‘책 먹는 여우’책에서 여우가 책을 먹다 먹다 종이똥만 싼...게 아니라 작가가 되고, ‘책 먹는 여우와 이야기 도둑’(아 이런 아동 도서까지 치면 진즉 100권 넘었는데 어쩌다보니 서평 안 쓴 건 그냥 제외 했다...뭐 100권 중에 만화책도 제법 있으니 그냥 쌤쌤...) 에서는 여우처럼 작가가 되겠다고 열폭하던 쥐돌이가 결국 사서가 되어 독자로 만족하는 걸 보니...

흠 뭐 책과 관련된 직업을 가져도 좋겠다 부럽다- 싶다가도 책의 멸종시대에 아마 그것조차 (슬프게도)조선시대 직업 마냥 조만간 사라질까 싶어 그냥 당장은 즐기는데 만족하기로 했다. 읽고 쓰는 것도 취미로나 즐거운 거라고, 밥벌이가 되면 뭐든 괴롭고 고달픈거라고, 같이 사는 이가 조용히 타일렀던 걸 생각하면 그 말이 맞는 것도 같다. 
계속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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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8-12-24 17: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옛날 옛날 21세기 초엽에는, 작가라는 직업이 있었대. 무려 책을 써서 먹고 살았다지?
세상에, 그게 돼?? 정말 미개했다 우리 인류......
옛날엔 뭔들 없었겠어. 노예라는 것도 있었다는데 작가라는 것도 있을 법 하지.

이런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불안한 느낌.....

무엇보다 마지막 줄 네 글자가 뼈때리네요.

반유행열반인 2018-12-24 17:16   좋아요 0 | URL
작가들은 역시나 앞서가서 그런 것도 소설로 썼더라구요...구병모의 ‘오토포이에시스’...인공지능 ‘자가창작’기계?ㅋㅋ자동 소설 기계...오르골 같은 건가....
사실 제 경우엔 마지막 줄 앞에는 (허튼 소리+생각 말고)(닥치고 걍)...등이 생략되어 있어유...
실시간 댓글 감사합니다. 이쯤 되면 ‘syo님은 인공지능 서평 리액션러(오토리플라이포이에스어쩌고...)나 알라딘에 고용된 댓글부대나 강남 건물주가 아닐까?’하는 허튼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언제 책을 그렇게나 보시면서 언제 댓글을 이렇게나 누추한데까지 달아주실까 하면서....써 놓고도 실례가 많습니다.

syo 2018-12-24 17:43   좋아요 1 | URL
ㅎㅎㅎㅎㅎㅎㅎ 그것에는 아주 간단명쾌한 대답이 마련되어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제가 시간만 있고 돈은 없어서 책을 빌려 읽기에 매우 적합한 인종, 백수라는 종족이기 때문에 가능한 일인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자를 빨리 읽어낼 수 있는 편이 못 되어서, 읽을 것과 읽어야 하는 것 위주로 골라서 읽는 중입니다. 책도 그렇고 다른 분들의 서평도 그렇구요. 바로 그런 이유로 저는 열반인님의 서평을 ‘고른‘ 것입니다......

반유행열반인 2018-12-24 18:21   좋아요 1 | URL
저는 클리셰인 허접한 대답을 혼자 상상하고 있었는데, 누군가 댓글을 달았고 나는 거기에 또 댓글을 달고...그러다 바닥에 떨어뜨린 책장이 바람에 차르르르르르 넘겨지는데 그게 끝내 멈추질 않고...일어나보면 어, 댓글들을 누가 다 지웠지...아 ㅅㅂ꿈...내 눈물도 멈추지 않고...
 
사라진 직업의 역사 자음과모음 하이브리드 총서 8
이승원 지음 / 자음과모음(이룸) / 201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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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1 이승원
 택시 기사와 카카오 카풀의 이해 관계 대립이 한창이다. 고통스러운 불길에 몸을 사를 만큼 생계를 넘어 생존의 위협을 호소하는 택시 기사들은 새로운 기술과 그것이 가능하게 한 새로운 서비스가 자신들의 일자리를 대체하는 두려운 미래를 미루고 싶은 마음이 클 것이다. 

