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견문록 (보급판 문고본) - 에디오피아에서 브라질까지 어느 커피광이 5대륙을 누비며 쓴 커피의 문화사
스튜어트 리 앨런 지음, 이창신 옮김 / 이마고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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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9 스튜어트 리 앨런.

원제 The Devil’s Cup.

알라딘에서 첫 원두를 구매한 때가 겨우 일 년 전이다. 그 이후 생긴 일: 알라딘 원두 14종을 사 먹었다(…) 드리퍼를 갖췄다. 드립 주전자도 갖췄다. 캡슐 머신도 갖췄다. 캡슐도 200개 넘게 샀다. 그만 갖춰 제발…
다양한 나라에서 온 원두를 내려마실 때마다 검색을 해서 몰랐던 곳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게 되었다. 어디 커피 산지에 관한 책이 없나...찾아보니 있었다.

우리 부모 세대는 과립 형태의 인스턴트 커피에 설탕과 프림을 섞어 마시기 시작했다. 그런 커피를 다방에서 시켜 먹는 아빠 옆에 앉아 있으면 다방 언니가 빨대 꽂은 야쿠르트 하나 가져다 주던 기억이 난다. 그러다가 맥심이가 한 봉지 안에 그 세 개를 황금비율로 섞어서 툭 까 넣고 뜨거운 물만 부어 휘휘 저어 마시면 되는 진짜 인스턴트를 만들어 해외로 수출하는 경지에까지 갔다. 이건 (사무실이나 작업장의) 노예야 일해라 포션 쯤으로 여전히 롱런하고 있다.
다음 세대는 커피나 프림 넣지 않고 원두만 물로 추출해 먹는 아메리카노를 카페에서 사 먹기 시작했다. 쓴 거 싫어하는 사람들은 우유에 에스프레소 타고 카라멜이나 바닐라시럽 같은 달달한 걸 탄 라떼류를 먹었다. 생각해보면 그런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지도 얼마 되지 않았다. 쓰고 시커먼 커피는 이름도 여러가지던데 차이가 뭐야…1도 모르겠다... 했던 때도 있었다.

-에스프레소: 기계로 원두에 열과 압력을 가해 진한 커피 원액 추출한다. 그대로도 마시고, 커피 음료 만드는 기본 원액이 되기도 한다.
-아메리카노: 에스프레소에다 물이나 얼음 타서 마신다.
-라떼: 우유에다가 에스프레소 타고 거기에 무슨 시럽이나 맛내는 재료 넣어서 신제품(?)만든다. 돌체라떼(연유), 흑당라떼(흑설탕이나 원당 시럽) 같은 거…
-드립 커피: 기계 말고 커피 내리는 깔때기에 여과지 얹고 간 원두 붓고 그 위로 물 부어 여과시켜서 방울방울 떨궈 내려 먹는다. (초딩 때 실험관찰 시간에 혼합물 거르기 거름종이 실험하는 거랑 비슷함)
-콜드 브루(더치): 원두에 차가운 물 부어 오랫동안 내리는 특수 기구 같은 게 있는데, 그렇게 내린 원액을 에스프레소 원액처럼 여기저기 넣어 아메리카노나 라떼 해 먹는다.
이런 걸 구분하고 마신 게 얼마 안 되었다. 지금은 저 모든 종류를 돌려가며 마시지...

커피 종류와 이름만 들으면 커피 마시는 문화의 시작이 아메리카나 유럽일 것 같지만, 커피 열매는 더운 열대기후 고산지대나 아열대기후에서 잘 자라고 냉온대기후 지역에서는 온실을 동원하지 않는 이상 재배가 어렵다. 그러니까 커피의 시작은 더운 나라들이고, 오늘날 대부분 저개발국에 속한 지역이 일찍부터 커피를 마셨고, 지금도 그곳에서 커피를 재배해 전 세계로 수출한다.

커피는 커피라는 이름 이전에 부나, 카와, 알모카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렸다. 책을 읽기 전에는 몰랐던 잊힌 이름들이었다. 다양한 이름 만큼이나 커피 만드는 방법도 동네별로 다양했다. 막판에 원두에 계란 알맹이랑 껍질이랑 이거저거 다 때려넣고 향이야 날아가거나 말거나 달달 달여 먹는 충격적인 방식이 나오는데, 이게 예전 미국 커피 레시피였다. (심지어 백악관 요리 레시피 책에도 실림…) 오히려 스타벅스야 말로 미국식 커피 제조법 버리고 이탈리아식 커피 만드는 방식 고집해서 인기 끈 케이스라고…(그런데 원두맛은 왜 그렇게 쓰고 탄 맛이죠…)

이 책은 다양한 커피 산지와, 유럽과 미국 이전에 커피 문화가 번성했던 아프리카, 서아시아, 남부아시아를 주 무대로 한 여행기였다. 캘리포니아 출신 자유로운 방랑자인 저자는 케냐, 에티오피아, 지부티, 예멘, 터키, 인도, 오스트리아, 프랑스, 브라질, 미국의 온갖 도시를 거치며 커피가 퍼져나간 경로를 추적한다.
초반부터 저자의 똘기가 예사롭지 않았다. 1988년 케냐에 있던 스튜어트는 에티오피아 커피가 끝내준다는 말에 총든 국경수비대한테 사정해서 국경 넘어가서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돌아온다. 다음 날 한 번 더 마시러 가…(두 번째는 통과 안 시켜줘서 못 먹고 돌아옴...) 에티오피아의 하레르에 시인 랭보가 커피 장사 하러 갔다가 망하고 돌아온 건 이 책에서 처음 알았다. 거기에 랭보 저택이 있고 현지인들이 람보, 람보, 하고 부르는 것도 몰랐다. 사실 랭보도 잘 모르지만…
스튜어트가 탄 아프리카 동부에서 예멘 건너가는 허름한 배 안에는 소말리아 난민 아이들이 있었다. 아예 나라라는 게 무너진 곳에서 국민들이 카트나 씹고 앉은 역시나 망한 나라로 떠나는 난민들의 처지가 안타까웠다. (둘다 외교부 지정 여행금지 국가다…)
오스만제국이 빈 쳐들어갔다가 전쟁 망하고 도망가면서 두고 간 원두가 유럽 카페 개업의 밑천이 되었다는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커피가 아프리카와 이슬람의 서아시아에서는 도입 초기에 종교 의식에 쓰였고, 약으로 여긴 곳도 많고, 환각제 취급 받으며 이슬람이나 기독교나 종교적 이유로 탄압을 시도한 시기가 있다는 것도(심지어 현대 미국에서도 약물로 취급해 규제를 시도함) 재미있는 지점이었다. 확실히 커피를 마시면 읽고 쓰고 일할 때 도핑되는 느낌은 있다. 너무 마셔서 밤에 못 자고 상념에 젖는 날은 괴롭지… 커피가 종교와 자주 연관되다보니 저자는 여행 도중 커피를 사용하는 (또는 지금은 커피가 빠졌지만 나머지 의례는 남아 있는) 여러 종교 의식을 참관한다. 커피를 추적하는 도중 브라질리아의 외계인 믿는 신흥종교 교단에 끌려 갔다가 시껍하고 도망쳐 나오기도 한다.
프랑스 갔을 때는 루이14세랑 사드가 빠지지 않고 등장했다. 둘다 변비탈출하고 싶어서 커피를 애용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이 책 대부분이 서프라이즈나 믿거나 말거나 같지만, 아프리카와 서아시아 쪽 자료는 직접 현지 답사하고 주민에게 탐문하고 현지 도서관 자료 찾아 적어 놓은 거니 그 이상 사실 여부 확인할 길이 없고, 그렇게라도 알려준 노고를 칭찬해야겠다.
인도에서 양기(이름부터 느낌 이상한...)에게 사기 당해 프랑스 시골구석까지 가는 에피소드도 길게 이어지는데 덕분에 라자스탄 자이푸르라는 지역을 구글링으로 찾아보았다. 핑크시티라고, 도시에 온통 분홍분홍하고 화려한 궁전 유적이 많이 남아있었다. 아이참 18세기면 무술제국 말미냐? 영국놈들 쳐들어오는데 황제 새끼들은 인민 착취해서 저런 사치나 하고 있었구나 하고 괜히 욕나왔다. ㅋㅋㅋ

1999년에 나온 책이고 남자 저자라 그런가 가끔 농담이라고 던지는 여성 비하적이고 성적인 빻은 소리들이 거슬리긴 했지만, 아주 가끔이고 수위도 약한 편이라 넘길 만한 수준이었다. 이제 막 인터넷이 보급되고 토론방, 이메일 같은 게 유행하던 시기라 그 초기의 모습을 보는 것은 흥미로웠다. 순수 카페인 들고가다 코카인으로 오해 받고 경찰한테 혼나고 다 쏟아버린 경험을 토론방에 올리니까 다른 유저들이 저자 편들어주고 같이 경찰 욕해주는 게 웃겼다.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되게 비슷해서 ㅋㅋㅋㅋ
로부스터 품종의 최대 산지이자 소비지인 동남아시아-베트남,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등, 최근에는 중국 운남성도 차 대신 커피 산지로 바뀌고 있는데 조금 오래된 책이라 그런지 이쪽 문화권은 네덜란드가 식민지 플랜테이션 농장 만든 것 살짝 언급만 하고 여행지로 선택하지 않아서 조금 아쉬웠다.(뭐 그 쪽 커피 맛 없긴 해…)
책의 마무리는 미국의 고속도로 한가운데에 저자와 여행 동반자인 매그가 맛탱이 간 상태로 차를 멈춰서는 장면에서 끝이 난다. 미국이 약물과 커피에 취한 모습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싶은 것인지...우리는 영화나 뉴스에서 제일 잘나가는 미국의 최첨단 도시들의 화려함만 보지만, 사람 사는 곳 똑같고 미국 남부나 소도시들은 다 암울하다. 화이트 트래시라고 자국민을 조소하면서 획일화되고 특색없는 커피맛과 희망 없는 꼬라지를 결말로 한 게 뭔가 저자놈 생각보다 회의적이구나 싶었다.
다음 여행지는 어디?하고 묻는다면 여기에요 여기, 한국, 코로나 때문에 카페 문닫으니까 집집마다 커피머신까지 갖추고 종류별로 열심히들 마시고 있답니다...하고 싶었다.

