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 망한 사랑
김지연 지음 / 문학동네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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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7 김지연.


나는 이제 아픈 건 참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아침 나절에 타이레놀 한 알을 더 먹었다. 전날 밤에는 타이레놀 콜드를 먹고 잠들었다. 이전 감기가 나아진지 얼마 되지 않는 작은어린이가 새로운 종류에 걸려온 걸 옮은 모양이다. 금요일 밤에 어린이는 열이 38.8도를 찍고 아주 조금 토했다. 다행히도 열은 금방 내렸다. 통증을 잘 견디는 사람은 공감 능력이 부족하고 사이코패스 될 가능성도 높다는 연구가 있다는 기사문을 얼마 전에 인터넷에서 보았다. 나는 소음과 냄새와 빛의 자극에는 개복치처럼 민감한데, 아픈 건 또 잘 참아서 내 살갗을 뚫는 피를 뽑아내거나 주사액을 넣기 위한 바늘 구멍을 눈을 떼지 않고 노려본다. 눌렀다 떼면 아픈 압통이 있어 스스로 충수염 의심하고 의원에 갔는데 의사가 열도 안 나고 별로 안 아파 한다고 장염약을 지어주는 바람에 죽을 먹고 약을 먹고 그러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서 응급실 가서 저 충수염 같은데… 그런데 밥을 바로 먹어서 통증을 견디며 공복이 되기 위한 몇 시간을 채우고 조영제 씨티를 찍어야 했던 적이 있었다. (충수염이 맞았다. 바로 수술 받음) 인대가 파열된 것도 모르고 접질린 발목으로 뚜벅뚜벅 걸어간 동네 외과에서는 엑스레이만 찍어보고 몇 번 눌러보고 내가 너무 멀쩡했는지 파열은 아닌 것 같다고, 물리치료나 잘 나오라고 오진을 해서 결국 한 달 뒤 엠알아이로 발목 인대 여러 개 나갔던 흔적을, 초음파로 그 합병증인 다리 심부정맥혈전증을, 직후에 숨이 차 뚜벅뚜벅 절룩절룩 천천히 걸어간 응급실에서 씨티 촬영으로 심장에서 폐로 나가는 동맥에 혈전이 박힌 걸 발견했다. 그러니까 통증을 가지고 막 호소하지는 않는데 또 제법 몸의 이상은 일찌감치 감지를 잘해서 그냥 이렇게 살아있다. 그러니까 이제부터는 조금 아프면 그냥 아프네? 하지 말고 병원도 바로 가고, 약도 잘 먹기로 했다.

수능 시험 마치고 집에 오니, 큰아이 얼굴이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다. 이틀전 체육시간에 다른 아이가 던진 공에 맞은 안경이 휘면서 찰과상을 입었다. 그런데 보건실에서 소독 후에 가로세로 삼센티미터 정도로 큼지막하게 마름모 모양으로 볼에 붙여준 습윤밴드가 문제였다. 다음 날 아침에 떼어보니 원래 상처는 크지 않았는데 반창고 모양으로 꼭 화상 입은 것처럼 되었다. 수험표 받고 돌아온 나는 감염이 걱정되어 항생제 연고를 발라주었다. 그러고 시험보고 돌아와보니 반창고 닿은 부위가 전부 접촉성 피부염에다 감염까지 되어 진물이 흐르고 번진 상처를 중심으로 얼굴이 전체적으로 평소보다 몇배로 부어 아이는 눈도 못 뜨고 있었다. 급히 야간 진료하는 피부과를 찾아 전화를 걸고, 저희는 상처 치료 안 하는데요, 말로만 듣던 미용 레이저 피부과 몇 개를 거르고 진료 봐준다는 병원을 찾아 아이 치료를 하고 (내가 한 거처럼 그냥 항생제만 얼굴 전체에 도포해주었다), 스테로이드랑 항히스타민제랑 항생제 먹는거랑 바르는 거 받아왔다.

