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것에 대해 아주 오랫동안 생각해 마음산책 짧은 소설
김금희 지음, 곽명주 그림 / 마음산책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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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28 김금희.

장기하와 얼굴들-괜찮아요
https://youtu.be/1ptPHjQi5v4

브로콜리너마저-괜찮지 않은 일
https://youtu.be/bf-BI0KIqKI

김금희 소설집을 처음 읽은 건 2019년이고, 이 책은 2018년 10월에 나왔다. 그러니까 아직 내가 김금희를 알기 전 쓰여진(사실 2017년에 젊은작가상 수상집에서 ‘문상’을 처음 읽고도 잊어버렸지만) 이 소설은 내가 읽어주길 몇 년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고 말하면 얼마나 자기중심적인 독자인가. ㅎㅎㅎ 어쨌거나 이 책을 읽은 덕에 이제 어디가서 김금희 전작했어, 하고 팬부심을 부릴 수 있게 되었다.

마음산책 짧은 소설 시리즈는 손보미, 백수린을 먼저 보았다. 이것 말고도 단편소설이라 불리는 원고지 70-100매 사이 분량보다 더 짧은 소설을 묶은 책들을 몇 권 더 보았는데, 그때마다 아쉬움을 느껴 형식의 한계인가, 아니면 내 취향은 엽편, 초단편, 꽁트, 그런 장르와 맞지 않는가, 했다. 그런데 이 짧은 소설집을 읽고나니 생각이 바뀌었다. 김금희는 어떤 분량이든 그 안에서 할 말을 다 하는 완성된 이야기를 구사했다. 초단편도, 단편도, 장편도. 그래서 김금희는 다 좋다. 짧은 페이지에 꾹꾹 눌러 담긴 열아홉 개의 이야기에서, 그 안에 살아 움직이는 사람들을 느낄 수 있었다.

2월이 끝나가고 분명 곧 새 봄인데도 나는 어쩌지, 하면서 요며칠 왠지 불안하고 우울했다. 맥주도 마셔보고 신경안정제도 몰래 먹어보고 커피도 잔뜩 마시고 긴 독후감도 주절주절 쓰고 작년 일기도 뒤져보고 눈물도 찔끔 쏟던 내가 잠시 다른 걱정 다 잊고 빠져 읽을 수 있는 책을 만나 다행이었다. 히히 이제 괜찮다.
유독 괜찮아요, 하는 사람이 많은 책이었다. 사실 안 괜찮아 보이는데도 자꾸만 괜찮다고 하는 마음을 알 것 같아서 나도 괜찮다고 말해보고 싶었다.


+밑줄 긋기
-“잘은 모르지만 나빠지지는 않으려고.”
“그래, 나빠지면 안 되지. 그거면 되지.”(‘아이리시 고양이’중, 134)

-그러다 비가 와서 차창이 돋아난 물방울로 가득 찬 날에 나는 영건이에게 앞으로 어떤 사랑을 하게 될 것 같아? 하고 물었다. 누군가에게 불쑥 사랑에 대해 묻는 건 누구나 아는대로 일정한 탐색용이었고 나도 크게 다르지 않았는데 영건이는 불쑥 나는 아무래도 어딘가 상한 사람들만 사랑하게 될 것 같아, 라고 대답했다. 나는 ‘상한 사람’이라는 표현이 가리키는 어려움이나 고난의 상태가 의외라서 뭐라고? 되물었다.
“마음이나 몸에 큰 상처가 있는 그런 사람.”
“왜?”
“그냥 그런 느낌이야, 그럴 것 같은.”
“하기는 현대인은 다 실존의 불안 같은 게 있으니까, 다들 아픈 거나 마찬가지지.”
나는 어떻게든 영건이의 그 말이 지니고 있는 특별한 무거움을 덜어내고 싶어서 그렇게 말했지만 영건이는 동의하지 않았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정말 말 그대로 상해 있기도 해. 그래서 이런 노래가 필요하고.”
영건이는 내 귀에 보아의 <NO.1>을 들려주더니 자기는 곧 입대를 할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영건이가 온다’ 중, 124-125)

-주현이 말하던 순간에 상준의 내부에 있던 무언가 흔들렸는데 그건 슬픔과 분노 같은 형질이었다. 주현은 아직 고통이 생생한 듯 그 폭력을 상세히 말하지 못했는데도 상준은 이미 그 장면을 본 듯한 느낌이었고 분노가 치밀어오르면서 억울해졌다. 동시에 무기력을 느꼈다.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아이는. 아이는 어른들의 싸움이 금세 잦아들기를 고요히 기다릴 뿐. 상준은 그런 아이가 된 기분이었고 앞에서 울먹이고 있는 주현도 이제 한 열 살이나 되었을까 싶은 소녀처럼 보였다. 둘은 서울의 전경이 내려다보이는 부암동의 높은 언덕에 있고 어른들은 슬픔만을 주었으며 그들은 함께 있다. 상준은 무슨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슬퍼서 울었고 그런 상준을 놀라서 바라보던 주현이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리고 선술집에서 나와 차에 올라탔을 때 서로의 몸을 당겨 따뜻하게 안았다.(’오직 그 소년과 소녀만이’ 중, 198-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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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21-02-28 18:1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아 김금희 소설가 장난 아니네요. ˝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정말 말 그대로 상해 있기도 해. 그래서 이런 노래가 필요하고.˝ 이 문장 뒤에 걱정 말아요 그대 같은 거 말했으면 별로 안 슬펐을텐데, ˝유 스틸 마이 넘버 원˝을 붙여버려.... 방심하다가 눈물 핑 돌았네 ㅋㅋㅋㅋㅋㅋ 날씨가 준비도 없이 갑자기 확 따듯해져서 그럴지도 몰라요. 차가운 쪽으로든 따뜻한 쪽으로든 마음의 준비를 할 시간이 필요한데. 요즘은 4월은 되어야 봄이죠. 천천히 가요. 정말로 괜찮으니깐.

반유행열반인 2021-02-28 18:17   좋아요 3 | URL
그런데 이 소설에 저 장면에 핑 할 사람이 딱 우리 나이 까지라 ㅋㅋㅋㅋ저는 대책없이 얼른 더워졌으면 좋겠어요. 그냥 후다다닥 가고 싶을 만큼 새 계절이 두렵다ㅋㅋ넘버원 듣고 힘내야겠네요.

막시무스 2021-02-28 18:5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도 금희작가님이 쓰셨네요! 그림이 많이 들어가는 책인가요? 그림작가님의 이름도 있네요! 저는 오늘 젊은 작가상 페퍼로니 다시 읽었는데 정말 괜찮았어요!ㅎ 3월에는 괜찮은 날만 쭉 계속되시길!

반유행열반인 2021-02-28 19:51   좋아요 1 | URL
핀 시리즈도 테이크아웃 시리즈도 그렇고 한 때 짧은 소설에 그래픽 콜라보로 하는 기획이 실험처럼 나왔던 것 같아요. 이 소설책도 짧은 소설 한 편에 그림 하나 정도 어울려 있네요. 저는 아주 좋았습니다. 오히려 페퍼로니가 약해서 김금희 전성기는 2017-2019아니었나!?하는 제 맘대로 생각 ㅋㅋㅋ막상 이래도 새로 소설집 나오면 감사하다 좋다 하고 읽겠지요 ㅎㅎ 막시무스님도 평안한 삼월 사월 오월 쭈욱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Yeagene 2021-02-28 21: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덕분인지 저도 오랜만에 중고책방가서 김금희 작가 책을 사보았네요ㅎㅎ
날씨가 빨리 따땃해지길 바라봅니다.열반인님 힘내세요!앞으로 더 따뜻한 날들이 다가왔음 좋겠어요:)

반유행열반인 2021-02-28 21:03   좋아요 1 | URL
같은 작가 책 읽는 분이 저랑 아는 이웃이라 그저 반가운 마음이네요 ㅎㅎ 예진님도 더 따뜻하고 좋은 날들 보내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다!!!

라로 2021-03-01 05: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반열님이 소설 쓰세요. 반열님 글이 더 재밌으니까요. 흠흠

반유행열반인 2021-03-01 08:25   좋아요 1 | URL
헤헤 키키 애써 보겠습니다 ㅋㅋㅋㅋ

우끼 2023-08-06 18:29   좋아요 1 | URL
반열님 소설 집필하시나요?222

반유행열반인 2023-08-06 20:12   좋아요 1 | URL
오래 쉬고 있어요 ㅎㅎㅎ
 
트릭 미러 - 우리가 보기로 한 것과 보지 않기로 한 것들
지아 톨렌티노 지음, 노지양 옮김 / 생각의힘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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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225 지아 톨렌티노. 다 봤다!!!

최근 읽은 책 중 가장 많은 독후 활동을 하도록 부추긴 책 같다ㅋㅋ 어쨌거나 드디어 다 읽었다. 책 자체가 작가의 개인적인 부분을 많이 언급하다보니, 그걸 흉내내어 쓴 독후감에도 내가 많이 드러난 것 같아 약간 걱정되기도 했다. 그래도 재미있는 돌아보기였다. 책의 후반부는 읽으면서도 많이 힘들었다. 내용 자체가 어려운 건 아닌데 다루어지는 문제와 나아갈 방향 자체가 감이 오지 않았다. 저자도 그런 걸 아는지 열심히 남들을 까다가도 자조와 반성이 오락가락했다. 3월 14일에 김금희 작가가 온라인 책모임한다는데 과연 참여할지는 미지수이다. 그냥 덕분에 사회 안에서 여성으로 살아가는 것에 대해 간만에 다양한 생각을 할 수 있었고,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방향을 접할 수 있어서 좋았다.


