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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덕의 불운 ㅣ 열린책들 세계문학 159
싸드 지음, 이형식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1월
평점 :
-20230704 싸드.
제목 치다 오타 나서 미더덕의 불운…해 버렸는데 차라리 미더덕이었으면 좋겠다… 아닌가 미더덕도 뜨겁게 끓여지고 톡 터지면 아프겠지… 미더덕 안 좋아함…
소돔120일, 밀실에서나 하는 철학에 이은 세 번째 사드 읽기였다. 이번 책이 오히려 시기적으로는 앞선 책이라 일부 서사 전개나 설파하는 철학은 여기에서 더 발전, 심화시켜서 다음 시리즈에 재사용한 느낌이, 이미 읽은지 오래 되었지만 워낙 타격감이 센 작품들이었기 때문에 하여간에 싸드는 일관된 놈이 분명했다…
싸드의 세계에 무엇이 있고 무엇이 없나 봤더니, 욕망과 쾌락을 채우기 위한 앞뒤 가림 없는 인간은 있지만, 어떤 형태로든 사랑이라 할 만한 건 거의 멸종되고 증발하고 그런 느낌이었다. 나도 우리 엄마가 애기 때 안아주거나 뽀뽀해 준 기억이 하나도 없는데 말야…사드 너는 더 했나 보다…
조실 부모하고 세상에 떨궈진 자매 쥘리에뜨, 쥐스띤느, 작정하고 난 어둠의 세계를 맡을게! 하는 언니 쥘리에뜨 앞에 쥐스띤느는 거의 내내, 흔들림 없이 독실하고, 경건하고, 옳음, 선, 순결, 그 모든 virtue (프랑스어로는 vertu네? 배추?)를 수호하려는 노력을 그치지 않는다. 그러나 그런 그녀에게 이 세상은, 타인은 지옥이다. 으악. 점입가경으로 불행, 두 글자로 축약할 수도 없을 만큼 잔혹한 상황과 고통을 겪던 그녀는… 에효…
솔직히 이런 인물과 세계를 즐기자고 쓰는 사람도, 쾌감으로 읽을 사람도 매우매우 드물 것 같다. 뭐 싸드 새끼 이렇게 참신해, 하는 즐거움 정도는 있겠지만 그 참신 발랄함 즐기겠다고 읽기에는 고난이 더 크다… 진짜 오랜만에 타격이 큰 책읽기였다…그런데 앞부분과 마지막에 언뜻 예고편처럼 스쳐지나가는 언니 쥘리에뜨의 이야기는…제가 전자책 ‘악덕의 번영’도 갖추고 있기 때문에 궁금해서 또 내가 나를 괴롭힐 예정이다… 아…책 자체는 이전 읽은 두 권 보다 그렇게 노골적이고 자세하고 더럽고 끔찍한 건 아닌데 오히려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하면서도 다 상상되게 써 놔가지고, 근데 이게 뭔가 허무맹랑 판타지 이런 게 아니라 되게 핍진해가지고 (막 뉴스에 책에 성노예 엔번방 성직자 성범죄 돈 노리고 저지르는 온갖 추악한 범죄들 다 쓰까 놓은 거 보는 기분) 읽는 중에도 읽은 뒤에도 한참 심장이 무리가 가는 기분… 일단 좀 예쁘고 잔잔한 걸 찾아 읽어야겠다…
+밑줄 긋기
-새로 들어오는 여자들에게 이곳을 떠난 여자들의 소식을 묻곤 했지만, 아직 그 소식을 알고 있는 여자는 하나도 없었어요. 그 가련한 여자들이 도대체 어찌 되었단 말일까요? 쏘피, 우리들을 괴롭히는 것은 바로 그 점이에요. 내가 이 집에 온 지 14년, 그동안 쉰 명 이상의 여자가 이곳을 떠났는데…모두 어디에들 있다는 말일까요? 모두들 한결같이 우리들을 돕겠노라 굳은 언약을 하고서, 도대체 왜 아무도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한다는 말일까요?(122, 더 잔혹하고 끔찍스러운 악행의 묘사들이 많지만, 보여주지 않고 들려주는 편이 훨씬 혹독하기도 하다. 특히 이 부분이 그랬다. 이게 미친 수도사들의 감금 수도원에서 만난 희생자의 말이 아니라 뭐 다른 상황에다 붙여도 적확한 범죄들이 현실 세계에 많다 보니…하아…)