시험 중에 뇌정지 오고 문제 안 풀려 고통스러울 때마다 다크초콜릿 싸간 걸 까득 반 조각 내 입에 넣고 녹여 먹었다. 알라딘에서도 팔던 나폴리탄 어쩌구를 아니 집더하기가 훨씬 더 싸네, 하고 샀다가 몇개월 냉장고 처박아 뒀던건데 평소 먹지도 않던 걸 싸갔더니 비상 포션으로 유용했다. 시험장 학교는 전전날 내가 오랜만에 산책 멀리 나간 공원 근처였다. 마치 거기 갈 걸 알았던 것처럼 만걸음 넘게 갔던 곳인데 수험표 받은 날은 꼭 그전날 걸은 길을 반대로 돌아 시험장을 확인하고 왔다. 여로에서 가장 가까운 후문께 가서 에이, 시험장날 설마 잠가 둘까 열어주겠지, 했는데 역시나 잠가놔서 좀 빙 돌아야했다. 그래도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괜찮은 시험 전날을 보낸 수험생이 아닐까 싶었다. 집에서부터 버스로는 환승해서 38분, 걸어서 49분, 네이버지도에 그렇게 알려준 곳이라 교통편이 애매했는데, 그냥 가장 가까이 가는 버스 한 번만 타고 1.4킬로미터는 걷기로 했다. 괜찮은 선택이었다. 다음 날 아침 버스를 내려 공원을 가로질러 걷는데, 거기에는 수능이랑 아무 상관 없는 이 세상 사람 9할 정도가 이른 아침부터 부지런히 걷고 뛰고 있었다. 정원은 마음의 약국, 이라는 키케로의 문구가 적힌 팻말을 아마도 세 번째 (시험장 모르고 산책할 때, 전날 답사 갔다 돌아올 때, 그리고 시험 당일) 지나고 있었다.
학교 환경은 그간 내가 근무한 세 곳과 감독갔던 아홉 번(학교 자체는 중복이라 그거보다는 적지만) 중에 가장 쾌적하고 깨끗하고 좋았다. 휴지심을 네토막 내어 들고가서 책상이 흔들리면 고이려고 준비했는데 여자고등학교라 그런가 책상 의자가 키 작은 내게 맞춤한 듯 낮고 새거고 튼튼해서 그냥 소독 티슈로 한 번 슥 닦고 방석하나 놓고 하루 잘 보냈다. 그래도 내내 앉아 있으면 허리가 아프니까 쉬는 시간 마다 운동장이라도 걸으려 했는데 오전부터 비가 왔다. 3층인 내 시험실 바로 옆에 화장실이 있고 여자화장실은 늘 만원인 걸 알아서 나는 그 옆 복도 구석을 지나 본능이 이끄는대로 교과실들 놓인 계단을 하나하나 내려가니 감독관 대기실이 보였고 ㅋㅋㅋ(감독관 출신의 본능이란…) 저기 화장실은 조금 더 한산하겠지, 만 한 층 더 내려가자 이제 아무도 찾지 않는 (아무래도 평소에도 한산한 듯 쾌적 깨끗한) 화장실을 찾아내 하루 내내 나의 아지트로 활용했다. 쉬는 시간, 점심시간 마다 여길 이용하고 그 안을 내내 빙빙 걸었다. 벽에는 앙리 마티스 그림도 걸려 있었다. 공사한지 얼마 안 되는지 깨끗하고 사방에 전신거울, 화장대 같은 거울, 옆에는 바깥 단풍 내다 보이는 창이 있어 답답하면 열어놓고 찬공기도 쐬면서 있었다. 수학시간에는 나는 현우진이다, 이주란 소설에서 배운 것처럼 빙의해보려고 했지만(운동 가기 싫으면 나는 김연아다, 출근하기 싫으면 나는 봉사활동 가는 중이다, 한다고 했다) 실패했다. 마킹하지 못한 답안지를 채우려고 그간 작성한 답지 중 제일 적은 보기를 세는 스스로를 보며 참담함을 느끼는 일은 20년 전에는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사실 이번 수능이 망할 것이라는 걸 며칠 전부터 알고 있었기 때문에 길고 작게 미리부터 애도를 하고 있었다. 시험 주 내내 하루 만걸음 넘게 바깥을 싸돌아다니며 가을날 마지막을 느끼고 돌아왔다. 시험 이틀전에는 급기야 몇 주 몇 달 참던 책을 꺼내들고 읽었다. 나는 조금 덜 아프고 싶었다.

김지연의 소설이었고, 내가 이전에 김지연 소설 처음 읽고 아 이건 좀...나랑은 안 되겠네, 했다가 다른 수상작품집에서 ‘포기’를 읽고 흠 한 번 더 읽어 볼만 할지도 했어서 신작 소설집을 산 건데 마침 그 ’포기‘가 처음으로 나왔다. 소설 속 젊음들은 사랑을 잃고 거기에 더해 돈도 잃는다. 그런 이야기만 거의 삼연타로 나온다. 헤어진 연인이 돈도 안 갚고 잠적...이런 거 진짜 자주 있는 일인건지 그렇다면 정말 자본주의적인 맴찢이 아닌지…

김지연 소설을 읽다가 나는 내가 4년 전 마지막 쓴 소설이 생각나 다시 읽어보고 혼자 흡족하면서 씁쓸하기도 했다. 한국문학에 내 자리가 손바닥만한 거라도 남아 있었다면, 그 비슷한 위치는 이미 김지연이 있다...나는 중복이라 땡탈락...혼자 그런 망상을 하면서 웃었다. 나는 나중에 소설집을 낸다면 ’사랑의 흑역사‘라고 내겠다고 그런데 아직 그런 제목의 소설을 쓰지 못했네...했는데 ’조금 망한 사랑‘이 비슷한 위치를 선점했지 않냐...그런데 소설집과 동명의 소설은 없긴 하다. 작가의 이전 소설도, 작가 자체도 난 잘 알지 못했는데 작품들 읽는 내내 많은 교차점을 발견하고 반갑기도 하고 어 야...왜 자꾸 먼저 써… 그런 기분도 들고 사실 내가 오래 책을 굶다 읽은 거라 뭘 읽어도 후했을 시기이긴 한데 하여간에 악성반놈한테 잡힌 것 치고는 운이 좋...은 게 아니고 작가님 잘 쓰셨네요…

