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영화로 만나는 트라우마 심리학 - 정신과 전문의가 들려주는 트라우마의 모든 것
김준기 지음 / 수오서재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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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14 김준기.

예전에는 영화를 제법 많이 챙겨 보는 편이었다. 장르를 불문하고 이것저것 많이 보고 좋아하는 영화는 여러 번 반복해 보기도 했다. 뭐 그래서 영화에다 심리학을 합쳐 놓았다는 제목에 끌려 빌렸다. 다양한 영화 속 사례와 트라우마의 원인, 증상, 치유 과정 등을 풀어 놓은 책인데 아주 재미있지는 않았다. 다만 내가 과거에 겪었던 많은 심리적 문제의 원인과 증상에 대해 돌아볼 수 있던 점은 좋았다.

아직 일을 시작한지 얼마 안 된 신입 시절에 임시로 참여한 어떤 프로젝트에서 마지막 날 뒷풀이로 술자리를 가졌다. 뭐 이상한 노래주점 같은데를 엉겁결에 따라 갔는데 어둑한 곳에서 함께 일하던 아저씨 하나가 술에 취해 나는 니가 좋다, 너는 남자들이 이렇게 푸는 걸 이해해야 한다, 개뻘소리를 하다가 급기야 남들이 안 보는 사이 갑자기 뒤편에서 껴안았다. 놀라서 울고 항의했지만 일을 무마하려는 다른 관리자들 때문에 별다른 책임을 묻지도 못하고 흐지부지 되었다. 몇 달 후에 단체 회식 자리에서 직장 동료들과 노래방을 갔는데 갑자기 노래를 부르라며 여러 명의 나이든 사람들이 호들갑 떨고 일으켜 세우는 순간 견딜 수 없이 고통스러웠다. 발작을 일으키듯 울면서 밖으로 뛰쳐나갔다. 비슷한 환경에 놓이면 공황 같은 게 생기는 걸 그때 알고는 몇 년 동안 노래방을 못 갔다. 그때 그런 증상을 보인 게 성희롱을 겪는 상황에서 트라우마가 생겼던가 보다, 뒤늦게 돌아보게 되었다.

트라우마는 커다란 재난, 사고 상황에서 생존한 사람들이 겪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 지난 봄에 본 만화 ‘홀’에서도 세월호 참사를 겪으며 사람들의 구조에 도움을 주었던 의인이 많은 사람들의 죽음을 접하고 구하지 못한 것에 자책감을 가진데다 사람들의 편견에 부딪히고 제대로 된 사과와 진상 규명을 접하지 못하면서 점점 더 괴로워하는 모습을 접하고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그런데 트라우마는 큰 사건사고 뿐 아니라 일상 속의 지속적인 소외와 상처로 인해서도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우울증, 정서 장애 등으로 진단 내려지는 수많은 증상들도 그 원인을 돌아보면 트라우마를 야기하는 수많은 환경들이 배경이 될 수 있다.