7장 우리는 올드 버지니아에서 왔다

지아의 모교에서 벌어진 성폭력 보도(결국 무고로 밝혀진)와, 실제로 존재했던 남학생 클럽의 폭력성과 강간문화를 다룬 장이었다. 이 장을 읽는 내내 마음이 무거웠다. 반성폭력 회칙을 정하고 함께 페미니즘을 공부하고 관련 행사에 참여할 수 있었던 시기에 대학을 다닌 건(그리고 현재 배우자가 동아리에서 그런 활동을 함께 했던 사람인 건) 행운이었다. 나나 주변 사람들이 직접적인 성폭력 피해를 입지 않은 것도 참 다행이고 함께 공부하고 이야기를 나누면서 열심히 예방하려고 노력했던 일들이 효과를 발휘한 건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그런 징후들을 스치는 일은 피할 수 없었다.

-철 없는 새내기 남학생 하나가 동아리 악기 연습 시간에 수업 과제를 위한 설문을 한답시고 ”낙태에 동의하십니까? 낙태를 해도 된다고 생각해요? 안 된다고 생각해요?”하고 그 자리의 모든 사람들에게 일일이 묻고 다녀서 언니 한 명이 밖에 나와 울면서 하소연 했다. “제발 저 소리 좀 그만 묻고 다니라 그래.” 아직은 자기 결정권도 모르고, 어떤 물음이 누군가의 상처를 후벼팔 수 있다는 생각도 못하던 어린애들이 모여 있었다. 돌아보면 대학생은 그냥 애기다 애기.

-여자친구가 있으면서도 자꾸만 나를 불러내 함께 시간을 보내길 바라던 남자애가 있었다. 외로운 마음에 뿌리치지 못하고 같이 토스트도 사 먹고 집에서 영화도 같이 보고 기타 연습도 했다. 남자애는 날더러 빨리 연애하라고, 그리고 좋아하는 사람이 생기면 자기에게도 꼭 알려달라고 했다. 그런 날이 정말 왔고, 그 말대로 알려줬더니 남자애는 비웃듯이 말했다.
“네가 누굴 좋아할 처지가 된다고 생각해?”
칼날처럼 말들이 마음에 박혔고 밤새 울었다. 그리고 그애에게 쌍욕을 잔뜩 하고 쳐낼 수 있었다. 그 남자애가 자기 고등학교 다닐 때 밤에 야자 끝나고 친구들이랑 야산에 밧줄 들고 숨어서 지나가는 여학생 강간을 모의한 적이 있었다는 이야기를 해줬었다. 결국 실행은 하지 못했다고 얼버무렸지만 그런 시도를 했었다는 것 자체가 엄청 충격을 주었다. 그딴 새끼도 어디서 새끼 낳고 잘 살고 있겠지. 공부 잘하고 머리 좋아도 인성 글러 먹은 말종은 어디나 존재한다. 덕분에 쓰레기 감별은 제대로 배운 것 같다.

-어느 교수(아직 테뉴어는 받지 못한)가 메일을 보내왔다. 수업 중 성폭력 가해를 했다고 학생들에게 지목 받았는데 그에 대한 탄원?해명?의견을 달라는 내용이었다. 상담 관련 수업인데 나 역시 상담 사례에서 성매매하던 청소년 J양에 관해 내가 긍정적으로 언급하자 교수가 ˝(J양에 대해)부러워하는 것 같애˝라고 해서 황당해하며 항의했던 기억이 있었다. 그래서 자보에 지적된 내용과 내가 겪은 일에 관해 그런 부분은 학생들에게 불쾌감 줄 수 있으니 조심하라고, 그런 일이 발생하면 바로 사과하라고 답을 했다.
이전에 교수가 조교에게 성폭력을 가한 사건이 크게 알려진 이후라 그런지, 그저 운이 좋아 그랬는지 몰라도 대부분 교수나 강사들은 말을 조심해서 했다. 그래도 습관처럼 밴 남성 이성애자 중심 언어습관은 가르치는 이들의 입에서 쉽게 튀어나와서 종종 빡치곤 했다. 문화인류학 수업 진행하던 교수가 자꾸 여성 배우자를 ‘마누라’라고 지칭하고, 남자와 남자가 함께 사는 상황에 관해 이상하다, 동성연애냐, 하는 말을 해서 메일로 해당 내용을 보냈더니 잘했다, 미안하다, 고맙다는 내용의 짧은 답을 보내오기도 했다. (다행히 학점 보복 같은 건 없었다.ㅋㅋㅋ)

공부하고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가는 곳이 대학일텐데, 거기 모인 모든 사람이, 우리보다 더 살았던 사람조차 다 올바르게 처신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더구나 학생들끼리는 더 그랬다. 술도 팔아주고 아르바이트도 할 수 있고 학자금 대출도 받을 수 있는 어른 취급 해줬지만 겨우 만 십팔 세부터 이십 몇 세까지 모인 우리들은 너무 어리고 몰랐다. 뭐가 옳은지 제대로 알려주는 사람이 많지 않았고, 알려주는 언니오빠들조차 고만고만 어렸고, 우리끼리 뭐가 옳은지 끝없이 묻고 답하고 공부하고 싸우고 울고 다치고 화해하고 멀어지고 해야 했다. 많은 연애가 사랑과 폭력의 경계 사이에서 아슬아슬 줄타기를 했다. 그렇게 심하게 아프지 않고 무난무난하게 자랐다면 더 좋았었겠는데. 아무튼 그 시기를 지나 지금은 이런 어른이 되었다.


8장 어려운 여자라는 신화

페미니즘이 공론화 된 뒤의 명암에 관해 가장 직접적이고 뼈 때리게 그린 장이었다. 여성이라고 모두 옳을 수 없고, 모든 페미니즘이 그 이즘 만으로 면죄부를 받을 수 없고, 정말 열심히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이 많지만 그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자신이 기여한 바나 노력한 바에 비해 더 큰 명성과 소득을 얻는 사람도 많다는 사실이 아팠다. 여성을 혐오하고 비하하든, 치켜세우고 시대의 아이콘으로 받들든, 자기들이 보고 싶은 틀대로 그때그때의 입맛대로 끼워맞추는 일에 대해 경계하는 점이 좋았다. 같은 행동이고 같은 여성인데 누군가의 의도대로 추앙받다 패대기쳤다 하는 건 대중매체나 언론이나 소셜네트워크에서 끝없이 이루어지는 일이다. 여기서도 엘리자베스 워첼의 비치가 나와서 반가웠다. 아, 그리고 유명인사의 언동을 추앙하는 것의 함정, 결코 훨씬 많은 알려지지 않은 여성을 대변할 수 없는 다른 입지와 상황에 대해 말하는 부분도 좋았다. 각자 선 자리가 다르고 계층 계급 인종 지역 언어 기혼 미혼 성적지향 종교 직업 지위 등등에서 여성들은 각기 다른 조건과 대우에 처한다. 자신이 놓인 자리가 아닌 다른 곳을 이해하고 공감하기란 참 어려운 일 같다. 적어도 나와 다른 위치에서 힘들게 살아가는 이들을 비난하느라 에너지를 써버리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픈 걸 다독이기만 한대도 우리 가진 시간과 힘이 부족하지 않습니까. 중요한데다 힘을 씁시다.


