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반란의 매춘부 - 성노동자 권리를 위한 투쟁
몰리 스미스.주노 맥 지음, 이명훈 옮김 / 오월의봄 / 202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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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6 몰리 스미스, 주노 맥.

성매매 문제를 다룬 책은 이전에 ‘성매매 상식의 블랙홀’, ‘길 하나 건너면 벼랑 끝’을 보았다. 하나는 탈성매매 지원에 오래 몸담은 운동가가, 다른 하나는 탈성매매 생존 당사자가 쓴 책이었다. 두 책 읽으며 미처 생각해 보지 못한 걸 되짚어 볼 수 있었다고 생각했다. 돈으로 사고팔 수 없는 것, 을 고민해 보았다.
그런데 사람은 돈이 있어야 살 수 있고, 적게 일하고 많이 버는 게 최선이다. 섹스가 노동일 수 있는가,를 가지고 아직도 어디에선가는 머리 터지게 싸우고 있겠지만, 섹스를 노동 삼아 일하고 돈을 벌어 삶을 유지하는 사람들은 분명히 존재한다. 이 책을 읽다 언급된 영국 온라인 성매매 중개 포털(?) 같은 곳을 들어가 보았는데, 그런 사람이 아주아주 많았다. 겨우 영국 일부 지역 한정된 광고란이 그러하다면 이 세상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성을 거래하고 있을지…짐작도 못하겠다.

며칠 전에 읽은 죽음의 한 연구에도 수도부라는 여성들이 나온다. 말이 좋아 수도 붙였지 읍내에서 파견 나온 여성들이 대부분 남성인 구도자들의 성욕을 해소해 주고 계란이며 미숫가루 같은 걸 받는다. 십 대 후반에 거리 생활하는 장로의 이복형제인 목사의 딸아이도 짐을 져 나르다 바를 정자 몇 개 더 그려준 인부에게 전표 몇 장 대가로 몸을 맡긴다. 주인공 스님의 엄마도 아주 가난한 어부들이나 일꾼들, 장애인들을 상대하며 먹고살았다. 이 미친 소설가 새끼는 여자는 다 창녀 아니면 애엄마야 싶겠지만 그것이 아주 오랫동안 인류 절반이 다른 인류 절반을 다룬 방식인 걸 보여주는 거다. 뭐 지금도 형편이 나아진 여성들도 있지만 여전히 수도부나 목사 딸이나 스님 엄마같이 사는 여성들도 있다.

그러니까, 세상은 그들을 자기들 방식대로 소모하고 욕하고 다루고 계도하고 관리하려고만 했지, 정책 입안이나 문제 해결을 위해 제대로 그들의 목소리를 듣지는 않았다. 수치의 낙인, 범죄자로 처벌받을 위험, 그런 것 때문에 본인들도 숨었을지도 모르겠다. 이 책은 그래서 관심이 갔다. 성매매 폐지 위한 운동을 하는 페미니스트나, 이미 성매매에서 빠져나온 사람이 아니라, 아직도 성매매로 돈을 벌고 있는 사람들이 운동가들이 언급하는 노르딕 모델이니 호주식 모델이니 하는 것이 실제 그들 삶에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신랄하게 비판하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은 그들의 말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국경이 자유로운 이동을 가로막는 게 문제이고, 성매매를 범죄로 관리하는 게-그것이 매수자만 처벌하는 곳에서조차-많은 것들을 악화하고 있으며, 경찰은 법의 집행을 빌미로 부당이득과 권력을 누리며 성매매에 종사하는 여성들을 착취하고 있다는 것이 반복되는 주장이다. 가부장제와 자본주의라는 구조가 근본적으로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일자리 대신 성매매를 업으로 삼고 그 과정에서 겪는 고통을 약물로 달래는 것이 결코 개인의 병리적인 상황이 아니라 나름의 합리적인 선택일 수 있다는 이야기는 파격일 수 있겠다. 사회적 규정과 정체화로 인해 폭력이나 살해 위험에도 불구하고 경찰에게 안전을 보장받을 수 없는, 오히려 보호를 요청하다가 더 큰 위험에 처할 수 있는 삶은 겪어 보지 않으면 그 괴로움을 알 수 없을 것 같다. 그래야 마땅한, 그런 말이 붙을 사람은 사실 없는 것 같은데 거기에 속하지 않은 다수의 사람들은 자기가 선택한 것이니 그래도 싸, 하는 말을 너무 쉽게 잘 한다.