22년도와 올해 인생 두번째, 세번째 수능을 보면서 그제서야 나는 생각보다 망해보지 못했다는 걸 깨달았다. 국어도 딱히 잘 본 건 아니지만 굶주린 나놈에게 가뭄의 물줄기 같던 국어 공부가 즐거웠던 걸 보면 나새끼는 별 수 없는 뼛속 깊은 문과따리라는 걸 다시 확인하는 기회일 뿐이었고… 나는 망친 몸 건강과 정신 건강을 회복하는 방법, 혼자 집에서 체지방을 덜고 근육을 붙이는 방법, 아무데서나 밥 말고 시리얼바 하나랑 단백질 음료로 끼니 떼우고도 건강히 생존하는 법을 터득했다. 그리고 조금 덜 울면서 잘 망하는 방법도 조금은 익혔을지도… 망하기 전에도 알았고 망한 후에도 알았지만 나는 잃은 게 하나도 없었다. 내 사랑은 하나도 망하지 않았다. 세상에. 나는 가진게 너무 많았고, 잠시 들이닥칠 안 좋은 일들도 시험을 비껴 다가와서는 주말 내에 서서히 나아지는 중이다. 아이들도 나도 아픈 곳이 (아마도) 회복중이다.

내 삼년만의 가족 복귀를 기념하듯 어제는 내가 마트에서 4900원 주고 사온 부자만들기라는 보드게임을 둘러 앉아 세 시간 넘게 했다. 십억을 벌면 이기는 게임인데, 나는 연지 일주일도 안 되서 피씨방이 화재로 불타 폐업했다. 헬스장을 여니 대형 피트니스센터가 들어와 또 강제 폐업 당했다. 치킨집, 호프집, 다시 의류백화점 업종 변경을 하며 겨우겨우 돈을 모아 완전 개털되지 않고 근근이 생존했지만, 큰어린이가 10억10만원을 모아 게임이 종료되었을 때 나는 그 절반인 5억 얼마를 모으고 꼴찌를 했다. 게임이니까 꼴찌이지 5억이 어딘가…. 게임인데도 재산세 50만원! 학원비 40만원! 자녀 대학 입학금 400만원! 경조사비 50만원! 이렇게 지출이 디테일한 구석이 있어서 망했다 흥했다 자본주의적 인생 경로 한 번 잘 따라갔다 왔네…

하여간에 수능은 망했는데 그냥 나는 안 망했다는 인사를 독후감 빙자해서 길게도 썼다. 더 읽고 쓰겠다고 공부를 택했는데 너무 돌아갔다 다시 온 것 같기도 하다. 굳이 무엇이 안 되어도 이미 하고 있었는데? 뭘 더 안 가져도 이미 너무 많은데? 하고.


+밑줄 긋기
-내가 상상한 평범한 삶이라는 게 웬만한 건 다 충족된 삶이었다는 것도 나중에 깨달았다. 집이 있고, 차가 있고, 일 년에 한두 번 해외여행을 가고, 함께 여행 갈 애인이나 친구나 가족이 있는, 그런 게 평범한 삶이 아닌가 생각했었다. 그런 게 평범하던 시절도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더이상은 아니었다. 그건 아주 어렵게 얻을 수 있는 특별한 삶이었다. 민재가 말한 평범한 삶이란 불운과 함께하는 삶이었다. 살면서 한두 개의 불운이란 없을 수가 없으니까 그것이야말로 평범한 삶이었다.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함부로 말하지 말아야지. (’포기‘ 중, 25)

-반려빚은 정현에게 헤어지자고 말했다. 정현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그 말이 가당치 않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있어서는 안 될 것이 있을 수 있는 꿈이라고 해도 그건 말이 안 됐다.
우린 진작 헤어졌잖아.
반려빚은 잠시 정현의 말을 곰곰 생각해보는 듯했다.
참, 그랬지.
반려빚은 짐을 싸기 시작했다. 코트 깃을 세우고 현관에 서서 정현에게 작별인사를 했다. 그리고 망설임 없이 단호하게 정현을 떠났다. 정현 역시 현관에 오래 서 있지 않았다. 찬장에서 소금을 꺼내와 현관 밖에 팍팍 뿌렸고 문이 닫히자마자 걸쇠를 단단히 걸어 잠갔다. 다시는 얼씬도 못하도록. 꿈속에서 정현은 마냥 홀가분했고 깨어서도 그랬다. 마침내 0이 된 기분. 정현은 그 이상을 바라는 것도 이상하게 무섭기만 해서 그저 0인 채로 오래 있고 싶었다. (’반려빚‘ 중, 104-105)

-무슨 일에서든 선경은 성실을 최고의 가치로 두곤 했다. 그렇게 성실한 사람이니까 바람을 피울 수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엠비티아이 유형을 따져보자면 아마 K는 J타입일 것이다. 철두철미한 계획형 인간. 그런 것치곤 피임은 제대로 못하는 편인 듯했지만 인간이 한쪽으로만 치우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 (’정확한 비밀‘중, 209. 비꼬고 두들겨 패는 거 잘 함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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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yo 2024-11-17 19: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제 서재에서는 언급이 차단되어 있는 키워드에 대해 이야기를 하자면, 저도 대학이 어떻게 될지는 오리무중이지만, 준비하는 과정에서 확실한 뭔가를 얻어낸 것 같아요. 이러나저러나 좋은 시간이었고, 살아가는 일이 좀 더 확실하게 좋아졌습니다. 뭔가 맘이 평화롭네요.