9장 결혼, 나는 당신이 두려워요

지아처럼 나 또한 결혼식 같은 의례를 좋아하지 않았다. 임신이 먼저였고, 혼인신고와 전세자금대출신청을 동시에 했다. 그렇게 어른이 되었고 결혼식은 내 인생에 없을 거라 생각했다. 그러나 아이가 여섯 살 되었을 때 시어머니가 리마인드 웨딩 무료촬영권, 이란 걸 어디서 얻어다 내밀 때 알았다. 결국 한 번은 치러야 더는 듣지 않을 말들이 있다는 것, 의식은 우리가 아닌 사람들을 위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그때부터 다섯 달 간 준비했다. 목표는 규모도 비용도 최소한으로. 마침 국립중앙도서관에서 식장 대관을 해 주는 걸 알고 아침 일찍 광클해서 일단 장소부터 잡았다.(대관비가 무려 육만원!!!) 예식 후 피로연은 도서관 직원들 급식제공하는 업체에서 저렴하게 뷔페식으로 공급해주었다.
그러나 일반적인 웨딩홀이 아니다보니 사소한 부분 하나하나 다 알아서 해야했다. 인터넷 쇼핑으로 자잘한 것들 주문했다. 웨딩드레스조차 사이즈 재서 알려주면 만들어 택배로 보내주는 사이트에 주문해서 삼십만원대에 해결했다 ㅋㅋㅋ 메이크업도 동네에 오피스텔에서 해주는 야매 (그렇지만 프라이빗 샵이라고 우기지 ㅋㅋ) 같은 곳에서 저렴하게 했다. 부케는 조화랑 리본 사다 직접 만들었다. 주례는 필요 없고, 내 아이가 나레이션을 해 준 신랑 신부 소개 영상을 틀고, 아이와 아이의 사촌이 들러리로 입장했다. 밴드에서 건반 치는 친한 언니가 피아노 반주해줬고, 먼저 입장한 신랑이 기타 치고 신부 입장하면서 ‘너의 의미’를 불렀다. 혼인서약 할 때는 ‘일상으로의 초대’를 부르고, 가수가 된 친구가 자기 동생 결혼식에서 부른 ‘축의금’이라는 노래를 재사용(?)해 축가를 불러주었다. 사진 촬영은 박물관에서 유물 촬영 일하던 친구가 해줬다. 그렇게 친구들 도움 얻어 하객 백명 조금 넘게 모시고 파티 하듯 마쳤다. 뭐 당연히 결혼반지도 웨딩케익도 없었다. 화려하지 않고 준비는 힘들었지만 스스로 다 하고 돈 낭비도 허투루하지 않아서 내내 그렇게 하길 잘했다고 생각한다. 뭐 안 했어도 상관 없었겠지만 그냥 재미있는 추억이 되었다.
우리가 한 것처럼 작정하고 다 알아서 준비한다, 하지 않는 이상 남들 하는대로 웨딩 업체와 웨딩홀에 맡기고 스드메 각종 촬영 등등을 업체에 계약하면 상당한 비용이 든다고 한다. 그런 비용을 조금이라도 회수하려면 하객이 많아야 하고, 그래서 그리 친하지도 않은 사람들이나 부부와는 일면식도 없는 부모의 지인들까지 초대해서 식을 치르는 경우가 많다. 잘 모르겠다. 각자의 선택이겠지만 코로나 때문에 계속 날짜 미루며 고생하는 예비 부부들 보면 안타깝기도 했다. 굳이 남들에게 널리 알리지 않아도 같이 사는 건 가족이 되는 건 변함 없는 일인데 본말이 바뀐 느낌이다. 그냥 형식 때문에 정작 중요한 사람과 마음과 관계가 소외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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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2-25 23:3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우와 마지막 엔딩은 감동의 결혼식 친구들도 진짜 멋지고 아이와 함께 자그만한 축제, 콘서트로 이루워진 결혼식, 열반인님 이페이퍼 시즌 2를 원해요 ^0^

반유행열반인 2021-02-26 07:34   좋아요 2 | URL
저 늘 리뷰만 쓰다 페이퍼 쓰니까 메인 올라가는 거 보고 엄청 쫄았어요 ㅋㅋ페이퍼 형식이면 저기 보내는 구나 하고 ㅋㅋ 너무 많이 털어서 시즌2 채울 내용은 없지 않을까요 ㅠㅠ꾸준히 함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제 트릭미러(?) 보다는 원작이 더 재밌을 거에요 그걸 시즌2 삼아 보시면 아류였네 열반이...하실 듯 ㅋㅋㅋㅋ

바람돌이 2021-02-26 01:1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 책 관심이 가네요. 보관함에 일단 넣고 조만간 봐야겠어요. 여기서 조만간이란 일단 쌓인 책들 좀 읽고요. ㅎㅎ 마지막 엔딩에 좋아요를 보냅니다. 감동적이에요. 저는 귀찮아서 그냥 웨딩업체에 다 맡겼거든요. ㅠ.ㅠ

반유행열반인 2021-02-26 07:36   좋아요 0 | URL
판매 성공이네요 ㅋㅋㅋ 딱 지금 고민해야 할 지점 많이 짚어둬서 읽으면 건질 거리 하나는 있을 책이었어요. 저는 다시 하라면 귀찮아서 식 자체를 안 할 거 같아요 ㅋㅋ

psyche 2021-02-26 02:5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와 정말 결혼식 장면. 감동적이에요! 아이의 나레이션, 신랑이 기타치고 신부가 노래하고, 혼인서약을 노래로!! 축제같고 파티 같은 멋진 결혼식이네요. 참석했던 사람들도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거 같아요.

반유행열반인 2021-02-26 07:38   좋아요 1 | URL
적은 사람 모여서 웃으면서 구경 잘 했다 하는 분위기라 좋았어요 ㅎㅎ노래가 들어줄만했냐 아니냐는 별개로ㅋㅋㅋ(아이유 노래는 걸어들어가면서 부르다 가사 다 틀림 ㅋㅋㅋ야 넌 아이유 아니야 하는 깊은 교훈만 ㅋㅋ)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라로 2021-02-26 06:4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댓글 페이퍼처럼 기일~~~~~~게 썼다가 다 날라가서,,, 지쳤어요.ㅠㅠ 포기.ㅠㅠㅠㅠ

반유행열반인 2021-02-26 07:40   좋아요 1 | URL
ㅠㅠ지치지 말고 푹 쉬고 나중에 힘 나실 때 같이 재잘재잘해요. 이 결혼식이 바로 피아노 반주로 신랑 입장 때 언더프레셔, 어머니들께 인사할 때 보헤미안랩소디, 퇴장할 때 뷰리풀 원즈 깔던 그것이에요 ㅋㅋㅋ(식은 이제 인생에 한 번으로 끝끝 ㅋㅋㅋ)

라로 2021-02-26 08:05   좋아요 1 | URL
그럴거라고 생각했어요. ㅎㅎㅎㅎ 암튼, 일하고 와서 긴 댓글 달았다가 날라가서 포기했지만, 핵심은 지금 이렇게 멋진 어른이 되어 주셔서 고맙다는 거에요!!^^

반유행열반인 2021-02-26 08:48   좋아요 0 | URL
저도 멋진 어른이 긴 댓글 달아주셔서 고맙습니다 ㅎㅎㅎㅎㅎ

2021-02-26 0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2-26 09:3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막시무스 2021-02-26 09:43   좋아요 1 | URL
열반님의 후기만으로 본전 충분히 뽑았구요! 금희작가님 라이브는 보너스겠죠!ㅎ 좋은 글 항상 감사요!

2021-02-26 09:4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페넬로페 2021-02-26 09:5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그동안 죽 연재해주신 열반님의 여러주제에 관한 글 잘 읽었어요^^
열반님을 잘 모르지만 그래도 제가 느끼는 열반님은 참 강하고(좋은 의미), 흔들림없이 세상을 잘 살아가시는 분 같아요. 아니라고 말씀 하실것 같지만~~
마지막 글도 좋네요^^
감동이예요**

반유행열반인 2021-02-26 09:55   좋아요 2 | URL
글에는 과장도 생략도 많아 제가 얼마나 온전히 담겼는지 자신있게 말씀을 못 드려 죄송한 마음이... ㅎㅎ있지만 좋아해주시고 좋게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페넬로페님!!!!

하나 2021-02-26 11:1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여러 생각을 하게 만드는 글이네요. 대학시절에 비하면 어떤 의제들에 대해서는 세상이 많이 바뀌기도 한 거 같고요. 많은 연애가 사랑과 폭력 사이를 오갔다는 말씀에도 공감합니다. 예전에 어떤 지역에서 있었던 학생들의 집단 성폭력 사건에 대해서 친구들이 근데 여자애는 거기 왜 갔대? 라고 말했을 때 암담한 심정이 되었던 일이 생각나네요. 시간이 많이 지났고, 우리 모두에게 생각해 볼 기회가 많았으니까 지금은 조금이라도 달라졌기를 바라고 있고요.

마지막의 열반인님의 결혼식 장면도 엄청엄청 멋지고요. (역시 중요한 게 뭔지 알고, 컨텐츠가 많은 사람 ㅋㅋㅋ) 저는 정한수 한 그릇 떠놓고 잘 삽시다, 하는게 유일한 로망인데 ㅋㅋㅋㅋㅋㅋ

저는 ˝인싸 망해도 3년 간다˝ 주간을 마치고 돌아왔습니다. 그러는 동안 제가 그냥 말씀드린 ˝~~한 걸 해보고 싶어요.˝가 그동안 만난 저보다 더 무서운 적극성을 가진 사람들이 계획을 실제로 옮길 수 있는 방법 오조오억개를 컨설팅해주어서 잠시 진정하는 시간을 갖고 왔습니다. 근데 생각해보면 왜 나를 위한 사업계획서는 한 번도 쓰지 않았을까, 싶기도 했고요. 내가 변하든 세상이 변하든 뭐라도 변하긴 하네요.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2-26 11:24   좋아요 1 | URL
바삐 다녀오셨군요 ㅎㅎㅎ 바뀐 건 다행인데 지아 톨렌티노가 바뀌었다고 흐뭇해하다 어느 순간 하나도 안 바뀌었어! 하고 충격 받는 장면 오는 거 보고 저도 저런 감정 마주치는 날 올까 봐 두렵더라구요...적어도 입다물고 묻어두자 하는 건 안 하는 걸로... 타격을 못 주더라도 나쁜 짓한 사람한테는 귀찮게 굴기라도 하는 걸로 ㅋㅋㅋ마음을 다잡습니다.
정한수 좋네요 ㅋㅋㅋ저도 그러고 싶었는데 제가 세상에 졌습니다 ㅋㅋㅋ지는 김에 도서관 결혼식(캐리 브래드쇼냐) 정도면 타협 되겠다 싶어 질렀는데 정작 그 도서관 책은 한 번 빌리지도 못한 ㅋㅋㅋㅋㅋ

파이버 2021-02-27 14: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완독 축하드립니다! 짝짝! 결혼식 이야기 감동이에요 아직 결혼할 생각은 없지만 먼 훗날 만약 하게 된다면 열반인님처럼 하고 싶네요ㅎㅎㅎ 초대받은 하객들께도 좋은 시간이었을거 같아요!