미래에 대한 책들을 읽거나 연수를 받으러 가면 4차 산업혁명, 인공 지능에 대해 이야기하며 지금 있는 많은 직업들이 사라질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예측을 반복하는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굳이 인공 지능까지 언급 안 하더라도 사회 변화와 함께 무수히 많은 직업이 사라지고 생겨났다. (당장 몇 년 전만 해도 유튜버란 직업은 이름 조차 없었으니. 한 때 애들이 선망하던 프로게이머란 직업은 또 금세 시들해 졌으니.)

사람 대하기 어려워하는 내게 인터넷은 거의 혁명이었다. 고등학생 때 처음 인터넷 숍에서 음반 시디를 주문했다. Suede의 ‘Coming up’과 Oasis의 ‘Morning Glory’였다. 그 다음엔 인터넷 서점에서 책을 샀다. 동네 서점보다 저렴했고 발품 팔 필요도 없이 집까지 책을 가져다 주니 그렇게나 좋았다. 그 땐 몰랐다. 내 소비 패턴의 변화가 결국 동네 음반점을 문 닫게 하고 서점들을 망하게 할 줄은.

가스검침을 위해 매월 문 앞 스티커에 계량기의 숫자를 적어야 한다. 어느 날 ‘스마트앱 설치하고 자가검침’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받았다. 매월 특정 기간에 알림이 뜨면 앱을 열고 계량기를 스마트폰 카메라로 찰칵-찍는다. 앱은 사진 속 숫자를 인식해 사용량을 입력하고 곧바로 예상 요금까지 알려준다. 편했다. 문 앞 스티커에 ‘앱 자가 검침 이용중’이라고 네임펜으로 적어 놓고 더 이상 기록하지 않는다.
검침원으로부터 문자가 왔다. 문자 메시지로 검침 숫자를 보내달라고 했다. 나는 ‘앱 자가검침 이용중입니다.’하고 답신을 보냈다. 얼마 뒤 답신이 왔다. 
‘정말 죄송합니다. 딸이 일괄로 보내다보니 실수를 하였습니다.’
순간 어딘가가 일그러지는 느낌이 들었다. 검침 숫자를 적어가는 것은 기계가 아닌 그것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이었다. 딸이 있고 실수도 하는 사람이었다. 나처럼 앱 자가 검침을 하는 사람들이 늘다보면, 언젠가는 직업을 잃고 생계를 걱정하는 사람도 늘어날 것이었다. 인터넷 마트에서 장을 보고, 인터넷 쇼핑몰에서 옷과 신발을 사고 키오스크에서 햄버거를 주문하고, 그러면서 마음 편하게 여기는 사이 내가 없앤 일자리의 수와 직업의 종류는 얼마나 될까. 돌고 돌아 그것이 내 차례가 되는 날은 또 언제일까. 
“죄송하다고 하지 마세요. 당신 일자리를 위협하는 사람한테 죄송할게 뭐 있어요. 그런데 전 사람을 직접 대하는게 무섭고 현관 밖을 나가는 것조차 무서워요. 이런 나라서 정말 죄송해요.”
보낼 수 없는 답신 메시지를 마음 속에서만 쓰고 있었다. 