반님께도 끝없는 평안이 도래하기를. 고생하셨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4-11-17 20:06   좋아요 0 | URL
고생 많으셨어요. 이제 내내 꽃길만 걸으시길!!!!!

유수 2024-11-17 22: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역시..

반유행열반인 2024-11-18 09:56   좋아요 1 | URL
아이 참 역시랑 쩜쩜쩜 사이엔 너무 많은게 (좋은 말 나쁜 말 다 ) 들어갈 수 있다니까요? ㅋㅋㅋㅋ

유수 2024-11-18 10:06   좋아요 1 | URL
(예전 글 반님 대댓글에 아직 쓰려면 기다리라고 하시더니) 역시!!

반유행열반인 2024-11-18 10:07   좋아요 1 | URL
짝짝짝짝 한층 선명해졌다

- 2024-11-18 07: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앗! 벌써 한 권!!! ㅋㅋㅋ 긴장된다!!! (🥹 알죠? 나 누가 읽는 거에 되게 자극 영향 마니 받는 사람ㅋㅋㅋ) 반님 활약하는 동안 나도 긴장해야지ㅋㅋ (이북까지 동원햇서 왕창 읽을것!!)
부자만들기 보드게임… 좀 너무 심한거 같아요. 나 이 책 예약했어요, 반려빚…ㅋㅋㅋㅋ 지연님 벌써 친하게 지내고 싶다!!

반유행열반인 2024-11-18 09:58   좋아요 1 | URL
아니 뭔 활약까지 ㅋㅋㅋㅋ저 독후감 일찍 쓸라고 수능도 안 끝났는데 시험 이틀 전부터 소설책 처 읽은 위인…ㅋㅋㅋㅋ 지연님이랑 쟝님이랑 (책으로) 친해질 수 있을 거 같음 ㅋㅋㅋ 쨘 하게 겹치는 부분 (그런데도 다 마신 찻잔 아래 마지막 발랄함 잔여물 남음 ㅋㅋㅋ) 없다고 말 못함 ㅋㅋㅋㅋㅋㅋㅋ
 

…는 미친 사람아 시험 볼 준비를 해야지 시험 끝나고 볼 책탑 먼저 준비 하고 앉았음 ㅋㅋㅋㅋ그치만 적립금 한 푼 두 푼 모아 9천원 할인 한 번에 지르는 쾌감…못 참죠…중고책 헐값 구매도 못 참아…읽지 않고 사는 사람입니다. (중의적 표현) 


가장 사랑하는 생존 소설가의 장편이랑 가장 사랑하는 생존 시인의 에세이를 샀다. 둘의 공통점은 식물을 잘 키우고 싶은 사람들이고, 나는 길 가면서 보는 풀이나 나무는 좋지만 직접 키우고 싶진 않은 독자이다. ㅋㅋㅋㅋ


 팔백작님 나열하는 목록만 구경하다 그래 이 또라이 비트 제너레이션 놈들, 내가 한 번 읽어주마 하고 한 번에 산 건 아니고 야금야금 모아놨다. 나는 왜 또라이들에게 끌리는가…

유수님 읽은 거 따라 읽고 싶어 매운 고추 초콜릿 책도 준비 완료. 자 이제 공부만 하면 되겠다…11월에 만나요 아디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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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혹은저녁에☔ 2024-09-28 19: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버로스와 잭 케루악은 오래전에 구매 했는데 아직 읽지 못하고 먼지만 쌓여 있네요.
달콤쌉싸름한은- 남미 특유의 끈적 끈적함에 음식 이야기가 미각을 자극해서 재미 있게 읽었던 기억이 나네요!

반유행열반인 2024-11-17 09:24   좋아요 0 | URL
답이 늦었습니다. 아직 먼지 안 닦였겠죠? 정작 저도 다른 책들만 기웃대는 중이어요 ㅎㅎㅎㅎ

유수 2024-09-29 09: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왜 초콜릿이 추천처럼 되었나 ㅋㅋ 혼자 생각해봅니다. 비트 책들 재밌을 거 같아요. 두달만 기다리면 리뷰를 많이 볼 수 있구나 예이!(뭔가 이상하지만 넘어가주세욬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4-11-17 09:25   좋아요 0 | URL
기왕 기다리신 거 조금 더 ㅋㅋㅋ읽은게 없어서 쓸말이 없네요... 초콜릿 평소 안 먹던 거 그날은 진짜 여섯 개인가 퍼먹고 밤에 잠 못 잠(초콜릿 정도의 카페인에도 취약한 나약한 인간 됨 ㅋㅋㅋ)

우끼 2024-09-29 12: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정키는 재미있었는데 붉은밤의도시들은 할말하않…
11월 무사히 보내고 쓰시는 독후감 기다리며.
반열님은 황인찬을 좋아하신다..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4-11-17 09:26   좋아요 0 | URL
아니 우끼 어르신 벌써 먼저 개빡센것들 읽으셨고 저 우끼님 되게 애기라고 생각하다 어느날 문득 떠올려보니 사실 나보다 겁나 언니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퍼뜩...우끼언니!!!

