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이야기 - 내 딸과 딸의 딸들을 위한
플로렌스 윌리엄스 지음, 강석기 옮김 / Mid(엠아이디)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20241201 플로렌스 윌리엄스.


적게 먹고, 쌀 대신 귀리를 먹고, 많이 걷고, 실내자전거를 타고, 아령을 들고, 그렇게 몇 가지만 바꾼 삶을 한 해 보내고 나니 내 몸의 많은 물질들이 외부세계로 달아났다. 체중은 덜 먹으면 44킬로그램 초반, 더 먹으면 45킬로그램 중반, 이렇게 왔다갔다 한다. 10년 전에 입던 옷들을 버릴 건 버리자, 하고 꺼내 입어보니 안 맞았다. 커… 허리둘레를 재 보니 61센티미터가 되었다. 나는 이제 몸무게는 장원영이라고 되도 않는 드립을 쳐서 주위사람들을 언짢게 만들기도 하지만, 가벼운 몸이 마음에 든다. 아무 옷이나 걸쳐도 모델컷, 헤헤, 자뻑에 빠진다.
모델컷의 비밀은 가슴의 소멸에 있다. 원래도 매우매우 작은 가슴 크기라 속옷이 불필요한데 사회 통념상 어쩔 수 없이 입는다, 하는 수준이었는데 이젠 가슴절제술 없이 알아서 논바이너리… 엘리엇 페이지 같은 고생 없이 개꿀이다 하는 건 그냥 내가 여성성/남성성 같은 외적으로 판단되는 무엇에 특별히 집착이 없기 때문이겠지...

정작 모성에 관해 돌아보면, 그냥 할 만큼은 했다 싶은 인생이었다. 처음부터 임신 출산은 별로 걱정하지 않았다. 난 그냥 잘 낳을 것 같다? 하는 이상한 근거없는 자신감이 있었는데, 실제로 임신 기간은 평생 진짜 잘 안 먹던 깨작좌에서 오 음식이란 건 맛있구나...하는 기분을 처음 느끼던 시절이었고… 이건 출산과 동시에 소멸되어 그 식욕은 내 것 아닌 내 아이들 것이었던 걸로… 실제로 큰 아이는 병원 걸어들어가서 한 시간 이내에, 작은 아이는 진통 시작되고 삽십 분 이내에(그래서 진통 오자마자 구급차 타고 날아가서 병원 침대 눕자마자 바로…) 낳아버렸다. 왜 자랑할게 황금골반 밖에 없어… 짧게 아프고 덜 고생하면 좋은 거긴 하겠다.

낳는 거 보단 키우는 게 걱정, 이었던게 실제로 맞았다. 아이들의 할머니인 내 엄마나, 아이들에게 다정한 곁의 사람 성향이 아니었으면 내 아이들은 조금 덜 행복하지 않았을까 싶다. 늘 알코올중독과 가정폭력으로 버무려진 배우자 그늘에서 우울하던 엄마는 내게 밥은 잘 해줬지만 정서적 결핍은 채워주지 않았고, 그 그늘 벗어난 노년에는 손주들에게 비교적 너그럽고 다정한 편이다. (그렇지만 맨날 마음 약해져서 젤리랑 사탕이랑 단 음료수를 애들 잔뜩 사줘서 나랑 맨날 싸움…) 양육을 돕는 이들이 있어서 나는 그냥 내 하고 싶은대로 살았다.
첫 아이 가지고 낳았을 때는 너무너무 가난해서 삼개월 출산휴가만 쓰고 바로 복직했다. 그런데 모유수유를 하고 싶었고, 큰아이는 분유를 한 번 먹였다가 밤새도록 멈추지 않고 분수토를 하는 걸 보고 너무 무섭고 질려가지고 이후 분유 먹일 시도를 못했다. 그래서 직장에 커다란 가방을 가지고, 휴대용 유축기랑 보냉백과 아이스팩 담아서 공강시간마다 젖을 짰다. 휴게실은 할머니 선생님들이 허리 지지는 온돌방에다 내가 있는 교무실이랑도 멀어서 옆에 특수목적교실 자주 비어 있는 걸 썼는데, 어느 날 주무관님이 마스터키로 따고 들어왔다. 잠깐만요! 소리 질러대도 못들었는지 뭔 일한다고 들어오는 바람에 기가 질려서 불안해져서 이후로는 옆에 사람들 거의 안 쓰는 화장실 들어가서 메인 현관문 잠그고 젖짜고, 짜다보면 청소할머니도 오고, 동료선생님도 오고, 그랬다. 젖양이 많은 편도 아니라 진짜 하루에 수업 비는 시간마다 내내 가서 젖소놀이를 해야 했다. 그렇게 쥐톨만큼 짜 간 젖으로 아이는 다음날을 살고...뭐 그랬다. 그래서 모유수유가 아이 건강에 어쩌냐 하면 내 아이들은 둘다 소속 반에서 늘 제일 작았고ㅋㅋㅋ 영유아검진하면 저체중 하위 한자리 퍼센트 그랬고 둘다 아토피성피부염 한 번씩 아주 심하게 앓고 낫다 또 심했다 반복...뭐 그렇다. 그냥 내 유전자가 잘디잘고 피부염도 있고 그래서 어쩔 수 없는 걸로...

작은아이 낳았을 때는 드디어 육아휴직 쓸만큼 형편이 펴가지고 유축 없이 그냥 끼고 젖 먹이면서 지냈다. 돌아보면 행복한 날들이다. 밤새 시도때도 없이 깨서 젖 먹이고 잠이 잘 안 오면 책을 봤다. 이런저런 소설책도 보고 논픽션도 보고 그랬다. 젖이 적어서 두 놈다 노랗게 모유황달이 와서 소아과 의사는 엄청 걱정하고 분유 많이 먹이라고 했다. 그런데 또 어느 기간 지나니 젖양이 늘긴 했는지 아이가 뚱실뚱실해지는 때도 아주 잠깐이나마 있었다. 젖을 먹이는 동안 심신도 안정되고 체중도 빠르게 줄었다. 두 아이 다 18개월씩 총 36개월 수유 기간을 가졌고 이후 죽도 잘 먹고 할 무렵 젖을 끊었다. 마지막으로 젖을 먹여본 지 5년은 됐다. 그래서 가슴에 대한 결론은: 정말 편평해도 몸 안에 유선 유관 있으면 호르몬이 저 알아서 애 먹을 걸 만들긴 한다. 저기서 게임하고 재잘대고 놀고 있는 어린이들이 증거… 명화나 미디어에서 보여주는 유려한 곡선과 상관 없이 나는 포유류라고, 기능적으로 할 도리를 다 했다고, 그냥 그렇게 만족하고 산다.