스웨덴의 복지 체계가 개인의 자유를 억압하거나, 보호라는 명분으로 다 큰 사람도 아주 어린아이 취급하거나, 국경 넘어 몰려든 이주민들에게는 그 보호조차 미치지 못하는 상황을 밀레니엄 시리즈 소설과 영화를 보면서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그래서 사회 민주주의 국가와 북유럽에 대한 환상과 동경이 있었는데 그걸 잃었던 것 같다…지구상에 천국은 없어…이 세상은 지옥이야… 이미 지옥이라 죽어도 지옥 갈 일은 없어 죽으면 땡… 어려서는 선진국이라고 얘들이 제도도 시민 정신도 잘 갖춰서 잘 살고 잘 돌아간다고 배웠던 독일, 미국, 영국, 스웨덴, 오스트레일리아, 어디를 돌아봐도 성을 파는 사람이 평온을 누릴 만한 나라는 없어 보였다. 각자 나름대로 문제 해결한답시고 국가 권력이 개입한 자리에서 여성들은 국외 추방되거나, 일자리를 잃거나, 거주지에서 쫓겨나거나, 창녀는 죽여도 돼, 하는 미친 살인범들한테 살해당했다. 에효. 그래서 책의 저자들은 당사자들의 삶의 뿌리부터 흔드는 성매매 관련 정책 입안에 큰 영향을 주고 정작 그 악영향은 인정하지 않거나 무관심 내지 무지해 보이는 주류 페미니스트들에게 일관되게 비판적이었다. 니들만 페미니스트야? 우리도 래디컬 페미니스트야…우리 일은 우리가 제일 잘 아는데 너네가 많이 망쳤어…하는 목소리 듣는 일이 슬프기도 했다.

그래서 이제는 세 입장에서 한 가지 사회 문제를 바라보고 다른 주장을 하는 책들을 읽은 셈인데, 더 어렵게 되었다. 가장 가까이에서 일했더라도, 예전에 그곳에서 일했더라도, 지금의 시대 세상 제도 아래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고 개선하기는 어려움이 있겠구나, 하는 정도는 다시 한번 확인했다. 그래서 학교도… 예전엔 분명 선생이었던 교감 교장 장학사가 제일 빌런이고 학생과 선생들을 괴롭히는데 일조하곤 하지요…ㅋㅋㅋㅋㅋ나는 빌런이 되고 싶지 않다. 아니 이미 최고 악당인가…

옮긴이의 말에서 원저에 제시된 서구 제도만 요약하는데 그치지 않고 우리나라의 제도와 상황도 간략하게 첨언해 준 점이 좋았다. 아, 책 읽기 전 번역자 소개를 보고 뭔가 범상치 않으면서도 낯익은 기운을 느꼈다. 전직 사회교사래…그것은 나의 장래희망인데… 전직 사회교사가 희망인 현직 사회교사… 또 다른 반성도 했다. 나는 내 모학문이랑 잘 안 맞는다고 (사회는 좋지만 사회교육은 시러요!) 공부 좀 흉내 내다 말고 냅다 도망쳤는데 공부란 전공 상관없이 이렇게 본인 관심 분야에 대해 따로 공부하고 번역도 하고 이게 찐 공부 아닐까… 하면서 저자를 검색해 보니…아니 우주님, 와꾸 안 빻았구요… ㅋㅋㅋ 나는 그 세 식구의 이야기를 책보다 사진이 첨부된 기사문으로 먼저 접했어서… 하여간에 나를 모르는 사람이고 나도 잘 모르는 사람이지만 어쨌거나 어딘가에 옹기종기 살고 있는 걸 알던 사람이 번역한 책을 나도 모르게 또 집어서 읽게 된 게 신기했다. 수렴하는 나의 독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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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로 2022-12-27 06: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 예전에 <길 하나.. > 그 책 읽다가 더 진도를 나가지 못하고 있어요. 저는 참 그러고 보면 우물안의 개구리..

