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테말라 엘 소코로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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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작년에 잘 먹었던 엘 소코로가 다시 나왔다. 원두를 아주 오랜만에 샀다. 내려먹을 시간이 없어서 맨날 캡슐 신세고 주말에만 드립드립하니까 라 파파야 소진이 잘 안 됐다.
아니 그러고보니 작년에 이 커피 마시고 스콘 살살 녹는다 했던 거 같은데 어제 나도 모르게 스콘을 사 왔다.
어제랑 그제는 왠일인지 잠이 잘 안 와서 늦게 자고 오늘은 심지어 일찍 깼다. 기침하다가 네시 반엔가 눈이 팍 떠졌는데 계속 잠이 안 와가지고 결국 여섯시에 일어나가꼬 새 커피를 뜯었다.
커피빵? 부풀긴 잘 부푸는데 내리는데 향이 별로 없다. 색깔도 왜 이리 시꺼매. 왠지 걱정된다. 야 나 작정하고 잠도 안 자고 출근 전에 드립드립하는데 맛없으면 진짜…
방금 먹었는데 맛없진 않다. 와 왜 맨날 이 커피 마실 때면 바깥에서 새가 운다. 작년 포장지에는 열대우림 새새끼 그려져 있던 것도 같다. 나는 쓸데없는 기억만 잘 한다.
요즘 펜데믹 머니라는 다큐를 찾아보는데 개꿀잼이다. 2부 보다 말았는데 코로나19 사망자 수 세계2위라는 브라질 주민들이 배급받아 연명하면서 우리는 기부가 아니라 일자리를 원해, 하는 장면까지 봤다. 브라질은 커피 1위 생산국이라는데 그래도 그렇게 돌아가시고 빈곤한데도 커피는 계속 나오고 커피 열심히 키워 파는 데도 한때 브릭스니 브라질펀드니 난리를 치고 신흥성장국 어쩌고 했는데도 여전히 그 나라는 가난한 사람이 많다. 브라질이랑 과테말라는 먼데도 같은 대륙이다보니 과테말라 사람들의 삶도 안녕한지 묻고 싶다. 커피 농부들 가공자들은 코로나 걱정 안 하실런지. 하겠지. 안녕하신지. 그렇게 묻기도 죄송스러울 상황은 아닌지.
나는 여기서 스콘이랑 커피를 냠냠 먹는데 나한테 이 커피를
준 사람들도 어디선가 이마만큼 맛있는 거 냠냠 먹는 아침 보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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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22598 2021-06-30 07:16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스콘 냠냠!

반유행열반인 2021-06-30 10:33   좋아요 2 | URL
커피엔 스콘! 아니 스콘엔 커피! 아니…(무한반복…)

청아 2021-06-30 08: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뒤쪽 📚 에 커피향 남게 하려는 큰 그림이신거 저 알아요ㅋ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6-30 10:33   좋아요 2 | URL
뒤쪽 책꽂이 심지어 저번에 보여드린 뒤 새로 들어온 엄마책꽂이 두 개입니다 ㅋㅋㅋㅋㅋ

라로 2021-06-30 09:03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우리 반열샘 사진도 올리시는 겁미꽈?? 좋아요, 완전 좋아!!!
근데 올리신 글은,,,저도 그분들의 형편이 좋아지길…

반유행열반인 2021-06-30 10:34   좋아요 2 | URL
저는 코로나가 얼른 꺼져서 라로님 형편(?)도 얼른 좀 나아지시길 빕니다. 환자 돌보시느라 너무 고생하시는게 코로나는 의료인에게 이중고니까 ㅠㅠ ㅠㅠ

syo 2021-06-30 11:1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커피 마시면서 커피 농부들의 안녕을 묻고 싶어하는 다정한 반님.....😢

반유행열반인 2021-06-30 13:46   좋아요 1 | URL
syo님 안녕? (묻습니다 ㅎㅎㅎㅎ)

Yeagene 2021-07-01 16: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드리퍼가 제꺼랑 같은 거...같습니다.ㅎㅎ열반인님 이렇게 스콘이랑 커피 사진 올리시니까 엄청 분위기 있어 보여요!♡

반유행열반인 2021-07-01 16:31   좋아요 0 | URL
티타늄 드리퍼 ㅎㅎㅎㅎ오래오래 쓰고 싶네요.
 
[eBook] 눈으로 만든 사람
최은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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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7 최은미.

평온한 주말이었다. 볶음밥을 볶아 먹고. 물냉면을 말아 먹고. 닭다리살을 튀겨 치킨에 맥주를 나누어 먹고. 엄마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휴대전화 화면을 내밀 때까지는.
이거 아빠 번호 맞지? 여태 이 번호를 써?
011로 시작해 중간 자리가 세 자리인 그 번호, 집을 나온 뒤 아빠가 전부 해지해버리기 전까지 엄마와 동생이 같은 뒤 네 자리를 쓰던 그 번호. 나만 왠일인지 마지막 한 자리 수가 살짝 달랐었다. 부재중 전화 두 통에 나와 엄마는 온통 흐린 얼굴로 마주 앉아 말이 없었다. 집을 나올 때는 세상에 있지도 않던 일곱살 터울의 꼬맹이 둘이 뽀로로의 집을 서로 가지고 놀겠다고 싸우고 있었다. 세상 태평하고 또 노동에 먼 통근길에 치여 사는 아이들의 아빠는 코를 골며 낮잠을 잤다.
나는 엄마에게 이참에 번호 바꾸지 뭐, 요즘 알뜰폰은 8900원에 통화 문자 데이터까지 완전 무제한이래, 앉은 자리에서 엄마의 신분증과 카드를 꺼내 유심과 새 번호를 신청했다. 어차피 가장 친한 친구들이랑 외가 식구 말고는 연락할 일도 없잖아. 십 년 된 번호니까 싹 정리할 겸 바꾸고 이제 용인 쪽 사람한테는 알려주지 마요.
엄마는 그러마 했고 오늘 알뜰폰 통신사에서 새로 나온 번호가 문자메시지로 안내되었다. 사실 엄마는 괜찮아 보였지만 내가 불안하니까 한 일이었다.
아빠는 내 번호도 이미 알고 있다. 집을 나오고 얼마 안 되어서 아빠가 핸드폰을 다 해지하자 새로 휴대전화 번호를 가입했다. 그런데 거기로 아빠로부터 전화와 메시지가 걸려와서 화들짝 놀랐다. 대꾸를 안 하고 차단해 버렸다. 그냥 누가 내 번호를 알려준 건지 궁금했다.
아주 오랜 후에 되게 어이 없는 경로로 번호가 알려진 것을 알았다. 몇 년이 지난 후에 겨우 엄마와 아빠의 이혼이 마무리 되고, 아빠는 값이 나가는 세간은 모두 챙기고 책과 책장과 피아노만 남겨주었다. 그 짐 안에서 이말년 친필 사인이 담긴 이말년 시리즈 스탬프가 나왔다. 내가 집을 나올 때는 이말년이 데뷔하지도 않은 때였다. 문득 생각이 났다. 집 나온 뒤 어느 디자인 용품 판매 사이트에서 이벤트를 했다. 내가 좋아하던 이말년의 그림으로 스탬프가 출시되었는데, 댓글 응모를 하면 세 명인가 뽑아서 도장을 무료로 준다고 했다. 나는 아마도 그 이벤트에 응모를 했고, 잊어버렸다. 그런데 왠일인지 그 디자인 판매 사이트의 회원정보에 전화번호는 새로운 것이, 주소는 아빠의 집이 담겨 있던 것이었다. 이말년은 친히 내 댓글을 뽑았고, 내 새 전화번호와 이말년 도장이 담긴 택배가 아빠집으로 향했고, 뭐 그렇게 된 것이었다.
이말년 사인이 새겨진 스탬프 케이스 안에는 이말년 특유의 심각한 표정의 대머리 캐릭터가 너희들…하면서 얼마 안 남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는 도장이 마구 찍혀 있었다. 아빠는 이 도장을 케이스 안에 찍어대며 무슨 생각을 했을까 아주 잠시 궁금했지만 그깟 인간 뭐하러 궁금해, 하고서 겨우 떨쳐 버렸다.
엄마는 나와 함께 집을 나온지 14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아빠가 잡으러 오고, 도망다니는 꿈을 꾼다. 이번 전화도 그런 꿈을 꾸었다고 말하고 이삼일 지나서 온 것이라 참 이상도 하지, 싶었다. 오래도록 불안했다. 아빠가 갑자기 우리가 사는 곳을 찾아내거나, 내 직장에 찾아와 해코지를 하는 상상을 했다. 딸에게 살해 협박을 하다 기어이 전처를 흉기로 찔러 죽인 살인자의 기사를 보며 남의 일 같지 않게 여겨졌다. 이혼 판결을 받은 법정에서 마지막에 도망치듯 자리를 피하는 엄마를 쫓아오며 아빠는 니들 다 죽일 거야, 했댔나. 아니면 나의 피해망상인가. 엄마는 정말 다행히도 25년 간의 학대와 폭력을 끊어내고 법적으로 남이 되는데 성공했다. 그렇지만 존속과 비속의 관계란 법으로 해소되지 않는다. 동료에게 이런 이야기를 대강 털어 놓자, 너도 개명하지 그래(엄마는 몇 년 전 개명을 하셨다), 하길래 내가 웃으면서 가족관계증명서 떼면 누구누구의 자 하고 다 나오는데 뭣하러, 했다. 나는 어느 날인가 나의 가족관계증명서에 부 라고 써 있는 이 지긋지긋한 인간이 부양료 청구 소송을 걸어오는 건 아닌지 하고 걱정하기도 한다. 그날을 대비해 여러 궁리를 해 둔다. 이혼의 원인은 결혼 초부터 지속된 배우자와 자녀를 향한 가정폭력 때문이었고 그 판결문이 남아 있을 것이다. 아비란 인간이 동생에게 훈육이랍시고 가하던 신체적, 정서적, 성적 폭력, 그때는 심한 장난이라고, 제발 장난 좀 그만하세요 했지만 이제는 성추행이라고 말할 수 있는 그 끔찍한 짓거리들. 가족의 피해를 늘상 목격하고도 제대로 말리지 못하던 나의 무기력과 수치심. 고통을 겪던 엄마와 동생. 엄마를 향하던 성적인 욕설, 말하여지지 않았지만 짐작할 만한 학대, 벨트를 풀러 쇠로 된 버클로, 수십 개의 무거운 금속 열쇠로 철퇴마냥 내리치는, 흐르는 피, 깨져 나뒹구는 반찬 그릇, 흐르는 반찬 국물로 오염된 바닥의 역겨움, 망치로 내리친 문고리, 깨진 현관문, 볼륨 100까지 틀어올린 텔레비전 소음으로 가려진 폭언과 욕설과 비명. 동생과 대놓고 이 문제에 대해 이야기 한 적은 없지만 동생은 정서적으로, 삶에 많은 부침을 겪고 아빠를 직접 증오하는 대신 나와 엄마에게 원망을 투사하여 사이가 매우 안 좋아진 채로 멀리 이사를 가버렸다.