큰아이는 이제 중학생, 사춘기 시절이 되고 2차 성징도 진행되고 있는데, 사실 너무 이르게 가슴 발달이 되었다. 만으로 여서일곱살에 가슴이 커졌고, 나는 그냥 그것도 성향이려니, 내 쪽 유전자는 아니고 부계 쪽에서 괜찮은 거 받았나 보다 했는데… 성조숙증은 아이 키 성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고 곁의 사람은 많이 걱정을 했다. 그래서 몇 년을 3차병원 성장클리닉 데리고 다니면서 성호르몬 발달 지연하는 주사를 맞추고 다녔다. 나는 그냥 타고난 거라 어쩔 수 없다고 체념하는 편이라 주사 치료에 찬성하지 않았고 병원에도 데려가고 싶지 않다고 했더니, 곁의 사람이 내내 연차쓰고 아이를 병원에 데리고 다녔다. 뭐 그렇게 치료 기간 오래 보내고 결국 아이는 여전히 반에서 제일 작고ㅋㅋㅋ 그래도 나한테는 없는 엄청 예쁜 가슴을 갖고 있어서 야 진짜 너 수학도 잘 하고 머리도 좋은데 가슴까지 예쁨 개사기 하면 그냥 헐헐 웃는다. 개빻은 엄마라서 미안해…

가슴에 대한 고민이나 관심은 이렇게 별로 있지도 않고 있었더라도 지나간 거 같은데, 가슴이야기라니, 책 제목보고 조금 궁금했다. 무슨 이야기를 책 한 권으로 묶을 수 있을지. 저자는 저널리스트이면서 환경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제법 공부하고 또 궁금한 것을 알라치면 관련된 전문가가 어디있든 전세계 곳곳 찾아나서 묻고 다녔다. 과학, 의학적 서적들이 무슨무슨 대학의 어쩌구저쩌구 박사에 따르면- 하고 개략적 소개를 하고 연구 내용이나 주장을 이어나가는데, 저자는 그런 과학자들, 의사들 소개할 때 외모나 말투, 연구나 삶의 배경 같은 걸 간략하게 묘사해 줘서 오, 이런저런 사람들이 요런저런 걸 관심 갖고 디립다 파고 있구나, 하는 생생함이 느껴지는게 이 책의 특색이었다.

저자는 가슴의 미학적이고 성적인 측면에만 매몰된 나머지 그 기능이나 건강에 대해 소홀한 학계에 대한 비판적 관점으로 책 앞부분을 시작한다. 진화심리학 관련 수많은 성선택 가까운 가설들을 여성주의적 관점에서는 다들 진저리치게 싫어하던데 난 오 제법 그럴싸 한데...하고 그쪽 설명에 납득 잘 하던 편이라 이 명예한남 새끼 어쩔...싶지만 그냥 제 뇌가 자꾸 나 티야 틴데 하는 걸 어쩔 수가 없구요… 저자가 아이를 낳고 수유한 경험과, 가족력인 유방암 영향으로 모유 수유와 유방암 발병 쪽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는 쪽으로 책의 내용이 서술되어 있었다. 하긴 가슴에 대해 건강 말고 뭘 더 이야기할지… 미학에 관한 건 고전 명화 그리는 새끼들이 열심히 해 놨으니까 우리는 그냥 더 건강할 방법을 궁리하자…

포유류로 진화한 우리는 아이에게 젖을 먹이는 양육 방식이 생존에 여러모로 적합했기에 그렇게 발달해 왔고, 또 가슴은 그런 방식에 알맞도록 생애주기동안 고정되지 않고 이렇게 저렇게 끝없이 변화한다는 걸 상세하게 정리해 놓았다. 그런데 산업 사회 이후 우리가 수많은 화학물질들에 노출되면서, 지방이 주성분인 가슴에 수많은 물질들이 참치뱃살에 농축되듯 축적되고, 이게 모유수유 동안 해소된다는, 즉 엄마는 좀 정화되는데 그게 고스란히 어린 아기한테 전달된다는 사실은 대강은 여기저기서 들었지만 책에서 자세히 다룬 걸 보니 약간 충격적이긴 했다. 그리고 난 가슴 작으니까 낼모레 검진 때 그 가슴 짜부시키는 유방엑스선 촬영 안 하면 안 되냐...했는데 이 책 한 꼭지에서 남성 유방암 문제에 대해 다루고 있었다. 특정 미 해군 기지 출신 남성들이 유해 화학물질 많이 노출된 정황이 있고 그래서 일반적인 인구 통계 확률보다 그 집단 사람들이 발병율도 더 높은 모양이었다. 아...가슴이 작다고 안전하진 않구나… 남자도 걸린대… 게다가 이전 결과지 보면 섬유 조직이 75퍼센트를 넘는 고등도 치밀형 유방이라고 한다… 엑스선으론 잘 관찰도 안 된다고… 디엔에이 검사 이런거도 했었는데 폐암이랑 유방암 정도가 유전적으로 확률상(높진 않지만 그래도 여러 암 중) 걸릴 가능성 있는 암이라고… 초음파라도 해야 하는 걸까… 책을 다 봐도 사실 어떻게 해야 더 건강하고 더 생존율을 높일 수 있는지는 잘 모르겠다.

결국 우리는 유방암에 대해 아직 너무 잘 모르고, 그런데 관련 연구는 아직도 부족하고, 도처의 화합물들은 성호르몬과 유사한 구조로 신체를 교란하고 암을 유발할 수 있고, 저자는 본인이 알게된 선에서 이것저것 적어 놓고 자기 몸이랑 직접 짠 젖이랑 집안 먼지랑 이런저런 연구소에 보내고 촬영도 하고 검사도 받고 하면서 생각보다 자기 몸에 유해한 화합물이 많은 걸 확인하고 놀라고 있었다. 특히 미국은 화재 예방 위해 난연제 사용에 엄격한가 본데, 난연제가 또 교란물질이 될 수 있어서 유럽 같은데는 사용 금지하고, 우리나라도 그런 금지 협약 가입하고, 미국은 비준 거부하고 뭐 그렇다고 했다. 나도 그렇게 노출될 만한 화학물질 있나...별로 없나...의류나 보습제나 세정제류? 하다보니 오...밤에도 낮에도 끼고 있는 귀마개...미국산 폴리우레탄… 혹시 제 귓구멍에 문제가 생기면 다시 보고 드리겠습니다…

젖을 먹이고 그걸로 사람이 생존하고 또 성장하는 걸 보는건 참 신비하고 뿌듯한 시절이었다. 그런 걸로 본인 쓸모를 확인하는 사람도 있긴 있습니다… 나는 못 가졌지만 예쁜 가슴 가진 사람 사진이 미디어에 돌아다니는 걸 보면 또 보고 흐뭇하기도 하다. 이건 남성중심 사회의 학습의 결과인지 그냥 미적 감수성인지 잘 모르겠다. 예뻐지겠다고 보형물 넣고 그러다 부작용 겪는 거 보면 아야야...그렇게까진… 싶기도 하고 흔적기관 만큼도 흔적 안 남은 내 가슴도 가슴이라 불러도 될진 모르겠지만 그거대로 좋은데… 싶기도 하고… 뭐 그렇습니다… 흥미로운 책이긴 했는데 읽다보니 내가 생각보다 흥미 없었나 보다...그러니까 이렇게 읽기가 더딘 나날을 보냈지 치킨 요리보다 더…. 했다. ㅋㅋㅋ

