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은 사람의 뇌를 바꾼다 - 권력자는 민주주의를 어떻게 파괴하는가?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20년 10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01215 강준만.

영웅으로 죽거나, 끝까지 살아남아 악당이 된 자신을 마주하거나.

우연히 이 책 광고하는 기사에서 강준만 인터뷰를 보았다. 그래, 이거야. 민주주의 팔면서 가장 약한 사람들을 절벽으로 내몰고, 잘못을 지적하면 야이 수구꼴통 태극기새끼야, 우리 편은 착한놈 편이니까 괜찮아, 하는 꼴을 보면 저절로 욕이 나왔다. 그러면서도 내가 이상해진 걸까, 하고 자꾸만 되묻게 되었다. 그런데 강준만이 너 말고 걔네가 이상해진 거 맞아, 왜냐하면, 하나둘셋넷...하고 짚어줘서 그래 내 말이! 하고 새로 나왔다는 책을 덥썩 물어버렸다.

사실 큰 기대는 없었다. 강준만이 6년 전에 진보에 대한 마지막 간언처럼 남긴 ‘싸가지 없는 진보’를 읽었을 때 하고 싶은 말은 대강 파악했고 뭐 똑같은 소리 하겠지 싶었다. 그 책 읽을 때 쓴 마음은 알겠고 별로 어려운 내용도 없었지만 뭐랄까 안타까움과 안쓰러움에다 원망 섞인 버럭질 보기 불편한 마음에 겨우 읽고 후다닥 팔아버렸었다. 당시 쓴 독후감 보시죠.
—-
-20140915 강준만
짧은 요약: 독선 오만 도덕적우월성과시 버리고
쫌 겸손하고 좋은 말로 하자 타협할 땐 하자 팀킬하지 말자 도덕성을 갖추자 상대를 까더라도  품위있게 까자
정치인들에게는 매우 무리한 요구로 보이지만 사회생활에 지침쯤은 되었다. 적어도 남들한테 미움 살 짓이 뭔지는 배웠으니 그런 짓은 안 하면 마음을 살 가능성이 높아지겠 지 라고 생각하는 건 순진한건가
강준만이 생각보다 순진한 건지도 모른다는 것과 진보에 대한 일말의 최후의 애정이 느껴지지만 아마 변절자라고 가루가 되게 까이고 있겠구나 생각하니 눙물이 또르르
내가 보수화 되는 건가 싶던 고민에 극렬 과격 그런 게 해결책도 혁명의 완성도 뭐도 안 되는 시대라는 변화된 시대와 사람들에 대한 쪽도 돌아보니 조금 다른 길 다른 방법도 궁리하게 될 것 같다. 정치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생활과 사회생활에서 정치가 아닌게 또 없지 않은가
—-

일기장에 끄적인 거라고 해도 문장 왜 저래 ㅋㅋㅋ
일말의, 최후의 애정이 있을 때 쓴 이전 책에 비하면 이 책은 이제 야이 나쁜 새끼들아 니들이 민주주의고 나라고 다 말아처먹었어! 하고 냉소적으로 두들겨 패는 느낌이었다. 그때도 한 생각이지만 정작 강준만이 간언을 전하고 싶은 자들은 이 책을 읽지 않을 것이고, 그들은 바뀌지 않고 폭망해서 정권을 빼앗기든가 계속 자리 꿰차고 앉아서 우리를 은근하게 점점 더 힘들게 만들 것이다. 빼앗겨도 안 빼앗겨도 힘듦 ㅋㅋㅋ

43제곱미터라는 공간을 그려 보았다. 내가 처음 신혼집 차린 곰팡이 퐁퐁 피는 방은 그보다 작았지. 4로 나누어 11제곱미터, 4평이 안 되는 그 안에 홀로 들어앉아 보았다. 생존은 가능하지만 삶은 어려운 크기. 서울에서 그런 방에 9년 쯤 살아보았다.(지금은 열 배는 잘 산다.) 공장식 닭장 속 닭 한 마리 쯤으로 치부되는 존재란. 왜 그토록 우리를 위한다는 사람들이 우리를 개돼지닭 이상 취급하지 못하고 심시티 하듯 유에프오며 소행성이며 천둥 번개 같은 걸 자꾸 쏘아대는지 모르겠다.

읽고 난 소감은, 내가 봤던 인터뷰 읽는 것만으로 충분한 것 같다. 그냥 읽을 수록 성질만 뻗침ㅋㅋㅋ 인용구 모음과 권력 행태 사례집 같은 이 책은 그렇게 새로운 내용은 없다. 까기 위해 열심히 모으고 모은 스크랩북 느낌...문제는 이미 말했지만 정작 봤으면 싶을 사람은 읽지 않는다는 거...


+밑줄 긋기
-“신념을 가진 사람이 가장 무섭다. 신념을 가진 사람은 진실을 알 생각이 없다” (23, 니체의 말)

-“혹시 우리가 민주화에 대한 헌신과 진보적 가치들에 대한 자부심으로, 생각이 다른 사람들과 선을 그어 편을 가르거나 우월감을 갖지는 않았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우리가 이른바 ‘싸가지 없는 진보’를 자초한 것이 아닌지 겸허한 반성이 필요한 때입니다.”
역경이 닥치면 빈말일망정 그런 성찰을 하는데, 풍요가 오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다시 ‘싸가지 없는 행태’를 집단적으로 해댄다. (37, 모두가 과거의 나와 싸우게 되지요…)

-민주화된 세상은 (반독재 투쟁과 같은) ‘2자 게임’이 적용될 수도 없고 적용되어서도 안 되는, 국민이 포함된 ‘다자 게임’이다. 나라의 장래라고 하는 범위와 시간에 대한 고려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뜻이다.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현재 문재인 정권의 기본적인 국정 운영과 정치 프레임은 ‘적대적 공생’이다. 강경한 독선과 오만을 저지름으로써 반대편의 강경한 극우보수 세력을 키워주고, 이런 구도하에서 다수 대중이 문재인 정권의 ‘독선과 오만’행태를 곰팡이가 필 정도로 낡아빠진 극우보수 행태에 비해 사소한 것으로 보이게끔 만들어 다수 지지를 얻어내는 동시에 장기 집권을 꾀할 수 있다는 셈법이다. 이 셈법은 잘 작동하고 있지만, 문제는 그런 과정에서 나라가 망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문재인 지지자들은 누가 더 저질인지에 대한 평가를 내려 최저질을 공격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긴 안목에서 나라를 생각하는 사람들은 결코 그럴 수 없다. (45, 이 책에서 가장 강경한 표현 쓴 부분이 아닐까 싶음...살살 때려라…)

-“도덕적 우월 의식은 윤리적으로 볼 때 진보는 선이고, 보수는 악이라는 생각이다. 이는 진영 논리, 이분법의 표현이자 무능의 발로다. 무능한 사람일수록 편을 따지고, 실력이 없을수록 진영에 매달리기 마련이다. 선한 편과 나쁜 편으로 나누어서 생각하면 선하다는 이유만으로도 얼마든지 버틸 수 있다. 굳이 실력을 키우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된다. 상대를 열심히 비판하고, 부정하면 그것으로 족하다.”(81, ”이철희의 정치 썰전” 인용)

-“인간이 되는 것의 본질은 완벽함을 추구하지 않는 것이고, 때로는 충심을 위해 기꺼이 죄를 저지르는 것이고, 친근한 인간관계가 불가능할 정도로까지 금욕 생활을 고집하지 않는 것이고, 결국에는 삶에 의해 패배하고 부서질 각오가 되어 있는 것인바, 이것은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사랑을 보여준 데 대한 불가피한 대가이다.”(194-195, 조지 오웰이 간디의 비타협적 도덕적 기준 언급하며 한 말)

-“뭐 치열하게 경쟁하다 보면 있을 수 있는 일들이죠. 우리 경쟁을 더 흥미롭게 만들어주는 양념 같은 것이었다고 생각하고요…”(18원 문자 폭탄 등 경선 상대 후보 비방이 조직적으로 이루어진 측면을 짚은 앵커의 말에 응답...왜 음성지원 됨...)(199)

-자신의 정의감을 내세우는 사람들은 실제로 정의로운 일을 하는 것보다 자신이 정의로워 보이는 것, 정의로운 행동을 했다고 인식하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자신의 생각과 다른 생각을 갖고 있는 사람에게 온갖 욕설과 저주를 퍼붓는 것도 바로 그런 이유 때문이다.(202)

