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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반란의 매춘부 - 성노동자 권리를 위한 투쟁
몰리 스미스.주노 맥 지음, 이명훈 옮김 / 오월의봄 / 2022년 6월
평점 :
-20221226 몰리 스미스, 주노 맥.
성매매 문제를 다룬 책은 이전에 ‘성매매 상식의 블랙홀’, ‘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을 보았다. 하나는 탈성매매 지원에 오래 몸담은 운동가가, 다른 하나는 탈성매매 생존 당사자가 쓴 책이었다. 두 책 읽으며 미처 생각해 보지 못한 걸 되짚어 볼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돈으로 사고팔 수 없는 것, 을 고민해 보았다.
그런데 사람은 돈이 있어야 살 수 있고, 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게 최선이다. 섹스가 노동일 수 있는가,를 가지고 아직도 어디에선가는 머리 터지게 싸우고 있겠지만, 섹스를 노동 삼아 일하고 돈을 벌어 삶을 유지하는 사람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이 책을 읽다 언급된 영국 온라인 성매매 중개 포털(?) 같은 곳을 들어가 보았는데, 그런 사람이 아주아주 많았다. 겨우 영국 일부 지역 한정된 광고란이 그러하다면 이 세상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성을 거래하고 있을지…짐작도 못하겠다.
며칠 전에 읽은 죽음의 한 연구에도 수도부라는 여성들이 나온다. 말이 좋아 수도 붙였지 읍내에서 파견 나온 여성들이 대부분 남성인 구도자들의 성욕을 해소해 주고 계란이며 미숫가루 같은 걸 받는다. 십 대 후반에 거리 생활하는 장로의 이복형제인 목사의 딸아이도 짐을 져 나르다 바를 정자 몇 개 더 그려준 인부에게 전표 몇 장 대가로 몸을 맡긴다. 주인공 스님의 엄마도 아주 가난한 어부들이나 일꾼들, 장애인들을 상대하며 먹고살았다. 이 미친 소설가 새끼는 여자는 다 창녀 아니면 애엄마야 싶겠지만 그것이 아주 오랫동안 인류 절반이 다른 인류 절반을 다룬 방식인 걸 보여주는 거다. 뭐 지금도 형편이 나아진 여성들도 있지만 여전히 수도부나 목사 딸이나 스님 엄마같이 사는 여성들도 있다.
그러니까, 세상은 그들을 자기들 방식대로 소모하고 욕하고 다루고 계도하고 관리하려고만 했지, 정책 입안이나 문제 해결을 위해 제대로 그들의 목소리를 듣지는 않았다. 수치의 낙인, 범죄자로 처벌받을 위험, 그런 것 때문에 본인들도 숨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그래서 관심이 갔다. 성매매 폐지 위한 운동을 하는 페미니스트나, 이미 성매매에서 빠져나온 사람이 아니라, 아직도 성매매로 돈을 벌고 있는 사람들이 운동가들이 언급하는 노르딕 모델이니 호주식 모델이니 하는 것이 실제 그들 삶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그들의 말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국경이 자유로운 이동을 가로막는 게 문제이고, 성매매를 범죄로 관리하는 게-그것이 매수자만 처벌하는 곳에서조차-많은 것들을 악화하고 있으며, 경찰은 법의 집행을 빌미로 부당이득과 권력을 누리며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착취하고 있다는 것이 반복되는 주장이다.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라는 구조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일자리 대신 성매매를 업으로 삼고 그 과정에서 겪는 고통을 약물로 달래는 것이 결코 개인의 병리적인 상황이 아니라 나름의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는 이야기는 파격일 수 있겠다. 사회적 규정과 정체화로 인해 폭력이나 살해 위험에도 불구하고 경찰에게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는, 오히려 보호를 요청하다가 더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삶은 겪어 보지 않으면 그 괴로움을 알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야 마땅한, 그런 말이 붙을 사람은 사실 없는 것 같은데 거기에 속하지 않은 다수의 사람들은 자기가 선택한 것이니 그래도 싸, 하는 말을 너무 쉽게 잘 한다.
스웨덴의 복지 체계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거나, 보호라는 명분으로 다 큰 사람도 아주 어린아이 취급하거나, 국경 넘어 몰려든 이주민들에게는 그 보호조차 미치지 못하는 상황을 밀레니엄 시리즈 소설과 영화를 보면서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사회 민주주의 국가와 북유럽에 대한 환상과 동경이 있었는데 그걸 잃었던 것 같다…지구상에 천국은 없어…이 세상은 지옥이야… 이미 지옥이라 죽어도 지옥 갈 일은 없어 죽으면 땡… 어려서는 선진국이라고 얘들이 제도도 시민 정신도 잘 갖춰서 잘 살고 잘 돌아간다고 배웠던 독일, 미국, 영국, 스웨덴, 오스트레일리아, 어디를 돌아봐도 성을 파는 사람이 평온을 누릴 만한 나라는 없어 보였다. 각자 나름대로 문제 해결한답시고 국가 권력이 개입한 자리에서 여성들은 국외 추방되거나, 일자리를 잃거나, 거주지에서 쫓겨나거나, 창녀는 죽여도 돼, 하는 미친 살인범들한테 살해당했다. 에효. 그래서 책의 저자들은 당사자들의 삶의 뿌리부터 흔드는 성매매 관련 정책 입안에 큰 영향을 주고 정작 그 악영향은 인정하지 않거나 무관심 내지 무지해 보이는 주류 페미니스트들에게 일관되게 비판적이었다. 니들만 페미니스트야? 우리도 래디컬 페미니스트야…우리 일은 우리가 제일 잘 아는데 너네가 많이 망쳤어…하는 목소리 듣는 일이 슬프기도 했다.
그래서 이제는 세 입장에서 한 가지 사회 문제를 바라보고 다른 주장을 하는 책들을 읽은 셈인데, 더 어렵게 되었다. 가장 가까이에서 일했더라도, 예전에 그곳에서 일했더라도, 지금의 시대 세상 제도 아래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개선하기는 어려움이 있겠구나, 하는 정도는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래서 학교도… 예전엔 분명 선생이었던 교감 교장 장학사가 제일 빌런이고 학생과 선생들을 괴롭히는데 일조하곤 하지요…ㅋㅋㅋㅋㅋ나는 빌런이 되고 싶지 않다. 아니 이미 최고 악당인가…
옮긴이의 말에서 원저에 제시된 서구 제도만 요약하는데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의 제도와 상황도 간략하게 첨언해 준 점이 좋았다. 아, 책 읽기 전 번역자 소개를 보고 뭔가 범상치 않으면서도 낯익은 기운을 느꼈다. 전직 사회교사래…그것은 나의 장래희망인데… 전직 사회교사가 희망인 현직 사회교사… 또 다른 반성도 했다. 나는 내 모학문이랑 잘 안 맞는다고 (사회는 좋지만 사회교육은 시러요!) 공부 좀 흉내 내다 말고 냅다 도망쳤는데 공부란 전공 상관없이 이렇게 본인 관심 분야에 대해 따로 공부하고 번역도 하고 이게 찐 공부 아닐까… 하면서 저자를 검색해 보니…아니 우주님, 와꾸 안 빻았구요… ㅋㅋㅋ 나는 그 세 식구의 이야기를 책보다 사진이 첨부된 기사문으로 먼저 접했어서… 하여간에 나를 모르는 사람이고 나도 잘 모르는 사람이지만 어쨌거나 어딘가에 옹기종기 살고 있는 걸 알던 사람이 번역한 책을 나도 모르게 또 집어서 읽게 된 게 신기했다. 수렴하는 나의 독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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