-제 천성이 동정심 많고 또 은혜 베풀기를 그 무엇보다도 좋아하던 터라, 저는 즉시 지갑을 꺼내 주화 몇 닢을 노파에게 주려고 하였습니다. 그러나 늙고 몹시 지친 듯하던 그 천박한 위인은, 오히려 저보다 민첩하여, 제 지갑을 탈취하더니, 저의 복부를 주먹으로 세차게 후려쳐 저를 땅바닥에 쓰러뜨렸습니다. 제가 다시 일어섰을 때 그녀는 이미 1백 보 이상 멀리 달아나 있었고, 불량배 넷이 그녀를 호위하며, 접근하지 말라는 위협적인 몸짓을 저에게 해 보였습니다. 저는 쓰디쓰게 탄식하였습니다. “오! 하늘이시여, 저에게서는 어떠한 선행도 나와서는 아니 됩니까! 그것을 베푸는 순간 저는 이 세상에서 가장 혹독한 불행으로 그 보상을 받아야 합니까!” 그 끔찍한 순간, 모든 용기가 저를 떠나는 듯했습니다. (162, 진짜 이 새끼는…숨 쉴 틈을 안 주고 주인공과 독자를 괴롭힌다… 진성 새디스트 새끼…아 사드가 그 사드지…휴…)
-인간에게 전쟁과 흑사병, 기근을 보내 주며, 어느 구석 예외 없이 사악한 우주를 만들었는데, 당신의 눈에는 그 섭리가 미덕에 대한 극도의 사랑을 나타내는 것처럼 보여요? 섭리의 행위 자체가 사악함 뿐이고, 모든 것이 악과 부패뿐이며, 그의 의도나 이루어 놓은 일들이 온통 죄악과 무질서투성이인데, 도대체 무슨 이유로 사악한 사람들이 그의 마음에 거슬린다고 생각해요? (189, 오우 아야…듣고 계세요? 듣고 계시면 얘한테 뭐라고 반박 좀 해 줘요…천둥이라도 한 번 쳐 주든가…는 으악 씨발 몇 십 쪽 더 읽고 나서 나는 이 코멘트를 후회하게 된다…진짜 싸드는 끝까지 방심하면 안 돼…)
-“…따라서 법이라는 것이 모든 악당들 앞에서는 무용지물이에요. 왜냐하면, 세력이 강한 자에게는 법의 손이 미치지 못하고, 운이 좋은 자는 법망을 빠져나가기 때문이며, 칼 이외에 다른 그 어떤 재산도 소유하지 못한 가련한 자에게는 법이 두려움의 대상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에요.”(194-195, 아무래도 사드는 그 원숭이 실험에서 헝겁인형 아니고 철로 된 먹이 주는 인형한테 길러진 경우인 듯 하다. 가장 가난한 이조차 마지막으로 사랑을 잃는 걸 두려워할 수도 있는데, 사드의 세계관에서는 이 부분은 고려조차 하지 않고 있다…)
-“나 역시, 어떤 신이 존재한다면 이 세상의 악도 훨씬 적을 것이라 믿어요. 그러나, 이 지상에 악이 존재한다는 것은, 그 모든 무질서가 그 신의 필요에 의해 생겼거나, 아니면 악을 막는 것이 그의 힘으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 따라서 무력하거나, 그게 아니라면 심술 사나운 그러한 신을 나는 전혀 경외하지 않으며, 아무 두려움 없이 그를 무시하고, 그가 내리친다는 벼락도 비웃어요.” (195, 모든 무신론자들의 방패가 뒤부와의 입을 빌린 사드로부터 비롯되었구만…쏘피가 여기다 대고 좀 반박을 했으면 좋겠는데 궤변! 신성모독! 자리 박차고 나옴- 너무 약하게 응대해서 사드가 좀 불공평한 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14-215, 쏘피의 입으로 친절하게 200여페이지를 요약해 줌…숨도 못 쉬겠음…)
-오! 이 이야기를 읽으시는 독자 제위께서도, 허영에 빠졌다가 스스로를 추스른 이 여인처럼 우리의 이야기에서 얻은 바가 있기를 바라노라. 그녀와 마찬가지로 여러분 역시, 진정한 행복은 미덕 속에 있으며, 또 미덕이 지상에서 박해당함을 하느님께서 용인하심은, 하늘에서 그에게 더 기쁜 보상을 준비하기 위함이라는 것을 확신하시기 바라노라. (224, 이 무슨 ㅋㅋㅋㅋㅋ놀부가 깨진 박 스카치테이프로 붙여주고 제비 다리 깁스해주는 소리야 ㅋㅋㅋㅋㅋ이와중에 나 이 소설 보름 만에 썼지롱 하고 자랑하는 놈 보소….)