반유행열반인 2021-02-27 17:20   좋아요 1 | URL
축하해주셔서, 좋은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ㅎㅎ 다 읽고 나니(그리고 다 치르고? 나니) 홀가분한 느낌은 있습니다. 다만 읽기도 의식도 본인 선택대로 하고 왠지 남들도 하니 해야할 거 같아서 떠밀리는 경우가 없어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ㅎㅎㅎ먼 훗날 만약 있을 그 좋은 시간 미리 응원합니다!!!

Yeagene 2021-02-27 20:5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오...열반인님 드디어 다 읽으셨군요!
그동안 책과 함께 진행되는 열반인님의 이야기 진짜 재밌게 읽었어요..끝난다니 살짝 서운하지만 열반인님의 이야기는 이제 시작(?)이니까요..ㅎㅎㅎ
열반인님은 본인의 역사 내지 경험담을 최대한 담담하게 얘기하시는 것 같아요..그게 열반인님의 매력같기도 하고요..
이런 일을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얘기하시는구나,하고 감탄한 적도 있네요.본인의 일을 너무 미화해서 얘기하시는 분들도 많이 봤거든요.
마지막 결혼식까지 정말 훌륭한 대단원의 마무리를 해주신 느낌입니다.앞으로의 열반인님 얘기도 기대할게요!:)

반유행열반인 2021-02-27 21:46   좋아요 1 | URL
담담하게 전달되는 느낌은 뭘까 궁금해요 ㅎㅎㅎ그냥 말하는 건데 다른 사람들한테는 어떻게 내 지난 시간이 받아들여지는 걸까 잘 모르겠더라구요. 부족한 제 이야기 계속 지켜봐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또 풀어놓을 것 있으면 열심히 해 볼게요 ㅎㅎㅎ예진님도 예진님 이야기 많이 들려주세요 ㅎㅎㅎㅎ

syo 2021-02-27 22: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기 너무 훈훈해서 댓글 읽다가 데겠다!! 😆

반유행열반인 2021-02-28 07:23   좋아요 0 | URL
화상주의 ㅎㅎㅎ

2021-03-07 23:5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3-08 06: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은오 2023-08-07 03: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책 한권에 이런 시리즈 독후감이 나올 수 있다니.... 넘 재밌게 읽었습니다. 전 이 책보다 유열님 독후감이 더 좋네요 ㅋ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3-08-07 12:19   좋아요 1 | URL
미래에서 오셔서 제 야식작(야심작이라 하면 왠지 겸손하지 않아) 독후감 친히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저도 책 별 다섯 줄 정도는 아닌데 두꺼운 거 읽고 주절이 많이 싸재껴서 과대평가함 ㅋㅋㅋㅋ 은오님 백자평도 아주 많이 공감합니다 ㅋㅋㅋㅋ

은오 2023-08-08 04:22   좋아요 1 | URL
야식작 ㅋㅋㅋㅋㅋㅋ 아니그래도 야심작이랑 야식작은 ㅋㅋㅋㅋ
 
지옥 1
연상호.최규석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7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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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뇌는 끝없이 이유를 찾고, 범주화와 분류, 단순화를 좋아한다. 그래서 오래도록 선악의 개념은 납짝해진 채 지금에 이르렀다. 다수의 (명시적 또는 묵시적) 합의의 결과로 옳고 그름을 나누고 처벌을 통해 그름 으로 분류된 사람에게 고통을 준다. 법이 또 오랫동안 해 온 일은 사람이 한 일과 그 결과에 합당하게, 너무 작지도 크지도 않은, 피해와 응보의 균형을 맞추는 형벌을 찾아 합당하게 부과하는 것이었다. 법이 한다고 하지만 결국 사람의 법리와 논증에 따른 결과이다. 그렇지만 사람들이 접하는 누군가의(대부분은 완전한 타인의) 과오란 그 일을 저지른 사람의 전체를 오염되고 부정하고 사람 이하의 존재로 보기 쉽게 만든다. 그래서 법의 심판을 불신하고, 조금 더 정의감에 불타는 사람들은 여론재판이든 신상털이든 사적린치든 자신이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을 동원해 일을 저지르기도 한다.(법은 사적 처벌을 허용하지 않아 그 일은 또 다른 범죄로 분류되어 또 다른 처벌을 낳고, 사람들은 사법 절차를 비난하고 분개한다.)
연인의 범죄를 돕거나 감춰주고, 수감 후 석방된 가족을 다시 맞이하고, 비난에 맞서 지인의 과오를 감싸는 이들을 사람들 대부분은 이해하지 못하고 잘못한 이와 함께 싸잡아 공격한다.
그런데 내가 만일 법 또는 도덕, 윤리 등등 공동체가 규정한 크고 작은 규범의 위반자가 된다면, 또는 내 혈육이나 사랑하는 사람이 그런 위치에 놓인다면 나는 어떻게 행동할까?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크던 작던 죄를 범하면 고통 속에 남은 삶은 포기하거나, 사회적 고립과 매장을 감수하고 죽은 것처럼 지내야 할까. 사지가 찢기고 불타도 그건 그저 그럴 만한 사람이어서 그렇게 된 것 뿐일까.
스토리는 연상호가 썼지만, 몇 년 전 최규석이 비난 받던 어떤 사건을 자꾸만 떠올릴 수 밖에 없었다. 꼬마비의 만화 살인자ㅇ난감(오타 아님 ㅋㅋㅋ제목이 저럼)도 생각났다. 지옥이 죄와 연결된 건 불교든 기독교든 종교의 영향이 클 텐데, 고통이 늘 죄의 응보는 아님을, 지옥 같은 고통과 불행에 떨어진 사람에게 너의 죄를 토해내라고 요구하는 것도 가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죄도 처벌도 사람 바깥의 일이 아닐까 싶었다.
물론 세상에는 정말 나쁜 놈들이 있지만, 최대한 안 그러려고 노력은 하겠지만 나도 그런 나쁜 놈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과 나쁜 놈들의 희생자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동시에 들어서 만화를 보는 내내 판단이 어렵고 조금 힘들었다. 이 권도 보긴 봐야지...결말을 어떻게 맺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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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gene 2021-02-25 19: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최규석 작가의 <송곳>은 정말 훌륭한 작품이었어요.우리나라같은 풍토에서 이런 만화가 나오다니..하고 감탄만 했었는데 불미스런 일에 휘말리셨더라고요 ㅠㅠㅠ

반유행열반인 2021-02-25 21:18   좋아요 2 | URL
네 저도 송곳을 정말 좋아해요. 이번 만화 보면 본인 스토리로 이걸 그렸다면 엄청 구설수 휘말리고 힘들었겠다 싶더라구요. 그저 비유일지라도요. 그래서 스토리 작가 따로 둔 게 아닐까 싶은 건 역시나 저의 넘겨짚는 짐작일 뿐 ㅋㅋㅋ

psyche 2021-02-26 03: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네이버 웹툰 연재할 때 열심히 봤어요. 올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로 나온다고 해서 기대중입니다. <살인자ㅇ난감> 이라는 만화는 처음 들었는데 당장 찾아봐야겠네요.

반유행열반인 2021-03-13 10:15   좋아요 0 | URL
만화가 영화감독이랑 작업하며 영상화 염두한 연출이더니 드라마 나오는 군요 전 드라마로는 못 볼 거 같아요 만화로도 벅찬 진행 ㅋㅋㅋ살인자ㅇ난감이랑 s라인 같은 작가(꼬마비) 만화인데 전 좋아했어요 극화체 아니고 꼬마그림? 같은데 내용이 섬뜩하면서도 생각 많이 하게 해서 ㅋㅋㅋ아주 오래된 만화에요 ㅋㅋㅋ
 

-20210224- 지아 톨렌티노. 읽는 중.