‘ACE 연구(아동기 부정적 경험Adverse Childhood Experiences)는 우선 아동기의 부정적인 경험 열 가지를 1)심리적 학대 2)신체적 학대 3)성적 학대 4)정서적 방임 5)신체적 방임 6)가족의 약물 및 알코올 남용 7)부모의 별거나 이혼 8)가족의 정신질환 9)가족 내 폭력 10)가족의 범죄행위로 규정했다.’고 한다. 와, 나 해당 항목 최소 네 개…했지만 해당 연구 결과 4개 이상 항목에 해당하는 응답을 한 사람이 12.5%였다고 한다. 해당 항목의 점수가 높을 수록 정신적, 신체적 건강이 위협받는 상관 관계도 나타났다. 내가 겪던 불안과 우울의 배경에 아빠의 알코올 중독, 부모의 이혼, 아빠의 조현병 발작과 입원 목격, 아빠가 엄마와 동생에게 가하던 폭력 등이 충분히 영향이 있었을 것이다. 수많은 장면들에서 내가, 내 뇌가 그 상황에 적응하려는 나름의 신체, 정서적 반응을 보이고, 그게 굳어져 습관화 되어 내 성격이나 행동이나 인지 경향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단점도 있지만 그걸 바탕으로 내가 이루고 강점처럼 삼은 부분도 있다.
어쨌거나 주변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치고 내가 양육자로서, 사랑하는 사람들의 곁에 있으면서 좋게 작용하지 않는 부분들은 끝없이 의식하고 나아지려는 노력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특히나 양육자의 태도가 아이들에게 트라우마로 남을 수 있다는 부분에서는 반성할 점이 많았다. 모두를 불행하게 만들지 않으려면 내가 나를 너무 미워하지 않는 게 역시나 가장 중요한 일이다. 조금씩 나아지고는 있지만 계속 꾸준히 노력해야 한다. 내가 나를 가장 좋아하는 날이 올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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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6-14 19:49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아 이런 일들 너무 많네요. 저도 생각나는일 몇가지 있지요ㅠㅇㅠ아우... 여자들은 모두 주짓수라도 배워야하나 별의별 생각 다합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6-14 20:57   좋아요 5 | URL
저 아는 언니는 길에서 묻지마 폭행을 당하고… 복싱을 배워 프로복서 데뷔도 했어요ㅎㅎㅎ저는 그런 호신 기술은 또 안 챙겨놨네요. 어느 공동체든 거기서 제일 왕(?)을 골라 약점 나오면 소리지르고 두들겨패며 혼내는 스킬(?)은 익혔는데 덕분에 다들 가까이 오지 않는 사람이 되었다…반대로 약자에겐 한없이 약해요ㅋㅋㅋ

2021-06-14 20:1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14 2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14 21: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붕붕툐툐 2021-06-15 00: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반열님, 저는 10개 중 2개가 해당하는 듯요.. 하.. 살기가 가끔 힘이 듭니다. 그래도 노력해야 한다는 말씀에 격한 공감을 하며 내가 나를 가장 사랑하는 그날까지 파이팅입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6-15 07:04   좋아요 1 | URL
넴 내가 왜 이러지 하는 이유를 찾는 것도 나아지기 위함이라고 생각합니다 파이팅!!!

Yeagene 2021-06-15 11:4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내가 나를 가장 좋아하는 그날까지 같이 노력해봐요!ㅎㅎ
열반인님도 저도 화이팅!:)

반유행열반인 2021-06-15 11:32   좋아요 1 | URL
제일 중요한 과제네요 ㅋㅋㅋ화이팅입미다!!!
 
네이버 증권으로 배우는 주식투자 실전 가이드북 - 주식 고수들만 아는 ‘네이버 증권 200% 활용법!’, 개정증보판
알렉스 강 지음 / 스마트비즈니스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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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12 알렉스 강.

아무데나 몰빵 투자하며 꼴아박다 한강 갔다 십년 만에 아,분산투자 해야 하는구나…하는 원론으로 돌아가는 웃기는 주식투자자의 수기와 함께 이 책을 보았다. 일단 누구나 접근 가능한 포털 사이트의 금융, 증권 메뉴에서 얻을 수 있는 정보만이라도, 기본이라도 찾아보면서 증권 거래 시장에 관해 살펴보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었다. 투자를 위해 기본적 분석, 기술적 분석, 심리적 분석이라는 방법이 있다는 것조차 처음 알았다. 기업의 가치를 확인해 저평가된 성장 가능성 있는 종목을 고르기, 언제 사고 언제 팔지 과거의 추세를 확인하며 현재가 어떤 상황인지 파악하기, 다른 투자자들의 거래량을 보며 시장의 흐름을 읽기 등 투자를 위한 매수라는 건 일반적인 소비재를 기분과 취향에 따라 사는 것과 매우 다른 접근이 필요했다. 그러니까 겁나 공부하고 알아야 어떤 분석을 써먹을지 말지 고를 수 있다는 것. 그냥 기분 내키는대로 대충 주워먹은 정보를 바탕으로 소중한 내 돈을 아무데나 던졌다가는 망한다는 것. 투자는 원금 손실 발생할 수 있으니 신중에 또 신중.남탓 할 필요 없이 모든 결과는 내 책임. 뭐 그런 아주 기본적인 이야기와 마인드부터 실제 분석 방법과 정보 독해 방법 같은 게 잔뜩 나열되어 있었지만 거의 다 못 알아 먹었다 ㅋㅋㅋ 쉽다는 책들 쉬엄쉬엄 조금씩 읽으며 공부해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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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12 18: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12 18:55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12 19:5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12 19: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붕붕툐툐 2021-06-13 00:1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반열님, 주식 도저언~ 하십니까?
이 비밀댓글에 추천 주식이 있는 걸까요?🤔 ㅋ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6-13 08:51   좋아요 1 | URL
아니에요 ㅋㅋ오 나도 재테크책- 하는 내용입니다 ㅋㅋ누가 추천한다고 듣는 저도 아니고 ㅋㅋㅋ(그런데도 네이버 블로그에 주식책 추천해주시는 댓글 속 책들은 막 쓸어담는 중입미다 ㅋㅋ)