예사롭게 마시는 커피에 얽힌 노예무역, 식민지배, 종교탄압 등 다양한 역사를 풀어 놓으니 재미있게 읽혔다. 커피농장의 현재에 관한 이야기를 모은다면 그것 또한 재미있을 것 같은데 저자만큼 용감하게 전 세계를 떠도는 건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인도, 이슬람, 전부 여성들에게는 악명 높은 여행 금지 내지 적색경보 국가잖아...뒤지기 싫으면 그냥 책이랑 원두랑 구글링으로 만족해야겠다. 그래서 오늘의 아침 커피는 이탈리아 어쩌구 하는 캡슐 내린 에스프레소, 스콘이랑 먹었다. 낮에 콜롬비아 드립 커피 한 잔 먹든가 귀찮으면 믹스커피(모두가 외면한 홍삼라떼...이거 만든 남양이랑 이거 산 나새끼랑 다 죽어라….) 먹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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얄라알라 2021-01-29 12:2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홈삼 아니 홍삼라떼 라는 게 있었군요!! 반유행열반인님은 드셔보았음이 틀림없음으로 추정됩니다! 비추천으로 이해했어요^^

반유행열반인 2021-01-29 12:44   좋아요 3 | URL
먹으면 은은하니 넘어가긴 하는데 내가 커피를 먹는 거 같진 않고ㅋㅋㅋ 선심쓰며 내밀어도 모두가 거부하는 아이템이라 비추합니다 ㅋㅋㅋ

syo 2021-01-29 15:3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홍삼라떼! 삼이한테 처먹이고 싶은 이름입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1-29 16:48   좋아요 2 | URL
삼이님이 어 이거 달달하니 맛있는데...몸에도 좋은 기분이고...할 것 같은 느낌적 느낌...(갖다 바칠까...)

Yeagene 2021-01-29 15:3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너무 진지하게 읽어나가다가 마지막 홍삼라떼에서 뿜었어요!ㅋㅋㅋ
이런 제품도 있었나요..ㅋㅋㅋ
열반인님 왜 사셨어요..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1-29 16:49   좋아요 3 | URL
그러게요 왜 샀대 나새끼야 ㅋㅋㅋㅋ흑당라떼랑 1 1하길래 배리에이션!하고 자매품 고른 것이 패착이었습니다... ㅋㅋㅋㅋㅋㅋ그냥 드립 먹었어요 오늘은 ㅋㅋㅋ

하나 2021-01-29 22:20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이 쏘아올린 열반인님의 커피 견문록이네요~ 우리 열반인님 먹는 걸로 모험하는 타입이구나... ㅋㅋㅋㅋㅋㅋㅋ 저 홍삼라떼 이상하게 끌리는데 사실 옛날에 인삼껌 좋아했어요... ㅋㅋㅋㅋㅋ 잘 안 팔아서 사람들이 그거 발견하면 너 생각나서 사왔다 이러고 막 던져줌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1-29 22:36   좋아요 2 | URL
아 그럼 아마도 홍삼라떼와 사랑에 빠지실지도....진짜 향이 옛날 그 인삼껌임... ㅋㅋㅋ옛날에 나 초딩때 은단껌 두리안껌 별 게 다 있었는데 ㅋㅋㅋ

얄라알라 2021-01-29 22: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코로나 시대 위축되는 마음을 열반인님 서재 댓글 읽으며 빵빵 터뜨려 키웁니다 ㅋㅋㅋ˝먹는 걸로 모험하는 타입˝에 ˝인삼껌˝까지, 넘 유쾌합니다. 두리안 껌이라니, 이건 금시초문이네요^^

반유행열반인 2021-01-30 09:10   좋아요 1 | URL
저도 믿기지 않지만 두리안이 뭔지도 모를 시절 두리안껌을 씹어봐서 그런가 십수년 후 진짜 두리안을 마주했을 때 거리낌 없이 먹어지더라구요ㅋㅋㅋ그치만 홍삼라떼는...😔

공쟝쟝 2021-01-30 15:4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ㅋㅋㅋ 알라딘 원두 14종 ㅋㅋㅋㅋ 저는 왜 알라딘 원두는 좀 싱겁게 느껴지죠? 아 최근에 먹은 건 맛있었는 데(기억이 ..) 핸드드립으로 찐하게 내려진거 마시고 싶을 때는 역시 스타벅스 원두입니다!! 한번 사서 갈아드셔보세요, 아니면 갈린 걸 사서 내려드셔보세요... ㅋㅋ

공쟝쟝 2021-01-30 15:57   좋아요 2 | URL
기억났어 (검색함) 이번에 나온 콜롬비아 아스무까에스 톨리마 훌륭합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1-30 17:12   좋아요 2 | URL
쟝쟝님은 으른의 맛(스모키한) 거 좋아하시는 듯해요 스타벅스 캡슐 먹어봤는데 저는 으른의 맛 윽 하는 ㅋㅋㅋ알라딘이 좀 슬쩍 뽂아서 맛이 약하게 느껴지긴 해요 이번 콜롬비아도 비교적 세게 볶은 맛 같아요 카누맛 무난함ㅋㅋㅋ다시 세 보니 13종이네...한 종류 뻥튀기했네...

공쟝쟝 2021-01-31 00:36   좋아요 2 | URL
옴멈머 맞나바 저 스모키한거 좋아하나봐여 왜냐면 제가 스모커거덩요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1-31 07:39   좋아요 2 | URL
스모크핫커피리필 달이 뜨지 않고 니가 뜨는 밤- 이러는 노래 생각나네요 ㅋㅋㅋ
 
[eBook] 우리에게도 계보가 있다 - 외롭지 않은 페미니즘
이민경 지음 / 봄알람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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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7 이민경.

작년에 ‘페미니즘-교차하는 관점들’을 읽으며 한국 페미니즘의 관점들에 대해 정리한 책이 있는지 궁금하게 여겼다. 어쩌다보니 봄알람의 책을 세 권 읽고 우연히 출판사 홈페이지에 갔다가 이 제목의 책을 발견하고 원하던 책인가보다 싶어 빌렸다.
책의 구성이 특이했다. 단순히 읽는 게 아닌 문제집 형식으로 독자에게 끊임없이 쓰고 말하길 요구한다. 적당한 주제에 적당히 쓰인다면 문제집 형식의 책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만 한국 페미니즘의 ‘계보’나 ‘이론’, ‘다양한 관점’을 정리한 책은 아니었다. 한창 여성 문제 관련 이슈가 폭발하기 시작한 2016년 무렵 나온 책이고, 그때까지의 우리나라 근현대사 속 여성운동에 대한 간략한 역사이자, 페미니스트로서의 개인이 자신의 미시사를 돌아보고 목소리 내는 연습을 하도록 돕는 책 쯤으로 읽혔다. 제목에서 기대한 바와 약간 차이가 있는 내용이었지만 이런 약사를 돌아보는 가치가 있겠다 싶었다. 여성운동을 위해 싸우던 많은 사람들, 사건들을 이 책 덕분에 알게 되었다. 아직도 모르는 게 많다. 적어도 이 책 나오던 즈음과 그로부터 오랜 기간 스스로를 부정하고 여성 혐오의 말과 생각을 품었던 것을 돌아보게 되었다. 그럴 필요가 없었고 잘못 생각한 게 많았다는 걸 이제라도 알아서 다행이지. 더 나아져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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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7 2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8 08: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han22598 2021-01-28 03:2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잘못한 놈들을 두루 알려서 잘못한 놈도 두들겨 맞아야 하지만, 그놈들이 한 짓이 나쁜 짓이라는 것을 많은 사람들이 알게 해야한다˝ 추가하고 싶어요 ㅎㅎ 열반님...빈칸을 참으로 성의있게 답변하셨네요. 짱! 글씨체도 몽환적인게..느낌 좋네요.

