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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딧불이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권남희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평점 :
-20190126 무라카미 하루키
상실의 시대 말고는 본 소설이 없었는데 이창동 ‘버닝’이라는 영화가 나왔다는 광고를 봤고, 온라인 서점에서 ‘버닝의 원작’이라면서 이 책을 소개하는 문구를 얼핏 봤다. 그래서 사 보았다.
상실의 시대를 읽었을 때도 아니, 이게 뭐가 좋다는거야, 아, 여기 나오는 여자들 다 짜증나, 미도리는 제일 싫어, 남자 주인공도 짜증나, 그러나 이미 읽은지 십 수년이 흘러 지금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이 단편집을 읽으면서도 그냥 저냥 비슷한 느낌이었다. 묘사는 치밀하고 어떤 분위기가 있지만, 나는 이런 글을 좋아하지 않는다. 친구들이 쓴 글을 보고 이게 뭐지,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거지, 하면서 받았던 어떤 느낌이 있는데, 이제 와서 보니 아, 저런 걸 하루키 흉내낸다고 하는구나 이런 생각도 들었다.
반딧불이-친구와 친구의 여자친구와 이제 막 상경해 대학 신입생 생활을 보낸 이야기. 친구는 죽고 남은 여자친구와 내가 어쩌고 저쩌고 그러다 여자가 떠나는 이야기. 읽으면서 계속 언젠가 읽은 것 같은 기분이 자꾸 드는데 책 표지에 ‘상실의 시대’의 모티프가 된 중편이라고 한다. 음. 기억은 안나고 기분만 남았는가.
헛간을 태우다-남자와 남자의 애인 비슷한 아는 여자와 그 여자의 애인이 헛간을 태우는 이야기. 대마초도 태움.
춤추는 난쟁이-꿈 속 난쟁이의 춤, 코끼리 만드는 공장, 여자를 꼬시려 난쟁이를 몸 속에 담고 춤을 추고, 여자가 징그럽게 변하는 부분이 조금 인상적이지만 뭐 어쩌라고. 혁명 후의 이야기. 그냥 판타지.
장님 버드나무와 잠자는 여자-제목과 같은 부분은 화자의 기억에서 아주 잠깐 떠오르고 대부분은 사촌동생과 버스를 기다리고-타고-병원에 가고-과거 회상을 하고-다시 버스를 기다리다 올라타려다 끝나는 이야기이다. 주변을 둘러 보고, 옛일을 생각하고, 기시감을 느끼고 그런 묘사는 세세하다.
세 가지의 독일 환상-뭔 겨울 박물관과 섹스 타령, 괴링 요새와 그곳을 설명하는 베를린 청년, 뭔 공중정원 주인과 크로이츠베르크. 독일 지명과 장소만 주절 거리면 이국적인가. 그나저나 독일 가고 싶다.
1984년에 나온 소설집이고,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쓴 글들을 읽는다. 그 할애비 하루키는 아직도 글을 쓴다. 꾸준히 쓰고 고치고 달리기도 한다고 주절거리는 걸 어떤 사람이 SNS에 카드뉴스로 올려 둔 것을 보았었다.
뭔가 분위기만 있는 글들을 나는 역시 좋아하지 않는다.
버닝 보고 싶다. 영화 볼 수 있는 날이...언젠간 오겠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