-“이들은 자신들이 공정하고 정의롭다고 믿고 있을 뿐만 아니라, 그 믿음을 상호 강화해주는 강력한 인적 네트워크를 구성하고 있었다. 이 모습을 보면서 왜 민주화 세대가 오히려 더욱 피해자를 비난하는지 알게 되었다….세상이 이만큼이나 좋아졌다고 믿는 민주화 세대는 더이상 진보가 아니다. 이들은 이미 세상은 진보했으며 그 진보를 만들어낸 것이 자신이라는 생각에 취해 사회의 진보를 가로막는 신보수주의자들과 완전히 똑같은 태도를 가지고 있다. 제발이지, 민주라는 이름에 그만 먹칠해줬으면 한다.”(302-303, 권김현영이 한겨레에 기고한 ‘왜 민주화 세대는 피해자를 비난할까’ 인용)

-“자신의 ‘선의’를 믿으면 안 됩니다...그래서 민주주의 국가라면 자신이 선의를 가졌다고 생각(혹은 착각)하는 사람들이 시스템 상으로 할 수 없는 일이 있어야 합니다. 균형과 견제, 대화와 타협을 통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게 바로 민주주의 정신이니까요. 자신들이 정의롭다는 착각에 빠진 민주당 사람들의 ‘개혁’시리즈가 파괴하는 게 바로 이 시스템입니다...정당을 지지하더라도 진영에서 벗어나 맨 정신으로 합시다. 아군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착하지 않고, 적군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악하지 않습니다.”(315-316, 이새끼들아 자꾸 진중권이 한 말에 밑줄치게 하지 말라고...나 진중권 안 좋아한다고…ㅠㅠ)

댓글(16)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반유행열반인 2020-12-15 20:38   좋아요 3 | URL
아주 거칠게 말하자면 너님들도 열사님들 됐어야 해...그럼 이토록 추해지지 않았을 거야 싶은 마음...(부디 좌표 찍히지 않고 그분들이 나 때리러 오지 않게 해주세요...)

하나 2020-12-15 20:3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진짜, “빼앗겨도 안 빼앗겨도 힘듦.” 포스팅 읽고 생각해보니까 극우정당의 가장 큰 수혜자는 현정부라는 생각이 드네요. 똑바로 하라고 그쪽이랑 싸워야 되는데, 빼앗기지 않는데만 너무 큰 에너지가 낭비되어버려...

반유행열반인 2020-12-15 20:40   좋아요 2 | URL
하나님 댓글 위치 고쳐서 저 유령한테 말 검 ㅋㅋㅋㅋㅋ

하나 2020-12-15 20:51   좋아요 2 | URL
북플이 버벅거려서 두개가 올라갔어여 ㅋㅋㅋㅋㅋ 아아아 저는 전전직장에 있을 때 정권 바뀌면서 어떻게 교육 헤게모니 가져가는지 너무 한가운데에서 봐가지고 ... 참.. 여러 생각을 했어요. “아군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 이게 진리인 듯. 맨정신으로 살기 참 어려워요

반유행열반인 2020-12-15 20:55   좋아요 2 | URL
적군은 내가 생각하는 것만큼...아니라니 누구도 너무 미워하지 않고 살라고요. 다 죽어버려! 외치는 거 부터 자제 좀ㅋㅋㅋ

하나 2020-12-15 20:58   좋아요 2 | URL
열반인님 자제하려고 할 때, 뒤늦게 다 죽어버려! 하고 싶어져서 서러운 1인 ㅋㅋㅋ (지랄 총량의 법칙은 과학이고 일찍 좀 하지 나야 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12-15 21:05   좋아요 2 | URL
저 대신해주시면 옆에서 맞아맞아 해줄게요 ㅋㅋㅋㅋㅋ

scott 2020-12-15 22:24   좋아요 1 | URL
ㅋㅋㅋ두분 천생연분 찰떡 댓글 이웃임 ㅋㅋㅋ

scott 2020-12-15 22:25   좋아요 1 | URL
북플에서 댓글 부터 보여서 아랫 포스팅에 달았다가 급하게 지우고 다시 올라옴 ㅋㅋㅋ

scott 2020-12-15 22:2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어떡해 열반인님 제가 즐겨 쓰는 단어만 요기에 나열하셨어 저질 ㅋㅋ 최저질ㅋㅋㅋ
초저질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12-15 22:18   좋아요 2 | URL
제가 아니고 강준만 선생이 하신 거 저는 퍼왔어요 ㅋㅋㅋ

scott 2020-12-15 22: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북플 댓글이 스스로 좌표 찍어요. 북플에서 많이 화제되고 있는 책들 위주로 좌표로 올려 놓아서 저는 가끔 이웃님네 놀라가서 엉뚱한곳에 댓글 쓰고 옴 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12-15 22:21   좋아요 1 | URL
아 뭔가 무섭네요 ㅋㅋㅋ다 이웃공개 해버려? ㅋㅋㅋ

scott 2020-12-15 22:23   좋아요 4 | URL
이거 이상해서 제가 관리자에게 문의 했는데 잘팔리는 책들(알라디너들이 자주 포스팅하는 책들이 잘팔린다고 함)부터 화면에 보여준데요 ㅋㅋㅋ
집콕 일상이 누적되다보니 온갖 오류 잡아서 불편하다고 ㅋㅋㅋ 외치고 다니는 1人

페크pek0501 2020-12-16 12: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권력은 뇌를 바꾸고 인생관도 바꾸죠. 아마 인간관계도 바뀔 겁니다.
그래서 저는 권력 같은 건 키우지 않기로 했어요.
뭐, 키우고 싶어도 키울 수 없는 거지만요...ㅋ

반유행열반인 2020-12-16 17:16   좋아요 2 | URL
네 저도 그 근처에 가고 싶지도 그런 인간 되고 싶지도 않네요 ㅎㅎㅎㅎ조용히 묻혀 살래요.
 

브로콜리너마저 - 2020

희미해져가는 날들을 붙잡는게 삶이라면
올해는
https://youtu.be/Dkca-PewJwk

2020은 모두가 원더키디가 되어 우주를 나는 신세계일 줄 알았지.
하얗고 검은 부리를 갖게 된 사람들이 각자의 둥지 안에 웅크릴 줄은 몰랐지.


댓글(8) 먼댓글(0) 좋아요(26)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나 2020-12-14 22: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영원히 오지 않을 거 같던 2020년도 이렇게 저물어 가네요. 여러모로 원더하긴 했던 한 해였고요. 마지막 줄은 시네요! 정말 “하얗고 검은 부리를 갖게 된 사람들이 각자의 둥지 안에 웅크릴 줄은 몰랐지.”

반유행열반인 2020-12-14 22:24   좋아요 2 | URL
나는 검은부리가 좋은데 다 썼어요 ㅋㅋㅋ 인터넷에서 몇 개 사야겠다 까악까악

하나 2020-12-14 22:27   좋아요 2 | URL
저도 ㅋㅋㅋㅋ 검은부리가 좋은데 근데 그러면서 그런 걸로 까탈부리는 사람 아닌 척하려고 동생이 준 흰 부리 100개 받음 까악까악

반유행열반인 2020-12-15 10:37   좋아요 1 | URL
하얀 까마귀라니 초레어네요!!!!! 마스크 주는 동생 참하네...ㅎㅎ(호감 표시)

link123q34 2020-12-15 12:43   좋아요 2 | URL
대체 이게 무슨 말인데 이렇게 재밌는 얘기일까 잠시 슬펐는데.. 각주보고 이해했어요ㅋㅋ 못재밌고 지나칠뻔했는데 감사해요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12-15 12:58   좋아요 2 | URL
오늘은 저도 하얀 까마귀에요 ㅎㅎㅎ

scott 2020-12-14 22: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늘 점심 브로콜리 뺸 감자 스프로 냠냠 ㅎㅎ 근데 원더 키디 언제적 만화에요??

반유행열반인 2020-12-15 06:55   좋아요 2 | URL
저 일곱살 인가 1990년에 봤어요 올림픽 때였나 외국인들 오면 티비 틀었을 때 나올 므찐 sf만화 하나 만들어라 해서 뚝딱 만들고 외국가서 상도 탔다던데 ㅋㅋㅋ 감독님은 삼 년 전에 별세하셨네요...
 
[eBook] 사람, 장소, 환대 현대의 지성 159
김현경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16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01213 김현경.

