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의 : 너와 나 사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 나를 지키는 괜찮은 생각 1
레이첼 브라이언 지음, 노지양 옮김 / 아울북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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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03 레이첼 브라이언.

부모 중에 자녀와 자신을 제대로 분리하지 못해 서로의 삶을 불행하게 만드는 경우가 있다. 이루지 못한 꿈의 대리만족을 기대하고, 정작 자녀의 욕구와 바람은 무시한 채 해야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강요한다. 한 친구도 아빠 때문에 그런 순간을 너무 자주 경험했다고 토로했다. 평소보다 낮게 나온 수능 점수 때문에 재수를 하고 싶었는데 절대 안 된다고 지금 점수로 가능한 대학에 가라고 하고, 교대 편입하고 싶다니까 그냥 사범대 남아서 임용보라고 하고(결국 졸업 후 5년 만에 힘들게 붙긴 했지만...), 친구의 동생이 외고 가고 싶다니까 아는 택시기사가 그 학교 별로라더라 그냥 동네에 가까운데 다녀라, 최근에는 동생이 아파트 사고 싶다 하니까 그거 살 돈으로 아빠 가진 삼사십년 된 이층 구형 상가 건물 위로 증축해서 너네 가족 들어와서 같이 살자 해서 동생이 빡쳤다는 이야기까지 전했다. 듣는 나도 빡쳐서 남의 아빠 욕을 했다(주특기). 자신이 선택한 일로 어려움을 겪는다면 그래도 감당할 만 할 텐데, 단 한 번도 지지와 인정을 보탠 적 없이 무조건 아무 것도 못 하게 하는 가족 앞에서 무너진 꿈과 희망은 시간이 지나도 마냥 아픈 일처럼 보였다.
연인이나 배우자 간에도 마찬가지이다. 같이 있을 때나 없을 때나 지금 무얼하는지 누굴 만나는지 수시로 묻고, 옷차림과 꾸밈새를 타박하고, 책 읽는 모습이 꼴보기 싫으니 같이 텔레비전이나 보자며 상대의 일상과 온 시간을 지배하려 드는 사람이 있다. (우리 아빠가 엄마한테 그랬어...)

나와 함께 하는 누군가가 내 바람대로 말하고 행동한다면 기쁠 수 있겠지만 늘 그럴 수는 없다. 나와 상대방은 다른 사람이다. 분리된 존재이다. 그걸 인식하고 상대가 내 제안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지 않아도 너무 실망하지 않는 일은 각오와 연습이 필요하다. 반대로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되묻고, 상대를 실망시키거나 미움 받고 싶지 않아서, 호감을 얻고 싶어서, 거절하는 상황 자체가 더 불편해서 내키지 않는 일을 억지로 하는 일도 없어야 한다. 거절하는 연습 또한 많이 많이 해야 한다. 우리도 할 수 이써!

귀여운 그림과 만화로 이루어진 작은 이 책은 동의와 거절의 방법, 동의와 거절을 받아들이는 방법을 쉽고 간결하게 알려준다. 아이에게 주기 전에 먼저 순식간에 읽었다. 아이에게도, 다 큰 어른에게도 성별 나이 지위 불문하고 누구나 읽어보면 좋을 책이었다. 다른 사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나 자신을 지키면서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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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2-03 22:3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책이 너무 귀엽게 동의에 대해 잘 설명해 주고 있네요~
분리된 존재라는 의식 늘 장착하기!!
다시 한 번 새기고 갑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2-04 06:50   좋아요 1 | URL
귀엽고 좋은 책이 참 많아요 ㅎㅎㅎ늘 공동체의식 같은 거만 엄청 강조하는 거 배우고 자랐는데 이젠 개인의 자유랑 결정권 같은 것도 같이 알려주면 좋겠어요 ㅋㅋㅋ

2021-02-04 00: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04 06: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04 07:33   URL
비밀 댓글입니다.

하나 2021-02-04 03: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른 사람을 침해하지 않으면서, 나 자신을 지키면서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데 도움이 될 것 같다.” 지금이라도, 언제라도 배워야 할 것들을 공부하시는 열반인님 덕분에 저도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되어 좋아요. 우리도 할 수 이써!! <- 오늘도 귀여운 열반인님 😆

반유행열반인 2021-02-04 06:53   좋아요 2 | URL
안 귀여운 열반이를 귀여워해주는 하나님 ㅋㅋㅋㅋ 이제 알게된 것들이라 저도 많이 배워야겠어요. 이 책은 스스로도 남의 동의에 제대로 귀기울여 왔는지 강요한 적 없는지 물으며 돌아보게 하는데 나나 잘하자ㅠㅠ 싶기도 했어요 ㅋㅋㅋㅋㅋㅋ

2021-02-04 15:1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04 19:47   URL
비밀 댓글입니다.

Yeagene 2021-02-04 19: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거절하는 연습 또한 많이 많이 해야 한다.˝
맞아요..이거 정말 중요한 건데 거절하는 게 참 어려워요.가끔은 거절하지 못해서 이 일을 하는걸까 싶은 때도 있어요ㅠㅠㅠ

반유행열반인 2021-02-04 19:48   좋아요 1 | URL
작년에 직장 옮기면서 그지같은 자리 맡았는데 그덕에 일년 간 욕만 하고 ㅋㅋㅋ이 자리 없애는 거 목표로 하다 실패하고 아무도 그 자리 지원 안 해서 다른 새로 온 사람이 같은 업무 맡게 되는 거 보면서 아 그냥 작년에 무슨 일 있어도 거절할 걸...싶더라구요 ㅠㅠ ㅋㅋㅋㅋㅋ

공쟝쟝 2021-02-04 21: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우리도 할 수 있써!!!!!

