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서발췌 맨스필드 파크
제인 오스틴 지음, 이미애 옮김 / 지식을만드는지식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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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09 제인 오스틴.


제인 오스틴도, 에밀리 브론테도, 영미문학에서 여기저기 언급되는 여성 작가 소설은 별로 읽은 게 없었다. 그러다가 읽게 된 건 전자책으로 사둔 ‘나보코프 문학강의’를 펼쳐 목차를 훑은 덕?탓?이었다. 책에서 다룬 소설 중 읽은 게 지킬박사와 하이드씨랑 보바리 부인 밖에 없구나…아 변신도… 그래서 나보코프의 썰을 보기 전 먼저 조금씩 따라 읽어보자 했다.


책에서 다뤄지는 첫 소설은 제인 오스틴의 ‘맨스필드 파크’였는데 제목조차 처음 들어… 집에 엠마랑 설득은 사 둔 게 있긴 한데… 전자도서관 뒤지니 맨스필드 파크가 보이긴 한데 이게 풀버전 아니고 요약 번역인 모양이었다. 민음사판 번역본도 있던데 그걸 사? 하다가 나랑 안 맞아서 아이고 하기 전에 이번엔 축약본이라도 읽고, 괜찮으면 사 둔 애들도 하나씩 까 보지, 했다.


제목은 소설 속 이런 저런 사건이 벌어지는 동네 이름이었다. 일단 이 집안 저 집안 이모, 사촌, 혼맥, 남매, 어쩌고 하면서 집안 끼리 얽히고 섥히는데, 아…연년세세 볼 때처럼 가계도를 그려야 하나 싶었다. 영국 놈들 자꾸 성 불렀다 이름 불렀다 해서 헷갈려… 중심 화자가 패니인 것 같긴 한데… 패니는 뭔 신데렐라처럼 가난한 친척에게 호의 베풀려는 부자 귀족 이모집에 와서 더부살이로 눈칫밥 먹으며 자란다. 이모네는 딸 둘 아들 둘 있는데, 에드먼드라는 목사 지망생 차남 빼고는 다 정신머리가 좀 이상하다. 책 말미에서 얘들 아버지인 토마스경이 자식교육 잘못해서 그래…이렇게 얼버무리는데 그런 거 치고 왜 아들 하나는 멀쩡한지…
젊은 남녀가 저택에 모여 같이 대화도 나누고 밥도 먹고 춤도 추고 그러다보니 사랑의 작대기도 오간다. 아예 처음부터 패니를 데려오면서 토마스경네 집 어른들끼리 아이참 사촌끼리 눈맞으면 어쩌냐…이러고 밑밥을 깔아놓고 그 밑밥을 결말에서 회수한다. 아니 그보다도!!! 이 번역서 앞에 해설이랍시고 미리 달아주는데서 결말 스포일러 했어!!! 내가 기억력 나빠서 애들 이름 헷갈려가지고 누구랑 누가 이어지는지 까먹었으니 망정이지… 이게 나름 독자에게 초미의 관심사일 수 있는데 서문을 저따위로 해 놓은 배려심 없는 출판사야…


1부까지는 애들 이름 외우고 족보랑 인물 관계 파악도 해야 하고, 나름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애들 속내랑 성격 기질 풀어주기는 하는데도 정신머리가 없고 아 재미없어…귀족 한량새끼들 노닥노다닥 이러면서 가난한 집 애 구박이나 하고 개짜증…이랬다. 그런데 2부였나 1부 말미였나 토마스경네 첫째 아들새끼가 갑자기 연극에 꽂혀가지고 연극하자! 이러고 청춘남녀 배역 누가 맡을지 가지고 갈등 벌이다가 아빠 와서 다 집어치우고 우당탕탕 하는 거부터 조금 재밌었다. 그리고 뭐…이후에는 사랑의 엇갈린 짝대기, 사랑의 도피, 청혼, 거절, 아 여기가 아닌가벼… 200년 전 영국소설에 한국 아침드라마의 씨앗 같은 게 이미 있었구나 싶었다.