아홉 살 때, 반에서 나 혼자만 한 아이의 생일파티에 초대받지 못했다. 엉엉 울었다. 얼마 후 있을 내 생일에 복수하는 대신 그 아이를 초대했다. 서로 끌어안고 미안하다고 엉엉 울면서 훈훈하게 마무리 되었다. 그렇지만 그게 시작이었던 것 같다. 인생 전반적으로 다른 아이들과 잘 지내지 못했다. 열두살, 열세살 때 같은 반 여자아이들과 몸싸움을 벌인 적이 몇 번 있다.(남자아이들과는 거의 매일 몸싸움을 했다. 주먹질 퍽퍽 쌍욕 팍팍) 나보다 키가 한참 큰 한 아이는 살벌하게 침을 튀기며 난 너 진짜 싫어, 애들 다 너 싫어해, 너는 너가 잘나서 회장된 줄 알지, 랩퍼처럼 분노에 찬 디스를 쉴새 없이 늘어놓았다. 멘탈 와장창이었다. 또다른 아이와도 어쩌다가 서로 멱살을 잡고 싸우는 걸 다른 아이들이 떼어놓았다. 그 아이는 내가 붙잡아서 목걸이가 끊어졌다며 고소할 거야! 하고 비명을 질렀고 나는 정리되어 있던 책상과 의자를 다 집어던지며 울었다. 중학교 때도 같이 밥 먹던 아이와 소원해져 한동안 급식을 혼자 먹었다. 고등학교 때는 힘들게 들어간 밴드부 아이들과 사이가 나빠져 탈퇴하면서 익명 게시판에 욕을 한바가지(실력도 없는 것들이 연습도 지겹게도 안 해!) 적어 놓기도 했다.

적어놓고 보니 나한테 문제가 많았나 보다ㅋㅋ 내가 잘못한 것이 분명 있다. 내 생각과 느낌을 거르지 않고 말하는 편이었다. 거기에는 상대의 부족함이나 실수에 대한 지적도 포함되어 있었다. 온건한 대화가 어떤 형태인지 자라면서 경험해보지 못했다. 비난하고, 불만을 표하고, 욕설을 내뱉는 아빠. 당장 도망가거나 죽어버릴 것 같은 어두운 얼굴로 입을 꾹 다문 엄마. 그런 부모를 보며 나와 동생은 매일 서로를 죽일 듯이 싸웠다. 나는 늘 불안하고, 긴장하고, 웃는 법을 몰랐다.
칭찬하거나 호감 표현하는 말을 믿지 않았다. 친절과 도움은 의심했다. 이런 나를 왜? 무슨 목적이 있겠지. 이런 마음은 최근까지도 많이 남아 있었다. 마음을 열지 않고 숨었다.
그런데도 사람에 대한 집착은 심해서, 너무 쉽게 누군가를 좋아했다. 사랑이 나를 구원할 줄 알았다. 막상 친밀한 관계가 되면 상대방이 잠시라도 부재할 때마다 공황 상태가 되어 내곁에 있어주지 않는 그 사람에게 원망의 말을 쏟아 붓고 울기만 했다.

그나마 지금은 평온해진 편이다. 그 사이 내가 무엇을 잘하거나 어떤 부분이 뛰어나서가 아니라 그냥 나라는 이유만으로 내 존재를 긍정해주고 나를 좋아해준 사람들을 만난 덕분일 것이다. 나의 잘못과 괴로움과 못난 부분을 드러내도 그 사람들은 그저 고개를 끄덕여주고 그럴 수도 있겠다, 라고 해 주었다. 기댈 곳이 되어 주고, 내게 기대고 속내를 털어놓기도 했다. 많지 않은 친구들, 대학 동아리 선후배들, 새로 만든 가족이 그랬다.

내가 잘 하지 못하는 부분이라 그런지 사람 사이의 상호작용, 소통의 원리에 관해 많이 궁금했다. 커뮤니케이션, 대중매체와 온라인 매체, 사회심리학, 미시사회학이라 불리는 상징적 상호작용론에도 그래서 관심을 가졌던 것 같다. 구조나 거시적 담론보다는 사람들 간에 관계가 맺어지는 과정과 사회가 유지되는 작은 연결고리들에 더 호기심을 가졌다. 뭐 아주 잠시였고 ㅋㅋㅋ몇 가지 책을 찾아보다 말았고ㅋㅋㅋ 그래서 제대로 알게 된 건 하나도 없다.

이 책은 사람이 어떻게 사회 안에서 사람일 수 있는가, 사람 대접 받지 못하던 존재나 상황에 관해 다양한 사례를 들면서 사람이 사람 아닌 존재로 취급받지 않기 위해 사회란 어떤 곳이어야 할지 풀어나갔다. 책의 구성방식이나 표현방법이 독특하게 느껴졌다. 수많은 개념과 사상가들의 주장과 역사적, 시사적 사례를 다루는데 그것들이 이야기하려는 주제와 주장에 착착 맞게 이어졌다. 책이 두껍지 않은데 설명이 명료하고 잘 읽혔다. 뭐 그래서 책 내용을 확실히 잘 이해했냐 하면 나새끼의 산만함과 집중력 저하로 헬렐레 하고 읽은 부분이 더 많다. ㅋㅋㅋ

누구나 인정 받고 싶어하고 어딘가에 소속되어야 안정감을 느낀다. 때로는 내가 가진 호감을 상대방에게 투사해 친밀도와 적정 거리를 유지하지 못했다가 개까이고 엉엉 울거나 너는 나한테 왜 이리 모지냐!하고 삐지기도 한다. 반대로 내 안의 편견과 혐오 때문에 누군가를 오해하고 배척하는 일도 자주 생긴다. 혼자 아닌 여럿이 사는 안에서 사람 시늉하면서 사는 게 이렇게나 힘들다. 일일이 이론적인 틀이나 담론을 떠올리고 적용하면서 살 수는 없겠지만, 사회 현상을 이해하고, 소외와 억압이 발생하는 이유를 알고, 어떻게 하면 더 나아질 수 있을까, 더 잘못하지 않고 살 수 있을까 고민하는 데 도움이 될 책이었다. 원래 그런 거라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던 것들에 설명을 시도하고 문제를 제기하는 시도는 언제나 고마운 일이다. 그걸 내가 읽을 수 있는 언어의 책으로 묶어 내주는 학자, 저자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



+밑줄 긋기
-하지만 우리를 사람으로 만들어주는 것은 추상적인 관념이 아니라 우리가 매일매일 다른 사람들로부터 받는 대접이다. 사람행세를 하고 사람대접을 받는 데 물질적인 조건들은 여전히 중요하게 작용한다.

-“전쟁은 인간 대 인간의 관계가 아니라 국가 대 국가의 관계이다. 전쟁 관계에서 개인이 서로 적이 되는 것은 우발적이며, 이때 개인은 인간도 아니고 심지어 시민도 아니며 단순한 병사일 뿐이다. 조국의 구성원이 아니라 그 방위자일 뿐이다. 결국 국가는 적으로서 다른 국가만을 가질 수 있을 뿐 사람들을 적으로 삼을 수는 없다.” 루소는 여기서 병사를 시민이나 인간과 대립하는 개념으로 보고 있다. 실로 병사가 되는 순간 개인은 시민권의 정지를 경험한다. 그는 헌법이 더 이상 적용되지 않는 예외 지대로 들어가며-물론 이 예외 지대의 존재 자체는 헌법에 규정되어 있지만-잘못을 저질렀을 때 형법이 아닌 군법에 따라 처벌받는다. 동시에 그의 인간으로서의 권리 역시 정지된다. 무엇보다 그는 우호의 권리-친교의 권리-를 갖지 못한다. 적을 인간으로 대하는 것은 병사가 결코 저질러서는 안 되는 중대한 죄이다.

-...하지만 제1차 세계대전에서 돌아온 군인들은 아무런 이야깃거리도 갖고 있지 않았다. 진흙 구덩이 속에서 죽음과 싸우며 시간이 지나가기만 기다렸던 그들의 전쟁 경험 속에는 주체성을 증명할 아무것도, 서사를 구성할 어떤 단편도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직 말이 끄는 전차를 타고 학교에 다녔던 세대가 벌판에, 구름 외에는 변치 않는 게 하나도 없는 풍경 속에 던져져 있었다. 독가스가 폭발하고 죽음이 흐르는 그곳에서 그들은 왜소하고 부서지기 쉬운 인간의 몸뚱이일 뿐이었다.”

-왜 어떤 범주의 사람들-흑인, 재일조선인, 불가촉천민 등등-은 다른 사람들보다 더럽다고 여겨지는가?
“순수와 위험”에서 더글러스는 더러움을 자리에 대한 관념과 연결시켰다. 더럽다는 것은 제자리에 있지 않다는 것이다. “신발은 그 자체로는 더럽지 않지만 식탁 위에 두기에는 더럽다. 음식이 그 자체로 더러운 건 아니지만, 밥그릇을 침실에 두거나 음식을 옷에 흘리면 더럽다. 마찬가지로 목욕 도구를 옷장에 두거나 옷을 의자에 걸어두는 것, 집 밖에서 쓰는 물건을 실내에 두는 것, 위층의 물건을 아래층에 두는 것, 겉옷이 있어야 할 자리에 속옷이 나와 있는 것 등은 더럽다.”