Yeagene 2021-06-13 18:0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주식공부하시는군요 ㅎㅎ
재테크는 어려운 것 같더라구요..열반인님 화이팅 입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6-13 21:36   좋아요 2 | URL
다른 책 읽으면 00공부하시는 군요? 안 하는데 주식은 유독 반응이 세서 신기하네요 ㅋㅋㅋ우리 모두의 욕망인가 돈이여…언제나 화이팅은 정말 감사합니다 예진님!!!
 
[eBook] 죽으려고 살기를 그만두었다 출구 1
허새로미 지음 / 봄알람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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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11 허새로미.

책 제목은 줄바꿈을 잘 보아야 한다. 죽으려고/살기를 그만두었다, 가 아니라 죽으려고 살기/를 그만두었다, 가 책의 내용이나 저자의 의도에 맞을 것이다.

친구가 허새로미 선생의 앞선 언어에 관한 책을 읽고 좋다고 해서 빌렸다. 앞서 읽은 이웃의 후기를 보고 궁금하기도 했다. 나와는 다른 삶을 선택하고 꿋꿋이 살아가는 중인 또래 여성의 혼자 되기 그리고 같이 되기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달부터 삼대 다섯 명이 한집에 사는 북적북적한 집안에서는 이십대까지 내내 느끼던 외로움을 느낄 새가 별로 없다. 그래서 가끔은 혼자가 그리운가 싶은데, 사실은 둘이 그리운 거구나 싶다. 나는 언제나 일대일의 관계가 편한 사람이었는데, 어쩌다보니 수많은 사람에게 둘러싸여 살아간다. 나는 개를 키운 적이 있지만 다시는 개를 키우고 싶지 않다.
나를 둘러싼 사람 대부분이 좋은 사람이고 나는 그들의 배려와 인내를 먹으며 살고 있는데, 이집에서 제일 못된 사람, 가부장에 가까운 사람이 내가 되는 건 싫은데, 그렇다고 내가 혼자나 둘이 되려고 도망쳐버리면 그건 더 못할 짓이니 이 안에서 더 나은 더 좋은 구성원이 되려고 노력해야 겠다 싶다.