우끼 2024-11-17 09:32   좋아요 1 | URL
반열 어르신 왜 이러세요 저 애기입니다 ㅋㅋㅋㅋ 애기취급 환영이요 ㅋㅋㅋ 저는 반열님이 언니일거라 확신하지만 나이차이는 크지 않을것같아요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4-11-17 09:33   좋아요 0 | URL
나같은
변절자보다는 투쟁의 현장에 고인 사람이 무조건 언니임 ㅋㅋㅋㅋ

우끼 2024-11-17 10:32   좋아요 1 | URL
그부분도 애기이기 때문에… ㅋㅋㅋ 애기입니다 하여튼 ㅋㅋㅋ

- 2024-11-17 09: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왔서요? 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4-11-17 09:27   좋아요 1 | URL
책을 읽고 독후감 써야 오는건데 아직 들 왔어요 ㅋㅋㅋㅋㅋㅋ

- 2024-11-17 09:28   좋아요 1 | URL
고생많았어요, 천천히 다시 하자.
 
[eBook] 보리피리 - 범우문고 273 범우문고 273
한하운 지음 / 범우사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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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10 한하운.
 
 
 피-ㄹ 닐니리 하는 피리 소리 슬픈 시가 국어 문제 풀다가 나왔다. 엄마가 아주 오래 전에 문둥병 시인, 하고 한하운을 언급하던 것도 생각나고. 그래서 전자책으로 시집을 사 보았다. 나온지 70년이나 된 시집이었다. 치료가 어렵던 시절에는 낫는 줄 모르고 그저 옮을 게 두려워, 병으로 인한 증상이 가시적으로 무서워 사람들은 한센병 환자들을 배척하고 차별하고 국가 주도로 가둬두기 까지 했다. 시인은 병이 나은 뒤로 한센병 환자들의 권익을 위한 이런저런 사업에 참여했다고 한다.
 
 질환에 대한 공포가 감염병 예방이라는 명목으로 억압과 차별까지 닿는 장면을 나는 생생하게 보았다. 한센병이 아니라 무엇이든 괴물이 될 수 있다. 안 걸린 개인들 뿐 아니라 국가가 나서서 공공의 안전과 이익을 보호한답시고 인권을 침해할 수도 있다. 뭐 그렇다. 그렇지만 누구나 병이 들 수 있고 장애인이 될 수 있다.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더 혜택이 가는 차별만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롤즈식 사회 정의론은 정책 결정이나 여론 형성에 크게 힘을 쓰지는 못하는 것 같다. 적어도 내가 느끼는 내가 몸 담은 사회는 그래…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을 위해 소수는 죽어라 할 때가 많다…
 
 70년 전 오래된 시다 보니 서양인 여자 일컬어 양녀, 하면서 이런저런 외모 묘사하고는 뭔 계집, 이러는 빻은 시도 있고, 한자어를 잔뜩 발라놔서 현학적이다 싶은 시도 있었지만, 대부분 시들은 서러움을 아름다움으로 바꾸는 말들이 담겨 있었다. 서러운 삶은 가고 시는 남았다. 우리가 유한한 존재가 아니었다면 글이 없었을지도 모르겠다.  죽어도 남을 뭔가가 있다는 생각이 쓰는 동안엔 위로가 되었을지도 모르겠다.
 
+밑줄 긋기
-신을 벗으면
버드나무 밑에서 지까다비를 벗으면
발가락이 또 한 개 없다.
 
앞으로 남은 두 개의 발가락이 잘릴 때까지
가도 가도 천리千里먼 전라도 길.
(‘전라도길-소록도로 가는 길’ 중)
 
-그래도 살고 싶은 것은 살고 싶은 것은
한 번밖에 없는 자살을 아끼는 것이오.
(‘봄’ 중)
 
-간밤에 얼어서
손가락이 한 마디
머리를 긁다가 땅 위에 떨어진다.
 
이 뼈 한 마디 살 한 점
옷깃을 찢어서 아깝게 싼다.
하얀 붕대로 덧싸서 주머니에 넣어둔다.
 
날이 따스해지면
남산 어느 양지터를 가려서
깊이 깊이 땅 파고 묻어야겠다.
(‘손가락 한마디’ 전문)
 
-썩은 육체 언저리에
네 헒과 균菌과 비悲와 애哀와 애愛를 엮어
뗏목처럼 창공으로 흘려보고파진다.
(‘하운’ 중)


어린이 책에도 한하운 시가 실려 있어서 반가웠지. 그래서 따라 써 봤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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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4-09-11 09: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서러운 삶이 가야 시가 남는다.
열반인님이 밑줄긋기 해준 시를 보면
시인이 마치 ‘자신의 서러운 삶‘을 떨어져 지켜보는 것 같아 그 말이 맞는 것 같네요.
가장 취약한 자가 때론 가장 강하는 말에 걸맞는 시집인 듯 합니다. 담아갑니다!