에드먼드 같이 다정하고 배려심 많은 (소설 속에서는 엄청 에프엠이라는 거 말고는 단점도 잘 안 드러나는) 남자인물도 하나쯤 있지만 대부분 다양한 방식으로 빻은 아저씨들이 딸래미들이 되바라져가지고! 에잉 떼잉 쯔쯔 이러는 거랑 헨리 같은 바람둥이 새끼가 이여자 저여자 집적 대다가 결국 마음에도 없던 남의 부인이랑 사랑의 도피 하고선 아이고 후회된다 이러고 지들끼리 싸우고 난리나고 역시 패니같이 겸손하고 진지하고 확고하게 사람 보는 눈 갖추고 존버한 애가 신데렐라 되는거지 암암 이러는 게 뭐 그렇구나… 흥부는 상 받고 놀부는 벌 받았대요 하는 것처럼 영국 옛날 문학도 권선징악 느낌이다 싶기도 했다. 적당히 재미있고 적당히 짜증났는데 요약본 쳐본 놈이 나보코프의 픽인 영어 문학의 정수 중 하나를 제대로 판단 못했을 수도 있고… 나보코프 취향이 이상할 수도 있고… 자세한 건 ‘나보코프 문학강의’해당 부분을 읽고 확인해보자…ㅋㅋㅋ


+밑줄 긋기
-네게는 제멋대로 하려는 기질이나 자만심, 독자적인 정신을 가지려는 성향이 전혀 없다고 생각했어. 그것은 요즘 젊은 여자들에게도 널리 퍼져 있는 경향이고, 그런 성향이 젊은 여자들에게서 보일 때 특히나 불쾌하고 혐오스럽지. 그런데 지금 너는 제멋대로 고집을 부릴 수 있고, 너를 인도할 권리가 있는 사람들을 배려하거나 존중하지 않고 스스로 결정하려는 성향을 보여주었다. 네 부모와 형제자매들이 이 혼사로 얻게 될 이익이나 불이익에 대해서는 한순간도 생각하지 않았어. 그저 네 생각만 하면서, 네 유치한 생각으로는 행복에 필요하다고 여겨지는 것을 크로퍼드 씨에게서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당장 거절하겠다고 결심한 거야. 조금 더 차분히 생각해 보기를 바라지도 않고. 그 어리석은 변덕 때문에 품위 있게 정착할 수 있는 기회를 내던져버리는 거란다. 이런 기회가 아마 다시는 내게 오지 않을 것이다.
(와… 당신은 지금 200년 전 영국 가부장 귀족 아저씨가 조카 딸이 부자 개양아치의 청혼을 뿌리쳤다고 배은망덕 땅땅 호통치는 장면을 보고 계십니다… 저기 그 새끼가 나중에 아저씨 결혼한 딸 꼬셔서 도망간대요…)


-이 문제에 관해서 나는 일부러 시기를 명확히 밝히지 않을 것이다. 극복할 수 없는 열정을 치유하고 변할 수 없는 애정을 옮기는 것은 사람마다 시간차가 있을 터이므로 누구나 자유롭게 자기 나름대로 시기를 정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내가 사람들에게 간청하는 바는, 다만 그렇게 하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러울 때, 그리고 일주일도 더 이르지 않은 때에, 에드먼드는 크로퍼드 양을 좋아하기를 그만두었고, 패니가 원하는 만큼이나 패니와 결혼하기를 열망했다고 믿어달라는 것이다.
(이 소설은 대체로 전지적작가시점으로 진행되다가 왠 우리나라 고전산문이나 판소리계 소설처럼 작가적 논평이 드물게 조금씩 나온다. 여기서는 우리 에드먼드가요…메리 좋아하다가 짜게 식고 패니한테 갈아탄 건데요…환승연애라고 너무 뭐라고 하지 말구요…슬픔이 파도처럼 덮치는 사람도 있고 어쩌고 아닌 사람도… 동서고금 양다리나 환승은 거의 죽일 놈 취급이라 이렇게 작가마저 쉴드를 구차하게 치고 마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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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피버쓰데이 백희나 그림책
백희나 지음 / Storybowl(스토리보울)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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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05 백희나.


 책은 됐고, 오르골 준대, 하고 샀는데 오르골이 잘 안 되가지고 식식대다가 잠들기 전 작은어린이에게 책을 읽어줬다.