2022-12-27 09:2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27 16:4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27 18:37   URL
비밀 댓글입니다.
 

원래는 칠조어론만 살 생각이었다. 육조 촌장 이야기 봤으니 궁금하다, 모셔만 놔야지, 했는데 책이 총 네 권이었다. 알라딘 구매 만원 할인(정확히는 6만6천원 쯤 사면 만원 한도에서 15퍼센트 할인이니 10만원 넘는 책 사면 할인율은 떨어진다만…)되는 카드 있고 할인 잔액 아직 남았으니 이런저런 거 따지면 칠조어론만 사느니 새로 나온 전집이 이득?! 이러고 크리스마스 때 애들 선물도 잘 안 챙겨줘놓고 나한테는 내가 선물로 사줬다.
이름 글자 하나가 한 권인데 책 네 권에서 대여섯 권을 한 책으로 묶어서 부피도 무게도 담긴 글자도…어마어마하다. 다 읽고 죽어야지. 그러니까 아프지 말고 시력 나빠지지 말고 오래오래 살아야겠다. 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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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gene 2022-12-26 17:1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두께가 어마무시한데요 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2-12-26 17:21   좋아요 2 | URL
4500쪽 남짓이래요 ㅎㅎ 몇 년 전에 교보에서 올재클래식 잃시찾 전권 29000원에 모시고 나선 한 번에 한 시리즈 이 부피 만한 책 사는 건 정말 오래간만이어요 ㅎㅎㅎ

라로 2022-12-26 17: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 읽고 죽지 마세요!! 근데 이름 석 자가 저렇게 한 권마다 쓰여있으니까 꽤 멋져 보여요!!! 그리고 선물은 머니머니 자기에게 하는 선물이 남는 거 아닙미꽈?? 잘 하셨어요. ㅋㅋㅋ

반유행열반인 2022-12-26 17:26   좋아요 1 | URL
그만큼 오래 더디 보겠다 그래도 죽기 전엔 다 보자 하는 심정으로요 ㅎㅎㅎ라로님이 잘했다 하시니 왠지 라로님께 책선물 받은 기분이네요 ㅋㅋ감사합니다. 책도 멋진데 안에 담긴 건 더 두근두근합니다…

Falstaff 2022-12-26 17:34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전 안 살 겁니다. 칠조어론하고 신을 죽인 자의 행로는 우짜구저짜구... 읽다가 똥을 싼 적이 있어서 말입죠. 아이고, 하여간 완독 리뷰 기다리겠습니다. 흑흑흑......

반유행열반인 2022-12-26 17:40   좋아요 2 | URL
완독 리뷰 보시려면 백이십살까지는 사셔야 되요!!! 저 촛불시님을 아주 미워했는데 이상하게도 미워하는 자들을 이해하고 싶은 마음도 잘 못 버려가지고… 그런데 골드문트님도 버거우셨다 하니 공력 부족한 저는 다른 책들 보고 수련 좀 더 하다 한 이십년은 묵혔다 봐야 하나 싶습니다…

붉은돼지 2022-12-26 20:2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어머!!! 열반인님!!!! 부디 용맹정진하시어 문득 성불하시거나 득도하시길 바랍니다. 골드문트님처럼 물똥 싸지르지는 마시고요 ㅋㅋㅋㅋㅋ 오랜 정진 중의 면벽수도 끝에는 한두 번 벽에 똥칠을 아니할 수는 없을 터이나... 떵구린내 쯤이야 연꽃 향내로나 여기고..거듭 정진하시길 당부드립니다. 옴마니밧메훔 수리수리마수리 숭구리당당!!!!