우리는 어떤 ‘직업’이라는 추상적인 명칭으로 뭉뚱그려진 것이 생겨나고 사라지는 모습만 보았다. 그렇지만 이 책은 저자가 열심히 뒤진 사료-주로 구한말과 일제 식민지배 시절의 신문, 잡지-를 통해 그 시대 그 이름의 직업 아래 살던 사람들의 목소리를 우리에게 들려주고자 한다. 딱히 대접 받지도 벌이가 시원치도 않았던 직업이 그나마 사라져 가며 삶을 위협 받았을 사람들의 목소리.
한참을 먹고 살던 일을 그 일이 사라진다고 금세 작파하고 다른 직업인으로 거듭나기란 정말 쉽지 않다. 그런 적응 능력을 갖도록 우리는 길러지지도 않았다. 
교육에서 역량 이란 말을 강조하는 최근이다. 평생 학교에만 갇혀 한 우물만 파던 교사들이 변화에 적응하는 역량을 기르기란, 아니 그것에 관심을 가지기란 장님 코끼리 만지는 느낌이기도 하다. 아마 이런 무용함이 커지면 언젠가 교사도 사라질지도 모르겠다. 무엇을 하며 살아야 할까. 무엇을 하며 먹고 살아야 할까. 오랜 화두이면서도 현재의 최고 화두인 것도 같다. 정확히 하면 ‘무엇을 해야 먹고 살 수 있을까.’ 쉽지 않다. 