+밑줄 긋기
-모유수유는, 서로 주고받는 복잡한 그물망을 이루고 있는 세계에 우리 몸을 연결하는 생태적인 행위이다. 젖가슴의 수용성 덕분에 우리는 커다란 진보를 내디뎠다. 우리가 최적의 시기에 사춘기를 맞는 것도 유방의 에스트로겐 민감성 덕분이다. 인류 초기 조상들은 강과 바닷가로 옮겨와 정착했고 오메가3가 풍부한 음식을 먹으면서 젖의 영양이 풍부해졌고 뇌가 커졌다. 우린 젖에 특화된 박테리아를 선별해 배양했다. 또 아기를 보호하는 새로운 당과 지방을 만들기 위해 주변세계와 우리 몸에서 분자를 모았다. 우리의 특별한 저단백질 젖은 아기가 천천히 자라게 해 동물가운데 가장 긴 어린시절을 보내게 했고 그 결과 많은 걸 배울 수 있게 만들었다.
우리 뇌는 꽤 커져 마침내 세계의 생태계를 바꿀 수도 있게 됐다. 하지만 우리가 우리의 젖 역시 바꿀 수 있다는 건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이제 우리가 우리의 젖 역시 바꿀 수 있다는 건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이제 우리 젖은 더 이상 예전처럼 좋은 것만은 아니다. 역설적이면서도 비극적인 것이, 한때는 우리의 진화를 이끌었던 젖이 지금은 독소를 운반해 불임과 뇌 및 신체의 장애를 일으키는데 분명 역할을 함으로써 오히려 진화를 방해하는 것 같다. 지난 수십 년 동안 분유회사들은 모유를 모방하려고 노력해왔지만, 이제는 모유가 분유에 가까워지고 있다. 아주 우울한 상황이다.
2004년 유엔은 잔류성 유기오염물질에 대한 스톡홀름협약을 진행했는데, 이 자리에 참석한 162개국은 세상에서 가장 지독한 화학무기라고 할 수 있는 최악의 잔류성유기오염물질 21가지에 대한 사용금지 또는 엄격한 제한에 동의했다. 대부분은 농약이지만, PBDE 몇 가지와 PFC, 다이옥신, PCB 등 모유에 들어있는 ‘첨가물’ 목록에서 위쪽을 차지하는 것들도 포함돼 있다.
미국은 협약을 비준하지 않았다. (301-302, 역자주: 한국은 2007년 스톡홀름 협약을 비준했고, 2008년 1월부터 잔류성유기오염물질 관리법을 시행하고 있다. 이런 건 미국 안 따라하고 유럽 따라가서 다행인 것인가...)

-체온이 40도까지 치솟았고 오른쪽 젖가슴이 빨갛게 달아오른 벽돌 같았다. 난 응급실로 실려 갔다. 유방염에 걸렸다는데, 유관이 막히거나 염증이 생기면서 감염이 된 것이다. 난 항생제 처방을, 그것도 빨리 받아야 했다. 난 인류가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는지 경이로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동굴에 살던 여자들은 응급실도 없었을 텐데 아이가 황달에 걸렸거나 유관이 막히면 어떻게 했을까? 모유수유가 인간의 진화를 도왔을지는 모르지만, 그 이전에 상당수의 엄마들이 ‘유열(milk fever)‘(네? 제가 그랬군요? 화들짝) 이라고 부르는 증상으로 죽어갔을 것이다.
난 모유수유를 한 첫해에 유방염에 세 번 더 걸렸다. 그럼에도 왜 모유수유에 집착했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페일린 때문이거나 아이에게 좋은 걸 먹여야 한다는 의무감 때문이리라. 하지만 당시 고통이 없을 때는 난 모유수유를 정말 좋아했다. 사실 푹 빠져 있었다. 나는 벤과 하루 종일 붙어있고는 했다. 시도 때도 없이 젖을 물리다보니 새벽 네 시에 길거리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알 정도가 됐다. (나도 기억 나… 사람들이 그 새벽에 그렇게 많이 야식을 시켜먹는다는 것도...오토바이 부르릉 현관 호출 띠리링) 가끔씩 잡지를 뒤적거리거나 그냥 아들의 반들반들한 살을 보며 감탄하기만 했다. 난 사람을 온화하게 만드는 호르몬인 프로락틴과 어느 작가가 “약간의 졸림, 행복감, 통증에 대한 둔감, 아기에 대한 더 큰 애정”을 유발한다고 쓴 호르몬 옥시토신의 상승을 즐겼다. 난 아들과의 게으른 친밀감이 좋았고 저녁 시간이 됐을 때 아이가 기쁨에 헐떡이며 팔을 흔드는 방식이 좋았다. (227-228, 저자의 수유 체험에 관한 글은 과거 회상에 빠지게 하면서 나름 공감되고 그랬지만… 이런 기쁨 잠시라도 누린 건 행운이고 너무 수유가 고통스러워 중도에 놓은 엄마들 마음을 아프게 할 것도 알지만… 나도 그 유관 막혀서 으아아아아 디지게 아프고 돌덩이 된 걸 엄마가 스팀타월로 마사지해서 겨우 뚫어줬던 게 생각났다. 겨우 한 두 번이었는데 내내 그러면 그냥 견디고 하라고는 못하겠어… 개같이 아픔… 이런 저런 양육 비하면 애 낳는 게 제일 쉬워요 그냥.)

댓글(4) 먼댓글(0) 좋아요(2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아침에혹은저녁에☔ 2024-12-01 18: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육아 이야기를 읽다보니 아주 오래전에 아내가 출산 후에 젖 몸살이 심해서 맛사지 해주던 기억이 새삼스럽네요 비록 짧은 기간동안 모유 수유를 했었는데 힘들어 하던 순간이 떠오르네요! 다 커서 처녀가 된 딸 들은 부모의 고충을 조금이나마 느낄까요!

반유행열반인 2024-12-01 22:47   좋아요 0 | URL
제가 엄마 힘든 건 잘 모르겠고 저 힘든 거만 떠올리는 거 보니... 아마도 조금도 못 느낄 가능성도 있다는 슬픈 말씀을 전하며... 그럼 워때유 건강하게 자라줘서 고맙다 아가들아 ㅎㅎㅎ

유수 2024-12-01 22: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흐흐 사랑스러운 글도 잘 쓰시고.. 악성 독후감만 쓰시는 건 아니네요.

반유행열반인 2024-12-01 22:47   좋아요 1 | URL
내가 수유 쓰면서도 유수 생각에 깜짝깜짝 했으면 이거 병 아닙니까 ㅎㅎ이거 사랑스럽다니 유수님도 병!!! 감사합니다 ㅎㅎㅎ
 
치킨의 50가지 그림자
F. L. 파울러 지음, 이지연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20241125 파울러(가명임저자는 지도 쪽팔렸는지 베일에 쌓여 있다고 퉁치고 정체를  드러냄).
 
 
 책의 존재를 알고는 이런 저런 책들이랑 같이 섞어서 마련해 뒀다. 책 상태가…만듦새가...총천연색 올칼라 조리 과정 사진 포함에다 양장본에다가 책갈피로 쓰는 줄도 달리고…  이렇게 성의 있어...쓸데없이 고퀄ㅋㅋㅋ
  번에  보기엔 조금 물린다조금 나눠읽기에도 사실 매번 비슷하게식재료인 닭을 보며 하악대는 또라이 아저씨랑거기에 장단 맞춰 내면의 의식이 벌렁대는 영계(진짜 영계임가금류 식재료 ) 이런저런 요런조런 플레이로 요리를 하고 뒤에 짜잔 하면서 이런 요리가  있구나 싶은 다양한 치킨 요리 레서피를 덧붙여 준다. 내가 음식과 요리에 일말의 애정이 남아있는 시절이었으면 한두개쯤 만들어보고 싶다...했겠지만 저는 이제 냉동치킨을 에어후라이어에 튀겨 대충 때우는 식사에도 감지덕지인걸요ㅋㅋㅋ주식은 거의 일년째 귀리랑 견과류랑 단백질음료입니다…(아침엔 요거트에 비벼먹고 저녁에는 밥대신 쪄먹고...오늘  이야기 들은 시어머니는 절레절레  맛없는  어떻게 내내 먹어…하심…ㅋㅋㅋㅋㅋ)
 