친족 성폭력에 관해 거듭 다루어진 이 소설가의 소설을 읽을 때마다 나는 그렇게 자꾸 떠나온 곳을 돌아보게 되었다. 최은미가 쓴 미산과 같은 곳이 내가 떠나온 용인이다. 나고 자라 25년을 살았지만 다시 돌아갈 수 없는 곳, 돌아가고 싶지 않은 곳. 몇 십킬로미터 떨어져 있지만 잔인하던 아빠와 할아버지가 사는 그 동네가 폭격이라도 맞아서 사라졌으면 하는 것.(용인 주민들께는 죄송합니다…우리 아빠랑 할아버지 사는 집만 딱 그랬으면 좋겠네요.)

그러니까, 이런 생각도 했다. 과거에 고통을 겪은 이들에게 이제는 잊으라고, 괜찮아 질 거라고, 함부로 말하지 않아야 겠다고. 잊지 말고 계속 퍼부어 대세요. 아프게 하던 그 사람들 욕을 하고 나도 같이 욕을 하고 죽어라 빌고 제발 사라져라 아주 많이 아파라 그리고 제발 앞에 나타나지 마라 하고 온갖 저주를 하세요. 미워하는 삶이 고통이라고 용서 하고 잊고 살라 말하는 이들에게 좆까세요 좆같은 족같은 것들아 제발 좀 닥치라고 하세요. 그새끼들이 무슨 짓을 했는지 무슨 나쁜 짓을 했는지 계속 까발리고 파헤치고 반복해서 말하고 쓰고 또 다시 쓰고 그런다고 절대 그런 일들이 없는 나날로 돌아갈 수 없겠지만 그래도 그렇게 해서라도 내 잘못이 아니었다, 내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럴 수 있는 날까지.
그 입을 막지 않고 그 손을 꺾지 않는 게 겪지 않은 사람들이 건넬 수 있는 가장 큰 위로인 걸 이제는 압니다. 그래서 엄마한테도 많이 미안해요. 엄마 이제 벗어났으니까 그만 말하고 잊고 살아, 그냥 그걸 소설로 써, 나한테는 이제 그만 말해, 했던 날이 너무 미안합니다. 조금 더 참고 들어줄게요 이제. 조금 더 같이 욕하고 정신 바짝 차리고 해치러 오지 않게, 해칠 의도가 없대도 내가 뭘 잘못했어, 사랑했다, 이딴 개소리 듣지 않게 어떻게든 해볼게요.

-보내는 이 ……『자음과모음』 2019년 봄호
이 책을 사고, 이 소설을 읽다가 아파트 옆 동을 건너다보다가, 아주 꽂혀 버렸다. 나에게는 왕래하는 이웃이 없지만, 아래층에 사는 아기 엄마의 SNS와 지역맘카페 아이디를 우연히 알게 되고는 한동안 염탐했었다.(…) 결국 그 아기 엄마랑 친해지지 못하고 온갖 정보만 혼자 알다 이사를 왔다. 이런 내가 부끄러운데 나는 관계 맺는 게 서툰데 남한테 관심은 많고 그래서 그런 이야기로 소설을 쓰고 싶었는데 이 소설이 너무 잘 써 버려서…

-여기 우리 마주 ……『문학동네』 2020년 가을호
아주 오랜 뒤에 코로나19가 지나가던 2020년의 봄, 여름을 누군가 묻는다면 이 소설을 읽으라고 말할 것이다. 너무 징글징글하고 서글펐다. 슬픈 봄과 여름이었고 사람은 생각보다 적응력이 빨라서 또 조금은 나아지긴 했지만 슬펐던 일이 슬펐던 일이 아니게 되는 건 아니다.

-눈으로 만든 사람 ……『자음과모음』 2016년 봄호
최은미를 알게 된 첫 소설이 이것이었다. 2017년에 어설프게 소설 습작을 시작하고, 내 글이 너무 올드하다고 소설가 친구가 이 소설을 읽어보라고 했다. 그래서 처음으로 젊은작가상수상집을 읽게 되었다. 그러고 나서는 알아서 한국문학 작가들을 찾아 읽었다. 처음 읽었을 때도 너무나 강렬하고 아팠는데, 4년이 지나서 다시 읽어도 여전히 아팠다. 겨우 읽기만 하는 내가 아프면 윤희 누나는 얼마나 더 아프겠냐.

-나와 내담자 ……『문학3』 2018년 3호
짧은데, 상담자가 내담자인 나를 이렇게 여겨주길 바라며 시점을 바꾸어 쓴다고 생각하면 더 슬프다. 나는 그나마 괜찮은 상담자인 정신과 선생님을 만났었는데 몇 년 후에 SNS를 보니까 그 선생님도 상태가 상당히 안 좋았다. 나보다 더 병들어 있었다. 그 소아정신과 진료실의 장난감들, 기찻길, 권해주던 오소희 여행기, 재미없던 박민규 소설 같은 게 생각난다. 더는 상담을 이어가질 못하는 내담자가 누군가 나를 기다려주길, 하고 바란다고 생각하면, 그렇게라도 나아지고 싶고 상담하러 가고 싶지만 못 가는 마음이라면. 슬프다. 좋은 선생님 찾기 생각보다 너무나 어렵다. (나는 텔레비전에서만 보는 거지만 오은영 박사님도 안 좋아한다…ㅋㅋㅋㅋㅋㅋㅋ)

-운내 ……『릿터』 2019년 6/7월호
신이화차, 목련을 먹는지는 나도 몰랐다. 목련정전도 기회되면 읽어봐야 겠다. 민간요법이니 대체의학이니 수련이니 거 아주 좆같은 거. 무언가 다른 사람을 아프다고 낙인 찍는 거도 좆같고 진짜 아픈 사람을 낫게 해 줄 것처럼 희망 고문하면서 사실 자기도 정말 낫게 해줄 거라고 자기기만 오지게 하면서 주제도 모르고 설치는 새끼들 진짜 짜증난다…

-美山 ……『문학동네』 2018년 봄호
은석이가 살아있는 듯 아닌 듯 이런 형식 나는 아주 슬퍼가지고.