 제브리나는 전형적인 우울증 상태를 보여준다. 그런데 이모가 보내준 요술 옷장 속 매일 새롭게 피어나는 새 옷을 기대하며 무너진 일상을 하나하나 회복한다. 제때 씻고, 외출하고, 사람을 만나고, 청소를 하고, 그림을 그리거나 케익을 굽고… 안 아픈 사람에게는 너무나 쉽고 당연한 일들이 누군가에게는 버겁고 까마득하고 그렇다. 젓가락 들 힘도 없고…

 너무 아플 때는 약이 도움이 된다. 옷장 속 옷들은 그런 도움의 은유였을까. 그런데 그 도움이 끊긴 순간 제브리나는 순간 멈칫 둠칫 하고 또 다시 나아갈 기력을 잃고 잠시 철푸덕 하기도 하지만 어느새 스스로 일어날 힘을 회복해서 있는 옷으로 요렇게 저렇게 꾸미고 잘 나다니게 된다. 나는 원래 다 죽고 망하고 그런 결말 좋아하는데 그림책은 해피엔딩이라서 좋았다. 

 

 결국 다 행복해지자고 하는 일인데, 나는 망해도 돌아보면 이미 너무너무 많이 가졌고 사랑받고 행복하고 할 거 다 하고 있는데 딱히 더 뭘 이뤄보겠다고 버둥댔는가 싶었다. 그냥 이십년 정도 타이머 꺼꾸로 돌려보겠다고 무리한 기분? ㅋㅋㅋ 너무너무 힘들고 가진 거 없고 궁지에 몰리고 그러던 시절에 퍼포먼스가 잘 나왔어서, 온갖 것 다 갖추고 좋은 환경에서 더 열심히 해보면, 잘 될까? 했는데 아냐… 그러니 혹시라도 어린이들을 키우시는 분들은 약간의 결핍과 벗어날 만한 동기가 뚜렷한 상황을 조장해주시면…아 근데 가정폭력이나 아동학대 같은 건 안되는데…그 정도는 되야 막 자기 능력 밖으로 발휘되는 경우도 많더라구요… 수험생 커뮤니티 보면 엔수 시키는 잘 사는 집 애들 부모들이 막 너 새끼한테 처들인게 얼만데 빡대가리새끼 그 점수를 받냐 나가 죽어라 밥이 넘어가냐 니 새끼도 잘 하는 건 있네 물 잘 처마시네 막 이러는 거 보고 개충격… 그런 애들이면 드러워서라도 부모 벗어날라고 좋은 점수를 받거나, 대부분은 정신병 걸리고 돌아가지고 뉴스 나오는 애들처럼 막 아무데나 차몰고 가서 사람 난도질하고 그러더라구요… 너무 나갔다…


 예쁜 옷 안 걸쳐도 넌 이미 유니콘일지도 모른다. 비가 내리면 또 그걸 맞아 잠시 푹 젖고 녹아내리고 무너지기도 하겠지만, 미친 듯이 눌러대는 구매버튼도 겨우 하루 가는 새 옷처럼 기쁨은 잠시. 내가 날 잘 먹이고 잘 재우고 예쁘게 꾸며주고 도닥도닥해주고 생각이 너무 많으면 밖에서 생각 없이 오래도록 걸으면서 재미난 세상 구경해주면 다시 행복해질 수도 있다. 거기에다 함께 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들까지 있다면. 더 바랄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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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삽질의 결과가 궁금하셨던 분은 구경하시고, 고소해할 뿐은 고소해하시고, 그냥 망한 성적표 구경하시라고 링크 걸어뒀어요 ㅋㅋㅋ(소주병 대신 단백질음료 하나 깡으로 마심. 크어. 건강무새 됨)

https://m.blog.naver.com/natf/223684467380


그래도 책 읽고 걷고 놀기만 할 날이 아직 두어달 남아 행복…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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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4-12-06 12: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 아니 맨 위에 성적표 보고 ㅋㅋㅋㅋ 이 사람 뭐야?! 이게 망한 거라고?!?! 재수 없네 진짜….. 했다가 아래 성적표 보고 알았습니다. 🤣🤣🤣 20년 전에는 참으로 총명하셨군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젠 감독관으로 용돈 벌면서 사세요~ 감독관 수입 올랐다고 하더군요. ㅋ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4-12-06 16:00   좋아요 0 | URL
ㅋㅋㅋㅋ 미처 몰랐습니다. 20년 전 걔랑 나는 아예 다른 사람이란 걸… 감독관 싫어서 도망치던 건데 매년 취미로 수능 응시(지긋이 응시만) 하고 감독 빠지면 엄청 욕 먹겠죠…ㅋㅋㅋㅋㅋ 돈이나 벌자 에이…

dollC 2024-12-06 12: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20년 전이나 현재나 성적은 언제나 망했던 저같은 인간은 마냥 대단하다 생각만 드는걸요ㅎㅎ 공부란 이렇게 꾸준한 분들이 잘 하는가 싶네요. 저능 무ㅓ... 공부가 인생에 없어요ㅋㅋㅋㅋ
수능 보느라 고생하셨으니 조금은 느긋하게 보내세요 ☺️