소개된 직업과 특이점, 사라진 이유 정리.
1. 소리의 네트워커, 전화교환수
-특이점: 어린 여성 대상 모집(친절을 이유로). 느리게 연결한다고 온갖 욕 먹고 성희롱에도 시달림. 오늘날 전화상담원과 비슷. 
-사라진 이유: 기술 발전으로 자동 전화 연결 가능해짐. 114안내원도 뭔가 비슷하게 등장했다 사라짐. 
2. 모던 엔터테이너, 변사
-특이점: 한 때는 슈퍼스타, 오늘 날 연예인 같은 존재. 무려 변사 시험도 있었음.(변사들이 상영 도중 일제에 대한 반발심을 일으키고 선동할 것을 우려해 거의 사상 검증 수준의 문제가 등장하기도..)
-사라진 이유: 기술 발전으로 유성 영화 등장. 변사들의 전문성 부족으로 외화를 엉뚱하게 해설해 불신을 삼. 신기하게도 영화는 아직 살아 있다. 
3. 문화계의 이슈 메이커, 기생
-특이점: 일,이,삼패로 나뉘어 기생도 급이 있었다. 모두가 성매매 특화는 아니었다. 그러다 천대 받기는 마찬가지. 기생 조합도 있었다. 국가가 기생을 관리하는 독특함(변사또가 기생점고 한 것도 사실 나름 행정 업무)에 서구인들의 오리엔탈리즘적 환상을 부추기기도. 
-사라진 이유: 신분제 철폐, 공창제 폐지. 기생에 대한 편견과 일반인의 곱지 않은 시선으로 예능인이나 전통 예술 전수자가 될 기회를 얻지 못함. 
4. 이야기의 메신저, 전기수
-특이점: 이승우의 ‘전기수 이야기’ 라는 소설 제목만 듣고 안 읽어 봤는데 이야기 책 읽어주는 사람이 직업으로 있었다는것이 신기함. 쿠바에는 아직도 lector라는 전기수가 있음. 공장 노동자들에게 소설 뿐 아니라 사회과학 개론서 읽어주며 의식화?깨인 노동자를 만드는 역할. 우리나라는 주로 엔터테이너 역할이었음. 
낭독과 공동 독서의 독특함과 함께한 직업. 묵독과 혼자 하는 독서가 생각보다 긴 역사가 아니란 것이 의외였다.
-사라진 이유: 책에서 밝힌 건 아니고 내생각에는-근대교육과 함께 문맹도 거의 사라짐. 라디오, 텔레비전 보급으로 직접 누군가 읽어주지 않아도 재미거리가 많아짐.
5. 트랜스 마더, 유모
-특이점: 근대 초기에 지면 상에서 지식인들이 의외로 친모에 의한 모유수유를 강조했다. (사실 제대로 만든 분유 보편화 전이라 대안은 유모, 곡식 미음 같은 것 밖에 없었으니.) 그런데 저자는 이를 건강한 국민을 길러내기 위해 모성을 강요하고 여성의 역할을 이에 한정짓는 점을 지적한다. 갑툭튀 페미니즘 프레임(수긍할 만한 지적이긴 하지만). 수유부로 인한 아동의 수직 감염은 많이 들어 봤지만 사례에선 기생인 매독 환자 엄마에게 감염된 매독 환자 아기가 유모에게 젖 먹는 중 매독을 옮겨 상해죄 성립 여부가 쟁점이 된 독특한 사례는 여기서 처음 듣는다. 
나름 친엄마 젖 먹을 형편이 안 되면 유모의 모유 수유도 괜찮은 대안 같은데 유모가 돈 벌기 위해 남의 아기 먹이느라 자기 아기 굶어 죽인 사연 같은 호러블도 있으니...젖이라도 팔지 않으면 안 되는 처지란...눈물 뚝뚝
-사라진 이유: 유모에 대한 지식인들의 비난(친모 젖이 짱이고 돈 받고 파는 젖은 나쁜 젖, 건강에도 심리적으로도 등등…)책에서는 말 안 하지만 사실 제일 큰 이유는-모유를 대체할 만한 양질의 분유 등장. 굳이 사람 안 구해도 돈만 있으면 엄마가 분유 타서 아이를 키울 수 있음. 소가 아기들을 구했네.
6. 바닥 민심의 바로미터, 인력거꾼
-특이점: 인력거는 도입 초기에는 의외로 고급진 (오늘날 외제차 같은)이동 수단이었음. 불쌍한 김첨지(와 그의 아내)…인력거꾼들이 인력거삯 인하로 물가를 낮추겠다는 정부 정책에 반대하며 처우 개선 위한 파업도 함.
-사라진 이유: 자동차 등장. 택시 등장...그 택시도 이제는 인력거와 비슷한 걱정 중입니다. 
100만원(당시 물가로 100억 넘는 돈)이 있으면 시내 자동차 다 사다 부숴버리고 싶다는 인력꾼의 넋두리.
7. 러시아워의 스피드 메이커, 여차장
-특이점: 뻐스껄. 양장을 한 어린 그녀들을 향한 에로 서비스 운운 하는, 허영심 운운하는, 남성 중심적 대상화 시각(여기서도 갑툭튀 페미니즘). 별로 좋지 않은 노동 조건, 소매치기 위험, 삥땅친다는 의심과 잠재적 범죄자 취급으로 몸수색 하며 또 성범죄 노출...화난다. 으으.
-사라진 이유: 책에는 언급 안 됨. 삥땅 문제도 있었을 것이고 여차장 이후엔 기사가 검표와 요금까지 책임지게 된 듯. 지금은 뭐 교통카드까지 도입된 마당이니...
8. 토털 헬스 케어? 물장수
-특이점: 물을 사고 파는게 의외로 봉이 김선달 마냥 허황된 것이 아니었음. 우물 등 물자리 사용권과 이를 사고 팔고 여기에 고용되어 물 지고 나르는 직업이 꽤 있었음. 수도회사가 광고하는 것이 공포 마케팅 이용하는게 (순량한 물 먹으라! 우물물 니 만병의 근원!!) 지금이나 비슷함. 위생에 대한 근대적 관점 도입과 급수의 문제. 
생각해 보니 나 어려서 20년 정도 살던 셋집이 상수도 안 들어오고 지하수를 펌프로 퍼 먹던 집이었다. 그 펌프 옆에는 옆 집이 쓰던 재래식 화장실이 바로 붙어 있었다. 그냥 그게 생각난다. 우물물 먹고 자랐네 나...
-사라진 이유: 근대식 상수도 보급.(강물 정수해서 보급하는 수도회사 등장)
9. 메디컬 트릭스터, 약장수
-특이점: 가짜 만병통치약 파는 약장수 부터 일반의약품에 가까운 매약 판매 장수까지. 오늘 날 떳다방과 연관. 그런데 근대 의료체계와 국가의 의약 관리에 대해 뭔가 부정적인 서술 느낌. 한의학을 무당과 동급으로 규제했다는 것에서도 문제 제기를 하는데 오히려 예시로 든 한의학 치료 중 급사한 사람들 이야기를 보면 엄격한 관리하게 된 것이 긍정적인 것 같음. 
제약 회사에서 허위 과장 광고 하고 약 권하는 사회가 된 점을 지적한 점은 좋음. (이제는 약으로는 못하고 건강기능식품으로 비슷한 명맥 유지중인….)
-사라진 이유: 국민 건강을 위협하는 엉터리 약, 과대 허위 과장 광고, 오남용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의 관리. 

