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가지 밤 샘깊은 오늘고전 2
이옥 지음, 서정오 옮김, 이부록 그림, 안대회 해설 / 알마 / 200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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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03 서정오.

이옥의 산문은 수능 국어 대비 문제에 여러 번 등장했다. 마음을 끄는 데가 있어 선집인 ‘선생, 세상의 그물을 조심하시오’를 읽고, 전집 세 권도 고이 모아 두었다. 그런데도 읽기가 더딘 때는 꾀가 나니까, 큰어린이 어릴 적에 읽으라고 사줬던 이옥 단편 모음 ‘일곱 가지 밤’이 눈에 띄자 뽑아 들었다. 한문 문학은 옮기는 사람의 글투가 중요한 것 같다. 서정오 선생님이 다듬어 쓴 이 책은 말맛을 살려 옛이야기 듣듯 쉽게 읽혀 좋았다. 이부록 선생의 삽화도 독특한 맛이 있었다. 몇 이야기는 국어 지문이나 선집에서 겹치는 글이 있었겠지, 그런데 대부분은 새롭고 또 독특했다. 시험을 보다보다 임금한테 찍혀서 잘 안 되고, 끝까지 자기 문체 고집하며 그냥 벼슬이고 뭐고 다 포기하고 속세 묻혀 살며 내 맘대로 살랜다, 그래도 나 잘 쓰는데 인정도 못 받고 임금한테 혼만 나고 아쉽네...했을 이옥의 마음을 되짚어 보면 이렇게나 잔뜩 쓰지 않고는 답답해 못 살았겠다.

유약한 내 마음은 또 이런저런 바람 같고 물결 같은 잔챙이 사건들에 겁을 먹고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래도 마냥 걷고 단 것도 먹고 꽃도 보고 물도 보고 그러면 좀 살만해지는 것이다. 힘들지 않은 글을 읽고 힘들지 않게 글을 쓰면 또 조금은 나아지겠지. 나는 이옥을 읽을 때마다 우린 좀 닮은 구석이 있네요 반항아 반쪽 양반아…하고 측은한 마음이 들면서 또 위로가 되는 것이다. 나보다 더 불행하게 살다 간 이옥이란 사나이도 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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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말이 났으니 말이지마는 이익만을 좇아 사는 사람은 반드시 그 이익 때문에 망하거든. 그래서 정말 훌륭한 사람은 이익이란 말을 입에 담지도 않아. 그저 어리석고 못난 사람들이나 이익 때문에 죽고 살지. (73, 선생님, 맨날 가성비를 입에 달고 사는 저 같은 놈은 부끄러워지는 구절이구만요)

-나이 열여섯 먹은 처녀와 나이 열여덟 먹은 총각이 사귄다고 칩시다. 서로 멀리 떨어져 살면서 자주 못 만난다 쳐요. 만나면 언제나 새롭고, 헤어지면 그리워하는 마음이 가득하여 나날이 커져만 가겠지요. 이럴 때 어쩌다가 서로 만나면 어떻겠어요? 옷자락을 부여잡고 반가워하다가, 맛난 음식도 나눠 먹고 향불도 피우며 밤을 지새우겠지요. 이야기도 나누고 장난도 하다 보면, 마음은 앉은자리처럼 점점 더 가까워질 것이고 정은 솜이불처럼 점점 더 두터워질 것입니다. 몸은 봄날의 졸음처럼 노곤하고 마음은 술에 취한 듯 몽롱할 거고요. 좋은 꿈은 오래 가지 않는다더니, 어느새 밤이 지나고 새벽이 오려 합니다. 첫닭이 울까 봐 마음이 조마조마하고, 비단 휘장 드리운 문이 어두컴컴한 것을 보고는 아직 날이 새지 않았다고 좋아하지요. 하느님이 부디 이런 마음을 헤아려 보름달이 기울지 않게 해 주십사고 간절히 빌 텐데, 이럴 때도 밤이 길다 하실 건가요? (125-126, 애틋해라, 암암 짧다 짧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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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카마수트라 - 범우문고 205 범우문고 205
바츠야야나 지음 / 범우사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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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901 바츠야야나.

