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을 쓰고 싶다면
제임스 설터 지음, 서창렬 옮김 / 마음산책 / 201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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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05 제임스 설터
제임스 설터의 책은 딱 한 권 봤다. 단편집 ‘어젯 밤’
문장은 눈부시고 시적이었다. 짧은 소설들이지만 장면들이 눈에 선하고 분위기가 와 닿았다. 이야기는 강렬했다. 아, 나의 꾸진 문장으로는 표현하기가 어렵지만 여튼 좋았다.
그런 글을 쓴 사람이 이런 제목으로 책을 냈다면 궁금하다 싶었다. 책 정보도 안 보고 일단 샀다. 

결론은 낚였다. 

다 읽고 난 전체적인 소감은 책으로 만들어진 ‘제임스 설터 카달로그 또는 광고지’를 읽은 기분이다. 

책 날개에서 설터가 2015년 90세에 사망한 것을 처음 알았다. 이 책은 2016년 나왔고 우리나라에선 작년 말에 출판되었다. 
영어 원제는 Art of Fiction인데 밀란 쿤데라 L’art du roman도 생각나고 뭐 이것 저것 갖다 붙인 모양은 비스무레 해 보이지만 밀도도 분량도 한참 멀었다. 
일단 제목에 Fiction을 넣었는데 설터는 픽션이라는 말이 부적절하다고 말한 적이 있다고 분명 본문(파리리뷰 인터뷰 부분)에도 나온다. 설터 생전에 낸 책이면 이런 제목 붙이는 걸 좋아했을라나 모르겠다. 그건 그렇다 치고.

2016년에 나온 Art of Fiction은 목차의 ‘소설을 쓰고 싶다면, 장편소설 쓰기, 기교의 문제가 아니에요’까지 실려 있었다고 한다. 여기까지 하면 딱 90여페이지. 
책 등에 ‘제임스 설터 산문’이라고 써 있었는데...그렇지 운문이 아니니 틀린 말은 아닌데, 에세이 같은 것 생각하면 오산이다. 읽고 나서 알았다. 한 챕터가 한 시간 정도 분량의 강연록? 강의록? 여튼 어디에선가 말을 하기 위한 원고임에 틀림 없다. (정작 어디서 어떻게 쓰인 원고인지는 전혀 언급이 없다.) 
물론 설터의 이야기는 빛이 나고, 소개해주는 작가들, 소설들, 자신의 쓰는 방식, 자신의 이야기, 다 재미있고 들을만 했다. 뭔가 그렇구나 싶은 부분도 있었다. 전적인 허구가 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가져다 쓰는 것에 대해 듣자 그렇구만 하고 뭔가 용기가 생겼고, 작가의 일은 고치고 고치고 또 고치고 하는 거구나 쓰는 건 일도 아니구나 하면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일까 생각할 수도 있었다. 

작가의 ‘가벼운 나날’과 ‘스포츠와 여가’는 꼭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책 처음 부터 끝까지 줄창 듣다 보면 아, 이거 왠지 진짜로 내 취향일 것 같은데, 오, 에로티즘의 혁신? 외설적이라고 뉴요커가 안 실어줘? 뽐뿌가 팍팍오는 느낌이었다. (그런면에서 두 책을 출간한 한국 출판사는 이 책을 낸 의도-설터 책을...재고를...마구 팔아 치우고 싶습니다…-를 어느 정도 달성했구만 싶었다. 흥!)
가벼운 나날은 원제 Light Years인데. Light Days도 아니고 나날이라 번역하는게 맞나 그냥 혼자 생각...가벼운 시절들? 빛나는 시절? 아마도 last night이 마지막 밤 어젯 밤 중의적인 것 마냥 이것도 그랬겠지… 는 영알못의 역시 혼자 생각...

아, 그런데 언제적 강연용 원고인지 몰라도 예시 드는게 줄창 옛 소설들이다. 어젯 밤(2005년 작인가)은 이 책 통틀어 한 번도 안 나온다! 아 그것도 그렇다 치고...

딱 거기까지면 되는데 굳이 1993년 파리 리뷰의 인터뷰를 덧붙였다. 이건 더더 옛날(저 때 태어난 애들이 이제 스물 여덟 이오.) 글이다. 게다가 작가의 강연 내용하고 자꾸 중복되고 겹친다. 물론 아주 약간 안 겹치는 부분도 있지만. 나보코프와의 만남에 대한 이야기는 꽤나 흥미로웠다. 엄청 까다롭고 엄청 위대한 양반이랑 녹음기도 메모도 없이 인터뷰 하고 술 더 마시자는  것도 뿌리치고 기차역에서 기차 놓쳐가며 기억 나는 내용을 죽어라 적어대는 설터의 모습이 상상되었다. 