나에게도 원가정에서의 도피 경험이 있긴 하다. 자잘하게는 스무 살 내내 반복되던 가출이 시작이었다. 그전에도 가정폭력이 반복되는 집을 떠나고 싶은 바람은 길었지만 자신이 없었다. 대학만 가면, 어떻게든 되겠지, 싶어 밤새 술주정하는 아비와 그걸 혼자 다 당해가며 내가 시험볼 때까지만 버티자, 하는 방패가 되어준 어미를 슬퍼하며 마냥 공부를 했고 남들이 좋다 하는 대학에 갔다. 아비는 내 학력과 거기에 따라오는 과외 아르바이트 수입조차 내가 도망쳐나갈 바탕이 될 것이라 생각했는지 니가 00대생이면 다냐, 하고 내가 다니는 학교에 시비를 걸고 장학금이며 아르바이트 수입으로 모아놓은 원룸 월세 보증금 오백만원 마저 홀랑 빼앗아 버렸다. 멍청이가 자기가 그동안 한 짓을 돌아보고 고칠 생각을 해야지, 그러고는 더 미쳐 날뛰고 술을 퍼먹어서 나는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준비하던 이맘쯤 여름에 엄마와 둘이 집을 나왔다. 그러고 오년 쯤 살다 임신으로 새 가족을 꾸릴 수 밖에 없게 되었고, 그렇게 산지 이제 십년이 되었다.
전생에 나라를 구했는지 가부장제와 먼 데다 머리 좋고 착하고 돈까지 잘 버는 유니콘 같은 사람을 만났고, 아이들도 그를 닮아 착하고 똑똑하다. 이 책 처음 부분을 보는 순간 나는 저자의 딸로서의 자아에 공감하기 보다는 내가 그 딸을 힘들게 하는 엄마로서 빙의해서 굉장히 슬펐다. 지금 같은 양육 태도를 유지하다가는 상처 입고 자란 내 아이들이 나를 무척이나 원망하겠구나, 싶어 조금 더 다정해져야 한다고 매번 다짐한다. 그리고 또 소리치고 다그치며 화를 내고 또 미안해 한다. 오히려 그런 내가 스스로 나쁜 엄마라 자책하면 아이는 세상에 진짜 나쁜 엄마가 얼마나 나쁜데, 엄마는 좋은 엄마 쪽에 가깝다고 위로를 한다. 그런 나는 내 아이들에게 어서 힘을 길러서 나랑 먼 곳으로 떠나, 내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곳에서 너네들 살고 싶은대로 행복하게 살아, 얼른얼른 자라, 하고 마음 속으로 빈다.
결국 나를 지탱해주는 건 내 주변에서 이런 나라도 사랑하고 보살펴 주는 사람들, 이들이 없었다면 혼자였을 나는 그렇게 꿋꿋하지도 잘 살지도 못했을 것 같다. 지금보다 덜 행복했을지도 모르겠다. 이 고마움이 운 좋음이 영원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부쩍 많이 한다. 언제든 누구나 어떤 일로든 혼자가 될 수 있는 법. 그러니 더 감사하고 더 사랑해주고 나 하나 남더라도 그런 나 하나를 사랑하는 법을 더 익히는 게 필요하겠다. 살기를 그만두길 바라는 마음보다 살아남으려고 애쓰는 마음을 더 키우면서 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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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6-11 23:22   좋아요 7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아무래도 저랑같이 나라를 구하신듯 합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6-12 08:54   좋아요 4 | URL
미미-나라 구한 장수, 반반-장수 옆 졸개1 ㅋㅋㅋ

han22598 2021-06-12 00:4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좋은 것, 좋은 사람을 보고 좋다고 느끼고 말할 수 있는 것. 이야말로 제일 좋은 것 ^^

반유행열반인 2021-06-12 08:54   좋아요 4 | URL
저는 제일은 과분하고 약간 좋은 것으로 가겠습니다 ㅎㅎㅎ

Yeagene 2021-06-12 10: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저는 전생에 나라를 구한 적이 없나봐요 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6-12 13:06   좋아요 2 | URL
세계를 구해서 더 어마어마한 보상이 오는 건지도 몰라요...

행복한책읽기 2021-06-12 10:22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넘 잘 읽었어요. 빙의해서 읽게 됐어요.^^ 전생에 분명 나라 구하셨나 봅니다. 엄마라는 직업을 공유하는 일인으로서 자책을 자제해요. 이게 얼라들한테 고스란히 전해지는 듯요. 마지막 말씀. 저도 새깁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6-12 13:05   좋아요 2 | URL
마지막에 뭐라 썼나 한 번 돌아갔다 왔어요 ㅎㅎㅎ자책은 조금씩 줄여가려고요 나아져야지 자꾸 자책만 해...