반유행열반인 2021-01-28 08:30   좋아요 3 | URL
제일 두둑한 빈칸만 집어 왔어요. 오히려 학교 공부(?)와는 다르게 서술형이 할 말 많고 선택형이나 단답형은 답을 못 적는(역사적 사실 같은 건 정답이 정해져 있는데 아는 게 하나도 없다는 걸 확인시킨 후 답을
알려주는 순서에요 ㅋㅋㅋ)신기한 경험이었어요. 글씨를 몽환적이라고 표현하시다니ㅋㅋㅋ 악필이라 칭하지 않고 좋은 수식어 붙여주시는 센스에 감탄하고 또 감사합니다 ㅋㅋ

2021-01-28 12: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1-28 12:57   좋아요 0 | URL
ㅋㅋㅋ못난 글씨체를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모양과 상관 없이 꾹꾹 눌러쓴 그 마음 누구나 기쁘게 받을 거에요 ㅋㅋㅋ

2021-01-28 12: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라로 2021-01-28 16:1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요즘 <세 여자> 읽으면서 너무 놀라고 있어요. 허정숙, 주세죽, 고명자, 그외 등등 이런 분들이 다 실제 인물인데 넘나 멋진 페미니스트인 거에요!! 우리나라 1920년대에 이렇게 멋진 여성들이 있었는데 왜 저는 지금에야 알게 되었을까요?? 나혜석이니 김활란이니 이런 사람들 밖에 몰랐던 이유가 뭔가? 알고 보니 공산주의,,,,우리 나라는 정말 역사가 참,,,, 페미니즘을 해방하는 역사구나,,, 공산주의보다 더 무서운 독재 같은 느낌. 어떻게 역사에서 이분들을 빼먹을 수가 있었을까요?? 암튼, 몽환적인 글씨를 쓰시는 반열님의 이미지도 갑자기 몽환스러워지는,, 하지만 글쓰기는 절대 몽환적이지 않으신 멋진 반열님이 알라딘에 계셔서 넘나 좋아요. 헤헤

반유행열반인 2021-01-28 16:35   좋아요 2 | URL
백석 같은 월북 시인도 늦게 발견된 것처럼 늦게라도 이념 상관 없이 옳은 일 하신 분들 찾아내고 우리도 알게되면 좋겠어요 ㅎㅎ갑자기 몽환적인 글씨로 굳어지는 이미지 ㅋㅋㅋ오히려 취중 필체라 그러는 게 더 나을 거 같네요 ㅋㅋㅋ(저날 맥주를 마셨던가 아닌가) 좋게 말씀해주셔서 늘 감사하고 덕분에 알라딘 열심히 하게 되네요 ㅎㅎㅎ

막시무스 2021-01-28 18: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9번문제 답으로 꾸준히 계속에 깊이 동감합니다!ㅠ 그래도 조금씩은 나아지겠지요?ㅎ

반유행열반인 2021-01-28 18:25   좋아요 2 | URL
나아지면 좋겠어요 꾸준히 계속 ㅎㅎ

공쟝쟝 2021-01-28 21: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두! 해답부분 ㅋㅋㅋ 내용 읽으면서는 좋고, 뭔가 분노 터지는 (?) 글씨보고 더 놀랬어요! 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1-28 22:07   좋아요 1 | URL
뭔 글씨조차 화가 나 있냐 ㅋㅋㅋ분노의 몽환체 ㅋㅋㅋㅋ

syo 2021-01-29 15: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따박따박 답 써서 올린 게 중학생 같아서 귀여워요..... 내용은 분노인데 태도는 귀엽다

반유행열반인 2021-01-29 16:50   좋아요 1 | URL
아니야 나는 화가 나있지 않았어 덤덤하게 쓴 거에요 중학생이 귀여운 줄 아시나요? 엄청난 착각이십니다...ㅋ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1-29 16:51   좋아요 1 | URL
우등생의 태도가 배어 있어서 문제집 마주하면 일단 열심히 풀고 보는...공교육의 ㅍㅖ단 ㅋㅋㅋㅋ
 
웰컴 홈
루시아 벌린 지음, 공진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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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3 루시아 벌린.

루시아 벌린의 큰아들 제프 벌린이 쓴 서문을 읽자마자 짐작했다. 이건 루시아 벌린 죽은 뒤 남은 원고들 중 무리해서 낸 책이 아닐까. 예감은 적중해서 집중해서 읽는 도중, 루시아가 30살쯤 되었을 때 남미 가족 여행 중 퍼붓는 빗속에 가족이 온통 병에 걸리고 남편 버디가 금단 현상에 시달리는 장면에서 뚝 글이 끝나 버린다. 육십대 후반의 루시아는 자신이 곧 죽게 될 걸 미리 알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이런 글을 쓰기 시작했을테고, 삶의 절반도 정리를 못했다.

그렇지만 아쉬워할 필요는 없는 게, 그녀가 남긴 소설을 묶은 소설집 읽으면 충분하다. 나는 두 권의 소설집을 먼저 읽고 이 책을 읽었는데, 그게 맞는 순서인 것 같다. 소설을 읽으면서 생각했다. 이건 그냥 자기 삶을 갈아 넣어 쓰지 않으면 나올 수 없는 글인데. 그런데 한 사람이 이 모든 걸 겪으며 살았다면 진짜 어마무시한데. 그냥 겪은 일 쓰면 소설이 되어버리는 삶은 축복일까 고통일까. 고통인 중에 쓸 수 있는 게 그나마 축복인 걸까. 그러고나서 그녀의 (인생 초반 절반만 남긴) 회고록을 읽으면서 아, 왜 내 예감 맞았어...더 슬프잖아… 했다. 그리고 그 이후의 삶도 소설로 만날 수 있어서 나한테는 다행이고, 만약 쓰여졌다면 나머지 인생 후반부 절반의 삶은 진짜 눈물 없이는 못 읽었겠다 그냥 소설로 남기길 잘했어요 루시아, 싶었다.

책의 나머지 절반은 루시아가 주고받은 편지를 묶었다. 편지를 출판하는 일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다. 사적이고 내밀한 글을 훔쳐보는 이들이나 그걸 팔아 돈을 벌게 될 후손이야 즐겁겠지만 편지를 쓴 당사자라면 굉장히 부끄럽고 기분이 나쁠 것 같다. 물론 죽어서 모르니 그나마 다행인가… 언젠가 주고받은 수백통의 이메일을 전부 지웠다 다시 살렸다 또다시 지웠다 아 괜히 지웠어 하다가 어딘가 일부 백업이 남은 걸 보고 또 기뻐하다 반복했는데. 나중에 유명 작가 되면 다 지워버려야겠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 1980년대에 루시아 벌린이 자기가 그동안 살았던 집의 문제점을 나열한 글이 첨부되어 있는데, 그거 나도 해보고 싶어졌다. (개인사 TMI니까 여기까지만 읽으셔도 좋습니다 ㅋㅋㅋ그냥 정리해보고 싶어서 썼는데 길어져 버림…)










수원, 지동(0-5세):방 하나 넓긴 한데 반지하라 볕이 안 듦. 화장실 밖에 있어서 가본 적 없음(애기변기랑 요강 씀). 부엌도 밖에 있음. 일 안 하고 돈 안 벌어오고 술 마시고 엄마 괴롭히는 아빠.

용인, 김량장리1(5-7세):1층 방 하나에 수원 살던 곳보다 방 절반도 안 됨. 역시나 화장실 밖에 있어서 가본 적 없음. 여름에는 마당에 있는 수도에서 씻고 겨울에는 엄마가 세숫물 데워서 방안에서 씻겨줌. 저녁에 동생하고 떠들고 놀면 옆집 아줌마가 시끄럽다고 소리질러서 아빠가 창밖으로 아줌마한테 욕하고 싸움. 주인집 오빠가 자꾸 놀리고 괴롭히고 지우개 따먹기하자 그러고 지우개 빼앗아서 울림. 술 마시고 엄마 때리는 아빠.

용인, 김량장동2(7-23세): 1층 방 두 개에 가장 오래 살던 곳이라 지금도 가끔 꿈에 나옴. 상수도 연결 안 되어 있어 지하수 펌프로 퍼서 써서 가끔 광물질 때문에 우물막히면 아빠가 굴착 작업 하는 거 옆에서 거들어야 함. 나랑 동생 자던 방 벽에 곰팡이 겁나 핌. 이사가서 방 생겼다고 신났는데 곧바로 삼촌 쳐들어와서 몇 년 간 살다가서 방 없어서 서운함. 옆집 살던 우리 자매랑 동갑인 자매가 거짓말킹에 도둑질킹이어서 맨날 뭐 훔쳐감(크레파스, 샤프, 거북이, 이런 건 훔쳐갔다가 마당에서 주웠다고 돌려주며 몇 년간 절도 연습하다 나중엔 지폐 꺼내가고 그건 안 돌려줌…심지어 집열쇠 훔쳐서 따고 들어오다 식구들이랑 마주친 후에야 절교함). 위층 살던 아줌마 성격이 지랄 같아서 맨날 시비검. 거실에서 컴퓨터하다가 맨날 엄마아빠한테 혼남. 술 마시고 조현병 발작와서 입원하고 우울증에 자살시도해서 입원하고 현관 유리 문짝 망치로 부수고 엄마 때리는 아빠.

서울, 신림2동1(20-21세): 엄마랑 집 나와서 머물던 방 하나. 고시원 개조했는지 화장실은 있는데 부엌은 복도 끝에 공동이라 밥 해먹기 힘듦. 창 열면 옆 건물 벽 보이는 빛 안 드는 방이라 맨날 오전 수업 놓침. 나중에 같은 라인에서 조금 높은 층으로 옮겨주긴 했는데 월세도 비싸서 엄마 용인 돌아가고 나서 같은 동아리 언니랑 살기로 함.