-내게 내가 나일 그때 ……문장 웹진 2019년 12월호
이것도 두번 읽은 소설인데 눈으로 만든 사람 에필로그 같은 느낌인데 정말 슬펐다. 살아남으려고, 조금이라도 나아져보려고 소설을 쓰는 건데 그게 나를 아프게 하면 진짜 정말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건지.

-11월행 ……『나의 할머니에게』(다산책방, 2020)
이 소설도 두번 읽었으니 이 책에 세 편 정도가 다시 읽는 소설인데. 처음 읽을 땐 그저 그래 그랬는데 두 번째 읽으니 좋았다. 템플스테이까지는 몰라도 나도 산에 가고 싶고 절에 가고 싶다. 신자는 아닌데 그냥 요즘 쉬이 못하는 일이라 더 하고 싶은 거 같다.

-점등 ……『현대문학』 2017년 8월호
이것도 불교 소설에 가까운데 인상 깊었다. 도심의 연등 행렬 제대로 본 적 없는데 이 시대가 얼른 지나가고 나아져야 다시 볼 기회가 생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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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1-06-28 21: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두 오은영박사님 좋긴한데 (그래, 이렇게라도 이야기 되어야지) 안좋아요. 관계문제에 중점 두면서 구조적 문제 가리는 느낌도 그 반대와 많이 다르지 않다고 생각해서. 생각많아지네요 ㅎㅎㅎ 잘 읽었뜹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6-29 11:02   좋아요 0 | URL
잘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긴 한데 안 좋은 것들 ㅋㅋㅋ

Yeagene 2021-06-28 22:1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최은미 작가님 독후감을 열반인님이 쓰시니까 다르게 다가오네요.제발 좀 그 사람,열반인님에게서 영원히 떨어져 나갔음...ㅠㅠㅠ

반유행열반인 2021-06-29 11:03   좋아요 1 | URL
그냥 제 통제범위에 없는 뭔가가 있다는 걸 인정하는 편이 더 빠를 것도 같아요.ㅎㅎㅎ기원해주신 내용은 아주아주 감사합니다 ㅎㅎㅎ

붕붕툐툐 2021-06-28 23:14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저도 엄마의 반복되는 레파토리에 이제 그만 하라고~ 엄마도 거기서 벗어나라고 했는데.. 좀 더 들어드려야겠어요~~

반유행열반인 2021-06-29 11:04   좋아요 2 | URL
그쵸 그거 듣는 거 뭐 어렵다고 그만해 했던 게 되게 미안해지더라구요 나도 애국가 1,2,3,4,5,6,7,8,9…. 무한반복 가능한 주제에 ㅋㅋㅋㅋ

han22598 2021-06-29 05:30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곳에서도 폭탄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혹시 알아요. 한방에 용인이 없어지지 않으면 제가 여기서도 쏴드릴게요!!!!

반유행열반인 2021-06-29 11:04   좋아요 2 | URL
저 갑자기 이 댓글 보고 뭐가 써보고 싶어졌습니다. ㅋㅋㅋㅋ누클리어밤으로다가 부탁드립니다.

han22598 2021-06-29 11:50   좋아요 2 | URL
야스야스!!! 뉴클리어 밤 접수했습니다. ㅎㅎㅎ
쓰고 싶은 글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

반유행열반인 2021-06-29 13:10   좋아요 1 | URL
쓰게 되면 보야드릴게요 ㅋㅋㅋㅋ이것은 한님의 지분이 있으므로 ㅋㅋㅋ폭탄은 안 나올 거 같습니다 ㅋㅋㅋ그런데 안 쓸 수도 있습니다 ㅋㅋㅋㅋ

syo 2021-06-29 14:1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말년 이양반이.....

반유행열반인 2021-06-29 14:28   좋아요 1 | URL
그래서 침착맨 된 이후로 이말년 아웃 ㅋㅋ팬 끊었어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김양식 2022-01-11 18:06   좋아요 1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아니 귀엽고 사랑스럽고 섹시한 침착맨 무슨 죄라고ㅠㅠ 그래도 이건 이왕건 씨 잘못입니다. 뭐라고 위로를 할 지 모르겠지만..

반유행열반인 2022-01-11 18:38   좋아요 0 | URL
만화를 그리는 이말년은 좋아하는데 제가 트위치나 유튜브는 잘 안 봐서 끊은 거예요 ㅋㅋㅋ도장이랑 이말년 단행본은 모두 아직 잘 가지고 있습니다. 침착맨 팬(x) 이말년 팬(o)
 
[eBook] 우리 아기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할까? - 아빠가 처음인 정신과 의사의 슬기로운 육아생활
려원기 지음 / 빈티지하우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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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5 려원기.

정신의학신문에서 연재할 때 이 육아만화를 재미있게 보았었다. 책이 나온 걸 알고 완결이 되었구나 하고 빌려 보았다. 이미 연재분에서 대부분 본 내용이긴 하지만 다시 보니 또 재미있었다.
부모 되기란 누구나 처음인데, 어떻게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 아기는 왜 이러고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가르쳐주는 기관도 없고 정답도 없다. 아기 키우는 동안 이 만화가 나름 위안도 되고 공감도 되고 했는데, 지금 다시 보니 벌써 그땐 그랬지…할 만큼 꼬맹이는 벌써 쑥 자라서 38개월 산 큰 어린이가 되었다. 아 아직 아기네…
큰 꼬맹이 키울 때는 진짜 처음이라 모든 게 걱정이고 불안하고 어찌할 바를 몰랐는데, 두 번 째는 확실히 수월하고 느긋해진 면이 있었다. 큰 꼬맹이는 지금 꼬맹이 만할 때 잠을 새벽 세 시 네 시 까지 안 자고 논다고 책본다고 버텨서 많이 힘들었는데, 작은 꼬맹이 낳고는 ‘느림보 수면교육’이라는 책을 읽고 마음이 느긋해져가지고 집안 조명 어둡게 하고 하얀 전구 노랑이로 바꾸고 시간 정해서 딱 소등해버리고 토닥토닥 해주니 애들이 너무 잘 자버렸다… 이래서 사람은 배워야 해…
양육 과정에서 상처 입고 불안을 안은 채 자라난 아이들은 그게 문제인 걸 알고 나서도 그 이상의 대안을 찾기가 좀체 쉽지 않다. 대우 받은 대로, 경험한 대로 행동하기가 쉽다. 그 악순환을 끊고 인내심을 가지고 더 나은 행동을 하는 게 나와 아이들을 행복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걸 안다. 실천은 더디지만…그래도 내 아기들은 내가 어릴 때보다 덜 울고 나보다 엄마를 덜 찾고 어디 나간다 해도 금세 돌아올 걸 알고 안정된 모습을 보인다. 다정한 아빠를 엄마보다도 무서워하지 않고 마냥 편하게 군다.(그리고 호구 잡듯 마구 괴롭히지…) 그런 식으로 세대를 거쳐 나아지면 다행 아닐까.
정신의학과 심리학, 뇌과학 지식을 동원해 온갖 밈과 드립을 비벼서 쉽게 만화로 그려준 이 책도 제법 접근하기 쉬워 부모가 되기 전인 사람들에게 권할 법 했다. 물론 이거 하나로 다 되진 않지만 그래도 위로가 되지 않을지. 만화도 잘 그리는 재주 좋은 의사 선생님 ㅎㅎㅎ
그러고보니 새삼 깨달은 게 그렇게 열심히 들락날락 살피던 정신의학신문 안 들어가 본 지 꽤 됐다. 아, 나 요새 진짜 살만한가 보네. 근래 드물게 안정되고 차분한 나날이다. 나이가 들어 그런가. 그럭저럭 나아지고 있는가. 불안과 불면과 우울이 없는 삶이 얼마나 평온하고 좋은지 직접 겪어 보니 너무나 좋다. 나는 그걸 누릴 자격이 있다고 믿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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붕붕툐툐 2021-06-26 10:0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진짜 끊기 힘든 대물림을 잘 끊어내고 계신 반열님~ 멋지십니다~👍
(근데 아가들이 일케 어린데 책은 어떻게 읽으시는 거예요? 슈퍼우먼이세요?)