5장 엑스터시

종교는 인민의 아편, 이 한 마디에 동조하는 삶을 길게 살았다. 기왕이면 진짜 아편이 낫겠다, 싶은 나도 교회에 다닌 적이 있었다!!!ㅋㅋㅋ
초등학교 4학년 때 아빠가 원인 모르게 많이 아팠고(뒤늦게야 정신과 질환인 게 밝혀졌다), 그래서 굉장히 힘들어하다가 피아노 선생님께 그런 상황을 털어놓고 울었다. 선생님은 나를 위로하며 하나님께 기도하자고 했다. 같은 해 담임 선생님도 비슷한 말로 위로했다. 나는 전혀 기독교와는 거리가 먼 집안에서 자란 터라 다소 어리둥절했다. 그러다가 5학년이 되자 피아노 선생님이 교회 성가대 지휘를 맡고 있는데 가서 반주자 활동을 하면 내 실력 향상에 도움이 될 거라고 했다. 부모님의 허락을 겨우 얻어 성경책과 찬송가책을 사서 교회에 나갔다. 아이들은 창세기 출애굽기 레위기-하는 노래를 하며 복음서들의 이름을 순서대로 외웠고 나는 그냥 멀뚱하게 앉아 있었다. 당시 학교 합창부 선생님이 가성을 엄청 시켜서 나는 가성 발성 밖에 못하는 상황이었다. 성가대 연습을 시작했는데, 내 가성이 상당히 거슬렸는지 선생님은 그냥 평범하게 다른 애들처럼 부르라고 했지만 나는 그 평범하게 다른 애들처럼 부르는 법을 잊은 상태였다. 결국 너는 노래하지 말고 전에 말한대로 피아노 반주를 하라고 했다. 실력이 엄청 달리는데 예배시간에 찬송가 반주를 하려니 정말 후달렸다. 성가대에는 다른 피아노 학원 원장님 아들도 있었는데, 그 애는 나보다 피아노를 열 배쯤 잘쳤다. 나중에 한예종에 붙고 독일 유학 가서 피아니스트도 되었지… 아마 그애 엄마가 자기 아들 대신 다른 아이가 피아노 반주 하는 걸 못마땅해했을 것도 같다. 그런데도 성가대 지도하는 피아노 선생님 입김인지 나는 그해 성탄절 칸타타 무대의 반주까지 했다. 긴장해서 엉망진창 말아먹었던 것 같은데 오히려 성가대원들이 괜찮다고 잘했다고 위로해주었다.
그때 교회는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부모도 안 다니고 완전 새 신자인 나를 원래 있던 애들마냥 대해주고, 애들 사이에 섞여서 밥도 먹고, 성경공부를 빡세게 시키지도 않고 그냥 애들 사이에 앉아 있으면 깍뚜기마냥 가만히 있게 해 주었다. 다른 아이들은 뭔가 외워야 할 걸 틀리면 선생님들이 장난스레 구박하기도 했는데 나는 부진아마냥 그냥 애들과 선생님이 문답하는 걸 구경만 했다. 애들하고 예배 끝나고 단체로 아이엠그라운드 같은 게임하는 게 재미있었다. 피아노 잘 치는 남자애한테도 호감이 생겨서 같은 반 아이에게 교회에 좋아하는 아이가 생겼다고 말했다. (우연인지 지금 남편도 피아노 선생님 아들 출신?이다 ㅋㅋㅋㅋㅋ) 그 같은 반 아이가 하필이면 그 남자애 엄마의 피아노 학원에 다녀서 남자애에게 내 얘기를 한 모양이었다. 남자애가 같이 놀던 어느날 둘이 남겨졌을 때 너 나 좋아하냐? 하고 물었고, 나는 그냥 우정 같은 거야! 하고 얼버무렸다. (사실 빼박 이성애 감정이었어…) 그렇게 좋게 넘겼다고 생각했는데 남자애가 갑자기 나를 짓궂게 괴롭히기 시작했다. 체르니 40번에 3번 치는 주제에, 하고 놀리고, 부활절에 계란 껍질을 내게 막 흩뿌리고, 하여간 온갖 안 하던 치사한 짓을 하며 괴롭혀서 정내미가 딱 떨어져 버렸다. 아무래도 정내미 떼려고 그랬나 보다 ㅋㅋㅋ 마침 집안 사람들이 온갖 우환을 핑계로- 교회가던 날 영하의 날씨에 비가 내려 비탈길에서 미끄러져 얼굴을 크게 다쳤는데, 그것을 불길하게 말하고, 성경책과 찬송가가 분위기가 안 좋다고, 치워야 조상이 안 노할 거 같다는 소리도 듣고 ㅋㅋㅋ 너희 증조할아버지가 절을 지은 분인데 교회는 아닌 거 같다고, 하여간에 완곡한 듯 노골적인 교회 그만 다녀라 소리에 마침 남자애 괴롭힘도 힘들던 차라 6학년 봄 무렵 완전히 교회에서 발길을 끊었다.
교회는 사교의 장이자 음악 교육 장소였지만, 나도 나름 영적인 기분이 충만했던 기억이 한 가지 남아 있다. 남자애가 계란 껍질을 뿌려 기분이 더러워져 있었는데, 세수식을 한다고 했다. 한 남자 집사님이 대야에 따뜻한 물을 받아 손을 가만가만 씻어주었다. 그러면서 예수님이 이렇게 당신을 사랑하십니다, 하고 말해주었는데, 그때의 기분은 어디서도 느껴보지 못한 것이었다. 이후로 나는 누구에게도 사랑 받지 못할 것을 오래도록 두려워하면서 살았다. 누가 나를 계속 지켜보고 사랑해주고 있다고 믿을 수 있다면 조금 더 행복하고 평안하게 살 수 있겠다 싶은 생각도 문득 들었지만, 나는 실체를 알 수 없는 신을 그런 존재로 여길 수 없는 사람이었다. 세상을 이렇게 내버려두는 신이라면 그냥 안 믿고 지옥에 가겠다고 배짱 튀기는 마음도 먹었다.
지아는 어린 시절 오래도록 교회에 다녔지만 결국 그 상업성과 세속성 때문에 교회에서 멀어지고 힙합 음악과 향정신성물질에 빠진다. 종교와 음악과 마약의 유사성에 대해 자신의 경험을 비추어 말하는 게 대담해 보이면서도 아주 새롭지는 않았다. 나라면 아마 거기에 섹스를 추가했을 것이다…무아의 황홀경을 제대로 보여준 건 나한테는 그게 제일 생생하단 말이다. 사실 종교와 음악에서 그만큼의 도취감을 느낀 적이 없고, 그래서 종교인도 음악인도 되지 못한 것 같다. 약에 대한 환상은 어려서 좋아한 음악가들의 약쟁이 경력과, 소설과 영화로 재미나게 본 트레인스포팅 같은 서사들이 궁금증을 부추겼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철컹철컹 안 하고 접할 약물류란 카페인과 알코올과 처방받은 향정신성의약품이라서, 내가 접한 것도 딱 거기까지이다. 불면과 불안에 시달리던 나에게 죽음처럼 깊은 잠과 다음날 아침의 상쾌함에다 오전에 세 권 읽을 만큼의 맑은 정신을 경험하게 해준 졸피뎀, 그래서 연예인들이 졸피뎀을 불법으로 구하는 심정을 왠지 알 것 같다. 나 또한 아주 짧은 투약 후 단기기억상실이라는 부작용(약 먹고 바로 안 자면 자기 전까지 기억이 다 사라졌다 ㅎㄷㄷ)을 의사에게 말했더니 급하게 약을 바꿔버렸다. 그러고나니 다시 수면장애가 생기고 졸피뎀을 줍는 꿈까지 꿨다. 벌써 십 년은 지난 일이지만, 약물의존증이란 참 무섭기도 해서 같이 사는 식구가 그런 의존 습관을 안 뒤에는 내 상태를 많이 살피고 가능하면 약을 쓰지 말자 약속해서 그럭저럭 참고 살고 있다. 그렇지만 지아가 엑스터시나 엘에스디 같은 약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 놓는 걸 보면, 그로 인해 고양된 감정이나 예술적 영감과 자극을 늘어놓는 약쟁이 음악가들의 체험담을 들으면, 흠 나쁜 놈들아 나 그냥 예술 안 하고 평범하게 살래 꼬시지 마라...하는 생각이 들었다.


6장 일곱 가지 사기로 보는 이 세대의 이야기

이 장에 소개된 사례들은 ‘진실의 흑역사’ 최신판에 실릴 법한, 명백한 사기와 사기와 과장 판매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드는 마케팅과 그로 인해 부자가 되고 유명해진 사람들이 담겨 있다.
엉터리 락페스티벌 주최로 끝내주는 휴가를 원했던 사람들에게 난민 체험을 안겨준 매그니시스,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마음대로 팔아 부를 축적한(내가 얼마전 탈퇴한ㅋㅋ) 페이스북, 미국에도 ‘페미코인’이라 할 만한, 페미니즘을 사칭해 자기개발서와 세미나 장사하다 불법 해고 폭로 당하고 사업 접은 여성 CEO들이 있었다는 것, 아마존의 편리함 뒤에 노동자 착취가 있었다는 걸 알고는, 사회성 없고 대면 접촉을 꺼리는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온라인 쇼핑이 지역 상권(서점, 레코드점)의 소멸을 부추기고, 어쩌면 누군가의 몸과 마음을 갈아 마술 같은 배송(어차피 빨리 받은 거만 뿌듯하고 당장 써보지도 못하고 출근해서 결국 저녁에 받은 거나 매한가지일)을 누리고 있었는지도 모른다는 고민을 잠시 하게 되었다.