서울, 신림2동2(21-22세): 언니랑 월세도 아끼고 같이 살려고 투룸 구했는데 방 크기가 하나는 엄청 크고 하나는 너무 작음. 누가 어떤 방 쓰나로 갈등. 처음에는 큰 방에서 같이 자고 작은 방은 다른 용도 쓰자 했는데 둘다 남자친구 있어서 가능하지 않은 선택지였고 내가 못되서 큰 방 독차지 함. 바로 앞으로 마을버스 지나가면 방이 막 덜컹덜컹 심지어 남자친구랑 흔들흔들만 해도 집 덜컹덜컹 완전 잘못 지음. 주인 할아버지가 온동네 쓰레기랑 고물 다 주워다 쌓아놔서 음침하고 안 좋은 기운 가득. 실제로 집 사는 동안 언니랑 나랑 안 좋은 일만 가득함. 둘다 몸 아프고 남자친구랑 헤어지고 둘이 사이 안 좋아지기까지 해서 얼마 못 살고 갈라짐. ㅋㅋㅋㅋㅋ

서울, 신림9동1(22-23세): 아주아주 작은 리모델링한 원룸. 산꼭대기 밭 옆에 있음. 아토피 때문에 다리 피부 다 찢어졌는데 학교가는 셔틀까지 걸어내려가기엔 좀 멀어서 곳통ㅋㅋㅋ방이 너무 작음. 공사 잘 못했는지 벽에 결로랑 곰팡이 생김. 그걸로 나중에 방빼고 나갈 때 집주인 아줌마가 트집 잡고 보증금 안 돌려줘서 싸움ㅋㅋㅋ겨우 돌려받은 보증금(내가 장학금 받고 과외비 모은 건데) 아빠한테 다 털림 ㅋㅋㅋㅋㅋ

용인, 동백동(23-24세): 아빠가 집 나간 엄마 다시 꼬셔서 들어오게 하려고 빚내서 분양 받은 새 아파트. 엄청 넓고 깨끗한데 살았지만 사는 내내 좋았던 적이 없음. 졸업학기 서울 통학하기 너무 멀고 교통 나쁨. 이전보다 훨씬 심해진 강도와 빈도로 주사와 폭력 행사하는 아빠와 진짜 이러다 다 죽을지도 모르겠다는 공포 속에 사는 날들. 안 되겠어서 그냥 도망 나옴 ㅋㅋ

서울, 신림9동2(24-25세): 가진 돈 다 털어서 구할 수 있던 보증금 100에 월세 30, 2/3이 지하인 반지하. 여름에 더움. 겨울에 벽에 물흐르고 벽지에 곰팡이 미친 듯이 펴서 아토피 재발ㅋㅋㅋㅋ 인터넷이나 유선방송 달 돈 없어서 피씨방 가서 외장하드에 영화 받아다 집 와서 봄 ㅋㅋ엄마는 누가 자꾸 창밖에서 들여다보는 망상에 시달리고 우울증에 쩔어 있음ㅋㅋㅋ

서울, 상도동(25세): 취직해서 신나서 이모한테 돈 조금 빌려서 500에 40 지상4층으로 옮김. 계단 겁나 높아서 올라오기 힘들고 배달기사님들이 문 밖에서 휴 씨발 하는 소리 맨날 들림ㅋㅋㅋ. 방 하나인데 막 좁고 길쭉한 희안한 구조임. 몇 달 안 살다가 외숙모가 돈 빌려줄테니 더 좋은 전셋집으로 구하라고 해서 믿고 계약했으나…

서울, 봉천동1(25-27세): 리모델링한 1.5룸?베란다에까지 장판 깔아서 길쭉하고 좁은 방 같지 않은 공간 추가된 곳 공사하는 것만 보고 계약했는데, 갑자기 외숙모 외삼촌 태도 돌변해서 왜 맘대로 집구하고 돈 빌려달래냐고 마통 이자 내면 빌려주든가 하겠다 해서 인연 끊김 ㅋㅋㅋ 다행히 직장에 은행에서 갑자기 대출 홍보하러 왔길래 7퍼센트 이자(...그땐 그렇게 고금리 시대였다)로 첫 빚쟁이 시대가 열려 겨우 입주함. 집 앞:모텔, 집 왼편: 모텔, 집 오른편: 모텔이었다가 원룸 개조 공사중, 집 뒤: 아마도 모텔인 모텔촌이었고, 사는 내내 주변 공사 소음 시달림. 8층이라 볕은 잘드는데 이때 우울증 오지게 와서 자꾸 창문 통해 1층 내려가고 싶은 충동 참다가 결국 병원 다님ㅋㅋㅋ 집주인 아줌마가 까칠해서 입주할 때 보일러 공사 잘못 됐는데 안 고쳐줘서 오래 난방 온수 못 쓰고 퇴거할 때 돈 요구해서 좀 힘들었음ㅋㅋㅋㅋㅋ

서울, 대학동(27세. 신림9동3인데 그 사이 동 이름 바뀜 ㅋㅋ): 돈 떨어져서 다시 신림동 들어감...직장까지 많이 갈아타야 하고 교통 나쁨. 집주인 성격 고약함. 집이 길 옆이 아니라 골목 안 쪽이라 이사할 때 차 못 들어와서 개고생함. 가을인데 얼어죽을 만큼 바람 들어오고 개추움. 여기 살 때 우울증에 수면장애에 성대결절까지 와서 휴직하고 방황하다가 임신까지 함.

서울, 대학동2(28-30세): 아기 낳자고 엄마랑 남자친구랑 설득해서 신혼집구함. 가진 돈 직전 이사 때 다 털어서 돈 없어서 4300만원 대출 땡겨서 6000만원 전세 구함. 이사 오고 두 달만에 남편 군대(연구요원이라 한달 훈련소)갔는데 집에 문제 있다고 공사한다고 나가 있으래서 만삭으로 엄마 집 가 있음 ㅋㅋ살면서 심심하면 고장나고 공사. 심지어 아기 낳고 몇 달 후 겨울에 벽에 결로랑 곰팡이 심해서 아기 아토피로 난리 나서 엄마집 대피가고 단열 공사ㅋㅋㅋ집주인 아줌마 엄청 신경질적이고 징징대고 사람 괴롭혀서 사는 내내 힘들었음 ㅋㅋㅋ다행히 직장을 근처로 옮겨서 뛰어 내려가면 10분도 안 걸리는 건 좋았음 ㅋㅋㅋ그런데 직장 가까워지니 출퇴근할 시간에도 일 더 하고 맨날 더 늦게 퇴근하는 함정 ㅋㅋㅋ

서울, 삼성동(30-32세): 네 강남구 아니고 관악구 삼성동 ㅋㅋㅋ삼성산 아래. 완전 산꼭대기. 어마어마한 각도의 비탈 올라가고 다 왔나 하는 순간 더 가파른 비탈 올라가는 구조. 집 바로 뒤가 산 ㅋㅋㅋ옥상에서 딱따구리 꿩 오소리 같은 거 보임ㅋㅋㅋ 아래층 할머니 4살 아기 층간 소음 항의하며 맨날 쳐들어와서 혼내고 감(4센티 매트 깔아도 집 잘못 지어서 엄청 시끄러움 ㅋㅋ). 동네 길바닥에 개똥천지. 개 너무 많이 키우고 주민들이 산책 시키면서 길에 똥 싸게 하고 절대 안 치움 ㅋㅋㅋ밤에 귀가하면 맨날 똥에 당함… 집주인이 상습 체납자에 채무자라 집이 심심하면 가압류 근저당 난리남. 보일러 고장났는데 주인이 잠수타서 겨울에 고장 안 난 조그만 방에 다 모여 웅크리고 잠 ㅋㅋㅋ퇴거 즈음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집을 교회에 증여해 버림 ㅋㅋㅋㅋ교회에서는 목사님 사택 쓸 거라고 해서 얼른 탈출해야 했고…

서울, 봉천동2(32세-현재): 전세금 뺀 1억에 3억 빚져서 그냥 집 사버림ㅋㅋㅋㅋ남편 아직 졸업도 취직도 못했는데 어케 되겠지 하고 ㅋㅋㅋ빚 아직 다 못 갚음. 3층 저층, 옹벽 바로 아래라 햇볕은 하루에 1시간 쯤 듬 ㅋㅋㅋ 역시나 등기 갑구에 이상한거 막 써 있는 소유관계 복잡한 집이었는데 어케 해결해서 입주. 단지 입구에서부터 에스컬레이터 타고…(혹은 고가도로를 비잉 돌아 올라와서) 스키장 슬로프 같은 비탈을 꼭대기까지 올라가야 함. (바로 옆 동네 가파른 비탈에서 봉준호가 ‘옥자’에서 미자가 옥자야 소리지르면서 뛰어내려가는 장면 찍음. 그정도로 가차 없는 각도) 그래도 이사 안 다녀서 좋았음.
올봄에 가까운 곳으로 다시 이사 예정.