반유행열반인 2021-06-26 10:49   좋아요 1 | URL
끊은 줄은 모르겠고 주변 좋은 사람들이 완충? 보완? 해주는 덕이지요. 주로 방치 플레이입니다 …ㅋㅋㅋ 유튜브 틀어주거나 스티커북 쥐어주고 한눈 파는 동안 혼자 책삼매경…

Yeagene 2021-06-27 00:0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그럼요..충분히 누릴 자격이 있으십니다.그런데...의사 선생님이 직접 글 쓰고 그리신 거였어요?그림 잘 그리시네요...♡

반유행열반인 2021-06-27 00:28   좋아요 1 | URL
넴 정신과 의사쌤이 그려서 연재하던 걸 책으로 묶었더라구요. 의사도 육아는 처음인 거라 ㅋㅋㅋㅋㅋ

2021-06-27 13: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1-06-27 14:17   URL
비밀 댓글입니다.

syo 2021-06-29 14: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꼬맹이 마음을 설명하는 할부지들. 애기 마음은 할부지가 되어야 알 수 있는 거란 말인가요....

반유행열반인 2021-06-29 14:27   좋아요 0 | URL
할부지가 기억력이 좋아가지고 애기 때 난 이랫쪄 한 거거나 퇴행이 와서 다시 어린애가 되었거나...(할부지 제송함미다)
 
애린 왕자 - 갱상도 (Gyeongsang-do Dialect) 이팝 어린 왕자 시리즈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저자, 최현애 역자 / 이팝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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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25 앙투안 드 생텍쥐페리, 최현애 역.
십대 후반에서 이십대 초반 사이로 나는 무시로 경상도 사는 혹은 살던 친구들에게 쉬이 반하곤 했다. 딱딱 냉랭한 말투에도 그러다가도 가끔 안부를 물어주면 그게 그렇게 시크해가지고 마음이 홀다닥 쏠려버렸다. 나는 경기도에서 나서 내내 자라다 어른이 되어서는 또 내내 서울에 살아서 내 세상은 그만큼 좁고 언어의 범위도 좁다. 그래서 지방 출신의 친구들을 보면 뭔가 바이링궐을 대하듯 언어의 풍성함이 부럽다. 그리고 수도권 출신들에 비하면 그 친구들은 같은 나라를 살아도 더 넓게 산다는 느낌도 들었다. 여기에서 저기로 옮겨 가고 오는 게 거칠 것 없어 보였달까. 나는 여기에서 이 좁은 바닥에서 사람들 벅지글거리는 틈바구니에서 깔짝대며 살고 있는데.
하여간에 그런 배경 탓인지, 별 상관 없을지 모르지만 ‘애린 왕자’ 출간 소식에 굉장히 관심을 가지고 결국 지름 욕구를 참지 못하고 한 권 사 버렸다. 이것이야 말로 갱상도어의 바이블, 훌륭한 교재 아닌가, 아닌가? 로컬이 아니니 언어 구사의 정확도는 내가 검증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이런 시도를 한다는 거 자체가 언어의 다양성과 풍성함을 고려하면 훌륭하게 느껴졌다. 비슷하게 경상도 언어를 그대로 인용한 책 중에 ’대구 경북의 사회학’도 흥미로웠고, 사 두고 다 보진 않았지만 경상도 산골 할매들 생애구술사 옮겨 적은 ‘할매의 탄생’도 일단 모셔두고 있다. 부모 중에, 조상 중에, 인척 중에도 그 동네에 연고가 없는 걸 아는데도 나는 왜 그쪽 말이 끌리는지 여전히 모를 일이다.

미루고 미루다 펼친 애린 왕자(얼라 왕자 아이가?)는 아름다웠다. 처음에는 웃기다 하고 읽었는데 다시 각잡고 읽으니 오히려 구어체가 너무도 생생해서 심금을 울렸다. 경상도 방언을 배우고 싶은 누군가라면 이 책을 열심히 필사해도 좋지 않을까, 어린왕자 마르고 닳도록 들어 질렸다 싶은 누군가라도 새로운 언어 버전으로 읽으면 또 다르게 감동이 다가올 것이다. 내가 그랬거든. 키야. 사람과 사람, (또는 인격화된 사물 또는 동물일 수도,) 존재와 존재가 관계 맺는다는 것에 관해 이렇게 깊게 울리게 이야기를 그려낼 수 있었던 생텍쥐페리 아저씨는 참 신기한 사람이다. 어두운 밤에 별만 종종 뜬 사이로 비행기를 몰다보면 그런 이야기들이 투두둑 별처럼 머릿 속에 쏟아져내렸을까. 그 시간들은 아마도 외로웠을 것도 같고 그래서 자꾸만 그렇게 여우라도, 뱀이라도, 꽃이라도, 갑자기 툭 튀어나온 별에서 온 어린애라도 만나고 싶어 상상했던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누군가와 이어지는 일은 온 우주가 뒤바뀌는 일이고, 그 누군가와 다시 멀어지는 것 또한 큰 슬픔이 뒤따르니, 내게 오는 인연들은 모두 귀하고 감사하고 가볍지 않은 일일테다. 어린왕자와 그가 만난 이들은 뭣이 중헌지 되묻곤 한다.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도 한다. 그게 다는 아닐 것이고 그만큼 중요한 게 뭔지 알기도 잊기도 쉽다는 말이 아닐까 싶었다. 별을 보며 웃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별을 보면 거기 있을 수많은 웅굴(우물)을 떠올릴 수 있는 삶은 축복이겠지. 지나는 풍경에, 날씨에, 사물에, 비, 커피, 가로등, 담벼락 같은 것들에 묻은 얼굴과 이름을 떠올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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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는 10억짜리 집 봤니더.”이라면 알아 묵고 “그 집 정말 이뿌겠네”하는 기라.
그라이 여러분들이 “애린 왕자가 있었다는 정거를 대보믄, 가는 정말 멋진 얼라고, 가가 웃었다는 거, 가가 양을 갖고 싶어했다는 거, 누가 양을 갖고 싶다카믄, 그게 사람이 살아 있다는 정거다” 카믄서 같이 말해 보믄, 으른들은 니가 마 얼란갑다카믄서 어깨를 으쓱할낀기라. 근데 “가가 소행성 B612에서 왔다”카믄 으른들이 딱 알아묵고, 질문 같은 거 안 하고 귀찮게 안할끼라. 으른들이 일타. 탓하지는 말그래이.얼라들이 으른들자테 아주 너그러버야 한데이.(20)

-“언젠가 그 아들이 여행을 하모 그게 도움이 될끼라. 가끔 할 일 미룬다고 별일 있드나. 그란데 바오밥나무는 난리날끼다. 나는 게으름뱅이가 사는 별을 아는데, 고마작은 풀띠 세 그루를 내비뒀드이……”
그래가 나는 애린 왕자가 설명한데로 게으름뱅이 별을 기맀지. 나는 도덕 선생 같은 말투는 밸로 안 좋아한데이. 근데 바오밥나무가 위험하다는 걸 사람들이 너무 모리고, 혹시라도 길 잃고 소행성에 드간다 해봐라 음청 위험하겠제. 그래가 한 번 예외를 둘꾸마.
“얼라들아! 바오밥나무 조심해래이!”
내가 이케 요 그림에 공 들이는 기는, 내 친구들이 내문키로 암것도 모리는 위험을 지나가면서 알려줄라 안카나. 마 배운기는 내가 이마이 욕본 값어치가 있었다카능기다. 쪼매 궁금할끼라 와 이 책에 다린 그림들은 바오밥나무 문치로 웅장하게 안그렸냐꼬. 대답은 간딴타. 내는 죽을 똥 살 똥 힘은 줬는데 성공을 모한기라. 근데 바오밥나무를 기릴 때는 영감을 주는 사람이 옆에 있으이 고마 내를 뛰아넘았지.
(24)

-이래가 애린 왕자는 진심이고 뭐고 꽃을 의심하게 됐다카이. 별 것도 아닌 기를 심각하게 생각하믄 마 불행해지제.
“문디 가스나…꽃 말을 듣는 게 아니였는데.”
어느 날 가가 내자네 속마음을 털어놓데.
“꽃 말은 들으모 안된데이. 그저 바라보고 향기만 맡으모 되능데, 내 꽃은 내 별을 향기나게 해줏는데 내가 거서 기쁨을 몬 찾은기라. 발톱 이바구할 때 화 안내고 너그러이 다 받아 줄 수도 있았능데……”
가가 계속 지 속 마음을 이바구하더라.
“내는 마 암것도 몰랐지예! 주끼는 거 말고 행동으로 꽃을 판단해야 했는데, 갸는 내도 향기나게 해주고 내 맘도 환하게 했눈데, 거서 도망치는 기 아니였다카이! 내가 눈치 없그로 어설픈 거짓말 뒤에 숨기 노은 진짜 맘을 몰라준기라. 모순 뭉티, 사랑하기엔 내가 그 때 너무 애렸덩기라…..” (33)