사기라고 하기에는 조금 거리가 멀지만, 왠지 이 장을 읽으며 아주 최신판 흑과거가 떠오르고야 말았다. ㅋㅋㅋ
그날따라 아침에 여유가 있었고, 그날따라 잘 가지도 않던 스타벅스 커피 한 잔을 마시고 싶었다. 아침 일찌감치 도착한 매장 안에 젊은 여성들이 약간의 초조한 분위기를 풍기며 서너 명 정도 먼저 와 있었다. 손에는 옛날 아로나민골드(ㅋㅋㅋㅋ왜 갑자기 추억 소환) 틴케이스 크기랑 거의 비슷한 걸 들고 비닐포장을 벗겨 안의 내용물을 확인하고, 분주해보였다. 문득 인터넷 뉴스 헤드라인으로 플레이모빌 굿즈를 판다는 걸 얼핏 봤던 기억이 났다. 피규어 한 개에 만이천원이라던가? 평소에는 애들 장난감 잘 안 사주는 짠돌이 주제에 왠지 하나 사다주면 좋아하겠네, 두 개 사? 생각하다가 내 차례가 되었다. 나는 옆에서 틴케이스를 까는 사람을 흘깃 보다 플레이모빌, 어떻게 사는 건가요, 하고 직원에게 물었다.
몇 개 사시게요?
약간 동문서답 같은 느낌이었지만 왠지 주눅이 들어서 집게 손가락 들어 하나요, 했다. 구매를 하려면 카드에 충전을 해야하고, 개봉하면 교환환불이 안 된다는 안내를 받았다. 뭔가 이상했는데, 그때 얼마를 충전해야 하는지 물었어야 했는데 얼떨결에 네, 해 버렸다.
직원이 비닐포장에 담긴 틴케이스를 내밀었다. 어, 저게 피규어야? 뭔가 거대한데...난 이거 아닌 거 같은데...하면서도 충전하려면 개봉해주세요, 해서 비닐을 뜯고, 카드를 꺼내야 한다고 해서 틴케이스를 열었다. 어... 딱 보기에도 비싸보이는 스타벅스 직원 모양 피규어 두 개랑 딱 보기에도 리미티드 에디션입니다 하는 금색 두툼한 카드형 키링이 두 개 담겨 있었다. 여기서부터 뭔가 잘못되었다는 예감이 들었다.
십만원이십니다. 카드 충전 할게요.
손에 착 감기는 느낌이 좋은 두툼한 골드카드를 차례로 충전기 위에 얹는다, 삼만원씩 육만원 충전하겠습니다, 하는 말에 움찔하다 체념한다, 육만원 결제하시겠습니다, 하는 말에 체념하고 신용카드를 건넸다… 뭐 커피 육만원어치 금방 먹지… 그런데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제 굿즈 계산하시겠습니다. 사만원인데(뭐??) 방금 충전하신 금액으로 결제 가능하십니다. 카드를 다시 기계에 얹었다. 순식간에 충전 금액 중 사만원이 빠져나갔다. 받아든 영수증에는 카드 잔액 이만원… 커피를 두 잔 시켰다...이제 잔액은 만원…
허탈한 마음으로 아로나민골드를 들고 커피를 기다리며 매장에 앉았다. 다리가 풀려서 서 있을 수 없었어...원래 사람들 잔뜩 줄 서 있으면 일부러 멀리 돌아가던 나인데. 왜 오늘 하필 이 시간에 스타벅스에 와서, 원래 먹으려던 커피나 한 잔 사서 나가지 갑자기 장난감을 사겠다는 생각을 하고, 갑자기 받아든 건 딱 보기에도 리미티드 에디션인(나한테는 쓰잘데기도 없고 관심도 없는) 것이냐… 그러다가 갑자기 당*마켓에 올리면 누가 사가지 않을까? 하고 굿즈 가격 4만원에 카드에 1만300원 잔액 남았으니 5만원에 올리면 되겠네, 하며 다시 비닐에 봉한 채 손도 대지 않고 테이블에 올려둔 틴케이스를 사진찍어 당근마켓에 올렸다.
불과 몇 분 만에 누군가 말을 걸어와서 거기는 줄이 길지 않았나요, 하길래 서너명 있던데요? 카드만 파시는 건가요? 하길래 아뇨 케이스랑 인형 다 그대로 손도 안 대고 있어요, 전 필요 없는데 실수로 사버려서요, 택배로 부쳐주시나요? 아뇨, 얼른 치워버리고 싶어서 직거래요, 했더니 몇시몇시쯤에 내 직장 근처로 오겠노라 해서 알았다고 했다. 나는 휴, 다행이다 하고 커피를 마시고 출근해서, 엄마 차를 타고 온 젊은 여성에게 떨어버리듯 틴케이스를 넘기고 오만원이 입금된 걸 확인했고, 구매하신 분은 나에게 정말 감사하다며 큰절을 하고 다시 차를 타고 사라졌다.
나중에 알고보니 한정판 골드카드와 피규어 수요가 많은데 매장마다 소량만 판매해서 새벽부터 줄을 서고 그래도 구하지 못해서 웃돈을 주고도 중고거래를 한다고 했다. 과연 중고 사이트에는 두 배 가격에 내 손을 잠시 스친 장난감들이 올라와 있었다. 나는 그저 내가 원하지도 뭔지도 모르던 물건을 내 수중에서 없애버린 게 마냥 홀가분할 뿐이었다. 멍청이처럼 남들 사는 걸 따라사다 갑자기 큰 돈을(책이 몇 권이냐!!!) 공중분해 시킬 뻔 한 게 너무 창피해서 어디 얘기도 못하다가 갑자기 생각나서 여기 올린다 ㅋㅋㅋ 스타벅스의 마케팅이 내심 괘씸하기도 했다. 그냥 케이스를 받고 십만원 딱 내고 사는 게 아니라, 일단 개봉해서 카드에 충전을 해야만 살 수 있고, 사고나면 낙장불입이고, 그런데 선심쓰듯 방금 충전한 금액으로 결제시켜 줄게, 해서 심리적 손상을 최소화하면서 비싼 지출을 합리화하고 위안 받게 하는 그런 방식의 판매가 충격적이기까지 했다. 내가 구식이고 이상한 건지도 모르겠지만 ㅋㅋㅋ 브랜드 효과와 한정판 마케팅과 키덜트의 열망까지 한 방에 압축적으로 활용하는 덫에 걸려드는(?)경험, 이제 아무데나 줄서고 카드 막 내밀고 그러지 말자, 하는 교훈을 아주 비싸지 않은 값에 얻었구나 싶은 파란만장한 하루였다.
...내가 그러고나서 쫄아서 스타벅스를 못 가고 있잖아...ㅋㅋㅋㅋ

+ +나중에 찾아보니 아로나민 골드 드립은 너무 했나 싶게...ㅋㅋㅋ틴케이스 크기만 빼면 싹 다르다....ㅋㅋㅋㅋ

-피로회복엔 아로나민 골-드
-아휴 ㅈ 같은 굿즈 꼴보기도 싫네....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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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1-02-24 22:56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이시리즈 중독 되서 첫번째로 추천 눌러요ㅋㅋ 광팬人증 ^0^

반유행열반인 2021-02-25 09:06   좋아요 2 | URL
재미있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scott님 ㅋㅋ

Yeagene 2021-02-25 19:2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다음번에는 어떤 얘길하실지 흥미진진합니다ㅎㅎ
앞에 이야기 읽고 뭔가 코멘트를 남길려고 했는데 뒤의 스벅이야기가 넘나 강렬했어요 ㅎㅎ그래도 당근마켓에 금방 파셔서 다행이네요:)

반유행열반인 2021-02-25 19:43   좋아요 2 | URL
ㅋㅋㅋ저는 굿즈 문화에 도무지 적응이 안 되네요. 여기에서 노화를 실감해야 할지 자본에 저항하는 거야 엣헴 (하기엔 이미 휘말림 ㅋㅋㅋ) 할지 ㅋㅋㅋ 마지막 남은 뒷부분은 어렵고 힘든 내용이라 이거 수습을 어떻게 하지 시무룩 하고 있네요... ㅋㅋㅋ

psyche 2021-02-26 03: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저 스타벅스 굿즈가 4만원이나 했군요! 저는 사진으로 보고 아 귀엽다. 역시 굿즈는 한국이 최고야 했는데 가격이 후덜덜하네요.

반유행열반인 2021-02-26 07:28   좋아요 0 | URL
뒷면에는 십만원 적혀 있고 굿즈만 사만원에 굿즈 사려면 꼭 육만원 카드 충전ㅋㅋ이런
판매 방식이라 진짜 간 떨어졌다 겨우 붙였어요 ㅋㅋㅋ인형보다 골드카드 때문에 사고 싶어히는 분도 많더라고요 ㅋㅋㅋ

라로 2021-02-26 08: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기보다 더 심하다 스타벅스! 한국은,,, 그런 마케팅이 먹히니까 그렇겠죠?? 도대체 어떤 피큐어였길래??? 한정판,,,이거 사람들 완전 눈멀게 하나보요?ㅎㅎㅎㅎ 암튼,,, 저는 끊엇던 커피 다시 마시고 있지만, 예나 지금이나 스타벅스는 안 땡기네요. 아무튼 저도 반열님 이 시리즈 완전 팬이에요!!!!! 지아의 책이 끝나더라도 계속~~~ 플리즈!!!