그나마 여기까지는 작가 목소리가 생생하니 역시 여기까지면 되는데 뒤에 40페이지 쯤 존 케이시라는 사람이 ‘나가며’하는 에필로그?같은 걸 붙여 놨는데 이건 뭐 평론도 해설도 아니고 앞에서 본 이야기를 전혀 새로울 것 없이 또 반복한다! 어조나 이런게 뭔 설터 죽고 나서 장례식에서 한 마디 하는 듯 한...내 친구를 기리며 어쩌고 저쩌고 하는 듯한...잘 읽히지도 않는다. 거기다 옮긴이 말까지 하면... 반복도 적당히 해야지. 설터의 깔끔한 소설과 너무 매치 안 되는 책 구성이다. 

굳이 이런 식으로 군더더기들을 주렁주렁 달아 200페이지 넘게 만든 이유는...뭐 책 값을 그만큼 받아야 하니까. 90페이지 내고 책값 딱 반 잘라서 냈으면 충분했을 것 같은데 그러면 돈을 못 버니 그랬겠지...

​그래서 이 책을 거대한 카달로그 내지 광고지라고 한 거다. 마지막으로 뒷 표지 날개에 칼라풀한 설터의 책 표지까지 오밀조밀하게 달아 놨으니. 완벽하다. 

아, ‘가벼운 나날’과 ‘스포츠와 여가’는 꼭 볼 거다. 꼭 중고로 사 볼 거다. 어차피 내가 제 값 주고 사 봐도 그 돈 설터한테 못 간다. 남아 있는 엄한 놈들에게 간다. 설터는 죽었다. 소심한 복수다. 미안해요. 죽은 줄도 모르고 뒤늦게 읽어서. 죽기 전에 만나기엔 아저씨 나이가 너무 많았잖아요. 제가 영미 소설은 너무 몰라서 그랬어요. 

출판사랑 마음에 안 드는 책의 기획 흉은 충분히 봤으니 이제는 제임스 설터가 남긴 좋은 말들(문장들)을 옮겨 봐야겠다. 

닥치고 고쳐 임마+문체, 작가의 목소리.
“그들은 끊임없이 고쳐 씁니다. 바벨, 플로베르, 톨스토이, 버지니아 울프 같은 작가들 말입니다. 그들에게 작가가 된다는 것은 고쳐 써야 하는 형벌을 받은 것을 의미합니다. 그들이 쓰려고 했던 것은 그게 아니니까 말이에요. 혹은 쓰려고 했던게 잘못 생각한 것이었으니까요. 또는 고치면 더 좋아질 수 있을 테니까요. 너무 길거나 단조롭거나 요점을 벗어났거나 좀 엉성한 것 같아 보이니까 말이에요. 그렇지만 그 작품은 언제나 그들이 한 말처럼 들립니다. 그것이 그들의 문체입니다. 그들의 목소리인 것입니다.”

니 인생 갈아서 써 임마.
“여러분은 자기 인생의 영웅입니다. 여러분의 인생은 여러분 만의 것이고 흔히 첫 번째 소설의 기초가 됩니다. 그 어떤 이야기도 자신의 이야기만큼 잘 쓸 수 있는 것은 없지요.” 사례-필립 로스’굿바이, 콜럼버스’, 볼테르’캉디드’, 시어도어 드라이저’시스터 캐리’

‘가벼운 나날’에 대한 작가의 말
“부부 생활의 닳아 빠진 돌 같은 것...평범한 모든 것, 놀라운 모든 것, 삶을 충만하게 만들거나 쓰라리게 만드는 모든 것...기차에서 보이는 것들처럼 스쳐 지나가는 것...동물들은 죽고 집은 팔리고 아이들은 자라고 심지어 부부도 사라집니다. 그렇지만 그럼에도 이 시가 남아 있습니다.”
처음 제목은 ‘네드라와 비리’

“우리가 글로 쓴 것들은 우리와 함께 늙어가지 않습니다.”