-“그래도 짐승들이 달레들모……”
“나비 볼라모 벌그지 두 세 마리는 참아야겠지예. 나비는 참 아름답제, 야들 아이모 누가 나를 찾아오겠노, 당신은 멀리 가뿌고. 등치 산만한 짐승들이 온다케도 나는 겁 안나예. 내자테 발톱 있으예.”
그라믄서 가는 순진하이 가시 네 개를 비주는 기라. 그라고 이케 덧붙있따.
“그래 꼬물딱대지 마이소, 신경 쓰이그로. 떠나기로 했으모 얼릉 가이소.”
꽃은 우는 모습을 안 비줄라케따카네. 참 이마이 오만한 꽃잉기라.(36)

-그는 절대 군주캉 만유의 왕이라 안카나.
“그라믄 별들이 전하한테 복종하닝교?”
“하모 당근이도다.” 왕이 쿠데. 별들이 바리 복종하느니라. 짐은 대들모 용서 모해주거든.
그만한 권력에 애린 왕자는 놀라 자빠질라 켔다. 내가 만일 그런 권력을 가졌으모 의자를 끌어 댕기든동 말든동 필요도 엄시 하루에 마흔네 번이 아니라 일흔 두 번이라도, 아니 백 번이라도, 아니 이백 번이라도 해넘이를 구경할 낀데. 그러자 나뚜고 온 지 별이 떠올라가 맴이 찢어질라했으므로 용기 내 가 왕한테 은총을 안 빌었긋나.
“해 지는 거 보고 싶은데예. 저를 좀 기쁘게 해 주이소…해 지도록 명령 좀 해달란 말임더……”(38-39)

-“그란데 덧없다카는 기 먼 뜻이냐꼬예?” 한 번 물으모 절대 포기라카는 기는 없는 애린 왕자는 계속 물았지.
“그기는 머지않아 사라질 위험이 있다카는 뜻인데.”
“내 꽃이 머지않아 사라질 위험이 있다꼬요?”
“하모.”
“내 꽃은 덧없는 기네.” 애린 왕자는 생각했데이. “가가 바깥 시상에 지를 보호할 수 있는 기 가시 네 개가 다다 아이가! 내사 그런 꽃을 문디 문치로 혼자 두고 왔다카이!”
이기 가가 처음으로 느낀 후회라카는 감정이었데이. (58)

-“사람들은 어딨노?” 애린 왕자가 한참만에 입을 띠따. “사막은 쪼매 외롭네…..”
“사람들이 사는 곳도 여맹크로 외롭데이.” 뱀이 이바구했다.
애린 왕자는 한참 뱀을 바라보디,
“니는 희한한 짐승이네.” 한참만에 가가 주껬다.
“손꾸락먼즈로 쫍실하이……”
“하지만 난 왕 손꾸락보다 힘이 더 세다카이.” 뱀이 켔다. 애린 왕자는 빙긋이 웃으모 말했데이.
“니가 힘이 세다꼬…발도 없으믄서……여행도 몬 하그로……”
“내는 니를 배보더 더 멀리 데려가 줄 수 있능데.” 뱀이 이바구했다.
가는 금팔찌 맹크로 애린 왕지의 발목을 휘감았뿟데이. “누든지 내 승질 건드리모 다 지가 태어난 땅으로 돌아가능기라. 뒤진다꼬.” 가가 다시 이바구했데이.
“그란데 니는 순수하고 또 다른 별에서 왔다카이…..”
애린 왕자는 아무 대꾸도 안 했떼이.
“니를 보이 참 애처러븐기. 이 화강암 뜽거리 지구 우에 니처럼 약한 아를 보이, 한날 니 별이 너무 그리브모, 내가 널 도와줄 수 있데이. 내가 해 줄기……”
“오! 잘 알았데이.” 애린 왕자가 이바구했다. “그란데 니는 왜 늘 수수께끼 믄즈로 말을 하노?”
“내는 그리 말해도 다 풀지를.” 뱀이 말했다. 그라고 그들은 말이 엄섰다. (62)

-“그 별에 사냥꾼이 있나?”
“없능데.”
“오 고거 좋네. 그라믄 닭은?”
“엄따.”
“아, 시상에 완벽한 기는 엄나보네.” 미구는 한숨을 푹 시는기라.
그라고 미구는 지 생각을 다시 주껬다.
“내 생활은 단순테이. 내는 닭 쫓고, 사람들은 내를 쫓고, 닭은 다 그기 그기고, 사람들도 전신에 그기 그기고, 그래가 좀 지겨븐데. 니가 내를 질들이모 내 생활은 따신 햇빛을 받은 거 맹키로 환해지겠제. 따른 발자국 소리카는 완전 다르게 들릴 발자국 소리를 듣게 될 기다. 따른 발자국 소리를 들으모 나는 땅 미태 숨아삐는데. 니 발자국 소리는 음악문지로 내를 굴 밖으로 불러 낼끼라. 그라고 저짜, 밀밭 비제? 나는 빵을 안 묵어. 밀은 내한테 아무 소용도 엄꼬. 봐도 떠오르는 기 없다카이. 그래가 슬프데이! 그란데 니 머리카락은 금색이네. 그래가 니가 내를 질 들이모 깜짝 놀랄 일이 일어날 끼다. 밀도 금빛이 나이까 니를 떠올릴 거 아이긋나. 그래가 나는 밀밭에 스치는 바람 소리를 사랑하게 될끼고……” (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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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애린왕자 필사 시작
    from 라로의 서재 2021-07-07 21:36 
    반유행열반인님이 <애린왕자> 리뷰 올리시고, 거기에 " 경상도 방언을 배우고 싶은 누군가라면 이 책을 열심히 필사해도 좋지 않을까"라고 하셔서 내가 자진해서 나섰다. https://blog.aladin.co.kr//lunanuna/12719079 오늘 마침 땡땡이 치는 날이니까 이왕이면 생산적인 땡땡이를 치자 싶어서 <애린왕자> 이북으로 사서 필사를 시작했다.일부러 내 필체(책님이 붙여주신 별명인 일명 라로체 ^^;;)를 안 사용하
 
 
붕붕툐툐 2021-06-25 17: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ㅋㅋㅋㅋ이 일을 모해 묵긋따 넘 웃겨요~ 호기심이 생기지만, 읽는데 너무 오래 걸릴 것만 같네요. 경상도 방언 해독력이 매우 떨어지는 1인~ㅎㅎ

반유행열반인 2021-06-25 18:10   좋아요 3 | URL
중요한 건 표준어로 보이지 않아 ㅎㅎ마음으로 느끼는 갱상도어였습니다 ㅋㅋㅋ

Yeagene 2021-06-25 18:0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런 시도 너무 참신하고 괜찮죠!ㅎㅎ
언젠가 방송 보는데 이 책 소개하더라구요..어린왕자 너무 오래전에 봐서 다시 읽어보려고요:)

반유행열반인 2021-06-25 18:11   좋아요 4 | URL
다시 읽을 때 다른 번역으로 읽는 거도 좋더라구요. 이런 시도 다양한 동네 언어로 종류도 많았으면 좋겠어요.

유부만두 2021-06-25 19:00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오디오 북으로 좀 들었는데
증신 읍데예.

화전가(배삼식) 희곡이나 오디오북 만들면 좋겠어요. 글로 봐선 하나도 모르겠더라고요.

반유행열반인 2021-06-25 19:38   좋아요 3 | URL
저는 시 읽눈 기분으로다가 읽었어요. 소리로 들으면 억양까지 더해져 정신 없긴 하겠어요. ㅎㅎㅎ 오디오북 좋아하시는 분들도 많던데 저는 한국문학 오디오북 세트 사서 몇 개 듣고 나니…아직은 읽는 게 좋구나 싶사옵니다 ㅎㅎㅎ

청아 2021-06-25 19:3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영어를 부산 사투리톤으로 들었던거 떠올라요ㅋㅋ그 오빠 잠깐 좋아했는데ㅋㅋㅋㅋ오디오북으로 한번 들어볼까 고민됩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6-25 19:39   좋아요 2 | URL
저는 글로 읽는 거 추천이요 ㅋㅋㅋㅋ 나한테 맞춰서 속도 조절이 되잖아요. (되게 옛 사람 같다…팟캐스트도 안 들어본 일인…)

syo 2021-06-25 20: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인용하신 부분 일부를 네이티브 스피커 발음으로 직접 읽어보았습니다.
원문은 지난 세대 사투리에 가깝네요. 20년 경상도 짬밥으로도 완벽한 억양으로 재현해내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

반유행열반인 2021-06-25 20:54   좋아요 3 | URL
알라디너 팬들을 위해 서비스로다가 syo님판 리미티드에디션 오디오북 함 갑시다 ㅎㅎㅎ기술적인 건 제가 해결할테니 낭독만 하십시오 ㅋㅋㅋㅋ

유부만두 2021-06-25 20:58   좋아요 2 | URL
그럽시다!