-한편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오염의 메타포는 그것이 겨냥하는 대상이 지배계급의 통제에서 벗어나 있음을 함의한다. ‘더럽다’는 말은 죽일 수도 길들일 수도 없는 타자에 대한 미움과 두려움을 담고 있다. 그 말은 상대방의 존재를 부정하는 동시에, 그러한 부정이 굳이 필요했음을 인정함으로써 그의 주체성을 역설적으로 인정한다. 그래서 어떤 페미니스트들은 ‘더러운 년’이라는 욕을 들어도 전혀 위축되지 않으며, 오히려 이런 말을 듣는 것을 자랑으로 여기는 것이다.

-말하자면 고프먼은 의례의 교환에 참여할 자격이라는 측면에서 다음 세 가지 경우를 제시하는 셈이다. 의례의 교환에 동등한 자격으로 참여하면서 상대방에게 존중의 의례를 기대하고 요구할 수 있는 경우, 특정한 행동 노선을 따를 때만 조건부로 의례 교환에 참여할 수 있는 경우, 의례 교환의 장에서 배제되어 ‘탈인격화’의 과정을 겪는 경우. 여기서 뒤의 두 경우에 속하는 사람들은 성원권이 불완전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시대의 새로움을 드러내는 것은 이런저런(흙과 같은) 소설이 아니라, 근대소설이라는 장르 자체이기 때문이다. 소설은 다른 사람의 마음속에 들어가 그 사람의 눈으로 세상을 볼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가장 비천한 사람도 자기 인생의 주인공이라는 점에서 다른 사람과 똑같다는 사실을 가르쳐준다. 그전까지 얼굴이 보이지 않고 목소리가 들리지 않던 사람들이 사회 안에 현상하게 되는 것은, 소설이 배양하고 확산시킨 이 새로운 상상력에 힘입어서이다.

-하지만 한 사람이 자존감을 유지하려면, 그에게 실제로 자신의 존엄을 지킬 수단이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그의 자존감은 아큐의 ‘정신승리법’과 비슷해져 버린다. 신자유주의의 모순은 상호작용 질서의 차원에서(즉 상징적으로)모든 인간의 존엄성을 주장하면서, 구조의 차원에서 사람들에게서 자신의 존엄을 지킬 수단을 빼앗는다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나는 신분주의와 학교 폭력의 연관성에 대해 언급하고 싶다. 우리 사회의 신분주의가 위험 수위에 이르렀음을 알리는 가장 날카로운 경고음은 교실에서 나온다. ‘일진’이 더 이상 가난하고 공부 못하는 아이들이 아니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교실 내의 위계는 사회의 위계를 닮았다. 가진 게 많은 아이들, 지배 문화의 요구에 가장 잘 부응하는 아이들이 꼭대기에 있고, ‘자본’이 가장 부족한 아이들이 밑바닥에 있다. 위에 있는 아이들은 아래 있는 아이들을 괴롭힌다. 별다른 이유 없이, ‘장난삼아’ 그래도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 관계를 지배하는 감정은 경멸이다. 학교는 겉으로는 존중을 이야기하면서 실제로는 경멸을 가르친다. 공부 못하는 아이들을 모욕하고, 가난한 아이들을 투명인간 취급하며, 힘센 어른은 힘없는 아이들을 막 대해도 된다는 것을 몸소 보여주면서 말이다. 그래서 겉치레로 하는 말과 진짜 메시지를 구별할 만큼 영리해진 아이들은 자기보다 못한 아이를 경멸함으로써 학교의 가르침을 실천한다. 마치 어른들이 입 밖에 내고 싶어 하지 않는 사회의 진실을 아이들이 연극의 형식으로 보여주는 것 같다. 교실이라는 무대 위에서 날마다 상연되는 잔혹극. 그러니 이 연극에서 몇 명쯤 죽어나가더라도 너무 호들갑 떨지 말기로 하자. 지금 아이들은 사회에 나갔을 때 꼭 필요한 두 가지 기술-경멸하는 법과 경멸에 대처하는 법-을 익히는 중이다.

-사람을 연기하려면 적절한 무대장치와 함께, 연기를 중단하고 들어가 쉴 수 있는 무대 뒤의 공간이 필요하다. 언제나 타인의 시선에 노출되어 있는 사람, 예를 들어 노숙인이나 재소자는 이러한 공간의 구분이 무너져 있기 때문에 사람을 연기하기 어렵다. 예고 없이 빈민가를 방문하여 ‘봉사 활동’을 하는 유명 인사들-나는 카메라를 향해 미소 지으며 쪽방으로 기어들어가는 박근혜의 모습을 생각하고 있다-은 시혜의 대상이 된 빈민에게 원치 않는 노출을 강요함으로써, 그들이 상대방을 동등한 사람으로 여기고 있지 않음을 무의식적으로 드러낸다. 독거노인을 ‘어르신’으로 부르는 따위의 정치적 수사학이 이 사실을 감추지는 못한다.
한국 사회가 경제적으로 소외된 사람들을 다루는 또 하나의 방법은 효도나 돌봄 같은 전통적인 가치를 강조하면서 가족에게 짐을 떠넘기는 것이다. 조금 전에 생활보호 대상자를 애완동물에 비유했지만, 한국에서는 애완동물이 될 자격조차 아무에게나 주어지지 않는다. 폐지를 주워 팔면서 혼자 사는 노인이 장성한 자녀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기초생활수급권을 얻지 못하는 일이 허다하다. 이런 사례를 조명할 때 언론은 이 장성한 자녀에게 실제로 부양 능력이 있느냐에 초점을 맞춘다. 만일 부양 능력이 있는데도 노인을 모시지 않는 거라면, 그 자녀는 ‘인륜을 저버렸다’는 비난을 받는다. 요컨대 문제는 시스템이 아니라 도덕과 풍습이라는 것이다. ‘시스템의 한계’가 논의되는 것은 자녀 역시 막노동을 하거나 몸져 누워 있는 등 극단적인 빈곤 상태에 처해 있을 때 뿐이다.
간단히 말해, 한국 사회는 B와같은 사람들을 일차적으로 A의 위치로 옮겨놓으려 하며, 그것이 여의치 않을 때만 공적부조 시스템을 가동한다.

-고래들은 아무 매개 없이 동시성 속에서, 모두가 모두에게 직접 연결되어 있다. 동일한 소리의 장 안에 갇혀 있기에, 그들은 교신 대상을 선택할 수 없으며 침묵 속으로 물러날 수도 없다. 다른 말로 하면 그들은 서로에게 청각적으로 완전히 노출되어 있는데, 이는 언제나 상대방을 침범할 수 있고, 또 상대방에 의해 침범될 수 있음을 뜻한다. 반면 도서관의 도시 알렉산드리아에서 영혼들은 책을 매개로 서로에게 접근한다. 그들을 연결하는 것은 소통이 아니라 소통 가능성이다. 커뮤니케이션의 지평 전체를 감싸는 소리의 궁륭이 아니라, 도처에서 조용히, 산발적으로 일어나는 교류들이다. 이 교류는 거리에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과 혼자 책 쏙으로 침잠하는 것을 모두 포괄한다. 독서와 대화 사이에는 아무런 본질적인 차이가 없다. 독서는 또 다른 대화-비동시적으로 이루어지는 대화-이기 때문이다.

-가격을 갖는다는 것은 비교할 수 있으며 대체 가능하다는 뜻이다. 인간은 그 자체가 목적인 존재이기에 가격을 갖지 않는다. “존엄성의 가격을 계산하고 비교하는 것은 곧 그것의 신성함을 모독하는 것이다.” 타자를 사람으로 인정한다는 것은 그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가치에 대한 질문을 괄호 안에 넣은 채 그를 환대하는 것을 말한다. 타자가 도덕적 공동체 안으로 들어오는 것은 이러한 환대를 통해서이다. 타자는 사회 안에 그의 자리를 마련해주는 우리의 몸짓과 말을 통해 비로소 사람이 되고, 도덕적 주체가 된다.

-...오늘날에는 누구든 자기가 원하는 정보를 선택적으로 게시할 수 있으며, 실제와 다른 정보를 게시하는 것도 허용된다...하지만 여기에는 중대한 예외가 있는데, 젠더에 관한 정보가 그것이다. 젠더 정보를 게시하지 않거나 실제와 다르게 게시하는 것은 사회규범의 심각한 위반으로 간주된다. 물론 이 규범은 현대 사회의 작동 원리에 어긋난다. 사람의 수행이 젠더화되어야 할 논리적 이유가 하나도 없기 때문에, 길게 본다면 법적 주체의 탈젠더화 추세와 더불어 이 규범도 무너질 것이라고 기대할 수 있다.