난티나무 2021-06-12 17:3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전생에 나라 안 구하고 뭐했을까요.ㅠㅠ 구하기 전에 죽어버렸나 봐요.ㅋㅋ
가부장제와 거리가 먼 남자가 있기는 하군요! 주위에 들려오는 이야기가 죄 엄청난 가부장제의 전형들인지라 좌절하는 요즘인데 한 줄기 빛 아니 미미님까지 두 줄기 빛!!!

반유행열반인 2021-06-12 17:41   좋아요 2 | URL
대신 제가 집안의 가부장 짓거리(?)를 하여 세상의 균형을 맞추고 있습니다… 가부장 총량의 법칙(?)인 건지…부끄럽네요 ㅎㅎㅎ전생에 나라를 팔았는가 곁의 이들이여…

붕붕툐툐 2021-06-13 00:5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열반님, 멋지셔요~ 좋은 아내, 좋은 엄마 맞네요.(남편의 진가를 알아봐주고, 양육에 대해 고민하고 떠나보낼 준비까지 하시니까요)

반유행열반인 2021-06-13 08:52   좋아요 1 | URL
좋은 까지는 역시나 과분하여 나쁘지 않은, 쏘쏘 엄마 아내 정도로 하겠습니다 ㅎㅎㅎ

공쟝쟝 2021-06-13 22: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엇 기대하거나 생각지 못한 엄마에 이입한 리뷰라니.. 가부장제 참 나쁜데 엄마라는 존재에 제일 유해하죠… 착하고 똑똑한 아이들아 어서어서 자라자!! 반님 자유롭게~~

반유행열반인 2021-06-14 07:04   좋아요 1 | URL
우리 엄만 안 그랬는데 난 왜 이 모양인가 몰라
 
[eBook] 친절하게 웃어주면 결혼까지 생각하는 남자들 - 남성문화에 대한 고백, 페미니즘을 향한 연대
박정훈 지음 / 내인생의책 / 201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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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10 박정훈.

소년들의 패거리 문화는 여전히 공고하고, 남자 중학생들은 유튜브에서 자기들보다 몇 살 더 많은 형들이 설파하는 여성혐오적 발언과 백래시를 따라하고, 남자라서 억울한 점을 계속 호소한다. 사실은 젠더나 성별 문제가 아닌 이슈조차 자꾸만 여자만, 남자만, 하면서 불만을 토로한다. 정도를 더해 여자 교사에게 사귀실래요, 쌤 아헤가오가 뭐에요, 저새끼 히토미해요 일베해요 엔번방이에요, 온갖 개소리로 떠보거나 일부러 들으라는 듯 남자인 다른 아이에게 씨발년아, 씹새끼야, 하고 욕을 한다. 우루루 몰려들어 교사를 둘러싸고 갑자기 00이 팬티 빨간색, 박수! 하더니 수십명이 한참 시끄럽게 박수를 치며 환호한다. 여성의 전화에서 성평등 교육을 하러 온 강사의 강의를 보며 저 사람 페미예요, 하고 불쾌감을 표시하고, 학부모는 교육 내용의 오류를 꼬투리잡고 남초 사이트에 불만글을 올려 교육청에 민원 넣어라, 국민 청원 올려라, 하는 호응을 받으며 시키는대로 한다.

이미 글러처먹은 놈들이라고 손을 놓아버리기에는 미래가 암담하다. 그놈들과 함께 세상을 살아갈 딸들에게 미안한 노릇이다. 남성 페미니스트의 대응 전략이 궁금했다. 그래서 빌렸다.

다그치고 비난하기 보다 가부장제 남성중심 문화, 남성성을 강요하는 세상에서 남성 자신이 겪는 손해와 고통을 살살 달래가며 설명해서 납득시키라는 걸로 들렸다. 이 책 또한 그런 의도로 쓰인 것 같았다. 그러니까 남서인 우리가 죄인 맞아, 기득권 맞아, 닥치고 부끄러운 줄 알고 반성하자. 안 그러면 삶이 더 후져질 테니. 하는 양심의 목소리 쯤 되었다.