 수능 끝나고 이제 열흘쯤 됐는데나새끼 소설시에세이과학책만화책요리책 종횡무진 달렸다… 사실 문제 풀던 시간에 문제  푸니까  할지 모르겠어...요새 사람이 아니라 유튜브나 드라마 이런 것도   보겠고...영화도  보고 그래야지 했는데 큰어린이랑 오티티로 헤어질 결심 하나 보고 진격의 거인 조금 보고   보겠다그냥 가까이 꽂힌 것들 쟁여둔 책들 닥치는대로 보다보니 ㅋㅋㅋ오늘은 치킨 요리책을 통으로 다 보고 앉았네…
 
 곁의 사람이 회사에서 호구노릇 잘했다고 우수사원상을 타서  부상으로 호텔뷔페 식사권을 받았다금액도 어마어마하고 다들 소식좌라 그냥 팔자 한끼에 그돈씨...하다가 양가 엄마들한테 효도나 하자, 하고 어린이들 학교랑 유치원 보내고 미안이러고 엄마들 모시고 식사하러 다녀왔다...그런 곳 처음 가보는데 아직 오픈 시간도 아닌데 이미 길게 늘어선 줄에 일차로 충격… 월요일 오전부터 인당 20만원짜리 식사들을 이렇게 하러 오시는구나… 체험 양극화의 현장…음식은  맛있고 재료질도 좋았지만 나는 한 접시 가득 퍼다 겨우 비우고 이제   먹음 하는 만행을…ㅋㅋㅋ 그냥    내고  접시 먹었으 됐다… 어르신들 호사 한  누리시게 했으니 됐다...했다

 그러고 나왔더니 말레이시아 총리가 왔다고 로비는 한국사람 동남아사람 검은 양복입고 떡대 좋은 경호 인력이 바글바글 난리고경찰도 난리고호텔 출입구는 인도도   되어 있고 다들 포르쉐 마이바흐 이런 차 타고 오는데 우리만 지하철 타고 종종 걸어들어왔다 종종 나가고 ㅋㅋㅋ 그러다가 갑자기 사거리 교통 통제하고 경찰들 소리지르고 엄근진 하는 사이  검은 밴이랑 세단이랑 말레이시아 국기 매단 차들이 슝슝 하고 우리랑 교차해서 호텔로 들어갔다재밌는 구경이었다. 겨우  접시 먹고도 소식좌는 배가 찢어질  같아서 으른들 먼저 들어가시라고 하고 걷기 싫은 곁의 사람 이끌고 남산자락 둘레 돌아 걸어서 이태원까지 가서 거기서 버스타고 집 왔다버스탈 자리가 2 전에 젊은이들 비극 겪 자리 바로 앞이라 기념비랑 골목상태 원활-하는 신호등 설치된  보고 숙연… 그렇게 집와서도 아직도 배부른 상태에서 요리책 보니까 진짜 무념무상이었다오늘 저녁  먹음…
 
 +밑줄 긋기
 
“당신은 늘 여기까지라고 선을 긋는데, 그 선을 넘으면 어떨지 궁금하지 않아?”
 그가 묻는다. 대답을 기다리지도 않고 스테레오 리모컨 버튼을 누른다. 아, 젠장, 뭐야, 이제 또 뭘 어떡하려고 그러지?
 안 보이게 설치돼 있는 스피커들에서 현악기 소리가 폭풍처럼 휘몰아쳐 올 때, 칼잡이 씨는 살짝살짝 내 살결을 꼬집는다. 처음에는 약간 간지러울 뿐이지만 음악이 점점 전개됨에 따라 그의 손동작도 도를 더해 간다. 느닷없이 홱 하고, 그는 내 북채에서 거무스름한 다리살 한 줄기를 뜯어낸다.
 “꼬꼬댁!”
 내가 부르짖는다. 너무 갑작스러운 일이라 놀랐다. 하지만 그 느낌에 어쩐지 혹한다. 간질간질 감질이 난다. 그가 다시 뜯는다. 더 세게.
 음악이 고조되어 갈수록 그의 손가락이 내 살에 더욱 깊숙이 파고들며, 음악에 완벽하게 박차를 맞추어 한 오라기 또 한 오라기 나를 벗겨 간다. 그가 능수능란한 손가락으로 나를 허물어뜨림에 따라 나는 기막힌 흥분에, 현악기와 관악기가 빚어내는 천상의 화음에 휩싸여 내 가장 은밀한 욕망 속으로 침몰해 간다.
 음악이 잠시 멈추고 그도 멈춘다. 그러더니 두 번째 음악의 선율이 피어오른다. 첫 곡처럼 마구 휘몰아치지는 않는다…..., 마음속으로 나는 시골길을 건너는 암탉의 몸짓을 떠올린다. 무엇인가 위험하고도 저항할 수 없이 매력적인 것이 암탉을 길 건너편으로 이끈다. 낮게 지저귀는 새소리 같은 오보에 독주가 쟁쟁 점잔 빼는 현악기 소리를 깔고 흘러나온다. 칼잡이 씨는 우미한 나를 능숙하게 유린하고…..., 뜯어내고 또 뜯어내고…...하지만 음악이, 나를 다른 세상으로 데려가고…...그의 손가락들이 나를 완전히 무너뜨리고…...그래, 이거야. 나는 어두운 육욕의 세계로 항해해 들어온 거야. 마침내 음악이 절정에 이르자 나도 절정에 이른다. 나는 블렌더에 확 갈린 액체처럼 뒤죽박죽 혼란스러우면서 산산이 날아오른다. 아아, 대단해.
 “음악 뭐였어요?”
 겨우 정신을 수습하고 얼이 나간 상태에서 내가 신음한다.
 “요제프 하이든의 ‘암탉’ 교향곡 83번 G단조 중 알레그로.” 그가 나를 두 개의 부드러운 번 사이에 끼워 넣는다. “모종의 이유로 난 늘 그 곡에 맞춰 요리하고 싶었지.”
 시골 암탉의 모습이 다시금 내 마음에 자리 잡는다. 무척이나 희한한 일이다. 하지만 나는 그 닭이 왜 길을 건넜는지 알 것만 같다. (73-74. 청각, 촉각, 시각 어우러져 이 정도면 감각적이군 하는 장도 있긴 했다...ㅋㅋㅋㅋ)
 