라로 2021-06-25 22:0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제가 필사 해봅지요! 😅 제 시아버지가 비행을 하셨어요. 취미로. 그래서 어린 남편을 태우고 두 개 주를 날아가시기도 하고 뭐 그러시면서 이런 저런 얘기도 많이 해주시고 사연도 많은데…암튼 어느날 남편과 밤하늘을 올려다 봤는데 경비행기가 아주 낮게 날아가는 거에요. 그런데 불빛이 빨강, 파랑, 하얀빛으로 보였어요. (요즘 노안 극심) 그래서 제가 꼭 미국 국기 색이네, 쳇. 이랬더니 남편이가 “파랑이 아니라 초록색이라고..신호등 같은 거래요…암튼 제 단면입니다. 뭐든 아니꼬와 하는. 😅어쨌든 저도 경상도 사투리 넘 좋아해요. 특히 여자들이 하는 것요. 남자들이 하는 건 별 매력 없구요. (쇼님 죄송;;;)

반유행열반인 2021-06-25 22:09   좋아요 0 | URL
저는 반대입니다 ㅋㅋㅋ (여자말보단 남자말에 더 혹하던 철딱서니여…) 베껴 적기보다 사실 따라 읽어봐도 재밌더라구요. 이 책 음독도 조금 해 본 독자 올림 ㅋㅋㅋ

syo 2021-06-29 14:20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ㅋㅋㅋ 라로님 죄송할 게 없습니다.
저도 여자들이 하는 경상도 사투리에 하나도 매력을 못느끼거든요 ㅋㅋㅋㅋㅋㅋㅋ

서울 남자들 좋아 죽는 ‘오빠야~‘는 제게 ‘태극기가바람에펄럭입니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와 별로 다르지 않은 수준의 감정 변화를 일으킵니다.

난티나무 2021-06-26 01:3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syo님 의견에 동감! 사투리도 지역마다 조금씩 차이가 나서요. 저도 억양이랑 미묘한 발음 길게 짧게 재현 가능합니다.ㅎㅎㅎ 글로만 적으면 사투리 맛이 좀 덜 살기는 하죠. 이거 읽으면서 영화 속 경상도 사투리가 왜 그렇게 어색한지 알았어요.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6-26 07:33   좋아요 0 | URL
갱상도어- 로 뭉뚱그릴 수 없는 디테일이 있은 것이로군요 경상북부어 서부어 남부어 동부어 막 이러케 ㅋㅋ 하긴 어려서 알던 봉화 창원 밀양 김해 부산 대구 김천 친구들 비슷한 듯 조금씩 다른 말을 썼던 것도 같네유 ㅎㅎㅎ
 
식품에 대한 합리적인 생각법 - 위험정보 독해력, 불량지식 해독력
최낙언 지음 / 예문당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20210623 최낙언.

어려서부터 아토피성 피부염을 심하게 앓았다. 온갖 병원을 드나들었다. 주위 사람들은 좋다는 민간요법을 온통 권해줘서 엄마는 이것저것 먹이고 바르고 몸을 담그고 난리도 아니었다. 문둥병 환자들 다니는 병원 가봤어? 말벌집 끓인 거 먹어봤어? 겨우살이풀, 좀개구리밥으로 목욕해 봤어? 전부다 우웩이다. 어느 약국 약사가 자기가 낫게 해 준다면서 직접 조제한 과립형 약봉지를 질리도록 거의 일 년을 먹었다. 종이 위로 빼곡히 먹어선 안 될 음식 목록을 엄마에게 건넸고 대부분 단백질 위주였다. 그러니까 나는 돼지고기, 닭고기, 계란, 우유, 밀가루 등등 다 먹으면 안 된다고 했다. 엄마는 그 목록을 손글씨로 깨알같이 엽서 위에 적어 내가 다니던 유치원(사실은 유아 교육 대체 미술학원)에 보냈다. 어느날 스타베리라는 알록달록한 시리얼이 간식으로 나왔다. 그리고 하얀 우유. 선생님이 우유를 한 컵 씩 따라 아이들에게 건네고 점점 내 차례가 다가왔다. 기억하고 계시겠지. 나는 건너뛰고 다음 친구에게 주러 오시는 거야. 나는 우유를 먹으면 안 된대. 제발, 우유는 안 돼,
선생님이 빨간 플라스틱 컵에 담긴 흰우유를 내 앞 탁자 위에 내려놓자 나는 눈물을 짜기 시작했다. 나는 우유를 못 먹어요 엉엉. 선생님은 유난 떤다는 듯 차가운 표정을 하고 컵을 거두어 다른 친구들에게로 갔다. 부족한 유아교육 기관 대체로 생겨난 미술학원은 그렇게 아이들 돌보는데 친절하지는 않았다. 아이들이 바글거리는 미술학원 안에서 실내 미끄럼을 거꾸로 오르다 마주 내려오는 아이를 피하다 떨어져 쇄골이 부러졌다. 여름 내내 깁스를 하고 등원하지 못했다. 엄마는 우유 배달을 시키면서 동생은 우유를 주고 나는 쑥두유를 시켜주었다. 진짜 맛이 정말 형언할 수 없이 거지같은데 나는 우유는 안 되고 단백질은 섭취해야 하고 식물성 콩은 된다니 먹었다. 그러다가 초등1학년 들어가고 우유급식이 시작되었고…나는 남들 먹는대로 우유를 먹었지만 딱히 문제는 없었다. 고3까지 뒤늦게 우유 먹었지만 성장기를 지나 쳐먹어봤자 살만 찌고 ㅋㅋ저의 키는 157(아침에 신체검사할 때 재면 최대 이렇다고…우겨봅니다) 를 넘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성인이 되어서도 주기적으로 재발하는 아토피로 골치를 앓았다. 어떤 할머니가 어린이집 놀이터에서 내 얼굴의 트러블을 보고 EM 용액이 좋다더라, 꼭 써 봐라 해서 인터넷에서 주문해서 당밀과 쌀뜨물 정성스레 섞어 발효해서 얼굴과 몸을 씻는데 썼다. 애도 씻겼다. 결과는? 포도상구균감염으로 얼굴에 노란 진물 질질 흘리며 피부과에서 항생제와 스테로이드 처방으로 한참 만에 겨우 가라앉혔다. 이후로 누가 나한테 민간요법만 권해봐라,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다. 애기 때 그렇게 하고도 효과 본 거 없었는데 오히려 부작용으로 개고생만 하고도 그렇게 교훈을 못 얻다니. 그러다가 최낙언 선생 페북에서 EM 먹는 사람들한테 솔직히 더럽다, 하고 뼈 때리는 거 보고 진짜 정신이 번뜩 들었다. 시발 퇴비로나 쓸 걸 쳐먹고 바르라고 하는 새끼들 진짜…나는 다행히 처먹진 않았네…적당히 청소할 때 하수구 붓고 나중엔 그냥 다 버려버렸다.

서른 다섯쯤 남편 회사에서 배우자까지 건강검진 무료로 해주면서 종합 알레르기 검사를 머리털 나고 처음 받아봤다. 결과는? 수백개 알러진들, 단백질류 나무류 꽃가루류 털 벌레 등등 나는 어느 항목에서도 알레르기가 없는 것으로 나왔다. 개뿔도 모르는 약사가 대충 비율 높은 알레르기 유발 식품 임의대로 제한시켜서 성장기에 치명타만 맞았다.

술이 염증 유발 원인이라는 생각도 했었다. 오래도록 술도 안 먹었고 하필 재발할 무렵은 오랜만에 음주를 시도했을 무렵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온갖 종류의 염증, 호흡기질환, 위장염, 피부질환 등이 발생할 때 술이 독약인 건 맞다. 회복을 더디게 하고 더 심하게 하지. 그런데 임신 전 몇 달과 출산 이후 몇 달 다시 음주를 시작하고 맥주 반 캔 씩 일이주에 한 번씩 꾸준히 마셨지만 그로 인한 신체 건강상의 문제는 전혀 발생하지 않았다. 주정과 멘탈 파괴가 문제죠 ㅋㅋㅋ요샌 기분 좋게 조금만 먹어서 다 괜찮음. 요즘 성대 염증으로 술 오래 쉬고 치킨만 먹어서 넘나 아쉬움….