반유행열반인 2021-02-05 07:13   좋아요 1 | URL
해야만 해 거절-할 거야!!(장기하 노래 bgm)
 
에티오피아 시다모 디카페인 - 200g, 핸드드립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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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후에 시킨 커피가 아침 출근하려고 현관문 여니까 와 있다...택배기사님 감사합니다. 우리나라는 진짜 신기한 배송 웜홀의 나라. 다만 이것 때문에 누가 지나치게 갈려나가지만 않았으면 좋겠다. 천천히 와도 되요. 이 커피는 이따가 퇴근하고 저녁에나 먹을 수 있으니까요...
알라딘의 저렴한 묶음 배송상품 단면 색종이 100장을 소개합니다. 단돈 이천원. 색종이 접기에 푹 빠진 자녀분이 단면 색종이가 얇아서 드래곤 접기 같은 복잡한 작품에 유용하다는데...마트에서 파는 건 거의 다 양면이었는데 색종이랑 커피랑 묶어 샀더니 무료배송! 월초 적립금에다 우주점 배송 엮어서 할인쿠폰 쓰고 커피쿠폰 쓰고 했더니 초저렴하게 영입했다. 우주점 시킨 책은 아마 내일 올 듯...

알라딘에서 세 팩이나 산 커피는 얘가 유일할 것이다. 디카페인이 맛대가리 없다는 통념을 깬 향이 괜찮은 커피. 퇴근하고 저녁 먹고 한 잔 내려 마셨다. 저녁에 커피 먹으면 디카페인인데도 가끔 겁난다. 이러다 못 자는 거 아냐? 하고. 부디 오늘 밤은 꿀잠 자길. 
딴소리지만, 저번에 커피 책 읽고서 동남아시아 커피 맛 없다고 했는데...그것도 나의 편견이었나 보다. 캡슐커피 중 인도네시아 라고 나라이름이 딱 박힌 걸 하나 걱정하면서 (으흠 타바코향? 이거 먹어도 되는 건가) 내렸는데 정말 맛있었다. 오 심지어 네스프레소 캡슐 중에 드문 페어트레이드 마크도 찍힌 것. 룽고도 에스프레소도 다 좋았다. 로부스터 무시하지 말아야지...동네별로 커피를 맛있게 가공하려는 나름의 자구책이 있는 모양이다. 에티오피아에는 (현세에는) 빙하가 없는데 아프리카에서 수확한 걸 빙하수가 있는 다른 지역으로 데려가서 디카페인 가공해서 다시 파는 것인가? 최상의 맛과 향을 건네주는 건 고맙지만 탄소마일리지 뿜뿜 뿜으며 지구 위를 오래 이동하는 문제는 또 고민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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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21-02-02 22:3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에티오피아 시다모 디카페인 재발매 기념일 🤍 오늘도 열반인님의 꿀잠 기원합니다! 🙏

반유행열반인 2021-02-02 22:43   좋아요 1 | URL
하나님도 안녕히 꿀잠 주무세요 ㅎㅎㅎ

파이버 2021-02-02 23:5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알라딘에서 색종이도 팔았군요! 처음 알았습니다 정말 많은 것들을 파는군요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2-03 05:58   좋아요 1 | URL
저는 아주 오래 전에 립글로즈 샴푸 마들렌(잉) 온갖 것 팔던 시절 알라딘 구매 기억이 있어 색종이는 음 종이니 책에 가깝네 하고 덜 이질적이더라구요 ㅋㅋㅋ분류는 종이접기책으로 되어있는데 사실상 색종이 ㅋㅋㅋ

2021-02-03 14:12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03 14: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 발상에서 좋은 문장까지
이승우 지음 / 마음산책 / 200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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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01 이승우.

사실 이승우가 못마땅해졌다. 많은 후배작가들이 수상 거부와 기고 거부를 하고, 심지어 윤이형이 절필 선언까지 하게 만든 이상문학상 대상을 수상하면서 한 해 중단된 문학상의 명맥을 이었다. 올해 수상 작가 대부분은 나이 지긋한 중견 작가들이고 젊은 작가는 하나도 없었다. 그런 상황에 대한 코멘트 없이 손님 맞는 사무원에 수상을 비유한 것도 멋대가리 없었다. 뭐, 소설가 입장에서는 수록 지면이 사라지고 문학상이 없어지는 게 문제라고 생각하고 그거 막겠다는 사명감 같은 걸로 수상 수락을 할 수도 있겠지만, 후배들이 불공정한 관행 없애 보겠다고 그렇게 목소리 내고 난리였는데 개선이라 해야되나 어쨌거나 출판사가 시정안을 내놓은 뒤에 곶감만 쏙 꺼내 먹는 걸로 밖에 안 보였다.

그래도 뭐 사 놓은 책이니 뭐라고 하나 읽어 보았다. 뻔하다면 뻔한 소리고, 가장 기본이라면 기본인 이야기 담긴 짧은 책이다. 이전에 박상우의 ‘소설가’라는 책을 먼저 보았는데 그 책이나 이 책이나 작법서는 아니고, 소설을 쓰고 싶은 사람 대상으로 이런 마음 가짐으로 해야지, 하는 훈수 정도였다.

이 책에서 비슷하지만 다른 말로 반복되는 이야기가 있다.
‘소설가가 되기 위해 소설을 쓰는 것이 아니고 소설을 쓰기 때문에, 쓰는 동안 소설가로 불리는 것이다. 소설가이기 때문에 소설을 쓰는 것이 아니고 소설을 쓰기 때문에 소설가인 것이다. 소설가가 소설을 쓰는 것이 아니라 소설을 쓰는 사람이 소설가인 것이다.’
그런데 나는 2006년에 나온 초판1쇄를 중고로 샀는데 마지막에 완전 반대의 말이 나온다. 아무리 봐도 이건 실수 같이 느껴졌다.
‘소설을 쓰기 때문에 소설가인 것이 아니고, 소설가이기 때문에 소설을 쓰는 것이다.’
실수가 아니라 소설가의 정신을 강조해서 일부러 다시 이런 말을 한 건가? 나름 역설적인 효과를 노린 건가? 그렇게 받아들이기에는 좀 후졌고 실패한 표현 아닐까 싶다. 왜 한 책에서 딴소리해! 하고 반발심만 생겼다.