‘올댓이즈’의 처음 제목은 ‘토다’, 그 책의 제사
“모든 건 꿈일 뿐, 글로 기록된 것만이 진짜일 거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Q.등반과 관련하여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A.”그곳까지 와서 이렇게 속으로 중얼거리는 거에요.’난 할 수 없어. 난 이걸 할 수 없다는 걸 알아. 난 틀림없이 이걸 할 수 없어. 그렇지만 해야 해. 난 해야만 한다는 걸 알아.’ 그곳이 아닌 다른 곳에 있을 수만 있다면 뭐든 다 내놓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죠. 그러나 그런 생각은 부질없는 것이에요. 계속 나아가는 수밖에 없어요. 어쨌든 그 경험은 당신을 어떤 식으로인가 성장시키지요.”
등반에 대해 물었지만 등반에 대해서만 답한 게 아니라는 걸 우리 모두 안다. 

Q.글을 쓰고자 하는 궁극적인 충동은?
A.”이 모든게 다 사라질 것이기 때문이에요. 남아 있는 거라곤 산문과 시, 책, 그리고 글로 기록된 것들뿐이겠죠. 인간은 참으로 다행스럽게도 책을 만들어냈어요. 책이 없다면 과거는 완전히 사라질 것이고, 우리에게 남겨진 것은 아무것도 없을 거에요. 우린 이세상에 벌거벗은 채로 있겠죠.” 

쓰지 않은 모든 순간은 사라진다고 한 것도 본 것 같은데 못 찾겠다. 꾀꼬리. 안 써 놨더니 사라져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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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9-01-06 00:2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감사합니다!! 덕분에 장바구니에서 슬쩍 뺐어요!!

반유행열반인 2019-01-06 01:10   좋아요 1 | URL
어 출판사에서 보낸 자객이 다가오는 소리가 들려요...ㅋㅋㅋ버닝더데이즈였나 자서전도 출간 예정이라던데 그거랑도 많이 겹치지 않을까 싶어요.
 
[eBook] 스마트폰을 이기는 아이 : 스마트폰 없이도 잘 사는 아이로 키우는 7단계 주의력 훈련 - 스마트폰 없이도 잘 사는 아이로 키우는 7단계 주의력 훈련
루시 조 팰러디노 지음, 이재석 옮김 / 마음친구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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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을 이기는 아이
-20190104 루시 조 팰러디노

한국어 제목이 아쉽다. 스마트폰과 아이가 싸우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주의력을 비자발적으로 낚아채는, 자율성을 해치는 유혹에서 벗어나 스스로 균형있는 삶을 살도록 부모가 조력하는 뉘앙스가 별로 안 드러나고 오해할 수도 있는 것이라.   
Parenting in the Age of Attention Snatchers: A Step-by-Step Guide to Balancing Your Child‘s Use of Technology Lucy Jo Palladino
원제에는 나름 핵심어가 담겨 있다. 주의 attention 의 측면에서 디지털 기술 사용에 대한 부모의 양육 태도 및 구체적인 지침이 제시된다. 
이 책은 스마트폰 중독이니 과몰입이니 하는 용어를 쓰지 않고 주의력의 차원에서 자녀의 미디어(디지털 기기, 비디오게임, 스마트폰, 아이패드, SNS, TV) 사용에 대해 심리학,교육학적으로 접근한다. 
스스로 노력이 필요한, 성취를 위해 중요한 자발 주의력과 저절로 미디어에 낚이는 비자발 주의를 구분한다. 
-부모의 역할이 중요하다!
-상위 인지(메타인지, 반성적 사고)적 접근, “내가(혹은 자녀가) 지금 (미디어 사용을 하면서)놓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아직 상위 인지가 발달되지 않은 어린 자녀를 위해 부모가 그 역할을 해야 하고, 더 나아가 자녀가 스스로 수시로 그런 물음을 던지고 자각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 
-단순히 금지하고 억압하는 것은 일시적일 뿐. 자녀가 스스로 적정 수준에서 사용하고 또 멈출 수 있도록 함께 규칙을 정하고 습관을 만들어갈 수 있게 도와야 한다. 
-자녀와 부모는 적이 아니라 같은 편이다. 자녀가 잘 자라나고 더 나은 삶을 살도록 하는 공동의 목표가 있다. 
-부모가 먼저 차분하게, 감정적으로 대응하지 않고 규칙을 상기시키고 자녀의 말을 경청해야 한다. 자녀 또한 남의 말을 들을 수 있도록 그 방법을 알려주어야 한다.(서로가 하는 말을 듣고 상대의 말을 자기 말로 풀어서 혹은 그대로 다시 말하는 연습하는 등) 
-외부 활동, 신체 활동, 차분히 되돌아보는(독서 등)활동
-미디어 사용을 멈춘 이후의 대안을 미리 준비
-부모도 자녀가 사용하는 미디어, 게임, 사이트 등을 알아야 한다 .자녀와 함께 게임하는 것의 장점
-자녀와 자녀가 사용 중인 게임, 서비스에 대해 자주 이야기 나누기
-자발 주의력을 키우는 7단계 훈련
1.주의력에 관한 바른 인식, 태도 갖기
2.부모가 먼저 자발 주의력 연습
3.주의력 기르는 3R연습
4.디지털 세계 아닌 현실에서 행복하기
5.생각은 자녀처럼, 행동은 부모답게
6.집중력을 키우는 가정 분위기 만들기
7.부모 스스로를 격려, 더 강한 주의력 날치기에 대비하기