-“지금부터 내가 하려는 행위는 무척 격한 거야. 당신이 분별 있게 날 유도해 주리라고 믿어. 안전 신호가 뭐라고 했지, 영계 아가씨?”
 “노릇노릇.” 내가 중얼거린다. “내가 거의 익어 간다 싶으면 노릇노릇이라고 하는 거죠.”
 “그리고?”
 그가 눈빛을 차갑게 하여 추궁한다.
 “까맣게. 만약에 내 물기가 말라 버릴 것 같으면요.”
 “좋았어.”
 그는 울프를 점화하고는 소금과 후추로 내 가슴살을 문지르기 시작한다. 그의 손이 나의 흉골을 따라 내려가 아래쪽 그곳까지 더듬어 가며 내 살갗을 깨운다. 두 개의 능란한 손가락을 내 안에 묻고, 고문처럼 느릿느릿 원을 그린다. 그가 무엇인가 매끈하고 울룩불룩한 것을 밀어넣는 바람에 나는 흠칫 몸을 움츠린다. 어마, 어떡해.
 “마늘이야. 그리고 허브하고. 당신의 끝맛을 한결 강력하게 만들어 줄 거야.”
 그는 나를 구이용 랙에 앞으로 얹어 내 가장 무방비한 부위가 그대로 노출된 채 욱신욱신 고동치게 내버려 둔다. 그러고는 나를 울프 레인지의 거센 열기 속으로 밀어넣어 버린다. 열기가 내게 작용해 빠르고 호되게 나를 익히고 아슬아슬한 상태까지 몰아붙인다. 내 안쪽은 고동치며 바짝 죄어들지만, 내게서 나온 즙이 제어할 수 없이 주르륵 흘러내릴 그때에 때를 맞추어 그가 열기를 누그러뜨린다. 맙소사, 나를 감질나게 놀리고 있네.
 그가 나를 꺼내고 알루미늄 포일 뜯는 소리가 들린다. 내 몸을 아무렇게나 홱 뒤집어 눕히는데 나는 온몸의 뼈마디가 왈그락거리고 모든 부위가 부르르 부르르 떨린다. 그러더니 포일 한 장으로 나를 덮고는 등을 돌린다. 얼마나 오래 기다리게 할 셈일까?
 마침내 그가 돌아온다. 입술에 비죽이 미미한 미소를 띠고, 숨은 거칠게 몰아쉬고 있다.
 “당신이 얼마나 맛있는지 알아?” 그가 헐떡인다.
 “날 해치워 줘요.”
 낮고도 열 오른 목소리로 나는 간신히 그 말만 뱉는다.
 그는 나를 구이용 랙에 밀어붙이곤 도로 고온의 오븐에 확 넣어 버린다. 내 뱃속 깊숙이에서 마늘 쪽들이 쿡쿡 아려오고 나는 본의 아니게 꽉 움켜쥐듯 그것들을 감싸고 오므라든다. 뜨거운 육즙이 내 몸을 타고 넘쳐흐를 듯 맥박치는 동안 내 껍질은 바삭바삭 구워진다.
 “노릇노릇!” 내가 부르짖는다. “노릇노릇, 노릇노릇!”
(178-179, 하..미친 ㅋㅋㅋ노릇노릇!!!)
 


미친…ㅋㅋ이건 직립구이팬이라는 물건입니다…음란한 무엇이 아니라…그런데 사진을 왜 이따위로 찍었어 개변태새끼들…





댓글(7)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유행열반인 2024-11-25 20:2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리뷰가 20개나 있던데 구매자 리뷰가 왜 나 하나라 부끄럽고 고독하구나….

syo 2024-11-28 09:30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부끄럽고 고독하구나 빵터졌다

반유행열반인 2024-11-28 09:36   좋아요 0 | URL
기왕 터진 빵 너한쪽 나한쪽 노나 먹읍시다 우물우물

건수하 2024-11-25 23: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인간은 왜 그럴까요…..

반유행열반인 2024-11-26 08:10   좋아요 0 | URL
나도 인간이라서....왜 그럴까요...

Falstaff 2024-11-26 06:4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도서관에 책 있길래 읽어보렸더니.... 별3. 새해 첫 독후감을 3별짜리로야 할 수 없습지요.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4-11-26 08:11   좋아요 1 | URL
조용히 읽고 독후감은 내년 크리스마스에 올리시면 되죠 ㅋㅋㅋㅋ아 꼭 읽어주세요 외롭습니다 제 리뷰 ㅋㅋㅋㅋ
 
우리 동네 민음사 오늘의 작가 총서 6
이문구 지음 / 민음사 / 2005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41124 이문구.


1학년, 국민학교 첫 여름방학이었다. 할머니는 어디 친척집에 며칠 다니러 가셔서 엄마가 우릴 데리고 할머니댁에 머물며 할아버지 밥을 해주고 지냈다. 더위에 허술하게 보호장비를 했던지, 농약이 너무 독했던지, 정한 희석 농도보다 높았던지 알 수 없지만, 논인지 밭인지 분무기에다가 약 주고 돌아온 할아버지가 우물가에 쓰러져 누웠다. 아이고, 아이고, 하면서 경련을 일으켰다. 엄마는 할아버지 팔다리를 주무르다, 아마도 구급차인지 삼촌인지 누군가에게 연락했고, 할아버지는 병원으로 실려갔다. 할아버지는 며칠 입원했고, 친척집에서 돌아온 할머니가 병원에서 병바라지 하는 동안 엄마랑 나랑 동생은 예정보다 더 오래 할머니댁을 지키고 있어야 했다. 책도 못 가져오고 학교 숙제인 탐구생활 한 권, 그림일기 하나 들고온 터라 무척 지루한 날들이었다. 그무렵 찍은 사진들이 남아있다. 밀집모자를 쓰고, 머리에 꽃도 달고, 익살스럽게 찍어뒀지만 농약중독사고를 직접 목격한 충격은 삼십년 지난 아직도 기억에 남았다.
그 후로도 할머니댁은 할머니가 돌아가신 지금부터 20년전까지 농사를 지었다. 할아버지는 본업은 건설현장 노동자로(노가다 십장) 중동이랑 북아프리카랑 해외로 오래 떠돌았다. 벼농사랑 고추, 가지, 오이, 토마토 이런 저런 채소 밭농사랑 짓는데 한국의 농업이란 무척 노동집약적이고, 도시나 읍내에서 직장 다니거나 회사 다니는 할아버지의 아들들은 농번기에는 휴일마다 수시로 불려 가서 모를 심고, 자꾸 고장나는 경운기를 고치고, 고추모를 심고, 이거저거 다 했다. 며느리들은 밭농사를 돕거나 밥을 해날랐다. 나는 어린 사촌동생들이랑 논둑 근처 솔밭 아래 돗자리 깔고 애들이랑 놀아주다가 뱀이 나타나서 어린애들을 껴안고 뱀!!! 뱀이다!!!! 하고 비명을 질렀더니 뱀이 이리 기어오다 놀라 달아났다. 동생들은 뱀이 나오면 언니처럼 뱀!!!하고 소리지르면 된다고 잘못 배웠다.

도농복합시 읍내 살다 군이 시되는 걸 보고 자라서, 술먹고 엄마 두드려패는 아빠 피해 가출해서 서울 와서 이제 거의 이십년 가까이 되었다. 그때도 이미 꿈도 희망도 없는 농촌이었지만, 그런 농촌에 자본주의 들어오고 소비와 욕망만 늘고 상품 수익성은 택도 없어 죽어라 일해야 빚만 늘고 그냥 서서히 망해가는 농촌 이야기 적어둔 소설 보며 나는 농업 종사는 커녕 들일 밭일 거들어 본 적도 없이 구경만 했는데도 그냥 내내 쓸쓸했다. 이전 읽은 ‘내 몸은 너무 오래 서 있거나 걸어왔다’는 이문구 선생 말년에, 이번 읽은 ‘우리 동네’보다도 좀 더 지나 거의 다 죽은 농촌의 서글픔, 거기 약간의 체념과 작가 생명 숙어지던 질병 앓던 시절이라 그런가 더 처절하게 잘 쓴 것 같았다. 그보다 아마 조금 젊던 시절 쓴 ‘우리 동네’는 그래도 아직 안 죽었다고, 중년의 농촌 쯤 되는 시절을 그린 느낌의 연작 소설이었다. 나는 수능 전 이문구 소설집은 다 읽고 간다, 했는데 하나 밖에 못 읽고 이건 너무 두꺼워서 이제야 다 봤다. 보고 나니, 이건 수능에 못 나와… 너무 야해… 정씨는 귀숙어매랑 동네서 몰래 어쩌고 저쩌고 하다가 틀어져 경찰서까지 가서 드잡이 하고, 아재들은 수매가격 그지같이 곡식을 넘기고 신경림 시의 ‘농무’에 나오는 농악대처럼 울분 토하다가 유흥업소 가서 술 퍼마시고 단체로 성매매하러 가… 핍진하긴 한데 역시나 개빻아가지고, 하긴 인생 막장 개털인데 저러고 막가는게 인간이지 싶고 가엾으면서도 예쁘게 볼 수 없는 모습들, ‘드러-’ 하는 추임새처럼 진짜 드럽게 놀며 현실 도피할 수 밖에 없는 인생을 내가 안 살아봤으니 막 욕할 수도 없고 그랬다…