읽는 동안에 그간 너무 쉬었으니, 다시 좀 써봐야하지 않겠니...하는 생각이 아주 잠시 들었으니 나름의 효과는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크게 효용이 있는 독서는 못 되었다. 말로 이렇게 저렇게 써라 이렇게 저렇게 쓰지 마라 하는 소리 백 번 읽으면 뭐해. 한 줄이라도 쓰고 또 지우고 하는 게 낫다. 아...소설가의 귓속말도 샀는데...읽기 싫어졌어...이승우 소설도 읽을 마음 사라졌어...역효과다 ㅋㅋㅋ
역시 소설가에게는 귓속말 보다 소설 한 편 더 읽는 게 낫지 싶다. 친구랑 제임스 설터 소설이랑 산문집 이야기하다가도 그 소리 했다. 산문집은 안 사도 돼...난 팔았어...뭐 이런 거...그런데도 이상하게 소설 좋아하면서도 소설 진짜 안 읽는 나새끼야...지난 달에 열일곱 권 읽었는데 그 중 일곱 권만 소설이야...이번 달에는 소설을 좀 읽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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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시무스 2021-02-01 23:04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상문학상 작품집을 사면서 열반님과 같은 생각으로 자기검열 했습니다!ㅠ 그 결과 이승우작가님이라 타협했지만 속으로 음모론 여러편 썼네요!
아직 읽지 못했지만 다른 작가들을위해서 라도 이번 작품집이 좋았으면 합니다!ㅎ

반유행열반인 2021-02-02 06:58   좋아요 1 | URL
읽고 고견 남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ㅎㅎ 소설들이야...좋겠지요 잘 썼으니 상을 줬을 것이고 그러길 바라고요. 속으로 쓰신 음모론 여러 편도 궁금하네요 ㅋㅋㅋ

청아 2021-02-01 23:2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이런 쓴소리 올려주실 때 좀 많이 멋져요!!

반유행열반인 2021-02-02 06:59   좋아요 1 | URL
아...방구석 장비 여포라 글로만 이러고 실제로는 쭈글이일 걸요 ㅋㅋㅋ그래도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Yeagene 2021-02-01 23:4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정말 구구절절 옳은 말씀이세요...올해 이승우가 이상 문학상 대상 받았다고 해서 윙?했어요...아니 후배들이 어떤 노력을 했는데 갑자기 나타나서 단물만 빼먹는 것 같잖아요..;;; 진짜 황당...;;;

반유행열반인 2021-02-02 07:00   좋아요 2 | URL
제가 극단적인 표현을 썼습니다만 잘 썼으니 대상이겠지...그러나 아직은 저 수상작들을 읽을 마음의 준비가 안 됐다 싶네요 ㅋㅋㅋ그냥 그런 후배들의 노력 치사하는 말 한 마디라도 보탰으면 덜 꼴보기 싫었을 거 같아요.

scott 2021-02-02 00:2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승우 작가가 올해 갑자기 배로 늘어난 상금 오천만원 받고 한수상소감에서[소설로 소설가가 자기가 한일로 상을 받는 것은 규칙과 반복이 지배하는 사무원의 사무실로 갑자기 낯선 손님들이 찾아 오는것과 같은 사건으로 손님들에게 그이유를 따져 묻는 대신 다시 사무원처럼 내일을 하려고 한다.]ㅋㅋ후배들한테 전혀 미안함 부끄러움 없음요 ㅋㅋㅋ열반인님 지적 쵝오!

반유행열반인 2021-02-02 07:01   좋아요 2 | URL
소감 원문 인용해주셨군요 ㅋㅋㅋ상금은 심지어 늘었구나 거부할 수 없는 돈의 유혹도 있었겠네요....

바람돌이 2021-02-02 00:55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이승우 작가가 이런 말을 했군요. 아 이건 정말 한국 문학계를 대표할만한 사람으로서 할만한 말은 아니지 싶은데 차라리 침묵하시지.... 뛰어난 문학적 능력이 작가에 대한 존경심으로 이어지지 않는 장면을 또 목격하게 되어 씁쓸하네요

반유행열반인 2021-02-02 07:03   좋아요 2 | URL
저게 그냥 나는 이래서 받았다- 로만 들려도 괜찮겠는데 소설가가 사무원처럼 손님 맞이 해야지 그걸 거부하고 그걸로 쓰네 마네 난리니 하는 듯한 (후배들이 좀 지나쳤네) 느낌까지 받는 건 제가 망상이 심한 거겠죠...

붕붕툐툐 2021-02-02 02:56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호오~ 적절한 비판에 끄덕끄덕.. 반열님의 글쓰기에 제가 다 기대가 되는군요~ 소설 별루라면서 소설만 읽어재끼는 나새끼도 있어요..ㅋ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2-02 07:04   좋아요 1 | URL
읽다보면 언젠가는 붕붕툐툐님께 딱 맞는 소설에 빠져드시지 않을까요 ㅎㅎㅎ제가 적절하게 지적하는 건지는 모르겠어요 기사문 보고 아 정말 심하네 하고 공감하며 옮겨온 수준이라 ㅋ

하나 2021-02-02 03: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이상문학상은 좀 씁쓸.. 저는 최근 소설은 괜찮게 읽었는데, 싫으셨던 문장 이승우 작법 특징인 거 같아요. 첫 문장에 했던 말 마지막에 뒤집기~ 주로 에세이에서 습관처럼 쓰시는 듯.. 저도 소설가의 귓속말 이후에 모르는 사람 손이 안 가서 소설 먼저 읽을 걸! 했었어여 ㅋㅋㅋ 산문집은 안 사도 돼... 하면서 또 사는 나새끼222 (이 시간에 댓글달면 혼날텐데...)