반유행열반인 2024-12-06 16:01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사실 별로 안 꾸준했어서 20년 만에 수학 보고 탈탈 털린 것이죠…어린이들은 최소 12년-삼수면 15년-이렇게 내내 죽어라 수학하던 걸 전 2-3년 안에 어떻게 비벼볼라고 한 거 자체가 도둑놈심보 ㅎㅎㅎ 느긋하게 잘 지내도록 하겠습니다. dollC님도 편안한 연말 잘 보내시길 빌어요!!!

2024-12-06 12:4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2-06 16:0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2-06 20: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2-06 21: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 2024-12-06 17:3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아휴 고생많았다. 공부가 어딘가에는 남아서 좋은 지분이 될거야요.
그나저나, 20년전의 반님은 정말 천상계였군요?

반유행열반인 2024-12-06 20:15   좋아요 1 | URL
쟤랑 나랑 아무래도 다른 사람이여라…감사합니다 쟝님!!!

유부만두 2024-12-08 11: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수고하셨습니다. 도전과 마무리 모두 엄청난 일이에요.

반유행열반인 2024-12-09 11:02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유부만두님!!
 

나새끼 12월 생일이라 마침 그림책 나온 거 보고 사은품까지 오르골이라 혹해서 구매액 채워서 샀는데 ㅋㅋ
겉박스에 오르골 태엽 낑기게 만들어서 안 돌아간다... 설계 개판임... 분해하면 돌아가려나? 고정 접착해놔서 찢어야 하는데? 반품해야 하나? 적립금 구매라 싹 날라가고 땡인가... 혹시 사은품 보고 혹하신 분이면 적립금 5천원 아끼시라고... 기대하다 기분 확 잡침 ㅋㅋㅋ생일 축하해 먹통 오르골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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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05 21: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2-05 21:5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4-12-06 16: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유행열반인 2024-12-05 22: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칼들고 종이 가루 파내고 옘병을 해서 셀프 수리 완료 ㅋㅋ 이거 사실 거면 조각칼 준비하세요. 태엽 나사 반대로 살살 돌리면 분리됩니다. 그 후에 나사 주변 미어진 종이박스 주변 죽어라 파내고 가루 후 불어 파내고 하면 다른데 불량 아니면 (운 좋으면) 돌아갑니다... 아오

유수 2024-12-05 22:1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나도 오늘 샀는데.. 오고 있는데 ㅋㅋㅋ
생일 축하합니다 반님🎵🎶

반유행열반인 2024-12-05 22:25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ㅎㅎ유수님 거는 불량 아닌 거로 오렴 ㅎㄹㅎㅎ

반유행열반인 2024-12-14 08:05   좋아요 0 | URL
유수님 거는 양품으로 잘 왔나요? 나 이 페이퍼 블락 먹었다!!! 일름보!!!!

유수 2024-12-14 10:39   좋아요 1 | URL
블락이 뭐예요?

유수 2024-12-14 10:40   좋아요 1 | URL
저는 어린이들이랑 크리스마스에 열어보려고요.

반유행열반인 2024-12-14 11:00   좋아요 0 | URL
상품평 페이지에서 페이퍼 내려가고 모든 오르골의 흔적이 사라지고 사은품은 교체되고... 잘되면 좋고 안 되면 제가 한 것처럼 엄마가 맥가이버! 해가지고 애들이 우와 우리엄마 못하는거 없어! 하게 만들어 보셔요 ㅋㅋㅋ(그냥 멀쩡한 거 갔으면 좋겠다...)

2024-12-14 11: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유수 2024-12-05 22:2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 근데 읽을수록 놀라운 불량이네요. 오르골 태엽이 안 돌아가 ㅋㅋㅋㅋㅋㅋㅋ
반님 글을 읽어서 그런지 든든하고 엄한 동지애 생겨 오히려 평온해짐…

반유행열반인 2024-12-05 22:39   좋아요 1 | URL
정확히는 처음에만 딱 감기고 이후론 헛돌고 종이에 걸려서 안 풀림 ㅋㅋㅋ 틈도 없이 종이박스에 낑겨 놓은 외주 제작 업체(?)도 참 대단... 책은 작은어린이 읽어주니 좋아했어요 ㅎㅎㅎ 주인공이 해필 우울증 환자여...우울증 도진다...내일 성적표 나온다규... 울화병까진 사양할게 오르골아....