원 가정이 너무 힘들었어서 술담배 안 하고 다정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 만나는 게 소원이었는데 당장은 어느 정도 이룬 것 같다. 엄마가 나 어려서 너무 우울해해서 나는 그러지 말아야지 했는데 얼마나 잘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큰아이는 세상에서 제일 웃긴 엄마긴 한데 화 좀 안 냈으면 좋겠다고 하고 ㅋㅋㅋ내가 태어나고서 우리집 점점 형편이 나아진 거지?하고 묻고 그럼그럼-하는 대답 듣기를 좋아하는 것처럼 보인다. 나를 웰컴-해주는 홈-이 생겼는데 루시아 벌린을 보면 그게 영원하고 고정적인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슬프고 더 소중하고 감사해야지, 하면서 그럭저럭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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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1-01-23 14:5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는 개인사 읽는 게 더 좋은데요. ^^;; (그리고 읽지 않아도 좋다고 하면 더 읽고 싶은 심리.ㅋㅋ)
근데 어떻게 다 기억을 하시나요? 머리 좋으신가봐요. 저는 선택적 기억상실인지 기억 잘 안 나요. ^^;

반유행열반인 2021-01-23 15:06   좋아요 5 | URL
맨날 되풀이해서 이야기 하고 써서 그럴 지도요 ㅋㅋㅋ이 책 형식 따라서 장소에 따라 주마등(?)켜보니 나름 새록새록 떠오르기도 하네요.

scott 2021-01-23 15:49   좋아요 6 | URL
열반인님에 솔직한 리뷰
읽어내려가면서 가슴이 먹먹해지네요.
고생 많이 하셨어요
어머니도 열반인님도
그래도 공부 일 사랑 그리고 예쁜 아이들과 함께
2021년 봄에 좋은곳으로 이사 가시길 바랍니다
ヾ(*‘∀`*)ノ☆

반유행열반인 2021-01-23 16:22   좋아요 4 | URL
scott님 늘 좋게 봐주시고 댓글 달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살면서 누구나 기울기는 달라도 이 정도 굴곡은 다들 있겠지유 ㅋㅋㅋ 축복의 말씀도 감사합니다.

하나 2021-01-23 15:45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이 책 집의 문제점 목록 되게 따라하고 싶죠? ㅋㅋㅋ 현재 : 아직까지 별 문제 없음, 으로 끝나는. 열반인님 목록도 조금 슬프지만 되게 씩씩하구 용감한 목록이네요. 오늘도 이 여자 되게 씩씩해. 반하겠어, 고요. 세상에서 젤 웃긴 엄마도 좋아요. 엄마들은 원래 화는 내는 거 같으니까... ㅋㅋㅋㅋㅋㅋ 아 근데 진짜 삼십대 후반 좋은 거 같아요. 이 나이쯤 되니까 어떻게든 자기 살 자리 찾아간다... 물론 여러 문제들 아직도 있는데 걍 여태까지 견딘 거 보면 내가 어떻게든 알아서 하겠지, 가 되고요. 올봄에 이사하실 집이 조용하고 안락한 공간이었으면 좋겠네요. 웰컴, (온라인) 홈! (^.^)/

반유행열반인 2021-01-23 16:24   좋아요 2 | URL
내 목록이 왜 어째서 어때서 슬퍼요 ㅋㅋㅋ삼십대 후반 아무래도 뇌성장도 될 만큼 되고 호르몬 완급도 덜해져서 할 만해지는 나이 같아요ㅋㅋㅋ 이사 준비시작하면서 또 심란한데 어떻게든 알아서 하겠지 ㅋㅋㅋ응원의 말씀 언제나 감사합니다!!!

하나 2021-01-23 16:26   좋아요 1 | URL
(뭘 해?) 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1-23 16:45   좋아요 1 | URL
뭘 해 하고 은근하게 물으니까 진짜 뭘 한다는 건가 내가 뭘 한댔지 하고 되게 고민했네요... 곰곰 생각해보니 아직 호르몬 뿜뿜인가 보다 그래서 할 만한가보다 하고 수정.... ㅋㅋㅋㅋㅋㅋㅋ

공쟝쟝 2021-01-23 18:0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사주쟁이가 보면 이걸 서른 넘어서 풀리는 운이라고 할 듯... 꿈만같은 내공간 넣른 내 집필실 내서재를 만들어 혼자 방한칸 다 쓰시게 나중에 꼭 유명작가 되시길 바라요 😽 ㅋㅋㅋㅋ 첫 책 나오면 전 마이리뷰 세개쓸께!! 인스타에도 홍보하고!!!

반유행열반인 2021-01-23 18:53   좋아요 1 | URL
옆에 동료가 사주 풍수지리 대학원까지 나왔대서 작년에 한 번 사주 봤는데 ㅋㅋㅋㅋ인내심을 가지고, 성질을 죽이고, 노년에 잘 풀리는 운이라고 합니다 ㅋㅋㅋㅋ리뷰 세 개에다 인스타까지 겁나 든든하다 선든든 후 뭐시기... 이사가도 집필실은 요원하고 그냥 꼬맹이들 얼른 커서 아 알아서 한다고-하는 큰어린이들 되면 좋겠어요 ㅋㅋㅋ

막시무스 2021-01-23 19: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글의 삶을 견뎌내며 살아내신건 열반님이신데, 울림이 너무 큰 글 앞에서 제가 뭐라고 맘이 아프기도하고 뭉클하기도 하고 뭐라 말하기 어려울 만큼 무겁네요! 앞으로 열반님과 가족분들의 삶은 꽃길만 걸으시길 응원드립니다! 가슴으로 읽어낸 이 글에 정말 감사드려요! 행복한 휴일되십시요!

반유행열반인 2021-01-23 19:19   좋아요 2 | URL
저는 그냥 있던 일 회상하며 쓴 건데 울림이나 뭉클함 같은 걸 드렸다니 원래 그런 따뜻함을 막시무스님이 기본 장착하신 거겠죠 ㅎㅎㅎ 좋게 읽어주시고 좋은 말씀까지 정말 감사합니다. 막시무스님도 꽃길 걸으시고 행복한 휴일 보내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다. ㅎㅎㅎ

Yeagene 2021-01-24 13:3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ㅠㅠㅠ
올봄에는 좋은 곳으로 이사가시는 건가요? 좋은 기운 가득한 곳으로
이사가셔서 열반인님 앞으로 복 펑펑 받으셨음 좋겠어요 ㅠㅠ
제가 맘 속으로 기원합니다 ㅠㅠ

반유행열반인 2021-01-24 13:42   좋아요 1 | URL
복을 기원해주시는 말씀 정말 감사드려요 !!!!ㅋㅋ지금 집도 나쁘진 않은데 엄마를 모실(이라 쓰고 육아에 더 신세질ㅋㅋㅋ불효)예정이라 그게 가능한 공간으로 가려고 해요.
예진님 이사 후기 보면서 아 우리집도 짐 진짜 많은데...큰일이다 하면서 요즘 당근마켓 첨 시작해서 마구 소유물들 내다 팔고 있어요 ㅋㅋㅋ

syo 2021-01-24 21:4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루시아 벌린이 저승에서 응원 댓글 달아줄 것만 같은 반님의 가옥사.....

반유행열반인 2021-01-24 22:05   좋아요 1 | URL
에이 아무리 그래도 루시아 벌린 살던 굴곡 만큼 못함...그건 절대 따라잡고 싶지 않을 만큼 가혹해...

link123q34 2021-01-27 11:1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아침에 레이먼드카버 인생 보고 책보고 카버처럼 따라서 후기 써보기 실패하고 짜부짜부되서 반님 서재 왔는데.. 벌린책 보고 벌린처럼 쓰기 패치업데이트해놓은 반님..ㅋㅋㅋㅋㅋㅋ 저도 카버 보면서 비슷한 생각 했거든요...흑.... ˝그냥 겪은 일 쓰면 소설이 되어버리는 삶은 축복일까 고통일까. 고통인 중에 쓸 수 있는 게 그나마 축복인 걸까.˝ 너무 이 생각하면서 읽었는데. 신기해랔ㅋㅋㅋㅋㅋ 그치만 카버는 남자고 루시아는 띠지보니까 여자처럼 보이니까 차원이 다른 고통이었겠죠? 또 내가 자초한거 말고 남이 투척해버린거겠죠? 흐미.. 루시아는 또 누구얔ㅋㅋㅋ보관함터져욬ㅋ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1-27 11:15   좋아요 1 | URL
ㅋㅋㅋ저 그 페이퍼 보고 으와 고전 중의 고전은 다 섭렵하셨네 하나도 안 본 난 언제 보니 하고 쮸글 했는데 ㅋㅋㅋㅋ 루시아 벌린의 곳통은 남이 투척한 거랑 자기 선택이랑 범벅인 듯해요 ㅋㅋ모든 것이 그렇지 않을까요 에효 저새끼듀 저새끼지만 저새끼를 선택한 건 나새끼...하면서 버티는 건지도 ㅋㅋㅋㅋ

link123q34 2021-01-27 13:34   좋아요 1 | URL
인생은 카오스군요.... 자꾸 남때문이라고 하고싶은 진심이 나와버렸네요ㅋㅋㅋㅋㅋㅋ 흑.... 슬프고 짜장범벅 먹고싶어요.... 짜장범벅 먹는건 진짜 나때문인것.. ㅋㅋㅋ
 
[eBook] 성매매, 상식의 블랙홀
신박진영 지음 / 봄알람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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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2 신박진영.