-정체성에 대한 인정은 특정한 서사 내용(“나는 레즈비언이다”)에 대한 인정이 아니라, 서사의 편집권에 대한 인정이다. 우리는 정체성운동에 대해 많은 지식을 갖지 못했더라도(펨이나 부치 같은 단어를 모른다 해도) 그저 귀를 기울이고 고개를 끄덕이는 행위를 통해 그러한 인정을 표현할 수 있다.(“네가 레즈비언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다. 네가 오늘은 레즈비언이라고 고백하고 내일은 그것을 부인해도 상관없다. 나는 너에 대해서 가장 잘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너 자신임을 인정한다”)

-부모는 아이가 자기들로부터 나왔고, 한때 자기들의 일부였다는 사실을 잊어야 한다. 부모는 무엇보다 아이에게 생명을 준 사람이 자기들이고, 그들이 아이를 죽일 수도 있었다는 사실을 잊어야 한다. 이 망각으로부터 사회의 가능성이 생겨난다.

댓글(19) 먼댓글(0) 좋아요(3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syo 2020-12-13 22:4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런저런 고난과 역경의 학창시절을 뚫고 여기까지 잘 자라주셨네요. 멋있다!

반유행열반인 2020-12-13 22:43   좋아요 2 | URL
역경이 아니라 못난 시절이요 ㅋㅋㅋ 좋은 이웃님들의 오구오구도 제가 사람 구실하는데 기여하고 계십니다 ㅋㅋ

하나 2020-12-13 22:4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책 좋아해요. 가끔 ˝사람이 된다는 것은 자리/장소를 갖는다는 것이다. 환대는 자리를 주는 행위이다.˝라는 문장이 떠오를 때가 있었어요. 사람이 된다는 건 내가 되고 싶다고 될 수 있는게 아니라, 누군가가 자리를 내줘야만 사회의 일원이 될 수 있다는 게 너무 잔인한 거 같아요. 아무리 운이 좀 좋지 않았다, 나도 걔들 별로였다, 혼자인 게 오히려 편했다, 이렇게 넘어가보려고 해도 끝내 아프게 남는 지점들이 있죠. ㅠㅠ 저는 요즘 레비나스 아저씨의 ˝판단정지˝가 왜 환대의 중요한 개념일까 혼자 생각해보고 있는데요. 박찬욱 감독이 대단한 지점이 그걸 벌써 오래전부터 하고 있는 거 같아요. 너 쥐니? 너 싸이보그니? 너 박쥐니? 그렇구나... 밥 먹어...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보려고 노력하는 게 환대의 시작이 맞는 거 같아서요...

반유행열반인 2020-12-14 06:42   좋아요 1 | URL
다른 곳에서도 판단정지 이야기 들었었는데 ㅋㅋㅋ 이미 우리 존재가 도수랑 색 들어가고 이리저리 휘어지게 갈린 렌즈 같아서 있는 그대로 보기는 어렵겠지만 적어도 이상해 보이는 것들을 더러운 것 제 자리가 아닌 것 치부하는 티를 안 내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아요ㅎㅎ나부터 잘 하자...

하나 2020-12-13 22: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이 밑줄긋기하신 첫 줄도 완전 최애 문장 🧡

반유행열반인 2020-12-14 06:42   좋아요 1 | URL
뒤늦게 읽은 내가 따라쳤네요 ㅎㅎㅎ

scott 2020-12-13 23:3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우리 사회의 신분주의가 위험 수위에 이르렀음을 알리는 가장 날카로운 경고음은 교실에서 나온다. ‘일진’이 더 이상 가난하고 공부 못하는 아이들이 아니라는 건 잘 알려진 사실이다. 교실 내의 위계는 사회의 위계를 닮았다. 가진 게 많은 아이들, 지배 문화의 요구에 가장 잘 부응하는 아이들이 꼭대기에 있고, ‘자본’이 가장 부족한 아이들이 밑바닥에 있다. 위에 있는 아이들은 아래 있는 아이들을 괴롭힌다. 별다른 이유 없이, ‘장난삼아’ 그래도 된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이 관계를 지배하는 감정은 경멸이다. 학교는 겉으로는 존중을 이야기하면서 실제로는 경멸을 가르친다]

a밑줄 쫘악

열반이님 멱살 잡은 뇬 ㅋㅋ ,뻔치ω-
열반이님한테 침튀긴 뇬 ㅋㅋ, 마스크 씌우기╭┈┈┈┈╯
열반이님한테 욕을 한바가지 한 뇬ㅋㅋ 한개 바가지 ╰┈┈╯
열반인님한테 익명에 욕을 바가지로 한뇬 ㅋㅋ ╰┳┳╯대야를
상처받고 이해받지 못한 어린시절이지만 열반인님 정말 잘큰 어른,소요님 말씀처럼 여기 까지 오셨네요

한국 사회가 언어에서 부터 모든 계급과 멸시 차별 상처가 시작되는것 같아요.
존경어 존칭 모두 없애버리고 미쿡 처럼 모두 ‘YOU‘라고 했으면 좋겠어 요 ㅋㅋ
(๑•̀ڡ•́๑)


하나 2020-12-13 23:37   좋아요 2 | URL
진짜 scott님 짱 ㅋㅋㅋㅋ 같이 가요 진짜 뇬뇬뇬 다 가만두지 않겠어!!! 🔥(근데 익명으로 욕한 건 문맥상 어린 열반인님인 것 같다... 역시 훌륭 우리 열반인님은 참지않긔!!! 🔥)

반유행열반인 2020-12-14 06:43   좋아요 2 | URL
저도 멱살 잡고 욕하고 익게에 욕 달아서 같이 처맞았네요 ㅋㅋㅋㅋ 저도 존경어 존칭 빼고 이름 부르는 문화 좋을 거 같아요. 이름 부르는 게 하대가 안 되는 사회이면 좋겠네요.

페넬로페 2020-12-13 23: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세상 살면서 정말 이런 선택이 가장 어려워요~~
그냥 멱살잡고 싸우느냐!
아님 똑같은 사람 되지 않게 참느냐!
어떡하면 좋을까요?

반유행열반인 2020-12-14 06:45   좋아요 5 | URL
멱살 잡고 싸우면서도 같은 사람은 되지 않게 멱살 잡을 상대를 봐 가면서 ㅋㅋㅋㅋ나보다 센 놈이면 잡고(그러다 처맞고) 나보다 힘든 이면 먼지 털어주고 상냥한 걸 원칙 삼아 살고 있는데 그런 태도조차 뭔가 고저 따지는 거라 어렵습니다 ㅠㅠ

han22598 2020-12-15 02:2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릴때 거의 쭈그러져 있었기 때문에, 반님처럼 믓지게 자기를 표현하며 싸워나가는 (^^) 친구들이 부러웠어요. 반님같은 친구가 나도 있었으면 했었어요 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0-12-15 06:53   좋아요 2 | URL
별로 믓지진
않고 저도 쭈그리에 울보였는데 질질 짜면서 할 말은 하는 정도였어요 ㅋㅋㅋ잘 찾아보면 저 같은 친구 있으실 걸요?(어디? ㅋㅋㅋ여기ㅋㅋㅋ)

하나 2021-01-08 20:0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얘드라~~~ (존경하는 알라딘 이웃님들..ㅋㅋ) 책은 사람 장소 환대, 리뷰는 반유행열반인님이다... 이거시 이달의 당선작! ㅋㅋㅋ 축하드려요! 우리 누나 좋으면 좋다고 말하라는 나의 충고 새겨들었군 ㅋㅋㅋㅋ 알라딘놈들..

반유행열반인 2021-01-08 20:14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왠지 떼써서 받아 먹은 느낌 난다...하나님도 페이퍼 당선 축하드려요. 나는 꼭, 하나님 글을 간직할게!!!!

scott 2021-01-08 22: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하나님 ㅎㅎ알라딘놈들 ㅋㅋ(북플 기능 넘 후짐) 열반인님 이달의 당선 추카~추카~

반유행열반인 2021-01-08 22:14   좋아요 1 | URL
scott님도 2관왕 축하드립니다!!! 알라딘놈 아니 알라딘님들 비천한 제 리뷰도 뽑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굽신굽신 ㅋㅋㅋㅋㅋ

2021-01-11 19:4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11 20:22   URL
비밀 댓글입니다.
 
책 한번 써봅시다 - 예비작가를 위한 책 쓰기의 모든 것
장강명 지음, 이내 그림 / 한겨레출판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01212 장강명.