반유행열반인 2021-02-26 08:52   좋아요 0 | URL
ㅎㅎㅎ좋은 책이랑 만나면 또 뭐가 술술 나오겠죠? 틴케이스 안에 플레이모빌 피규어(스벅 매니저?) 둘이랑 금색 두툼한 카드형 키링이 막 검정 골드 비싸 보였어요 ㅋㅋ일일 개수 제한이라 더 애타게 해서 줄 서게 만드는 방법 같아요 ㅎㅎ

하나 2021-02-26 11: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세수식 장면 신기해요. 진짜 나와는 아무 상관없는, 이치와도 아무 상관없는 이유 없는 폭력과 이유 없는 다독거림이 어떻게 그렇게 한꺼번에 오지? ˝이후로 나는 누구에게도 사랑 받지 못할 것을 오래도록 두려워하면서 살았다.˝ 이 문장이랑 어우러져서 울림이 크네요. (메모장으로!)

열반인님 되게 어른이다. 어?어? 하는 사이에 홀려서 주문하게 만드는 시스템이고, 보통은 이게 좋은 거래. 다들 갖고 싶어한대. 이러면 필요 없어도 끌어안게 되는데 자기 욕망이 뭔지 분명하게 아는 분이셔. ㅋㅋㅋ 이 돈이면 책이 몇 권이야.. 저는 ˝이 돈이면 XX이 몇 개야?˝가 엄청난 욕망의 척도라고 생각해요. ㅋㅋㅋㅋㅋ 저는 떡볶이였다가 치킨이었다가 책이었다가 레고였다가 다시 책이었다가 그랬네요.. ㅋㅋㅋ 이 테스트에 의하면 요즘 열반인님은 책을 좋아한다... 트루 러브...

반유행열반인 2021-02-26 11:55   좋아요 2 | URL
아 진짜 하나님 해몽 너무 좋아서 저는 문득 이 분 평론계로 가시면 책을 아주 잘 팔겠다(그리고 그토록 좋아하던 김영하 김연수 선생님이 선생님 선생님 하고 모시는 삶 살겠다) 하는 생각이 문득 들고야 말았습니다. 저같은 쪼렙 말고 대문호들을 띄우셔야 할 레벨!!! 갑자기 탁 치고 간 생각입니다 ㅎㅎㅎ

하나 2021-02-26 12:02   좋아요 2 | URL
대문호 대머리 같고 어감이 별로예요... 그런 건 좋아하지도 되려고 하지도 말쟈.. 좋아해야 발견할 수 있다! 저는 열반인님한테 꽂혀서 급하게 무슨 재능이든 발명해보려고요 ㅋㅋㅋㅋ 😎 책은 제가 팔게요!

반유행열반인 2021-02-26 12:07   좋아요 3 | URL
평론으로 하나님이 등단을 한다-열반이를 발굴하는 척 밑장 빼기로 판에 올린다- 책 내면 평론 써주고 끼리끼리 잘 해 먹는다- 저의 큰 그림입니다. 그러니 일단 다른 대문호들 띄우는 연습으로 평론 등단을 하십시다...(사악한 계획)

참세상 2021-03-06 1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긴 글 재밌어서 금새 다 읽게 되네요. 신기방기

반유행열반인 2021-03-06 12:01   좋아요 0 | URL
참세상님 안녕하세요. 부족한 글 재미있게 금세 읽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20210222- 지아 톨렌티노. 읽는 중.

3장 언제나 최적화 중
같은 사무실 동료 K가 말했다.
다이슨 에어랩 너무 사고 싶어요. 그거 보는 순간 00님(나) 생각났어요.
본인의 지름 욕구를 나에게 투사하는 과정이 이상하긴 하지만 이해는 되었다. 나는 부스스한 악성 곱슬머리라서 갓 매직스트레이트를 한 몇 주를 제외하면 늘 잔머리를 여기저기 삐친 채 다닌다. 5년 전 생일날 스스로에게 이만원짜리 새 드라이어를 사주고 아주 뿌듯했던 기억이 나는데, 새로 나왔다는 드라이어?헤어셋팅기구? 가격은 그 25배가 넘는다. 그 정도 지출이라면 나 같은 사람이라도 정돈되고 가지런한 머릿결을 가질 수 있다는 기대를 했나 보다. 그런 도구라면 상대적으로 정상적인 모발 소유자인 K에게도 유용하겠다 싶었겠지. 웃으며 말했다.
필요하면 미용실 가서 드라이 하면 되는데 난 그게 일 년에 한 두 번 될까 말까 해요. K님도 미용실 갈 횟수 따져서 연 50만원 안 넘으면 좀 참고, 매일 셋팅할 거면 질러요.
K는 지금도 아침마다 고데기를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K는 파운데이션이 자꾸 묻어서 초반에는 덴탈마스크만 쓰다 코로나가 심하게 확산된 뒤에야 코 아래 메이크업을 포기하고 KF80 이상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겨울에도 A라인이 넓게 퍼지는 샤스커트를 즐겨입는다. 꾸밈을 위해 들이는 노력과 부지런함이 놀라웠다. K뿐만 아니라 많은 여성 동료들은 주기적으로 미용실을 가고 새로 산 화장품으로 화장을 고치고 다양한 미용 시술(네일아트, 속눈썹연장, 피부 관리)에 시간과 비용을 들였다. 진작부터 내 외모에 저런 것들을 해 봤자 품만 들고 소용없다 하며 시도조차 포기한 일들이어서 신기하면서도 큰 관심을 두지 않았다. 복직하고 나서는 같이 탈코르셋 하시죠, 마스크 쓰면 어차피 다 가릴 거, 누구 좋으라고 하는지 모를 꾸밈 노동 집어치우고 그 시간에 잠을 더 자 전투력을 기르자, 하는 말을 장난처럼 던졌다. 그 말에 함께 웃던 동료들조차 눈썹을 안 그려서 주변 사람들에게 죄송하다고 말하고, 남 좋은 게 아니라 자기 만족을 위한 거라고도 말했다. 이전 직장 동료들 중 요가나 헬스를 끊어 놓고도 내내 빼먹는 걸 자책하는 것도 전부 여성들이었다.
우리한테 무슨 일이 일어난 거냐. 누가 이렇게 키웠어.

‘자기 관리’의 전시장이 절정을 이룬 모습을 인스타그램에서 본다. 정확히는 인스타그램의 여성 사진들을 스크랩하는 블로거 페이지를 가끔 구경한다. 유명 연예인은 아니고, 유튜버, 레이싱모델, 잡지모델, 인플루언서 등등 사진 찍히는 일이 많은 여성들 사진이 주로 올라온다. 블로그에 방문하는 건 대부분이 연세 지긋한 남자들 같고, 불행 중(?)다행히도(??) 신체 품평이나 성적인 댓글 대신 감사인사만 줄창 달린다. 사진이 피사체를 잡는 방식과, 그런 사진을 열심히도 모아 올리면서 모델들을 소개하는 포스팅 방식 자체가 남성들이 여성의 신체를 소비하는 형태를 드러낸다. 키가 크고 커다란 가슴, 시술이나 성형으로 변형한 이목구비, 진한 화장, 거기에 덧씌운 포토샵이나 앱 보정, 가슴이 많이 파인 원피스, 비키니, 신체 굴곡이 두드러지는 탱크탑과 레깅스. 인스타그램에 그런 사진을 올리는 것은 대부분 사진 속 본인일 것이다. 사진을 올린 사람들은 인정욕구와 홍보와 유명세를 위해 열심히들 업로드를 하는 것일까. 다른 이유가 있을까. 나도 싸이월드 하던 이십대 초반에는 셀카를 열심히 올렸는데 어떤 마음으로 그랬는지는 가물가물하다. 주로 안 하던 화장이나 렌즈 착용을 했을 때, 간만에 매직 스트레이트 했을 때 올린 거 보면 예쁘다 소리 듣고 싶어 그랬을 것도 같다. 한참 지나서 보면 좋긴 했다. 젊은 날엔 젊음을 모르고- 사랑할 땐 사랑이 보이지 않았네- 하고 라떼 타령할 수 있어서 ㅋㅋㅋㅋ

지아 톨렌티노는 ‘건강’과 ‘체력’을 내세우는 (미국에서 핫하다는) 바 운동과 샐러드 도시락, 그리고 편안함을 추구하는 애슬레저룩 조차, 자본이 더 효율적으로 사람들을 뽑아낼 구실을 한 결과물임을 지적한다. 책을 읽다가 스팽스가 뭐야 하고 찾아보기도 하고(응 보정속옷이래…), 유명인들 입은 레깅스나 탱크탑 같은 허술한 옷들의 가격이 결코 허술하지 않은 것도 지아가 일일이 나열해준 덕에(뭔 쫄졸이가 십만원이야…) 알았다. 단정하게 정돈된 머리 모양과 옷 차림새와 그 옷이 딱 떨어지는 몸매를 갖추기 위해, 잡티와 주름을 가리고 눈코입을 뚜렷하고 예쁘게 만들기 위해 쏟아 붓는 돈과 시간이 거대한 미용 산업과 패션 산업을 지탱한다는 사실과, 또 그 지출을 감당하기 위해 끝없이 일해야 하는 노동자의 삶을 떠올리니 뭔가 억울한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원래부터 아름다운 것들은 돈이 드는 일이긴 하다. 그래서 예술작품 속 화려한 치장을 한 말끔한 사람들은 전부 막대한 부를 물려 받거나 민중을 착취한 귀족들이었지. 그런 아름다움을 빼다 놓은 회화나 조각 같은 예술작품을 만들게 시킨 것도, 비싼 악기와 악사를 불러다 좁은 공간에 장중한 음악을 채운 것도, 균형과 조화를 갖춘 거대한 건축물을 세우는 것도 그런 특권 계층들의 부와 거기 동원된 사람들의 피땀눈물이었다. 그렇게 따지면 비교적 돈 안 들이고 아름다움을 만드는 문학은 양호한 건가 싶기도 했다. 그치만 정도의 차이일 뿐 대문호들은 자기 배우자나 연인이나 식구들의 등골을 빼 먹으며 집필을 하지…아름다움은 착취의 산물이냐!!!!