반유행열반인 2024-09-12 07:50   좋아요 2 | URL
약간 객관화할 만큼은 지나야 시든 소설이든 읽어줄 만하게 되는 것도 같아요 ㅎㅎㅎ
서른은 지났으니 더는 서러워 말고 마흔이라고 말아먹지 말고 씩씩하게 잘 지내야 겠습니다 ㅋㅋㅋ 좋은 나날 보내세요 청아님!!!!

유수 2024-09-11 19: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밑줄 그어준 부분 너무 좋아요. 역시. 조만간 따라 사겠군요 너란 범우문고 ebook
(이북 잘 안사다가 이번에 몇권 살 일 있어서..저번 이북 꿀팁 잘 따라하고 있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4-09-12 07:51   좋아요 2 | URL
우왕 근데 나중에 팔백작님이 3년 전 밑줄 그어 둔 시 보니 똑같더라고요 ㅋㅋ저게 전자책 2천원어치의 다 일수도? ㅋㅋㅋㅋ
이북 내가 팁 방출하고나서 이제 만원 이상 사야 쓸 수 있는 천원 적립금만 줘요 ㅋㅋㅋㅋㅋ짠돌이 자본주의…
 

나도 글 쓸 때 어지간히 부사를 처바르는 인간이긴 하지만, 서문 읽는 순간 느꼈다. 정말 부사를 빼놓지 않고 글을 쓰는 사람이 있구나… 그리고 나와 맞지 않을 것 같아…저자 약력(?)만 건네 듣고 문장 하나 제대로 안 보고 (아아 왜 이번엔 미리 보기를 이용하지 않았는가) 충동구매에 가깝게 들인 신간인데, 아마 끝을 보지 못할 것 같다. 세 문장 연달아 당장, 당장, 당장 이렇게 중복된 부사를 활용하고(그렇게 같은 어휘를 이어진 문장마다 복사붙여넣기 하듯 반복하는 방식의 서술이 너무 잦다), 온 문장에 액센트를 찍은 듯 온갖 데 힘을 주는데 그럴 만한 부분은 또 아니고, 한 문장이면 될 걸 길게도 쓰는 구나…그게 글이겠지만 그렇게 병렬하고 하나 더 가져와도 기대되는 효과 없는 비슷한 예시와 거의 변주되지 않은 비슷한 문장을 나열해 페이지를 채우는 글쓰기는 나랑 맞지 않다. 나보다 무언가 더 갖고 있겠지만, 그게 궁금해서 알려고 시도했지만, 몇십페이지 못 넘기고 더 이상 궁금하지 않게 되었다. 진짜 글 이렇게 써서 팔아도 되는 거냐…내가 이상한 거냐… 내 문장도 구리지만 돈 주고 사는 문장은 최소한은 갖췄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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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09-07 20: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부사??? (전혀 못느낌!!) 반반님 착한 글 싫어요! 노선 때문에 흘겨보는 거 아녜요?ㅋㅋㅋ 이시대의 정상성을 갈망하는 한녀에겐 희망적인 유니콘 남의 찐 메시지 입니다!

반유행열반인 2024-09-07 21:54   좋아요 2 | URL
오ㅡ 이걸로 희망을 안겼다면 혹세무민이여… 내가 너무 비관적인가요 ㅋㅋㅋ못 참고 징벌적 판매하러 알라딘 서울대입구까지 이십분 걸어나가서 팔고 방금 들어옴 ㅋㅋㅋ미안해요 ㅋㅋㅋㅋ 옆에 있었으면 그 유니콘 내가 때려줬을 거임… 똑바로 써라잉…

- 2024-09-07 22:10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 유니콘 은 없지만 환상까지 폐기하면 적적하다!! ㅋㅋㅋㅋ 징벌적 판매! …!! 반반의 회복적 읽기를 위해 사드를 허하라!

반유행열반인 2024-09-07 22:16   좋아요 2 | URL
아니 제일 빡치는게 이분(욕으로 쓸 뻔) 시간으로 쌓은 귀한 뭔가를 말하는데 나 진짜 책 사는 값보다 시간이 귀해서 엄청 골라 봐야하는데 큰맘 먹고 기대하고 폈는데 저한테는 내 다른 책 볼 시간 내놔라 이러고 멱살을 잡고 싶은 기분이 들어가지고…미안해요 애정하는 작가 막 까가지고…내가 푸코 깔까 봐 걱정되서 푸코를 안 보잖아…

- 2024-09-07 22:25   좋아요 3 | URL
그러게 급박하게 구매 갈기더라 ㅋㅋㅋ 제게 책 고르는 여러 기준이 있는데요, 그 중 하나는 책을 안읽는 제 친구들에게 추천할 수 있어야해요. 특히 자계서… 많이보거든요… 친구지인들이… 사실 정희진샘도 장벽 엄청 높은데… 대중 지지도가 있는 저자들이 시의 적절하게 주류담론에 개입해야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불친절 하지 않게 문제 제기하기로는 정지우작가 만한사람이 없고, (저 역시 근지럽다고 여러번 썼지만) 이번 책 역시 그런 저의 수요에 응한 고마운 책입니다. 즉, 고인물 알라딘 서재에서는 ㅋㅋㅋㅋㅋㅋㅋ 나나 읽는 책 ???