알라딘이 전자책 적립금을 이벤트로 막 뿌릴 때 2500원에 범우문고 이런저런 시리즈를 모아놨다. 전자책 사은품 받으려고 부족한 구매액 채울 때도 2500원짜리 하나씩 더하고. 뭐 그런 식으로 8권쯤 0원 구매, 몇백원 구매를 하고 저가전자책 구매 노하우를 뿌려버렸더니, 알라딘이 이벤트 전자책 적립금 최소 구매액 만원, 이렇게 제한을 걸어버려서 이후론 더 못 샀지만… 그렇게 모아 두고 읽은 건 한하운 시집이랑 이 책 뿐이다.

20대 초반에 동명의 인도영화 카마수트라를 봤다. 왕실의 치정 스토리였는데 크게 기억나는 건 없고 나중에 거기 남자 주인공이 영화 찰리와 초콜릿 공장에서 초콜릿 왕궁 건설을 의뢰하는 인도 왕으로 나왔던 것, 여자 주인공 두 명이 섹스앤더시티에 단역 내지 조연으로 나오는 걸 보고 신기했던 기억은 난다. 나름 인도 스타급 배우들도 미국 가면 뭐 그저그런 자리가 되는 거였다…

시간 때우기 용으로 전자책 중 이 책을 뽑아들었는데, 이 책은 카마수트라 경전이 아니다. 저자를 바츠야야나로 해놨지만 ‘바츠야야나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운운 해서, 카마수트라의 개요와 아주 일부 인용문만 다루고 있다. 짜깁기 요약서 내지 해설서 같은 것… 구매도 읽기도 낚였다!!! 원작의 저자 말고 편저자든 해설자든 실제 저자를 적어 놓으란 말이다. 전자책이라 제대로 쪽수도 안 보고 목차만 보고 구매한 내 탓… 문고판에 뭘 바라냐...

그렇다고 정말 원전을 찾아 읽을 생각은 이 책을 보니 더 사라져버렸다. 인류는 어느 시절에는 정말 짐승이나 다름없게 성행위를 했을 것이다. 거기에 나름 예법과 비법과 규범을 붙여 고상한 무언가로 꾸며놓은 이 책은 그 오래전에는 나름 파격적이고 배움이 쉽지 않던 시절 호기심과 지적 욕구를 일부 채우게 돕기도 했을 것 같다. 그렇지만 카스트제도라는 견고한 신분제와, 여성을 남성의 소유물 내지 성애 대상, 도구로 보는 시각이 강한 어느 사회의 공유된 관점에서 성애의 기교와 격식과 기술 따위를 읊어둔 것은….음 그냥 똥이다 똥. 재미도 뭣도 없어. 옛날 인도 사람들 이러고 살았구만...하는 견문 정도로 씁쓸해지는 게 다이고, 이런 관점으로 여태까지 살면 그렇게 여성 대상 성범죄 많은 나라가 될 법도 하지...그걸 굳이 찍어 먹어볼 필요는 없다. 이거 보고 여기대로 연애하시면 아마 차이고 잡혀가고 난리날 걸요….
제가 대신 먹고 토했으니까 다들 멀찍이 피해가세요. 현대에 맞는 온갖 성과학, 성교육, 상호존중에 관한 가르침을 담은 책이 오조오억개까지는 아니라도 하여간에 이것 보다 나은 책 많으니까 훠이훠이- 이 책 전자책 표지는 심지어 저자 이름까지 바츠야야니로 오타를 내놨다. 총체적 난국… 뭐 늘 좋은 거만 읽을 수 있겠어... 참고 끝까지 읽어봐야 확실히 똥인 줄 알기도 하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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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즉 남자가 여자에게 애정을 표시하는 10단계란 눈의 쾌락 단계인 만나는 쾌감, 여자에게 마음을 쏟는 단계, 서로 만나고 싶은 욕망, 수면 부족, 수척해지기, 다른 일을 등한시 하기, 수치를 잊기, 미치기, 실신하기, 죽기로 구분하고 있다.

-마음이 떠나 사랑이 없다면
이는 시체끼리 사는 꼴이러니

+표지에 오타 봐라...전자책이라고 대충이면 섭섭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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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SHG 몬테 아술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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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고 사는 게 뭐라고, 먹자고 하는 건데도 주중에는 아침부터 드립커피 내리는 게 (아로마보이가 다 해주는데도! 물통에 물 채우고 필터에 커피 퍼 넣고 기다리는 거 부터가 부담...그걸 다 마시고 일어나는 건 더 부담...) 출근 직전에는 부담이라서 커피를 마시지 않고 나간다. 가는 길에 스타벅스, 메가커피 두 개, 빽다방, 이런저런 동네 카페 다 있지만 또 사 먹는 아메리카노는 이걸 왜 돈 주고...싶은 맛이 대부분이라 유혹조차 없다. 그냥 말을 많이 해야 하고 성대랑 인후도 건조, 안구도 건조, 피부도 건조하니까 물, 물을 조금씩 자꾸 마신다.