적어도, 스스로 아름다워지길 선택하고 더 나은 자신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여기는 와중에 그것이 정말 주체적 선택인지, 지나칠 정도로 애쓰면서도 이 정도는 다들 하는 거라고 체념하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 아침에 화장 안 하면 저녁에 클렌징도 안 해서 겁나 편하거든요. 세수 쓱쓱 하고 세타필 바르고 끝. 머리 세팅 그런 거 포기하면 쉽거든요. 응 나 악성곱슬이라 노답임 매직해도 며칠 못 감 그러니까 이해하세요... 그러다가 백만년만에 조금 꾸미면 관심과 효과를 열 배쯤 거둬들일 수 있습니다. 저는 그렇다구요. 아침마다 풀세팅 갖추시는 동지들 존경합니다. 저에게는 거의 수련의 경지로 느껴지는 노고를 하고 계십니다. 그렇게 아름다움을 건네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떻게 수습해야 할지 모르겠다.
에어랩 살 돈으로 책 오십 권 살라고요...안녕 다이슨.

4장 순수한 여자 주인공들
지아는 이 장에서 동화부터 청소년소설, 성인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작품 속 여성상을 분석해 놓았다. 내가 읽은 작품은 극소수라서 솔직히 아주 재미있게 읽지는 못했다. 대부분 영미문학 관련이고 특히나 미국 현대 소설이 비평의 대상이라 더 그런 것 같다. 그래도 문학에서 여성을 다루는 관점에 대해 비판을 제기한 점은 가치 있게 읽혔다. 아마도 이 장을 읽고 (추천사 열심히 쓴)여성 작가들이 뭔가 나아갈 길에 대해 통찰을 얻었을지도 모르겠다는 막연한 생각이 들었다. 보부아르의 제2의 성이 자주 인용되는데 오, 읽을 때마다 그럴싸한 이야기들이었다. 그렇지만 원전을 읽을 엄두는 나지 않고 그냥 인용된 거나 감사히 볼게요.ㅋㅋㅋ
삶의 방향이 결혼으로 귀결되고 그와 함께 자유와 인간성을 상실하는 여성 서사는 고전에도 근대 현대소설에도 많이 등장한다. 어려서 키다리 아저씨 소설과 애니메이션 모두 재미있게 보았는데 후원자와 결혼하는 고아라는 결말이 해피엔딩처럼 그려지는 것도 돌아보면 슬프다. 그 이상의 자아실현과 성공담은 상상할 수 없었던 시대였나 싶고. 며칠 전 읽은 박완서 소설에서도 화자인 박이 결국 남자 둘 사이에서 고민하다 더 나아보이는 남자 골라 결혼하고 일 그만두는 모습에서 그 이상 대안이 없던 시대구나 싶어 아쉬웠다. 그나마 소설가가 되었다는 걸 알면 조금 덜 아쉽지만…. 그러니까 그런 삶의 형태만 줄창 써놨다고 뭐라고 하기는 좀 가혹하고, 지아 역시 그런 글들을 엄마 이야기 듣는다 하고 읽으면 좀 참을만 하다고 했다.
결국 새 시대의 새 여성 이야기가 나와야 하고, 그러려면 남다르게 행복하게 사는, 아니 꼭 행복해야 하냐? 불행하더라도 남다르게 살면서 자유와 나다움을 위해 분투하는 이야기가 많이 나와야 할 것 같다. 삶을 갈아서 실증하지는 않더라도 상상력을 발휘해야 하는데, 솔직히 누가 그런 작업을 잘하고 있는지 한국문학에서는 떠오르지 않는다.(이제 이 책을 본 작가님들이 써 주실 거죠?) 나도 자신이 없어! ㅋㅋㅋㅋ 드럽게 어려운 과제를 던져준 장이었다. 그래서 길게 더 할말이 없다...

오늘 읽은 사분의 일은 전보다 신나게 읽히지 않아서 글도 쓰고 나니 매가리가 없다… 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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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2021-02-23 00:3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거 보다가 렌즈 뺐어요. ㅋㅋㅋ 오늘 동생 졸업사진 찍어주러 잠깐 나갔다 왔거든요. 근데 진짜 요즘 학생들은 인서타 때문인지 꾸미는 게 우리 때랑은 차원이 다름... 막 졸업가운을 예쁜 걸로 따로 빌려오더라고요. (대학원 졸업식도 안 간 나는 상상도 할 수 없어 ㅋㅋㅋㅋ) 번잡한 하루였지만, ˝너의 거짓말˝ 종일 즐겁게 들었어요. 일본 애니 오프닝송 좋아하는 저는 취향 저격당함..

아니 이렇게 좋은 로고송이 있었네? ㅋㅋㅋㅋㅋㅋㅋㅋ 부터
탑밴드 결승까지 갔지만 새 프론트맨 못 만나서 회사 다니고 있는 베이시스트도 생각나고...(시집 가서 잘 사는 제 친구 첫사랑)

그리고 저도 새 시대의 새 여성 이야기 나와야 된다는 거 대공감.
저는 주변에 우울맨만 가득해가지구 40 넘으면 죽는 줄 알았거든요. 이십대 후반부터 끝났다고 사방에서 그랬었고요. (뭐가 끝나냐! ㅋㅋㅋ) 서른 즈음에 진짜 만 45살 미만은 못 듣게 해야 된다.. ㅋㅋㅋㅋㅋ 근데 제가 오늘 제 동생한테 뭐라 그랬냐면 주변에 나 같은 언니 한 명 알았으면 그렇게 겁 안 났을텐데.. 이런 말을 했어요. 그렇다고 꼭 내 삶을 갈아 넣어서 증명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ㅋㅋㅋㅋ 얘들아 남의 말 듣지 마 걔들도 잘 몰라서 아무 말 하는 거야...

반유행열반인 2021-02-23 07:59   좋아요 3 | URL
동생이님의 졸업을 축하합니다 ㅋㅋㅋ대학원 졸업을 다하다니 난 수료인데ㅋㅋㅋ영원한 수료일 듯(내 전공 재미업써!!ㅋㅋㅋ)
같이 사는 사람이 일본음악 죽돌이라 편곡이 그런 스타일로 가더라고요. 탑밴드 열심히 봤었는데 (나만) 아는 사람이겠다 ㅋㅋㅋ
그게 진짜 소비하는 문화 컨텐츠 따라서 락음악- 하면 막 짐모리슨 재니스조플린 지미 헨드릭스 3J이러면서 절명한 아이콘들 많잖아요?(유튜브에서 가끔 나이든 락커들 약에 술에 꼴아서 늙어서 빌빌대는 꼴 보면 일찍 죽은 게 승자야 싶기도 했지만) 국문학도 공부하다 보면 윤동주 이상 등등 연표에 남은 작가들 죄 일찍 죽어서 다들 오해한 거 같아요. 내가 (예술로 뜰라면) 일찍 죽어야 해... ㅋㅋㅋㅋ 뭔가 잘못된 인과의 오류가 아니었을까... 저는 그 이십대 중후반의 우울도 진화의 산물 아닐까 가끔 생각했어요. 우울해? 생식을 해, 그리고 애를 낳아, 그럼 죽지도 못해, 하고 조상들이 유전자에 폭탄 심어 놔서 죽든가 애 때문에 죽지 못해 살든가 하는 게 아닌가 하는...뭔 소린지 아침부터 모르겠다 얘들아 남의 말 듣지 마 나도 잘 몰라서 아무 말 한 거야 2222 ㅋㅋㅋㅋㅋ

은오 2023-08-07 03: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자기만족이에요 이건 좀 깝깝하네요. 완전탈코 못한 입장에서 저도 당당하진 않지만 자기만족이라느니 눈썹 안그려서 죄송 어우 이런말은 하지맙시다 ㅠ 괴롭다 괴로워!!

반유행열반인 2023-08-07 12:22   좋아요 1 | URL
착한 친구들인데 오래 못 보고 있네요 ㅋㅋㅋ사실 교직이 제일 사회 통념 벗어나기 힘든 곳입니다. 그거 벗어나서 가르치려 하면 이미 문제 교사가 됨... 공교육 자체가 이념 재생산 규칙 규율 관습 전수가 목적이라... 비판적 시민 말로만 그러고 정작 비판적이고 문제제기 많은 애들은 혼냄 ㅋㅋㅋ그런 애들 많으면 사실 학교가 유지가 안 되기도 함요...어휴 학교를 해체하자... (그냥 너나 나가... 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