자꾸 장강명이 낸 책은 다 읽는다. 그만 읽자, 하다가 저번 책 에세이 읽고 왠지 짠해져서 신간 팔아주자, 하고 사 버렸다. 그런데 왠지 작가의 지능적 감성 마케팅에 당해버린 기분…
쓰는 일에 관심은 많지만 글쓰기책이나 작법서는 거의 본 게 없다. 올해 4월부터 11월까지 한겨레문화센터에서 소설쓰기 기초반과 합평반을 수강한 게 돈들여 글쓰기를 배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반 년 가까이 쉬던 소설쓰기를 다시 시작해 단편 다섯 편 건진 건 큰 소득이었다. 선생님이나 수강생들이 부족한 점이나 의문점을 짚어주는 것도 좋은 경험이었다. 그런데 글이라는 게 배운다고 배워지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더 굳어졌다. 뻔한 소리지만 시간을 들여 계속 쓰고 반복해서 고치는 게 제일 중요하다.(딴짓 그만 하고 제발 그걸 하라고 나새끼야...)

장강명은 장편소설 여러권, 단편소설집, 연작소설집, 르포, 에세이책 다 써 봤고, 신문 기자도 오래했으니 책 쓰는 일에 할말이 많겠다 싶었다.
이 책 한 권에 작가가 써 본 장르는 다 다루었다. 에세이, 소설 쓰기까지는 관심 있는 분야라 그런가 제법 흥미롭게 읽었다. 논픽션 쓰기를 읽을 즈음에는 전혀 다른 장르에 관해 질금질금 30-50페이지씩 한 권에 묶는 게 읽는 이에게 효용이 있을까 잠시 회의가 들었다. 그래도 모르는 분야라도, 당장은 쓰지 않더라도 그 분야를 읽을 때 아 이렇게 썼겠다, 하고 보면 도움되지 않을까 싶어 참고 읽었다.
맨 마지막 부록 중 저자의 세계를 바다와 육지가 접한 항구 마을의 비유로 표현한 글은 무릎을 탁, 치기 보다는 아아아...오그라든다… 왜 내 마음은 울리지 않는가… 나는 바다를 향한 자가 아닌가 보다 싶었다. 작가 지망생, 저자를 꿈꾸는 이를 향한 애잔함과 따스함은 알겠으나, 어떤 부분들은 작가가 그렇게 까던 다른 작법서들과 비슷하여 그닥 도움이 되지 않겠다…(이런 반응을 의식했는지 자신을 전문가가 아닌 동네형으로 겸손하게 표현하고, 적당히 걸러보라고 미리 포석도 깔아 둔다...이런 게 더 얄밉다…) 어떤 부분들은 한 권 분량 채우기 위해 끼워넣은 것 같은 건 기분 탓이겠지... 애정과 선의를 담아 적은 페이지들을 내게 재미없다고 폄하하면 안 되지… 하면서도 아...역시 책 써 내는 법에 관한 책을 써 내는 사람은 그 책으로 돈을 벌 것이고 이 책을 읽은 책을 내고 싶었던 사람 대부분은 책을 내지 못하고 말겠지 하는 생각을 하고야 말았다.

많은 사람이 저자가 되는 세상에 관해 한 친구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나오지 말아야 할 책이 넘치는 세상에 책 내는 허들을 낮춘다고 해서 더 나아질 것이 없다고 했다. 그 앞에서는 글쎄, 난 장강명 말(아이슬란드처럼 전체 인구의 10퍼센트가 책을 내는 세상 왜 우리라고 못하나!)이 맞는 거 같은데...했었다. 이 책을 읽고 곰곰 생각해보니 왠지 친구가 한 말이 맞는 것 같다고 설득되어 버렸다. (이게 무슨 현상인가…) 목표를 주고 계속 쓰도록 추동하는 일은 좋은 일이지만 희망 고문 같기도 하다. 책이 아니라 그저 쓰는 일 자체가 목적인 사람도 생각보다 많다. 책을 많이 좋아하기는 하지만 꼭 책이어야 하는가? 하는 물음에 꼭! 이라고 말할 자신도, 댈 근거도 별로 없다. 웹페이지, 블로그나 SNS, 일기장 등등 매체는 많으니까. 물성과 소유에 집착할수록 나무가 아야해요. 세상에 팔고나면 나중에 걷어다 불쏘시개도 못해. 냈는데 세상에서 사주지도 않으면 불쏘시개나 해야 돼. 왜 난 벌써 신포도 신공을 쓰고 있는가 ㅋㅋㅋㅋㅋ


댓글(15) 먼댓글(0) 좋아요(37)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나 2020-12-12 17:2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 어디서 저런 짤을 찾아오셨대... 방심하고 있다 빵터졌어요. 우선 여자친구를 만듭시다! 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12-12 17:28   좋아요 3 | URL
저 짤은 남자친구 없는 여자들도 소외시키는 짤...흥 내가 묶을 수 이써!(주섬주섬..팔 짧으면 두 배로 슬퍼짐...)

하나 2020-12-12 17:31   좋아요 2 | URL
아, 입기 전에 먼저 리본 묶고 입는 거 아니구나...(세배로 슬퍼짐...) ㅋㅋㅋ 근데 진짜 글쓰기 책(특히 작가가 쓴 거)보다보면 거의 현타옴... 알면서 또 샀어 나새끼...

반유행열반인 2020-12-12 17:33   좋아요 3 | URL
아니 내가 언제 허리끈 묶어 달래써! 숨막혀 식식 ㅋㅋㅋㅋ저런 거 읽을 시간에 그냥 하나 쓰라고 ㅋㅋㅋㅋ

하나 2020-12-12 17:35   좋아요 2 | URL
그걸 깨닫는게 혹시 글쓰기 책의 용도인가.... 👀

반유행열반인 2020-12-12 17:37   좋아요 2 | URL
고난은 지금의 우리를 만들기 위해 필요했다! 고 하는 자기 위안과 자기 기만의 어느 사이...이제는 아픔 따윈 최대한 피하는 게 맞다는 깨달음...뒤에 또 읽는 건 뭐죠... ㅋㅋㅋ뭐긴 뭐야 그냥 회피죠 ㅋㅋㅋ(자문자답의 사회성 결여)

공쟝쟝 2020-12-12 19: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으음ㅋㅋ 이건 안읽을래 ㅋㅋㅋ 요즘 어쩐지 반님 평에 안읽을 것들 만 댓글다는 것 같아요 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12-12 19:48   좋아요 2 | URL
거르는 것조차 맡은 소임이지요 ㅋㅋㅋ 그렇지만 읽고 책 한 권 써주세요!!!

scott 2020-12-12 20:2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나라면 뒤에서 허그 해줄테야 ㅋㅋ 끈은 왜묶어줘야해요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12-12 20:58   좋아요 2 | URL
먼저 있는지 묻는 게 예의라고 들었습니다 ㅋㅋㅋㅋ

Yeagene 2020-12-12 21: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도 저 짤 보고 빵 터졌어요..ㅎㅎ
열반인님 구구절절 옳은 얘기만 하시는 듯해 고개를 연신 끄덕끄덕했어요..나 열반인님께 설득당해버렸엉...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0-12-12 22:01   좋아요 3 | URL
저도 틀릴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정말 도움이 될지도 몰라요 ㅋㅋㅋ 저도 사실 아주 조금이나마 얻은 게 있을 텐데 읽다가 까먹은 기분이에요 ㅋㅋㅋ

scott 2020-12-12 23:10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우리모두 열반인님 포스팅에 묶였으 ㅋㅋㅋ

파이버 2020-12-13 00: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요즘 장강명님 책마다 표지에 작가님(?)이 계신 것 같은건 기분탓이겠죠...? 반유행열반인님은 알라딘 포스팅만 묶어도 재밌는 서평집 몇 권은 너끈히 나오실 것 같아요!

반유행열반인 2020-12-13 07:04   좋아요 2 | URL
ㅋㅋㅋ나무가 아야해요. 작가님 자기 캐릭터 그림에 꽂히셨나봐요. 사진이 아닌게 어디야 ㅋㅋㅋ
 
[eBook] 작렬지
옌롄커 지음, 문현선 옮김 / 자음과모음 / 202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20201210 옌롄커.

올해 초 옌롄커의 소설을 처음 읽었다. 사서, 딩씨 마을의 꿈,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를 거쳐 벌써 네 권째 소설이다.
이번 소설은 ‘자례’라는 가상 지역의 역사지리서 형식을 취한다. 작가가 거금을 받고 자례시의 시지 ‘작렬지’ 집필을 의뢰받았으나 이모양 이꼴로 써서 욕처먹고 쫓겨났다ㅋㅋㅋ 하는 시작과 끝으로 ‘작렬지’의 내용을 궁금하게 만든다.