맞는 말 같지만 또 설득과 납득이 좋은 전략이 되지 못할 것 같기도 했다. 그러니까 현 체제를 유지시키는 것으로 인한 손해보다 이익이 더 크다면, 뭐 조금의 부끄러움 쯤이야 안면몰수 쌩까고 절대 세상이 변하도록 내버려두지 않겠다, 끝없이 반격하고 여성운동의 싹을 자르겠다, 하는 사람이 더 많을 것 같다. 나는 사람의 선함을 깊이 믿지 않아.

내 가까이에는 좋은 남자도 많지만, 쓰레기 같은 남자도 많아서, 같이 살아가긴 해야 하는데, 부당한 언행에 대해 악다구니 쓸만큼은 자랐지만 저 여학생이 속옷을 안 입고 다니는 것 같은데 잘 좀 지도해보세요, 하는 중년 남자 선생한테 머릿속에 길게 떠오른 말로 응대하기란 쉽지도 않고 씨알머리나 먹힐까 싶게 아이고 의미없다 싶기도 하고, 하여간에 이 책도 여성 입장에서는 이런 목소리 내주는 남성들이 더 많아진다면 반갑겠고 그래 계속 반성하고 나쁜놈들한테 그건 아니라고 잘못이라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분위기가 달라질까 싶지만 누군가 앞선 백자평에서 말했듯 결국 이 책 읽는 건 대부분이 여자들일 것이고 남자들은 제목만 보고도 발끈하며 불쏘시개로 쓰고 싶어할 것 같아 그저 슬프다. 사이다 말고 소화제가 필요한데 불을 끌 소화기도 필요하고 마냥 두드려 패는 전략이 분열과 갈등과 악감정을 낳는 상황이 또 마냥 답답하고 그러니까 조금 더 공부를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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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6-10 22:3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제목 부터 솔깃한데요?!! 지상파 방송에서도 일부 패널들 여혐을 은근 드러내기도 하니 말이죠.
반대 경우도 점점 강도가 세지는 느낌이예요. 무슨 브렌드 광고에 ㅇㅇ상징이 들어갔다느니..쩝
결론은 저도 자꾸 읽고 알아가자 입니다. (부릅)🤨

반유행열반인 2021-06-11 11:37   좋아요 2 | URL
네 어떤 방식이든 차별을 가하는 사람들에게 먹힐 만한 말들을 행동들을 (그리고 같이 당하는 입장에서도 오히려 가해자들을 옹호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도) 계속 연구해 봐야겠습니다.

Yeagene 2021-06-10 23:48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동의해요..이런 글 읽고 관심 기울이는 건 거의 여자들일 겁니다.몇명의 남자들이 이런 문제에 관심을 가질까요..조금 말만 하면 무조건 꼴페미로 몰아가니..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6-11 11:39   좋아요 3 | URL
남자들 중에도 관심 가지는 사람이 차츰 많아지면 좋겠고 아직 잘못을 고치고 문제점을 받아들일 만한 어린 세대가 중요한 것 같아요. 다같이 잘 살자 하는 건데 헤게모니 다툼이나 제로섬게임으로 이해하지 않았으면 싶네요.

dollC 2021-06-11 15:2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결국 이 책 읽는 건 여자들‘이라는 말에 공감도 가고 씁쓸해지네요. 공부하고 이해시키고 설득시키는 것까지 왜 여성의 몫으로 미루는 건지 답답할 때도 많고요.

반유행열반인 2021-06-11 16:37   좋아요 2 | URL
이해하려고 귀기울여주고 설득해볼 기회라도 주는 남자라면 그나마 개선 가능성이 있을 테고 나머지는 갖다버려야 되나 ㅋㅋㅋ싶습니다.

공쟝쟝 2021-06-13 22: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학교 ㅠㅠ 혼돈의 카오스 ㅠㅠㅠ 진짜 ㅠㅠ 반쌤 계신곳에서 열공해서 조금이라도… ㅠㅠㅠㅠ 중요합니다 정말….