푸코 까든 말든 상관 없어요! (푸코 까는 1인자 데리다 같이 읽으려는 나 ㅋㅋㅋ) 제가 필요한 시기에 나타난 필요한 질문과 관점을 준 저자고요… 아직 다 이해 못해서 계속 사랑하는 중…

반유행열반인 2024-09-07 22:28   좋아요 1 | URL
자기계발서를 내가 너무 못 읽어 봤는가 자기계발서 맞습니까?!?!?! 구매 갈겼다 표현이 적절한 거 같습니다 ㅋㅋㅋㅋ 쟝쟝님께 뭔가를 선사했다면 그래도 용도가 있는 책이지 싶습니다. 깔까 봐 안 읽는다는 건 농담이고 ㅋㅋㅋ 저에겐 철학적 논리적 사고를 따라갈 능력이 없읍니다… 세상과 담쌓아 주류담론 이런 것과 너무 동떨어진지 오래라 (내 대가리가 꽃밭도 아니고 텅빔 ㅋㅋㅋ) 공허하게 읽혔나 봅니다. 나를 쓸쓸하게 만들었구나 주류담론이어…

- 2024-09-07 22:38   좋아요 2 | URL
네… 주류.. 담론이라고 말하니까 웅장하네여ㅋㅋ 나를 구성하고 있는 내 세계 안에서의 사람들이 주로 하는 이야기… 그들이 바라는 적정한 행복을 중단시키는 불안한 말들. 거기에 개입하는 책들이 좀 더 팔리길 바라는 마음.예요… 자계서 1위, 책들 사실 엉망… (신종 뇌과학으로 성공팔이피플 유튜버들이 다 먹음)이더라고요.
도둑맞은 집중력이나 다 읽은 인공지능책도 그렇고 ㅋㅋㅋ 암튼 그런 맘 ㅋㅋㅋ 이었는데 어쩌다 잘못갔나 ㅋㅋ사드후작 와그작 반님한테는ㅋㅋ 미안하게됐어요 ㅋㅋ 그래도 한권 팔았다 ㅋㅋㅋ

Falstaff 2024-09-07 20: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충동구매 맞는구먼요. 본문도 아니고 프롤로그 첫 문장부터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문학적이지도 않고 법학적이지도 않은 문장을 써서 책을 내는 사람이군요. 살면서 참 궁금한 것이 있답니다. 책을 내면 그게 평생의 부끄러움이 될 수도 있을 것 같거든요. 세월이 지나서 지우고 싶어도 결코 지워지지도 않는 흉처럼 말이지요. 자기 이름으로 책을 내고 싶은 마음이 그것, 평생 부끄러울 수 있을 가능성을 넘어선다? 그 마음이 궁금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합니다. 윽, 수입산 참조기에 쐬주 한 잔에 취했나 봅니다. 별 얘기를 다 해요. 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4-09-07 21:57   좋아요 2 | URL
팔백작님 책 후진 거 내는 거보다 저는 자기 돈 내서 책 찍어내는 게 조금 더 부끄러운 거 같긴 한데 또 그렇게 하고 싶음 자본주의 사회ㅡ돈으로 되면 해야지 나만 안 사보면 되지 싶기도 하고요 ㅋㅋㅋ 책은 아니고 후진 음반이지만 내고 나면 나중에 썰 풀고 음반 냈는데 망했어요 데뷔와 동시에 은퇴ㅋㅋ하고 자학 개그용으로 써 먹을 용도가 생기는 건 좋답니다. 뛰어나가서 팔아다가 소나티네 교본으로 바꿔서 엄마 피아노치시라고 효도하고 왔습니다 ㅋㅋㅋㅋ

건수하 2024-09-07 22:1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궁금해서 서문 읽어봤어요. 자기계발서라고 분류되어 있긴 한데… ‘무엇보다 좋은 삶을 위해서는 ‘성공’ 그 자체에 대해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에서 판단 완료해버렸어요. 아니라고 하지만 서문 안에서도 계속 내용이 순환되는 느낌 @.@
서문을 잘 못 썼나;

반유행열반인 2024-09-07 22:14   좋아요 2 | URL
그래서 본문까지 참고 진행해 봤는데 동어반복 동어반복 동동동도로동어반반복 저한테는 그렇게 밖에 읽히지 않았습니다…그래서 팔았읍니다… 뭐 모두에게 좋을 순 없는 것… 팔아버린 내 책 누군가에게는 할인가에 빛이 되길… ㅋㅋㅋㅋ
 
고갱 : 타히티의 춤추는 여인들 예술가들이 사는 마을 4
수잔나 파르취.로즈마리 차허 지음, 노성두 옮김 / 다림 / 201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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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905 수잔나 파르취, 로즈마리 차허 . 노성두 옮김.

 

 어쩌다가 친구랑 고갱이 이야기를 시작이었다. 국어 사전을 찾아 보면 이렇게 나온다.