반유행열반인 2021-02-02 07:06   좋아요 2 | URL
지금은 쿨쿨 주무시겠군요ㅎㅎ(혼은 안 내기로 한다 내가 뭐라고 ㅋㅋㅋ) 저는 모르는 사람만 읽었는데 나쁘지는 않았는데 딱 맞는 작가는 아닌 거 같아요. 기독교적 사건에 대한 비유 같은 걸 산문집에서도 잘 하시는 거 같은데 그게 저랑 안 맞는 건지. 본의 아니게 이승우 성토장이 되어서 이승우 팬들이 몰려와서 때릴 게 또 걱정이 되고 말았다....

han22598 2021-02-02 06:4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능력과 인성(?)은 아주 별개는 아니지만 상관관계는 거의 없다고 보여져요. 이승우 작가 책 한권밖에 안 읽어서 덜 억울하네요 ㅋ

반유행열반인 2021-02-02 07:08   좋아요 2 | URL
능력과 인성의 상관관계 예술에 국한해서는 뭔가 음의 상관관계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잠시 ㅋㅋㅋ 저도 겨우 두 권째인데 이걸로 쉽사리 읽기 포기하시지는 않는 걸로 ㅋㅋㅋ소설가는 소설로 평가받는 게 맞긴 한 거 같아요. 그치만 저런 태도는 중견 작가 소설가들의 선배 소설가 지망생 가르치는 입장에서 좋은 본보기는 아니지 않나 싶은 마음에 불평이 길었네요 ㅋㅋㅋ

잠자냥 2021-02-02 09:4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승우에 대한 평 공감합니다. 수상 소감 정말 뻔뻔하기가... 휴......
게다가 지적하신 것처럼 이번 이상문학상에 실린 작품 대부분이 젊은 작가들을 배제했다고 하더라고요. 의도적 배제겠지요. 그런 상 받으면서 그런 수상 소감이라니..

반유행열반인 2021-02-02 10:05   좋아요 1 | URL
그냥 안 보고 굳이 수록작가 보고 싶으면 각자 단행본 내면 보는 걸로 소심하게 작년 수상 거부 작가들을 지지하려고 합니다... 윤이형 내놔 엉엉

syo 2021-02-05 15:2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똥이네..... 💩
문장으로 뭉개려 시도했군요 ㅋㅋㅋ 수상 소감 겁나 멋있었어도 용서해줄 가능성이 희박한데 뭐야 저게 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2-05 16:03   좋아요 0 | URL
뭐야 저게 진짜 ㅋㅋㅋㅋ
 
에티오피아 시다모 디카페인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1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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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다모 디카페인이 부활했습니다 ㅋㅋㅋㅋ일단 주문하고 잠도 지키고 커피도 지키는 기쁜 소식을 알리기 위한 백자평 먼저 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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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버 2021-02-01 21: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우와 😃 기쁜 소식 감사합니다! 지금 커피 다먹으면 바로 주문해야겠어요!

반유행열반인 2021-02-01 22:42   좋아요 3 | URL
저는 아직도 콜롬비아 언니들 커피 남았는데 디카페인이니까 사도 돼 이월 초니까 적립금이랑 쿠폰도 받았잖아 헤헤 하고 오늘 사 버렸어요 ㅋㅋㅋㅋㅋㅋ

하나 2021-02-01 22: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니가(친애하는 열반인님) 좋으면 나도 좋아 🎶

반유행열반인 2021-02-01 22:43   좋아요 2 | URL
헤헤 하나님 오나 안 오나 목 빼는 열반인 맘 아시고 부지런히 댓글 감사합니당 ㅋㅋㅋ
 
[eBook] 성적 동의 - 지금 강조해야 할 것
밀레나 포포바 지음, 함현주 옮김 / 마티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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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29 밀레나 포포바.

살면서 동의라는 말을 어디서 가장 많이 접할까. 나는 상거래나 사이트 이용, 복지 지원 같은 공적 상황에서 ‘개인 정보 수집 및 이용에 동의하십니까’ 하는 물음에 동의함, 을 체크하지 않으면 해당 서비스 이용이 어렵거나 지원을 받을 수 없는 경우에서 주로 마주쳤다. 어차피 동의함 말고는 선택지가 없는데 왜 묻는 건지 알 수가 없었지만...
법률적 문제 상황을 면피하기 위한 동의 말고, 이 책은 개인 간 성적 교류 또는 관계 맺음을 위해 행위 이전에 반드시 이루어야 할 과정에 관해 파고든다. 다양한 성폭력 사건이 폭로되고 드러나는 상황에서 법에서 지정한 ‘강간’이나 ‘강제 추행’, ‘성희롱’ 등의 문제를 개별적으로 살피는 것이 아니라, 성적 동의 여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나름의 의의가 있다. 우선 여성이 마주하는 성적 침해 상황은 단순히 강제 성기 삽입으로 국한할 수 없는 다양한 경우가 있고 이를 모두 다룰 여지가 생긴다. 원치 않는 신체접촉은 신체 부위만큼이나 다양하고, 성적 수치심과 위협을 느끼게 만드는 표현 또한 너무나 창의적이다. 너무나 참신한 나머지 주변 사람들은 재미있어 하고 웃어 넘기고 마는데 막상 그 말과 행동의 대상이 되어 당하는 사람은 멘탈이 박살이 나고 그런 장면이 알려졌다는 사실, 다시 겪게 될 수도 있다는 불안 만으로도 일상생활이 어려워진다. 또한 어디까지를 성이라고 볼 것인가 하는 문제도 다시 고려하게 된다. 법에서의 강간은 지극히 이성애자, 삽입 섹스 중심의 성애를 종착지로 보는데, 동성이 저지르는, 성기가 개입되지 않는, 성적 목적 또는 경제적 목적으로 저지르는 성적 침해의 경계가 생각보다 넓고 다양하기 때문이다. 그런 것들은 추행, 모욕, 성희롱, 상해, 폭행 등으로 규정하고 처벌하는 다른 형법이 있지 않냐 물을 수 있지만 그런 과정 자체가 소수자와 이성애 지배적 관념의 위계를 만든다. (피해 정도에 상관 없이 형량도 약하고 사후 조치도 달라진다.)