훑어보면 안다. 아이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나 스스로, 어른들 또한 계속 자각하고 노력할 부분이다. 스크린 타임(화면 들여다보기)동안 내가 놓치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전자책 들여다 보는 동안 아이의 미소를, 첫 걸음을, 밝게 부르는 노래를, 관심을 갈구하는 눈빛을 놓칠지도 모른다! (켜 놓은 가스불이나 넘어지는 아이, 날아오는 모기 처럼 직접적인 위험일 수도 있다! 유리로 된 판판한 반짝이는 건 콱 죄다 모아다 뽀사 불 수도 없고...에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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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19-01-04 23: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댓글 알림에 열반인님이 남기신 댓글의 흔적이 있는데, 눌러서 따라왔더니 정작 댓글은 온데간데 없네요.... 알라딘이 뭔가를 저지른 걸까요??

반유행열반인 2019-01-05 07:21   좋아요 0 | URL
@syo 제가 작성했다가 재미없어서 지웠는데...알림이라는 낙장불입 시스템이 있는 줄 모르고요 ㅎㅎㅎ

syo 2019-01-05 09:29   좋아요 1 | URL
알림에는 앞부분만 짤려서 나왔지만 재밌던데요? 왜 자신의 센스를 부당하게 과소평가 하시나요ㅎ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19-01-05 11:54   좋아요 0 | URL
그쵸 정당한 과대평가를 할 수 있으면 조금 더 행복할텐데 말이쥬...부당한 과대평가라도 해 주시니 늘 감사합니다.
 

(경)2018년 독서 102권 돌파(축)
육아휴직을 빙자한 독서휴직 덕에 집에 콕 박혀 책을 읽었다.
최근 3년 간 연간 60여권이 한계였는데 두문불출 전자책 종이책 닥치는대로 봤더니 올해는 드디어 마의 세 자리수를 돌파했다.
구미호는 100명 채우면 사람이 되는데 100일 동안 쑥과 마늘 먹으면 곰도 사람이 된다는데 나는 100권 채워도 별로 달라진 것이 없어서 조금 슬프다.(언제 사람 될래...)