그러다보니 단골 원두집의 원두도 종류별로 쌓고 쌓여 먹던 에티오피아 예가체프랑 콜롬비아, 사두고 까지도 못한 에티오피아 게이샤가 여태 있었다. 그런데도 알라딘이 멕시코 커피를 세일해준대! 멕시코 원두 안 먹어 봤잖아! 마시면 루시아 벌린 소설이 주마등할 것 같은 기분에 질렀다. 주말 쯤 되면 원두에서 가스도 좀 빠지고 맛있어지겠지? 8월 27일 로스팅 된 커피 받고 두근두근 3일차 아침에 아침먹으며 같이 마시려고 내려 봤다.

사실 직전에 콜롬비아, 과테말라 이런 원두들 먹고는 아...이제 난 중남미 커피는 삼가야겠다...역시 커피는 커피나무의 시원 아프리카에서... 예가체프 좋아... 이러고 있었다. 그런데 평도 시원찮고 기대도 안 하고 세일까지 하는 뭔가 천덕꾸러기 된 멕시코 원두가 의외로 괜찮았다. 아로마보이로 드립하니까 향은 달고, 산미는 청귤처럼 쏘는 건 아니고 그냥 은은하게 약간 신맛, 맛도 달고 고소한 쪽에 가깝고 다른 커피처럼 독한? 쓰고 강한 맛? 이런 게 없이 부드러운 온화한 맛이었다. 구수한 숭늉맛 같다는 의견도 봤는데, 조금 진하게 내리면 그런 밍밍한 정도까진 아니고 부드러우면서 쓰지 않고 하여간에 마일드해서 두 잔쯤 내려서 끝까지 맛있게 잘 마셨다.

좌측 동료는 일로 스트레스 받을 때마다 거대한 드립주전자를 꺼내서 원두커피를 잔뜩 내리고 동료들에게 한 잔씩 나누어주고 본인도 텀블러에 채워 커피를 마신다. 이번주엔 케나AA를 몇 번 얻어 먹었다. 사무실에 좋은 커피향이 차면 기분이 덩달아 나아진다. 우측 동료는 그란데 정도 커피컵이 막 두 개씩 책상위에 있기도 해서 아...두 컵이 기본이시군요 했더니 아니예요! 어제 거 귀찮아서 안 버렸어요 헤헤 해서 귀여우면서도 짠했다. 부장님은 제일 일찍 출근하셔서 (나도 비슷한 시간에 좀 늦게)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하고 네스프레소로 지이잉 캡슐 커피를 내리신다. 또다른 동료들은 커피를 사오거나, 내려오거나, 믹스커피는 내 생명수, 하기도 하고...카페인 공급으로 버티는 인생들...

주중에 커피 안 마시고도 그럭저럭 버티게 된 나를 보며(그래도 밤에는 약을 먹지...) 습관처럼 의존하던 것을 없이도 지낼 수 있는 다른 습관을 만든 건 좋다, 싶다. 그래도 향기롭고 맛있는 걸 즐기는 여유를 잘 누리지 못하는 건 아쉽다. 퇴근 후에는 수면을 방해할까 봐 단백질음료 바닐라맛에 디카페인 콜드브루를 타 먹는 정도... 나는 어려서부터 잔병치레도 많고 체력도 약하고 부실비실 멸치같은 인간이었는데, 인바디 기계가 고물이라 구라치는 것 같지만 체지방도 13~16퍼센트 사이를 오가고, 근육량도 어머, 체중의 거의 절반, 평균 이상이에요! 하는 결과를 보며 그럭저럭 스스로를 잘 돌보는 사람이 되었구나, 되고 있구나 싶다.

그러니까 주말 오전에 커피 한 두 잔은 멘탈 건강을 위해 여흥처럼 마셔 주자고... 그래서 원두가 잘 안 없어지고 세 나라의 네 봉다리의 원두가 노화되어 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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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일간의 세계 일주 펭귄클래식 81
쥘 베른 지음, 이효숙 옮김 / 펭귄클래식코리아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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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29 쥘 베른.