유수 2024-12-05 22:43   좋아요 1 | URL
저도 책이 기대되어요. 아이가 오르골만 보면 서 있길래 가볍게 시도할랬드니ㅋㅋ 걸렸네 느낌도 들어요.
뭐가 될 성적표일 수도 있고 울화는 노노..콧방구만 끼고 잘 두고 할 거 하입시다!

잠자냥 2024-12-06 09:4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생신축하드립니다~
돌지 않는 오르골이 웃음으로 축하드렸네요!

반유행열반인 2024-12-06 11:2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ㅎㅎ아직 열흘 남았지만요ㅋㅋㅋ웃음은 안 주고 아드레날린과 조각가 체험을 주었어요 ㅎㅎㅎ소리는 맑고 좋아요 ㅎㅎㅎ

알라딘고객센터 2024-12-12 18: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고객님.
사은품 품질 관련하여 실망을 끼쳐드린 점 다시 한 번 사과드립니다.
이후 품질 관리에 더욱 주의 기울이겠습니다.

상품 상태나 배송, 각종 서비스에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
번거로우시겠지만 고객센터> 일대일 상담을 이용해주시면 신속히 안내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알라딘고객센터 2024-12-13 11:2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녕하세요 , 고객님.
사은품 상태 이상으로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합니다.

교환/반품 접수를 원하시는 경우
번거로우시겠지만 고객센터로 문의하여 주시면
상담원이 안내드리겠습니다.

편안한 하루 보내세요.
감사합니다.

반유행열반인 2024-12-14 08:05   좋아요 1 | URL
아코...첨엔 일대일 문의글 넣을라고 다 써 놨다가 고객님이 작동 미숙으로 파손한 건 안 돼요 진상고객님아 할까 봐 고쳐보고 안 됨 버리자...했는데 종이는 좀 뜯어야 했지만 수리 잘 되서 이제 태엽 안 낑기고 돌아가유. 셀프수리 서사가 묻은 아이템 완성이라 교환하면 진짜 쓰레기 될 얘가 불쌍해서 안고 갈게유... 정보글이라고 쓴 건데 출판사 항의나 영업 방해 됐으면 실례가 많았습니다... 고객응대하시는 선생님들도 저같은 투덜이 때문에 고생 많으십니다... 그래도 블랙컨슈머라도 블락 먹으면 좀 슬픔... 나 클레임 들어와서 서재 달인도 안 뽑아준 건가유... 흑흑

유수 2024-12-26 10: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반님 기도가 통했는지 오르골 무사히 소리낸다고 합니다. 그나저나 윗댓글 볼 때마다 넘 웃겨요. 매뉴얼 대응에 신세한탄하는 척 표창날리심…ㅋㅋ

반유행열반인 2024-12-26 17:25   좋아요 0 | URL
정말 다행이다 ㅋㅋ저는 큰어린이는 마트제 포켓몬 피규어 천얼마짜리 두 개, 작은어린이는 콩순이풍선메이커 9900원 핫딜 이럴 때 미리 쟁였다가 성탄절 쉬이 보냈습니다 ㅋㅋ 어제는 어린이들이랑 부자만들기라는 보드게임 해서 제가 10억 제일 먼저 벌고 일등했고...ㅋㅋ 고객센터 상담원한테마저 질척거리는 독거노인 같은 반놈으 새끼 ㅋㅋㅋ결국 내 오르골만 삐꾸인데 개 진상 부린 것으로 ㅋㅋㅋㅋ
 
길 위에서 1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26
잭 케루악 지음, 이만식 옮김 / 민음사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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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04 케루악.

 

 

 장기하와 얼굴들-그건 생각이고

 


 

 아침에 작은어린이 닦아주다 말했다.

 

 간밤에 난리가 났었어. 군인들이 정치인들이랑 몸싸움하고 국회 쳐들어가고…

 그런 꿈을 꿨어요?

 꿈이 아니라 실제로 그랬어…

 (머쓱해하며) 꿈인 알았네.

 나도 꿈인 알았어. 전쟁나나 했네

 그럼 이제 북한이랑 싸워도 되요?