 

 고갱이

  1.  풀이나 나무의 줄기 한가운데에 있는 연한 .
  2.  사물의 중심이 되는 부분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

 

 주로 배추 꼬랑지 배추 꼬랭이 하는 부분이 사실은 배추 고갱이었다. 말이 언제부턴가 왠지 좋아가지고 삶의 고갱이, 이런 식으로 뭔가의 정수이면서 야들야들할 같은 코어를 일컬을 자주 써먹었다. 하여간에 가장 최근에 고갱이 이야기가 나온 결국 무슨 맥락이었는지 까먹었지만… 집에서 해가 져서 어두운 시간 조명을 노란불로 바꾸려고 스탠드 전등 근처로 가다가 거기 가까운 책꽂이에 꽂힌 책이 눈에 들어왔다. 고갱, 고갱이래.

 

 얇지만 이거저거 다룬 어린이책이나 청소년책을 제법 좋아해서 언제 읽을진 모르지만 언젠간 읽을 거야, 하고 일단 썩히면 아까우니 먼저 읽어, 하고 초등학생이던 큰어린이에게 덥썩덥썩 중고로 책을 많이도 줬었다. 읽었다고는 하지만 실제로 얼마나 읽었는지는 집요하게 확인하지 않아서 수가 없다. 중학생이 되고 나니 큰어린이는 자기만의 세계가 생겨서 거기서 유영하느라 책을 많이 읽지는 않는다. 그건 슬프지만… 어린이가 중학교 가면서 어린이 방의 어린이용 책들을 빼다 바깥 옮기고, 중고딩이 읽으면 좋겠다 책들을 나름 엄선해서 가까이 놓아줬다. 여태 읽은 나랑 어릴 영화로  원작 ‘마션’ 밖에 없는 같지만...마크 와트니의 초긍정 생존 모드는 배울만 거니까 뭐 재밌으면 됐다…

 

 여튼 그렇게 밖으로 방출된 고갱에 관한 어린이책을 발굴한 김에 읽게 되었다. 표지에 춤추는 그림이 재미있었다. 왠지 어린이가 그린 것처럼 어른이 흉내내어 그린 기분이었지만… 고갱에 대해 잘은 몰라서 그냥 버리고 원시 남아 있는 섬에 가서 그림 그리던 아저씨, 그림이 엄청 강렬한 아저씨, 정도만 알았다. 이참에 알면 좋지 하고 얇은 건데도 시간을 내서 조금씩 여러 번에 나누어 보았다. 그림을 따라가며 여기저기 뜯어보기 하는 보여줘서 좋았다. 어린이가 직접해 있는 그리기, 조형, 판화 같은 여러 가지 활동을 소개해주는 것도, 내가 어려서 책을 봤다면 가지 따라하고 좋아요 했겠다.

 

 고갱은 선원으로 일하다, 은행에 취직했다, 보험회사 다니다 때려치우고 그림 그릴 거야! 하고 가족 두고 아주 멀리 섬나라로 떠나 버렸다. 그리고 ...하는데 병이 들어 죽었다. 해서 어… 벌써 끝나… 하긴 이렇게나 그려 놓고 갔으면 짧아도 짧은 삶은 아니었겠다. 고갱이 묻혔다는 히바오아 섬은 나도 있다. 십수년 전 곁의 사람이랑 온라인 대항해시대에서 퀘스트하러 갔었어… 거기서 머리에 꽂고 놀았었지…

 

 독일 사람들이 책이지만 번역가가 최대한 한국화해서 표현도, 그림 사례도 우리 나라 많이 가져다 써서 나름 3저자 아니냐...하고 독후감 번역가는 적어 놓는데 같이 챙겨 놓았다. ‘하지만 곶감 빼먹듯 꺼내 쓰던 돈은 금세 바닥이 나고, 당장 생활비가 없어서 쩔쩔매는 처지가 되었어.’ 이런 표현...독일에는 곶감 없겠지… 문장만 옮겨도 예술가 가족의 힘든 삶이 마구 느껴지는 것이다…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수록 그림은우파우파’였다. 제가 우파인 아니고요… 그림을 절단하듯 가로 아니 세로지르는무에 주목하게 설명해주고, 모닥불의 윤곽을 다음장에 첨부한 고흐 삼나무 그림과 연결지어 보게 하는 점도 재미있었다. 나는 저렇게 성질머리 더러운 아저씨끼리 잠시나마 같이 작업실 생각을 했다는 자체가 놀라워…

 

 어려서 마티스의 그림을 보고 그냥 너무 무서웠. 발가벗고 역동적으로 마냥 빙글빙글 도는 같은 그림이 너무 무서워… 밤에 눈을 감아도 발가벗고 손잡고 도는 사람들이 어른거렸다. 그런데 책에서 색채랑 구도랑 상상되는 상황이랑 주절주절 풀어 놓은거 뜯어보니 그렇게 무서울 그림도 아니었는데. 어린 나한테 옆에서 조잘대면서 그런 내러티브 붙여 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무서워 했을 텐데. 지금이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책에는 이렇게 고갱 말고도 고갱에게 영향을 주거나 받은 다양한 화가들의 그림이 여럿 실려 있다. 춤은 모르고 크게 관심도 없었는데 춤을 그린 그림은 움직이는 중인데 그걸 고정해 놓고도 움직이는 것처럼 느끼게 그려 놓은게 신기하다 싶었다. 세상은 신기한 투성이이고 아직도 신기한 많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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