중학생 때, 학교 애들 중에 가출했다 돌아온 여자 아이들이 있었다. 다른 아이들이 수군댔다. 티켓다방 다니다 잡혀왔대. 창녀촌에 있었대. 그 조용한 말에는 오염된 존재, 우리와는 달라진 누군가를 멀리 밀어내는 힘 같은 게 실려 있었다. 아빠의 욕설과 폭력, 기물파손, 엄마와 동생을 학대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은 늘 집을 뛰쳐나가고 싶게 만들었다. 그러나 돌아온, 혹은 돌아오지 못한 여자 아이들에 관한 소문은 가출 욕구를 참게 만들 만큼 강력했다. 나가봤자 갈 수 있는 곳은 그런 곳뿐이라는 체념.

아빠는 내가 수능을 앞둔 나흘 밤 연속으로 만취해서 장롱을 발로 차 부수고, 욕하고 소리지르고, 엄마를 죽이겠다고 목을 조르고, 텔레비전을 최대 볼륨으로 틀어놓고, 광란에 가까운 발작을 일으켰다. 이상하게도 내가 고입 연합고사를 앞두거나, 대학 졸업 후 취업을 위한 시험을 준비할 때처럼 중요한 일이 코앞으로 다가오면 무슨 방해 공작을 펼치듯 저런 짓을 하는 사람이었다. 폭력의 직접적인 피해자였던 엄마는 오히려 며칠 잠을 제대로 못자서 몽롱한데다 극도의 불안 상태인 나를 달래며 수능날 아침밥과 도시락을 챙겨주고, 안정에 좋다는 대추차가 담긴 보온병까지 들려주었다. 전날 술 마신 아빠는 아침까지 자고 있었고, 삼촌이 차로 한 시간 거리의 시험장에 태워다 주었다.
안정에 좋다는 대추차를 시험 시작 전 목을 축이기 위해 한 모금 마셨고, 불행이 시작되었다. 2교시 수리 영역 100분, 3교시 탐구 영역 120분 내내 배가 터질 것 같은 요의를 느꼈다. 그때는 시험 중 화장실 출입이 허용되지 않았다. 당장이라도 오줌 쌀 것 같아서 머리를 쥐어뜯고 나중에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머리에 들어오지도 않는 문제를 억지로 풀었다. 제2외국어까지 다 마치고 시험장 나서면서도 눈물을 흘렸다. 지원할 수 있는 대학이 몇 단계 낮아졌다는 강력한 예감이 들었고, 저녁에 가채점을 해보니 실제로 평소 모의고사보다 20점 정도 하락한 점수였다. 아 대추차...이후로도 쳐다보지도 않는 대추차…
반전은 그 해 수능이 미친 난이도라 다른 애들은 5-60점씩 마구 떨어졌고 그래서 결과적으로 내 점수는 평소대로 유지된 거나 다름없었고 남들이 제일 좋다고 말하는 대학에 다 붙어버려서 그 중에 하나를 골라서 갔다.

학교 이름 덕에 과외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쉬웠다. 그렇다고 떼돈 번 수준은 아니고 (첫 달은 중개소에서 수수료로 가져가고 쉽게 잘려서 안정된 소득도 아닌…) 두 개쯤 하면 60만원으로 월세 내고 간신히 생활비와 용돈 쓰는 정도였다. 덕분에 스무살 내내 가출의 연속이었다. 아빠가 때리거나 엄마를 못살게 굴면 며칠씩 집을 나왔다. 돈도 있고, 불쌍해하며 재워주는 자취하는 선배들도 있었다. 아예 엄마를 데리고 탈출 시도한 적도 몇 번 있었는데, 궁핍한 상황에 엄마는 결국 울면서 다시 집에 돌아가곤 했다.(완전한 탈출과 이혼은 내가 대학을 졸업한 뒤 마지막 가출로 겨우 이루어졌다.) 대학 입학부터 졸업 후 취업할 때까지 과외 말고는 다른 아르바이트나 소득활동을 해 본 적이 없다. 당시 최저시급에 비해 과외로 벌 수 있는 시간당 소득은 3-5배나 높았다. 일주일에 8시간만 아이들을 가르치면 저축까지는 몰라도 생존은 가능했고 공부와 동아리활동도 어렵지만 지속 가능했다. 운이 좋았다는 말 밖에는 할 말이 없다.

항상 최악의 경우를 가정해 보는 버릇이 있어서, 만약 그때 시험을 망쳐서 과외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힘든 대학을 나왔다면, 대학을 나왔는데도 결국 취업에 실패했다면 어떻게 살았을까 상상해 본다. 숨만 쉬어도 돈이 드는데. 나와 엄마는 아직 아빠랑 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아빠가 뱉던 욕설대로 정말 우리를 죽일 것 같다 싶어 결국 뛰쳐나왔을 것 같긴 한데, 그러면 뭘 해서 먹고 살았을까. 마지막으로 집을 나왔을 때 나는 취업 준비 중이었고, 엄마는 동네 고깃집이라도 취업해보려고 면접을 봤는데 너무 연약해 보인다고 거절당했다. 지역 여성인력개발센터에 가서 교육을 받고 중개소를 거쳐 아기돌보는 일을 하게 되셨다. 내가 아기를 낳을 때까지 4년 간 베이비시터일을 계속 하셨다.
나는 무슨 일을 할 수 있었을까. 단신에다 체구가 작고 쨈병뚜껑 같은 거 돌려서 여는 것도 잘 못할 만큼 힘이 약하다. (학교 다닐 때 체육을 제일 못했다.) 육체 활동에 취약하니 가사도우미나 아기 돌보는 일은 겨우 가능했을까.

이런저런 밥벌이의 가능성과 불가능성을 생각으로 헤매다가 가장 끝에는 이런 걸 선택이라고 해도 될까 싶은 무서운 경우에 다다르기도 했다. 육체 노동이든 사무직 노동이든 내 다른 노동력을 사 주는 곳이 없다면 결국에는 성을 파는 일까지 고려하게 될 것이라는 가정. 성이라는 게 사고 파는 대상이 되는 현실을 보여준 건 대중매체의 선정적인 탐사보도나 사건사고를 다룬 기사, 임권택의 ‘노는 계집 창’이나 김기덕의 ‘나쁜 남자’, ‘사마리아’ 같은 끔찍한 영화들, 김성모가 성매매집결지를 소재로 그린 수많은 만화 시리즈물 같은 콘텐츠들이었다. 실제로 주변에서 성매매 경험을 들은 건 친했던 대학 동기가 군대 시절 오피스텔 성매매를 몇 번 했었다고 해서 놀랐던 일이 유일하다.

이 책의 저자 신박진영은 이십 년 가까이 반성매매 운동을 하며 현장에서 성매매 피해자 여성이 겪는 어려움을 접하고 그들의 탈출과 성매매방지법 제정 등을 위해 활동해 온 사람이다. 거기에 여성학 연구까지 더해져 이 책은 한국 성매매의 역사부터, 국가의 묵인을 넘어선 성매매의 육성, 촘촘하게 계획되고 짜여지는 경제적 착취와 권력과의 유착과 계급 간 갈등과 성차별과 성 착취 같은 구조적 문제, 현실의 성매매 여성이 겪은 흔한 참혹한 사례들, 성매매를 합법화한 독일과 아예 비범죄 자유화한 뉴질랜드의 실패, 노르딕 모델로 불리는 스웨덴의 성구매 불법화 사례와 같은 정책으로 나아가자는 주장까지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이전까지는 성인 간의 자율적인 거래까지 막는 것이 과연 맞는 일인가 생각했다. 그러나 성적 동의와 합의는 거기에 자본과 경제적 논리가 들어서는 순간 가능하지 않은 일이 되어버리고, 모든 노동이 착취의 가능성이 있지만 특히 성의 영역은 노동으로 포함시키거나 합법화하거나 자유화하는 순간 벌어지게 되는 착취의 악순환과 인권침해가 더욱 심각하다는 것을 책의 사례와 논리를 따라가다보니 납득하게 되었다. 몇 년 전에 마이클 센델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읽었는데 성을 명시적으로 거래 대상으로 놓는 일의 위험과 문제는 그 책에서 확인했던 품위와 가치, 강압과 불공정성과, 부패와 타락을 경계하는 일까지 연결되어 보였다.

생존을 걱정하지 않고 노동의 대가가 제대로 보장되는 사회, 성을 판매와 구매 대상으로 고려할 수 없는 세상(오늘 날 인신매매와 노예제가 용납되지 않듯이)이 오면 인간 이하의 대우를 받으며 고통 받는 사람들이 많이 줄어들 것이다. 내가 곤궁해지는 날이 와도 최악의 수치심과 모멸감을 감수하며 먹고 살 생각을 품지 않아도 되고, 영화나 만화 속에서 여성의 몸과 마음과 삶이 갈가리 찢겨 뜯어 먹히는 걸 보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오려면, 그런 세상이 가능하지 않다는 생각이나 성의 구매와 판매가 어쩔 수 없는 것, 당연한 것이라는 편견을 없애는 일부터 시작일 것 같다.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당사자-되기를 선택한 사람들의 목소리를 외면하지 않고 그들의 문제제기와 주장을 듣는 게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면서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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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넬로페 2021-01-22 11: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오래 전(검색해보니 2012년이네요) 변영주 감독의 영화 ‘화차‘ 를 보았어요^^
그때 그 내용이 너무 끔찍해 며칠간 힘들었거든요~~
그 힘든 이유중에
저한테 딸이 있다는 것이 가장 큰 것이었을 거예요^^
내가 여차해서 경계밖으로 밀려나면 나의 딸아이가 저렇게 될 수 있다는 생각에 힘들었고 그렇게 만드는 사회가 너무 싫었어요**
반유행님의 글이 너무 그때 제 생각과 똑같아 많이 공감했습니다^^
글의 마지막 단락이 제가 항상 품고 있는 유토피아예요^^
근데 ㅠㅠ ㅡ이 표시가 절로**

페넬로페 2021-01-22 11:33   좋아요 4 | URL
아! 체구 작고 체력 약한 저와 딸아이^^
이것도 격하게 공감**

반유행열반인 2021-01-22 11:34   좋아요 3 | URL
저는 영화 화차는 아직 보지 못했는데 궁금해서 원작소설은 한 권 갖춰 두었습니다. 부족한 생각과 글에 공감해주시고 더 나은 세상에 대해 함께 꿈꿔주셔서 감사해요. 진짜 책 읽다 알게되는 여성들 이야기 죽음 이야기 들으면 저절로 ㅠㅠ

반유행열반인 2021-01-22 11:37   좋아요 4 | URL
작고 약한 사람도 경계 밖으로 내몰리거나 소모되어 일찍 죽지 않고 살 수 있는 사회가 진보된 거겠죠. 그런 의미에서 제가 밥벌이 하고 사는 건 과거보다는 나아진 것도 같지만 아직도 불쌍하게 죽는 여자랑 아이들 있는 (많은) 거 보면 갈 길 멀다는 생각도 듭니다.