세세하게 우리가 살지 않은 시대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전달하려 노력하고, 관련된 소설(예:더 리더와 전기수)이나 좋은 글들, 현대의 직업이나 사회의 모습과 연관짓는 점이 좋았다. 그런 연관들이 크게 갸우뚱하지 않고 나름 설득력있게 와 닿았다. 무엇보다도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앞 부분 보다는 뒷 부분이 더 잘 읽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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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
이기호 지음 / 문학동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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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8 이기호

이기호의 소설은 처음 본다. 완전 처음은 아니고 이 소설집에 실린 최미진은 어디로 만 조그마한 광고지 같이 엮은 샘플북을 알라딘에서 몇 백원인가 주고 봤었는데 결국 전체 소설을 다 읽게 되었다. 대체로 재미있게 보았는데 갸우뚱 하는 부분도 있었다. 내가 모자라 그런지 공감 능력이 없어 그런지 부끄러움을 잘 몰라 그런지 여튼 그랬다. 
소설 속에는 대학교수 대학강사 소설가 등등이 자꾸 등장하고 심지어 작가와 동명의 인물조차 나와서 음 이렇게 현실과 소설을 헤깔리게 한단 말이지...어디까지가 지어낸 것이고 어디까지가 직접 겪은 것일까 궁금하게 만들었다. 그런 것도 재미가 있었다.
모욕감 수치심 부끄러움 환대 친절 인간관계에서 미묘하게 인간을 건드리고 망설이고 의도와 다르게 전해지고 시작했던 마음과 다르게 스스로를 이상하게 만들고 결국 난 왜 겨우 요거냐 하게 만드는 부분들을 집요하게 연구하고 파고드는 느낌의 글들을 모아 놓은 것 같았다. 
아, 마지막 작가의 말도 뭔가 재미있었다. 그러면서도 이해가 안 되었다. 진실 앞에 눈물 뚝뚝 흘리며 불쌍한 연기한 자신이 그래서 부끄럽다는 건지. 470만원 합의금이 많다는 건지 적다는 건지.(대학교 선생이라 그랬음 천 단위 갔을 것을 싸게 치워서 이득 봤다는건지.)난 겨우 요거에요. 

최미진은 어디로-고대 교수 (아마도 친구일)박형서까지 등장ㅋㅋ아니다 현실의 사람들이 아니고 동명이인일거야. 중고나라에서 모욕당했다고 느낀 자신의 책을 사러 굳이 멀리까지 가서 그런 말을 한 작자가 누군지 확인하고 최미진이 누군지 굳이 확인하는 찌질함의 극치를 잘 보여준 소설. 예전에 이 소설(샘플북으로) 보고나서 아 서평 쓰면 작가도 볼 수도 있구나 그럼 못 쓴건 마구 때려줘야지! 이러고 막 썼다가(세상에나 헛배웠네 헛배웠어) 어떤 작가는 자기 페북에 내 서평 링크 해 놓고 어떤 작가는 자기 이름과 책 이름으로 검색하고 들어와서 공감 누르고 사라지고 하는 걸 보고 아 이제는 예의를 차려야 겠다 하고 뒤늦게 정신 차렸던 기억이 난다.

  나정만씨의 살짝 아래로 굽은 붐-용산 참사 현장에 닿지 못한 크레인 기사의 이야기. 자기가 한 말에 섞인 거짓에 대한 부끄러움. 소설가 넌 왜 하필 날 찾아 온건데. 흠. 