그래서 나는 이 음식이 어디에 좋다, 어디가 안 좋으면 뭘 먹어라, 영양제 건강식품 잘 챙겨 먹어야 한다 이딴 소리는 제발 나한테 안 했으면 좋겠고 들어 먹지도 않는다. 급식 뜰 때 원칙을 가진다. 이 식판 위의 음식은 반드시 남기지 않고 다 먹는다, 그러니 조금만 푸자. 집에서도 밖에서도 조금씩 먹는다. 간식은 최소로 먹거나 잘 안 먹는다. 그런데도 왜 요즘 몸무게 늘지? 매일 출퇴근 왕복 총 한 시간 걷는데 임신 제외 최고 몸무게 갱신 중이다 ㅋㅋㅋ오늘 쟀더니 51킬로 넘어서 충격이었다…느긋해지고 있다는 증거로 삼으려고 한다. 병치레가 잦지만 뭐 특별히 좆같이 먹고 살아서 그런 거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 엄마랑 안 살 땐 엄마가 해준 반찬 적당히에 주말엔 냉동식품 적당히 털어 먹어서 칼로리가 적어 살이 안 쪘던 듯. 엄마가 같이 사시면서 꼬박꼬박 집밥해 주시는 거 먹으니 살 찐 듯…많이 안 먹는게 아니었나 보다…

최낙언 선생 책 거의 다 봤지만 사실 음식 책은 한 권만 보면 돼, 하신다. 맞는 말인데 그래도 베리에이션으로 같은 말 또 보고 또 보는 게 왠지 위안이 된다. 저자의 핵심 주장은 늘 비슷하다.
‘욕심이 넘쳐 수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나의 주장의 핵심은 간단하다. 지금 식품의 문제는 양의 문제이지 품질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고, 해결책은 특별한 식품에 있지 않고 과식을 줄이는 특별한 지혜에 있다는 것이다.’

걱정말고, 조금씩 즐겁게 적당히 먹어, 그런다고 안 죽고 안 그런다고 죽지 않아~~~암은 랜덤이여~~~

사모님 아프실 때 같이 근무했어서 사모님 야채수 꼬박 챙겨드신 건 역설적이긴 했지만, 그때 전해들은 이야기들이 아직 생생하고 재미있다. 전자렌지 써서 안 좋으면 미국 사람 다 죽었게? 하셨다는 거. 아이스크림 향료 만드는 일도 하셨는데 다 괜찮다고 우리 애기들도 잘 먹이고 그래요. 거기서 부터 신뢰가 팍 가가지고 ㅋㅋㅋ딸래미가 개구리 게임한다면 한없이 핸드폰 빌려주던, 키우던 물고기 죽었는데 엄마가 변기물에 내려버렸다고 애가 슬퍼하니까 그러면 안 됐다고 하던 딸바보 일화 ㅋㅋㅋ책만 펼치면 왜 이런 거만 떠오르는지. 뇌와 기억과 감정은 무서운 거지.

어쨌거나 불안을 잠재우고 힐링하고 싶을 때 나는 식품책을 편다. 적당히 잘 먹고 건강합시다 하는 책이 진짜 위로가 된다. 심지어 과학공부도 시켜줌 ㅋㅋㅋ이젠 진짜 그만 좀 보자…소설 보자 소설 ㅋㅋㅋ

+밑줄 긋기
-소비자가 식품을 먹으면서 신경 써야 할 것은 ‘이 음식 에 특별한 효능이나 독성이 있는가?’가 아니라 ‘나는 과연 적절한 양을 먹고 있는가?’이어야 한다. 독과 약은 원래 하나이고 어떤 쪽으로 되느냐는 양이 결정하는 것이라서 ‘나는 적당량을 먹고 있는지’만 생각하면 되는데 사람들은 양보다는 주로 종류를 생각한다.

-우리는 익숙한 제품의 형태에서 안심을 느낄 뿐, 고유의 형태를 뭉개버리고 그것이 아무리 안전하다고 말해도 믿어줄 사람이 없다. 안심은 안전보다 친숙함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친숙하지 않는 것에는 안심할 수 있는 증거를 제시하라고 말하지만 세상에 완전한 안전을 증명할 수 있는 기술은 없다. 결국 상대적인 안전도를 따져야 하는데 어떤 물질이 완전하게 완벽하다는 것을 증명하는 분석과 평가 기술은 없고 그런 식품도 없다.

-문제는 ‘더닝-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이다. 능력이 없는 사람은 잘못된 결정을 내려도 그것을 판단할 능력이 없기 때문에 자신의 실수를 알아차리지 못하고 자신감을 가지며, 능력이 있는 사람은 오류의 가능성을 항상 생각하기 때문에 우물쭈물 하고 자신감이 없다. 그래서 무식한 사람이 단호하게 말하면 실력이 있는 것처럼 보이고, 실력 있는 사람은 자신감이 없어서 실력 없는 사람처럼 보이므로 설득력이 떨어지는 현상이다.

-일단 믿음이 생긴 이후에는 믿음과 반대되는 증거가 나타나면 뇌가 이것을 거부한다. 보이는 대로 보는 것이 아니라 믿고 싶은 대로 보는 현상이 나타난다. 믿음이나 희망과 모순되는 상황에 직면하면 우리의 뇌에 극심한 스트레스가 가해지고, 뇌는 이 모순을 회피하거나 최소화하려는 습성이 있다. 그것이 우리의 생존을 위한 부정본능이기도 하고, 이솝우화에서 여우가 자신의 능력으로는 딸 수 없는 현실을 인정하는 대신 ‘저것은 맛없는 신 포도야!’라고 부정함으로써 마음이 편해지는 현상이다.

-밥은 먹을 때 행복한 물질이고, 약은 아플 때 다시 행복해지기 위해 먹는 물질이다.

-하지만 천연식품만이 건강식이라는 논리는 100년 전의 모든 식품은 천연 유기농 무공해 식품이었는데도 사람들이 전혀 건강하지 못했고 장수하지도 못했다는 역사적 사실은 설명하지 못한다.

-결국 유기농의 진정한 가치는 자연과 인간, 생산자와 소비자의 좋은 관계이지 특별한 영양성분이나 안전은 아닌 것이다. 화학비료든 유기농이든 식물이 취하는 최종 영양성분은 같고 만들어진 결과물도 같다. 단지 관계만 다른 것이다. 언제부터인가 유기농 농산물과 식품은 건강에 좋은 식품이고 일반 농산물과 식품은 건강에 해가 되는 식품이라는 해괴한 선입견이 우리 소비자들의 눈을 가리고 있다.

-내가 먹을 것을 결정하지 먹는 것이 나를 결정하지 않는다. 우리가 먹는 것의 기원을 추적하면 많은 경우 옥수수로 수렴하고, 여기서 단 한 단계만 더 추적해보면 결국 식물이 흡수하는 이산화탄소, 물, 질산으로 수렴한다. 지구상 대부분의 생명은 극히 단순한 것을 먹고 산다.

-암을 억제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담배를 끊고 술과 과식을 피하는 것’이다. 이것이 암의 유발원인을 절반으로 줄이는 길이다. 성분을 따지면서 까다롭게 식품을 골라 먹는 것보다 과식을 피하는게 암 발생을 줄이는 훨씬 강력한 방법인 것이다.

-현대인이 수명이 늘어난 것은 비타민과 항산화제가 아니라 굶주림을 면하게 한 식품의 증산과 가공기술 덕분이다. 그리고 식품 위생이 큰 역할을 했다. 깨끗해진 식수, 식품 살균, 냉장 기술 등이 그것이다. 불과 100년 전만 해도 인간의 평균수명 중 20~30년 정도가 미생물과 기생충에 의해 줄어들었다고 한다. 주택과 위생적이고 쾌적한 생활환경도 수명 연장에 결정적인 도움이 된 것이다. 항생제와 백신이 개발 되기 전이지만 이미 이때부터 사망률이 크게 감소했다. 난방시설이 나무와 연탄에서 석유와 가스로 바뀌면서도 많은 일산화탄소 중독 사망자와 화재 사망자가 줄어들었다. 미생물학자 르네 뒤보는 전염병 퇴치에는 약이나 의료 기술의 발전보다 세탁이 쉬운 값싼 순면 속옷의 개발과 주택에서 채광을 가능하게 한 투명 유리의 도입, 그리고 하수도 시설이 더 큰 역할을 했다고 평가한다. 나는 진통제, 항생제, 포도당 주사만큼 위대한 기술은 없다고 생각한다.