그래도 나름 재밌고 호감간다 싶은 아재도 하나씩은 나왔다. 안 좋은 꿈 꿨다 싶어 그것 때문에 손탈까 가족 걱정하며 일찌감치 들에 나와 안절부절 못하는 김씨 아저씨가 그랬다. 새에게 모이 주고 새잡이 총질하는 도시 사람과 싸우는 최씨가 또 그랬다. 연작 소설집의 시작과 말미를 김씨의 활약으로 열고 닫는다. 첫 소설부터 양수기 빌려다 물대다가 싸움나고, 그러다가 민방위 오라니까 다들 샥 몰려가서 관에다가 바른 말 하는 김씨와 그걸 거드는 주변 사람들이 절창이다. 너무 재미났다. 막판에 농민들의 사자후라 해야 하나, 농민 등처먹는 아이콘인 황씨한테 망신 주고 대거리하다가 도시 것들, 높은 사람 들으라는 듯 마지막 울분을 뿜어내는데, 이게 이미 망해버린 농촌의 뒤늦은 유언 30년 후에 듣는 것 같아서 서글퍼졌다.

+밑줄 긋기

-부면장은 무슨 말이 나오는 것을 참는지 한참 동안 입술만 들먹거리더니 겨우 말머리를 찾은 것 같았다.
“도대체 당신 워디 사는 누구여? 뭣 허는 사람여?”
그러자 누군가 뒤에서 큰 소리로 대답했다.
“그 사람두 높어유.”
그 말이 떨어지기 전에 또 다른 목소리가 곁들여졌다.
”놀미부락 개발위원이구, 마을문고 후원회원이구…...“
그러자 여기저기서 우르르 하고 아무나 한마디씩 뒵들이를 했다.
”부랄 조심(가족계획) 추진위원이구…...“
”부녀회 회원 남편이여.“
”연료림 조성 대책위원이유.“
”야산 개발 추진위원이구.“
”단위조합 회원이여.“
”이장허구 친구여.“
”죄용해 줘유. 앉어줘유. 그만해 둬유. 입 다물어줘유.“
하고 부면장은 다시 마이크에 대고 고래고래 고함을 질렀다. 약간 수그러들자 부면장은 언성을 낮추어 말했다.
”일 헥타는 삼천 평입니다. 앞으루는 이백 평이니 말가웃지기니 허구 전근대적인 단위는 삼가주셔야 되겄다-이겝니다.“
말허리를 끊으며 김이 말했다.
”이 바닥에 헥타르를 기본단위로 말할 만치 땅 너른 사람이 멫이나 되느냐 이게유.“
부면장은 들은 척도 않고 하던 말을 계속했다.
”에, 날두 더운디, 지루허시드래두 자리 흐트리지 마시구 담배나 피시며 쉬서유. 저 놀미 사는 높은 양반두 승질 구만 부리시구 편히 쉬서유. 미안헙니다.“
그러자 박수가 쏟아져 나왔다. 김은 그 박수의 임자가 자기라고 믿으며 속으로 웃었다.
(‘우리 동네 김씨’ 중, 34-35)

-”세상이 아무리 뭣같이 되었더래두 헐 말은 허구 살아야겄더라구.“
이장은 계속했다.
”촌늠은 나이가 명함이지만 나두 막말을 안 헐 수 웂어 허는디, 당신이 계장님 만나러 예까장 온 속심을 우리가 모르지 않어. 물간 새우젓, 곯은 황새기젓 좀 농민들헌티 멕여보까 허구 시방 지켜앉어 있는디, 아스슈, 아스라구. 나두 작년 같잖여. 나두 정신채렸다구. 작년만 해두 동네서 쥑일 늠 소리를 들었고, 또 그래야 쌌어. 허지만 나두 싫어. 왜냐. 나두 당신 말마따나 젊어. 넘으 잔치에 설거지해 주다 내 배 곯구, 동네서 소릴 들어가며 살구 싶지는 않더라 이게여. 그러구 이건 내 개인문제가 아녀. 그럼 뭐냐. 하늘과 땅과, 비바람두 눈보라두 우리를 보호해 줘. 심지어 개돼지두 우리를 위해 살어. 그러나 사람은 틀리더라 이게여. 그러니 이저는 세상웂이 거시기헌 늠이 무슨 소리를 해두 못 믿것더라 이게여.“
이장은 말허리를 끊고 좌중을 한차례 둘러본 다음 나머지를 이었다.
”그러니께 결과적으루 우리 스스로 우리를 보호허지 아니허면 아니되겄더라-이게 결론여. 내 맘만 같으면 당신이구 오도바이구 죄 남댑문표 빤쓰에 싸서 둠벙 속에 처늫겄어. 또 그래야 옳어. 그러나 워쨌든 간에 당신은 우리게 사람여. 우리는 아직두 이웃을 보살피구 동네 사람들 애끼구 싶다 이게여. 그리구 당신 빤쓰 아니더래두 수재민들이 홑바지는 안 입는답디다. 부디 니열 새벽 빤쓰버텀 걷어가슈. 당신 손으루. 동트기 전에.“
“…...”
황은 응수하지 않았다. 틈을 여투어 김이 말했다. (중략)
“내가 헐라는 말은 저기여. 벨것이 아니라, 하늘을 쳐다보구 땅만 믿구 사는 우리찌리는 여전히 경우가 있구, 이웃두 있구, 우정두 있구, 이런 것 저런 것 다 분별이 있는디, 직업이 사람을 상대루 허는 직업은 우리가 마소나 들풀이나 돌멩이 같은 다른 저기들과 다름웂이 뵈는 모양여. 우리가 있음으루 해서 각기 직업두 생긴 겐디, 그 직업을 한번 붙잡었다 허면 우선 인심부터 내버리구 저기허더란 말여. 직업을 권세루 알기루 말헐 것 같으면 하늘을 입구 흙을 먹는 우리네 위로 올러슬 것이 웂을 텐디두…...그러나 우리를 업신여긴 것치구 오래 안 가데. 나는 배움이 웂어서 지난 역사를 저기헐 수는 웂지만 아마 사람 위에 올러스려구 버둥댄 것치구 저기헌 적이 웂을겨. 그랬으니께 오늘날에 우리가 있는 게구, 우리는 또 자식들이 사는 걸 저기하면서 저기허는 게구…...”
김은 하던 말을 남기고 일어설 채비를 했다.
(‘우리 동네 황씨’ 중, 393-395)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Falstaff 2024-11-25 05: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이구..... 스토리는 하나도 기억나지 않네요. 다시 읽어봐야 겠군요. 흠...

반유행열반인 2024-11-25 09:27   좋아요 1 | URL
낫기는 나무 시리즈가 나은데 이것도 말맛이 솔찮어유 ㅎㅎ충청도 연고 없는데도 사투리 문학에 오금 못펴는 갱기 촌것이라ㅎㅎ

syo 2024-11-28 09: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최근에 읽고 이번에 페이퍼에 쓴 어떤 책읽은 책에서 이 작품에 대한 언급이 짧게 있었습니다.
˝잊혀가는 충청도 사투리가 가득하다˝ 라고 적혀 있었는데, 이 정도면 독자에게 ˝나는 이 책 읽었다˝라는 걸 알리는 것 이외의 아무 역할도 하지 않는 거나 진배없군요.