성적 동의와 관계된 상황을 형법적(범죄 상황), 법률적(민사적 손해 여부와 배상)인 부분에 국한할 수 없다는 의견과 성과 관계된 담론이 문화적으로 구성되고 권력의 영향을 받는다는 주장(그래서 여기에서도 푸코가 나오죠…)에는 수긍이 갔다. 대중문화가 사람들의 인식에 영향을 끼치고 그래서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지만 반대로 대안을 모색할 때 유용하게 활용될 수 있다는 것도 일부 그럴 수도 있겠죠, 싶었다. 그래서 이 책은 그레이의 50가지 그림자 같은 소설과 영화, 팬픽문화, 섹스 칼럼이 동의 문화에 줄 수 있는 영향력에 관심을 할애한다. 정교하지는 않지만 생각할 만한 부분이긴 했다.
그렇지만 사법절차의 2차 가해나 법이 해결해주지 못하는 것에 대한 무력감 때문에 이러한 문제에서 법 이외의 해결책을 더 나은 대안으로 내세우는 것은 약간 걱정되는 부분이었다. 미투운동이 그나마 소기의 효과나마 얻었던 것은 폭로와 함께 이슈가 되고, 가해자의 잘못을 비난하고 피해자를 지지하는 여론이 형성되어 얻은 부분도 있지만, 뒤늦게나마 가해자가 수사절차를 거치고 법정 앞에 서고 그 결과 일부라도 나쁜놈들이 처벌을 받고, 그래서 자신들이 그런 짓을 했을 때 잃게 될 것들을 직시하게 되고 (그래서 정치 생명 끝났다 생각하고 삶을 버리든가) 그게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는데 도움이 되었기 때문이라고 개인적으로 생각한다. 저자가 이야기 하는 변형적 정의는 처벌이나 응보적 목적보다는 교육과 교화를 중시하는 청소년 (또래)법정 같은 데서는 많이 강조되고 있고, 성인이 저지른 성적 침해에 대해 회복을 강조한다는 점에서 보완적으로 사용될 수는 있겠지만, 그것이 법적인 조치를 대체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강제력이 없는 조치에 누군가에게 위력과 폭력으로 대응하던 사람이 응할지 조차 의문이 든다. 처벌해야 할 상황에서 오히려 대안적 조치를 피해자가 수락하도록 종용될 가능성도 우려가 되었다. 다만 사법 절차 중 유죄나 무죄 여부에 관계 없이 피해 회복과 교육의 목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은 고려해볼 만 해 보였다.

책을 읽으면서 지나온 삶에서 겪은 일에 대한 인식도 약간 바뀌었다. 친밀함을 느낀 이들에게 성적인 제안을 했다가 까인 일이 과거에 몇 번 있었다. 그때마다 내가 그렇게 매력이 없는가, 하면서 자존감이 하락하고 실패한 연애에 대한 자괴감만 늘었다. 내게 노 라고 말한 친구들은 그 이후로도 오랫동안 친구로 잘 지냈고 다시 나를 만나거나 연락하는데 스스럼 없이 지냈다. 그러니까 어쩌면 친구로는 좋지만 더 나아가는 건 아니에요, 라고 정확히 답해준 그 사람들에게 고마워해야 했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다시 생각해보면 그런 동의 여부를 묻고, 노라고 말하는 사람에게 재차 묻고, 다시 노라고 하는 그 과정이 성별이 바뀌었다면 어땠을까 싶었다. 반복된 제안은 상대에게는(내가 여자이고 위력을 쓸만한 신체능력이 전혀 없다고 하더라도) 상황 자체가 어느 정도 폭력이었을 수도 있겠다 싶어 심히 반성하게 되었다.
반대로 나에게 성적인 침해는 그런 물음이나 혹은 거절할 여지 없이 일어났다. 잘 알지도 못하고 호감을 느끼지 않는 상대, 그런 사람들이 자신이 순간 원하는 대로 원하는 만큼의 신체 접촉을 시도했고, 성적인 말을 던졌고, 그들 중 아무도 사과하거나 처벌받거나 그로 인해 뭔가를 잃지 않았다. 시간이 가면서 조금 덤덤해지고 울지 않고 말할 수 있는 정도까지는 되었지만, 십년 이십년 가까이 지났어도 되돌아보는 나의 가슴은 서늘해진다.

책을 보던 도중 우연히 상품평 페이지에서 별점 테러해 놓은 걸 보고 조금 놀랐다. 내용을 보면 분명 책은 읽지도 않았고, 책이 다루는 주제나 개념도 모르면서, 뜬금 없이 상상이니, 사생활 침해니, 피해망상이니, 판타지니 하는 말을 끄적여 놓았는지. 이 책이야 말로 뭐가 잘못인지 하면 안 되는 짓인지도 모르고 성범죄 저질러서 철컹철컹 하는 일 없이 건전하고 원만한 사회 생활하라고 친절히 가르쳐주는 건데 좀 읽어보지 않겠습니까. 아니 이미 철컹철컹 한 뒤라 억울하고 속상해서 그러는 거면 다시 그런 일이 없도록 더 읽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더 나은 삶을 위한 권유일 뿐 강요하지는 않겠습니다...

재작년에 읽은 ‘섹스하는 삶’이라는 책에서 허락해라, 거기에다 거절 당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읽고 좋았다. 노, 라고 말하는 상대에게 자기 자신을 보호해줘서 고마워, 라고 말하는 법을 책은 알려주었다. 우선 묻고, 거기에 거절당하는 것이 치욕이나 자존감 하락의 지점이 아니라 오히려 고마운 일이라고 가르치는 부분이 이 책과 연결할 만한 부분으로 읽혔다. 어린이 책 중에 ‘동의:너와 나 사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레이첼 브라이언)이 나온 것을 마침 알게 되어 나도 읽어보고 꼬맹이한테도 권할 예정이다. 어려서부터 예의를 갖추며 거절하는 법, 그런 거절을 상처 받지 않고 받아들이는 법, 그래서 남에게 어떤 강요나 강압을 저지르지 않는 삶의 태도를 여자 남자 모두에게 가르치는 일이 정말 필요한 것 같다.


+밑줄 긋기
-강간 문화는 가해자가 성폭력을 저지르기는 쉽고, 피해자가 피해 사실을 알리고 그에 맞는 지원을 받는 것은 어렵게 만드는 사고방식과 관습, 사회 구조의 총체다. 여기에는 젠더와 섹슈얼리티에 대한 고정관념이 포함된다(성적으로 남성은 적극적이고 여성은 소극적이라고 여기며, 이에 어긋나는 여성은 ‘음탕하다’라고 낙인찍는 사회 분위기 등). 또 강간으로 판단되는 상황과 ‘진짜’ 강간 피해자라면 응당 어떤 행동을 보이리라고 단정 짓는 것도 강간 문화의 일면이다(육체적 폭력이 수반된 경우에만 ‘진짜’ 강간이라는 인식, ‘진짜’ 피해자라면 사건을 즉시 신고할 것이고 정신적 외상이 심하겠으나 지나치게 히스테리를 부리지는 않으리라는 인식). 강간범은 어두운 골목에서 튀어나온 괴물이며, 남자친구나 아버지, 대학생이나 정치인은 아닐 것이라는 생각 또한 강간 문화의 일부다.