반유행열반인 2021-06-14 07:03   좋아요 1 | URL
출근 하기 싫어유.....

syo 2021-06-17 19:2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오 🐦끼들......

반유행열반인 2021-06-17 21:25   좋아요 0 | URL
요새끼들…
 

북플이 걸음수도 세어주고 같은 책 읽은 이웃도 알려주고 커뮤니티 기능이 좋지만, 누적 기록은 좀 약한 느낌이었다. 나도 책 표지 썸네일 가득한 이미지 뽑아 보고 싶다고…
유료앱이 대부분인데 캐릭터 결제 기능이 있지만 돈 안 내도 책을 차곡차곡 쌓을 수 있는 북적북적이란 앱을 발견했다. 읽은 책을 두께가 보이게 쌓아줘서 뭔가 신났다. 아이패드가 30센티미터 쌓으면 나오는 캐릭터인데 인앱결제 안 했더니 80센티 넘는데 여전히 안 바뀜ㅋㅋㅋ
종이책이랑 전자책 섞어 읽어서 읽은 책의 두께 부피 막연하고 궁금한 분들은 이용하면 괜찮을 것 같아 소개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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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6-08 22: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와~저도 이거 쓰고 있는데 반갑네요^^ 저는 21년 162cm인데 아이패드 네요 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6-08 22:10   좋아요 3 | URL
제 두 배 두께나 읽으셨다니 대단하네요 ㅎㅎㅎ제가 늦게 깔고서 뒷북 치는 걸지도 ㅋㅋㅋ이미 이웃님들 다 막 쓰고 계시고? ㅋㅋ

독서괭 2021-06-08 23:09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오 저는 “산책”이라는 무료어플 쓰는데 이건 책장에 책 꽂혀 있는 모양새로 보여주는 기능이 있더라구요. 두께도 반영이 되는데 소개하신 앱만큼 섬세하진 않은 것 같아요.

반유행열반인 2021-06-09 07:07   좋아요 2 | URL
우와 말씀하신 앱은 기능이 더 어마어마하네요. 개발자가 사용자한테 피드백 받고 답변도 잘 해주시고 진짜 책 사랑하는 분이 만든 앱 같아요. 소개 정말 감사합니다 ㅎㅎㅎㅎ

파이버 2021-06-09 12:3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두께로 확인하면 더 뿌듯하실거 같아요 ‘안나카레니나‘는 역시 한두께하네요! ㄷㄷㄷ

반유행열반인 2021-06-09 13:45   좋아요 2 | URL
저도 두께로 보고 겁냈는데 막상 도전해보니 두꺼운 것보다 읽을 만 했어요 ㅎㅎㅎ

Yeagene 2021-06-09 20: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와...열반인님 이렇게 보니까 정말 많이 읽고 꾸준히 기록하셨네요.안나 카레니나와 채털리 부인이 눈에 띄게 두껍군요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6-09 22:08   좋아요 4 | URL
두꺼워도 소설 두꺼운 건 페이지 잘 넘어가는 거 같아요 ㅋㅋㅋ결국 위에 이웃님이 권해주신 산책도 깔아서 책 찍는데 책장 세 칸만 찍어도 백권 넘네요 ㅋㅋㅋ우리집엔 그런 칸이 백개쯤 있는데 ㅋㅋㅋ큰일이다…

붕붕툐툐 2021-06-09 23:3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곧 하늘에 닿는 거 맞죠? 우주에서 만나요, 우리라고 할랬지만, 전 땅에서 손 흔들어 드릴게요~~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6-10 07:03   좋아요 0 | URL
올해 안에는 제 키쯤 하겠죠 ㅎㅎㅎ우주유영 중인 툐툐님 ㅋㅋ

syo 2021-06-17 19: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요거 잘 쓰고 있습니다 ㅎㅎㅎㅎ 😆

반유행열반인 2021-06-17 21:25   좋아요 0 | URL
차곡차곡 쌓아요. 쇼님 책 키가 궁금하네요. 올해는 한…500미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