반유행열반인 2024-11-28 09:35   좋아요 0 | URL
그거 그 선생님이 쓴 책일 것 같다는 킹리적 갓심 ㅋㅋㅋㅋㅋ
 
잠시 작게 고백하는 사람 - 황인찬의 7월 시의적절 7
황인찬 지음 / 난다 / 2024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41124 황인찬.

 

 작년 이맘쯤 찾았던 시흥시를 다시 찾았다. 연고도 뭐도 없던 동네인데, 황인찬 시인이 시니어 도서관에서 강연인지 북콘서트인지 한다고 해서 서해선 열차 타고 갔다. 노인들 틈바구니에 앉아 미래에서 스파이처럼 노인인 조용히 시인의 목소리를 들었다. 글쓰는 사람에 관한 환상은 없다. 쓰인 것을 좋아하는 것과 사람을 좋아하는 것의 구분은 비교적 확실해서. 오히려 가장 아름다운 남긴 사람들일수록 주변 사람들은 또라이새끼 때문에 많이 불운, 불행했다, 하는 일화를 많이 보았기에 글은 흠모해도 사람은 흠모하려고 애쓰진 않는다. 흠모하지 않으려고 애쓴다. 뭐가 맞냐.

 덕분인지 이번 산문집 읽을 때는 시인 목소리 그대로 음성지원이 되어 재미있었다. 산에는 지네/ 꽃이 지네 하는 산유화를 다루는 시에 대해 이야기하는 수많은 자리에서 닳고 닳도록 했을 같지만, 그래서 책에도 나오지만 듣던 다시 읽는 다른 느낌이 든다.

 

 시흥시는 이름만 들으면 시가 흥할 같은 동네인데, 시인도 여기랑은 아무 관계가 없고, 그냥 행사 섭외되어 잠시 들렀다 곳이고, 나도 그냥 찾아간 곳인데, 어쩌다가 물기 없는 바다 흔적을 따라 돈가스도 먹고, 갈매기도 보고, 오리도 보고, 드넓게 아무것도 없는 진창에 갈대만, 갈대 말고 이름 모르는 짠물 견디는 풀들만, 그리고 나무랑 바람만, 약간의 갯내만 날아다니는 벌판을 오래도록 걸었다. 그게 좋았다. 가을이 무르익은 날이었는데, 한해만에 찾은 그곳은 작년보다 20 정도 늦춰 찾아갔더니 이미 채도가 단계 바래 가을보다는 겨울에 가까운 시절이었다. 날은 흐리고 잠시 비가 지나가기도 했다. 그래도 제법 푹한 날이었고, 이번에는 작년에는 가지 않았던 자전거 모양 다리를 건너고, 갯벌의 건너편엔 그렇게 평행선처럼 거울처럼 비슷한 외줄기 길이 뻗은 알게 되었다. 새로 길에는 새를 탐조할 있는 헛간 같은 있어서, 진창의 오리들을 망원경으로, 맨눈으로 실컷 있었다. 뽀또 속살 크림처럼 노란 치즈색 오리를 처음 보았는데, 이름은 직관적으로 황오리라고 했다. 이쪽으로 엉덩이를 두고 진흙에 빠지는 발을 힘겹게 옮기며 뒤뚱뒤뚱 걸어나가는 오리 마리가 너무 귀여웠다. 물속에 고개를 처박고 하늘로 엉덩이를 솟구쳐서 물고기를 잡는 놈들, 저들끼리 쫓고 쫓아가고 그렇게 평화로운 사실은 치열한 체험 삶의 현장에서 저들만의 먹고사니즘하고 있는 오리들을 나는 한가로이 구경하였다. 오리를 구경하고 오리에 관한 시도 제법 썼다는 산문 구절은 그때는 까마득히 잊고 있었다. 2010년의 두리반, 연인과 걷거나 머물던 보라매공원, 그런 공간들을 글로 마주하면 직접 겹쳐지지는 않았지만 살짝 어긋난 시간이든 실제가 아닌 글이든 어쨌거나 사람들의 삶은 자기들도 모르는 사이 교차하고 흘러가는 구나 하는 생각도 했다.



 

 7월의 일기를 11월에 읽는 적절한 걸까, 이런 식의 잠깐의 궁금증이 때마다 영리/영악한 시인은 물으실 알고 이미 대답해 놓았습니다 프하하하 하듯이 미래의 독자와 티키타카를 잘했다.

 

+밑줄 긋기

-(반바지 타령이 허송세월 이어진다) 그러면 나는 그때도 반바지를 입은 또래의 사람들을 보며 반바지를 입느냐 마느냐 하염없이 고민을 하겠지. 혹시 제가 벌써 지겨우신가요. 하지만 짧은 책은 앞으로도 이럴 예정입니다. (26. 이런 불쑥불쑥이 앞으로도 이러면서 그게 책의 재미이고 매력입니다.)

 

-아무튼 군대란 남자고등학교 같은 곳이었는데, 거기에는 입시라는 부담스러운 관문이 없었다. 지루한 시간을 버티고 나면 전역이라는 해방만 있는 셈이니, 시간이 느리게 흘러 생기는 초조함은 있을지언정 미래의 성취에 대한 불안은 느끼지 않아도 좋았다. 그런 의미에서 누군가에게는 복무 시절이 제법 마음 편한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친구가 그런 사람이었는지도. 그렇다고 해서 나에게 군대가 마음 편한 시절이었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폐쇄적인 분위기와 억압적인 문화를 차치하고라도 당시 나에게는 흘러가는 시간이 너무 아까워서 미칠 것만 같았으니까.

 하지만 확실히 시간을 되돌린 것만 같다는 감각이 주는 이상한 기분이 있었다. 젊은이들 사이에 있으니 몸도 마음도 젊어진 같다…... 까지는 말할 없겠지만(매일 운동을 억지로 하는 바람에 몸이 조금 건강해지긴 했음), 스무살 남짓의 친구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감정을 교류하는 동안에는 분명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감정을 느끼게 되는 때가 많았다. 살쯤 어린 친구들과 어울리는 동안 십대 후반, 아니면 이십대 초반에 느꼈던 불안이나 슬픔, 미움과 같은 감정들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어쩌면 친구는 시간을 돌이키고 싶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러고 보니 시절 친구가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형은 좋겠어요. 저는 스물둘이라 시속 이십이 킬로미터로 가고 있는데 형은 삼십몇 킬로미터로 가고 있잖아. 군대 빨리 끝나겠다.” 세상에 별말을 듣는구나 싶었지만, 돌이켜 보면 정말로 시간이 빠르게 흘러간 것만 같다. 시간이란 야속하고도 웃기는 것이군요.