화산 폭발로 ‘작렬촌’이라는 이름을 얻은 인구 수백의 마을 자례. 쿵(공)씨와 주씨가 집성촌을 이루고 서로 경쟁 관계에 있다. 여기서부터 뭔가 중국에서 칭송되는 성인 공자와 주자의 후손 운운하며 까는 느낌이다.
두 집안의 원한은 60년대 문화대혁명 시절 시작된다. 촌장이던 주칭팡이 중국지도 모양으로 얼룩진 새똥 묻은 옷을 빨지 않고 입고다닌 쿵둥더를 고발해 쿵둥더는 오랜 옥살이를 하고 나온다.(설명이 없으니 왜 그게 죄인지 잘 모르겠다..)
쿵둥더는 폐인처럼 되었다가 다시 선지자처럼 마을 사람 꿈에 나타나 밤길을 걸으라고, 걷다 처음 만나거나 줍는 것이 당신의 운명을 결정할 거라고 예언한다. 쿵둥더의 네 아들 쿵밍광, 쿵밍량, 쿵밍야오, 쿵밍후이도 마을로 나선다.
쿵밍광은 분필을 줍고 교사가 된다. 쿵밍야오는 군용차를 마주하고 군인이 된다. 쿵밍후이는 고양이를 마주해서 온순하고 선량해졌다-고 전해지지만 나중에 오랜 책력을 발견했다가 버드나무 구멍으로 버린 것이 밝혀진다.(거기에 멜키아데스의 비책 마냥 세상의 비밀이 적혀 있고 밍후이는 그걸 열심히 해독하며 집안과 마을이 덜 망하게 하려고 애쓰지만…)
둘째 쿵밍량은 원수인 촌장 주칭팡의 딸 주잉과 마주쳐 서로 욕을 하고 헤어진다. 그러다가 이름이 새겨지지 않은 인장석을 발견한다.

중국은 어느틈엔가 공산주의를 버리고 시장경제를 도입한다. 무조건 많이 벌면 된다, 하는 배금주의가 팽배하고, 쿵밍량은 마을을 지나는 열차에서 석탄이며 물건을 훔쳐 부를 쌓는다. 그덕에 이십 대의 젊은 나이에 신임촌장이 된다. 촌장이 된 쿵밍량은 원수 주칭팡의 얼굴에 침을 뱉으면 돈을 주겠다고 마을 사람들을 꼬셔서 주칭팡은 가래침에 익사한다(…) 여기서부터 완전 미쳤다 ㅋㅋㅋ
쿵밍량은 마을 사람들에게 열차 털이로 돈 버는 방법을 전수해 짧은 기간 만에 마을을 부유하게 만든다. 주잉은 아버지의 장례를 치르고 도시로 나가 성매매를 하며 돈을 잔뜩 번다. 마을에 돌아와 기부를 하고 마을 여자들을 도시로 보내 성매매를 시켜 돈을 벌어오게 해 마을의 성장에 기여한다. 마을에는 그녀의 공덕비가 세워진다.
쿵밍량과 주잉은 차기 촌장선거에서 경쟁하고, 선거에서 밀릴 것이 뻔한 쿵밍량이 주잉에게 빌어서 주잉은 자신과 결혼해주면 촌장 당선을 양보하겠다고 한다. 거래가 성립되어 선거 결과가 뒤바뀌고, 둘은 결혼한다.
쿵밍량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촌을 진으로, 진을 향으로, 다시 성으로, 시로, 그리고 초거대 직할시로 성장시켜 나간다. 그러는 사이 주잉은 자신이 거느리는 여성들을 형제들에게 보내 첫째 쿵밍광을 이혼시키고, 셋째 쿵밍야오를 퇴역시키고, 시아버지 쿵밍더를 복상사(…)시키며 복수한다. 쿵밍량은 주잉이 아들을 낳았지만 오래도록 그녀에게 찾아가지 않고 비서 청징을 비롯한 다른 여자들을 만나고 도시의 성장과 자신의 권력을 확장시키는 데만 주력한다.
쿵밍야오가 만든 민병대가 쿵밍량의 도시에 공항과 지하철을 며칠 만에 짓고, 주잉이 보낸 여성들이 투표위원들을 유혹한 덕에 결국 자례는 직할시로 승격한다. 그러나 쿵밍야오는 야욕을 품고 쿵밍량을 죽이고 도시민을 모두 동원해 그들을 전쟁에 끌고 나가 모두 죽게 만든다.

도시의 흥망성쇄와 등장인물의 감정과 성패에 따라 온갖 자연물이 반응한다. 꽃이 지거나 피고, 나무에 엉뚱한 열매가 열리고, 새와 동물이 몰려오고, 해와 달도 수시로 바뀐다. 자연물 뿐 아니라 사물도 다음에 올 사건을 암시한다. 예를 들면 시계가 멈추거나 고장나는 건 누군가의 죽음을 의미한다. 기이한 묘사로 신비로운 분위기를 조성하고 싶었던 것 같다. 이런 이야기들을 꺼내자 친구 한 명이 마술적 리얼리즘이냐, 했는데 내가 형용모순 운운하다 리얼적 마술리즘은 안 되냐, 해서 잠시 빵 터졌다.

형제끼리 서로 도움을 청하거나 이용하고, 부부나 연인 간에 애증에 휩싸이고 하는 건 완전 막장 드라마 같은 전개였다. 그러는 사이 무너진 전통, 땅을 빼앗긴 농민, 고속 성장의 그늘, 물질주의와 권력욕에 휩싸인 사람들의 열망과 추함 같은 걸 간간히 열심히 비판적으로 그려놓았다.

인물들이 대화랍시고 말을 나누는데 누군가 말을 걸면 상대방이 동문서답 하는 식으로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고 자기 말만 하다 헤어지는 장면이 내내 나왔다. 가족들끼리도 소통이 되지 않고 자기 일에만 골몰하는 모습이 씁쓸함을 자아낸다. 둘째와 셋째 아들이 바쁘다는 이유로 어머니 장례식에도 오지 않는 장면은 극단적이면서도 상징적이다.

여자와 남자 사이에도 진정한 애정 같은 건 나오지 않는다. 육욕 아니면 도구화된 성애만 잔뜩 등장한다. 여자들은 누구 부인 아니면 창녀 아니면 형제들을 유혹하는 존재로만 그려진다. 남자고 여자고 나오는 새끼들마다 다 개빻았다 ㅋㅋㅋㅋ

옌롄커 아저씨가 뭘 하고 싶었는지는 대략 견적이 나온다. (그러니까...마꼰도의 부엔디아 가문 뺨치는 이야기를 쓰고 싶었고 가능하다면 노벨상도 웁웁) 그런데 읽을 수록 삐끕 쌈마이의 냄새가 물큰하다가 또 어느 부분에서는 진지하다가 막장 테크 타다가 해서 종잡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끝이 자꾸 궁금해져서 열심히 다 읽었다. 마을의 종말 마저도 자꾸 백년의 고독 아류 같은 느낌이 ㅋㅋㅋ그래도 상상력과 구성력이 신선하다면 신선한 독특한 소설이었다.

+밑줄 긋기(왜 이딴 거만 쳐놨어 ㅋㅋㅋㅋ)
-쿵밍량이 바위에서 뛰어 내려와 얼거우에게 20위안을 주었다. 돈을 받은 얼거우가 웃으면서 걸어가 주칭팡 얼굴에 침을 뱉었다. 또 20위안을 주었더니 한 번 더 뱉었다. 그가 연속해서 침을 뱉자 밍량도 연속해서 돈을 주었다. 사람들이 욕심과 희열에 빠져 주칭팡의 몸에 침을 뱉었다. 침을 모아 뱉는 소리가 황혼 속에서 뇌우처럼 울렸다. 순식간에 주칭팡의 머리와 얼굴, 몸이 하얗고 노르께한 타액으로 뒤덮였다. 어깨에 매달린 가래침이 폭포수처럼 늘어졌다. 마을 사람 전부 목이 말라 더는 침을 한 방울도 못 뱉을 때까지 주칭팡은 미동도 없이 앉아 있었다.
마치 침으로 만든 소조상 같았다.