-기능의 네트워크를 통한 분산, 작용 반작용, 세포 재생, 면역시스템 등이 있다. 인간의 위대함은 강인함이 아니라 탁월한 적응력에 있다. 인간보다 다양한 환경에서 사는 동물은 없고, 인간보다 다양한 것을 먹는 동물도 없다.

-부디 먹는 것을 따라하는 것만큼이라도 ‘슬로우’했으면 한다. 남들이 아무리 좋다고 난리쳐도 2년 정도만 미룬 뒤 따라 하는 전략이다. 그것이 진짜로 좋은 것이라면 2년 뒤에도 인기가 있고, 훨씬 저렴해져 있을 것이다. 뭐가 등장할 때마다 따라 하느라 마루타 역할을 하느니, 2년 뒤에 남들이 다 검증하여 정말 부작용도 없고, 효능이 있다고 할 때 따라 해도 별로 늦지 않다.

-식사량을 줄이면 비만, 대사질환 문제가 한꺼번에 해결된다. 사실 설탕, 나트륨, 포화지방 등 대부분의 문제는 양을 줄이기만 해도 한꺼번에 해결된다. 뿐만 아니라 친환경, 심지어 GMO를 개발할 당위성도 없어진다.

-식품원료는 원래는 생명이었고, 그 생명 안에는 무조건 유전자가 있다. 우리는 음식을 먹을 때마다 알 수 없는 외래 유전자를 섭취하는 것이다…그런데 그런 식물의 유전자는 아무 문제를 일으키지 않고 GM 작물에 포함된 단 하나의 유전자가 우리 몸의 유전자를 변형시킬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식재료는 살아있을 때는 생명이지만, 음식이 되면 분자화학물질일 뿐이다. 철저히 분자 단위로 해체되어 흡수된다.

-욕심이 넘쳐 수많은 이야기를 했지만 나의 주장의 핵심은 간단하다. 지금 식품의 문제는 양의 문제이지 품질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고, 해결책은 특별한 식품에 있지 않고 과식을 줄이는 특별한 지혜에 있다는 것이다.

-자연은 무심할 뿐 인간의 쾌적한 삶을 위해 준비된 것이 아니고, 세상 어디에도 다른 동물의 음식으로 설계된 생명은 없다. 오랜 세월 생태계를 이루어 치열하게 경쟁하면서 겨우 겨우 살아남은 형태인 것이다. 지구가 만들 어진 이래 지난 40억 년간 10억 종 이상의 생물이 등장했지만 99.99% 멸종된 진화의 역정 속에 살아남은 1,000만 종의 생명 중 하나인 것이다. 인류의 DNA에는 지금보다 훨씬 척박하고 거칠고 위험했던 시대도 훌륭히 헤쳐 나오게 한 견고한 설계도가 내재되어 있다.

-실제 의미 있는 건강 상식은 즐겁게 적당히 먹고, 적당히 운동하고, 스트레스를 관리하고, 적당한 휴식을 취하라. 이 정도가 전부이다. 나머지 지식은 아무리 화려하고 그럴 듯해보여도 실제로는 별 의미가 없다. 오늘 다르고 내일 다르며, 이 사람 말 다르고 저 사람 말 다른 것이고, 설혹 그것이 어떤 사람에게는 딱 맞는 말이어도 나에게도 맞는다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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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1-06-23 23:11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어떤 음식이 좋다 나쁘다라는 카더라통신에 오히려 알러지 생기셨을것 같아요!! 예전에 이웃에 살던 꼬마아이가 아토피 피부였는데 엄마가 미안하다고 한번씩 크게 우는 소리가 저희 집까지 들렸던거 생각나요.ㅠ 쑥두유라니 무섭..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1-06-24 07:05   좋아요 4 | URL
저는 정말 알러지가 없구요 ㅋㅋ아토피도 원인 알 수 없는 염증 반응이라 오히려 면역 질환 가까운 거 같아요. 스트레스 받으면 생김 ㅋㅋ 아 그리고 열악한 환경...곰팡이 피는 습한 집이나 너무 건조한 집 정도...저는 저도 그러더니 배우자 아이들 온가족 다 그래서 좀 고생했는데 왠만한 병은 시간이 약이고 완치는 없어서 그냥저냥 안 심해지게 조심하고 사네요. (음식은 거의 상관 관계 없는 걸로 알고 스트레스 덜받아여 ㅋㅋ)

청아 2021-06-24 10:06   좋아요 5 | URL
감정적 알러지를 말한 거였어요ㅋㅋㅋㅋ다시보니 설명이 부족했네요😆

반유행열반인 2021-06-24 11:12   좋아요 4 | URL
아녜요 맥락이 맞을 것도 같네요. 다른 건 몰라도 먹는 거나 건강법 타령은 이제는 그러려니 하고 걸러듣습니다 ㅎㅎㅎㅎ

얄라알라 2021-06-23 23:36   좋아요 6 | 댓글달기 | URL
저도 취미가 건강책보는거라 이번.페이퍼 읽으며 열반인님과 더욱 가까워진느낌..근데.저도 미미님처럼 쑥두유에 놀랐어요. 향이.강렬했을것같은데..

반유행열반인 2021-06-24 07:05   좋아요 5 | URL
쑥두유...오히려 두유 먹고 성조숙증 왔던 거 아닐까 싶어요 ㅋㅋㅋㅋㅋㅋㅋ

볼빨간레몬 2021-06-23 23:47   좋아요 5 | 댓글달기 | URL
음식에 대한 책, 식품에 관한 책은 읽어 본 적이 없었는데 열반인님 글 읽어 보며 너무 읽어 보고 싶어졌습니다. 전자렌지 이야기에서 빵터졌다는ㅋㅋ 저 역시 지금도 한 번씩 아토피로 고생하는데 괜스레 카더라 통신 때문에 먹고 싶은 거 먹고 죄책감이 들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네요. 이 책은 꼭 읽어 봐야 겠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1-06-24 07:07   좋아요 7 | URL
뭐가 좋다 뭐가 안 좋다 (위험! 죽음! 특정 질환 키워드!) 들어간 책들은 절대 거르시고 ㅋㅋㅋ음식이나 식재료 역사나 맛과 감각에 대한 원리 같은 건 과학책같아서 재미있어요 ㅋㅋ

Yeagene 2021-06-24 13:01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무래도 아플 땐 이런저런 말들에 귀기울이게 되나봅니다.이젠 훨씬 의연해지신 듯해 다행이에요.민간요법 아무런 근거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믿을 게 못돼요...ㅠㅠㅠ

syo 2021-06-24 13:45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생각해 보면 살면서 이런저런 민간요법과 한 번쯤 마주할 법도 한데, 전 단 한번도 그런 걸 시도해본 적이 없었습니다.
크게 아픈 적은 물론이거니와 그 흔한 깁스 한번 해본 적 없을 정도로 안온한 삶을 살았기 때문일까요.
딱히 건강하다는 느낌은 아닌데 아프지는 않다는 느낌? 🤔
복이네요.

아프지 마소서....

반유행열반인 2021-06-24 15:21   좋아요 3 | URL
그래도 팔랑팔랑 건강식품 영양제 야금야금 쟁이시잖아요...저는 그거 머할라꼬 하고요ㅋㅋㅋ
syo님도 내내 안온하고 건강하소서...

붕붕툐툐 2021-06-25 00:1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아, 가장 중요한 게 안되네요.. 소식... 그거 진짜 힘들어요~ㅠㅠ

반유행열반인 2021-06-25 07:03   좋아요 3 | URL
먹는 즐거움 아는 분이 진정 행복하신 겁니다 ㅎㅎㅎㅎ

페크pek0501 2021-06-25 13:4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들 체중이 늘었을 것 같습니다. 코로나19로 아무래도 활동을 덜 하게 되니... 헬스 센터도 문을 닫고.
식품의 질보다 양이 중요하다는 것 - 소식하기. 키 포인트 얻어갑니다.
한 가지 보태자면 건강을 위해 스트레스 줄이고 마음을 즐겁게~~ 살자는 것.

반유행열반인 2021-06-25 13:55   좋아요 1 | URL
페크님의 건강을 기원합니다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