 

 ㅋㅋㅋ 어린이 잠든 후에 계엄 내리고, 어린이 깨기 계엄이 해제되었는데 아무래도 자는 지켜보고 있었나 보다.

  문득 세상꼴이 궁금해져서 어린이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나서 출근길 지하철에 올라타 봤다. 그렇듯 빽빽 사람들 꽉찬 2호선인데도, 아주 고요한 안에서 다들 조금은 잠이 모자라 피곤하고, 그런데도 거참 올해치 도파민 충전, 하는 만족감과 그러고도 일상이 파괴당하지 않은 안도감을 얼굴에 띄운 휴대전화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들 있었다. 마치 지구멸망의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 어떤 구원이 내려와 겨우 망조를 극복하고 맞이한 아침, 독수리오형제가 떠오르는 해를 그윽하게 바라보는 장면을 지켜보는 느낌이었다. 다들 집단악몽을 꾸고 일어나 맞는 피곤하고 상쾌한데 어이없는 아침.

 

 전날에는 건강검진을 하러 갔다. 굶고 새벽에 삼성역 근처 병원에 어슬렁 가서 씨티 엠알아이 초음파 온갖 하면서 방사능도 잔뜩 쬐고 위내시경 하고 눈물콧물침 엑엑 했다. 결과지는 열흘 지나야 나오지만, 머리털 나고 처음 유방초음파(직전 봤던 가슴이야기 책의 영향+이전 검사지에서 가슴은 엑스레이론 제대로 보이지도 않는 고등도 치밀유방인지 뭔지라는 알아서) 했다. 그런데 선생님이 대뜸 여기, 혹 있네요…(반대쪽 가슴을 한참 문지른 ) 이쪽도 있네요. 일단 육개월 다시 추적 관찰하겠습니다, 했다. 태연한 물혹인가요? 하고 물었는데, 물혹 아니에요. 그럼 뭘까요? 아마도 섬유선종일 수도 있고… 육개월 다시 봐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겁나 쫄아가지고 심란한 마음으로 이런저런 검색을 했다. 째서 빼거나 탕탕 주사로 조직 떼서 검사하지 않는 혹의 정체는 확진할 없는 모양이었고… 시간 지나도 딱히 커지지 않거나 모양 이상하지 않으면 괜찮은 모양… 신경끄고 살아야지… 작은 가슴도 생기긴 합니다. 다들 검진 잘 받으시길…

 

  전날에는 거의 20 만에 고향 용인에 갔다. 도시에는 때는 없던 경전철이 생겨서 모노레일 타고 도시 관광하는 기분으로 다니던 초등학교, 중학교도 지났다. 내리자마자 어릴 친구 이름 간판 미용실이 보였다. 나는 카톡이 없어서 인스타그램 디엠메시지로 자신의 근육질 몸매를 열심히 올려 근황을 보여주는 친구에게 가게 사진을 찍어 보내며 물었다. 엄마 가게 옮기셨니. 친구랑 교회에서 알게 됐어서 친구네 미용실과 붙어 있는 친구네 집에 자주 놀러갔었다. 오오 맞아!! 친구는 여기서부터 조금 가야 하는 시골의 신협에 근무하고 있어서 친구는 보고 미용실은 닫혀 친구 엄마 구경도 못하고 간판만 보고 지나쳤다.

 

 1990년부터 2006년까지 낡은 벽돌조 단독주택 이층집의 일층에 살았다. 거기서 키우던 개만도 최소 일고여덟마리…( 중간에 죽었음…) 동네 입구는 익숙한데 집들 헐어 빌라 새로 지은 곳이 많았고, 드문드문 아직 남은 오래된 빌라들, 절이나(절은 많이 벌었는지 건물도 새삥 돌탑까지 세움) 문예회관이나 통일공원 같은 랜드마크 외에는 기억도 나고 낯설기만 했다.


 사오십년쯤 , 삭아서 쓰러질 같은 맨션 옆에 마천루 같은 초고층 아파트가 들어서서 내가 알던 풍경보다 낡은 것과 없는 새로운 무언가를 눈에 보는 기분은 묘했다.

 다니던 초등학교 개천에는 백로 마리 오리인지 기러기인지 쌍이 물고기를 열심히 잡아 먹고 있었고, 그걸 까치 하나가 날아와 옆에서 발에 담그고 챱챱 부르르르 하면서 목욕을 했다. 날도 추운데 깔끔한 까치였다.