 

 또다른 오랜 친구는 이백 살까지는 살고 싶다고 했다. 삶이 너무나 지겹고 버겁다는 이야기를 나누던 중이었는데, 말을 듣고 나는 너무 놀라 되물었다. 삼십몇년 사는 것도 이렇게나 힘든데 살아온 세월의 배나 되는 시간을 어떻게 견딜 수가 있겠느냐고. 친구는 세상에는 아직 즐기지 못한 것이 너무나 많고, 앞으로는 재미있는 것이 생겨날테니 그걸 최대한 즐겨야 한다고 답했다. 친구의 답변을 듣고 정말 크게 놀랐다. 삶에 대한 이런 낙관이라니. 그것은 단지 세상에 대한 순진한 기대는 아니었으리라 나는 짐작했다. 삶이란 이토록 지루하고 괴로운 것이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재미있는 것을 찾아 움직여야 하리라는 일종의 대항 의식(?)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의료 기술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으니 인간의 수명이 이백 살까지는 족히 늘어나리라는 것이 친구의 이어진 설명이었는데, 또한 아득하게 들렸다. 이야기는 어쩐지 SF소설에서 소재로 자주 삼는 냉동 수면 이야기를 연상시킨다. 기술을 통해 우리의 육체가 시공 속에서 소모되는 것을 견디게 함으로써 우리를 미래로 옮긴다는 점에서 분명 냉동 수면과 의료 기술을 통한 수명 연장에는 닮은 구석이 있는 것이다. 아득한 이야기를 나는 차마 감당하지 못하고, 먼저 세상 뜨겠노라 농담을 던졌는데, 친구는 어쩐지 조금 쓸쓸하게 웃었다.

 

 누군가는 과거로 돌아가기를 바라고 누군가는 미래를 그린다. 그것은 조금도 특이한 일이 아니다. 사람은 누구나 돌이킬 없는 시간과 가닿을 없는 시간에 대해 상상하곤 하니까. 마음이라는 것은 언제나 현재와 조금 어긋난 곳에 위치해 있고, 그렇기에 우리는 자꾸 다른 시간을 그리게 된다.

 

 문득 친구를 나란히 떠올리게 것은 내가 과거나 미래 어느 쪽으로도 딱히 가닿고 싶지 않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또한 가끔 상상하기는 한다. 내가 만약 고등학생 시절로 돌아간다면, 혹은 세기 후의 미래까지 있다면, 따위의 생각들을. 하지만 나는 어떤 시간대도 시간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는 쪽이다. 어쩌면 내가 시를 쓰는 것도 그런 까닭일지 모르겠다. 시는 현실로부터 조금 비스듬한 자리에 있는 것이고, 자리에 서서 자꾸 지금은 아니라고, 이곳은 아니라고 말하는 일이다. 지금과 여기를 벗어나 돌이킬 없는 과거와 닿을 없는 미래를 그리는 , 마음의 작용이 결국 시인 것이다.

(207-210. 친구의 일화와 시간, 그걸 시에 이어 붙이는 부분이 책에서 제일 마음에 들어 통으로 들어다 옮겨 적었다. 사실 저건 시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고, 시를 전부 소설이라고 바꿔 말해도 틀리진 않다. 나는 이래서 시인의 산문이 소설가의 산문보다 좋다. 소설가들은 소설 산문에서는 문장을 아낀다. 아껴도 너무 아껴 구두쇠들… 그런데 시인의 산문을 보면 이런 수다쟁이들이 어떻게 말들을 참고 손바닥만한 시어들을 아껴가며 꾹꾹 눌러 담았을까... 쓰는 극기일지도… 못한다 못해 나는 군더더기형 부사형 인간이다 이러고 새삼 신기해하게 된다….)

 

-이제 너에게 비밀을 말해줄게

  책에는 너의 미래가 적혀 있고

 

  일은 모두 일어날 거야

 

 언젠가 네가 바닷가에 갔을

 너는 혼자가 아닐 거야

 

 그때는 사랑하는 사람의 손을 잡고 있을 거야

 수면은 빛을 받아 눈부시게 산란하고 있을 거야

 

  사람은 바다를 보며 이상한 농담을 던지지

 

 그떄 나눈 농담은

  번의 계절이 지나고도 계속 되풀이되며

  사람을 웃음 짓게 거야

 

 아침이 오면 식탁 위에 올려둔 꽃의 향기를 맡으며 새로운 아침을 맞을 거고 밤이 오면 포근한 어둠 속에서 동안의 일을 이야기할 거야

 

 그러다 깜빡 잠들어버리겠지

 

 서로의 머리를 맞댄 채로

  호흡을 교환하며

 

 부드러운 꿈속에 빠져드는 거야

 그건 아주 평화로운 밤일 거야

 

 가끔 슬픔이 찾아올 때도 있지

 하지만 그때는 결코 혼자가 아닐 거야

 

  구운 빵을 나누며 순간 서로가 같은 온기를 공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겠지 이렇게 작고 사소한 것이 삶의 위로가 된다는 당연한 사실에 놀라며 잠시 서로를 끌어안을 거야

 

 그거면 거야

  괜찮아지는 거야

 

 너에게는 많은 기쁨이 있을 거야 딸기밭에 딸기가 매달린 것을 보며 웃을 거고 강아지가 나비를 쫓아 뛰어다니는 것을 보며 웃을 거야

 

 물론 아무 일이 없어도 웃을 있지

 서로 얼굴을 마주보고 있다면 말이야

 

 이제 너에게 진실을 말해줄게

 

 지금 마주잡은 손이 권의 책이 되는 거야

 거기 적힌 일은 앞으로 모두 일어날 거고

 

  책의 가장 첫줄에는 사랑이라고 적혀 있지

 그다음에 적히는 무슨 일이든 좋을 거야 시시한 일도 괜찮고, 놀라운 일도 좋겠지

 

 다만 가지는 확실해

 

  책에는 기쁨이 가득할 거고

 마지막에는 사람은 오래도록 행복했다고 커다랗게 아주 커다랗게 적혀 있을 거야

 

(232-235, ‘미래의 책’ 전문. 이전 산문집에도 친구들을 위한 축시가 나오는데, 이번 책에 실린 시는 읽는 순간 나한테 선물한 아니지만 어쨌거나 나한테 읽으라고 실어둔 거니 내가 내맘대로 선물처럼 받는데 세상 기쁘고 좋았다. 책을 산문집이라 했는데 다시 생각하니 이책은 날짜를 붙여 일기 형식이지만 에세이랑 시랑 섞여 있고 서간문도 있어서-사실 남의 편지 읽을 별로다 나한테 부친 것도 아니고 수신인 분명한데 사람한테 흠모의 잔뜩 늘어놓은 보면 괜히 샘남 그렇게 존경할 있는 사람 갖는 거조차 샘날 일이 아닐까 싶어서- 그냥 산문집은 아니고 하이브리드 짬뽕 좋아할지 몰라서 준비해 봤어요 느낌인데 그게 읽기 괜찮았다. 산문 질릴 이렇게 강약중강약 있는 책이라서)

 

 , 새로운 마니아 되면 북플이 알림메시지를 앱에 띄우는데 궁금해서 둘러보니 나는 이제 syo님을 제치고 황인찬의 1번째 마니아가 되었다. 우하하하 시의 요정 시요가 수능 국어 수능 수학 1등급을 만드는 사이 나는 황인찬 전작을(아직 구관조 씻기기는 남겨둠… 젊은 풋풋한 시에 실망할까 조금 겁남. 그래도 그림책까지 독자 여기 있다) 하고 마니아 1등급을 쌓고 있었던 거였군… 마니아 탈환하려면 따라 읽어라 2인자...훗훗훗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에티오피아 넨세보 불가 내추럴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4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오랜만에 알라딘 원두 사봤다. 난세보 시다모 이 동네 커피들은 다 좋았어서... 커핑 노트 보면 매번 뻥 치지 마 자몽? 홍차? 아카시아꾸울? 했는데 방금 못 참고 내리는 동안 진짜다, 왜 자몽향이 나! 상큼한 향 대비 맛 자체는 산미가 세지 않고 진짜 홍차랑 꿀 느낌도 난다...까불지 말아야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8)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