2018 독서 목록 (괄호 안은 읽은 달, 저자명)
1. 레모네이드 마마(1, 버지니아 외버 울프)
2. 지하로부터의 수기(도스토옙스키)
3. 열 일곱살의 털(김해원)
4. 모스 가족의 용기 있는 선택(엘렌 레빈)
5. 초등 1학년의 사생활(김지나)
6. 너무 시끄러운 고독(보후밀 흐라발)
7. 귀찮아, 법 없이 살면 안 될까(곽한영)
8. 행복한 어른이 되는 돈 사용 설명서(미나미노 다다히루)
9. 오직 두 사람(김영하)
10. 천사가 된 비키(재클린 윌슨)
11. 예루살렘의 아이히만(한나 아렌트)
12. 하우스오브카드(2, 마이클 돕스)
13. 핑거스미스(3,세라워터스)
14. 소비의 역사(설혜심)
15. 6분 다이어리(도미닉 스팬스트)
16. 1등에게 박수치는게 왜 놀랄일일까(오찬호)
17. 그림과 이야기로 쉽게 배우는 소프트웨어와 코딩 첫걸음(김현정)
18. 남아있는 나날(가즈오 이시구로)
19. 자크와 그의 주인(밀란쿤데라)
20. 의식의 강(올리버 색스)
21. 법치주의 이야기(4, 마리아나 발베르데)
22. 신선이 되고 싶은 화가 장승업(조정육)
23. 시체를 부위별로 팝니다(애니체니, 여기부턴 출산 후 독서)
24. 어젯밤(5,제임스 설터)
25. 우리의 소원은 전쟁(장강명)
26. Song of Ariran 아리랑(김산, 님웨일즈)
27. 그 개와 같은 말(임현)
28. 나는 유령작가입니다(김연수)
29. 피그말리온 아이들(구병모)
30. 한국이 싫어서(장강명)
31. 만화로 보는 성의 역사(6,필리프브루노,레티시아코엥)
32.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나쓰메소세키)
33. 파과(구병모)
34. 당선,합격,계급(장강명)
35. 검은꽃(김영하)
36. 한눈에 쏙 들어오는 세계사(라인하르트 바르트)
37. 걸그룹 경제학(유성운, 김주영)
38. 만화 전두환1,2(백무현)
39. 네 이웃의 식탁(구병모)
40. 댓글부대(장강명)
41. 아홉 번 째 파도(최은미)
42. 위저드 베이커리(7,구병모)
43. 그믐, 또는 당신이 세상을 기억하는 방식(장강명)
44. 5년 만에 신혼여행(장강명)
45. 무엇이든 쓰게 된다-소설가 김중혁의 창작의 비밀(김중혁)
46. 심리학, 열 일곱 살을 부탁해(이정현)
47. 표백(장강명)
48. 악기들의 도서관(김중혁)
49. 흰(한강)
50. 나는 나를 파괴할 권리가 있다(김영하)
51. 역사의 역사(유시민)
52. 아가미(8,구병모)
53. 뤼미에르 피플(장강명)
54. 호모 도미난스(장강명)
55. 빨리 걸을수록 나는 더 작아진다(세르스티 안네스다레르)
56. 엘리베이터에 낀 그 남자는 어떻게 되었나(김영하)
57. 아이돌(테디웨인)
58. 대한민국에서 걸그룹으로 산다는 것은(이학준)
59. 오빠가 돌아왔다(김영하)
60. 살아있다면 저질러라(정보경)
61. 대한민국! 오디션에 미치다(이영호)
62. 호출(김영하)
63.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는 아무도(김영하)
64. 열광금지, 에바로드(장강명)
65. 한 스푼의 시간(9, 구병모)
66. 인더풀(오쿠다히데오)
67.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밀란 쿤데라)
68. 여름, 스피드(김봉곤)
69. 2016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70. 2018 젊은작가상 수상작품집
71. 현남 오빠에게(조남주 외)
72. 하나도 괜찮지 않습니다(10, 오찬호)
73. 디어 랄프 로렌(손보미)
74. 뱀과 물(배수아)
75. 꽃을 보면 멈추자(장성욱)
76. 쇼코의 미소(최은영)
77. 누운 배(이혁진)
78. 그 남자는 왜 이상해졌을까?(오찬호)
79. 실어증입니다 일하기싫어증(양경수)
80. 매일 아침 써봤니?(11, 김민식)
81. 왜 맛있을까(찰스 스펜스)
82. 이동진 독서법(이동진)
83. 만화로 읽는 주기율표(사이토 가쓰히로, 다카야마 미카)
84. 내게 무해한 사람(최은영)
85. 위대하고 위험한 약 이야기(정진호)
86. 느림보 수면교육(이현주)
87. 소설의 기술(밀란 쿤데라)
88. 아르테미스(앤디위어)
89. 단 하나의 문장(구병모)
90.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12,박연선)
91. Flavor, 맛이란 무엇인가(최낙언)
92. 팔과 다리의 가격(장강명)
93. 회색인간(김동식)
94. 그들에게 린디합을(손보미)
95. 결혼과 육아의 사회학(오찬호)
96. 술 취한 식물학자(에이미 스튜어트)
97. 내 정원의 붉은 열매(권여선)
98. 누구에게나 친절한 교회 오빠 강민호(이기호)
99. 사라진 직업의 역사(이승원)
100. 조선직업실록(정명섭)
101. 표현의 기술(유시민)
102. 받은 만큼 복수하는 소녀(다비드 라게르크란츠)

목록 정리하니 패턴이 보인다.
1. 5월 이후 월 평균 10권 읽었다.
2. 한국 소설을 가장 많이 봤다.
3. 빡 꽂혀서 다 읽어 버린 특정 작가들이 있다.(장강명, 구병모, 사회학자 오찬호 책들도 계속 읽는 중)
4. 아주 더웠던 8월, 13권으로 가장 많이 봤다.
5. 전자도서관...반납 연체 걱정도 없고 현관 밖 안 나가는 거 갱신 중인(게다가 책 살 돈도 끊긴 백수인) 나한테 정말 축복이다.
6. 딱히 할 일도 없으니 계속 책이나 봐야겠다.
7. 소화기 사야겠다. 불 나면 책 참 잘 타겠다...갑자기 걱정됨...
8. 책 더 읽으려고 내년에도 휴직 연장한다. 허허허허허....내츄럴 본 히키코모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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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받은 만큼 복수하는 소녀 밀레니엄 (문학동네) 5
다비드 라게르크란츠 지음, 임호경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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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20181231 다비드 라게르크란츠
스포일러가 약간 있습니다. 책을 안 읽은 분은 나중에 리뷰를 읽어 주세요. 