-페미니즘 사상 내에서도 동의의 개념, 정의, 어원에 대한 여러 견해가 경쟁하고 있다. 중요한 것은 다양한 이론과 개념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 안에서 성폭력과 맞서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찾아 이해하는 것이다.

-신체적 자율권이란 내가 하는 행동, 내 몸에 일어날 일, 내 몸과 접촉할 수 있는 사람 그리고 그 접촉을 어떤 식으로 허락할지를 내가 결정할 수 있는 권리다. 그리고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 외부의 압력이나 강제, 어떠한 권력 행사도 없어야 한다.

-성 비평 접근법은 문화와 지배적 사고가 개인의 생각과 행동을 형성하고 신체적 자율권을 제한하는 요인이라고 본다. 그리고 성관계에 대해 자유롭게 ‘싫다’라고 말할 수 있는 조건이 무엇인지 묻고 탐색한다. 자유롭게 ‘싫다’라고 말할 수 있는 조건에서야 비로소 ‘좋다’라는 말도 의미가 있기 때문이다.

-강간 신화는 성폭력의 책임을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묻고 피해자를 비난하도록 몰아가며, 개개인이 성폭력과 피해 당사자를 대하는 태도(친구가 성폭력을 당했다고 털어놨을 때 당신은 어떤 반응을 보였나[또는 보일 것인가])와 사법 제도가 취하는 관점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

-성적 동의는 나와 상대방의 신체적 자율권을 존중하는 것이다. 타인에게 마땅히 보여야 하는 신중함과 배려를 바탕으로 상대방을 대하고, 내가 그런 것처럼 성관계를 맺을 의사가 상대방에게 있는지 확신할 수 없다면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법률 계약은 성적 동의와 아무 관련이 없다. 동의는 소통과 배려, 인간적 존중이 있어야 가능하고 이런 것들은 법으로 규제되지 않는다.

-동의에 관한 한 우리가 제일 먼저 배워야 할 것은 물어보기다.

-‘조건부’ 동의란 “좋아, 나도 너와 섹스하고 싶어. 하지만 이런저런 조건이 갖춰졌을 때만 할 거야”라고 말할 수 있다는 뜻이다.

-성행위를 하는 동안 언제든 무슨 이유로든 마음을 바꾸거나 동의를 철회할 수 있고, 자신의 신체적 자율권을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 행위를 중단하고 싶다면 “그만하고 싶어”라고 말하자.

-섹스를 자기 욕구 만족을 위해 타인의 몸을 이용하는 행위라고 생각하지 않고, 타인을 존중하면서 서로 행복한 성적 경험을 공유하는 행위라고 생각한다면 나뿐 아니라 상대방의 요구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이 당연해진다. 즉, 상대가 만족하는지, 내 행동을 상대가 좋아하는지, 여전히 동의하는지 거듭 확인해야 한다.

-언제든지, 어떤 이유로든지 싫다는 의사를 표현할 수 있으며, 꼭 그 이유를 설명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싫다고 말하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신체 자율권을 존중한다는 것은 곧 상대방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는 것이자 애매하거나 정중한 표현 또한 명확한 거절이라고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이다.

-오직 섹스만이 관계의 목표인 양 자신과 타인을 압박할 필요는 전혀 없다.

-경계는 내가 괜찮은 것과 괜찮지 않은 것 사이에 놓인 선이다. 성적 상황뿐 아니라 여타 사회적인 상황, 타인과의 일상적 관계와도 관련이 있다.

-성적 상황에서라면 특정 정도의 접촉과 행동은 괜찮지만 그 이상은 불편하다고 느끼는 것, 지금 당장은 성관계를 원하지 않는다거나 어떤 사람과는 하기 싫다고 생각하는 것 모두 내가 정한 경계이다.
내 경계가 어디에 있는지 아는 것은 무척 까다롭다.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을 알고 선을 정하는 일은 시간이 꽤 걸리는 작업이지만, 자신의 경계에 대해 타인과 이야기해야만 개인의 자율권 행사와 사회적 규약 존중 사이의 갈등을 조정할 수 있다.

-동의 협상은 인간관계에서 일어나는 복잡하고 난해한 일이지만 법이나 계약의 문제는 아니다. 지금 집중해야 할 /것은 신체적 자율권 존중을 근간으로 삼고 성관계를 단일한 형태로 규정하는 성 각본을 흔들고 해체하는 것이다. 성기 삽입뿐 아니라 모든 성적 행동에 동의를 구해야 하며, 어떤 대답도 들을 준비가 되어 있어야 하고, 상대방과 끊임없이 대화하며 동의가 유효한지 확인하는 것, 이것은 단지 시작일 뿐이다.

-오래된 관계에서는 원치 않는 성관계를 ‘관계 유지’라는 말로 포장한다. 꼭 원하는 건 아니지만 상대방을 기분 좋게 해주거나 현재의 기분 좋은 상태를 유지하기 위해, 그리고 상대방도 자신을 위해 그렇게 해준다는 이유로 성관계를 하는 것이다. 한편, 가벼운 만남에서 원치 않는 성관계를 경험한 여성들은 사회에서 말하는 ‘성적으로 진보한 여성’이라는 관점에 영향을 받았다고 말한다. 마찬가지로 원치 않는 성관계에 대한 남성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남자는 성관계에 적극적이어야 하고 항상 성관계를 원해야 한다는 사회적 기대에 압박을 받는다고 말한다. 성적 지향과 관계의 유형도 영향을 미친다. 예를 들어, 여성과 만나는 여성들은 그들 사이에서 성관계의 빈도나 횟수를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하려고 의식적으로 애쓴다. 그 관계에서 로맨틱하고 섹슈얼한 성격이 사라지면 자신들의 관계가 우정과 다를 바 없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이런 이야기들은 권력이 개인의 의도적 행위와 자율성을 어떤 식으로 제한하는지를 보여준다.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는 권력이 담론을 통해 작동한다고 주장한다. 즉, 우리가 어떤 것에 대해 말하는 방식이 세계관을 형성하고 행동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권력은 주체, 신체, 실천을 구성하고 생산한다. 또한 권력은 위에서 아래로가 아니라 사방으로 작용한다. 국가가 행사하는 힘만이 권력이 아니다. 권력은 경쟁적이고 모순적인 방식으로 서로에게 그리고 자신에게 행사되는 것이다.