하나 2021-01-22 13:18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릴 때 아르바이트라고는 과외만 해본 사람이었다가, 가게하면서 이런저런 사람을 만나게 됐는데 그 중에서 친해진 언니가 하나 있었어요. 끝내 사적인 관계로까지 발전되지는 못했지만, ˝그런 일 할 사람이 아닌데˝라고 엄마가 말씀하실 때마다 생각이 멈추게 됩니다. 그런 일 할 사람은 따로 있는 건가. 언젠가 어떤 책에서 ˝우리 중 누구도 이렇게 살면 안 된다는 것을 모르는 이는 드물었다.˝라는 구절을 보고 한참을 잊을 수 없었는데, 생각이 많이 필요한 주제 같습니다. 그리고 그 모든 시간을 지나와서 여기 도착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1-22 13:54   좋아요 2 | URL
저는 부모님 가게 하는 거만 봤지 직접 장사를 해 본 적은 없는데도 자영업이 절대 쉬운 일 아닌 걸 알겠던데 하나님도 대단하심ㅋㅋㅋ노동자도 어렵고 자영업도 어렵고 대체 먹고 사는 건 왜 어렵냐!!! ㅋㅋㅋ 마지막 문장 왜 눈물 찡하냐 ㅋㅋㅋ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고맙고 도착한 곳에서 환대해주셔서 또 고맙습니다 ㅋㅋㅋㅋ

2021-01-23 17: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3 18: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3 18: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4 12: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4 13: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eBook] 2020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김금희 외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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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0 김금희, 은희경, 권여선, 정한아, 최은미, 기준영.

김승옥 문학상 수상작품집은 처음 읽었다. 문학상에 관해 궁금해서 찾아보니, 2013년에 첫 시작해서 몇 년 하다 돈 없어서 중단했다가, 문학동네에서 다시 시상한지 이 년 쯤 되었다고 했다.
내가 굳이 소설 비슷한 걸 쓰기로 마음을 먹고, 그 결과 쓰여진 소설에서 조금 옛날 냄새랑 인간에 대한 환멸 같은 게 느껴진다면, 거기에는 김승옥이 기여한 바가 있을 것이다. 김승옥의 소설을 읽은 중학생 때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을 잠시 했었다. 그 때 쓴 건 독후감이었지만. 어쨌거나 그로부터 20년 뒤에는 단편소설을 흉내낸 뭔가를 끄적이게 되었다.

작년도 수상집을 읽게 된 건 역시나 김금희가 대상을 타서겠지. 제목도 범상치 않았다.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래. 막상 읽은 소감은 김금희네, 그런데 내가 가장 좋아하는 김금희는 왠지 몇 년 전에 지나간 것 같다. 그러니까 양희와 국화와 경애와 매기까지, 그 다음은 조금 아리송해지고 있다. 그래도 아직은 좋아요. 그냥 페퍼로니를 안 좋아해서 그럴 수도 있다. 소설은 좋았다.

은희경 소설은 놀랍게도 처음 읽는다. 집에 예전 소설집 수상작품집 등등 엄마가 그러모아 둔 책 꽤 많은데 읽은 게 하나도 없어. 나 대신 뉴욕 친구집에 승아를 보내놓고 민영이랑 티격태격 하게 만들어 놨는데, 음, 아직 젊은 감각이랄까 소설에 나이가 묻어 있지 않은 게 좋았다. 두 사람이 상대방의 입장을 모르고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각자의 하루를 요일 따라 보여주는데, 그게 현실에서 잘 못하는 일이니까, 이 시점 요 시점 쟤의 입장에서 보는 일은 다들 잘 못하고 하기 쉽지 않은 일이라 소설이 대신해 주니 좋았다.

음, 그런데 나이 묻은 권여선의 소설은 또 그것 대로 좋았다. 나이 먹어야 쓸 수 있는 글을 자꾸 생각하게 된다. 나이 먹어도 계속 쓰는 일의 대단함도 새삼 느낀다. 이 소설 읽고 잔 날 꿈을 꿨다. 엄마는 살아계신데, 며칠 후 돌아가실 거라고 딱 날짜도 정해져 있었다. 금요일이 장례시작, 월요일에 발인, 그런데 난 두 날짜 중 하루 약속이 잡혀 한 날짜에만 거기 갈 수 있다고 마음 먹고 있었다. 와… 하여간에 둘 중 한 날 온다 그러고 돌아서다가 다시 엄마를 못 본다는 생각을 하니 막 너무 슬퍼져서 엄마, 하고 부르며 가던 길을 돌아 엄마에게 다시 갔다. 난 뭔 꿈을 꿔도 패륜왕이야...그런데 누군가를 잃을 예정이라는 감정은 정말 생생하게 서러웠다. 어릴 때 딸을 두고 집 나온 엄마가 다 자란 딸과 여행을 가는 장면이 다정해 보이면서도 심란했다. 상실이라든가 아이와 멀어지는 이야기는 같이 묶인 다른 소설들에서도 반복해서 등장했다.

그러니까 어젯밤에 너무 잠이 안 와서 이렇게 저렇게 뒤척이다 결국 휴대전화를 꺼내들고 바탕은 검게 글자는 희게 해서 정한아의 소설을 한 편 읽고 잤다. 정한아 소설도 처음 읽었다. 나는 온통 처음이지. 건물주의 딸, 하면 그럴싸하지만 그 나름의 고충이 있답니다...하는 소설이다. 설정만 보면 고까워할 사람도 있겠지만 소설을 직접 읽으면 나름 절박하다. 시원이를 잃을까 두려워하는 마음은 나도 막 알 것 같았다. 아이가 몇 달만에 수영장에 갔는데 그 한 시간 반 정도가 되게 무서웠다. 통학용 자동차도 차가운 수영장물도 수영강사도 하여간에 제발 아무도 아이를 해치지 말고 다시 나에게 온전히 돌려다오, 하는 마음이었는데 그런 날 밤 이 소설 읽으니 그런 마음이 다시 떠올랐다. 소설 제목이나 상징은 솔직히 좀 끼워 맞춘 거 같아서 별로였다. 낙원 예식장이 요양원이 되고, 딸아이가 엄마 싫다고 친아빠 있는 호주로 가기 전 캥거루 인형을 건네주고 가고, 예전에 두번째 남편하고 싸우고나서 바다에 갔다가 최라는 남자랑 만날래다가 못 만나고 내 인생 온통 망했고 303호도 304호도 301호도 노답이야...하는 이야기라서 제목이 ‘바다와 캥거루와 낙원의 밤’인가 보다. 아 제목 너무 작위적이다.

최은미는 몇 년 전에 친구가 ‘눈으로 만든 사람’ 읽어보라 해서 찾아 읽고는 그때부터 젊은작가상 수상집을 챙겨보게 되었었다. 그 소설과 이 소설이 닿는 부분이 있는데, 너무 슬픈 지점이었다. 강원도, 하니까 ‘아홉 번째 파도’도 생각 나고. 미산도 척주도 가상의 지명 같지만 산그림자나 일찍 서늘해지는 저녁이나 고속도로 휴게소 같은 게 막 생생하다. 누군가에게는 그냥 지나간 일이지만, 전혀 아플 것도 없고 억울하기조차 하겠지만, 그 일이 한 사람의 인생이 내내 통과해야 하는 길고 긴 터널 같은 어둠이 될 수 있고 그것 때문에 자기를 자꾸 죽이고 싶어지고 자신을 싫어하게 될 수 있다는 걸, 모르니까 그런 짓들을 하겠지만. 하여간에 유정이 ‘내가 내게 나일 그때’를 단단한 마음으로 살아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족같고 좆같다고 자꾸 욕하고 유태한테 야 유태야, 하고 뭐라고 하는 거 자꾸 거슬렸는데 막판에야 자꾸 그럴 수 밖에 없는 마음이 이해가 되었어...그래서 더 슬펐다. 족같으니까 족같다고 하지...