반유행열반인 2022-12-26 22:06   좋아요 0 | URL
저는 수도 정진용 아니고 여흥 환락 장식용으로다가 구매했으니 불지옥행은 이미 확정이구요 ㅋㅋㅋ부디 드러운 꼴 보지 않도록 미리 화장실 꼭 다녀온 후 읽도록 하겠습니다 합장

새파랑 2022-12-26 2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ㅋ 겁나 탐나네요. 책 안살라고 했는데 너무 극찬하셔서 갖고 싶습니다~!!

반유행열반인 2022-12-26 22:08   좋아요 1 | URL
책 자체는 종이 얇고 박스도 잘 찢어지고 그런데 편집하신 분이 개인적 애정으로다가 집요하게 만들었다고 하고 책 이십권 남짓을 합본한 걸 생각하면 가격도 합리적인 편입니다. 그리고 소설 사랑 새파랑님이시니 이거 하나 갖춰두면 나중에 석유 고갈되고 휴대폰 안 되는 세상 오면 촛불 켜두고 내내 읽으실 수 있을 거예요 ㅋㅋㅋㅋ 저는 그전에는 왠지 안 읽을 거 같네요… 새파랑님도 하나 사시고 인증 올려주세요 ㅋㅋㅋㅋ(땡스투 릴레이로ㅋㅋㅋ)
 
눈이 큰 아이 - 박목월 동화 빨간우체통 1
박목월 지음, 원혜영 그림 / 이가서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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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3 박목월.


어릴 때, 어리다기보다 그냥 아기였을 때, 엄마가 국민서관에서 나온 366일 이야기 동화 전집을 사 주셨다. 나중에 들어보니 그 책 사는 과정도 놀라웠다. 그때는 어린이책을 팔러 방문판매원이 집에 찾아 왔다고 한다. 12권의 책에 날짜별로 하루 하나 동화나 동시가 있고, 윤달 2월의 29일까지 꼭 맞게 366개 이야기를 읽어주는 테이프까지, 엄마 보기에 책의 만듦새가 정말 탐나게 좋았단다. 가격이 형편상 만만치 않았지만, 엄마는 결국 아빠 허락도 받지 않고 그 자리에서 지르기로 한다. 그런데 책값을 지불할 돈이 없었고 아직 아기인 나와 집에 있으니 돈을 구하러 나갈 수도 없었다. 판매원이 그럼 대신 은행에 가서 돈을 찾아온다 했고, 엄마는 통장과 도장을 맡기고, 책과 자기 짐을 둔 판매원은 은행에 가서 돈을 출금해다가 들고 집에 와서 엄마에게 통장을 확인시켜주고 책값을 챙겨 돌아간다.

…헐. 신뢰와 평화의 대한민국. 1980년대.

아빠는 새로 들인 책을 보고 길길이 날뛰고 미친놈처럼 화를 내고 했지만, 그 책은 아직 걷지도 못하던 내가 국민학교에 들어갈 때까지 글 모를 땐 테이프로 듣고, 글을 알고 나서는 활자 읽는 재미로 다시 또 아는 이야기를 읽고, 읽고 읽다가 책이 다 찢어지고 너덜너덜해진 걸 장판테이프로 붙이고, 색연필로 낙서도 하고, 그러다가 더 어린 사촌 동생들 물려줄 때까지 정말 마르고 닳도록 읽었다.

그래서 아직도 몇몇 이야기는 기억에 남고 그냥 그 책 안 줘버렸으면 내 애들도 읽었을까, 다 찢어져서 못 봤을까, 한다.

오늘 그 전집에 실린 동화 하나가 생각나서 도서관 찾아보니 박목월 선생이 쓴 동화만 모아둔 책이 있어 빌려 금세 보았다. 이 책은 내가 사진 않고 국민학교 저학년 때 학급문고에 있던 걸 빌려 읽었던 모양이다. 이야기 대부분이 생각났고, 366일 이야기에도 나무 스케이트나 호박말이나 연날리는 이야기 같은 게 실려 있던 것 같다.