-일과 삶의 균형을 관리할 모든 책임은 자기 자신에게 있다고 말하는 것, 그것이 신자유주의다. 여기엔 우리에게는 더 나은 삶을 위한 행동을 결정할 능력이 있다는 가정이 숨어 있는데, 이는 여전히 문제를 겪고 있다면 그것은 잘못된 결정을 한 우리 자신에게 잘못이 있다는 소리다. 당연히 개인의 통제력을 넘어서는 구조적 요소들은 간과된다. 하지만 임금이나 인사고과 때문에 일하는 시간을 줄이지 못할 수 있고,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일을 여러 개 하느라 운동할 시간이 없을 수도 있다. 또 시간이나 돈의 제약 때문에 식사를 제대로 챙기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신자유주의는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전가함으로써 구조적 착취와 억압을 은폐한다.

-하지만 반대로 소수자에게 응원을 건네는 포르노가 있을 수 있다. 각자의 성 정체성과 경험을 돌아보고 자신의 섹슈얼리티를 탐구해보는 마중물의 역할을 포르노가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어쩌면 이 가능성들이 개인이 성적 자기 결정권과 신체 자율권을 행사하고, 더 나아가 성과 관련한 사회 체계에 도전하는 데 일조할지도 모를 일이다.

-2018년 5월 16일 자 『틴 보그』에는 애널 섹스에 관한 글이 게재되었다. 성 소수자 권리와 성적 동의가 핵심 주제였음에도 도입부에는 애널 섹스라는 주제가 불편한 독자는 다른 이슈나 건강에 관한 글로 언제든 건너뛰어도 좋다고 안내한다. 이 글은 사전에 동의 협상이 있어야 하며 동의는 언제든 철회할 수 있음을 강조하고, 남녀 성기 결합만이 유일한 성관계 방식이라는 인식을 깨뜨리는 시도를 계속한다. 그리고 애널 섹스가 일탈적이고 일종의 성적 학대에 해당한다거나 ‘포르노에서나 하는’ 행위라고 일축하지 않고, 많은 이가 즐기는 섹스의 형태임을 인정한다. 또한 항문에 삽입되는 것을 페니스로 단정하지 않고 성 중립적 언어를 사용한다. 어쩌면 ‘포르노’에서 접했을 성행위 이미지를 일상 속으로, 그리고 다양한 가능성이 존재하는 환경으로 가져오고, 누구나 즐길 수 있는 행위로 변환하는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다.

-법 제도 자체가 성폭력 사건을 공정하게 다루는 데 도움이 안 되는 데다 피해자 대부분이 법 영역에서 2차 피해를 입는다. 관련 법조문은 섹슈얼리티와 행위자의 의사, 신체적 자율권을 개의치 않는 듯하다. 그래서 법적 개선을 추구하기보다 법에 얽매이지 않고 성폭력 문제를 다루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변형적 정의는 가해자 처벌보다 범죄가 야기한 모든 피해를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또한 사건과 관련 있는 모든 당사자에게 필요한 도움을 제공하고 대화와 이해를 촉진하는 자발적 과정으로 실천된다. 재발 방지를 넘어 문제의 구조적 원인을 찾아 바로잡기 위해 노력하는 접근들은 대체로 이 개념을 출발점으로 삼는다.
...당사자 모두 발언할 기회를 가지며, 가해자가 자신이 한 잘못을 이해하고 스스로 변할 수 있게 돕는 수단을 고민한다. 가해자의 인정과 사과, 가해 사실 공개, 재발 방지 교육 프로그램 참석 등이 이 과정 끝에 나오는 결과물이다.

-버크는 미투가 ‘공감을 통해 얻는 힘’이라고 말한다. 성폭력 생존자들이 이 말을 주고받는 것은 ‘당신의 말을 믿습니다. 당신이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압니다’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성폭력 피해자의 말을 불신하는 문화에서 ‘나도’라는 한마디는 엄청난 힘을 갖는다.

-미투 운동은 침묵을 강요당하고 피해를 입고도 비난받았던 성폭력 생존자들이 공개적으로 증언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나갔다. 그러나 피해자를 향한 원색적인 조롱은 계속됐고 그들의 폭로와 증언을 믿지 않거나 다시금 침묵하도록 종용하는 일도 사라지지 않았다. 변화의 조짐이 약하게 보이고 있지만, 아직은 피해자의 말을 묵살하기가 조금(단지 조금) 어려워진 정도이다. 처벌받는 가해자는 일부(아주 일부)일 뿐이고, 법과 법조인들이 성폭력 사건을 다루는 방식도 딱 그만큼만 변했다. 하지만 성적 동의는 이제 뜨거운 화두가 되었다(긍정적인 방향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이제 우리는 누군가에게 포옹을 제안하는 적절하고 일반적인 방식을 고민하고, 그 제안을 받아들이거나 거절하는 법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거절의 표현을 더 잘 들을 준비를 해야 한다. 거절 의사가 직접적이든 알아채기 힘들든 상관없이.
두 번째는 강간 문화를 굳건히 지탱하는 담론을 통한 권력 작용에 민감하게 대응하고 그것을 해체하는 것이다. 우리는 강박적 성애 개념이 소외 집단에 어떤 나쁜 영향을 미치는지 더 잘 이해해야 한다. 또한 전통적인 성 역할과 섹슈얼리티에 대한 지배적 담론을 끊임없이 추궁하고, ‘정상적’이고 ‘인정되는’ 성관계와 그것의 ‘정해진 방식’을 깨야 한다.

-교육에서 신체적 자율권을 원칙으로 삼는다는 것은, 아이에게 꼭 해야 하는 일의 이유를 시간을 들여 신중히 설명한다는 것이고, 마찬가지로 아이가 싫어하는 일의 이유를 이해하는 데 시간을 들이고 갈등이 생기면 참신한 해결책을 찾는다는 것이다.