책 속에서 만나게 된 음악
Django Reinhardt - Nuages - Official
https://m.youtube.com/watch?feature=youtu.be&v=qn_90PKM1xE

올해의 마지막 책이 이 책이어서 좋다.

2014년 과한 업무로 바쁜 나를 밀레니엄 시리즈가 위로해 줬었다. 세 시리즈를 틈틈이 신나게 보았고 데이빗 핀처의 용문신을 한 소녀와 스웨덴판 밀레니엄 시리즈 세 편도 재미있게 보았다. 루니마라와 누미 라파스(이름 맞나)로 시각화된 리스베트를 보는 재미도 괜찮았다.
스티그 라르손이 아직 다 맺지도 못한 이야기를 남긴 채 이미 십 년 전에 사망했다는 사실은 너무 아쉽고 안타까웠다. 으아니 안 돼! 밀레니엄 시리즈가 3탄으로 끝이라니!
그의 3부작도 훌륭한 선물이지만 가장 큰 업적은 리스베트와 미카엘이라는 캐릭터를 남겨 놓았다는 점이었다. 어디선가 악당들을 각자의 방식으로 까부수며 지금도 분주히 뛰어다니고 있을 것 같은 생생한 캐릭터들 덕에 결국 후속작을 이어 받는 작가까지 나오고 나는 4, 5부까지 재미나게 읽게 되었다. 

밀레니엄이라는 큰 산을 지고 존재할 수 없었을 것을 나름 분투하며 만들어낸 다비드 라게르크란츠에게도 리스펙트.

전작 거미줄에 걸린 소녀에서 리스베트의 쌍둥이 여동생의 존재와 극한 대립이 드러났다. 이전에 리스베트를 위협하던 살라첸코의 배다른 자식들도 거대하고 위협적인 쌍둥이였다. 이번에도 쌍둥이들을 둘러싸고 과학의 이름으로 자행된 인권 침해가 이야기를 관통한다. 종교의 이름으로 행해진 여성 억압과 희생된 연인의 이야기도 있다. 언제나 소수자 억압, 인권의 문제가 이 시리즈의 화두다. 

사실 어느 틈엔가 아, 그렇겠네 하며 금세 짐작이 가고 아, 왕자와 거지냐? 이렇게 일찌감치 예측이 되긴 했지만 그렇다고 김이 빠지거나 하진 않았고 계속해서 뒷 이야기를 궁금하게 만드는 이야기의 힘이 있었다. 이상 기후에 가까운 6월 무더위 안의 리스베트, 미카엘의 이야기를 교차하면서 동시에 파리아의 상황(전반부), 레오의 겨울 이야기(후반부)를 회상하는 식으로 지루할 틈 없이 연출을 잘 해 놓았다. 

아쉽기도 하지만 수긍이 가는 것은 리스베트의 모습이다. 일단 지나치게 말이 많아지고 전혀 주변 따윈 안중에 없던 리스베트가 전작에서도 자폐 소년을 보호하기 위해 분투했던 것이나 이번에 파리아를 돕기 위해 애쓴 것, 못 된 라켈 할망을 조져버리지 않고 경찰에 넘긴 것 등이 라르손의 리스베트만 기억하던 사람들에게는 ‘나의 리스베트찡이 이럴리 없다능!’하면서 분개할만한 지점인 듯 했다. 그러나 언제까지 리스베트가 사회성 없이 자폐마냥 은둔하고 그럴 수는 없는 것이니. 미카엘이나 홀게르나 주변에서 그녀를 돕기 위해 분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그녀도 조금씩 마음을 열고 믿음을 가질 수도 있는 게 아닐까도 싶었다. 아마 라르손도 그렇게 변화하는 그녀를 그리고 싶었을 것이다. 

레오와 댄의 모습은 정말 아름답고 이상적인 거울 같은 느낌이지만 현실에서 형제란...그 둘보다는 리스베트와 카밀라에 가깝지 않나 싶은…(내가 내 자매랑 너무 적대적이어서 그렇게 느끼는 거겠지만…) 그토록 서로를 이해하고 자신의 반쪽마냥 느낄 수 있는 존재가 있을 수 있다면 그게 부럽긴 하다.