주칭팡은 가래침에 숨이 막혀 죽었다.
(ㅋㅋㅋㅋ아 사람 죽었는데 웃으면 안 되는데...주칭팡의 가래침 익사 만큼 괴랄한 쿵둥더의 복상사 사망...그러나 위대한 쿵밍량의 아버지니까 트럭에 뛰어들어 위험에 처한 소녀를 구하다 심장이 놀라 사망한 걸로 홍보됨 ㅋㅋㅋㅋ진짜 이런 린치도, 죽음도 어디서 본 적이 없다…)

-“셋째 형, 어디 있어요? 노인과 아이들은 두고 가요!”
“셋째 형, 어디 있어요? 노인과 아이, 여자는 남겨두세요!”
“셋째 형, 어디 있어요? 동생이 부탁하니 노인과 아이, 여자와 장애인은 두고 가요!”
(그나마 사람 같은 밍후이의 외침과 애원이 너무 애달팠다…이런 식으로 한 사람이 세 번 연달아 발화하는 장면이 소설 내내 반복된다.)

-한 달 뒤 새벽, 시 중앙광장과 거리에 처음 나타난 것은 자례 사람이 아니라 어느 집에서인가 내던진 죽은 시계였다. 이어서 거리의 쓰레기통과 길게 자란 화단 옆, 아무 땅바닥이나 계단 곳곳에 갑자기 망가지고 부서진 온갖 벽시계와 싸구려 손목시계가 굴러다니기 시작했다. 자례시 전체의 모든 벽시계와 손목시계의 시침과 초침이 하룻밤 사이 죽어버렸다. 시침과 분침, 초침이 대부분 시계에서, 추에서 떨어졌다. 도시가 고장 난 시계의 쓰레기장처럼 되었다. 노인과 아이들은 대로에 쌓인 망가진 시계들 때문에 걸어다닐 수가 없었다. 도시가 그렇게 망가진 시계에 함몰되었다.
(군에 동원되어 도시를 떠난 수천만 사람들의 죽음을 직접 언급하지 않고 기이한 현상으로 보여주는 표현이 인상깊었다. 아...나도 뭐 광화문 이순신동상 부쉈다가 다시 세우고 그렇게 스케일 좀 키우고 싶다. ㅋㅋㅋ뭘 부숴볼까...청와대? 경복궁? 철컹철컹)

댓글(15) 먼댓글(0) 좋아요(29)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나 2020-12-10 21: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도 이 책 이번에 샀는데 얼른 읽어야겠어요. 난리 나네요. ˝시아버지 쿵밍더를 복상사(…)시키며 복수한다˝, ˝주칭팡은 가래침에 숨이 막혀 죽었다.˝, 마콘도 따라해보다가 가능하면 노벨상도 웁웁, 리얼적 마술리즘 다 맘에 들어요. ㅋㅋㅋㅋ 나 옌롄커 좋아하나봐.... 나 약간 쌈마이 좋아하나... 그런가...이순신동상 폭파시키는 건 영하킴이 보물섬에서 하지 않았나요? 시도만 했었나.. 가물가물 오늘 익명의 독서중독자들 읽고 막 낄낄거리다 왔는데.. 작렬지 재밌을 거 같았어요.

반유행열반인 2020-12-10 21:51   좋아요 2 | URL
네 영하킴 소설 이야기에요 ㅋㅋㅋ익독중 진짜 올해 저에게 가장 큰 웃음 준 책이에요. 저는 작렬지 빌려봤는데 사서 봤으면 이 정도로 후한 평? 안 했을 듯 ㅋㅋㅋㅋ진짜 막장 드라마 보는 심정으로 으으으 하면서도 중독적으로 읽는달까요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12-10 21:51   좋아요 0 | URL
그리고 제 리뷰에 후한 평 보면 쌈마이 취향 맞을지도 웁웁..

하나 2020-12-10 22:01   좋아요 1 | URL
아니야. 그런 거.. ㅋㅋㅋㅋㅋㅋㅋ 옌렌커 좋아할 때 약간 죄책감 드는 거고, 열반인님은 약간 더 진중하단 말이에요. 내가 오해하실까봐 말을 함부로 못하겠네. 흙은 먹지만 장르 철저하게 분류함. ㅋㅋㅋㅋㅋ 옌롄커 오빠는 흙은 맞지만 쌈마이 계열. 아 근데 왜 그렇게 막장 드라마 잘 쓸까요. 진짜 재능이다. 익독중 진짜 처음부터 터져서 어이없었어요 ˝병든 인간만이 책을 읽는다.˝ ㅋㅋ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12-10 22:07   좋아요 1 | URL
병든 곳에 호 쎄쎄 반창고 붙이고 힘냅시다 ㅋㅋㅋㅋ희망은 버려 죽는 날까지 책이나 보고 이 모양일 거야 ㅋㅋㅋㅋ

파이버 2020-12-10 22: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도시가 그렇게 망가진 시계에 함몰되었다.˝라니 진짜 마법같네요! 막장 드라마 전개...는 저도 좋아합니다*^^* 삐끕 냄새도요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0-12-10 22:26   좋아요 3 | URL
네 이 한 권에 다 있네요 ㅋㅋㅋ중국에서 옌롄커 책 내기 힘든 거 이해됩니다...저도 그렇게 모국에서 버림 받는 놈이 되고 싶은...변태인가....

파이버 2020-12-10 22:31   좋아요 2 | URL
저 방금 옌롄커 작가님 정말 중국에서 살고 있는지, 잘 생활?하시는지 궁금해서 검색해보고 왔어요ㅎㅎㅎ 반유행열반인님께서 미래에 쓰실 금서도 응원합니다!

반유행열반인 2020-12-11 06:23   좋아요 1 | URL
걱정해주셨군요 다정하게도ㅋㅋㅋ 저런 포지션으로 인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을지도 몰라요 ㅋㅋㅋ이 책 서문에서 작렬지 의뢰받아 부자 됐다고 하는데 그 말이 진짜일지도 모르고요! 응원 정말 감사합니다!!!!

scott 2020-12-10 22:4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쿵밍양- 얼거우-주친팡 ㅋㅋㅋ 이세사람에 관계풀어보니

바위에서 뛰어 내려와 돈을 받고 웃으면서 걸어가 얼굴에 침을 뱉었다 가래침에 숨이 막혀 죽었다.ㅋㅋㅋ(마르케스에 백년의 고독 쭝쿼억판이가봐요 ㅋㅋㅋ)

이문장속에 파뭍힌 사람들 이름들이 저얼대로 존-메리이면 절대로 웃움이 터져나올것 같지 않아요.
엔레커 천재! 열반이님 천재 제자 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0-12-11 06:44   좋아요 1 | URL
의외로 존 메리 윌슨이어도 웃길 거 같아요 ㅋㅋㅋㅋ 중국어를 잘 모르다보니 이름이 잘 안 익더라구요. 그래도 얼거우는 진짜 하는 짓도 얼거우 같고 쿵둥더는 진짜 쿵둥더...하고 죽음 ㅋㅋㅋ 제가 주씨라 주씨집안은 못까겠다! 내이름듀 만만찮아서 ㅋㅋㅋ남의 이름가지고 못됐다 ㅋㅋㅋ

han22598 2020-12-11 04: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ㅋㅋㅋㅋㅋ가래침에 익사하다! ㅍㅎㅎㅎ 웃겨요. 아주 어릴때 중국영화 (제목이 뭐였는지도 몰라요, 아마 추측건데 붉은 수수밭일 가능성이 높은데) 보는데, 여자가 만두를 먹고 그 만두가 위에서 터져서 죽는 장면이 나와요(의사가 만두가 10배? 20배?인지 부풀려져서 그렇다고 가족들에게 설명해줘요). 와...어릴때 너무 충격적이어서 머리속에서 지워지지 않는데...여기 또 가래침으로 죽네요 ㅎㅎㅎ 중국소설이며, 영화며 읽고 본 적이 별로 없어서...이 사람들 원래 이런식인가 싶긴한데.. 요책도 장바구니에 넣어두고 언젠가 사서 읽어봐야겠어요.

반유행열반인 2020-12-11 06:28   좋아요 1 | URL
위화의 인생에서는 애기가 혼자 남아 콩 집어먹다 배터져 죽어요ㅠㅠ워낙 사람이 많고 죽음도 많아서 나름 견디는 방법으로 약간 희화화하는 건가? 싶기도 하더라구요. 옌롄커는 근데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가 제일 야하고 잘 읽고 재미있다는 (저 말고도 다수가 인정한ㅋㅋ) 전언입니다...

han22598 2020-12-15 01:36   좋아요 1 | URL
안그래도 위화책을 읽어보려고 했었는데, ˝인민을 위해 복무하라˝가 제일 그렇다니 ㅎㅎㅎ 그것부터 읽어야겠네요 ㅎㅎ 정보 감사해요 ㅋ

반유행열반인 2020-12-15 06:53   좋아요 0 | URL
즐거운 독서 되시길 빌어요 ㅎㅎㅎ 옌롄커 쌈마이와 예술과 사회비판 사이에서 막 줄타기해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