  권순찬과 착한 사람들-안 쓸래다가 사채업자 나쁜 새끼 때문에 썼다. 

  나를 혐오하게 될 박창수에게-김숙희의 피의자 진술서

  오래전 김숙희는-앞 소설과 세트. 정대리의 관점.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윤희는 왜 갑자기 히잡을 뒤집어 쓰고. 아 이거 근데 끝까지 봐도 뭔 소린가 한참 고민했다. 해설보고 나서야 그런거야?했다. 내키지 않으면서 친절, 그 친절이 일으킨 오해, 제목은 내용하고 하나도 일치하지 않다. 누구에게나 친절하지도 않고 이제는 교회도 안 다니고.

  한정희와 나-남의 새끼 맡아주는건 쉬운 일이 아니다. 염치라는 말을 입에 올리는 순간 베푸는 자의 입장에 선 자가 얼마나 바닥을 드러내는지. 이 이야기랑 권순찬씨 이야기랑 닿는 점이 있다고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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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정원의 붉은 열매
권여선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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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7 권여선
목차
빈 찻잔 놓기……『서울, 어느 날 소설이 되다』, 강, 2009
사랑을 믿다……『한국문학』, 2007년 여름 
내 정원의 붉은 열매……『소진의 기억』, 문학동네, 2007
당신은 손에 잡힐 듯……『문학사상』, 2007년 11월 
K가의 사람들……『문학동네』, 2008년 여름
웬 아이가 보았네……『문학과사회』, 2009년 가을
그대 안의 불우……『현대문학』, 2008년 3월

십 여년 전 쯤 발표된 소설들 모은 책이다. 친구가 작은 서점 프로젝트에 참여 중인데 이 작가님을 모시는 행사가 열린다고 포스터를 보여주었다. 궁금하지만 갈 수 없는 처지. 읽은 책도 없는 처지. 
포스터의 행사 신청 전화번호는 뒷 자리 두 자리가 잘못되어 있었다.
작가님 만나고 온 친구가 작가님 너무 좋아 그러고 자랑질을 해서, 잘 쓴다고 해서 찾아 읽어 보았다.

첫 세 소설은 젊은 과거를 돌아보고 뭔가 회한하고 사무치지만 아무것도 못하는, 소극적인 화자들이 나와서 음 섬세하긴 한데 내 취향 아닌거 아냐 했다. 
빈 찻잔 놓기는 뭔가 맘대로 좌우하는 자에게 얻어 맞은 듯 하지만 끝까지 거기에 뭔가 터뜨리지 않고 조용히 잔인하게 웃는 것으로 간파하는 것으로 넘길 수 있는게 언뜻 이해는 안 되었지만. 그런 식으로 갈등 구도를 그리고 넘기고 그게 더 있음직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극단적이지 않은 미묘함.
사랑을 믿다는 이상문학상을 탔다. 집에 있는 수상집에서 제목만 보다가 드디어 읽게 되었군. 잘 썼다. 사랑을 몰랐는데 못 알아 챘는데 사랑 때문에 아팠던 사람도 이제야 알게 되었는데 아직도 믿는다고 말한다는 것. 큰고모님집 방문 장면도 독특하고. 기찻간 같은 술집도. 그냥 거기에 내가 지켜보는 느낌.
내 정원의 붉은 열매는 젊은 날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인가 화분에 대한 이야기 인가. 비탈 길에 기울어진 길에 사는 기울어진 사람도 나오고 기울어진 마음과 사랑도 나오고 난곡도 나오고 도는 데 세 시간 걸리는 교정도 나오고 봄꽃길도 나오고 사회과학 공부하는 수상한?모임도 나오고 뭔가 내가 공유했던 공간인 듯 한 착각이 드는데 다른 시간 다른 사람들의 그런 이야기들이 신기하면서도 뭔가 탐탁지 않기도 했다. 나이 든 뒤에 돌아보는 과거. 관계. 아 그런 게 왜 이리 숨막히는지. 택시 밖 가로등 풍경을 야광어? 물고기 마냥 표현한 건 좋았다.
당신은 손에 잡힐 듯. 퇴직자. 맛을 모르는. 죽 그릇 같은 삶. 뒤늦게 폭발하는 어린시절 엄마에 대한 원망. 상처의 자각.
케이가의 사람들. 세 자매와 엄마와 아버지. 엄마의 모습을 보니 뭔가 뜨끔하고 부끄럽다. 비뚤어진 가족 내 권력. 자기 집 이야기 지만 뭔가 엄청 거리를 두며 서술하는 방식이 재미있었다.
웬 아이가 보았네. 들장미 가사인가. 여류시인과 뾰족 지붕집과 이웃들의 이야기. 
그대 안의 불우. 스타는 안 해 봤는데 게이머들의 맺어짐. 그 어긋남. 망할 양육 환경 아래 망할 상태로 겨우 자란 아이들이 만든 또 다른 망할 가족(인가). 게임과 인간관계와 감정을 매치하며 묘사하는게 또 독특했다. 아, 생선 비린내 싫어하며 아버지를 밀어내는 엄마. 거기에서 뭔가 또 오버랩. 잘못 키웠다고 한탄하는 엄마도 뭔가. 