나는 그 좋다는 문장들 꾸역꾸역 눈으로 삼키고도 개똥같이 지저분한 말과 글만 맨날 내뱉어 놓는데, 와, 이 짤막한 동화들 모은 작은 책의 이야기들은 곱기도 고왔다. 시인이 쓴 동화라 그런가 이야기인데 시 같은 느낌이었다. 기분은 맑아지는데 나란 인간 자체가 정화되진 않겠지만… 읽었던 이야기들을 아주 오랜만에 다시 읽으니 좋았다.

궁금한 길에 366일 이야기 검색했더니… 누군가 일부나마 동화책과 테이프 녹음된 낭독을 유튜브에 올려놓았다!!! 블로그에 책의 목차와 페이지 일부를 올려둔 사람도 있었다. 놀랍기도 하고 반갑기도 해서 5월 어린이날 동화인 과자로 만든 집을 하나 들어보았다. 햇님께 어린이날 선물로 과자집을 받은 아이가 피아노 건반 모양 과자 하나 뚝 떼어먹을 때마다 음마다 다른 맛이 났다는 부분을 정말 좋아했는데 그 이야기는 아직 남아 있었다. 어린이날은 과자를 선물로 받는 날이 아니란다. 어린이날은 책 선물 받는 날이었죠. 원하면 매일매일 책 선물 받을 수 있으니 나는 이제 매일매일 어린이날을 살고 있다.


+밑줄 긋기

-‘이 일기책은 하루에 꼭 한 장씩 넘겨야 합니다. 하루를 거르고 이튿날 두 장을 넘길 수는 없습니다. 만일 그러려면, 아무리 넘기려 해도 넘겨지지 않을 테니까요. 그리고 또 하나 이 일기책은 날마다 계속해 쓰면 겉장 빛깔이 철따라 변한답니다. 즉 겨울에는 하양, 봄에는 분홍, 여름에는 초록, 가을에는 황금빛으로. (‘이상한 일기책’중)

-나야의 두 귀가 갑자기 쭉 뻗으며 나야는 토끼가 되어 버렸습니다. 가야는 깜짝 놀랐습니다. 가야의 귀도 쭉 뻗고 있었습니다. “큰일났군. 토끼가 됐네.“
그러나 가야도, 동생 나야도 즐겁기만 하였습니다. 토끼가 되었기 때문에 더욱 두 귀를 쫑긋거리며 힘차게 깡총깡총 뛰어갔습니다. (‘심부름’중)

-갈매기는 툭툭 털고 일어나서 마루로 올라가 빠끔히 열려 있는 교실 문으로 들어섰습니다. 분필을 물고 칠판에 글씨를 쓰다가 분필 가루만 잔뜩 묻혔스니다. 아기 갈매기는 어항을 보았습니다. 금붕어 두 마리가 나를 좀 보라는 듯, 입을 뻐끔거리며 꼬리를 내저었습니다. “가엾어라! 저 금붕어는 집에 갇히고, 방에 갇히고, 어항에 갇히고……, 그러니 모두 몇 번 갇힌 셈이야?” 아기 갈매기는 겁이 더럭 났습니다. “나도 잡혔다간 가두어 두고 볼는지 몰라.” 아기 갈매기는 헐레벌떡 운동장으로 달려나왔습니다. (‘갈매기’ 중)

-호박 덩굴에서 떨어진 호박을 주워, 나뭇가지로 발을 만듭니다. 그리고 강아지풀을 뜯어다가 꼬리를 만듭니다. 호박말은 뛰지를 못합니다. 그래도 노마와 쌍가마는 호박말을 나란히 세워 놓고 경주를 시킵니다.(‘노마와 호박말’중)


+과자로 만든 집-강준영 지음(박목월 선생이 지은 이야기는 아니지만 반가워서 링크 퍼옴 ㅋㅋㅋㅋ)
https://m.youtube.com/watch?v=tLNe_ivke_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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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agene 2022-12-24 10: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열반인님 얘기는 들을 때마다 놀랍네요 ㅎㅎ 열반인님 벌써 클스마스 이브입니다.행복한 성탄절 되세요!♡

반유행열반인 2022-12-24 16:39   좋아요 0 | URL
예진님도 기쁘고 편안한 성탄전야 성탄절 보내시길 진심 기원합니다!!!