초등학교 1학년 때 ‘15소년 표류기’라는 책을 정말 재미있게 여러 차례 읽었다. 원제는 ‘2년 간의 휴가’라고 했다. 이번에 80일간의 세계 일주 다 읽고 연표 보니 그 소설은 언급조차 하지 않아서 조금 섭섭했다.

더 어렸을 때, 몇 살인지 잘 모를 애기 때 (찾아보니 kbs 1990-1991년이라니까 6-7살 때네. 약 한 살 전 쯤) 80일간의 세계 일주 만화를 재미있게 보았던 기억이 난다. 인도 여인 복장을 한 고양이랑 사자인지 멍멍이인지 신사옷 입은 애들이랑 난 그땐 외국 나가본 적도 없는데 세계여행을 했다. 내용은 다 기억 안 났는데 노래는 생각났다. 랄라 신나는 세계여행, 80일 간의 세계일주~ 지구는 둥글 둥글 둥글지~ 빙글빙글 돌지요~ 신나게 달리자 오대양 육대주까지~~~~~ 뭐 대충 이런 가사…찾아보니 유튜브에도 있었다. 내가 기억하는 건 이 첫번째 노래인데,
https://youtu.be/wtzNK4uGt1s

오프닝 영상으로 만화까지 나오는 건 또 다른 노래였다. 부르는 건 같은 아기 같다…내가 기억하는 건 설마 엔딩인가...
https://youtu.be/Mk66xHqkd18

포그란 사내는 명징한 이성을 대표하듯, 마지막에 픽스 한 대 팰 때 빼고는 내내 감정에 휘둘리지 않고 수학 계산 컴퓨터처럼 자신이 온갖 일간지, 잡지로 얻은 지식을 바탕으로 80일 안에 세계일주를 할 수 있다고 장담하고 그 즉시 하인과 함께 여행을 시작한다. 이렇게 차가운 도시 남자이면서도, 즉흥적으로 영국을 떠나고, 또 나중에자기 남편 시신과 화장 치를 뻔한 아우다 부인을 구하거나, 미국에서 원수랑 결투를 벌이거나, 수 족한테 파스파르투 구하러 뛰어나가는 거 보면 또 피끓는 남자다. 파스파르투는 자꾸 이름 보면 파르투즈랑 헷갈리는 음란마귀… 하여간에 프랑스 출신 하인인데, 갑자기 고용되서 그냥 조용히 살아보려 하는데 취직과 동시에 세계 여행을 한다. 주인은 그냥 이동에만 목적을 두지만, 여행지의 이국적인 문물은 파스파르투가 다 보고 다닌다. 자잘한 사고도 얘가 다 치고 다니지만…

2018년 마지막으로 베트남 여행을 다녀오고는 어느 순간부터 난 이제 해외로 나가는 일은 잘 없을 것 같다 싶었다. 직접 가서 돌아다니고 사람 구경 장소 구경하는 것도 재미있고 의미있겠지만, 사실 시간 지나고 나니 내가 다녀온 곳들 거의 다 잊어버렸다. 어디 하드에 처박힌 사진들에는 여행지들이 좀 남아 있을까… 진짜 여행보다는 책으로 하는 여행에 더 흥미가 많아진 골방 지하생활자… 그래도 오랜만에 어려서 좋아했던 모험 이야기를 읽으니 재미있었다. 증권맨이던 쥘 베른이 온갖 상상 펼치며 당시 무한 가능성 꿈꾸게 하던 이런저런 기술들 발명들 등장시켜 이야기를 진행하는 게 지금은 당연한 것들이 많겠지만 그냥 좀 귀여웠다. 이젠 비행기로 슝 나르면 세계일주 몇 시간이면 된대요… 해저에도 가고 달에도 가고 우주에도 가긴 가는데 또 생각보다 그렇게 깊이 오래 멀리는 못 가요… 쥘 베른 아저씨는 어디가 제일 가고 싶었을까? 아니면 그냥 어디 돌아다니기 보다 방에 앉아 상상하고 글로 끄적이는 게 더 좋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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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수에즈, 수에즈→봄베이, 봄베이→캘커타, 캘커타→홍콩, 홍콩→요코하마, 요코하마→샌프란시스코, 샌프란시스코→뉴욕, 뉴욕→런던. 이제는 이 여행을 8일 만에 해치울 수 있다. 백 년 전에 했던 것보다 열 배나 빨리.