앞 부분까지는 그냥 그렇게 보다가 뒤쪽 소설들이 더 마음에 들었다. 지긋지긋하고 구질구질하고 그런걸 너무 좋아하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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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취한 식물학자 - 위대한 술을 탄생시킨 식물들의 이야기
에이미 스튜어트 지음, 구계원 옮김 / 문학동네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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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13 에이미 스튜어트
술 취한 식물학자 Drunken Botanist

제목에 끌려 펼친 책인데, 술도 못 마시는 수유부에 식물 키울 손바닥 만한 땅도 없고 베란다에 햇볕도 잘 안 드는 저층 사는 나한테는 도무지 효용 없는 책. 이지만 세상에 이렇게나 다양한 식물들이 이렇게나 다양한 술을 만들고 그런 술들을 이래저래 섞어서 다양한 맛과 향을 가진 칵테일을 만들기도 한다는 것을 간접경험했다. 술을 글로 배웠습니다. 하하.

술을 소개하고 그 재료를 열거하는 것이 아니라, 알파벳 순으로 식물을 열거하고 그 식물이 술에 쓰이는 방식, 그 식물로 술을 만드는 지역, 식물의 유래나 특성, 재배법 등을 아우르며 설명하고 있다.
가장 기본적인 와인, 곡물 증류주 재료, 각 지역별 특산 주조 재료, 그리고 술에 첨가 가능한 온갖 것들(뱀 말벌 같은 동물성은 없다...식물학자잖아)-열매, 향신료, 나무, 꽃 등등을 소개한다. 

가만보면 주조의 역사는 전 세계 여러 지역에서 미생물을 이용해 전분을 당분으로, 당분을 알코올로 만드는 화학 실험에다, 온갖 풍미를 얻고 식물에서 맛과 향을 추출하기 위해 고군분투한 결과였다. 글로만 읽자니 어떤 향과 맛이 날지 상상이 안 되는 것들도 많았고 익숙하지 않은 식물 이름이나 겪어 본 적 없는 외국 술 이름 보고 있으면 뭔가 남의 전공 어려운 논문을 보는 느낌마저 들었다. 
우리 나라에서 음주 즐긴다는 사람들이 소주 맥주 막걸리에 가끔 와인 양주 등등 찾는 수준인데 단순히 알코올에 취하는 것을 넘어 다양한 맛과 향을 추구하며 술을 즐기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술을 즐길 상황도 아니고 제대로 즐겨본 적이 없지만 나중에 다른 지역에 여행을 가게된다면 그 지역의 독특한 식물로 만든 술들에 조금 더 관심이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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