햇살과함께 2022-12-24 11:1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와 어머니의 대단하신 신뢰와 믿음!
저도 어릴 때 방판으로 책 파시는 분들 집에 오신거 기억나네요.
열반인님 메리 크리스마스!

반유행열반인 2022-12-24 16:40   좋아요 0 | URL
지금 세상엔 신기한 거래법이죠 ㅋㅋㅋ햇살과함께님 메리크리스마스!
 
막대가 하나 북스토리 아트코믹스 시리즈 5
타카노 후미코 지음, 정은서 옮김 / 북스토리 / 2016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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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3 타카노 후미코. 원제 棒がいっぽん.

어제는 말이다. 800년 만에 날짜에 2가 가장 많은 두 날 중 하나였다. 사실 그전 하루는 2022년 2월 22일이었으니 10개월 만이다. 놓쳐서 이제야 알았다니 분하다. 이전에 연월일에 2가 6개인 날짜는 1222년 12월 22일이었다. 이런 날은 다음 백 년 후인 2122년 2월 2일에 돌아오고, 그때쯤이면 이 글을 읽은 사람은 아무도 살아 있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 2가 많은 7개인 날은 2222년 2월 22일이니, 200년 후의 그날은 세상이 어떤 모양일지 상상조차 못하겠다.

등차수열 공부하기 싫었던 어제의 나는 이런 걸 혼자 발견이랍시고 노트 여백에 끼적여놓았다.

타카노 후미코의 만화책은 럭키 아가씨의 새로운 일, 빨래가 마르지 않아도 괜찮아 두 권을 읽고 이번에 막대가 하나도 보았다. 아침나절에 뒤뒤틀면서 등비수열 문제를 한 시간 반쯤 풀고 이제 단편 하나만 보면 끝이니까, 하고 쉰다고 남은 만화를 보았다.

오카무라 씨의 가지,라는 만화인데 다짜고짜 안경 쓰고 두건 두른 여인이 나타나 오카무라 씨에게 1968년 6월 6일 목요일 점심으로 무얼 드셨나요? 하고 묻는다. 저는 그때 아직 살아있지도 않았는데 혹시 기억하시는 어른…계신가요…ㅋㅋㅋ 제목을 본 뒤라 에이 가지 먹었나 보네, 했는데, 문득 어려서 본 동화 같은 게 가물가물 생각났다. 노마란 아이가 호박인지 가지인지에 나무젓가락 같은 것 꽂아서 호박말을 만들었다. 검색해 보니 있다 그런 이야기! 박목월 시인의 미발표작 수록집 눈이 큰 아이에 실린 노마의 호박말이라고 한다. 서울시립어린이전자도서관에 있다고 해서 일단 빌렸다.(난 여기 언제 가입된 거지…)

만화도 뭔가 비슷하게, 이제는 40대가 된 오쿠무라씨에게 안경 여인은 집요하게 그날 가지를 먹었는지 묻고, 그걸 증명할 방법이 있을지 헤매고 다닌다. 비디오 판독 같은 걸 하는데 동영상 녹화 매체가 3센티짜리 우동 가닥이다… 중간중간 막대기 하나, 하는 건 분명 무슨 일본 동요일 듯한데, 그래서 일본인이라면 아하, 하고 이 이야기의 모티프가 무엇일지 알 텐데 이야기 마지막에 아예 뮤직비디오(?)처럼 차려주는 것 같은데 역시 모르는 노래였다.