  고장의 음식은...하면 어려서 친구가 순대전골 먹자고 시장 데려가서 3천원에 뭔가 이런저런 사리까지 푸지게 사주던 생각났다. 그래. 용인의 향토음식은 아마도 순대…하고 어려서 지나던 시장에 들어가니 오일장날 아니라 사람은 별로 없고 바닥은 이제 선지나 곱창 담긴 물다라이도 없고 질척하지도 않고 냄새도 나고 돼지 머리도 늘어서 있었다. 그런데 황교익 왔다갔다고 엄청 순대국밥집 있어서 오오...하면서 지나쳐서 간판 제일 낡은 순대족발집 들어가니 안에 사람 있고 부옇고 거기서 다들 열심히 국밥 먹고 있길래 나도 순대국밥 먹었다. 서울서 먹던거와 다르게 순대는 세톨 밖에 들고 곱창이!!!!! 그냥 곱창국밥이라고 해야 했다. 곱창 일부러 먹지도 않고 좋아해본 적도 없는데 맛있어서 먹었다.


 구시가지는 그냥 그대로 늙어버린 도시 느낌이고, 엄마 아빠 가게 하던 자리 가건물은 헐리고 자리는 도로가 되고 뒤에 빌딩들만 아직도 있고, 동네 지나는 시니어들 모두 왠지 엄마아빠랑 아는 사람일 같은 기분이었다.

 다시 경전철 잡아타고 2006년에서 2007년까지 일년 살고 도망쳐 나온 비교적 신도시에 가깝던 동백 쪽으로 옮겨 갔다. 조성된 얼마 되서 보던 호수공원은 완전 새삥이었는데 벌써 18 전이라 이젠 상권도 공원도 퇴락한 느낌이었다. 아마도 며칠 전에 고장에도 눈이 엄청나게 많이 왔어서 약간 재난 쓸고 지역에 거라 그랬을 수도 있다. 호수며 개천이며 녹은 물이 콸콸 줄줄 흘렀다. 공원 조경수들은 눈의 무게를 견디고 무참히 여기저기 꺾어져 있었다. 무서움… 그래도 사람들은 이제 겨우 녹은 사이로 열심히 공원을 빙빙 돌고 있었다. 딱히 없어서 나도 그저 빙빙 돌다가 보고, 마르고 배고파서 들고다니던 단백질 드링크 하나 마시고 경전철 타고 다시 서울로 왔다.

 


  도시의 벽돌집에, 독서실에 짐을 잔뜩 두고와서 돌아가서 가져와야 하는데, 하고 안타까워 하는 꿈을 오래도록 꿨다. 직접 가서 변한 모습, 변한 모습 보고 오니 이젠 정말 도시 연고도 없고 아는 사람도 없고 기억도 바래서 흔적 없고 다시 에버랜드 아님 없겠다 싶었다. 순대는 맛있긴 해서 어쩌면 아주 나중에 다시 갈지도...ㅋㅋㅋ

 

 삼일의 여로에서 나는 새로 만난 사람도 없고, 그냥 지나는 사람들을 눈길로 구경이나 하고 장소나 훑어본 였다. 케루악의 소설에서는 히치하이킹 하거나 차에 누굴 태우면서 이런저런 특이한 애들 많이 만나고, 친구들하고도 만났다 헤어지고, 미국 대륙 동서를 왔다갔다 하면서 이곳저곳 다닌다. 딱히 목적은 없다. 그냥 그렇게 여기서 저기로 가야지, 하는 것이랑 당장 먹을 고민하는 말고는 어떻게든 되겠지, 하고 싸돌아다니는게 지멋대로라 좋기도 하겠다, 한편으론 여자 혼자 저러고 히치하이킹 하기는 무서운 일이겠지, 도로변에서 차에 치여도 그냥 수풀로 던져버리고 아무일 없던 가버려도 없겠지...했다. 요즘의 나는 딱히 없어서 아무데나 걷고 생각나면 보고 아주 곳은 아니고 그냥 가까운데를 그렇게 서성이니 조금 비슷한 걸까…

 

  나름 찬사가 많던 같은데 직접 읽으니 너무 재미가 없었다. 그냥 계속 돌아다니며 다양한 인물들 끝없이 등장했다 스쳐지나갔다 다시 만났다 하는데 그런 특색 말고는 뭐왜뭐… 인물들 별스럽다 정도지 그렇게 참신하지도 않은 놈들… 우리 돌아가신 외할머니보다 나이가 많거나 또래여서 지금은 아마도 죽었을 같은 40년대 50년대 젊은이들… 그랬구나… 너무 재미없어서 ...나도 며칠 싸돌아다닌 대충 갈겨쓰면 비슷한 느낌나냐? 하고 써봤는데 별로 비슷하다. 너무 착하게 돌아다녔다. 빵도 훔쳤다. 아직 1권만 봤는데 2 보겠나… 너무 재미없어서 덕분에 독후감 달리기 멈칫둠칫하고 있었다.