-가령 여학생이 남학생의 행동 교정 및 진정에 영향을 주리라 기대하면서 여자‒남자를 짝지어 앉히는 것 같은 교육 관행은 어쩌면 어울리고 싶지 않은 사람과 억지로 가까이 지내게 강요하는 것일지 모른다. 그리고 이는 남성의 행동을 여성이 책임지게 하는 성차별적 문화를 그대로 옮겨놓은 꼴이다. 교복과 복장 규정은 아이들의 자율권을 박탈하며 자기 표현 능력을 제한하다. 이런 구조적 문제에 대항하여 개선을 꾀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동의 문화를 공고히 하기 위해 지나칠 수 없는 과제이다.

-강간 문화는 가부장제, 자본주의, 인종차별, 장애인 차별, 시스젠더‒이성애 중심주의, 강박적 성애, 그리고 이 시스템의 수혜자들에 이르기까지, 거대한 권력과 억압 시스템의 일부다. 사적 경계를 침해하고도 그 사실을 무마하고 묵살하는 태도와 섹슈얼리티를 우월 집단과 열등 집단을 나누는 잣대로 삼고 성폭력을 ‘합법화’하며 피해자를 탓하고 2차 피해를 스스럼없이 입히는 사회 환경도 마찬가지다. 이 시스템은 변화를 막고 그에 저항해 살아남았다.
역사적으로 강간 문화는 피해자에 대한 침묵 강요, 남성 성욕 담론이나 강박적 성애 개념처럼 지배적 관념에 의해 재생산되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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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21-01-29 22:1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자녀들이 부러워지네요. 근데 진짜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지만, 공부가 필요한 일인 거 같아요. 전에 비슷한 주제의 책 리뷰(재작년에 읽은 ‘섹스하는 삶’이라는 책에서 허락해라, 거기에다 거절 당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는 이야기를 읽고 좋았다.˝ )에서 말씀하신 것과도 이어지는 거 같은데, 미리 알았더라면 좀 더 씩씩하게 ˝경계˝를 확립하면서 살 수 있었을 거 같은데. ^^

반유행열반인 2021-01-29 22:35   좋아요 2 | URL
미리 아니라 지금 알아도 괜찮아요ㅎㅎ아쉽지만 그때 그래서 지금 더 씩씩할 수 이써!!! ㅋㅋㅋ와이라고 애들 보는 만화 시리즈에 성교육 있길래 중고로 사다 놓고 먼저 보니 이거 좀 아니다 싶은 게 많이 있더라구요? 그래도 만화니까 입문 허들 낮으니 일단 보라 그러고 보충설명 하고 다른 독서 권하면 되지, 맘 먹고 내밀었더니 필요없어! 이러고 거부하고 도망감 ㅋㅋㅋ아직 마음의 준비가 안 됐나 싶어 기다리기로 ㅋㅋㅋ엄마만 괜히 각오 충만 앞서 나갔다 ㅋㅋㅋ

하나 2021-01-29 22:42   좋아요 2 | URL
ㅋㅋㅋㅋㅋㅋㅋ 열반인님네 넘 귀여워 엄마만 괜히 각오 충만 앞서 나갔다 ㅋㅋㅋㅋ 저는 큰 어린이님에게 자극 받아서 지킬박사와 하이드를 어른 버전으로 읽었어요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1-29 22:45   좋아요 2 | URL
어려서 그냥 무슨 괴기담이나 에스에프로 알았는데 커서 보니까 잘 썼더라구요...배경묘사고 인물묘사고 심리묘사고 다 훌륭해 ㅋㅋㅋ형식도 막 이야기 전하고 편지남기고 괜히 후대까지 읽히는 거 아니다...인간 내면 보편성에다 형식적 실험도 겸해야 남는 거다...(또 또 엄마가 너무 앞서 나간다 ㅋㅋㅋㅋ)

하나 2021-01-29 22:49   좋아요 2 | URL
와 근데 열반인님이랑 아이랑 진짜 좋은 친구될 거 같아여 독서모임 벌써 하고 있어 ㅋㅋㅋㅋ 저도 생각보다 형식에 신경 많이 썼구나 생각했어요 편지가 있어야 할 곳에 있으니 또 좋더구만요(엄마 친구도 같이 앞서 나간다 ㅋㅋㅋ)

공쟝쟝 2021-01-30 15: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안녕^^ 푸코^^ 반가워^^ 요즘 통 못읽었네.. 애정은 식지 않았어.. 우리..다...다음달에 만나...^^

반유행열반인 2021-01-30 17:13   좋아요 1 | URL
슬쩍 나왔다 가더라규요 대머리 넌 안 끼는데가 없냐 눈치 없이...

2021-01-31 09: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31 16: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31 18:2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31 20:1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31 20:1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31 21:1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1-31 21:40   URL
비밀 댓글입니다.

Yeagene 2021-01-31 17: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굉장히 중요한 문제들을 얘기하는 것 같네요..그런데 이런 책 읽어보지도 않고 무조건 벌점테러하는 인간들이 있더라구요.정말 왜 그러는지...-_-;;;

반유행열반인 2021-01-31 17:22   좋아요 3 | URL
피해를 줄이고 없애고 침해된 권리 회복하자는 거에 억울해 하는 사람들의 심리도 궁금하긴 해요. 왜 그 사람들이 그렇게 반응하도록 사고구조가 짜여지는 지도...사실 저도 불과 얼마전만 해도 여혐적 사고를 완전 탈피했던 건 아니라 자라온 분위기나 누군가 감내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기는 문화 같은 게 생각보다 영향이 큰 것도 같구요.

붕붕툐툐 2021-02-01 14:5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정말 필요한 일인거 같아요. 사실 성적인 부분 말고도 정말 많은 부분에서 진짜 동의가 가능한 사회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처음 말씀하신 정보동의 같은 것도 말이죠. 일단 상대의 경계를 존중하는 자세를 저부터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다시금 다짐하고 갑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2-01 17:53   좋아요 1 | URL
네 저도 남의 경계를 침범하지 않고 허락을 구하고 조심히 살피는 노력을 지금부터라도 기울이려고 합니다. 반성할 일이 넘쳐.... ㅋㅋㅋㅋㅋ

2021-02-01 14: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01 17: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01 18:45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