기준영 소설은 오래 전에 역시나 젊은작가상 수상집에서 한 편 읽었던 것 같은데, 그때보다 이 소설이 좋았다. 마지막에 털썩 들소 한 마리 던져주는 건 좀 뜬금 없었지만 그래도 괜찮은 소설이었다.
황정은 작가의 하고 싶은 말도 수상작이었다는데 작가의 요청으로 싣지 않았다고 했다. 이유가 궁금하지만 알 길이 없다. 연년세세는 전자책도 갖췄으니 언젠가 다시 읽고 싶다.

+밑줄 긋기
-너는 얼굴에 그늘이 하나도 없구나, 하는 것도 그에게서 처음으로 들어본 말이었다. 나처럼 가난한 애가 그럴 리가, 라고 답하면 그 가난 안 되겠네, 죽여야겠네, 하고 그가 말하는. 가난이 사람도 아닌데 어떻게 죽여요? 웃긴다, 하면 가난이 사람을 죽이니까 그 반대도 당연히 가능하지, 했던.

-나는 저 몸에 무엇이 찾아들면 강선이 되나, 하고 생각했다. 창호를 바른 문으로 어느 순간 들어선 빛에 아침이 시작되듯, 찬 공기에 콧속이 열리고 창공이 높아지면 불현듯 여름이 종료되듯 사람에게도 그가 사람이게 하는 시작점이 있을까.
(김금희, ‘우리는 페퍼로니에서 왔어’ 중)

-사람들은 애써 진흙을 빚어 항아리를 만든다. 그러나 항아리가 만들어지면 실제로 쓰이는 것은 그 항아리가 품고 있는 빈 공간이다.(김화영의 리뷰 첫 머리. 도덕경의 은유를 인용한 것이라 한다.)


-엄마, 우리가 먹을 거 놓고 마음껏 싸우지도 못하게 된 건 뭐 땜에 그런 걸까?
음, 반희가 생각하다 말했다. 그것도 물고기랑 같은 이유겠지. 우리를 보호하기 위해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엄마, 나 사랑하지?
반희가 고개를 끄덕였다.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알아. 엄마 보면 날 사랑하는 거 맞아. 날 사랑해서 힘든 게 보여. 나도 엄마 사랑해. 그래서 힘들어. 근데 엄마, 내가 머리가 나빠서 잘 모르는 거야? 사랑하는 게 왜 좋고 기쁘지가 않아? 사랑해서 얻는 게 왜 이런 악몽이야? 사랑하지 않으면 이렇게 안 힘들어도 되는데, 미워하면 되는데, 왜 우린 사랑을 하고 있어? 왜 이따위 사랑을 하고 있냐고. 눈물도 안 나오고 숨도 못 쉬겠는, 왜 이런, 이런 사랑을 하냐고.
채운이 벌떡 일어나 가슴을 누르며 욕실로 뛰어들어갔다.

-차가 이쪽저쪽으로 기울고 심하게 쿨렁거렸지만 반희는 마치 땅콩 껍데기 속에서 구르는 땅콩처럼 아늑하고 편안했다. 딸이 운전하는 차라 아무 걱정 할 필요가 없었다.
(권여선, ‘실버들 천만사’ 중. 그러고 보니 소설 읽기 전에는 제목 뭐야...silver들의 오랜 역사인가...했는데 읽고 보니 엄청 예쁜 제목이었던 것이다. 끊지 말아요 천가닥이든 만가닥이든.)

-“누나는……”
말을 바로 잇지 못하고 유태가 숨을 골랐다.
“누나는 한 번이라도, 소설보다 먼저, 가족들 생각을 해본 적이 있어?”
“……”
“누나한테 누나 소설 말고, 다른 사람이 있어?”

-제가 원하는 것은 언제나 하나였어요.
몸안의 모든 수분, 모든 피를 빼내고, 모든 습기를 말리고, 비틀고, 보이지 않는 입자로 갈고 갈아서, 완전히 부수어서, 이 세상에서 완벽하게 없애버리는 것. 몸을 없애는 것. 이 지긋지긋한 몸을 없애는 것. 이해받지 못하는 몸을 없애는 것. 유정이 오랫동안 원해온 것은 그것이었다.
(최은미, ‘내게 내가 나일 그때’ 중)

-또 한편으로는, 다행하고 무사한 길우와 내 미래를 본다. 운명에는 탄성이 있다. 어느 한때 우리는 마흔세 살쯤이고, 하루가 저무는 속도로 하루를 잃는 보통의 어른이다. 아이일 때보다 훨씬 많은 비밀을 품고 살지만, 비슷한 스타일의 외투 서너 벌 속에 스스로를 단정히 채워넣는 사람이다. 아름다움이라는 단어를 귀중하다는 표현과 나란히 붙여놓고 볼 수는 있으나 타인에게 쉽게 발설하지 않는 사람. 다만 우스워지지 않으려고 애쓰는 것만으로도 온몸에 진땀을 흘릴 만큼 힘을 들여야 하는 사람. 그리고 이 모든 연극에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배역이 하나 더 있다고, 나는 그게 들소라고 느낀다. 지금 저만치서 그게 오고 있다고.
(기준영, ‘들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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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1-20 22:5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꿈이 참 디테일 했네용. 저는 꿈에서 숫자라곤 예전에,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로또번호를 알려주셨는데 기억력이 나빠서 그만..(진부한데 실화예요ㅋ)
떠오를때마다 맞았을지 걱정입니다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1-20 23:03   좋아요 5 | URL
저 연말에 엄청 좋다는 꿈 몇 개를 퍼레이드로 꿨는데 (임신하는 꿈 두 번, 미라 보는 꿈, 해몽 검색하면 다 무지 좋은 대박 꿈이라고 ㅋㅋㅋ) 로또를 안 사가지고 꿈 사르르 다 녹았어요 ㅋㅋㅋ그리고 지금 잘 지내고 있는 거 보면 다 좋은 꿈 맞았나 봅니다 ㅋㅋㅋ

하나 2021-01-20 23:0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런데 누군가를 잃을 예정이라는 감정은 정말 생생하게 서러웠다.˝
˝하여간에 제발 아무도 아이를 해치지 말고 다시 나에게 온전히 돌려다오.˝

김승옥 문학상 수상작 이야기 행간에 묻은 열반인님 이야기까지 합쳐져서 소설 한 편 읽은 기분이에요. 은희경 작가 소설엔 나이가 안 묻어나서 좋고, 권여선 작가 소설엔 나이가 묻어나서 좋다는 말씀 공감됩니당. 덕분에 요즘 한국소설 다시 조금씩 읽고 있어요. 저도 김승옥 당연히 좋아했고요. 어서오세요. 여기서부터 서울입니다. 이런 걸 어떻게 소설에 쓰지? 생각했던 게 생생하네영. 여기서부터 한밤중입니다. 안녕히 주무세요! ^^

반유행열반인 2021-01-20 23:08   좋아요 3 | URL
당신은 무진을 떠나고 있습니다. 안녕히 가십시오. 하나님은 지금 오늘을 떠나 편안한 잠의 세계로...안녕히 가세요 ㅋㅋㅋ

2021-01-21 0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1 07:0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1 00: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21 07:00   URL
비밀 댓글입니다.

유부만두 2021-01-21 07:5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김승옥의 소설을 읽은 중학생 때, ...에서
아, 어쩐지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반유행열반인 2021-01-21 08:29   좋아요 2 | URL
이거는 뭔가 영광에다 터무니 없는ㅋㅋ도 섞어야 하지 않을까요!!!! 소설 읽는 사람 치고 김승옥 안 읽은 사람 없을 것 같아요 ㅋㅋㅋ더구나 수능 문학 영역 대비 단골이고ㅋㅋㅋ그 야한 걸 ㅋㅋㅋㅋㅋ

유부만두 2021-01-21 11:25   좋아요 1 | URL
전 김승옥 읽었지만 아주 나중에 커서 읽었어요. 그때도 ‘아 어렵고 지루하네 이 아저씨‘ 했던 기억만 나요;;;;
아마도 제가 학력고사 세대라 그랬나요? (아님 아님 절대 아님. 전 그저 어려운 소설 무서워한 쫄보임)

반유행열반인 2021-01-21 11:46   좋아요 1 | URL
지금 읽어보시면 아이코 이십 삼십 대 벌거숭이가 이런 걸 쓰다니 ㅋㅋㅋ하고 무릎 탁 치실 수도 있어요 ㅋㅋㅋ

막시무스 2021-01-21 08:3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작품집 좋아하고 특히 페퍼로니는 이해할 수 없는 묘한 매력때문에 잊혀지지 않네요!ㅎ 특히 페퍼로니가 뭐지?라는 의문과, 이야기중 박지원산문에 관한 수업내용에 대한 의문이 지적하신 김화영교수님의 도덕경 구절같은 매력일것 같은데 잘 모르겠더라구요! 덕분에 고속버스에서 혼자 즐건 리뷰 했습니다! 좋은 하루되십시요!ㅎ

반유행열반인 2021-01-21 09:33   좋아요 1 | URL
멀리 다녀오시나 보네요 ㅎㅎ 제가 후발(?)주자이지만 같은 책 늦게 나마 읽게 되어 즐겁네요. 추운 날씨에 안전하게 잘 다녀오세요!!! 아, 페퍼로니가 뭔지는 아마 김금희도 모를 거에요 ㅋㅋ그냥 다른 친구 말 집어오거나 막 던진 거에 한 표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