 

+밑줄 긋기

-문득 내가 타임스스퀘어에 돌아와 있음을 깨달았다. 1 3000킬로미터에 걸쳐 대륙 전체를 돌고 끝에 다시 타임스스퀘어에 돌아온 것이다. 나는 러시아워 중에서도 가장 복잡한 시간에, 길에 익숙해진 순진한 눈으로 수백 수천만의 사람들이 푼이라도 벌기 위해 끝없이 서로 으르렁대는 뉴욕의 절대적인 광기와 환상적인 혼잡함을, 미친 꿈을 보았다. 움켜쥐고 낚아채고 건네주고 한숨 쉬고 죽음을 맞아서 결국은 롱아일랜드시티 너머의 끔찍한 공동묘지 도시들 하나에 묻히는 것이다. 마천루로 가득한 이곳, 땅의 동쪽 끝은 미국이 태어난 곳이다. 지하철 앞에 서서 용기 내어 길고 아름다운 담배꽁초를 주우려고 했다. 그러나 내가 몸을 구부리려고 때마다 엄청난 인파가 몰려드는 바람에 꽁초는 시야에서 사라졌고 마침내는 뭉개져 버렸다. 집까지 버스비가 없었다. (174)

 

-예전에 카를로 막스와 서로 무릎을 맞대고 의자에 마주 앉아서 이상한 아랍인이 사막을 가로질러 나를 쫓아오는 얘기를 적이 있었다. 꿈속에서 나는 물론 도망쳤지만 보호 도시에 도착하기 직전에 붙잡히고 말았다. “ 사람이 누구야?” 카를로가 물었다. 우리 둘은 곰곰이 생각했다. 나는 그것이 수의를 입은 자신일 거라고 추측했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뭔가가, 누군가가, 어떤 혼령 같은 것이 삶의 사막을 가로질러 우리 모두를 쫓아오고 있었고, 그는 천국에 닿기 전에 우리를 붙잡게 되어 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것은 당연히 죽음일 밖에 없었다. 죽음은 천국에 이르기 전에 우리를 붙잡게 되어 있다. 살아 있는 동안 우리가 갈망하는 유일한 , 우리로 하여금 한숨짓고 괴로워하고 온갖 종류의 달콤한 오감을 경혐하게 하는 것은, 아마도 자궁 속에서 경험했고(인정하긴 싫지만) 죽음을 통해서만 재생산될 있는 어떤 잃어버린 희열에 대한 기억일 것이다. 하지만 누가 죽음을 원하겠는가? 정신없이 몰아치는 사건들 속에서도 나는 마음 한구석에서 계속 이것에 대해 생각했다. 딘에게 얘기를 했더니 그는 곧바로 그것은 순수한 죽음에 대한 단순한 갈망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그리고 죽었다가 다시 태어날 있는 사람은 없으므로 당연히 자기와는 아무 상관 없는 일이라고 했고, 역시 그때는 그의 말에 동의했다. (203-204)

 

-모든 뒤죽박죽이었고, 모든 무너져 내리고 있었다. 나는 루실과의 관계가 그리 오래가지 못하리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내가 그녀의 방식대로 살길 원했다. 그녀는 자신을 학대하는 부두 노동자와 살고 있었다. 그녀가 남편과 이혼만 한다면 기꺼이 그녀와 결혼하고 그녀의 딸아이도 맡을 용의가 있었지만, 이혼하는 필요한 돈조차도 없었기 때문에 모든 불투명했다. 게다가 루실은 나를 이해하지 못했다. 너무나 많은 좋아하고, 모든 뒤죽박죽이고, 별에서 별로 바꿔 가며 지쳐 쓰러질 때까지 별똥별들을 쫓아다니는 나를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밤이다. 밤이 그렇지 않은가. 내가 가진 혼란스러움 외엔 남에게 있는게 나에겐 없었다. (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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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05 14: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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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05 16:00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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