-런던에서부터 몽스니와 브린디시를 거쳐 수에즈까지 철도와 여객선……7일
수에즈에서 봄베이까지 여객선……13일
봄베이에서 캘커타까지 철도……3일
캘커타에서 홍콩(중국)까지 여객선……13일
홍콩에서 요코하마(일본)까지 여객선……6일
요코하마에서 샌프란시스코까지 여객선……22일
샌프란시스코에서 뉴욕까지 철도5)……7일
뉴욕에서 런던까지 여객선과 철도……9일
총계……80일

-매번 새로운 자오선에 시계를 맞춰야 하며, 항상 동쪽으로, 즉 태양을 향해 가고 있으니까 그가 지나온 경도의 수에다 4분을 곱한 시간만큼 전체 여행 시간 수에서 빼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하지만 소용없었다. 고집불통인 그 녀석은 준장의 지적을 이해했건 이해하지 못했건 간에 시계를 앞으로 돌려놓지 않겠다고 고집을 부리면서 변함없이 런던의 시간에 맞춰놓고 있었다.
아무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는 순진한 괴벽이었다.(영국 돌아갈 거니까 귀찮게 매번 다시 맞출 필요 없잖아. 이게 나름 복선이라는 사실. 말대로 시계 다시 맞추며 갔으면 하루 번 걸 알았을까? 역시나 날짜 표시 안 되는 시계로는 무리. 지샥 빌려주고 싶네…)

-“그렇지만 철도의 전 구간이 개통되었다고 신문들이 기사를 냈는데요!”
“할 수 없죠, 장교님, 신문들이 잘못 알고 있었으니 말입니다.”
“그런데 당신은 봄베이에서 캘커타까지 가는 표를 주었잖소.” 프랜시스 크로마티 경이 열을 내기 시작하며 다시 말했다.
“분명히 그랬죠.” 기차 운전사가 대답했다. “하지만 콜비에서부터 알라하바드까지는 각자 알아서 가야 한다는 것을 다른 승객들은 잘 알고 있습니다.”(표를 주긴 했지만 중간부터는 알아서 가는 거야. 이게 인도맛이다.)

-그 선량한 녀석은 어떤 때는 코끼리의 목 위로 내동댕이쳐지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코끼리 엉덩이로 내던져지기도 하면서 마치 트램펄린 위의 어릿광대처럼 곡예를 했다. 그래도 농담을 했고, 잉어처럼 팔딱거리는 가운데서도 웃어댔으며, 가끔씩은 가방에서 설탕 조각을 꺼내 들기도 했다. 그러면 똑똑한 키우니는 규칙적인 속보(速步)를 잠시도 멈추지 않은 채 긴 코의 끝으로 그 설탕을 받아먹었다. (코끼리 타고 덩실 덩실)

-이 조각상은 네 개의 팔, 짙은 빨강색으로 채색된 몸, 험상궂은 눈, 엉클어진 머리, 늘어져 있는 혀, 헤나와 구장 빛깔의 입술을 갖고 있었다. 조각상의 목에는 죽은 자들의 머리로 만든 목걸이가 둘러져 있고, 허리에는 잘린 손들로 만든 허리띠가 둘러져 있었다. 조각상은 머리 부분이 없고 쓰러뜨려진 거인을 밟고 서 있었다.
프랜시스 크로마티 경이 조각상을 알아보았다.
“사랑과 죽음의 여신인 칼리 여신이군.” 그는 중얼거렸다.
“죽음의 여신이라면 나도 동의하지만 사랑의 여신이라니, 절대로 동의 못 합니다! 추한 여자 같으니라고!” 파스파르투가 말했다.
파르시가 그에게 입 다물라는 신호를 보냈다.(입 닥쳐 말포이 파스파르투)

-픽스와 파스파르투는 얼빠지고 야위고 멍청해진 비참한 사람들이 드나드는 아편굴에 들어왔다는 것을 깨달았다. 탐욕스러운 중상주의를 가진 영국은 그들에게 ‘아편’이라 불리는 그 치명적인 마약을 연간 2억 6천만 프랑어치나 팔아넘기고 있다! 인간의 성격 중 가장 흉측한 악덕으로부터 뽑아낸 슬픈 돈!(아편 무역 비판 잠깐. 그로부터 백년도 안 되서 영국 웨일즈 약쟁이들의 이야기 트레인스포팅이 나옵니다. 자업자득)