다음 시리즈도 기대가 되면서도 언젠가 완결과 함께 놓아줘야 할 리스베트와 미카엘과의 이별이 벌써 아쉽기도 하다. (아 일찌감치 헤어지게 된 홀게르...편히 쉬소서...)
 읽은지 5년이 다 되어가는 이전 3부작도 시간이 되면 다시 읽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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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의 기술
유시민 지음, 정훈이 그림 / 생각의길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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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226 유시민, 정훈이

유시민 책은 많이도 봤다. 

대학 때 노래패에서 첫 세미나(노래랑 세미나랑 뭔 상관..?하겠지만 고뇌하는 마음으로 노래를...하는 곳이었거든…)할 때 선배들과 함께 읽으며 정말 재미있었던 ‘유시민의 경제학 카페’가 시작이었다. 뭔지는 다 까먹었지만 사무엘의 천사...가 아직도 생각나. 그 때 달변으로 우와-저 선배들은 어쩜 저리 똑똑해-하고 반했던 선배1에게는 고백했다 까였고(그 분은 연예인이 되었다…) 선배2는 지금 같이 산다. 하하하.

내가 대학 다니는 동안 유시민은 작가가 아닌 정치인이었다. 그래서 거의 관심을 끊고 살다가...내가 졸업하고 사회인 되고 나서 어쩌다보니 하나 둘 그의 책을 읽게 되었다. 
노무현 자서전 ‘운명이다’ ‘정리’라고 되어 있지만 뭐 알 사람 다 알겠지만 유시민이 다 쓴 것이다. 그렇게 따르던 그 분의 죽음에 충격이 컸는지 ‘어떻게 살 것인가’고민한 결과물이 책으로 나왔고 비슷한 고민을 하던 나도 읽었다. 
그 다음에는 출간 순서와 상관없이 눈에 띄는대로 혹은 그 때 그 때 필요를 느끼는대로 ‘글쓰기 특강’, ‘후불제 민주주의’, ‘국가란 무엇인가’, ‘나의 한국현대사’, ‘거꾸로 읽는 세계사’, ‘역사의 역사’ 를 빌리거나 사서 보았다. 그리고 이 책을 보았다. 
쓰고 보니 작가의 책을 거의 다 보았다. 기회가 되면 ‘청춘의 독서’도 볼까 생각 중이다. 서평에 대해 말하면서 작가가 권하던데 뭐 아직은 서평을 잘 써야지 하는 욕심이 없어요...누가 본다고…

사실 전작 글쓰기 특강에서 글을 쓰는 것에 대해 이미 이야기 한 뒤라 겹치는 부분도 있지만, 이 책은 좀 더 넓은 범위에 걸친 글과 말(SNS 상의 토론, 일반인의 비평, 댓글, 보고서, 회의록 등등)의 표현 노하우를 다룬다. 노하우라면 그렇고, 이렇게 하면 당신도 작가가 될 수 있다! 이게 아니라 난 이렇게 하고 있는데 정답은 아니지만 참고 하세요..하는 저자 특유의 조심스러운 어법으로 말한다. 
어떤 부분들은 자신의 과거에 대한, 혹은 안티들의 공격에 대한 방어와 해명이 주이기도 하고…

난 이 분이 나온 토론 프로그램이나 정치적 행보나 교양인지 예능인지 알 수 없는 프로그램이나 팟캐스트는 접한게 거의 없고 글로만 만나다 보니 ‘사람 참 한결 같아…’라고 했더니 같이 사는 사람은 ‘전혀’아니라며 재미있어 하는 표정으로 장관 당시의 이런 저런 행보들을 읊어대서 조금 놀랍기도 했다. 가만보니 난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이 사람을 도지사 선거에서 찍었었구나…(그 때는 이분 책 읽은 것도 한 두개 밖에 없었구나...)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안티에 대처하는 법이다. 
뭐 한 줄로 요약하자면 ‘대처하지 마시오.’이다.
비슷한 말, 생활지도 연수에서 들었다. 아이가 제게 욕을 합니다. 쌍욕을, 대놓고, 어쩌죠?
강사 선생님은 ‘못 들은 체 하세요.’ ‘무시하세요.’ ‘대응하지 마세요.’
응대해야 하고 새겨들은 비판은 나름 성실히 듣고 답하되, 그냥 작정하고 개소리로 상처 주기 위해 긁어대고 도배하는 인간들은 그 인간 자체의 (아마도 마음의)문제니 그 남의 문제가지고 어떻게 다룰지 고민하느라 고생하지 마라, 뭐 그래도 아프긴 아프지만 많이 겪어보니 그것 밖에 답없다…
악플이 아니라도 일상 생활의 안티들(직장 상사가 될 수도 있고 사이 안 좋은 사람일수도 있고)을 마주할 때 고려할 만한 방법이지 싶었다.
뭐 일단 악플보다는 무플이 일상이기 때문에...그리고 수많은 사랑을 원하다가 결국 악플도 반사작용처럼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조용히 묻혀 사는게 행복의 비결일지 모른다는 생각도 든다. (이것 또한 하나의 정신 승리?!)