그래서 제가 찾아보았습니다… 일본어는 잘 모르지만…구글 번역기에 봉이 한 개, 보가 이쯔뽄 하니까 바로 슈루룩 나왔다. 일본 전래 동요였다.

https://youtu.be/AKKVKoU_LqM

棒が一本あったとさ
はっぱかな
はっぱじゃないよ かえるだよ
かえるじゃないよ あひるだよ
六月六日に雨 ざあざあ ふってきて
三角じょうぎに ひびいって
あんぱんふたつ 豆三つ
コッペぱんふたつ くださいな
あっというまに
かわいいコックさん

가사 번역은 첨부된 만화 이미지에 다 되어 있습니다…ㅋㅋㅋ
동영상에는 노래 제목은 막대가 하나, 아니고 귀여운 주방장 아저씨로 되어 있다. 우리 어렸을 때 아침 먹고 땡 점심 먹고 땡 저녁 먹고 땡 창문을 열어보니 비가 오네요 지렁이 세 마리가 기어가네요 아이고 무서워 해골바가지
이렇게 노래 부르면서 그림 그리는 거랑 똑같은 거였다. 다만 일본에서는 귀여운 주방장 아저씨가 완성된다.

이렇게나…수학이란 수학 외의 온갖 문화 탐구를 하게 해주는 신비한 무엇…덕분에 만화책과 일본 동요를 거쳐 노마의 호박말을 다시 읽게 되었다.

나중에라도 저 주전자가 나한테 와서 물어볼지도 모르니까 적어 놓는다. 나는 2022년 12월 22일 목요일 내 생애 2가 가장 많은 날짜의 점심때 지난 주말에 만든 간장 새우장이랑 아보카도 흰밥에 넣고 비벼 먹었어… 그러다 그다음 날 점심 뭐 먹었냐고 물어보면 어쩌지… 아직 안 먹어서 안 적어 둘 건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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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12-23 18:0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12-24 00: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파푸아뉴기니 쿠아 마운틴 #4 - 200g, 홀빈
알라딘 커피 팩토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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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에는 미리 맘먹은대로 파푸아뉴기니 원두를 샀다. 드립백 한 번 먹어봤고 캡슐도 먹어봤는데 (치안은 개판이라지만) 이 동네 커피는 내 입에 맞게 맛있었다.

이년 전 쯤 알라딘 원두 입문하면서 스텐드리퍼를 샀다. 겉에 로즈골드색으로 티타늄 코팅이 되어 있다. 이게 내려 먹고 매번 뜨거운 물로 헹궈 내는데도 미세한 커피가루랑 커피 오일이 엉겨 거름망의 작은 구멍들이 점차 막히기 시작하더니… 이젠 드리퍼 위에 드립 주전자로 물을 붓고 한참 기다려도 커피 물이 내려갈 생각을 안 한다…헐…
직장에서 쓰려고 사놨다 거의 한해 넘게 잠자던 일회용 종이 드립백을 꺼냈다. 드리퍼가 없어도 잔에 양쪽으로 거는 손잡이 같은 게 있고, 원하는 원두 채워서 먹으면 된다. 그러니까 알라딘에서 파는 드립백의 껍데기만 파는 것…
오랜만에 종이 드리퍼로 커피를 내리니…오 그동안 나는 무슨 커피를 먹었던 것인가…커피란 이렇게나 맑고 깔끔하고 담백한 액체인 것을…

종이 여과지는 커피의 기름 성분이랑 미분을 다 걸러내서 커피가 맑고 깨끗하게 내려진다. 원두찌꺼기도 종이채 싸서 챡 버리면 되니 간편하지만 그래도 쓰레기가 하나 더 생기는 문제…
스텐드리퍼는 금속 거름망이 촘촘하긴 해도 커피 기름 성분이랑 아주 작은 가루는 빠져나와 그런지 커피가 조금 더 씁쓸하면서도 향이 강하고 풍미 있게 내려진다. 다회용에 종이 안 버리고 원두찌꺼기만 긁어 버리면 되고…그렇지만 조금 관리 못하면 저렇게 구멍이 다 막혀버리는 문제…

따뜻한 물에 스텐드리퍼를 담그고 안 쓰는 칫솔로 마구 문질렀더니 칫솔모가 완전 갈색이 되어 버렸다… 여전히 두 겹 망 사이에 커피 가루 남은 게 보이고 표면도 뭔가 기름기로 끈적한 느낌…