-필리어스 포그로 말할 것 같으면, 마치 그 태풍도 그의 여행 계획에 포함되어 있었던 것만 같았다.(MBTI 대문자 J 포그씨. 아 나 F라니까 애들이 T아님요? 했다…)

-그런데 당신, 내 얘기를 충실히 듣고 있는 당신은 우리의 깃발 아래 당신의 텐트도 세우지 않으시렵니까?” 장로는 그의 유일한 청중에게 노기등등한 눈을 고정시키며 덧붙였다.
“싫어요.” 파스파르투는 용감하게 대답하고서 도망쳤다. 아무도 없는 데서 광신자가 설교를 계속하도록 내버려 두고…….(몰몬교 목사님 놀리는 귀여운 파스파르투)

-가끔씩 어떤 찡그린 나무가 번개처럼 스쳐 지나갔는데, 그 나무의 하얀 뼈다귀가 바람에 뒤틀렸다. 때로는 야생 새 떼가 동시에 날아오르기도 했고, 때로는 초원의 늑대들이 잔뜩 떼를 지어서 굶주림에도 불구하고 어떤 맹렬한 욕구에 의해 썰매와 속도 경쟁을 벌이기도 했다. 그러면 파스파르투는 손에 권총을 쥐고서 가장 가까이 오는 늑대들에게 총을 쏠 자세를 취하고 있었다. 만약 그때 어떤 사고라도 생겨서 썰매가 멈추었다면 여행자들은 그 사나운 육식동물들의 공격을 받아 대단히 큰 위험을 무릅써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썰매는 잘 버텨냈고, 지체 없이 그 늑대들보다 앞서 갔으며, 으르렁대던 늑대 떼는 곧이어 모두 뒤처져 버렸다.(가장 마음에 들었던 묘사)

-포그는 픽스 형사에게로 갔다. 형사를 정면으로 바라보더니 포그가 평생 동안 결코 한 적이 없고 앞으로도 결코 하지 않을 단 한 번의 빠른 동작을 했다. 자신의 두 팔을 뒤로 가져가더니 자동인형처럼 정확하게 그 불행한 형사를 두 주먹으로 쳤던 것이다.(픽스 넌 좀 맞아도 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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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9수를 시킨 엄마를 죽였습니다
사이토 아야 지음, 남소현 옮김 / 북플라자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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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823 사이토 아야.


제목을 보고 책 내용이 궁금해져서 전자도서관 예약을 했더니 빌려져 있었다. 작가가 소설을 처음 써 보는 건지 막 잘 쓴 건 아니고 소재는 너무나 있을 법하고 소름 돋게 현실적이지… 입시로 애랑 부모랑 미쳐버리는 집 너무 많고 다시 해보니 와...부모가 난리 안 쳐도 공부하는 것만으로도 미치겠는데… 내 첫 고3시절은 술 먹고 난동부리는 미친 아빠라는 외부의 적이 너무 강해서 입시 같은 건 완전 쉽지 않아도 그렇게 어렵게 느끼지도 못했었다. 모든 외적 폭력과 억압이 사라지고 그래도 태생적 불안을 안고 다시 공부를 해보니… 어쩌면 그 적이 나의 탈출 욕구를 자극해서 최대치 퍼포먼스가 나온 게 아닐까 여러번 의심하기도… 그럴 정도로 다시 하는 공부는 잘 안 됐다. 나는 늙어 버렸다. 수학에 소질이 없었다. 슬펐다. 슬픔이 근데 다행히도 과거형이다. 히히.

다 읽고 후기 보니까 아...여기 나온 게 다 실화고 그러니까 1986년생 9수 후 간호대학에 입학한 아카리씨는 징역 10년을 받았으니 최근에 출소했을 것이고, 아카리씨를 학대하며 입시지옥에서 달달 볶던 아카리씨의 엄마 타에코씨는 대학 졸업 직전의 딸에게 간호사 취직하면 죽어버린다 죽여버린다 난리치면서 조산사가 되라고 또다른 입시로 들들 볶다가 딸에게 살해되어 토막 유기 되었던 것이다. 으앙… 전국의 자녀 달달 볶기 전문 엄빠들은 이 책을 읽고 죽기 싫으면 자녀에게 좀 다정해지시길… 입시 학대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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