또 하나 생각나는 것은 ‘나와 생각이 다른 가족들 혹은 지인들의 생각을 어떻게 바꿀까’
이것 역시 ‘바꾸려 들지마라’ 대신 그들의 말도 경청 수용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되 그와 다른 자신의 생각을 건네보아라. 
나 역시 누군가를 설득할 수 있고 신념을 바꿀 수 있다는 것에는 회의적인 입장이다. 다들 자기가 듣고 싶은 말만 좇고 듣고 싶은 말을 하는 책만 읽고 비슷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경청하는게 아닐까 싶다. 자신의 믿음을 강화할 수 있는 증거를 수집하듯…
그러니 누구를 함부로 바꿀 수 있다는 기대를 하는 것은 쓸데 없는 희망인지도 모른다. 그냥 내가 하는 말에 비슷한 생각하는 사람이 우연히 걸려들고 모여들어 그래 맞아 맞아 이런다면 뭐 그것도 행운이 아닐지. 

책을 많이 읽는 것은 좋지만 거기 집착하지 말라는 얘기도 있다. 책을 꼭 끌어 안고 창 밖을 바라거나 화단을 서성이며 진하게 담배 한 대 끄슬리는 작가의 모습이 생생하다. (자신의 그런 모습을 잘 적어 놓고는 나름 회심의 미소를 지었겠지. 의도대로 전달에 성공한 표현ㅋㅋㅋ) 다음 번에는 매번 빨리 치워버리듯 독후감 쏟아 놓고 잊어버리듯 새 책 찾아 헤매는 대신 나도 책을 한 번 꼬옥 끌어 안고 눈은 지긋이 감은 채 음미해 볼까나. (난 안 되겠다...집어치자...) 거기 까지는 아니더라도 감정 이입을 해 보려는 노력은 계속 필요할 것 같다. 

책에서는 표현하는 기술 측면, 컨텐츠 측면(쓰는 사람의 가치관과 경험 등 삶 그자체), 거기에 더해 감정이입 능력(나는 공감 능력이라 말하는)을 강조한다. 
책의 시작에서 “표현의 기술은 마음에서 나옵니다.”로 문을 열고 마무리에서 “마음이 먼저입니다.”라고 정리하고. 정훈이 선생도 “가장 좋은 표현의 기술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이라고 마무리한다. (아 이 책은 중간중간 정훈이 선생이 삽화와 만화를 그리고 마지막에 자서전 비슷하게 자신이 만화가가 된 배경을 만화로 그려 놓았다.) 마음, 마음, 마음. 
내가 가장 부족한 부분이 아닐까 싶었다. 남의 마음을 읽는 것, 남의 기분에 공감하는 것, 애써 옮은 감정으로 상처 받지 않으려고 언젠가 닫아 버린 문 같은, 그걸 열지 않으면 아마 계속 뭔가 부족한 글들만 늘어 놓게 되는게 아닐지. 알지만 못 하고 있는 것. 해야 하겠지 하면서도 미루고 있는 그것. 

아, 서평 쓰기 관련 부분에서 영향력 있는 논객이나 학자나 그런 사람들이라면 해석이 많은 서평을 쓸 수 있지만 일반인은 서평에 발췌나 요약에 더 충실해야 한다는 말을 했다. 그 책을 읽지 않고 서평을 읽는 사람이 더 많으니 요약이 중요하다는 이야기였다. 그 점은 잘 모르겠다. 독후 글쓰기가 언제나 남들에게 책을 소개하고 일독을 권하는 목적은 아니지 않나. 책을 읽으며 혹은 읽고 난 후 느낌 감정 생각 정리하기 위해 아니면 거기서 파생된 뭔가를 아무말잔치하듯 벌여 놓는 것도 자신을 위해서는 나름 의미가 있는 것 같다. 그러니 뭐 요약 한 줄 없는 독후 글쓰기도 가능하지 뭐. 그래서 내가 쓰는 건 서평이 아니라 여전히 독후감이긴 하다. 잘 쓰고 남들도 잘 읽으면 좋겠지만 거기까진 일단 접어두고 어쨌든, 읽고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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