공부한다는 핑계, 시간 아낀다는 구실로 여름쯤 곁의 사람 직장 복지 포인트 탈탈 털어 (내 돈 안 들이고) 6인용 식기세척기를 사 버렸다. 초기 나온 빌트인형보다 크기가 절반쯤 되어 싱크대 위에 놓을 수 있는 모델이었다. 말이 6인이지 5인 가족 한 끼 제대로 차려 먹고 나면 그릇 다 안 들어감…그래도 설거지 해방이 가능한 세상에 감사한다… 식기세척기…책 30권쯤 안 사면 책 30권 읽을 시간을 절약하실 수도 있습니다… 적극 권합니다…

망가질까 걱정되었지만 저녁 설거지 거리랑 같이 스텐드리퍼를 넣고 돌려버렸다.
… 새 스텐드리퍼를 획득하였습니다. ㅋㅋㅋㅋ 오염이 말끔하게 제거되었다. 세제 가루 끼거나 변형되거나 도금까지거나 할까봐 걱정되었는데 여러 번 돌리면 까지긴 하겠지만…일단은 새것 되었습니다…

식기세척기 세제 주성분에 과탄산소다랑 구연산이 포함되어 있으니 아직 책 30권을 사는 중이시라면…(…) 드리퍼 등등 커피 용품 때 벗기실 때 뜨거운 물에 과탄산소다랑 구연산 잘 녹이시고 한참 담근 후 칫솔로 치카치카하면 아주 잘 벗겨질 겁니다… 망에 세제 가루 끼면 안 되니까 꼭 완전 용해 후 담그시고 세척 후 따뜻한 물로 오래 헹구기…
그래서 내일 아침엔 종이필터 말고 소생한 스텐드리퍼로 커피를 마실 수 있다. 헤헤. 커피 리뷰인데 식세기 광고랑 과탄산 광고랑 드리퍼 광고가 되어버렸다… 파푸아뉴기니… 깔끔한 커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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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아 2022-12-22 22:4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는 식기세척기 이사가면 사려구요. 설겆이 갈수록 귀찮아요.
그 앞에 쌓아놓으면 알아서 집어넣어 세척해주고 끝남 꺼내주기도 했음 좋겠어요ㅋ

반유행열반인 2022-12-22 23:02   좋아요 2 | URL
진짜 꼭 꼭 꼬옥 사시구요 ㅋㅋㅋ가능하면 큰걸로… 안 그러면 맨날 어떡하면 최대한 많이 그릇을 넣을까 어떤 그릇을 뺄까 하고 테트리스하느라 성질 버려요 저처럼…ㅋㅋㅋㅋㅋ 정말 설거지 해방이라 해도 알아서 안 겹치게 잘 집어넣어야 하고 꺼내기도 해야 하고 이거 푸념하는 절 보니 사람 욕심 끝이 없다…ㅋㅋㅋ

scott 2022-12-23 00:2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커피 봉지 리뷰로 클릭하고
PPL 세척기
메모 ✒
열쉼히 합니다 !ㅎㅎㅎ

반유행열반인 2022-12-23 12:22   좋아요 1 | URL
ㅋㅋㅋ 안 적어두셔도 기억력 좋으셔서 막 다 기억하실 듯 ㅋㅋㅋㅋ

Yeagene 2022-12-23 05:35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식기세척기 살까 고민중이었는데 ㅎㅎ 열심히 영업하시는 열반인님 ㅎㅎ

반유행열반인 2022-12-23 12:23   좋아요 1 | URL
이건 고민의 영역이 아니어요 ㅋㅋㅋ 저는 다시 못돌아갈 것 같습니다 식세기 없는 세상으로는… 사실 얘 밥풀도 잘 못 닦고 나무나 예쁜 그림 있는 그릇은 넣지도 못하는데 (예진님 예쁜 찻잔들 이나갈까 봐 절대 안 될 듯 ) ㅋㅋㅋ 집 그릇이 대부분 투박한 코렐이라 이건 진짜 식기세척기 특화더라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